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두원 솔라 양장선 회장은 잠자다가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검찰이 훅하고 들어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깜빡이가 들어오고 클락션이 몇 번 울린 후 들어오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었다.
검찰 쪽 아는 사람을 통해서 알아봐도, 높은 곳에서 오더가 내려왔다는 사실 밖에 모르겠다고 했다.
높은 곳이 어느 선인지. 누구를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누구인지 알아야 약을 칠지, 칼을 쓸지, 아니면 똥이라도 뿌릴지 결정할 것인데, 상대를 모르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다.
도대체 누가 방아쇠를 당겼을까? 아무리 조사해도 알 수가 없었다.
검찰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국세청도 움직였다. 2개가 동시에 움직였다는 것은, 오더를 준 사람이 매우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머릿속에 쓰나미 경고가 떴다.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들어가겠다는 전화가 왔다.
당연히 회사를 세무조사할 것으로 생각하고 세무조사 준비를 했다. 하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회사가 아닌 저택으로 와서 영장을 내밀며 안으로 들어왔다.
양회장은 칼날이 자신을 직접 겨누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었다.
국세청 직원은 마치 회장에게 경고하는 것처럼, 자신의 서재 만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다른 방은 건들지도 않았다.
화가 난 양 회장이 국세청 직원에게 뭐라고 화를 내자.
백발의 국세청 6급 계장은 다 알고 있다는 듯 활짝 웃었다.
“양평 별장에 금고가 있네요. 우리가 지금 그곳으로 갈까요? 회장님.”
그 말을 듣는 순간 양 회장은 몸을 굳혔다. 회사의 모든 비밀 자료가 양평 별장에 있었다.
양회장이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어버버 하자. 국세청 직원은 비릿한 웃음을 남기고, 머리를 깊게 숙이며 저택에서 나갔다.
어떻게 양평 별장 자료를 알고 있지?
양회장의 머리가 복잡했다. 국세청에서 이쪽을 감시하고 있다면, 자료를 옮기다가 꼬리가 밟혀서 걸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압수 수색에 걸릴 수도 있었다.
진퇴양난.
다음 날은 검찰청에서 검사가 직접 양회장의 집무실로 찾아왔다.
그리고 몇 가지를 조사했다.
5년 전에 농땡이 치던 직원을 폭행한 일. 그것은 맷값을 주고 마무리했다.
회식 날 여직원을 성희롱한 일. 그것은 술을 마시고 실수한 일이라. 여직원에게 충분한 보상을 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요즘 같을 때 ‘성’에 관련된 구설수는 치명적이었다.
소유하고 있던 회사의 재산을 다 팔아 두원 솔라를 매입할 때 회사자금을 크게 빼돌렸던 일.
이것은 철저히 세탁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알고 있지? 도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양회장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으므로, 반드시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변호사가 없으니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사는 조금도 화내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다 아는데 그냥 어떻게 하나 지켜보는 느낌?
가끔씩 검사가 웃을 때마다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양회장은 검사가 돌아가고 더욱 불안해졌다.
재산 대부분이 두원 솔라의 주식이라 할 수 있었다. 두원이 무너지면 자신이 무너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점점 태양광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회사가 힘들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이 회사를 매각하여 손을 털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자신은 크게 화만 냈던 기억이 있었다.
회장의 ‘이성’은 결단을 내려 손을 털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자신의 목을 칠 수 없었다.
아버지가 고민하고 있을 때 아들이 먼저 움직였다.
양회장의 외아들 양건이 나와 만나자며 연락을 해 왔다.
하지만 나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그를 만나기 전에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양회장 아들 양건의 뺑소니 사건.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버지와 딸을 자동차로 치고 도망친 범죄였다.
나는 서당 시장 어물전의 고순이 아줌마를 찾았다.
주변에 대형 마트가 생기면서 오늘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
나와 경복이 태경이가 양복을 입고 안으로 들어가자 아주머니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리고 먼저 머리를 숙였다.
“돈을 갚겠습니다. 선생님.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나는 놀라면서 말했다.
