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69화 (69/188)

69화

북한에 가기로 한 대한민국 외교단은 '밀사'에 가까웠다. 협상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모르니, 공식 대표단을 보내기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런 불안정한 외교전에 ‘나’를 데리고 가는 이유는 북한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우리 구독자가 있나?

유투뷰도 안 되는데···. 무슨 구독자가 있겠어.

출발은 일주일 뒤.

담담한 척하고 싶지만···. 은근히 떨린다.

경복이와 태경이도 같이 데리고 갈까? 생각했지만,

‘사고 치고’ 다 같이 아오지 탄광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말 안 하기로 했다.

호텔에 샴푸와 린스가 없다고 하는데. 사실일까? 북한에 뭐가 있는지 모르니, 출장 준비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이때 순간 ‘이상하다’ 생각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대통령이 나에게 ‘북한에 가지 않겠냐’고 물어본 ‘순간’ 미션창이 떴다.

시스템이 나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 ‘타이밍’에 미션창을 띄울 수 없잖아.

그래서 보안과 고 과장님을 불러서 내 방과 내 몸에 도청장치가 있는지 확인했다.

보안과 고 과장님이 매주 핸드폰, PC, 사무실 등을 보안 검사하기 때문에 자신 있게 이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에 펄벅 교수님의 태양광 셀 설계도가 넘어간 사건 이후로 더욱 보안 검사를 강화했다.

이제 가장 의심스러운 내 ‘몸뚱어리’ 차례.

'국민 여러분. 내 머릿속에 도청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9시 뉴스데스크로 쳐들어가 소리쳤던 정신병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금속탐지기로 내 몸을 확인했으나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좀 더 확실하게 하려고 MRI까지 했는데 너무도 깨끗했다.

어떤 장치도 없다는 말이지? 그럼 뭐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었다.

답이 없으면··· 고민하지 말자.

답도 없는데 고민하는 것은, 내 스타일 아니다.

나는 '공식적'으로, 나라와 민족의 소원인 통일을 위해서(?) 북으로 가는 것을 흔쾌히 허락했다.

그렇다면 청와대에서 뭔가 뜯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살짝 서 상무님께 원하는 것이 있는지 물었더니···. 청와대에 민원 하나면 넣어 달라고 했다.

뭔데? 뭔데?

바로 국가에서 진행하는 '전국 태양광 마을 만들기 사업'에서 조건을 변경해 달라는 것이었다.

인화 그룹과 LD 그룹의 합작한 태양광 케미컬 회사는 규모가 크니 ‘안정성’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이기기 힘들었다. 그래서 평점 기준에서 ‘기술 점수’를 올려 달라 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63% 태양광 셀에 대해서, 피부에 와 닿게 설명하자면,

지붕 위를 태양광 모듈로 덮고 온종일 햇볕을 받으면, 에어컨을 3시간 동안 돌리거나, 겨울에 4시간 동안 보일러를 돌릴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었다.

아무리 더워도 전기세를 아낀다고 에어컨을 못 틀게 했던 우리집에 당장 설치하고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이 엄청난 것도, 징검다리 역할일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연구하는 태양열 플라스마 발전이 완료되면. 전기 생산을 개인이 하는 시대가 오며. 남는 전기를 국가나 기업이 사는 시대가 올 것이라 했다.

펄벅 교수는 나의 얼굴을 보다가 눈을 크게 뜨며 손뼉을 쳤다.

“아!!!”

그리고 A4 용지에 복잡한 수식을 적기 시작했다. ‘천사님의 얼굴’을 보았더니, 막혔던 부분이 갑자기 떠올랐다고 했다.

경복이가 웃으면서 나에게 말했다.

“김일성처럼, 네 사진을 연구소에 달아 놓는 것은 어때?”

펄벅 교수가 물었다.

“김일성이 누구입니까?”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북한 애들이 말하는 위대하신 수령동지가 있지요.”

