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68화 (68/188)

68화

모텔에서 가장 넓은 방 안으로, 피 흘리며 쓰러진 보안과 놈들을 모았다. 앓는 소리가 방안에 가득했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협박했다.

“안 뒤지는데 때렸으니까 신음 내지 마. 앞으로 앓는 소리 내는 새끼는 한 대 더 맞을 줄 알아!”

금방 신음이 금방 사라졌다.

이런 나약한 새끼들이, 감히 나를 공격해?

이때 간부로 보이는 사내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우리를 건드리고 무사할 성싶냐?”

나는 과감하게 죽빵을 한 대 날렸다.

퍽!!

나는 바닥에 쓰러진 놈 앞에 서서 말했다.

“우리가 누군데?”

“...”

나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그룹 보안과’라고 왜 말을 못 해? 아까 대충 다 말했잖아!”

나는 의자를 가져다가 앞에 앉았다.

“아까 네가 그랬지? CCTV를 껐다고? 피를 보려고 했던 거네. 그것도 내 피를···.”

간부는 기세가 꺾인 목소리였다.

“조용히 협력했으면 아무 일 없었소.”

“무슨 협력?”

그는 눈치를 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갈 집사를···. 내놓으시오. 지금이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소.”

나는 3단 봉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날카롭게 사내의 무릎을 내리쳤다.

퍽!!

“크악!!”

“이걸로 다른 사람, 많이 때려 봤잖아. 그런데 맞는 것은 왜 이렇게 어색해? 당하는 쪽은 처음인가?”

“우리를···.”

나의 3단 봉이 다시 정강이를 내리쳤다.

빡!!

“크악!!”

나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가 누구인데 자꾸 ‘우리’를 찾아? 레인보우 걸스의 서우리를 말하는 거야? 팬이면 ‘키씽유’ 노래 불러봐.”

“···.”

농담하고 있지만, 그것이 더 무섭다.

“그룹 보안과 직원이라면, ‘오다’ 준 사람은 누구야? 지난번에 상준이 형이 보안과 부장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 형이 시켰어?”

“......”

표정을 보아하니 상준이 형 맞네. 맞아. 호구처럼 한번 털려줬더니, 나를 이제 병신처럼 본 건가.

나는 어이없는 쓴웃음을 나왔고, 자동으로 욕도 같이 튀어 나왔다.

“아. 김상준이 이 좆만한 개새끼가 뒤질려고···.”

그렇다면 확실하게 보여 줘야지. 내가 어떤 놈인지.

내가 그 새끼를 납치해 볼까?

이때 쓰러져 있는 보안과 직원의 품속에서 TRS 무전기가 울렸다.

-1진. 응답이 없음. 2진이 연장 챙기고 바로 작업해.

-아따. 우리 얼라들 위험수당 더 받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와 돈 이야기하는 거야?

-자신 있게 들어간 실장님 애들 안 나옹께. 겁나서 글제.

-···그럼 어쩌자는 거야?

-수당 이야기를 한 번 더 하면 안 돼 것습니까?.

-2배로 챙겨 줄 테니까 당장 들어가.

-우리 실장님 화끈하시네. 남자구마~

-실수 없게 마무리해.

-하하하 우리 똘망파 식구는, 회 잘 뜨기로 유명합니다.

이때 선 과장이 뛰어 들어와서 소리쳤다.

“2차 병력이 진입하려고 합니다. 약 30명!”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회 잘 뜨기로 유명한 ‘똘망파’라고 하네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보안과 고 과장님에게 말했다.

“제가 전화하면 전기를 차단해 주세요.”

“전기를요?”

“지금 내려가세요!”

고 과장은 조금 의심스러운 명령이었지만 ‘도망치기 위해서’ 갑자기 불을 끄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알겠습니다.”

나는 태경이를 보면서 여유 있게 말했다.

“‘똘망파’인지 ‘꼴망파’인지 30명이 올라온다. 연장도 있데.”

태경이도 살짝 웃었다.

“오랜만에 ‘돼지비계’들하고 비벼야 하냐?”

“옛날에 돼지 멱 따 봤지?”

태경이가 무섭게 웃었다.

“옛날에 내가 잡은 돼지로 마을 잔치했다.”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이번에는 빠지는 것은 어떠냐? 너무 위험해. 저놈들이 노리는 것은 나야.”

