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아랍 에미리트 ‘왕실’ 비행기가 보이는 게이트 앞.
나는 비행기 탑승 게이트 쪽으로 걸어가며, 계속해서 피식피식 콧바람을 뿜어냈다.
경복이가 그것을 보고 말했다.
“왜 콧구멍을 벌름벌름 거려? 코딱지 파줄까?”
“으으으으으하하하하하하하”
나는 가슴에서 뿜어져 올라오는 기쁨에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태경이가 미친놈 바라보는 눈길로 말했다.
“왜 그래? 우리도 같이 웃자.”
나는 멈춰 서 뒤를 돌았다. 그리고 경복이와 태경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우리 프로젝트 이름이 뭐라고 했지?”
태경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흠···. 만수르 프로젝트?”
“우리가 어디가?”
“UAE.”
경복이가 태경이에게 확 짜증을 냈다.
“UAE가 아니라, ‘아랍 에미리트’라고 했잖아. 다른 사람이 말할 때 좀 들어.”
태경이는 인상을 쓰며, 혀를 찼다.
“알았다. 병신아. 너 똑똑하다.”
경복이가 억울한 얼굴로 말했다.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나는 순간 정색하며 말했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한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것이 뭐야?”
태경이는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원유지.”
“만수르 프로젝트가 뭐를 한국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
나는 양팔을 벌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팔을 하늘로 뻗으며 3바퀴를 돌았다.
“만수르 프로젝트를 하는데, 만수르가 자기 전용기를 보내줬다. 이래도 나를 보호하는 황금신이 없는 것 같냐?”
태경이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와. 씨발···. 진짜 있나?”
품속에 있는 수류석 2세트 중.
첫 번째 세트의 2번 수류석을 한참 동안 살폈다.
이 수류석을 사용하려면, 믿을 만한 사람이 한국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래서 서 상무님을 바라보았다.
“상무님이 한국에서 꼭 해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대표님.”
나는 정색하고 서 상무님의 손에 수류석을 쥐여 주었다.
“이것은 ‘보물’ 중 ‘보물’입니다.”
서 상무는 돌덩이 하나를 손에 쥐고 말했다.
“보물이요?”
“이것은 전에 말씀드린 수류석입니다. 이번 만수르 프로젝트의 핵심 아이템입니다.”
서 상무가 다시 한번 살폈으나 보기에 그냥 돌구슬이었다.
나는 서 상무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 바로 '매직'을 보여주기로 했다.
“수류석을 꽉 쥐고 계세요. 절대 놓치면 안 됩니다.”
나는 손에 쥐고 있는 1번 수류석에 생수를 부었다.
그러자 서 상무님이 가지고 있던 2번 수류석에서 물이 흘러나왔다.
“어!!!”
서 상무는 너무 놀라며 수류석을 손에서 놓칠 뻔했다.
분명 만수르 프로젝트를 몇 번이나 들었으나, 쉽게 믿지 못했는데, 이렇게 눈과 피부로 확인하자, 이제 완전하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서 상무님에게 말했다.
“아랍 에미리트에서 원유를 보낼 겁니다. 2번 수류석을 잘 가지고 계시다가···. 어디에 배치해야겠습니까?”
상무님은 금방 정답을 떠올렸다.
“고령 석유비축기지.”
나는 만족한 웃음을 보이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만수르 프로젝트가 ‘카운트 다운’ 되었습니다. 호주에서 석유채굴 장치가 도착했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고령 기지 한복판에 설치해 주세요.”
서 상무의 머릿속이 갑자기 명쾌해졌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설치하겠습니다.”
“그 아래에 아무것도 없지만, 땅속 깊숙이 파이프를 박아야 합니다.”
서 상무는 ‘하나’를 이야기하면 최소 ‘둘’을 아는 사람이었다.
“파이프 깊숙한 곳에 수류석을 던져 넣는 것이군요.”
“그러면 한국에서 원유가 나는 것과 같습니다. 정확하게 이해하셨지요?”
서 상무는 정색하고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호주에서 채굴 기술자도 함께 넘어오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 처음부터 세세히 확인해 보겠습니다.”
“수류석을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서 상무는 정말 품속에 보물을 챙긴 얼굴이었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겠습니다.”
이때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인간'의 판매를 법적으로 확인해줄 괴산대 총장님과 법무팀 변호사 2명도 도착했다.