“수령 동지? 그게 뭡니까?”

“흠. 영어로... Great King?”

태경이가 한마디 했다.

“크크크. 이 미친 빨갱이 새끼. 위대한 왕이 뭐냐? 주사파로 안기부에 끌려가고 싶냐?”

“그럼 수령 동지를 뭐로 설명하지?”

“흠···. 구글 번역에 물어봐.”

구글 번역기에 돌리니··· ‘받은 친구’

이게 뭐야? 수령(받은) 동지(친구) 흐흐흐. 다시는 안 쓴다.

삼 대째 북한에서 왕 노릇 해 먹고 있으니 ‘왕’은 맞다.

수령은 보호해주는 ‘대장’ 느낌인가?

나는 살짝 자신 없게 펄벅 교수에게 말했다.

“수령 동지는··· ‘보호해주는 왕’. 그런 겁니다.”

하지만 펄벅 교수님은 감동한 얼굴로 말했다.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천사님과 같은 분이군요.”

경복이가 나를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크크크. 이 새끼. 위대하신 수령 동지와 동급이 되다니. 영광으로 알아. 새끼야.”

“이 위대하신 수령 동지님께 ‘렬렬히’ 맞고 싶냐”

“핵폭탄으로 때려줘. 다른 것은 너무 약해.”

나는 허리를 돌리며 말했다.

“내 하반신에 있는 ‘핵 채찍’으로 때려줄까?”

“어린이 젓가락으로 뭘 할 수 있겠냐?”

“내 핵 채찍 한 번이면, 이쁜이들 백 명씩 홍콩으로 보낼 수 있어! 부럽지?”

“유엔 핵 제재 결의에 따라서, 절대적이고 불가역적이며 완벽한 ‘거세’를 해줄까?”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어디서 감히 내 보물 1호를!”

“‘황금 보는 눈’ or ‘소중이 1호’ 둘 중에 하나만 가질 수 있어. 어떤 것 가질래?”

“당연히 소중이 1호지! 장난하냐?”

“쓰지도 못하는 거, 겁나 아낀다.”

나는 온 근육에 힘을 주며 남자답게 말했다.

“불 한번 붙여 줘봐. 한 번에 터지는 것 보여줄게.”

“한 번에 터지면, 소중이는 없어지는 거야? 그럼 기저귀가 필요하겠는데?”

나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남의 보물을 왜 일회용으로 바꿔?”

“한 번에 터지면, 20년 동안 모은 엑기스가 한방에 나오는 건가?”

태경이가 낄낄 웃었다.

“엑기스 뽑고 나면, 동자공을 잃은 사람처럼 쭈글쭈글해지는 것 아냐?”

“그럼 골든보이가 아니라. ‘올드보이’가 되는 거지.”

파하하하, 태경이와 경복이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나의 분노 게이지 200% 돌파.

옛말에 복수는 날이 서 있는 ‘지금’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폭력으로 하는 복수는 ‘약하다.’ 강한 것으로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복수를 바로 실천했다. 으흐흐. 너도 ‘위대한 왕의 손자’를 만나게 해주지.

청와대에 연락하여 이번 방북자에 태경이와 경복이를 넣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살짝 힘들다고 하였는데, 그럼 나도 못 간다고 했다.

무조건 넣어. 안 넣으며 나도 안가.

곧 경복이와 태경이는 본인도 모르게 북한행 당첨.

으하하 ‘뭉치면 살고 쫄리면 죽는다.’ 북한 가도 쫄지마라. 씨발놈들아.

이때 맥스먼에게서 위성 전화 연락이 왔다.

약간의 시차가 있으나 바로 옆에서 전화하는 것 같았다.

-보스. 늙은이가 별장에 도착했어.

제갈 집사가 호주에 도착한 것인가?

“맥스먼. 수고했어요. 그분 몸은 괜찮은가요?”

