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화
“평양에 엄청난 금이 있습니다.”
내가 뱉은 '엄청난 금'이라는 단어가 김정은의 고막에 박혔다.
그러자 국무위원장은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방금··· 평양에 금이 있다고 했나?”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위원장님. 그것도 엄청난 양입니다.”
나의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김정은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평양과 보물’이라는 단어의 조합이 매우 생소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고 있었다. 김정은은 자신이 십대 소년처럼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갑자기 아이가 된 기분이야. 흥분되어 가슴이 떨리는군.”
엄청난 양의 금이니, 떨리는 것이 당연한 거야. 형.
“가슴이 떨릴 만큼의 보물입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김정은은 흥분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디아나 존스라는 영화를 보았나? 갑자기 그 영화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야. 하하하”
하지만 인디아나 존스보다 너무도 '심심'할 것이었다.
“악당도, 어드벤처도, 함정도 없습니다. 그냥 '보물'만 있습니다.”
“하하하. 실망해야 하나. 기뻐해야 하나?”
나는 김정은 향해서 정색하고 말했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게.”
“위원장님. 보물의 위치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김정은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
“무엇인가? 시원하게 말하라.”
형. 왜 내가 말하기 전에 분위기를 잡겠어. '돈 이야기'니까 그런 거야. 그동안 내가 챙겨 준 것이 많으니 ‘커미션'을 달라는 말이지.
사실 내가 말하기 전에, 얼마라도 챙겨주겠다고 먼저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냐?
그것이 기본예절인데, 왕 노릇을 너무 많이 해서 '사회성'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그렇다면 돌려서 이야기해야지.
“대한민국은 자본주의의 나라입니다. 자식에게 심부름시켜도 돈을 줘야 하는 나라지요.”
하지만 우리 엄마는 안 주셨다. 진짜 공산당 아닌지, 사상을 의심해 봐야 한다.
내가 뭐라고 꿍얼꿍얼하면 매를 들었다.
공산당이 아니라, '파시스트'인가?
김정은은 아직도 여유 있는 얼굴이었다.
“내가 그렇게 앞뒤가 막힌 사람이 아니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줄 알아. 보상받고 싶다는 말 아닌가?”
그래 형! 바로 그거야! 이제 말이 좀 통하네.
“제가 금을 찾으면 '보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김정은은 시원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말 돌리지 말고, 원하는 것을 바로 말해 보라.”
그렇게 나와주면 고맙지.
“저는 욕심 많은 사람입니다. 마음속에 있는 욕망 그대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욕심이 나쁜 것이 아니야. 욕망이 있어야 한발이라도 더 움직이는 법이다.”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말했다.
“제가 가지고 싶은 것은 공민왕 그림 3점과 편지입니다. 그것을 가지고 싶습니다.”
김정은에게 돈이나 금을 받아 가면, 나중에 이상한 소문이 돌 수 있었다. 북한의 돈을 받아먹은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기 딱 좋았다.
남한에는 나의 적들이 많다. 항상 조심해야 했다.
그러니 ‘먹어도 괜찮은 것’이나 ‘세탁한 것’만 먹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공민왕의 그림은 세탁이 가능한 물건이었다.
김정은이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자네가 발견했지만, 공화국의 보물이 아닌가?”
나는 더욱 욕심이 많은 척했다.
“그것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판문점에서 저에게 그 그림을 하사하는 이벤트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정은은 나의 의도를 바로 캐치했다.
“그 그림이 김 선생 것이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은 모양이군.”
“남한에도 임꺽정이 같은 날강도가 많아서 조금만 방심해도 바로 덤벼듭니다.”
“나에게 뭔가를 받았다고 하면 색안경을 쓰고 보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가?”
“위원장께서 남쪽의 동포를 위해서 공화국의 보물을 선물로 주는 이벤트입니다. 색안경을 따위는 그렇게 부숴버릴 것입니다.”
그림의 소유권은 내가 가진다.
물론. 공공적인 곳에 전시하여, 국민이 볼 수 있게 해야지.
그리고 기회를 봐서 팔아 버리면 깔끔했다.
김정은 미소를 보이며 머리를 끄덕였다.
“우리 김 선생. 이쪽으로도 머리가 팽팽 돌아가군. 기래.”
“돈 이야기라 난감하군요. 위원장님. 그래도, 할 이야기를 미리 해 둬야 나중에 뒷말이 나오지 않고 신용이 쌓입니다.”
“무슨 소리인지 이해했어. 가능한 일이야. 게다가 정치적 쓸만한 이벤트겠어.”
“저에게 소유권을 넘기지만, 대한민국 국민에게 선물하는 효과도 있지요.”
“그렇겠군.”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정은의 표정이 순간 차가워졌다.