“총장님. 천천히 오세요. 전용기는 출발 인원이 다 와야 갑니다.”
우리는 왕실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좌석이 서로 크게 떨어져서 쾌적했고, 180도로 완전히 누울 수 있었다.
좌석마다 대형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었고 최신 영화까지 무제한 볼 수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과일과 채소로 만든 웰컴 드링크를 주었는데 단숨에 원샷을 하고 말했다.
“언더락 위스키 Plz.”
위스키 및 코냑 무제한 제공. 흥분되는 단어의 조합이었다.
'매캘란 30년 세리오크'와 '글렌피딕 30년'.
가장 입맛에 맞는 2종류의 술을, 딱 3잔씩 마셨다.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올랐고, 달콤한 냄새의 기내식이 준비되고 있었다.
치즈 랍스타가 준비되었다고 했다.
···2번 먹어도 되나? 그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나도 모르게 깊은 잠이 들었다.
고령 발굴터에서 온 힘을 다했고, 금관가야가 멸망한 꿈을 꾼 날, 밤을 새웠기 때문이었다.
태경이도 기내식을 구경도 못 하고, 깊은 잠이 들어 있었다. 고령 발굴터에서 촬영하고, 밤새 편집했기 때문이었다.
스튜어디스는 크게 당황했고. 경복이만 3인분을 ‘행복하게’ 먹었다.
“나약한 새끼들~”
인천에서 두바이까지 비행시간만 10시간.
눈을 감았다가 뜨니 벌써 착륙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와. 씨발 '워프’ 이번에도 기내식을 못 먹다니···.
워렌이 막 일어난 나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그는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 잤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로는 비행기에서 잠을 잘 자는 것이 진정한 축복이라고 했다.
태경이는 아직도 자고 있어서 깨웠다. 한 10초간 여기가 어딘가 생각하는 눈빛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렸더니 공항 담당자와 공항 경찰이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를 안내했고 수화물 검색도 받지 않고 '프리패스'로 밖으로 나왔다.
멍한 표정의 태경이가 물었다.
“이번 여행은 북한처럼 고생하지 않겠지?”
나는 하늘을 한번 바라보고 말했다.
“황금신께서 이번 여행은 평온하다 하셨다. 긴장 풀어라. 어린 양들아. 고사포 맞을 위험은 없다고 하신다.”
경복이가 조금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오는 내내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너는 ‘생각’이라는 것을 하지마. 위험해.”
“일단. 내 말 들어봐.”
“OK.”
“'절규하는 황금인간'을 경매 없이 사기 위해서··· 전용기까지 보내는 좀 ‘오바’ 아니냐? 그냥 전화로 해도 되잖아.”
내 생각으로도 많이 ‘오바’다. 분명 의도가 담겨 있었다.
“대형 할인점 가면 시식 아줌마들이 뭐 먹어보라고 하잖아. 그래서 별생각 없이 먹으면 어때? 왠지 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그거랑 같은 거야. 전용기까지 탔으니 웬만하면 황금상을 팔아야 할 거 같은 압박을 받는 거지. 그것을 노리고 전용기를 보낸 걸 거야.”
“···그런가?”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 강한 모래 열풍이 몰려왔다.
와. 뒤질 것 같은 열기. 그리고 숨 쉴 때마다 느껴지는 모래.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은 모래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이라고 했다.
한국의 황사는 정말 애들 장난처럼 느껴졌다.
붉은색 모래가 커튼처럼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어찌 보면 아름답기까지 했다.
우리는 준비된 리무진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나는 호텔로 가는 길에 상무님께 전화했다.
서 상무는 즉각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전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류석 가지고 계시지요?”
-네 품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집이시면 화장실에서 수류석을 쥐고 계세요.”
-네. 화장실에 들어왔습니다.
나는 버스에 비치된 생수를 열어, 1번 수류석에 부었다.
그러자 곧 서 상무님의 놀란 목소리가 들렸다.
-물이 나옵니다!! 물이 나와요!!!
나는 애들에게 말했다.
“물이 한국까지 간다.”
태경이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 황금신이여~”
크크크 미친 새끼. 지가 언제부터 황금신을 믿었다고.
나는 웃으면서 태경이에게 말했다.
“황금신교에 싸게 가입시켜 줄게. 백만원만 입금해. 다이아몬드 회원으로 넣어준다.”
