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평양 뒷골목에서, 벽돌을 들고 싸울 것이라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외교관(?)이 적을 두고 도망칠 수 없었다.
임전무퇴!!!
붕우유신
완전살생
일격필살
선빵필승!
이것이 우리나라 세속오계. 우리는 끝까지 간다!
사실 앞에 있는 놈들은 할 만했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체격과 체중. 대충 스캔해 봤는데, 3체급 아래다.
몸무게가 50kg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칼만 들지 않았으면 저놈들 사이로 뛰어 들어가 ‘무쌍’을 찍고 싶을 수준이었다.
벽돌을 들고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덤벼! 새끼야! 끼니를 굶어서 이쪽으로 올 힘이 없냐?”
그러자 시장통 놈들이 눈에 독기를 뿜어내며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가리를 찢으라!”
갑자기 먼지바람이 거칠게 회오리를 일으키고 사라졌다.
두둥둥. 두둥둥. 두둥둥. (두려운 등장음)
멀리 보이는 골목에서,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얼굴의 사내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 상황을 즐기는 입술, 자신만만한 걸음걸이.
딱 봐도 일반인이 아니라. 전문가였다.
맨 뒤에 있는 사람이 가볍게 명령했다.
“시간 끌지 말라.”
사내들은 모두 잘 깎은 짧은 몽둥이를 뽑아 들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나와 경복이의 머릿속에 순간 한 단어가 스치고 지나갔다.
“튈까?”
“어디로?”
“옥상으로?”
“그러다가 투신자살 당한다. 그냥··· 여기서 싸우자.”
7명의 사내가 거침없이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해치워!!!”
나는 이를 악물며 눈을 부릅떴다.
“그래. 이제 체급이 좀 맞는구나.”
하지만 7명의 사내는 우리가 아닌 북한 불량배의 뒤통수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퍽!
응? 우리 편인가?
이 사내들은 불량배를 정말 죽인다는 생각으로 내려치고 있었다.
보통은 큰일 날까. 곤봉으로 머리는 공격하지 않는데···. 이 사람들은 인정사정 보지 않고 급소인 명치나 머리를 강하게 내려쳤다.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놈들도 있었다.
사내들의 눈빛에는 살짝 광기까지 어려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장통 놈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그다음 순간 7명이 살기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벽돌을 놈들 앞으로 던졌다.
“거기 담배 있으면 하나 줘봐라. 갈 때 가더라도, 담배 정도는 괜찮잖아? 담배 두 보루만 사와.”
이때 멀리서 나이 든 관리인이 악을 쓰며 말했다.
“10호 손님을 보호해!”
그러자 매서운 눈빛의 중년 사내가 큰 소리로 말했다.
“10호 손님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나이 든 관리인이 나를 보더니 다급하게 달려왔다.
“괜찮으십니까? 김 선생님.”
나는 다리에서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살았다. 관리인 아저씨가 이렇게 반갑다니.
그런데. 아저씨가 저 무서운 아저씨들의 대장이었나? 제가 그동안 실수한 것은 있나요? 제가 백화점에서 아드님 노트북 하나 상납한 것 기억하시죠?
관리인이 눈을 크게 뜨고 대답이 없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어디 아프십니까?”
“아니요. 아니요. 크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관리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 다행입니다.”
나는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태경이는 어떻습니까?”
“윤 선생님은 목하고 머리에서 피가 났지만, 제대로 말했고 움직임도 이상 없었습니다. 그리고 침착했습니다. 그래도 일단 평양 종합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천만다행이다.
관리인은 깊게 머리를 숙였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관리인이지만 느낌이 다르다. 그는 돈 때문에 머리를 숙이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럼 왜? 나에게 저 자세지? 그리고 10호 손님은 뭐야?
나는 관리인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눈동자의 초점이 맞춰졌다.
어??? 관리인 뒤로 멀리 빛이 보였다. 너무도 선명한 황금빛이었다.
