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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71화 (71/188)

71화

인천 공항 VIP 대기실. 국회의원이나 장관들이 대기했다가 비행기를 타는 곳이다.

우리 3명 외, 20여 명의 외교관이 있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렇게 분위기가 무거운 것이, 외교관이 가장 싫어하는, 사전 조율 없이 바로 회담하러 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협상하는 장소도 중요한데, 평양에서 협상한다는 것은, 우리가 북한에 한 수 접어주고 간다는 의미였다.

외교관이 손꼽는 최악의 조건이라 할 수 있었다.

비행기 시간이 되자, 50대 중반의 방북단 단장이 일어났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조용히 움직입시다.”

다들 머리만 끄덕이고 유령같이 일어나 중국 북경 항공의 일등석에 앉았다.

일등석 칸에는 우리 외교단만 있을 뿐, 다른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정부에서 비밀 유지를 위해서 모든 일등석을 다 산 모양이었다.

경복이와 태경이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분위기에 휩쓸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태경이와 경복이가 수상하다며 작은 목소리로 떠들자 단장이 매섭게 바라보았다. 그의 강력한 눈길에 둘은 꼬리를 내리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핸드폰만 바라보았다.

인천에서 베이징까지 금방이었다. 일등석 식사 한 번에, 차 한잔 마시면 바로 착륙이었다.

태경이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해맑게 ‘아 짜장면 냄새’ 했다가 눈총을 맞았다.

크크크. 병신. 태경이는 나를 바라보면서 왜? 왜? 이런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설명해 줄게. 하하하

외교관들은 환승구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조용히 외교관들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G8 게이트. 북한이 보낸 70인승 고려 항공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두둥~ 지옥으로 가는 비행기.

외교관들은 아무 말도 없이 비행기에 올라탔다. 우리도 뭐에 홀린 것처럼, 그 비행기에 올라탔다.

일등석 의자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수준이 바닥까지 떨어진 듯한 비행기 의자에 앉으니 짜증이 밀려왔다.

태경이가 인상을 쓰며 물었다.

“이 비행기는 어디 항공인데, 이렇게 레벨이 떨어져?”

경복이가 살짝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내가 오는 길에 비행기 이름을 봤는데. 고려 항공이라고 쓰여 있던데? 그것도 한글로.”

“고려 항공? 어느 나라 비행기야?”

이때 단장님이 강한 눈길을 보냈다. 그러자 경복이가 더욱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려 항공이면 북한 비행기 아니야? 저번에 뉴스에서 봤어.”

태경이는 이제서야 놀란 눈이 되어 물었다.

“야. 우리가 북한 비행기를 왜 타?”

“몰라. 하지만 고려 항공이 북한 비행기 맞아!”

“잘못 봤겠지.”

이때 한가인 닮은 스튜어디스가 웃으면서 안전띠를 매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오~~ 진짜 한가인이랑 똑같이 생겼다.

태경이의 머릿속에서는 고려 항공은 금방 사라졌고 한가인만 남았다.

“한가인 젊었을 때랑 똑같이 생겼다.”

경복이도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박혔다.

“진짜 한가인 아니야? 코에 점만 있으면 똑같은데?”

“이따 말 걸어보자.”

“전화번호 따볼까?”

“미친 새끼. 네 얼굴로는 안돼.”

그녀가 우리와 잠깐 눈을 맞추고 웃자. 둘은 좋다며 활짝 웃었다.

병신들. 웰컴 투 더 북조선이다.

저번에 몇억씩 입금한 거 기억하지? 이번에 나 케어 해주는 값도 포함된 거야.

둘이 한가인에게 정신 팔렸을 때,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비행기 안에는 딱 우리만 타고 있었다.

이때 기장이 딱딱한 북한 영어로 뭐라 방송했다. 그리고 소련 비행기 특유의 강한 소음이 들려왔다. 그러다가 귀에 딱 들어온 단어가 있었다.

평양 순안 에어포트.

평양!!!

경복이와 태경이는 순간 패닉에 빠진 얼굴이었다. 나는 태경이와 경복이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한마디 했다.

“안 죽어. 그냥 닥치고 있어.”

