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87화 (87/188)

87화

나는 황금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흙을 만지고 있었다.

“그대로 파면 ‘금’이 금방 나올 것 같습니다.”

윤 교수는 꽤 피곤해 보였으나,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좋아. 다시 시작해 볼까?”

“체력을 아껴야 하니, 학생을 시키세요.”

윤 교수는 낮게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황금 유물과 가장 처음 인사하고 싶네. 그것을 발굴하는 영광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윤 교수가 손을 내밀자 조교가 아주 작은 미니 호미를 내밀었다.

그는 그 호미로 조심스럽게 땅을 파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체력소모가 엄청났을 것인데,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섬세하면서, 부드러운, 그러면서도 꼼꼼함과 치밀함이 묻어 나는 손길이었다.

그의 손이 닿은 곳에서는, 흙가루가 끊임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점점 황금빛이 밝아졌고, 유물은 코앞에 있었다.

갑자기 윤 교수의 눈이 금방 커지며, 희열에 찬 표정이 되었다.

“보인다. 보여. 금이 보여!”

흙 속에서 ‘황금’으로 만든 뾰족한 무언가가 튀어나와 있었다.

윤 교수의 손은 더욱 조심스러웠고, 아주 세심하게 유물을 꺼냈다.

골든 스파이크 슈즈?

황금 신발에 뾰족한 못 같은 것이 사방으로 솟아 있었다. 슬쩍 보면, 마치 황금 고슴도치 같았다.

특히 신발 바닥에 각종 황금 못이 뾰족뾰족 많이 박혀 있었다.

요즘 물건으로 이야기하자면. 스파이크화 뽕을 황금으로 만든 것 같았다.

나는 황금 스파이크화를 보며, 가야군이 신라군과 싸우는 전쟁터를 상상했다.

가야의 기병대장이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그는 이 황금 스파이크 신발을 신고 말과 함께 대지를 질주했다.

곧 적 장수를 발견했고 방향을 틀었다.

가볍게 말의 배를 찼으나 스파이크 바늘에 찔린 말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말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고, 적의 장수의 당황한 얼굴이 눈앞에 보였다.

적의 장군이 방패를 틀어막으려 했으나, 전속력으로 달려드는 이쪽의 압도적인 힘을 방패 따위로 막을 수 없었다.

퍽!!!

나의 장창이 적장의 심장을 깊게 찔렀다.

피가 사방으로 튀었고 적장은 말에서 떨어져, 대지를 피로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소리를 질렀다.

“가야의 대장군이 신라군 대아찬을 쓰러트렸다!!!”

그러자 가야군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대아찬의 친위대가 악을 쓰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대아찬이 살아있는지 확인해야 했고, 최소 시체라도 확보해야 했다.

“대아찬을 보호하라!!”

적병은 이미 죽은 신라의 사령관을 구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달려왔다.

나는 신라 사령관의 심장에 깊게 박힌 장창을 빼려 했지만 쉽게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하게 창을 버렸다.

허리춤에 있는 검을 뽑아 들려고 했지만, 적의 친위기병들과 싸우다가 검이 깨졌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때 아주 가까운 곳에서 신라군의 백인장이 눈을 부릅뜨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주인의 원수를 갚겠다!”

보병 백인장이 창을 던졌지만, 말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나는 아무 무기도 없지만 말았을 몰아 백인장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황금 스파이크화로 그놈의 얼굴을 내려찍었다.

퍽!!!

백인장의 머리가 깨지며, 다시 한번 나의 온몸에 피가 뿌려졌다.

나는 우렁찬 함성을 질렀다.

“가야군이여!!! 가자!”

이때 핸드폰으로 스팸 문자가 와 진동을 느꼈고, 순간 정신을 차리며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황금 스파이크화를 보았다.

와~ 완전 남자다운 신발인데? 이렇게 보니 서부의 보안관이 신는 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이때 윤 교수님이 그 황금신발을 보면서 말했다.