나는 활짝 웃으며 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개장국 밥값은 확실히 할 것 같았다.
관리인은 정말 화가 많이 난 표정으로 불량배 중 대장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서 뺨을 내리쳤다.
“네놈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입에서 피가 흐르지만, 불량배는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
“군관 동무 우리를 놓아주면 돈을 드리겠소.”
“나를 돈으로 매수하려는 것인가?”
“좋은 것이, 좋은 거 아니겠소?”
“이 아새끼래. 천지분간 못하고 있구만 기래. 우리가 누군지 아네?”
“두당 100달러 아니 200달러를 드리겠소. 우리 쪽 전주께서 몸값을 드릴 겁니다.”
내가 걸어가 그놈 앞에서 100달러짜리 10장을 꺼내서 관리인 아저씨의 주머니에 넣었다.
“받고 1,000달러. 네 차례다. 있으면 더 불러봐.”
“전주께서 해결할 겁니다.”
꼬질꼬질한 시장통 놈을 보면서 말했다.
“전주가 니들 밥도 굶기는 것 같은데. 너희들에게 1,000달러나 쓴다고? 말도 안 되는 거 너도 알지?”
그러자 불량배의 눈빛이 흔들렸고 말을 잇지 못했다.
관리인은 아주 차가운 얼굴이 되어 옆에 있는 군관에게 말했다.
“끌고 가서 반쯤 죽여 놓고 시작하라. 이 새끼의 전주가 누구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동무.”
“죄목은 반역으로 하라. 아주 철저하게 박살 내란 말이야.”
관리인이 머리를 돌려 다시 나를 찾았을 때, 나는 빛을 따라 오래된 아파트 밖 비닐하우스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걸음을 멈춰 선 곳은 한 비닐하우스 입구.
다른 비닐하우스와 다르게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보온하는 검은색 천막으로 둘러놓아 안을 볼 수가 없었다.
이때 관리인이 부하들과 다급하게 다가왔다.
“김 선생님. 여기는···”
나는 관리인의 말을 끊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곳을 열어주세요.”
“이곳에 뭐가 있습니까?”
금이 있다고 말하기 조금 그렇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관리인은 조금 망설였지만. 단호하게 사내들에게 명령했다.
“여기를 열어 보라.”
관리인의 강한 눈길에, 사내들이 몽둥이로 자물쇠를 내려쳐서 뜯어내려다 실패하였다.
하지만 조금 똑똑한 한 군관이 비닐하우스의 옆구리로 가서 검은색 천이 있는 부분을 칼로 쭉 잘랐다. 그리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만들었다.
“입구를 확보했습니다.”
“들어가라.”
사내들이 들어가고, 나와 관리인도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하우스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들어온 사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사람도 없고 물건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왜 들어왔는지 당황하는 눈빛.
나는 빛이 나는 곳으로 걸어갔다.
황금빛은 제법 밝다고 할 수 있고. 별거 아니라고 한다면 별거 아닐 수 있는 애매한 빛이었다. 그래도 굶을 수는 없잖아.
호텔비하고 밥값은 내야지. 이 정도 빛이면 뭐 그 정도는 되겠지?
여기 있는 아저씨들 잠바라도 하나씩 사주고 말이야. 그래도 생명의 은인들인데.
잠바로 퉁치는 것은 좀 그렇나? 좀 큰 덩이 나오면 무스탕으로 한 벌씩 뽑자.
나는 한 장소를 발로 가볍게 땅을 고르며 관리인을 바라보았다.
“이곳을 파보시오. 아마도 용돈벌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를요?”
“제가 왜 한국에서 올라왔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관리인은 분명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다만 100% 믿지는 않는 얼굴이었다.
그의 행동과 말투를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그는 분명 군인으로 보였다. 역시나 그는 망설이지 않고 사내들에게 명령했다.
아마 사내들도 군인일 것이었다. 짧은 머리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당장 그곳을 파보라!”