-일본에서 진찰을 받고 치료해서, 조금만 더 쉬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네.

이때 제갈 선우 그룹 총괄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 대표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곳이라면 한동안, 조용히 쉴 수 있을 것입니다. 몸조리 잘하세요.”

제갈 집사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저에게 원하는 것이 있습니까?

그냥 다 까 놓고 말하자. 돌려서 말하기 귀찮다.

“저는 회장님의 비자금 같은 것은 조금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아직 회장님이 살아 계시는데 비자금을 먹겠다고 하는 놈들이 미친 것 아닌가요?”

제갈 집사는 그래도 나를 의심했다.

-말 그대로 믿기는 좀 어렵군요.

미션에서 도와주라고 했으니까 도와줬지. 사실 잡히든 말든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니 미션에서 말한 조력자를 구한 것인가?

나는 혹시 몰라 품속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안주머니에서 새로운 수류석 한 쌍이 튀어 나왔다.

역시나 미션에 성공했다는 말이군.

그렇다면 제갈 집사는 더욱 나와 관계가 없다.

나는 수류석을 태경이에게 넘겨주었다.

주머니가 너무 볼록해.

“혹시 저를 믿기 어려우시면, 맥스먼 씨에게 말해서, 시드니 공항으로 가세요.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으로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갈 집사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흠···. 한동안 신세를 지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제가 겪었던 상황이 너무도 좋지 않아, 무례했던 점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 점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다만. 위성 전화를 드릴 것이나 전화하시다가 현재의 위치가 발각되면 매우 위험합니다. 주변에 아무런 보안 장치가 없다는 것만 알아 두세요.”

-그렇군요.

“맥스먼 기장에게 말해서, 권총이라도 구해 주라고 할까요?”

제갈 선우 집사는 잠깐 말이 없다가 낮게 말을 이었다.

-흉한 물건은 되었습니다.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것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 같군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맥스먼에게 말하세요. 그가 알아서 구해 줄 것입니다.”

제갈 선우 그룹 총괄 비서는 침통하게 말했다.

-김 대표님이 저를 두 부회장님에게 비싸게 팔아넘길 가능성이 크지만 믿을 수밖에 없군요.

“뭐 저를 믿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만 기억하세요.”

-무엇을 말씀입니까?

“할아버지께서 다시 일어나실 겁니다.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제갈 집사는 살짝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

오···. 도련님. 제갈 집사가 나를 집안의 사람으로 인정한 순간이었다.

“네. 편하게 쉬고 계세요.”

일단 제갈 집사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등에 있던 짐 하나를 내려놓은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인화 솔라에서, 회사로 돌아왔을 때는 밤 12시.

회사에 도착하면 거수경례하는 경비 아저씨가 있을 줄 알았는데 화장실 가셨는지 아무도 없었다.

순찰 가셨나?

회사에 들어갔더니 서 상무님은 회사 일이 많았는지 퇴근하지 못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고생하는 서 상무님을 위해서 참치를 먹기로 했다.

내가 먹고 싶어서 사는 것 아니냐고?

....어쨌든 내가 쏘잖아. 그럼 메뉴 정도는 내가 고를 수 있게 해주라.

생참치는 한우와 쌍벽을 이루는 존재.

하나의 생명체 안에서, 부위 별로 어쩜 그렇게 다른 맛이 나는지 놀랍다. 어떤 참치 부위는 소고기와 맛이 똑같았다.

세상은 넓고 맛있는 것은 많다.

중요한 것은, 그 맛있는 것은 서울에 몰려 있었고. 비쌌다.

이것이 바로, 서울에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 자! 힘내서 돈 벌자.

“야! 실장 스페셜로 넉넉하게 6인분 사와.”

가위바위보 해서 진 태경이가 참치를 사러 갔다.

아침 점심 저녁 중, 가장 맛있는 끼니를 고르자고 하면. 바로 야식.