“너는?”

“저 새끼들은 내가 작업한다.”

“또 지랄병 났다.”

경복이가 인상 쓰며 한마디 했다.

“30대 1로 싸우겠다고?”

“작업해야 할 돼지가 많지만, 못할 것도 없지.”

“영화 찍냐? 그게 될 것 같아?”

“나는 가능해.”

태경이가 얼굴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

“30대 3으로 가자. 그래야지 ‘다큐멘터리’ 냄새가 나고 어디 가서 자랑할 수 있지.”

이때 계단 위로 돼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나는 조금도 긴장하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 그리고 3단 봉을 휘두르며 말했다.

“어이 돼지들. 올라오느라고 고생했다”

“이 씨벌 놈이 뒤지려고.”

“이미 피를 봐서, 빠다가 컨트롤이 안 되는데. 괜찮겠냐? 한방에 골로 갈 수도 있어.”

똘망파 두목이 혓바닥을 보이며 사시미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피를 흘리고 있는 나를 보며 웃었다.

“아따~ 벌써 피를 많이 뺐구마잉~”

“왜 니가 헌혈해 줄라고?”

“피를 뺄 건디, 번거롭게 넣을 필요 있당가?”

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니들은 넣다 뺐다 하는 거 좋아하잖아.”

“왐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다 파악해 부렀구마~ 겁나부러.”

나는 사시미를 보면서 말했다

“내가 대한민국 의인이고 200만 유투버인데, 연장 쓰고 뒷감당 가능하겠냐?”

두목이 낮게 웃었다.

“원래 겁만 줘서 ‘제갈’인가 ‘자갈’인가 그 양반을 데리고 나오라고 했는디. 위쪽 방침이 바뀌었다네? 이번 참에 끝을 보자고 하는 구마.”

“작업비를 비싸게 부른 모양이네.”

“부랄이 쪼그라들 정도로 깜짝 놀라부렀어.”

나는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짝에서 사시미를 쓰면, 우리도 막 나가야 하는데 괜찮겠어?”

“우리는 방금 들어간 양복쟁이들하고 질적으로 달라. 서울 물만 먹을 수 있으면, 고기 전감도 뜨는 놈들이지.”

“그럼 우리도 ‘장비’ 써도 되냐?”

두목이 비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대한민국인께. 실탄은 아닐 테고, 왜 가스총이라도 쏠라고? 전경 출신에 대모쟁이들도 많아서 그런 것은 눈 깜짝도 안 혀.”

나는 웃으면서 마지막 멘트를 날렸다.

“좀 밝지 않냐?”

“뭐가?”

나는 고 과장에게 전화하여 말했다.

“전기 좀 내려주세요.”

순간 전기가 내려갔다.

이미 밖은 저녁이었고, 모텔은 밖의 빛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져 완전히 깜깜했다.

두목이 당황하며 말했다.

“지금 토낄려고 하는 거여?”

나는 가방에서 야간 투시경을 꺼냈다. 지난번 강화도에 절벽에 매달려 유물을 캘 때 쓰던 장비였다.

복도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었으나 나의 눈에는 대낮같이 보였다.

야간 투시경 2개를 꺼내서 태경이와 경복이에게도 씌워줬다.

그러자 경복이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아이템을 준비했어?”

“저쪽은 사시미 쓰는데, 우리도 하나 있어야지.”

“하하하. 이건 반칙인데?”

“원래 싸움은 장비빨이다.”

태경이는 이미 살짝 눈이 돌아 있었다. 앞으로 나서며 3단 봉을 꺼내 들었다.

“이미 쌍방이야. 죽이지만 않으면 상관없지?”

“사시미를 꺼낸 순간부터 정당방위다. 죽여도 되니까. 맘껏 갈겨.”

나는 똘망파 두목에게 말했다.

“괴산의 미친 뽕열이라고 들어 봤나? 뽕 맞은 것처럼 싸워서 만들어진 별명이야.”

“···”

“나는 나에게 개긴 애들을 어설프게 때리지 않아. 어설프게 때리면 어둠 속에서 짱돌이 날아오거든. 그러니 다시 볼 때, 오줌을 질질 싸게 만든다. 그래야 뒤탈이 없거든.”

“뭐라는 거야 씨발놈이! 불 안 켜!”

