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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70화 (70/188)

70화

나와 경복이가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입원한 곳은. 한국대 병원 VIP 병동.

돈이 아무리 많아도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으나, 서 비서관님이 힘을 써서 병실을 잡을 수 있었다.

“이경복 환자님. 화상 집중치료실로 가겠습니다.”

죽는소리하던 경복이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는 얼굴로 미녀 간호사를 따라갔다.

경복이를 보내고 나 혼자 평온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으나··· 바.빴.다.

수류석을 어떻게 쓸지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호주의 이 교수님께 전화했다. 그리고 이번에 들어오는 B-5 구리 광석 화물선에 석유 시추 시설을 같이 보내 달라고 했다.

-석유 시추 시설이라고 했나?

호주에서도 석유를 생산하고 있으므로, 남는 석유 시추 시설을 찾아 한국으로 보내는 것은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에 석유 시추 시설을 왜 보내?

이 교수님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어 몇 번을 물었지만,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묻지. 목적지가 한국이라고?

“···예 교수님.”

-지하수를 뽑을 것은 아니겠고···.

“하하하. 그렇죠?”

-그럼 한국에 석유가 있다는 말인가?

나는 밝은 얼굴로 대답했다.

“흠···. 한국에서 살았던 공룡이 100% 놀았던 것은 아닙니다. 열심히 했던 애들이 있어요.”

다른 나라 공룡은 열심히 해서 석유가 되었는데, 우리나라 공룡은 도대체 뭐 한 거냐?

나의 말에 교수님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석유 시추 장비를 보내지···

교수님. 곧 기적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인화 자원개발 서 상무님을 불렀다.

방화 사건으로,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임시 사무실을 준비 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상무님께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땅 좀 알아봐 주세요.”

“새로운 사무실을 지을 곳입니까?”

“그게 아니라···.”

도로가 닿아 있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엄청 넓은 땅을 구해 달라고 했다. 석유 냄새가 좀 날 수 있으니 강원도나 전라도 오지가 좋을 것 같았다.

“유조차 30대 분량의 석유 저장고를 3개 정도 지으세요.”

“석유 저장시설을 만든다는 말씀입니까?”

석유를 뽑아내면 담아야 하니 그렇지···

“그렇습니다.”

“갑자기 이런 명령을 내리는 것에는, 뭔가 이유가 있겠군요.”

“프로젝트가 좀 더 구체적으로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서 상무는 사장이 자신의 상식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방향성이라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제가 그것에 맞춰서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뭔가 그럴듯한 ‘명분’을 생각해 내야 했다.

“석유 채굴 테마파크 정도로 할까요?”

서 상무님은 나를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석유 채굴 테마파크라니? 연기를 먹어서 어딘가 이상해졌나?

서 상무는 가볍게 웃으면서 물었다.

“하하하. 진짜 석유가 나오는 것은 아니죠?”

나도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나오면 좋죠.”

“···”

서 상무님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머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이때 청와대 서 비서관님이 들어왔다.

“김 대표님. 몸은 괜찮습니까?”

북한에 갈 수 있나 확인하러 온 것인가? 좀 쉬고 싶은데···.

아! 생각해 보니 미션을 받았지···.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군.

사실 ‘청와대의 칼’이 필요한 시점이니, 내 값어치를 보여줘야 할 때였다.

“덕분에 좋은 병실에서 잘 쉬고 있습니다. 다 서 비서관님 덕분입니다.”

“김 대표님은 저희가 따로 모시는 중요한 분입니다. 이 정도는 당연하지요.”

나는 정색한 표정으로 서 비서관님을 바라보았다.

“이번 화재 사건은 방화입니다. 동의하시지요?”

서 비서관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방화입니다. 소방과 경찰, 모두 그렇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범인은 잡혔습니까?”

“건물 경비원을 기절시키고 사무실 복도와 계단에 ‘신나’를 뿌렸던 범인이 잡혔습니다. 방화 전과 7범의 미친놈입니다.”

나는 인상을 쓰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설마 그놈만 감옥에 집어넣고 끝내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전과 7범의 방화범이라, 꼬리 자르기에 적당한 인물이었다.

