90화
110조 원의 두바이 국부 펀드.
갑자기 나에게, 이 돈을 만질 기회가 다가왔다.
두바이 국부 펀드는 주식, 채권, 선물, 자원 등 수 많은 곳에 투자하고 있었으며, 당연히 ‘금’에도 투자를 했다.
사실. 지금까지 금투자는, 국제 금시장에서 금값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졌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지난번 콩고의 금광에 투자했다가 아주 큰 이익을 얻은 후, 금광의 직접 투자를 강하게 모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액의 자금을 금광에 투자하기에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자원에 대한 직접 투자는, ‘도박’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만수르 왕자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의 옵션을 연구하다가, 우연히 골든보이 콘텐츠를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사기’라고 생각했는데, 궁금증이 생겨서 조사시켰더니, 사기로 확정하기에 너무도 엄청난 발견들이 많았다.
그래서 만수르는 일단 골든보이에게 손을 내밀기로 했다.
“에드워드. 자네가 우리 위원회에 들어온다면, 금투자 상임 위원 자리를 주겠네. 지금은 3조원을 가지고 움직이는 자리야. 하지만 능력만 잘 발휘한다면 10조까지 만질 수 있게 해주지.”
연봉은 1,000만 달러. 인센티브는 별도. 두바이는 세금이 없으니, 실 연봉 120억.
한 달 월급 10억.
일반 애널리스트가 들었으면, 심장마비로 쓰러질 정도로 기쁜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만수르 왕자가 연봉으로 120억을 불렀지만, 마음이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와 에드워드··· 아니. 성열이 많이 컸다.
나는 만수르의 제안에 심드렁한 얼굴이 되었다. 금을 발견해주고, 수수료만 받으라는 이야기지 않은가?
내가 왜 그런 ‘무료 봉사’를 하라는 이야기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만수르 왕자만 아니었다면, 보는 앞에서 바로 큰소리로 ‘No’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수류석을 쓸 기회를 잡지 못했으므로, 왕자와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되었다.
살짝 웃어줄까?
하지만 누가 봐도 썩은 웃음이 나왔다.
만수르는 자신의 제안에 골든보이의 반응이 ‘미지근’하자 살짝 당황했다.
120억대 연봉이면 충분히 입질이 올 것이라 확신했다. 경력도 없는 애널이 1,0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때 왕의 시종장이 다가와 만수르에게 말했다.
“폐하께서 왕자 전하를 찾으십니다.”
“알겠네. 곧 가겠다고 말씀 올리게.”
시종장이 멀어지자 만수르가 최대한 부드러운 얼굴로 물었다.
“내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어디 가서 꼬봉할 스타일인가?
하지만 바로 거절하는 그것은 안 된다. 거절하는 것은, ‘만수르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에만 가능했다.
“제안에 대해서 보좌관들과 자세히 검토해 보겠습니다.”
일단 하나라도 마무리해 놓자. 멀티가 안돼서, 여러 가지를 신경 쓰고 있으면 머리가 아프다.
당장 끝낼 것은 ‘황금인간’의 판매.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인간’의 가격 협상은 어떻게 진행할까요?”
만수르는 가벼운 표정으로 물었다.
“가격 협상을 원하는가?”
“아닙니다. 충분히 만족할만한 금액입니다.”
만수르는 옆에 있는 시종에게 뭐라고 아랍말로 했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가격에 진행하라고 밑에다가 이야기해 놓았네. 그렇게 알고 있게.”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인간’의 판매 계약서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워렌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일이 풀리자,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조금 가격을 올릴 걸 그랬다면서 농담까지 했다.
계약서는 단숨에 처리되었고, 세금과 수수료가 빠진, 980억의 자금이 내 통장에 입금되었다.
아마 한양 은행 서초구 지점에서 만세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에서 가볍게 축하 파티를 했다.
룸서비스로 이름도 잘 모르는 300만 원짜리 포도주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포도주 이름이··· 샤또 라투르. 59년산.
포도주가··· 완전 형님이시다.
형님. 제가 형님을 따 먹겠습니다. 하하하.
소주나 양주와 다른 포도주의 맛이 있었다. 3병쯤 마시고 나서야, 뭔가 시고 달고, 드라이한 느낌이 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좋은데?