우리는 놈들이 핸드폰 라이트를 켤까 봐 바로 공격에 들어갔다.

나는 악을 쓰면서 말했다.

“누구에게 맞는지나 확실하게 알고 맞아라. 내가 괴산고 1짱 김성열이다.”

나는 두목의 대가리부터 까고 시작했다.

사시미를 바닥에 던지며 그대로 쓰러져 비명을 질렀다.

나는 미친 듯이 두들겨 패며 말했다.

“왜 이렇게 약한 척해? 고기 전감 뜬다는 아저씨는 어디 갔어?”

괴산 3인방은 오랜만에 흥분하여 인정사정없이 3단 봉을 휘둘렀다. 사시미까지 챙겨 온 놈들이었다. 봐줄 이유가 없었다.

이때쯤 누군가가 핸드폰 라이트를 켤 만했지만 아무도 켜지 못했다. 두목이 핸드폰 추적을 당한다고 가져오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야물게 3단 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퍽! 퍽! 퍽퍽! 퍽! 퍽!! 퍽!!

우리에게 삼단봉을 맞은 조폭들은 당황하여 사시미를 사방으로 휘둘렀다. 그러자 같은 동료들끼리 서로 칼을 찌르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는 그것을 지켜보며 웃었다.

이때 3단봉에 맞고 쓰러진 두목이 구석에 숨으며 외쳤다.

“그 개새끼들 잡아서 죽여!!”

나는 두목 코앞에 가서 말했다.

“잡아 죽이라고 부하들에게 명령하면서 너는 왜 숨어. 이 병신아.”

우리만 두목만 신나게 더 때렸다. 배를 때리니 먹을 것을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작업비 쎄~게 받기로 했다며? 괜찮겠어?”

두목은 납작 엎드려 말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형님들.”

어두우면 사람이 비겁해진다. 옆에서 동료가 맞고 있어도 자신은 구석에 가서 숨게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인화 보안과 직원들과 똘망파 놈들에게 강하게 말했다.

“못이 솟으면 망치로 강하게 두들겨야 하는 법이다. 약하면 다시 튀어 오르지.”

나는 다시 3단 봉이 고장 날 때까지 때렸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3단 봉을 집어서 휘둘렀다.

맞다가 보니 죽을 것 같아서, 반항하는 놈들이 생겼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지들이 어쩔거야? 더 두들겨 맞았다.

이제는 인화 보안과 직원과 똘망파 놈들이 싸우는 일까지 있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 때 방안은 완벽하게 끝나 있었다.

우리는 야간 투시경을 벗어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전화하여 고 과장님에게 불을 켜라고 했다.

그러자 순간 강한 라이트가 들어왔다.

눈에 보이는 곳곳에 피를 흘리는 사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곧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우리가 부른 것은 아닐 테고. 밖에 있던 보안과 놈들이 불렀구나.

여기서 끝내야 했다. 내가 공권력과 싸우는 미친놈은 아니니까.

쓰러져 있는 놈들 사이로 들어갔다. 놈들은 귀신 본 것처럼 뒤로 물러섰다.

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다음에도··· 나, 내 가족, 내 친구를 건드리라고 명령이 내려오겠지. 너희들은 개니까. 주인의 말을 따를 테고···”

나는 냉장고 문을 열고 생수를 하나 꺼내 마셨다.

“하지만 하나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은···. 다음에는 목숨을 던진다는 생각으로 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두 살아서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나는 두목을 마지막으로 한 대 갈겨 기절시키고 보안과 대장을 불타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우리 가족을 건들면, 제발 죽여 달라고 하게 만들겠다. 알았나?”

보안과 대장은 머리를 숙였다.

나는 바닥에 있는 다른 삼단봉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사내들이 바닥을 기며 도망쳤다.

나는 경복이와 태경이에게 말했다.

“우리 사람들 데리고 빠져나가라. 뒷일은 내가 책임진다. 의리 이야기하지마 지금은 사람이 없는 것이 유리해.”

경찰에 잡히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다. 특히 현행범은 더욱 그렇다.

경복이는 머리를 끄덕였다. 이럴 때는 외각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필요하다.

“오케이. 설거지를 부탁한다.”

“사식이나 이빠이 넣어라.”

“유치장에 쌀가마니 쌓아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어서 가.”