“좆까. 황금신께서 이미 나에게 계시를 내리셨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계시? 무슨 계시?”
“골든보이가 헛짓거리하는지 옆에서 잘 감시하라고 하신다.”
나는 콧방귀를 끼면서 말했다.
“삼위일체 알아 올라? 황금신과 김성열과 골든보이는 ‘하나’야.”
태경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이런 개소리를 하니까. 황금신께서 나를 보낸 거야.”
나는 어이없는 표정이 되었다.
“지가 황금신을 언제 봤다고, 왜 이렇게 친한 척을 해?”
“원래 운명적인 만남이 있는 거다.”
와 무서운 새끼. 나중에 자기가 '황금교 교주’라고 할 놈이다.
이곳에서 ‘황금신교’를 전파하다가 '순교'하면 교주로 인정해준다.
생각해 보면, 황금교는 내가 지어낸 것 아닌가?
언제 시간 내서 ‘성서’라도 하나 만들어야겠다.
‘1장 1절. 좆 까는 소리 하지 마라. 돈이 인생의 전부다.’
‘1장 2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돈이 중요하다.’
‘2장 2절, 텅 비어 버린 사랑, 희망, 지갑 중에 가장 힘든 것은 텅 빈 지갑이다.’
‘3장 1절, 지금 마음이 괴로운 것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4장 1절, 돈을 써라. 그럼 그곳이 천국이다.’
조금 파격적이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들이다.
아랍 에미리트 국민이면 기본적으로 매달 20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텅 빈’ 지갑 걱정은 할 필요는 없는 아름다운 나라였다.
아랍 에미리트에 대해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
아랍 에미리트는 7개의 ‘토후국’이 모여서 만든 나라. 미국의 주가 모여서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가 된 것과 비슷하다.
아랍 에미리트의 7 토후국.
아부다비.
두바이.
기타. : 아지만. 푸자이라. 라스알하이마. 샤르자. 움카이완
7개의 토후국 중, 우리가 기억할 곳은 단 두 곳.
‘아부다비’와 ‘두바이’.
‘아부다비’가 아랍 에미리트 국토의 80%를 차지하고 석유 매장량의 대부분을 생산한다.
하지만 우리 귀에 더 익숙한 것은 아마 ‘두바이’일 것이다.
만수르 왕자가 '두바이 씨티'를 세계적인 도시로 바꿨기에 유명해진 것이었다.
석유로 나온 돈을 흥청망청 쓰지 않고 '석유를 팔지 않아도 되는 나라'를 모토로 발전을 추구하여 현재 원유 판매 수입은 나라 전체 수입의 20~30%밖에 되지 않는다.
두바이에 사는 한국 사람은 건축, 의료, 항공 등에 종사하는 6,000명.
포교의 자유는 없으나 예배는 허용하며,
상류층에서는 아랍어보다는 브리티시 잉글리시를 널리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버스에서도 브리티시 잉글리시로 우리가 곧 도착할 곳이 두바이 버즈 알 아랍(아랍의 타워) 호텔이라는 것을 알렸다.
‘두바이 버즈 알 아랍’.
전 세계 3개 밖에 없는 7성급 호텔. (사실 등급은 5성급밖에 없다.)
‘버즈 두바이’ 호텔 로비는 ‘아라비아 나이트’ 왕궁에 온 것처럼 화려했다. 특히 분수가 이국적이고 아라비아의 느낌을 너무도 잘 살려서 오랫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동안 체크인이 끝났는지, 바로 안내인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리고 거의 최상층까지 올라간 것 같았다.
안내받은 곳은 ‘스위트 룸’.
대접받는 것으로 생각했으나. 버즈 두바이 호텔의 모든 방은 스위트 룸이다.
돈 아낀다고 다른 컨디션 룸이 있냐고 물어보지 마라. 쪽팔릴 거다.
거실문을 열자마자 ‘탄성’이 흘러나왔다. 거실의 통창으로 밖을 바라보았는데 압도적인 바다가 펼쳐졌다.
바다 전망이 그렇게까지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240도’를 볼 수 있는, 엄청나게 넓고 긴 통창으로 바다를 보이니, 마치 IMAX 영화관에서 바다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았다.
바다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제서야 룸 컨디션을 확인했다.
방 3개, 화장실 3개
아라비아 나이트 왕궁 컨셉이었다.