나는 살짝 취하고 나서야, 만수르가 나에게 ‘10조 원을 주무르는’ 금투자 상임 위원 자리를 제안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멋있고 ‘쿨’하게 보이려고 가볍게 건배하며 말했다.
“나를 담기에는 너무 작은 자리다. 거절할 거야.”
경복이가 포도주의 맛을 보다가 갑자기 옛날이야기를 했다.
“고2 때, 네가 마음에 들어 했던 여자 이름이··· 조은하. 그래 은하였다. 네가 사귀자고 했는데, 은하가 그냥 ‘친구’하자고 말해서, 너는 바로 포기했잖아.”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 따위는 없다.
“친구 하자는 이야기는 애인하기 싫다는 이야기잖아. 내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아.”
“아니지. 아니지. 은하는 너를 곁에 두고, 좀 지켜보고 싶다 이 말이었지.”
그때의 기억이 또렷하게 났다.
“나는 은하를 만나는 순간, 이미 손자까지 낳아서 환갑파티 장소를 정하고 있었다. 정말 매력적인 몸매와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 끊지 말고 주변에 있으라는 말이다. 친구인 척 말이야.”
나는 살짝 인상을 썼다.
“내가 당한 어장 관리만 몇 번인 줄 알아? 나는 그런 것 딱 싫다.”
경복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에는 네가 여자야.”
“내가 왜 여자야?”
“네가 여자라는 말이 아니라, 만수르 왕자가 손을 내밀었으니··· 친구 하자고 하고 지켜보란 말이야.”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재수 없게 애매하게 있으면서 간 보라는 말인가?”
“황금도 찾고, 보물도 찾고, 인화자원개발도 경영하고, 추가로 두바이 펀드 투자상임 위원도 하라는 말이다. 그냥 명함 하나 더 가지란 말이야.”
나는 한 가지 일에 전력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연봉 120억이 크지만··· 그것 때문에 족쇄를 찰 수 없다.”
“연봉은 안 받으면 되고, 출근은 하고 싶을 때 하면 되지.”
“그게 뭐야?”
“은하가 친구 하자고 했을 때, 친구 했으면, 은하가 외로워서 급발진 한 날 ‘역사’가 이루어졌을 수도 있었다.”
흠··· 이해가 될 듯했지만 100%는 아니었다.
태경이가 입술을 비틀어 웃으면서 말했다.
“고딩 때 여친 한번 없었던, 연애 ‘이론’ 전문가에게 무슨 말을 듣냐?”
생각해 보니 이경복 이 새끼 고딩 때 여자친구가 없었다.
“아. 씨발, 이놈의 팔랑귀 때문에 절반쯤 넘어가고 있었다.”
“저 멍청한 새끼는, 끝까지 마음을 열어주지 않은 애를, 3년이나 쫓아다니다가 포기한 놈이야.”
경복이는 뭔가 서구풍의 강하고 나쁜 여자를 좋아했다.
번쩍 떠오르는 여자가 있었다.
“아···그래. 이름이 뭐더라? 그래 소정. 윤소정. 거의 가스라이팅 당해서 조공만 하다가 끝났지.”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노예였지.”
경복이는 아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좀 더 강하게 밀어붙였어야 했는데. 아쉽다.”
태경이의 표정이 갑자기 장난스럽게 변했다.
“조공을 받던, 소정이가 어느 날 자기도 너무 미안했는지, 불쌍했는지, 경복이에게 자기 방에서 자고 가라 했는데, 그런데 저 병신 새끼는 남자가 함부로 여자의 집에서 자는 것 아니라고 하면서 집 안에 있던 쓰레기봉투만 들고나왔잖아.”
경복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나에게 그런 기억은 없어. 나는 소정이를 모른다.”
내가 혼을 실어 한마디 했다.
“병~~~신.”
경복이는 자기 머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야~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줘!!”
“우리가 저 새끼에게 뭐라고 했더니 눈을 부릅뜨면서 ‘그것이 사랑이야’라고 말했잖아.”
경복이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개소리를 했으면. 그때 내 눈깔을 뽑았어야지. 개새끼야.”
내가 크크크 웃으면서 말했다.
“이미 병신인데, 장님까지 만들 수 없지 않냐.”
우리는 포도주를 단숨에 비우고 크게 웃었다.
경복이가 다시 말을 했다.
“나는 기회를 못 잡았지만 너는 기회를 잡아라.”