“하지만 내가 그 정도의 일을 감내할 정도로 ‘평양의 보물’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겠지?”
나도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대단합니다. 그것도 아주 엄청납니다.”
“공민왕의 그림은 공화국의 보물이다. 남한처럼 국보가 많은 곳에서 이 그림까지 가져가는 것은 부잣집에서 가난한 집의 물건을 빼앗는 일이지. 내가 그것을 이해하려면 보물이 양이 상당해야 할 거야.”
나는 미소까지 지으며 여유 있게 머리를 끄덕였다.
“제가 느꼈던 보물 중에 가장 강렬한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발견한 것은 한밤의 반딧불이라면 오늘 볼 것은 하늘 위의 보름달입니다.”
김정은의 표정이 금방 부드러워졌다.
“보름달이라···. 그렇게까지 이야기하니, 더욱 기대되는군. 그래.”
나는 낮게 웃음까지 터트렸다.
“위원장님이 가지고 있는 물건 중, 다른 물건을 추가로 저에게 주고 싶을 정도가 될 겁니다.”
김정은이 같이 크게 웃었다.
“그 정도인가?”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김정은 정색하고 말했다.
“나 김정은은 우리 김 선생을 믿는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진정한 본론으로 들어갔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 김정은의 눈을 바라보았다.
“저를 믿는다고 하셨으니, 한 가지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무슨 부탁인가?”
“지금 타고 계신 기차를 빈 차로 개성으로 보낼 수 있겠습니까?”
김정은은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1호 열차를 아무도 태우지 말고 개성으로 보내라는 말인가?”
나는 눈까지 부릅뜨며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무도 태우지 않고 보내는 것입니다.”
김정은은 나의 말에서 뭔가 의도가 있음을 확실히 느꼈다.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군.”
나는 김정은 위원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색하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가 지금까지 나눴던 말 중, 가장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보물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보물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확실히 그렇습니다.”
김정은이 옆에 서 있던 나이 든 여자 비서에게 뭐라고 물어보니,
비서도 어딘가에 전화했다가 김정은 귀에다가 뭐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은이 나에게 말했다.
“이 기차를 무인으로 운전할 수 있다고 하는군.”
나는 살짝 화가는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무인으로 보내세요. 그렇다면 공화국의 적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나의 입에서 나온 ‘공화국의 적’이라는 말에 김정은 흠칫 놀랐다.
“자네 입에서 그 단어를 들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진짜 화가 났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놈들은 남한 외교관이 이 기차에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 안에 저도 포함되어 있고요. 그렇다면 제 목에 칼을 겨눈 것이기도 합니다. 나의 적이지요.”
몇 번을 생각해 봐도, 열차를 폭파하려고 했던 놈들은 나의 목숨까지 노리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싸워서 죽든지 말든지 상관없지만. 나와 내 친구들을 죽이려고 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적의 적은 아군이다.
이럴 때 김정은은 강력한 아군이라 할 수 있었다.
김정은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다시 물었다.
“개성으로 가는 열차 길에, 뭔가 일이 일어나는 것이 확실하다는 말이지?”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그렇습니다. 기차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사람을 확인해 보세요. 거기서부터 확인하면 뭐가 나올 것 같습니다.”
“자네 말이 사실이라면 반역자가 아주 가까이 있었군.”
“보위부를 보내서 지금 확인해 보시지요.”
김정은이 비서에게 뭐라고 하자,
곧 보위부 이성출 소장이 들어왔다. 그는 완전히 얼어서 로봇이 되어 있었다.
김정은이 정색한 표정으로 이성출 소장에게 말했다.
“우리 김 선생이 개성으로 내려가는 길에 이 열차를 폭파하려는 무리가 있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성출 소장은 경악한 얼굴이었지만, 곧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김 선생님은 저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일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공화국을 위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김 선생님의 말씀을 믿습니다.”
김정은도 만족스럽게 웃었다.
“나도 골든보이를 믿어.”
이성출 소장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명령만 내려 주십시오. 반동분자를 발본색원하겠습니다.”
“열차를 빈 차로 내려보낼 것이야. 아마도 놈들이 미끼를 물 수도 있고, 물지 않을 수 있어. 하지만 일을 꾸민 공화국의 적은 있다. 그놈들을 색출하라!”
“알겠습니다.”
“열차 스케줄 관리하는 놈들부터 확인해 보도록.”
이성출 소장은 온몸에 힘이 들어간 거수경례를 했다.
“과업을 반드시 완료하겠습니다!!”
그는 태풍 같은 바람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일단 기차 타는 것을 멈췄으니 목숨은 건졌다.
그것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 마무리되었고 마음이 조금은 홀가분해졌다.