그러자 흥분이, 분노로 바뀌며 경복이 태경이가 죽일 듯한 눈으로 다가왔다.

워·워 진정해 친구들. 그렇게 흥분할 것 없잖아.

하지만 순간순간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하하하 나는 이 순간을 위해서 준비한 것이 있었다.

나는 핸드폰의 녹음 파일을 켰다.

“자- 잘 들어봐.”

Take 1.

‘우리 어디가?’

‘북한’

‘하하하’

분명히 북한이라고 이야기했다.

Take 2

‘우리 어디가?’

‘북한’

‘대륙 짜장면은 맛있을까?”

북한이라고 말했는데. 대륙 짜장면이 왜 나와?

Take 3

‘우리 어디가?’

‘북한’

‘북한 가면 방을 따로 잡자. 경복이 코 골아서 싫어.”

‘야 너도 골잖아’

‘너처럼 탱크는 아니야!’

야 너도 북한이라고 했어. 안 했어?

Take 4

‘우리 어디가?’

‘북한’

‘놀러 간 김에 진시황릉도 가볼까? 엄청난 보물을 발견할 수 있잖아.”

진시황릉이 북한에 있냐?

Take 5

‘우리 어디가?’

‘북한’

‘한족 애들이 그렇게 예쁘다더라. 어떻게 썸씽이 될까?’

‘북한 간다니까!!’

‘씨발 새끼 넌 빼고 만날 거야.’

한족이 북한에 있냐?

이것을 다 들은 경복이와 태경이는 순간 얼었다.

“내가 북한이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냐?”

“개새끼야. 농담인 줄 알았지.”

“안 잡아먹어. 5박 6일 동안 호텔에서 주는 밥 먹고 잠자면 끝이야.”

여기에 미션까지 이야기하면 기절한다. 나중에 이야기해야지.

위이이이이잉~~ 러시아제 특유의 엄청난 소음과 함께 갑자기 비행기가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태경이와 경복이에게 낙하산이 있었다면, 당장 뛰어내릴 얼굴이었다.

이미 늦었어. 그냥 받아들여.

태경이가 진짜 놀란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북한을 왜 가?”

뭐라고 이야기해야, 한방에 이해시킬까?

“북한의 높은 사람이 골든보이 콘텐츠를 보고 나, 너, 경복이를 초대해서 가는 거야.”

“북한에 골든보이 구독자가 있다고?”

“그렇다네. 가서 금반지 몇 개 주워서 주면 된다.”

“진짜?”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평양 관광하러 간다고 생각해.”

갑자기 경복이가 실성한 것처럼 낮게 웃기 시작했다.

“내가 북한을 가다니··· 하하하. 씨발 놈아. 살려줘라. 하하하”

우리 셋은 갑자기 실성해서 웃었다. 단장이 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지만, 눈에 광기가 들어온 경복이와 태경이를 보고 고개를 돌렸다.

단장님. 이 새끼들 지금 건들면 큰일나요. 물어요.

평양 순안 공항.

영화 세트장인가? 넓고 넓은 공항에 비행기라고는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 한 대뿐이었다.

하지만 세트장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넓었다.

매우 깔끔한 현대식 건물이었으나 우리 빼고 사람이 없었다. 공항 건물에 있는 사람은 우리, 군인, 공항 관리인뿐.

‘무관세 상점’이라 쓰여 있는 면세점에 상품이 진열되어 있었으나 손님이 없었고. ‘유럽료리 전문식당’이라는 간판이 있는 곳은 불이 꺼져 있었다.

모든 곳이 연극무대라는, 북한에 왔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어느 순간에도 낄낄대며, 밝은 표정을 유지하였던 우리도 쫄아서 찌그러져 있었다.

공항 건물 입구에서 간단한 환영식이 있었고, 앞에 대기하고 있던 리무진 버스를 탔다.

순안 공항에서 평양까지 가는 시간은 꽤 걸렸다. 하지만 너무도 충격이라 창문 밖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순안부터 평양까지의 풍경은 한국의 70년대 시골 그 자체였다.

와···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살지?