“가시가 달린 황금신발은 죽은 사람이 신는 신발이지. 영혼이 최대한 대지에 박혀 멀리 떠나지 못하게 하려고 가시를 박았다는 가설이 있어.”

“죽은 사람이 신는 신발이요?”

하하하. 방금 난 뭘 상상한 거냐.

“전쟁터에서 신는 신발이 아니군요.”

“전쟁터에서 신는 신발이라면 쇠로 만들었겠지. 금은 약해.”

금이랑 쇠는 강도에서 비교가 안 된다.

교수님은 황금 신발을 더욱 자세히 살폈다.

“이 황금신발은 신라의 영향을 받은 것 같군. 이것과 비슷한 모양의 황금 신발이 천마총에서 나왔지.”

“천마총이라면··· 이 신발을 신라에서 수입한 것일까요?”

“가야는 주변국 문화를 최대한 받아들였을 거야. 백제, 신라, 남조 등의 모든 곳에서 문물을 수입하여 독자적인 문화를 키워 가려고 노력했지. 그래서 가야 유물은 독자적인 면도 많다. 예를 들어. 독자적인 화폐인 ‘미늘쇠’가 있다. 삼국은 물론, 왜국과 중국까지 미늘쇠를 고액 화폐로 사용했다.”

이때 왼쪽의 대학원생들이 유리잔을 발견했다.

“교수님!! 유리잔이 나왔습니다.”

교수님은 놀라는 눈빛으로 유리잔을 살폈다.

“로만 글라스다. 시리아 대롱불기법으로 만든 것이군. 로마제국이나 아라비아에서 건너온 것이 확실해. 그렇다는 것은 대가야도 해외 무역이 활발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지.”

윤 교수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물건이 산처럼 쏟아졌다.

가야가 만든 ‘국제 화폐’인 수백 개의 미늘쇠가 쌓여 있었다.

교수님은 미늘쇠를 하나를 손으로 집어 들었다.

“대가야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철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가야의 철은 일본에서 유명할 정도로 질이 좋았지. 그래서 미늘쇠 하나에 쌀을 몇 섬이나 받을 정도라고 했어. 이런 고액 화폐를 이 정도로 들고 있다는 말은 이 무덤의 주인은 아주 큰 ‘권력자’라는 방증이다.”

“역시 왕이겠지요?”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나는 구석에서 작은 황금빛을 확인했다.

“여기도 황금빛이 있습니다.”

나는 호미로 조금씩 황금빛이 나는 곳을 팠다.

그랬더니 작은 금화 10개 정도가 쏟아졌다.

월계관을 쓴 아저씨가 그려져 있는 금화였다. 그런데 동양 사람이 아니라 외국 사람의 얼굴이었다.

그것을 본 윤 교수가 놀라며 다가와 금화를 눈으로 자세히 확인했다.

“로마 금화군··· 트라야누스 아우레우스 황제의 금화다. 세계적으로, 이미 많이 발견된 금화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물이야. 대가야가 국제사회와 소통했다는 증거다.”

이때 왼쪽 구석을 발굴하고 있었던 조교가 손을 들었다.

“교수님!!! 이쪽에도 뭔가 있습니다.”

교수가 그쪽으로 갔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사람의 키보다 더 큰 장검이었다.

“엄청난 크기의 검이군.”

조교는 나름대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그렇습니다. 이 정도의 크기라면 ‘예식용’으로 쓰이는 검입니다.”

교수도 검을 한눈에 넣으며 말했다.

“이 정도의 예식용 검을 가지고 다닐 사람이라면···.”

조교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왕으로밖에 생각이 되지 않습니다.”

거대한 검을 살폈다. 글자가 쓰여 있었으나 너무 낡아서 확인할 길이 없었다. 세월의 흐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검이라고 표현했지만, 절반 이상이 녹으로 덮여 있었다.

조교는 검을 일단 보관함에 넣었다.