“어머니. 저희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럼··· 어디서 오셨습니까?”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2평짜리 공간에 4명이 들어가자 움직일 공간조차 없었다.
아주머니의 불안해하는 눈빛을 보며,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희가 어떤 사람을 조사하다가 그놈이 남편분과 따님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주머니는 겨우 숨을 뱉고 말했다.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뺑소니범이 누군지 알고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겨우 숨을 쉰 어머니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그놈이 누구입니까?”
“사건 동영상부터 확인하시지요.”
나는 경찰이 빼돌린, 그날 사건 CCTV 동영상을 틀었다.
딸아이를 뒤에 태우고 가던 아버지가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길을 건너기 위해서 건널목 쪽으로 틀었는데 검은색 세단이 자전거를 정면으로 받는 장면이 나왔다.
“음주운전 뺑소니였습니다. 범인은 겁나서 도망쳤지요.”
아주머니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태경이와 경복이에게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태경이는 검은색 서류봉투를 하나 내밀었고, 경복이는 검은색 가방을 열었다. 가방 안에는 오만원짜리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검은색 봉투 안에는 상대의 신상정보가 모두 있고, 저희가 모은 뺑소니 자료들이 있습니다. 검찰에 고발하면 사건 처리가 될 겁니다.”
하지만 아주머니의 눈은 돈으로 가 있었다.
“이 돈은 뭡니까?”
“돈을 선택하시면 지금 바로 5억을 드리고, 저희가 상대에게 30억의 배상금을 받아 어머님께 드리겠습니다.”
“30억이요?”
“30억으로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처가 나을 수 없겠지만. 몸이 불편하신 아드님과 어머님의 삶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니는 돈을 잡았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아들이 아픈데, 제가 돈을 벌어야 해서 혼자 있어요.”
나는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병원비 정산은 이미 해 두었습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를 하는 것입니다.”
어머니에게 007 가방이 넘어갔을 때 그녀가 물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부잣집 아들입니다. 특별히 악행도 특별히 선행도 하지 않은 사람이죠. 하지만 그날은 음주운전 뺑소니로 용서받지 못할 일을 했습니다. 이제는 죄인으로 불안하게 살고 있습니다.”
경복이가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음주운전 뺑소니인데, 음주는 이제 증명할 수 없습니다. 또한 건널목을 건널 때,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하는데 고인께서 자전거에 탄 채로 건널목을 건너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게다가 전관예우가 되는 비싼 변호사를 쓰면 형량을 최대로 잡아도 3년에서 5년 정도 될 것이라고 법률 자문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널목을 건널 때는 내려서 끌고 가자. 그것이 법이다.
고문 변호사인 총장님의 예상은 위와 같을 것이라 했다. 다른 판례를 보아도 비슷한 처결이 많았다.
어머니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우리 아들이라도 잘살아야지요. 언제까지 죽은 사람을 잡고 살 수 없습니다.”
때마침 양장선 회장의 아들 양건에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지난번 협상에서 큰 숫자를 불렀던 일을 사과하고 실무 협상을 다시 진행해 보자고 말했다.
내가 서초동의 미러 룸살롱으로 들어간 것은 저녁 9시였다.
약속 시각을 8시로 했으나, 내가 일부러 1시간 정도 늦은 것이었다.
하지만 양건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판매하는 쪽이 더 다급한 것이었다.
나는 웃으면서 룸안으로 들어갔다.
“죄송합니다. 부회장님. 일찍 나왔는데 길이 너무 막혔습니다.”
양건은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을 알아서,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서울 살면 그런 날이 참으로 많습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양건의 나이는 37살로 나보다 열 살 이상 많았다. 하지만 깍듯이 존대하며 얼굴에 미소를 보였다. 회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때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내가 들어와 양건의 양주를 한잔 받았을 때, 지금까지 봤던 여자 중 가장 미인이라 확신할 수 있는 여자 두 명이 들어왔다.
“어 들어와. 와서 앉아. 중요한 분이니까 잘 모셔.”