그래서 여유 있는 얼굴로 김정은에게 말했다.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보지 않습니까?”
김정은은 나를 똑바로 보고 말했다.
“내가 분명히 말했어. 나는 김 선생을 믿어.”
나는 순간 정색을 하고 말했다.
“이것도 무료로 알려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 없이 가격을 정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제가 제공한 정보가 괜찮았다면 그에 걸맞은 '비용'을 지불해 주세요.”
“비용이라고 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지요. '서비스와 비용'. 서비스에 비용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개성에 '반동분자'가 있다는 이야기가 확실한 모양이야.”
“돈을 받는다는 것은 자신의 서비스에 자신이 있다는 말입니다.”
김정은은 눈을 번들거리며 말했다.
“좋아. 뭐든지 주겠어. 일단 먼저 내 눈에 앞에 '금'을 보여줘.”
“이제 금을 확인하러 갈 시간인가요?”
김정은은 낮게 웃었다.
“드디어 골든보이와 모험을 떠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유투뷰를 보면서 골든보이와 함께 모험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현실이 되는군.”
정성택의 엄청난 황금빛을 다시 떠올리고 말했다.
“보물을 챙기려면, 아주 큰 주머니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내 주머니가 모자라면 자네 주머니에도 넣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게.”
이 형 예쁘게 말하는 것 봐. 갑자기 마음에 드네.
그 정도 빛이라면, 굴착 전문가가 있어야 했다.
골든보이와 김정은이 사이좋게 삽질하여, 발굴할 사이즈는 아니었다.
“중장비가 필요합니다. 혹시 모르니 폭파 전문가도 필요하고요. 물론 삽질할 사람도 필요합니다.”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지.”
김정은이 전화를 들더니 어딘가 전화했다.
“나 위원장이야. 그래. 그래. 류경수 탱크 사단 연결하라.”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나 위원장이야. 당장 부대 안에 있는 중장비 몽땅 끌고 오고, 폭약을 다룰 수 있는 놈들도 데리고 오라. 그래. 공병 애들을 데리고 오란 말이야.”
몇 가지 지시를 내린 김정은 위원장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아직 내가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우리가 갈 위치는 어딘가?”
나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장성택의 저택입니다.”
김정은은 의외의 장소가 내 입에서 튀어나오자 순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 장성택 ···그 반역자의 이름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군.”
“장소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곳에 보물이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정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야. 김 선생. 우리에게는 금이 중요해.”
김정은은 비서에게 말했다.
“보위부 병력 300명을 준비시키라. 당장 작전을 나간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나는 갑자기 심각해진 김정은에게 말했다.
“남한 측 단장에게, 오늘 귀국을 내일로 미뤄졌다고 말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서비스 비용에는 입을 조심하는 것도 들어 있습니다. 남쪽에서는 아무것도 모를 것입니다.”
김정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우리 김 선생이 그것을 이야기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는 사실을 나도 알아.”
나는 외교관들이 타고 있는 열차 칸으로 갔다. 우리 외교관들은 현재 상황도 모르고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활짝 웃고 있는 단장에게 다가갔다.
“오늘 귀국이 내일로 미뤄졌습니다.”
단장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그래?”
“북한 당국에서 곧 전달할 것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암살 시도나 정성택의 비자금 발견 따위의 말은 하지 않았다. 남쪽에서 알아봤자 나에게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나는 외교관들을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정말 너희들 나에게 108배 해야 한다. 내가 목숨의 은인인 거 진짜 알아야 해!
단장님은 지금 나를 보면서, 그런 불편한 표정 지으면 안 돼요. 나에게 그랜절을 해야 한다고요.
아 입이 근질근질한데, 끝까지 참았다.
“양각도 호텔에서 하루만 더 보내세요. 그럼 다 정리가 될 것입니다.”
“무슨 일이지, 운이라도 띄워줘야 할 것 아닌가?”
나는 머리를 흔들었다.
“호텔에 가더라도 긴장을 푸시면 안 됩니다. 안 좋은 일이 터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남쪽으로 연락해 두세요.”
그 말을 했을 때, 보위부 병력이 평양역에 추가로 배치되고 있었다. 게다가 소련제 BMP-2 장갑차 6대가 평양역 앞을 지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단장이 무슨 일이 단단히 터졌다는 것을 캐치했다.
“우리 외교단에 문제가 있지 않겠지?”
“우리 쪽 안전에는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나는 단장을 믿지 않는다. 이 사람이 전반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 남한에 내려갔을 때, 나를 보고 북한하고 붙어먹은 놈이라고 고자질할 놈이었다.
이때 김정은의 비서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선생님 가시지요. 정문에 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평양역에 갔을 때 벤츠가 서 있었고, 정복을 입은 군인 하나가 절도 있게 문을 열어주었다. 안에는 김정은이 이미 타고 있었다.