군관들도 생각 따위는 없었다. 상관이 이야기하면 복종하는 기계였다.
바로 차 트렁크에서 야샵을 가지고 와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얼마나 노가다를 많이 해 봤는지. 완전 땅 파는 기계였다.
이것이 ‘새벽별 보기 운동’으로 단련된 일꾼의 자세구나. 삽으로 흙을 미친 듯이 걷어냈다.
순간 빛이 확 밝아졌다.
“그만!!! 좀 천천히, 조심해서 파세요. 뭔가 금방 나옵니다.”
관리인은 나의 명령에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기고 질문하고 싶은 것이 생겨났다. 하지만 질문을 먹었다. 금을 발견한다는 남조선 사내의 능력부터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본 것은 그저 남한의 돈 많은 한량의 모습이었다.
“더 천천히···.”
군관들은 나의 명령에 군말 없이 삽으로 흙을 얇게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 3분,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금인가? 아니···. 비닐이었다. 엄청난 양의 지폐를 감고 있는 비닐이 보였다.
이 돈은 뭐지? 나도 살짝 놀라며 눈이 커졌다.
그 순간 나는 정신을 차리고,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표정 관리를 했다. 난 골든보이야.
땅을 파던 군관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관리인 아저씨와 나만 바라보았다. 하지만 놀란 것은 관리인 아저씨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다시 명령했다.
“뭐 하세요? 돈 챙겨야죠.”
그 이야기에 군관들이 미친 듯이 삽질하여 돈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뽑아냈다.
엄청난 중국 위안화였다. 모두 다 매달려서 돈을 셌는데, 300만 위안, 총 5억이 좀 넘었다.
군관들은 너무 많은 돈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북한 군인 아저씨가 이렇게 많은 돈을 볼 일이 있었을까? 눈알이 돌았다고 해도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을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 금을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다시 명령했다.
“아직 더 있습니다. 더 파보세요.”
나의 명령에 군관들의 눈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망설임 없이 삽질을 시작했다.
이제 금빛이 점점 밝아졌다. 막 금이 튀어나오기 직전이었다.
응?
다시 한번 비닐이 보였다. 안에는 지폐가 보였는데, 미국 달러였다. 30만 달러. 3억5천만 원 정도였다.
앞으로의 일을 위해서 위대한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 남한에서 특별히 보낸 초능력자 정도로 보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근엄한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겨우 30만 달러밖에 없군요. 최소 100만 달러가 나왔어야 합니다.”
100만 달러는 무슨. 돈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나는 온통 인상을 쓰며 다시 한번 관리인을 바라보았다.
“다시 파보세요. 또 나올 겁니다.”
관리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또요?”
“제가 증명해야 하는 겁니까?”
관리인은 손까지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김 선생님.”
군관들은 온몸에 힘이 들어가 다시 삽질했다. 그리고 비닐 안에서 금조각 100개가 튀어나왔다.
금이다!!!
하지만 금괴의 빛이 이상했다. 몇 개는 밝았고 대부분은 어두웠다. 가짜 금괴와 진짜 금괴가 섞여 있는 것이었다.
이 물건의 주인이 뭔가 작업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가짜 금괴였다.
나는 진짜 금 30조각 정도 따로 빼내고 말했다.
“나머지는 가짜 금입니다. 나중에 시간 있을 때 확인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김 선생님
나는 일단 기분이 좋아 활짝 웃었다.
이게 다 얼마야. 대충 8억은 되는군.
이것은 밥값을 뛰어넘는 결과였다.
군관들의 눈앞에, 위안화와 달러 그리고 금이 쌓여 있었다. 그들은 나를 무슨 ‘산신령’ 바라보듯 바라보았다.
하하하 소원 있으면 말해봐. 금도끼 은도끼는 안돼.
관리인 아저씨가 다가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거기에 이런 재물이 있는지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 멘트를 북한에 와서도 해야 하는군.
“골든보이를 믿습니까?”
“저는 사람을 쉽게 믿지 않습니다.”