이미 파트너가 정해진 듯. 미인 중에서도 더 예쁜 청순 미인이 내 옆에 앉았다.
나는 순간 이성을 잃을 뻔했다.
와~ 이렇게 예뻐도 되나? 2박 3일 동안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이제 내 앞에 나타나게 되었는지. 심도 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시장에서 봤던 어머니를 생각하며, 양건 부회장을 바라보았다.
“잠깐. 아가씨들에게 나가 있으라고 할까요?”
아가씨들은 이 상황이 익숙한 듯 가볍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나의 침통한 얼굴에 양건 부회장은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나는 심각한 얼굴로 부회장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양 부회장님께 보여 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 말을 한순간, 경복이가 검은색 007 가방을 가지고 들어왔다.
갑자기 젊은 사내가 들어오자 양 부회장은 놀랐지만, 눈앞에 놓인 007 가방에 먼저 시선이 갔다.
“이것이 뭡니까?”
경복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추억이 담겼다고 할까요?”
비밀번호는 0000. 다른 번호는 못 외운다.
나는 망설임 없이 가방을 열었다. 그 안에는 2년 전. 양건 부회장이 뺑소니를 치고 도망치는 사진 10장이 들어 있었다.
그중 양 부회장의 얼굴이 크게 나온 사진이 있었는데 이것은 전문가가 합성하여 만든 것이었다.
역시나 양건은 이것이 합성 사진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사진 속에 자신의 얼굴을 보며 몸을 떨고 있었다.
“이게 뭐 하는 것입니까?”
“2년 전 지금쯤 뺑소니를 치고 도망치셨네요. 게다가 음주운전이었어요.”
양건 부회장은 말까지 더듬었다.
“그때는···그것이···.”
“아빠가 딸에게 자전거를 가르쳐 준다며 나온 길이었습니다. 둘 다 즉사했지요.”
“지금 나를 협박하는 것입니까?”
나는 혀를 차며 양건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뺑소니를 감추기 위해서 경찰과 증인을 매수했는데, 나는 협박하면 안 됩니까?”
경복이도 한마디 던졌다.
“왜 제대로 협박해드려? 맛깔나게 할 자신 있는데.”
그러자 양건 부회장은 몸이 쪼그라들며 눈만 깜빡였다.
“뭘··· 원합니까?”
나는 양주잔에 양주를 가득 부어 단숨에 마셨다.
“정의구현···은 좀 웃기고···”
내 잔에 다시 양주를 가득 부었다. 그리고 잔을 양건 부회장 앞으로 밀었다.
“아픈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어머니에게 30억을 주세요. 그 정도는 되어야 합의가 되지 않겠습니까?”
“30억이요?”
“아니면 변호사 비용으로 한 15억 쓰고, 징역 5년까지 줄일 수 있는 옵션도 있습니다.”
양건 부회장은 놀라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30억 줄 수 있습니다.”
경복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앞에 있는 잔을 비워야지.”
그러자 양건 부회장은 다급하게 내가 밀어 보낸 양주를 단숨에 마셨다. 그것을 보고 나는 씁쓸한 미소를 보냈다.
“가지고 있는 비자금만 50억이 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감옥에 가면 그 돈 쓰고 싶어도 못써요.”
양 부회장은 아무말도 못 하고 눈치를 보다가 나에게 물었다.
“김 대표님이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당신을 감옥에 넣는다고, 가족이 살아 돌아오고 그분들의 삶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니 30억으로 뺑소니는 마무리하고.”
나는 양주잔에 양주를 따라 다시 한번 스스로 마셨다.
그러자 양건이 조급한 마음으로 물었다.
“어서 원하는 것을 말하세요.”
나는 내 E-mail 주소가 적혀 있는 명함을 내밀었다.
“두원 솔라가 내 손에 넘어와야 합니다. 만약 이번 매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사진을 검찰에 넘기지요.”
경복이가 사진을 007가방에 넣고 무표정하게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양건 부회장은 애원하듯 말했다.