나는 3단 봉 중간에 있는 고장 날 부분으로 이마 위쪽을 긁었다.

그러자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흐르기 시작했다. 일부러 혈관을 건드린 것이었다.

경찰들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피를 철철 흘리며 밖으로 나왔다.

인천 서부 경찰서는 난리였다.

내가 악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혼자서 저렇게 덩치 좋은 장정들과 조폭 놈들을 모두 때려서 반병신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형사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말이 ‘전설의 17대 1’이지.

2:1만 되어도 이기기 힘들다. 3:1이면 승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무려 50:1이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너무도 확실하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다. 50명이 모두 심각하게 다쳤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때렸다는 사람을 조사했다. 최소 올림픽 복싱 메달리스트. 아니면 UFC 챔피언일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의외의 타이틀이 쏟아졌다.

인화 자원개발 대표.

200만 유투버 골든보이.

국보급 문화재 발굴자.

대한민국 의인.

속초 연쇄살인마 체포자.

강화도 잠수함 최소 신고자.

5 땅굴 최초 신고자.

서울대 대학원생.

......

형사는 이렇게 엄청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유투뷰로 골든보이를 찾아서 보니 정말 그 사람이었다.

형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반장에게 찾아 들어갔다.

“조폭 새끼들 포함해서, 50명이 한 명에게 처맞았다고 어떻게 엮으라는 말입니까? 난 이거 못합니다.”

반장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서장실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보고를 들은 인천 서구 경찰 서장은 인상을 썼다.

인화 그룹 본사에서 나를 엮어 달라고 오더가 들어왔는데 베테랑 형사도 손을 들고 있었다.

50명을 혼자서 때린 가해자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지만. 승진을 약속했다. 안중근을 ‘테러리스트’로 만들라는 오더가 왔어도 해야 했다.

이때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내가 50명을 때려눕혔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마이크 타이슨도 그렇게 못합니다. 저놈들이 ‘내가 제갈 누구라고 하는 놈의 돈을 가져갔다’라고 하면서 협박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해자’라니요. 전대갈이 있던 5공 때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일은 안 합니다.”

나의 목소리에 다른 형사들은 머리를 돌렸다. 이럴 때는 못 들은 척, 복지부동하는 것이 가장 현명했다.

반장이 못하겠다고 하자. 경찰서장은 자신의 심복인 1팀 형사 반장에게 직접 조서를 받으라고 오더를 내렸다.

1팀 형사 반장은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하며 빠르게 조서를 작성했다. 50명을 일방적으로 때린 나쁜 놈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유치장에 갇혔다.

이때 변호사인 총장님이 왔다. 나를 보자마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말한 대로 연락 드렸네. 이곳으로 오실 거야.”

“오실 필요까지 없는데···.”

“할 말씀이 있다고 하셨어.”

나는 청와대 서 비서관님에게 전화하여 내 상황을 알려주라고 말씀드렸다.

마음 편하게 낮잠을 자고 기다리고 있는 동안. 조서가 완성되었고, 1팀 형사 반장은 나에게 어떻게든 날인을 받아서 검찰청에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이때 청와대 서 비서관님이 도착했다. 그 옆에는 경찰 본청 감찰과장이 수행하고 있었다.

서 비서관님은 나를 보자마자 인상을 썼다.

“무슨 일입니까? 김 대표님.”

나는 유치장의 쇠창살을 양손으로 잡고 말했다.

“제가 일방적으로 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50명을 혼자서요.”

“얼굴에 상처가 그렇게 많은데 일방적이라고요?”

“조서가 그렇게 일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경찰 본청 감찰과장이 지나가는 형사를 잡아 유치장 문을 열게 했다.

그러자 서 비서관이 나를 향해서 말했다.

“일단 밖으로 나오시고 천천히 이야기해 보시지요.”

“경찰서에서는 자신이 왕이라고 서장이 그랬습니다. 이어받을 검사까지 다 준비해 놓았으니 순순히 불고 가라고 겁박했죠.”

“여기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일단 나오시지요.”

나는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검사님이 이어받을 준비까지 하고 있다는데. 어떻게 가겠습니까? 게다가 이곳의 왕이 화가 많이 났는데 죄수가 어떻게 도망치겠습니까?”