나이가 든 사람들은 뭔가를 쉽게 믿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믿은 것도 쉽게 버리지 않았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믿을 수 있는 때가 올 겁니다. 그리고 골든보이를 믿어서 손해 보는 일은 없습니다.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늘 행운이 가득하지요.”
군관들이 시장통 놈들을 고문하여 얻어낸 정보로는, 우리가 캐낸 돈은, 중국 돈주 장판석의 돈이었고 북한의 얼음(필로폰)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 묻어 놓은 것이라 하였다
거래 날짜는 바로 내일이었다. 하지만 장판석은 이미 조용히 중국으로 도망치고 있다고 했다.
나는 관리인을 보면서 말했다.
“저는 십 원도 요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돈을 다 당국에 넘길 겁니다. 범죄에 관련된 돈이니 그것이 맞습니다. 다만 이 돈을 찾은 공은 제가 가질 것입니다. 그것을 기억하세요.”
나는 100달러 뭉치를 10개를 꺼내서 관리인에게 주었다.
“10만 달러 정도 비어도 모를 테니 보상을 챙기세요.”
관리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배탈이 나지 않겠습니까?”
“나눠 먹으면 배탈이 나지 않겠지요.”
나는 100달러 뭉치를 7명의 군관에게 하나씩 나눠주었다.
1만 달러. 10년 치 연봉.
사람을 무식하게 패던 놈들이, 달러를 받고 무서워 덜덜 떨고 있었다.
나는 활짝 웃었다.
“자 이러면 모두 공범이 되는 것인가요?”
관리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김 선생님은 공범이 아니지 않습니까?”
“돈 많은 남조선의 돈주에게 이 정도 돈이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 먹어도 밥 한 수저 뜬 느낌밖에 안 됩니다.”
내가 이렇게 보여도, 남한 재벌 3세야. 북한의 돈주랑은 쨉이 안돼.
일단 미션이나 확인해 볼까? 이 정도면 북한 금 많이 캤다~ 몸을 돌려, 바로 미션을 확인해 봤다.
아~~~ 미션 성공 아니네. 가짜 금과 섞여 있어서, 좀 양이 적기는 했지.
실망스럽지만, 어쩌겠나. 내일 다시 탐색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리고 내일도 금을 탐색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관리인께서 저를 도와줘야겠습니다.”
그러자 관리인은 조금은 긴장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든 돕겠습니다. 제가 준비할 것은 오늘과 같이 자동차 정도면 되겠습니까?”
나는 잠깐 생각을 했지만, 정확한 질문을 만들 수 없어서 ‘뜬구름’ 잡는 말을 했다.
“어디를 가야 북조선의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까요?”
관리인은 군인이라 질문 그대로 대답했다.
“공화국의 보물이 가장 많은 곳은 평양이지만, 다른 곳을 말하자면···. 금강산이나 묘향산이 진정한 공화국의 보물이지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아~ 이 아저씨 센스 없네.
“자연 말고 말 그대로 ‘금은보화’가 나올 곳이요.”
관리인 아저씨는 순간 당황하며 더듬거렸다.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것은 우리 김 선생님의 능력 아닙니까?”
이럴 때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했다. 나는 앞에 놓인 돈다발에서 1만 달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앞에 있는 7명의 군관 아저씨들을 보며 말했다.
“자 북한에서 보물이 나올 곳을 답하세요. 가장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분께. 1만 달러를 드립니다.”
그러자 군관 아저씨들은 눈을 번쩍 뜨며 모두 손을 들었다.
“의주. 그곳에 삼합회 놈들이 숨어 놓은 ‘얼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했습니다.”
아. 마약을 찾자고? 내가 마약왕 마르코스냐? 그리고 나는 황금을 보지, 마약은 못 봐.
“장군봉···. 장군님께서 솔방울로··· 쌀을 만드시어.”
야. 솔방울은 수류탄 아니냐? 내가 눈으로 욕을 하자 사내는 찌그러졌다.