교수는 가운데 있는 돌관을 바라보았다.

“이 관을 열어보면, 우리가 알고 싶은 답이 금방 나오겠지.”

그러자 조교가 사람들을 독려하며 말했다.

“자! 다시 시작하자! 아직 더 들어가야 해.”

일단 ‘대가야 왕릉’이라고 이름 붙인 벽돌무덤의 발굴작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교수님은 돌아다니면서 지휘를 하고, 발굴 노하우를 전수 했으며. 학생들과 조교들은 교수님의 오더를 받아 발굴작업을 성실히 진행했다.

모든 사람이 주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중앙 석관’이었다. 그렇기에 빠르게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 석관 안에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해답’이 간직되어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사실. 석관 안에 금은 ‘없었다’ 내 눈에 어떠한 빛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금이 없다고 보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이 아닌 더 소중한 유물이 있을 수도 있었다.

2시간이 흐르자, 석관이 거의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이때 조교가 석관의 머리 쪽에 한자가 음각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큰소리쳤다.

“비문이 있습니다! 교수님!”

교수님은 금이 나온 것 보다, 한자가 쓰여 있는 것에 더 큰 흥분을 하고 있었다. 비석문은 과거를 볼 수 있는 타임머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석관에 비문이 있어?”

“상당히 깁니다.”

비문을 해석하는 윤 교수의 눈동자는 극도로 흥분한 사람처럼 아주 작아져 있었다. 그러면서 입으로는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찌 보면 미친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다.

거의 한 시간을 투자한 끝에 대부분의 비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 교수님의 ‘비문 해석’은 다음과 같았다.

‘하늘이 내린 태진, 나 김설주가

수백 선조의 도움을 받았으나

하늘의 시간, 땅의 이치, 사람의 도리를 깨우치지 못해,

대통을 이루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가다.

첫 번째 가야, 천인 김설주’

꿈이 컸으나,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왕의 비통함이 담겨 있는 묘비 문구였다.

“교수님! 석관 머리 쪽에 다른 비문이 있습니다.”

“비문이 또 있다고?”

석관의 머리 쪽을 발굴하던 조교가 새로운 비문을 발견했다. 머리글은 비교적 선명했다.

동적의 여인을 왕비로 맞아

(신라의 여인을 왕비로 맞아)

화평을 원했다.

(평화 조약을 맺었다.)

비록 동적이었으나 총명하여 비로 아끼었다.

(비록 신라인이었으나 아름다운 왕비를 곁에 두었다.)

나의 아이를 낳았으나 왕의 피가 아니었고.

(아들을 낳았으나, 왕비의 신분이 신라왕의 딸이 아니었다.)

내 눈을 멀게 하여 ‘도운성’을 적에게 넘겼다.

(뭔가 공작을 하여 도운성이 신라군에 넘어갔다.)

인생의 찬란함을 만들었던 여인.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했던 여인)

죽음이 가까이 왔다.

(나의 몸이 크게 아프다.)

죽음은 곧 삶인 법.

하늘로 함께 올라가리라.

(왕비를 나와 순장한다.)

신라 왕족의 여인을 왕비로 맞아 신라와 화평을 했는데, 알고 봤더니 신라왕의 딸이 아니었다.

게다가 국경의 약점을 신라에 넘겨, 군사 거점이 신라군에게 함락되었다.

왕은 그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크게 아팠다.

왕비는 이미 왕의 아들까지 낳았다.

신하는 동적의 핏줄을 죽이라. ‘연판장’까지 올렸다.

자신이 죽으면, 왕비와 왕자가 ‘비참하게’ 죽을 것을 알기에. 그들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왕이 생각해낸 유일한 명분은 ‘순장’

왕은 왕비와 아들과 함께 무덤에 들어갈 것이니 ‘살려 두라는 명령’을 내렸다.

귀족들은 입을 열었다가, 그대로 다시 닫았다.