핸드폰을 보았는데 로밍조차 끊겨 있었다. 호주 오지에서도 로밍이 되는 구역이 꽤 있었는데···.

우리는 문화적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 이런 나라가 공격해온다고, 전 국민이 쫄아 있던 것인가?

진짜. 니들 밥은 먹고 사나?

너무하다 싶은 북한의 실상에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곧 평양으로 들어섰다.

흠 좀 나은데? 94 대전 엑스포 할 때의 느낌?

평양 안, 꾸민 곳은 그래도 볼만 했지만, 모든 것을 가릴 수 없어, 속살이 보이는 곳은 참담한 곳이 많았다.

그래도 중앙으로 갈수록 고층 건물도 많아지고 자동차도 많아졌다.

특이한 것은 신호등보다 여자 경찰이 나와 신호를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논스톱으로 달릴 수 있었다.

이때 갑자기 거대한 사우론의 탑이 나타났다. 아니 피라미드? 아니면 바빌론의 탑?

류경 호텔이라고 했지만. 내 눈에는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있는 미완성 골조물로 보였다.

언제 완공되는지 물었지만, 돈이 없어서 완공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설마 완공도 하지 않은 저곳에서 자는 것은 아니겠지.

우리 버스가 멈춰 선 곳은 대동강 위, 양각도에 있는 ‘양각도 국제 호텔’이었다.

47층의 건물로. 로비는 분위기가 꽤 멋졌다. 높은 천장과 공산 국가 풍의 각종 장식이 있었다.

하지만 객실 내부는 고급 호텔이라고 하기에는 모자란 구석이 많았다.

침대나 소파, TV 등은 오래되어 보여서 한때 번성했으나 지금은 쇠락한 관광지의 고급 여관을 연상케 했다.

태경이가 룸 컨디션을 확인하며 말했다.

“국제 호텔이 뭐 이래?”

“여기서 살 것도 아니고, 우리가 돈 내는 것도 아니니, 그냥 며칠 묵자.”

“프런트에 전화하면 안 돼?”

“불평 많은 반동분자라고 끌려가면 어떡해?”

그냥. 여기에 있는 거라도 잘 쓰자.

바디 클랜저는 -> 몸물비누.

샴푸는 -> 머리물비누.

컨디셔너는 -> 머리영양물비누.

그냥 비누는 -> 손비누.

샤워캡은 -> 샤와모자.

조금 웃기지만, 한글 이름도 나쁘지 않네.

저녁때 호텔 식당에서 남쪽 외교관들을 위한 환영 만찬이 있었다.

한 상에 백 가지 반찬이 놓이는 코스였다. 못사는 집안에서 빚을 내어 잔치하고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경복이는 넓은 대접에 쓱쓱 비비면서 맛있게 밥을 먹었다.

고사리 반찬, 씀바귀나물, 그리고 고추장과 참기름이 기가 막힌다고 했다. 이놈은 100개의 반찬 그릇을 다 비울 기세였다.

야! 그만 먹어. 남한에서 굶고 온 줄 알잖아. 넌 외교관이라고!

북한이 무섭다고 하던 놈은 어디 갔는지

두 놈은 벌써 낄낄대며 TV를 보고 있었다. 북한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장난치고 있었다.

북한 드라마가 생각나서 내가 한마디 했다.

“여기 도청 장치가 있을 수 있다. 어딘가에서 네가 하는 말 다 듣고 있을 수 있어.”

태경이는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진짜? 진짜?”

“그러니까 말조심해.”

보안 검사를 해서 도청장치는 없었다. 하하하

다음날.

한국 외교관 대표단은 일하러 떠났고, 우리는 호텔에 남아 종일 뒹굴뒹굴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무려 2박 3일을 방에서 밥만 먹고 잠만 잤다. 설마 우리 살찌워서 잡아먹으려는 것은 아니지?

와이파이는 잡혔으나 한국 사이트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TV 채널은 몇 개 없었고. 보고만 있어도 짜증 나는 채널이 대부분이었다.

으아~~~ 답답해~~~.

단장님과 외교관들은 밤늦게 돌아와, 더 늦게까지 회의를 했다.