“의천대!! 임진왜란 때, 의천 대사가 비바람 지팡이를 휘둘러 왜군을 쓸어 버렸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어. 과거에도 수류석이 있었나? 하지만 나는 이미 물 펑펑 나오는 수류석 있어.
“우리집 뒷산에 할아버지가 숨겨 놓았다는 보물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 혼자 가서 찾아. 누구를 시켜 먹으려고 해.
경복이도 손을 웃으면서 말했다.
“공화국의 보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핵폭탄’ 아니겠습니까?”
나는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뒤질래? 너희 집에 ‘보물 핵폭탄’ 배달해 줄까?”
“우리 같은 아파트 사는데?”
이때 관리인 아저씨가 잠깐 생각하다가, 자신 없게 한마디 했다.
“개성 어떻습니까? 옛 고려의 수도.”
오- 개성? 개성! 뭔가 느낌이 왔다.
나는 관리인 아저씨의 손에 1만 달러 올려놓았다.
“정답! 내일은 개성으로 갑시다.”
관리인이 놀라며 말했다.
“개성에 금이 있다는 말입니까?”
“옛 고려의 수도라면 뭐가 나와도 나올 겁니다. 강렬한 느낌이 왔습니다.”
뭔가. 느낌적인 느낌.
잠깐 생각하던 관리인은, 자신이 아무것도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보고 하겠습니다.”
나는 큰 보스턴 백에 금과 돈을 넣다가 주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직 우리밖에 없습니다. 돈을 더 챙기고 싶으면 챙기세요.”
군관들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지만, 관리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우리 애들도 이 정도면 충분할 것입니다.”
나는 관리인에게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남한과 북한이 사전회담하고 있는 장소로 가고 싶습니다. 제 손으로 직접 이 돈을 당국에 전달하고 싶어서 그럽니다.”
자신은 한 푼도 먹지 않고, 직접 당에 바치겠다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관리인은 나 골든보이를 도와주라는 명령만 들었다.
“모시겠습니다.”
나는 달러와 위안화 그리고 금을 보스턴 백에 모두 다 챙긴 후, 회담장으로 갔다.
북한 대표부나 남한 외교부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것을 두고 입씨름하고 있었다. 판을 깨기 위한 명분 쌓기라고 할 수 있었다.
회담 결렬의 이유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참으로 열정적으로 말했다.
나는 문을 거침없이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고. 고생이 많으십니다.”
나는 북한 대표부 책임자에게 가서 돈이 가득 든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손님이 빈손으로 찾아오다니 좀 예의가 없었죠? 미국 달러 큰 것으로 12개 넣었습니다.”
북한 대표부 책임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있자. 관리인이 그에게 다가가 한동안 설명을 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드린 것은 가벼운 인사 정도입니다. 내일부터 더 열심히 하면 더 확실한 것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외교부가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천재 형님이 한 말을 다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은 생수를 벌컥벌컥 원샷 했다. 그리고 북한 대표부를 바라보았다.
“일단 서울에 북한 대표단을 보냅시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밥만 먹고 와도 됩니다. 그냥 ‘남조선 밥이 맛있군요.’ 이 한마디만 하고 와도 좋아할 겁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맛있는 한우도 사드릴 수 있습니다.”
북한 대표부 책임자가 관리인과 뭔가를 계속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끝내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서울에 우리 대표부를 파견하겠습니다.”
그 이야기에 한국 외교부는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이렇게 쉽게 되는 것이었나?
북한 당국의 분위기가 바뀌자, 우리나라 외교관이 힘을 주어 여러 가지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북한 대표부 책임자가 인상을 썼지만 중요하지 않은 안건이기에, 관리인과 눈을 마주치고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것도 진행하시지요.”
관리인이 다가와 나에게 말했다.
“내일 개성 날씨가 좋다고 합니다.”
나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활짝 웃었다.
“거. 보물찾기 딱 좋을 날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