서 비서관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럴 리가요. 이미 그놈에게서 방화를 지시한 사람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누구입니까?”

“인화 그룹 사모님의 개인 비서였습니다.”

비서는 그냥 ‘시다바리’ 일 뿐이다.

“비서가 이 모든 것을 진행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요?”

“지켜보는 눈이 확실하면, 검찰은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이미 비서 입에서 회장 사모님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입금된 3억의 돈이 여사님에게서 나왔다는 증거도 확보했습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증거가 확보되었어도,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힘 싸움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러자 서 비서관은 다른 때와 다르게 무섭게 정색하고 말했다.

“청와대와 인화 그룹을 비교하는 것은 삼갔으면 합니다. 우리는 결단하면 합니다.”

무섭다. 역시 권력의 정점.

나는 머리를 숙여 보였다.

“죄송합니다. 비서관님. 북으로 가야 하는데 걱정이 많아서 그랬습니다. 이번 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제가 없는 동안 우리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도 마수가 닥칠 수 있습니다. 확실하게 처리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청와대’가 지켜 보고 있습니다. 장난질 따위는 없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쪽 손이 닿는 사람으로 배정했습니다. 아주 확실히 처리할 것입니다.”

“얼마나 생각하십니까?”

서 비서관님의 눈빛이 빛났다.

“살아서는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나는 만족스럽게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김 대표님은 이번 일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북한에서 저를 원하여 간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무엇을 하러 가는 것입니까?”

서 비서관은 잠깐 생각했지만,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직 정해져 있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북한에서 원하는 것이 있으면, 들어봐서 가능한 것을 해줄 수 있습니다.”

어차피 원하는 것은 뻔했다.

“아무래도 금을 찾는 것이겠지요?”

이때 서 비서관이 나에게 여권 3개를 주었다.

나, 경복, 태경이의 임시 외교관용 여권이었다.

보통의 외교관 여권하고 같았지만, 임시라 유효기간이 극히 짧았다.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대한민국의 외교관 여권은 그렇게 가볍지 않습니다.”

나는 여권을 만지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든든하군요.”

“방문단 단장과 이야기하여. 도와줄 수 있는 것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조금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항상 대통령의 일에 열정적이었던 서 비서관의 말에 열의가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으나···. 이번 일은 평소의 비서관님과 다르게 열의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서 비서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냉장고에서 캔녹차 하나를 꺼내 들었다.

“한잔 마시겠습니다.”

“얼마든지요.”

단숨에 캔녹차를 비운 서 비서관이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 일은 무리한 면이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보수층을 기반으로 당선되셨는데,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남북회담' 같은 도박에 승부를 걸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걱정입니다.”

“무슨 상황인지 이해했습니다.”

최근에 ‘보수층’ ‘진보층’ 둘 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니··· 승부를 걸어도 손해 볼 것은 없다고 대통령은 계산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판사판’이니 못할 것이 없다.

서 비서관은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아무런 성과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다만 야당 사람들이 공격할 꼬투리를 남기면 안 됩니다. 그러니 골든보이님도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방북'이 멀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 쾌차하시길 빌겠습니다.”

서 비서관님이 떠나고 1시간쯤 지났을 때, 경복이와 태경이가 생과일 음료를 마시며 희희낙락 들어왔다.

태경이가 생과일주스를 내려놓았다.

“병자에게 과일이 좋다고 하더라.”

나는 화상 치료를 받고 돌아온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몸은 좀 어때?”

“담배빵 몇 개만 남을 거라고 했다. 괜찮아.”

“그래. 수고했다.”

나는 고마움은 무게나 숫자로 표시하라고 배웠다. 그래서 태경이와 경복이의 통장으로 4억씩을 날렸다.

화마에 죽을 뻔한 날. 목숨을 걸고 나를 구해준 그 일은 잊을 수 없었다.

둘 다 입금 메시지 문자를 보더니 놀라며 말했다.

“4억은 뭐야? 뭔데 이렇게 큰돈을 줘?”

“목숨을 빚졌는데, 말로 때울 수 없잖아.”

경복이가 그 순간을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거기를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다음에도 살려줄 거지?”