“뭔 소리야?”
“만수르와 협상을 해서 가장 낮은 수준의 합의를 해. 수류석을 쓰려면 만수르의 힘이 필요할 수 있어.”
“맞는 말이야. 이 새끼 가끔씩 똑똑하다.”
태경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방구석 EPL 영국 축구 전문가가, 10년에 한 번. 맨유 퍼거슨 감독보다 나을 때가 있는 법이지.”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충 정리하자면 단칼에 거절하지 말고, 만수르에게 한 다리 걸치고 있자 이거지?”
“그래. 그거지. 만수르가 금광을 사고 전용기 보냈어. 가서 한마디 해줘. 있다. 없다 정도. 그리고 돈을 더 준다. 그러면 어디에 있다. 정도 알려주고. 아주 만족할 만한 금액이다. 그러면 더 자세히 알려주고.”
“좋아 이해했다. 만수르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계약을 해야겠다.”
나는 만수르와 낮은 단계의 고용계약을 하기로 했다.
다음날. 여러 가지 피로가 풀리지 않아서 호텔 안에서 한발도 나가지 않았다.
겨우 호텔 스파만 한번 다녀왔을 뿐. 계속 잠을 잤다.
저녁이 되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나만 눈이 초롱초롱 한 것이 아니었다. 경복이와 태경이도 눈이 초롱초롱했다.
태경이가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어제 산 명품 옷이 얼마인지 알아? 오늘 밤에 그거 입고 뽕을 뽑자.”
나의 귀가 ‘의욕적’으로 팔랑거리고 있었다.
“어떻게 뽕을 뽑아?”
“두바이 비치 클럽. 우리가 갈 던젼이다.”
“새끼. 공부 열심히 했구나.”
“황금신께서 인도하신다.”
“할렐루야-”
“황금신교를 믿느냐?”
“믿습니다.”
나는 안나가 입혀준 코디 그대로 몸에 걸쳤다.
전 세계의 여인이 모인다는 두바이 비치 클럽.
두바이는 이슬람 국가 같지 않게, 돼지고기도 팔고, 술도 팔고, 클럽도 있다.
“가즈아~~ 대한민국 남자의 기상을 보여주겠어.”
이때 방문 초인종이 울렸다. 그리고 스크린에 웬 아랍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그런데 눈에 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지? 아 만수르 곁에 있었던 시종의 얼굴이었다.
문을 열었더니 그가 안으로 들어와, ‘지금’ 만수르 왕자께서 ‘자산 위원회 총회의’에 참석하기를 원하신다는 전언을 전했다.
지···지금?
정말. 지금?
Right Now?
NO!!!!!!!!!!!!!!!!!!!!!
NO!!!!!!!!!!!!!!!!!!!!!
NO!!!!!!!!!!!!!!!!!!!!!
경복이와 태경이는 두바이 클럽을 정복하겠다고 나갔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종이 모는 람보르기니 슈퍼카에 탔다.
왜 오늘이야!! 왜 오늘이냐고? 마음속으로 수백 번 외치고 있었다.
왕궁 입구에서 프리패스로 들어갔다.
나는 자산 위원회 회의를 하는 회의실로 들어갔다. 연단에서 나이 든 사내가 ‘수소 연료의 미래와 석유’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있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 있던 30명의 사내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만수르 왕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회의실에 불이 켜졌다.
“죄송합니다. 이삭 교수님. 잠시 쉬었다가 하겠습니다.”
만수르 왕자가 안경을 벗으며 다가왔다.
“어서 오게. 에드워드. 좋은 사람들이 있어서, 내가 소개하려고 불렀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조금 당황했지만, 왕자 앞에서 담담하게 행동했다.
“동양의 옛말에 ‘붕우자원방래 불역낙호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먼 곳에서 벗이 찾아오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이지요. 제가 직접 찾아왔지만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너무도 기쁩니다.”
만수르는 머리를 끄덕였다.
“멋진 말이군.”
“여기가 ‘자산 위원회’ 사람들이 모인 곳인가요?”
“맞아. 여기가 두바이 펀드의 가장 핵심 두뇌가 모여, 정보를 주고받는 곳이지. 나도 배우는 것이 많아.”
가볍게 옷을 입은 만수르 왕자는 젊은 교수, 혹은 대학원 학생처럼 보였다.