“김 선생 출발합시다.”
내가 차를 타기 무섭게 벤츠가 출발했다. 앞뒤로 장갑차가 6대가 호위하는 차량 행렬은 거침없이 평양 거리를 달렸다.
거리마다 서 있는 여성 경찰들은 무섭게 긴장하며 좌우에서 오는 차를 막았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한 번도 신호에 걸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다.
시내에 장갑차 6대가 달리고 뒤에 병력이 따라붙자. 평양 전체가 얼어붙고 있었다. 사람들이 도망치듯 어딘가로 들어가고 있었다.
김정은이 평양 시민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39호 비자금이 있었어, 장성택이 중국과의 무역을 관리하며 모은 자금이었지. 어느 날부터 그 자금의 움직임이 수상했다. 중국에서 이상한 자금이 계속 들어왔지. 그리고 돈이 평양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습니까?”
“수상한 중국 돈이 풀리기 시작했고 의도가 보였다. 중국 놈들이 나를 치고, 고모를 수반으로 올린 후, 장성택을 꼭두각시로 조종하려는 계획을 세웠지. ‘8월 대동강 계획’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김정은 아직도 그 생각을 하면, 화가 나는 듯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먼저 장성택을 치고, 그 39호 자금을 회수하려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어.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했지. 지금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김 선생이 확인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네.”
나는 낮게 웃으며 김정은을 바라보았다.
“누구 돈이든 상관없습니다. 그 금이 많다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돈에는 사연이 없습니다.”
김정은도 나를 따라 크게 웃었다.
“하하하 맞는 말이야. 금이 많은 것이 중요하지. 과거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점점 이동하는 자동차도 줄어들었고, 길거리에 사람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제 멀리서부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이 점점 밝아졌다.
장성택의 저택이 가까워졌다.
평양 전체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우리의 차가 평양 남쪽 외곽에 있는 장성택의 저택에 도착했다.
이미 장성택 저택의 주변에는 100명도 넘는 보위부 병력이 철통같은 경계를 하고 있었다.
모든 병사는 개성에서 봤던 160도 안 되는 애들 같았던 병사들이 아니라, 180cm는 넘어 보이는 덩치 좋은 병사들이었다.
류수경 탱크사단 중장이 절도 있는 경례를 하며 김정은을 맞았다.
내가 보기에는 은퇴했어도, 벌써 은퇴했어야 하는 꼬부랑 할아버지였다.
몇 살까지 해 먹는 거야? 혹시 전쟁이 터지면 싸우다가 ‘천수’를 누리고 죽는 거 아니야?
김정은은 그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장성택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그는 주위를 쭉 살피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어디에 있는지 보이나? 김 선생.”
나는 이미 빛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을 향해서 천천히 이동했다. 그러다가 마당 한복판에 섰다.
“여기는 파보세요. 위치가 깊습니다.”
20명도 안 되는 극히 적은 인력만이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보위부 중에서 가장 믿는 1호 대원들이었다.
류경수 탱크부대에서 곧 대형 굴착기가 도착해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나이 든 굴착기 운전사는 김정은의 시선을 느꼈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전했다.
그렇게 30분쯤 땅을 팠을 때 드디어 뭔가가 나왔다. 바로 철근 콘크리트 벽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금을 숨긴 곳이라 단단하군요.”
곧 드릴 굴착기가 들어왔다. 그리고 철근 콘크리트를 깨부쉈는데, 그 안으로 또 엄청나게 단단한 강철 벽이 보였다.
나는 그것을 보며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혹시 금고 벽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입구가 따로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김정은이 보위부 소장 이성출을 보며 말했다.
“들었나? 당장 확인해 봐!! 저택을 다 부숴도 좋으니 들어가는 입구를 당장 찾아내!”
1호 병사들이 장성택의 저택으로 들어갔다. 곧 다 때려 부수는 소리가 났다. 조금만 수상하다 싶으면 벽을 부수며 확인하고 있었다.
대충 금고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뻔했다. 그렇게 1시간쯤 지났을 때, 강한 고함이 들렸다.
“찾았습니다!! 입구를 찾았습니다.”
나와 김정은은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지하로 내려갔다. 그리고 벽을 뚫어 놓은 곳으로 안내받아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큰 방이 나오고 그곳에는 은행 것과 같은 크기의 금고가 보였다.
김정은은 거대한 금고를 보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으하하. 드디어 발견했군. 39호.”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하하하 김 선생을 믿어!! 믿는다고!”
금고 안에서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엄청난 황금이 안에 들어 있었다.
정은이 형. 너무 놀라면 안 돼!!! 진짜 많아.
자 이제 뚜껑 한번 따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