왕비와 아들이 차기 왕권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주 철저하게 감시했다.

경복이가 흥분하며 말했다.

“왕이 개새끼네. 아무리 배신했어도, 자기 무덤에 아내와 아들을 함께 묻은 거잖아. 제정신이야?”

태경이는 화를 냈다.

“그 씨발년이 처음부터 왕가를 말아먹으려고 작정하고 들어온 스파이잖아. 간첩은 죽여야지.”

“목숨 걸고 하는 일을, 누가 좋아서 하겠냐? 신라에서 등 떠민 놈이 있으니까 한 거지.”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국경의 중요한 성을 팔아넘겼다고 했어. 이것은 지금이라도 ‘국가반역죄’로 사형이다.”

역사서를 살펴보면, ‘도운성’,’도잔성’이라는 지명이 나온다.

신라 진흥왕이 사다함을 보내서 함락한 가야의 군성이었다.

대가야가 백제의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서 신라의 왕족을 왕비로 맞았지만, 진흥왕이 이사부와 사다함을 보내 대가야를 멸망시킨 역사적 사건과 딱 맞았다.

경복이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와이프잖아. 거기다가 자식이고.”

“왕이 국가 반역자를 왕비 자리에 계속 앉혀 놓으면 신하들이 가만히 있겠냐? 장희빈처럼 맨날 몰려와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겠지.

“그럼 자식이라도 살렸어야지.”

태경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신라에서 신라 왕가의 자식을 잉태하고 온 것은 아닐까?”

“재벌집 드라마 쓰냐?”

“‘사실 너는 이 집안의 핏줄이 아니야!!!’ 이러는 거지.”

“왕실이 이 꼴이니까.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었겠다. 신라의 간계가 너무도 무섭네.”

태경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라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전쟁에서 비겁한 것이 어디 있어? 걸려드는 놈이 멍청한 거지.”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쭉 듣다가, 머리를 끄덕이며 한마디 했다.

“‘아들과 부인’을 조금이라도 살려 두기 위해 순장하겠다는 지시를 내린 것이 맞겠다. 어린 아들이 역적으로 바로 죽을 운명이었는데. 조금이라도 오래 살려 두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닐까?”

교수님도 머리를 끄덕이며 우리의 대화에 끼었다.

“왕비가 신라왕의 피가 아니라는 것이 왕의 권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신라군에게 국경의 중요한 성이 함락되었는데, 왕이 몸까지 아팠다면 그 힘이 유명무실해졌을 것이다. 가야의 왕은 절대 권력 아니라. 귀족 연합체의 우두머리에 가까웠으니까.”

교수는 담배를 피우고 싶었으나 유물에 문제가 생길까 봐. 발굴할 때는 담배를 태우지 않았다.

그래서 몇 시간 만에 담배를 태우는데, 피로함과 니코틴의 흥분 때문에 손을 조금씩 떨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며 교수님께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조금 무리하신 것 같은데요.”

“발굴하다가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나는 미션을 떠올렸다.

<<황금인은 그날의 재앙에 관해서 확인하라.>>

<<금관가야의 멸망 유적을 확인하세요.>>

여기는 대가야의 유적이 확실한가?

“교수님. 여기 있는 왕이 금관가야의 사람일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불가능해. 그 당시 금관가야는 벌써 멸망해서, 금관가야 출신 신라 귀족 김유신 집안이 만들어질 때야.”

“그렇군요···.”

‘대가야 김설주 왕릉’으로 이름 붙여진, 벽돌무덤의 안에는 흙이 완벽하게 사라졌었다. 그리고 안에는 천장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지대까지 세워 두었다.

이제 남아 있는 일은 석관의 뚜껑을 여는 것이었다.

하지만 윤 교수님은 사람의 손으로 석관을 열다가 유물의 파손이 있을 수 있어 소형 크레인을 옮겨오고 있었다.

1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 시간은 충분했다.

나는 이곳으로 최고급 밥차를 불렀다.