경복이는 입금된 메시지를 확인하고 웃었다.

“이 정도 입금이라면, 즉각 출동해야지.”

나는 태경이와 경복이에게 외교관 여권을 나눠주었다.

“잠깐 밖에 나갔다 오자.”

태경이는 손에 든 여권을 보고 말했다.

“오! 신상 여권. 해외여행 좋지~.”

“조용히 나갈 거야.”

경복이가 외교관 여권인 것을 확인하며 말했다.

“이것은 어디서 났어?”

“서 비서관님이 주고 가셨다.”

“조용히 나가라고, 외교관 여권을 준 건가?”

이제서야 외교관 여권인 것을 확인한 태경이가 놀라서 말했다.

“오. 외교관 여권? 진짜 내 사진이네. 내가 진짜 외교관이 된 거야?”

“임시로 등록되었다. 설레발치지 마.”

“이거 들고 어디로 가는데?”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북한.”

“북한?”

하하하. 우리는 다 같이 웃었다.

“아오지 탄광으로 석탄 캐러 가냐?”

나는 일등석 중국행 비행기 표를 나눠주었다.

일단 베이징 공항으로 갔다가, 북한으로 들어가는 비행기로 갈아탈 예정이었다.

태경이는 비행기 표를 보며, 표정이 확 밝아졌다.

“중국이구만. 베이징~~~ 저번에 못 먹은 대륙 짜장면이나 먹고 오면 되냐?”

나는 분명, 북한이라고 말했다.

이놈들은 내 말을 늘 ‘띄엄띄엄’ 듣는다. 그래서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

“북한에 갈 거야?”

나는 분명 북한이라고 말했지만, 두 명의 머릿속에는 ‘베이징 대륙 짜장면’으로 입력되었다.

고장 난 건가?

“당연히 가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경이와 경복이를 꼭 안았다.

“멋진 새끼들. 역시 너희들밖에 없다.”

“베이징 가면 마오타이주 사주냐?”

“마오타이 할배주라도 사줄게.”

“좋아. 가자!”

얼마 후, 우리집과 경복이네 가족이 병실로 와 한바탕 떠들썩하게 웃었다.

다른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사건에 대한 진실을 숨기고, 동종 전과가 있는 미친 방화범이라고 이야기했다.

아버지의 표정만 어두웠는데, 왜 이번 사건이 일어났는지 예상하였다.

그래서 따로 아버지를 불러서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러자 머리를 끄덕이고 나를 꽉 끌어안으며 미안하다고 했다.

아버지가 미안하실 필요 없어요. ‘깽값’은 확실히 받아낼 생각입니다.

모두가 떠나고 이제 병실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나는 조용히 병원에서 나와서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러자 선 과장이 조용히 따라붙었다.

차에 타자 선 과장이 물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할아버지를 뵈러 현산 병원으로 갑시다.”

“네. 회장님께 모시겠습니다.”

현산 VIP 병동의 할아버지를 뵈러 갔다. 이제 병동에는 경호원도 없었다.

나는 조용히 할아버지가 계신 병실로 들어가 인사하고 옆에 앉았다.

그리고 담담하게 지난 화재 사건에 관해서 이야기를 쭉 했다.

“할아버지. 사모님이 구속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정신병자의 마음을 위해서, 정상적인 사람들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의사에게 할아버지 상태에 관해서 물어보았는데, 아무런 상태 변화가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머리에 있는 숫자는 78%

미션 성공으로 받은. 진생 심향환이 작동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꽉 쥐었다.

“저는 할아버지가 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이때 방안으로 고급 양복을 입은 깔끔한 늙은이가 들어왔다.

'혹시'라는 생각을 하며 살짝 긴장했지만, 딱 봐도 폭력을 쓸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명함을 하나 넘겨줬는데. 한국 3대 로펌의 책임 변호사였다.

“김 대표님. 저는 태산 로펌의···”

나는 단칼에 말을 잘랐다. 할 말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저는 하고 싶은 말이 없습니다. 그냥 돌아가세요.”

“김 대표님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줄 압니다. 하지만···”

“안다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는 사실도 아시겠군요.”