아랍풍 왕궁 소파는 보기에 불편해 보였으나 앉으니 편안했다.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놀랍게도 안에 모든 손잡이가 금장식이었다. 예술 작품이 아닐까 생각되어 쉽게 만지지 못했다.
그래서 그곳에서 샤워하고 있으면, 아랍의 귀족이 된 느낌을 바로 받을 수 있었다.
나와 태경이는 비행기에서 아무것도 못 먹었기에, 바로 호텔 뷔페식당으로 갔다.
아직 입장 시간이 안 되었지만, 친절하게 자리로 안내해주었다.
아. 개실망.
수백 종류의 음식들이 있을 줄 알았지만··· 가지 수도 많지 않았고. 당황할 정도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게다가 음식 대부분에서 풍기는 아랍 향료는 나와 맞지 않았다.
또한, 뜨거운 음식이 거의 없어서, 차가운 음식만 먹어야 했다. 음식이 차갑다는 것은 한국인에게 치명적이었다.
필터 없이, 좀 심하게 말하자면, 한국 3성급 호텔에도 이 정도는 나온다.
호텔 뷔페 입장료는 대략 15만원 선.
고모님의 IH호텔이 1,000배는 더 맛있다고 장담할 수 있었다. 호텔식은 역시 한국이 최고다.
그 상황에 경복이는 아랍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나쁜 새끼. 전생에 아랍인이었냐? 전 세계를 돌며 이 자식의 입맛에 ‘안 맞는 것’을 찾고 싶은 정도였다.
나는 몇 바퀴를 돌다가, 따듯한 새우 딤섬을 찾아서 먹었는데··· 맛있네?
먹다 보니 계속 들어갔다. 딤섬+빵+과일+주스 정도로 마무리.
혹시 이 호텔에 올 생각이 있다면, 나가서 사 먹으라고 2번 추천한다.
객실로 올라왔을 때. ‘왕궁’에서 사람이 도착해 있었다.
만수르 왕자님의 스케줄 때문에 가능하면 3시간 뒤에 만나고 싶다는 말이었다. 왕자가 보자고 하는데, 피곤하니 내일 만나자고 할 수 있는 놈이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당연히 YES.
나는 패션 선생님 ‘안나’ 불러 다시 한번 옷 상태를 봐 달라고 했다.
인천공항에서 산 옷을 비행기 안에서 뭉갰더니 옷이 너무 꼬깃꼬깃해져 있었다.
왕자를 만날 때 입을 상태가 아니었다.
일단 수고비로 5,000달러를 지불하고, 다시 한번 ‘언 리미티드’ 코디를 부탁했다.
인천공항에서는 살 수 있는 한계가 있었지만, 여기는 무제한 쇼핑이 가능했다.
우리는 두바이의 각종 고급 쇼핑몰을 다니며, 명품으로 무려···6천만원을 온몸을 휘감았다.
어디 가서 ‘언 리미트드’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말자.
내 눈에 서울 백화점에서 처음 샀던 300만원 짜리 양복하고 별 차이도 없어 보이는데···. 가격은 몇 배나 차이 났다.
확실히 다른 것은, 심리적으로 왕궁으로 들어가는데 어깨가 펴지며 힘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명품을 입는 것인가?
우리는 셰이크 모하메드 두바이 왕궁으로 향했다.
정문을 군인과 경찰이 지키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정문 주변에 공작새 100여 마리가 궁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었다. 두바이에서 본 가장 신기한 장면이었다.
우리는 신분 확인을 하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엄청 뜨거운 날씨였는데, 나무와 꽃들은 매우 싱그러웠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지 궁금했는데. 지하로 시간마다 물을 주는 자동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왕궁 서쪽 끝에 있는 아름다운 신축 건물이었다.
바로 ‘두바이 왕립 미술관’이 될 장소였다.
안내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가 정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도착했습니다. 왕자님을 만날 것이니 옷맵시를 단정하게 해주세요.”
우리는 옷을 확인하고, 다시 안내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미술관 안에는 이미 그림들과 조각들이 완벽하게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뉴욕 크리스티 사람들은 전시품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는데, 모두 최소 수십억에서 수백억까지 하는 작품 수백 점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뉴욕 크리스티의 워렌이 보기에도 보물창고 그 자체였다.
우리가 최종 안내된 곳에,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인간’이 있었다.