내가 좋아하는 게장과 싱싱한 어리굴젓이 올라왔다. 역시 시골이라 그런지 반찬 가지 수가 많았고 밥차 아주머니가 한쪽에서 삼겹살을 구워줄 정도로 퀄리티가 괜찮았다.

경복이와 태경이가 어리굴젓에 쓱쓱 밥을 비벼 먹고 있을 때.

나는 <<금관 가야의 멸망 증거를 확인>>하라는 미션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태경이 물었다.

“보상은 뭔데?”

“‘시간을 돌리는 손’이라고 쓰여 있다.”

“시간을 돌리는 손? 그게 뭐하는 건데?”

“나도 뭔지 짐작도 못 하겠다.”

경복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괴산 명숙이네 피부샵 알아? 거기서 여드름 몇 번 짜면, 피부가 바로 깨끗해져서 예약하려면 보름 정도 걸렸다. 괴산의 돈을 갈퀴로 긁었지. 저번에 서울로 올라가 피부샵 오픈했는데 3년 만에 빌딩 올렸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마 그런 것이지 않을까?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젊어지는 거야. 그것이 ‘시간을 되돌리는 손’이다.”

나는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다.

“오··· 좋아. 그럴듯해. 계속해 봐.”

“강남에다 피부과 페이 닥터 하나 박아 넣고. 네가 피부과 원장님을 하는 거야. 만지기만 하면 어린 피부가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손님이 쏟아지는 거지.”

“오. 죽이는데?’

“30분에 500만원.”

“500만원? 미친···”

“그래도 막 줄을 서.”

“와~ 돈으로 빌딩을 세울 수 있겠다.”

“강남 미인들이 너 앞에 줄 서는 거다. 그리고 ‘원장님~. 원장님~.’ 하면서 따라다녀.”

나는 다급하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금관가야가 어디야? 당장 찾아낸다.”

“금관가야? 검색하니까 김해로 나오네.”

“김해. 당장 가자.”

태경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여기나 마무리해. 그리고 전용기 타고 그림 팔러 어디 간다며?”

그래. 일단 1억 달러부터 받아야지.

아··· ‘시간을 돌리는 손.’,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에 흥분했다.

“워렌과 한 약속부터 해결해야지.”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유적을 보호하는 작업도 진행되었다.

서울대에서 추가로 병력이 도착했고. 밤이 깊어도 발굴작업은 계속되었다.

이제 문화재청 사람들도 도착했다.

점점 발굴에 가속력이 붙었고 벽돌무덤의 외부까지 발굴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의 숫자도 많아졌고 취재의 열기도 뜨거워졌다.

드디어 기다리던 ‘미니 기중기’가 도착했다.

윤 교수님의 지휘 아래 기중기가 조심스럽게 설치되었다. 그리고 석관을 열 준비가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기중기를 조심스럽게 작동시켰다. 쇠사슬이 팽팽해지고, 석관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관의 뚜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윤 교수님이 고무망치로 석관의 옆 부분을 몇 번 내려쳤을 때, 갑자기 석관 뚜껑이 움찔거리다가 ‘텅’ 소리와 함께 위로 올라갔다.

드디어! 관 안쪽의 모습이 드러났다.

어른의 뼈 두 개와 아기에 가까운 뼈가 함께 누워 있었다.

김설주 왕과 왕비 그리고 그의 어린 아들이겠지···

그들은 천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누워 있었다.

가족이 함께 있으니, 외롭지는 않았겠다고 생각했다.

천년 동안 행복한 꿈을 꾸셨나요?

윤 교수는 떨리는 손으로 무덤 위에 있는 한 나무 파편을 가리켰다.

“가···가야금이야. 원형 가야금이 있어.”

하지만 나의 눈에 보이는 것은 김설주 왕이 머리에 배고 있는 돌 석판이었다.

그곳에 한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무슨 이야기일까?

금관가야에 관한 내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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