나는 왕자의 눈동자를 보면서 말했다.
“끊임없이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자께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즉 ‘배우고 익히면 이 또한 즐겁지 않은가?’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이야. 새로운 것을 익히고, 토론할 수 있는 일은 참으로 즐거운 일이지.”
이때 영국 발음의 여성이 웃으면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두바이 펀드 ‘7인 위원회’ 상임 위원 ‘폰 아이리시’였다. 영국 귀족의 기사 작위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두바이 펀드의 금융 전체를 관리 감독하는 상임 위원이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만수르 왕자의 애인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리시가 먼저 와서 악수를 청했다.
“골든보이 어서 오세요. 저는 폰 아이리시입니다.”
서양인에게는 일단 어깨에 힘을 주고, 뭔가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
“안녕하세요. 에드워드입니다.”
명품 옷은 정말 ‘필수’다. 안나가 가기 전에 한 2벌 정도 부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자님께서 함께 일하게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조금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직 제안을 수락하지 않았습니다.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이리시가 과장되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왕자님의 제안이 다른 곳보다 나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제가 결정을 독단적으로 내리는 스타일이라, 위원회와 잘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자신 있고 힘이 넘치는 눈빛을 가진 섹시한 여인이었다.
“스스로의 결정에 자신감이 있으시군요.”
나는 힘 있는 눈빛으로 아이리시 상임 위원을 바라보았다.
“숫자가 ‘결과’를 말해주니까요.”
내가 좀 잘난 척을 해서 그런지, 사람들의 인상이 조금 어두워졌다. 다들 나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골든보이 콘텐츠를 보고, 나를 사기꾼으로 바라보는 눈빛.
너무 익숙한 눈빛이다.
사실 학벌, 실적으로 보면 나는 무명에 가까웠다. 그들은 내가 두바이 펀드 위원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한 초로의 사내가 인도풍 영어로 날카롭게 말했다.
“아무 경력이 없는 유투버가 우리 위원회에 들어올 수 있습니까?”
왕자가 딱 잘라 대답했다.
“결과가 좋을 수 있다면.”
“유투뷰를 보고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속임수이니 신뢰하지 말라고 하고 싶습니다. 과학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왕자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이쪽에서 나름대로 검증을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리시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왕자님의 판단에 누가 이의를 달겠습니까? 하지만 재미로 준비한 깜짝 선물 정도는 주고 싶습니다.”
“깜짝 선물이요? 그것은 무슨 말입니까?”
“밖의 정원에 황금 시계와 반지를 숨겼습니다. 골든보이를 위한 선물입니다.”
왕자는 살짝 인상을 쓰며, 웃고 있는 아이리시를 보았다.
“에드워드 씨의 검증이 끝났다고 이야기를 드렸는데요.”
“재미입니다. 왕자님.”
나도 여유 있게 웃으면서 말했다.
“선물이라면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아이리시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밖으로 나가겠습니까?”
“제 몸값은 비쌉니다. 찾으면 절대 돌려주지 않습니다.”
“물론입니다. 저는 분명 선물이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보물찾기를 해야겠지요.”
하지만 나는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거침없이 연단으로 다가가서 그 안에 있는 상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상자를 열지도 않고 말했다.
“깜짝 선물 감사합니다.”
상자를 열었을 때, 안에는 최신형 롤렉스 시계와 꽤 묵직한 금반지가 들어 있었다.
“초면에 이런 선물을 받기 부담스럽지만, 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니, 부담 없이 받겠습니다.”
구석의 한 젊은 사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5만 불짜리라는 것만 알고 차세요.”
“성함이?”
“빅터 박사입니다.”
“고맙습니다. 빅터 선생님 잘 쓰겠습니다.”
나보고 ‘유투버’라고 했던 인도풍 영어의 노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결혼반지입니다. 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확실한 것이 아니면 배팅하지 말라는 명언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처음 듣습니다.”
명절마다 TV에서 나오는 타짜 고니에게 듣는 대사다.
맨날 춤추는 인도 영화 보지 말고, 타짜 같은 명작을 봐라.
나는 인도풍 영어를 쓰는 노인에게 다가갔다.
“성함이?”
“사티시 박사요.”
나는 반지를 돌려주며 말했다.
“결혼반지의 값어치는 얼마나 갑니까?”