이쪽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했다.

답답해서 뒤질 것 같았다.

나는 가방 안에 10만 불이 있었다. 그것이 북한에서 얼마만큼의 값어치인 줄 모르겠지만 일단 3만 달러를 꺼냈다.

갑자기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았다. 경복이와 태경이의 가슴에도 1만 달러를 꼽았다.

“야! 씨발 나가자. 답답해 뒤지겠다.”

경복이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미쳤어? 여기 평양이야.”

“평양에는 사람 안 사냐? 나가기 싫으면 말아.”

우리는 우리에게 할당된 나이 든 관리인을 불렀다. 관리인은 바로 달려왔다.

북한에서 1달러면 상당한 금액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짐을 들어주면 10달러, 과자라도 사다 주면 5달러, 음료수라도 사다 주면 5달러.

우리는 그동안 관리인에게 팁을 거침없이 살포했다. 그랬더니 살짝 만 불러도 바람같이 달려왔다.

관리인의 눈빛은 내 속마음을 뚫고 들어와 심부름을 대신해 줄 것 같았다.

나는 말을 돌리는 법이 없다.

“평양에 백화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거기 한번 갑시다.”

“대성 백화점 말입니까?”

나는 지갑에서 100달러를 관리인의 주머니로 꼽았다.

“3일 내내 호텔에 있었더니 호텔 귀신이 될 것 같습니다. 북한 호텔에서 남조선 총각 귀신이 나오면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아주 곤란하지요.”

“평양시민들이 다 가는 대성 백화점이니, 우리가 못 갈 이유가 없습니다.”

“참으로 곤란한 부탁을 하시는군요.”

“남조선의 달러를 빼내는 것이 진정한 과업 달성입니다.”

“거참···.”

나는 200달러를 꺼내 나이 든 관리인의 주머니로 꼽았다.

“더 드려서 갈 수 있으면, 더 드리고요.”

100달러짜리 지폐를 확인하고 관리인이 머리를 끄덕였다.

“남조선 젊은 전주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정말 그런 모양입니다.”

“전주요? 그럼요. 호주에 금광이 있습니다.”

“하하하. 허풍이 그럴듯합니다.”

허풍 아닌데? 어쨌든 분위기만 좋으면 되었다.

나는 품속에서 금조각 하나를 꺼내서 관리인에게 넘겼다.

“우리가 만난 기념품으로 하지요.”

관리인의 눈빛이 바뀌었다.

“남조선 손님이 이렇게 원하는데. 아니 갈 수가 없군요.”

호텔 앞에는 벤츠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택시를 탔다.

양각도에서 나갈 때 검문이 있었는데 관리인이 ‘31호 손님’이라 이야기하니 거수경례를 하며 바로 보내줬다.

31호가 남한 외교관이라는 소리인가? 알게 뭐냐? 드디어 자유다.

든든한 관리인도 있겠다. 이제부터 진정한 북한 관광이었다.

우리는 금방 북한 대성 백화점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손님이 많아서 너무도 놀랐다. 순안 공항과 비교하여, 여기는 정말 사람 사는 곳 같았다.

우리는 1층 식료품점으로 들어갔다. 가방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

한국의 일반 식료품 마트와 다를 것이 없었다. 카트를 끌고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보는 물건들이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궁금하면 그냥 카트에 담았다. 과일, 과자, 음료수를 집히는 대로 마구 담았다.

맛없으면 관리인 아저씨 주면 되지.

컵라면도 종류별로 다 사 봤다. 개고기라면···. 단고기 라면이라고 쓰여 있는 것도 있었다. 이것도 일단 담았다.

가장 맛있어 보이는 것은 반건조 갑오징어와 육포였다. 싹 쓸어 담듯이 담았다.

안주를 샀으니 술을 사는 것이 인지상정. 가장 마시고 싶었던 대동강 맥주와 25도짜리 평양 소주를 왕창 담았다.

호텔 안에서는 단장님이 눈치를 줘서 술을 살 수가 없었다. 들어갈 때 팁을 뿌려서, 몰래 들어가자.