뭘 먹어도 맛있다. 이러니 살찔 수밖에···

참치와 술은 금방 바닥났고 우리는 입맛을 다셨다.

한 병에 취한 서 이사님은 벌써 퇴근했고,

우리 3명은 다시 가위바위보를 해서 교대 곱창전골을 사 가져 오기로 했다. 너무 늦어서 배달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지.

역시나 이번에도 걸린 것은 태경이. 투덜투덜하면서도 회사 근처 곱창전골집으로 갔다.

경복이는 소주를 왕창 사 온다며 태경이와 같이 나갔다.

인간이 아닌 새끼. 나는 앞으로 한 병 끝이다.

술을 쉬니까, 갑자기 급 피로하네.

게다가 사장실 의자는 개편했다.

잠을 쫓기 위해서, 펄벅 교수가 설명한 한 태양열 발전과 태양광 발전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했다.

아- 잠이 더 쏟아진다.

물이라도 한잔 마실까 생각한 순간, 깊게 잠이 들었다.

이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고 아름다운 유 비서가 머리를 풀어헤치며 나에게 도발적으로 다가왔다.

꿈인 것을 알지만 웃음이 나왔다.

어우야~ 왜 이래~ 평소 이미지와 완전 다르잖아.

유 비서는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키스했다.

그런데 갑자기 목이 메웠다.

키스했는데 왜 목이 맵지?

콜록! 콜록!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

사무실에 매캐한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순간, 이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도저히 구분할 수 없었다.

숨을 쉬었더니, 머리가 띵~하고 돌면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유독가스를 마시면 일어나는 일이다.

곧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걸을 수 없어서, 문 쪽으로 조금씩 기어갔다.

“불이야!!!”

나는 연기 때문에 눈물이 쏟아졌지만 미친 듯이 기어서 문 쪽으로 갔다. 하지만 연기를 더 마셨고 어지러웠다.

살아야 해! 이렇게 죽을 수 없어!!

이때 방독면을 쓴, 한 사람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성열아!!! 어디 있어!!”

“여기···. 있다.”

경복이는 손에 들고 온 방독면을 내 얼굴에 익숙하게 씌웠다.

“이 새끼야. 정신차려! 이렇게 뒤지면 안 돼. 눈 떠!!!”

나는 힘없이 낮게 웃었다.

“씨발, 네가 엔젤이다···”

경복이는 나를 부축하여 사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하지만 내려갈 수는 없었다. 아래에서 불이 빠른 속도로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살자고 이 새끼를 죽일 수 없다.

“그냥 먼저 내려가. 나는 쉬다가 내려갈게.”

“좆까! 너 뒤지면 나도 뒤지는 거야.”

“이러다가 다 죽어···.”

경복이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러니까 내 인생 책임져.”

“알았다··· 씨발놈아. 결혼하자.”

“그래. 힘닿는 데까지 쑨풍쑨풍 낳아보자.”

경복이는 나를 강하게 들어 부축하고 복도를 달렸다.

이상했다. 불이 났으나 스프링클러도 안 돌고, 경보음도 없었다.

왼쪽 끝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가려 했으나, 그쪽에서도 빠른 속력으로 불꽃과 연기가 올라왔다.

엘리베이터는 연기를 뚫고 운행했으나 그것을 타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경복이는 구석에 놓여 있는 소화기를 들어서 비상 사다리 입구를 막고 있던 자물쇠를 부쉈다. 그리고 문을 거칠게 열었다.

“올라가자!! 이쪽에 비상 사다리가 있어.”

경복이가 강제로 밀어 올려 비상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화염이 빌딩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화염은 금방 옥상까지 밀고 들어올 것 같았다.

경복이는 옥상에서 창문을 닦을 때 섰던 긴 로프를 발견했다.

“로프가 있다!!”

긴 로프를 밖으로 던져 내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

“짧아!!”