내 허락도 없이 물건을 이곳으로 옮긴 것인가?
하지만 나는 그것을 따질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이곳은 미술관 중앙의 메인 공간으로 ‘작품’은 값어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그러니 1억 달러를 받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황금인간 상 앞에, 하얀색 아랍 전통 의상을 입은 ‘만수르 왕자’를 볼 수 있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활짝 웃는 얼굴의 만수르 사진을 수백 번 보았더니, 상당히 낯이 익었다. 마치 자주 보았던 것같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만수르가 먼저 우리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에드워드. 두바이 왕궁에 온 것을 환영하네.”
나는 영국에서 모든 정규 교육받은 만수르와 악수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만수르 왕자님. 처음 뵙겠습니다. 에드워드입니다.”
“골든보이 콘텐츠를 모두 보아서 그런지, 오래 본 친구 같군.”
“저도 왕자님의 사진을 많은 보아서 그런지, 매우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만수르는 다른 사람들과 가볍게 눈인사만 하고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뉴욕 크리스티에서 보내온 브로셔에서 ‘절규하는 현대의 황금인간’을 보았을 때, 이 작품을 꼭 가지고 싶었네. 뭔가 나의 내면을 울리는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지. 그래서 무리를 해서 이 작품을 이곳으로 가지고 왔어. 주인의 허락 없이 이곳으로 옮겨서 미안하게 생각하네.”
나도 ‘황금인간’을 보면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면 이 친구도 마음에 들었을 것 같습니다.”
“직접 이 작품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나를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끝없이 욕심내고 괴로워하지만, 또 황금을 위해서 앞으로 나가야 하는 운명. 3자의 눈으로 ‘나’를 보았을 때. 내 감정을 직접 볼 수 있었네. 외로움과 고통이 많이 줄어들었어. 정말이지. 훌륭한 작품이야.”
“왕자님께 큰 위안이 되었다니, 참으로 다행이군요.”
만수르 왕자는 웃으면서 말했다.
“내 마음에 들었으니··· 가격을 올리고 싶으면 지금 말해보게.”
‘그럴까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왠지 돈을 이야기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느꼈다.
“돈 이야기는 천천히 하시지요.”
“그럴까? 아. 북한에서 새로운 그림을 3개나 가지고 왔다는 소식을 받았네. 그것도 좋은 가격에 살 용의가 있다.”
“그것은 국가에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물건은 우리나라에 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왕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은 장구한 역사를 가진 나라여서 훌륭한 문화재가 많더군. 그런 나라와 비교하면 나도 모르게 ‘조급증’이 도져서 또 미술품 경매 안내서를 만지게 되지.”
나는 주변을 바라보았다.
“제가 미술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이 정도 미술관이라면 한국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만수르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 미술관에는 진정한 ‘내셔널리즘’이 없네. 나라의 역사를 상징하고, 백성들을 하나로 모으는 물건이 없다는 말이야.”
내셔널리즘? 뭐 ‘애국심’을 고취 시키는 그런 유물 말인가?
두바이 역사 자체를 모르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나는 부드럽게 웃었다.
“그런 보물이 발견되기를 바랍니다.”
만수르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
“보물을 찾는 것도 ‘전문가’라고 하던데?”
보물을 찾는 것은 조금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저에게 보물을 찾는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찾는다고 장담을 할 수 없습니다.”
만수르는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자네를 이곳으로 초대한 것은, ‘두바이 자산 위원’으로 모시고 싶어서 욕심을 낸 것이야.”
“두바이 자산 위원이요?”
두바이 인터내셔널 캐피털.
두바이 이스티스마르 펀드.
두바이 그룹 펀드.
게다가 두바이 왕궁 비자금까지
이것이 두바이의 국부 펀드이며, 900억 달러. 즉 110조 원의 돈이었다.
만수르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골든보이 채널을 보고, 골든보이 에드워드를 조사해 보았지. 그리고 능력이 진짜라는 결론에 이르렀네. 엄청난 능력이더군. 두바이 펀드의 자금과 골든보이의 능력이 만나면 아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만수르는 손을 내밀었다.
“나 만수르와 함께 일하겠나?”
나는 활짝 웃었다.
아. 나를 고용하고 싶으시다···. 연봉은 얼마까지 알아보고 오셨나요?
저는 ‘비싼’ 남자입니다.
나는 쉽게 손을 내밀지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