서 비서관이 나를 풀어주는 것은 일도 아니다. 하지만 나의 눈빛은 그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때 서구 경찰 서장이 다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왔다.

유치장 앞에 본청 감찰과장이 서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유치장의 인물과 이야기하고 있었다.

서장은 단숨에 상황이 망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인화 그룹의 말을 믿고 무리하게 밀어붙였는데, 이제 본인이 백척간두에 놓인 처지가 되었다.

청와대 비서관은 강하게 헛기침을 했고. 본청 감찰과장이 서장에게 분노를 뿜었다. 손에는 이번 사건에 관해서 쓴 조서를 들고 있었다.

“50명을 일방적으로 때렸다고 썼더군요. 저기 있는 김 대표님 혼자서.”

“그것이···.”

“‘과장 되었다’라는 말로 부족하군요. 날조를 뛰어넘어, 언제부터 조서가 SF 소설이 되었습니까? 그리고 딱 봐도 김 대표님도 다치셨는데, 어떻게 일방폭행이 되는 거죠.”

서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아. 인화 그룹 전화를 무시했어야 했는데···.

승진 욕심에 눈이 잠시 멀었었다.

“이따위 조서를 보내니까 검찰이 우리 경찰 조직을 우습게 보는 겁니다. 이것을 읽은 검찰에서 우리를 뭐로 보겠어요. 언론에서 이것을 뉴스로 뿌리면 당신 감당할 수 있겠어? 이런 미친 짓거리 하고 있는데 국민이 경찰에게 기소권을 주자고 하겠냐고?”

검찰청 검사만 가지고 있는 기소 독점권을 부수고, 경찰도 기소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이 시점에 이번 일이 뉴스로 나오면 경찰의 노력에 완전히 찬물을 뿌리는 것이다.

“위에서 아무리 노력하면 뭐하냐고? 아래가 개판인데.”

본청 과장은 하늘로 조서를 던져 뿌렸다.

와 이거 드라마에서 많이 본 장면인데···.

본청 감찰과장은 청와대 비서관을 보았다가 더 강하게 말했다.

“당신 옷 벗을 준비해.”

경찰서장은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과장님···.”

“감찰반에서도 올 거야. 퇴직금이라도 챙기려면 알아서 잘해.”

“과장님 이것은 제가 아니라···.”

“밑에 있는 반장 놈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고? 쪽팔린 줄 알아. 새끼야. 이번 것은 청장님까지 보고가 다 올라갔어. 둘 다 날아갈 것이니까 쓸데없이 머리 굴리지 말아.”

과장은 서 비서관님의 부탁을 받아 평소보다 오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내 속이 시원했다.

나는 넋 나간 서장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원래 이 바닥이 줄 잘못 서면 뒤지는 거야.

서 비서관님이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나갈까요? 김 대표님. 지난번에 저를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요?”

“물론 그렇게 약속했지요.”

밖으로 나오니 검은색 세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나는 아무말도 없이 그 차에 올라탔다.

뭔가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차 안은 조용했다.

서 비서관은 아무 말도 없었다.

어디 가는지, 왜 가는지 말이라도 해줄 법했는데···. 전혀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 가는 것입니까?”

“대통령님께서 찾으십니다.”

“저를요? 왜요?”

“직접 이야기를 해보시지요.”

왠지 여우굴에서 끌려 나와, 호랑이 굴로 가는 느낌이 확 들었다.

하지만 이미 목덜미를 물렸으니 들어가는 수밖에···.

청와대 문이 열리고 청와대 본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비서관의 안내에 따라 바로 대통령 집무실로 당당하게 걸어갔다.

눈에 대통령이 보였고 나는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대통령님!!!”

나는 털썩 만수무강 울트라 큰절을 하였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일단 큰절부터 때려 박았다.

대통령은 소리 내 웃으면서 말했다.

“김 대표 어서 와요. 목소리가 힘차서 보기 좋네요.”

아부 모드 ON. 파워 부스터. 가동.

“다 대통령님 덕 뿐에 나라가 ‘태평성대’지 않습니까?”

지금 대통령은 임기 말로 인기가 바닥이다. 밖에서 지금이 ‘태평성대’라고 말하면 맞아 뒈진다.

투표도 다른 후보에게 했으면서. 내 주둥이는 만고 충신이었다.