카트에서 물건이 흘러넘칠 것 같이 먹을 것을 많이 샀다. 계산하려고 나도 모르게 신용카드를 내밀었더니 받지 않았다.

신용카드가 안 되나? 그래서 바로 달러로 계산했다.

환율이 상당히 복잡했을 텐데, 머리가 얼마나 비상한 지 바로 계산이 나왔다.

엄청 많이 샀는데, 상당히 저렴했다. 오~ 좋은데?

이때 백화점 2층에 명품점이 보였다.

우리 외교관 아저씨들 매일 고생하시는데 내가 해줄 것도 없고, 집에 계신 사모님 선물이나 하나씩 사주기로 마음먹었다.

한글로 샤넬. 샤넬 명품 판매점이 보였다.

남자들은 이것저것 보지 않는다.

“가장 많이 나가는 무난한 립스틱이 뭔가요?”

샤넬 판매점 여자 점원은 길게 설명하려 하고 있었다. 아. 알았고요. 그러니까. 그게 어떤 거냐고요?

빨간 것 같으면서도 핑크인 립스틱.

“그거 21개 주세요.”

“네? 21개요?”

가격이 나왔는데. 1층과 달러 환율과 달랐다. 식료품점의 환율은 '생활 환율'을 적용했고. 명품점의 환율은 '공식 환율'로 계산했다.

'생활 환율'은 실제 일반 시장에서 쓰이는 환율이고, '공식 환율'은 여행지나 사치품에 매겨지는 환율이었다. 그래서 명품점의 명품값은 진짜 비쌌다.

하지만 나는 돈 많은 쩐주~ 언제 또 북한 백화점에 오겠어.

대한민국의 Flex를 보여주지. 바로 100달러 지폐를 쏟아내 바로 계산했다.

21개를 모두 포장하게 했고 그중 한 개를 관리인 아저씨에게 주었다.

“사모님 가져다드리세요.”

“아니 이렇게 귀한 것을···.”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남조선 전주니까. 부담 없이 받으세요.”

이상한 것은 내가 한국말을 쓰고 있는데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중국 조선족 중에 한국에서 오래 생활하여 한국말을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이 평양에 심심치 않게 놀러 왔기 때문이었다.

나온 김에 가장 유명하다는 들쭉주도 21개 사서 쌓아 놓았다. 겨울 월동 준비를 끝낸 다람쥐의 넉넉한 마음이랄까?

관리인 아저씨 아들에게 주라고 1,000달러짜리 델 노트북도 하나 사줬다.

델이면 미제인데···. 미 제국주의 물건이 들어와도 되냐?

답답했던 마음을 쇼핑으로 풀었더니 카트가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이때 아까 벤츠 택시를 몰았던 운전기사가 올라왔다. 그러자 관리인이 택시 운전사에게 카트의 물건을 차에 실어 놓으라고 명령했다.

짐이 사라지자 마음이 편해졌다.

이때 눈에 보이는 푸드 코트. 피자, 햄버거, 스파게티 등이 보였다.

다 시켜봤는데. 땡기는 맛이 아니었다. 뭐랄까? 시골 장터에서 할머니가 본인이 한 번도 먹어보지 않은 스파게티를 만들어준 느낌?

특히 콜라가 코카콜라가 아닌 북조선에서 생산한 밍밍한 설탕물이었다. 이러니 피자, 햄버거가 맛이 없지.

그래서 햄버거 하나로 셋이 나눠 먹고 있던, 옆 테이블의 북한 애들에게 몽땅 줬다. 용돈도 1달러씩.

먹던 것을 그냥 버렸으니, 나머지는 다 새것이니까 마음껏 먹어라.

우리는 다시 그 벤츠 택시를 탔다.

그리고 호텔로 기분 좋게 들어가는 길.

나는 정색한 얼굴로 관리인 아저씨에게 말했다.

“우리는 금을 찾으러 남한에서 왔습니다. 자리를 만들어야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위에다 말씀드려 주세요.”

이 나이 든 아저씨가 모든 관리인을 모아 놓고 잠시 교육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미션을 받았다.

<<특별 미션 : 북한의 황금을 발견하라.>>

더 이상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수 없었다.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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