“나의 생명과도 같소. 그것을 잃어버리면 와이프가 나를 죽일 것이오.”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갑을 열어보세요.”
역시나 인도인답게 현금을 가득 들고 있었다.
나는 지갑에서 현금을 모두 뽑은 후 반지를 넘겼다.
“축복이 가득한 노후 생활을 위해서, 결혼반지를 배팅하는 미친 짓은 앞으로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웃음이 터진 좌중을 쭉 둘러보며 말했다.
“또 숨기신 분 없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나는 랜선 케이블을 정리하는 곳을 열어, 손바닥만 한 황금 바를 하나 꺼내 들었다.
나는 그것을 유심히 살피다가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것은 조금 더 트릭이 있습니다. 황금으로 보이지만 황동이고 안쪽은 구리로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누가 숨긴 것일까요?”
그 순간 만수르 왕자가 놀라며 말했다.
“구리··· 아니. 정말로 다른 금속도 볼 수 있는 것인가?”
아. 만수르 왕자도 숨겼구나.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 능력까지 원하신다면 연봉을 너무 ‘낮게’ 부른 겁니다.”
만수르의 표정은 정말 욕심 나는 얼굴이었다.
“아··· 정말 자네는, 상상 이상이군.”
나는 정색한 얼굴로 만수르 왕자를 바라보았다.
“조금은 실망스럽군요. 왕자님. 골든보이는 항상 묻습니다. ‘골든보이를 믿습니까?’ 하지만 왕자님을 저를 믿지 않는 것 같군요.”
만수르 왕자는 살짝 당황하며 말했다.
“오해가 있군. 에드워드.”
“조금은 기분이 상해서, 함께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해야. 잠깐 이야기를 좀 할까?”
이럴 때는 튕겨야 한다. 그래야 몸값이 ‘대폭’ 오른다.
“며칠 여행을 할 것이니, 그 후에 가서 다시 이야기하시지요.”
만수르는 입을 벌렸다가,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나와서 다시 차를 탔을 때 시종이 정색한 얼굴로 말한다.
“‘가나’ 기안 금광 직접 투자를 생각하고 계십니다. 도와준다면 연봉은 1,500만 달러로 올리겠다고 하셨습니다.”
1,500만 달러. 류현진 정도의 연봉이다. 엄청난 금액이었다.
내가 메이저리그 에이스 투수의 값어치가 된 것인가?
“여행부터 즐긴다고 말씀드려 주세요.”
사실 지금 연봉이 문제가 아니다.
수류석으로 이곳의 석유를 한국으로 보내야 하는데,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다.
“여행을 제가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왕자님의 지시입니다.”
왕자의 시종이지만, 딱 봐도 영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엘리트. 그런데 우리의 시중을 든다고?
흠. 아무래도 가까이서 감시를 하고 싶다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시종을 통해서 만수르의 힘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양하지 않고, 땡큐~
첫째 날은 두바이 분수를 구경하고, 두바이 해변 산책했으며, 저녁때는 바닷가에서 해산물 파티를 했다.
물론 모든 비용을 시종이 가지고 있는 카드로 비용처리했다.
둘째 날은 각종 쇼핑몰을 돌아다녔고, 오후에는 두바이 아쿠아리움에서 시간을 보냈다.
역시 공짜 여행은 즐거운 법이다.
셋째 날 드디어 칼을 뽑아 들었다.
이제 일하자. 나는 석유 채굴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고 했다.
석유를 채굴하는 것은 ‘국가 기밀’로 보여주는 것은 금지.
외국인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요구했다.
“왕자님께 말씀드리세요.”
그러자 바로 답이 왔다.
‘바다’ 위 유전 혹은 ‘지상’ 유전 중 한 곳을 선택하라고.
수류석을 넣기에는··· 당연히 지상 유전이 적당해 보였다.
우리는 왕궁 헬기 착륙장에서 헬기를 타고 날아올라 남동쪽의 해변에 있는 칼림E 구역이라는 석유 채굴 기지로 가기로 했다.
헬기가 하늘 높게 날아올랐다.
30분쯤 지났을 때, 조금은 잠이 왔다.
잠을 깨기 위해서 호텔에서 타온 진한 두바이 커피를 마시려고 했을 때
헬기의 창문 아래 사막 한가운데서 황금빛이 보였다.
“황금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