대통령은 나의 뻔뻔한 아부에 미소를 지었다.

“태평성대인데···. 얼굴에 상처가 많군요.”

나는 뻘쭘하여 억지로 웃었다.

“원래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 아닙니까? 하하하”

대통령은 서 비서관을 보았다. 그도 대충 다 알고 있었다.

“일은 잘 마무리했나요?”

“김 대표님이 마음에 들게 확실히 처리할 예정입니다.”

“그래야지요. 나에게 김 대표님이 중요하니까요.”

응? 내가 왜 중요하지?

보통 상대를 벗겨 먹으려고 할 때 쓰는 전가의 보도 같은 멘트인데.

우리는 곧 회의실 의자에 앉았고.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한방차를 내 앞에 가져왔다.

쌍화차? 그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운다는···. 그런데 노른자는 안 보이는데?

대통령이 인자한 목소리로 반말을 했다.

“들어 보게. 중국 대사가 보낸 아주 귀한 것이야. 자네니까 특별하게 대접해 주는 것일세.”

나는 쌍화차를 조심스럽게 마셨다.

크악. 사약? 독약? 뭐 이런 맛이 다 있어? 당장 침을 뱉고 싶다. 하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표정이 구겨지는 것을 막았다.

다행히 나는 아부 모드 ON 상태였다.

“흠. 향이 좋고 맛이 진하군요. 좋습니다.”

나는 한 모금 더 마시고······. 으 씨발. 억지로 멘트를 짜냈다.

“황하의 발원지에서 시작된 첫 번째 이슬의 맛이라 표현하고 싶습니다. 온몸의 미각을 깨우는 깊은 맛입니다.”

대통령은 손자보다 어린 나에게 이제 확실히 말을 놓았다.

“젊은 나이에 차 맛을 볼 줄 아는군.”

대통령도 차를 살짝 마시더니, 깜짝 놀랐다.

“아 써.”

응? 아 써?

대통령은 비서관을 향해서 말했다.

“가루를 너무 많이 넣은 모양이야. 너무 써.”

“송구합니다.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나는 커피로.”

아니 이 사람들이! 사약을 줘 놓고!

대통령은 살짝 미안한 얼굴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아부 모드 상태였다.

“개인적으로 저는 쓴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삶의 쓴맛을 잊을 수 있게 만들어주지요.”

지금 내가 뭐라는 거야?

대통령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네.”

아부 모드 상태라 부탁도 하기 전에 '네 하겠습니다!!!' 이럴 뻔했다.

“말씀하세요. 듣고 있습니다.”

“자네가 북한에 다녀와야겠어.”

“네? 어...어디요?”

제대로 들은 것인가? 북한이라고 했지? 말투는 이 앞 편의점에 다녀오라는 멘트 같았는데.

대통령은 정색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쪽은 '정전 협정'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네. 알다시피 내 지지율이 그렇게 높지 않아. 이렇게 가면 식물인간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지. 그래서 판을 크게 흔들어 보기로 했다네.”

나는 멍한 상태였다.

아무리 아부 모드라고 해도 이건 아니다.

이때 갑자기 미션창이 떴다.

<<조국이 원하는 황금인이 되어라.>>

<<특별 미션 : 북한의 황금을 발견하라.>>

<<보상1 : 깊고 넓은 황금의 눈을 드립니다.>>

<<보상2 : 강화 황금 씨앗 3개를 드립니다.>>

깊고 넓은 황금의 눈?

'깊고 넓은' 이라면, 깊이와 범위.

지금보다 엄청난 범위의 황금을 탐색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반드시 획득해야 한다.

또한 '강화 황금 씨앗'.

이것은 탐난다. 황금 씨앗이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다. 게다가 강화가 붙었다면 얼마나 더 강력할까?

아무리 북한이지만··· 보상 때문에, 거부 불가능.

청와대에서 추진하고, 외교관들과 함께 가니까. 뭐 죽지는 않겠지?

대통령은 내가 얼어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자, 어두운 얼굴이 되었다.

“그래 북한이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겠지.”

하지만 대통령은 이 사내를 북한으로 보내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로 북한 당국에서 '골든보이'를 원했다.

4번째 조항에 보면 ‘남한의 기술자를 보내 북한 광물 탐사에 이바지한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는 대통령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평양으로 보내주십시오!”

나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