책임 변호사는 안타까운 표정을 연기하며 말했다.

“그분은 큰 정신병을 앓고 계신 병자입니다. 심신미약 상태이지요.”

“정신병자이니 용서해줘야 한다고 말해주러 오셨나요?”

“이미 정신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정신병원에 넣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비린 웃음 만들었다.

“사건에 대해서 도저히 변호가 안 되니,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셨군요. 참으로 답답하시겠네요. 태산 로펌이 겨우 ‘심신미약’이라니 좀 실망입니다.”

변호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머리를 숙였다.

“김 대표님이 마음 넓게 '용서'해 주시면, 모든 것을 좋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집안 '식구'지 않습니까?”

나는 짜증을 내며 인상을 구겼다.

“그 사람들은 한 번도 우리를 '식구'로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가족 간의 '갈등'은 언제나 있기 마련입니다.”

“차 사고로 죽이고, 납치를 시도하고, 방화로 태워 죽이려 하는 가족도 있습니까?”

변호사는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길게 생각하다가 머리를 깊게 숙였다.

“합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만족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형사 사건인데···. 합의가 어떻게 돼요? 변호사 맞습니까?”

“합의해주시고. 청와대만 치워주면, 뒤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잘 관리하겠습니다.”

“평생 관리가 안 됐는데. 지금이라고 관리가 되겠어요? 다시 또 시도할 겁니다. 이번 사건으로 야근하던 한 가장이 연기에 질식하여 죽었습니다! 그 늙은이는 살인자라고요! 그냥 풀어주면 '연쇄살인마'가 될 겁니다.”

“그분들에게 충분히 보상할 것입니다. 대표님.”

나는 진심으로 분노를 터트렸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충분히 보상돼! 이 새끼야!!”

“대표님···.”

나는 겨우 분노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재벌집 도련님의 차가운 얼굴을 만들었다.

앞에 있는 변호사는 그냥 인화 그룹이 키우는 개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내가 쓸데없이 흥분했네.”

나는 변호사를 보다가 옆에 놓인 의자에 천천히 앉았다. 그리고 건방지게 다리를 꼬았다.

“내가 직접, 정신병자가 키우는 개랑 말을 섞을 필요가 없지.”

변호사의 표정이 구겨졌다.

“말씀이 좀···.”

나는 냉정한 미소를 지으며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정신병자가 정말 미쳐서 그랬다면···. 사려분별을 못 할 거야. 그러면 뭐가 중요한지도 모르겠지?”

“돈은 원하시는 대로 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얼마나 주시려고? 나 돈 많은데?”

“얼마를 원하십니까?”

“돈은 필요 없고, 할멈이 가지고 있는 인화 물산 주식을 모두 넘기면 합의는 물론 탄원서까지 써주지.”

“인화 물산 주식을요?”

“미쳤으니까. 넘길 수 있을 거다. 하하하”

모든 권력은 주식에서 나온다. 그래서 할멈은 그 주식을 무덤까지 가지고 갈 것이었다. 나이가 들면 권력에 집착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합의하려면 본인이 오던가, 최소 자식이라도 와야 하는 것 아닌가? 기본이 안 됐어. 기본이.”

“그것은···.”

“그래 안 오겠지. 원래 그런 사람들이니까.”

나는 할아버지에게 정중하게 인사하였다.

“못난 꼴 보여 드려서 죄송합니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는 병실을 떠났고 선과장이 뒤를 따라붙었다.

그러자 변호사가 다급하게 따라와서 말했다.

“저희 조건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시간을 주세요.”

나는 갑자기 멈춰서 변호사에게 말했다.

“그 조건, 사모님에게 직접 듣겠습니다.”

“직접이요?

“싫으면 그냥 가겠습니다.”

변호사는 어딘가 전화하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경기도 외곽의 한 대형정신병원으로 갔다. 그리고 그곳의 특실로 향했다.

나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이를 한번 악물었다가, 표정을 최대한 풀며 안으로 들어갔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괜찮은 곳이네요. 미쳐서 날뛰는 정신병자들과 함께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습니다.”