게다가 밧줄이 창문 사이에서 나오는 화염 때문에 금방 불이 붙어 떨어졌다.

경복이는 이제 핸드폰으로 들고 119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악을 쓰며 전화를 하다가 눈을 부릅떴다.

“다른 곳에 불이 나서 조금 시간이 걸린데!!”

나는 답답한 방독면을 벗어 던지고 경복이에게 힘겹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빼앗아 태경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성열이.”

-야! 괜찮아? 어디야?

“옥상에 경복이랑 있어. 걱정하지마.”

-나도 올라갈까?

“미친 새끼··· 지랄마.”

태경이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내가 뭐 할까? 빨리 말해봐.

“태경아. 철원 산불 때 기억나? 그때 수류석으로 불을 껐잖아.”

-어! 그래. 경복이가 저수지에 가서 그 돌을 던져서! 그 홍수가 났다!!

“내가 옥상에서 수류석을 던질 거야!!”

-나한테?

“그래!”

-저수지가 없는데?

나는 옥상에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한눈에 목욕탕을 보았다.

“너 바로 뒤에 ‘사우나’ 있다.”

-어 있어. 봤어. 아!!! 저수지? 오케이 알았어. 빨리 던져!!!

나는 경복에게 수류석을 건네주며 말했다.

“태경이에게 조심해서 던져! 지금 아래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태경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경복이는 조심스럽게 수류석을 던졌다.

영화처럼 단숨에 ‘탁!’ 은 어림도 없었다.

수류석은 화단에 흙에 떨어져 튀어 올랐다.

그리고 차가 달리는 왕복 8차선 도로로 굴러갔다.

태경이는 클랙슨을 울리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8차선 도로를 미친 듯이 건넜다.

빵!! 빵!! 빵!!

그리고 맞은편 도로 하수도 구멍으로 수류석이 빠지려고 하는 것을 몸을 날려 잡았다.

나이스 캐치!!

그리고 이쪽을 향해서 수류석을 흔들어 보이고 사우나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금방 태경이에게 전화가 왔다.

“야!! 사우나가 오늘 쉬어!!”

“뭐라고???”

씨발! 가는 날이 제삿날인가?

“기다려 봐!!!”

태경이의 어지러운 발소리가 나고 말했다.

“더 좋은 곳이 있어!!

동굴 울리는 소리가 나더니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지하에 실내 수영장이 있어!!! 던진다!!!”

내 품속에서 있는 수류석에서 갑자기 수영장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 씨발···.

나는 수류석을 꺼냈는데 물이 강하게 나오고 어지러워서 손에서 놓쳤다.

그러자 경복이가 덥석 집어, 럭비 선수처럼 달려가더니, 불길이 올라오는 사다리 구멍에 넣었다.

한 20초 후에 엄청난 물이 스프링클러처럼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다.

상층의 창문을 깨고 건물 창문에서 건물 밖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엄청난 수영장 물은 사무실, 복도, 계단을 휩쓸며 내려와 단숨에 불을 껐다.

그리고 일 층 로비에서 소용돌이치더니 건물 정문을 부수고 튀어나와 8차선 대로를 물바다로 만들었다.

나는 옥상 바닥에 누웠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경복이가 그것을 보더니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실성했냐?”

나는 천국에 온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수류석을 어떻게 쓰는지 알았다.”

“방금 불 끄는데 잘 썼잖아.”

나는 미친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부터 내 별명이 뭔지 아냐? 오늘부터 내 별명은 만수르다. 만수르”

“만수르?”

경복이는 통쾌하게 웃고 있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연기를 먹고 정신 놓았으니, 꼭 정신병원에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웃었다.

“나는 대한민국의 만수르~~~!!!”

나의 머릿속에서 ‘만수르 프로젝트’가 조금씩 구체화 되고 있었다.

수류석을 사우디 유전에 넣으면, 서울 한복판에서 석유가 쏟아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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