사모님은 자신의 죄 따위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벌써 이곳을 지겨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눈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네놈이 웬일이냐?”

“저는 사모님이 저를 보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 그냥 갈까요?”

“긴말 필요 없고, 자동차 주식으로 500억을 주겠다. 합의서나 쓰고 가.”

나는 귀를 파면서 말했다.

“저는 분명 인화 물산 주식 전부를 달라고 한 것 같은데요.”

“건방진 놈! 어서 강짜야!”

나는 차가운 눈빛이 되었다.

“할매, 미친 척하는 거야. 미친 거야? 상황이 파악이 안 돼? 내가 집에서 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야. 아니면 감옥에서 뒤져야 해.”

사모님은 나의 말투에 충격을 받았는지 몸을 덜덜 떨었다.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겠지.

“네 이놈!”

“이놈이고, 저놈이고. 그 정도 살았으면 '사리 분별'은 하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사람이 기본은 하고 살아야지!”

나는 변호사를 보며 화를 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주변에서 아무 말 없이, 똥 치워주고, 잘한다 잘한다고 하니까, 이 할매가 사방에 미친 짓 하고 다니잖아! 그러다가 로펌에서도 구린내가 날 수 있어.”

변호사는 입을 열었다가 쓴 입맛으로 입을 닫았다.

사모님은 악을 쓰며 말했다.

“멍청한 아랫놈들 때문에, 내가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나는 크게 비웃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할매가 상진이 형 시켜서 보낸 애들 진짜 별로더라. 하나 같이 '비리비리'해.”

사모님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번에 확실히 대를 끊었어야 했는데!!”

“할매 500억에다 500억을 더하면 얼마야?”

사모님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자동차 주식을 천억이나 달라는 것이냐?”

그 순간 나는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우리 할매 본인이 살인 교사를 했다고 자백도 하고, 억 단위 계산도 잘하고, 무슨 주식이 더 좋은지도 확실히 잘 아는 것으로 보아. '심신미약'은 안 되겠다.”

태산 로펌이 하려고 했던 ‘심신미약 전략'은 이번 녹음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할멈. 잘 들어. 인화 물산? 인화 그룹? 다 좆도 아니야. 할매가 뒤지기 전까지, 내 손으로 인화 그룹을 박살 낼 꺼야. 알아들어?”

“미친 새끼!!”

“미친년은 할매고. 정신병원에 온 것은 내가 아니라. 할매야. 알아? 진짜 미친 건가? 하하하”

“모든 것이 네 마음대로 되지 않을 거다.”

나는 사모님을 노려보았다.

“내가 이번에 북한에 가는데, 특별히 열심히 해서 북조선 금을 싹 쓸어 올 거야, 그리고 그 금으로 칼잡이들에게 넉넉히 기름칠해야지. 그럼 우리 칼잡이들이 우리 할매를 예쁘게 수술해 줄 거다. 관짝 들어갈 때 예쁘게 들어갈 수 있으니 참 좋겠다. 그지?”

사모님은 지지 않으려 소리쳤다.

“웃기지 마. 나를 지키는 법원의 종들이 사방에 널려 있어.”

나는 더욱 자신 있게 말했다.

“제갈 집사 아저씨가 장부 가지고 있지 않나? 그리고 장부는 가지고만 있는 거지. 쓰는 거 아냐. 재벌 생활 오래 했다며 기본도 몰라? 할매 진짜 노망났어?”

사모님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제갈 늙은이도 네가 빼돌렸구나.”

나는 낮게 웃었다.

“할매 지금이 최악이라고 생각하지 마. 앞으로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해. 교도소 겨울은 추워. 하지만 걱정하지 마. 내가 할매 뒤지기 전까지 ‘사식’하고 ‘영치금’ 넣어줄 테니까.”

“버러지만도 못한 놈! 어서 꺼져!”

“싫어? 싫으면 말고. 오래 못 볼 건데, 미리 절 두 번 해줄까? 하하하”

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병실을 떠나며 한마디를 남겼다.

“Winter is coming. 할매. 하하하.”

사모님은 부들부들 떨었고 나의 웃음소리는 계속 울렸다.

행복하게 북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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