“제가 회사 매각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두원 솔라의 약점들을 정리해서 메일로 나에게 보내세요. 3일 드리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협박하는 말을 하나 더 던졌다.
“우리 인화그룹은 한번 노린 먹잇감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나의 말에 무게를 싣기 위해서 인화그룹까지 팔았다.
이틀 뒤. 다시 두원 솔라의 매각 협상이 시작되었다. 서 상무님과 기본 가격 협상이 있었으므로 가격은 1266억에서 시작되었다.
또 2200억 이야기하면 입을 확~~. 나는 두원이 보내준 재무제표를 보며 양장선 회장을 보았다.
“이것이 부채 전부입니까?”
“그렇습니다. 재무회계 사무실에서 보내준 것입니다.”
나는 양건 부회장이 보내준 숨겨진 부채 리스트를 내밀었다. 그리고 화를 냈다.
“이번에도 제가 그냥 일어나야 합니까?”
그것을 본 양장선 회장은 입을 다물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숨겨진 부채만 300억이 넘는군요. 그렇다면 회사 가치를 900억으로 놓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양장선은 회장은 마지 못해 머리를 끄덕였다.
나는 공장 가동률 문서와 셀 생산 코스트 문서를 내밀었다. 이것 또한 양건 부회장이 준 내용이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셀의 가격이 점점 싸지는데, 두원 솔라의 셀 코스트는 조금씩 증가하고 있었다.
양 회장은 변명하듯 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차기 셀 연구가 진행되고 있소. 곧 차세대 셀 연구가 끝나면 중국의 상품과 비교할 수 없는 품질의 셀이 나올 것입니다.”
나는 연구원 리스트를 내밀었다.
“차기 연구가 멈춰 있더군요. 연구원들이 모두 바뀌었어요. 중국의 스파이가 모든 정보를 털어 간 것이지요. 누가 범인인지도 알지만, 중국에 있어서 손대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양회장은 눈이 커졌다가 길게 한숨을 내뱉으며 등받이에 기대었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고 있소?”
“우리는 인화 그룹입니다. 회장님께서 그런 것들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이 더 웃기는군요. 협상 가격은 700억으로 낮추겠습니다.”
양장선 회장은 다급하게 말했다.
“3차 차세대 셀 사업 수주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그것만 되면···.”
나는 양 회장의 말을 끊고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이것도 청와대에서 준 자료였다.
“3차 태양광 셀 사업 수주는 LD 그룹에서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차세대 탠덤 셀로 큰 점수를 받았습니다.”
양회장은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었다.
“정말입니까?”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인수 가격은 600억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양회장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쩌자는 말입니까? 회사를 살 마음이 있는 것입니까?”
나는 서 상무의 이야기와 경제 신문 면에 있는 기사, 주식 게시판의 이야기를 전부 읽고 마치 인화 그룹의 평가인 것처럼 말했다.
“인화그룹 경제 연구소에서 생각하기에, 태양광 발전 시장은 화력이나 원자력보다 시장성이 약합니다. 시장조건이 악화하고 있지요. 그런데 두원 솔라는 중국과의 셀 생산 코스트 싸움에서 완전히 지고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힘들어질 것입니다.”
양회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신음을 흘렸다.
“너무 부정적으로 보시는군요.”
“보고서에 두원 솔라는 3년 안에 자본 잠식으로 간다고 되어 있습니다.”
양장선 회장은 그 이야기에 얼굴에 깊은 그림자가 그려졌다.
자신이 몰래 받아본 회사 평가에서도 회사가 5년을 버틸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와 있었다.
나는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를 빼앗긴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수령 속으로 빠지는 것을 제가 구해준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회장님은 저에게 구해줘서 고맙다고 큰절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양회장은 눈을 감았다. 상대가 하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간을 주시오.”
나는 표정을 부드럽게 하며 양회장을 바라보았다.
“최근 검찰과 국세청에서 귀찮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것을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나의 말에 양회장의 눈이 커졌다. ‘어떻게?’라는 단어가 목구멍으로 나오려고 하는 것을 억지로 다시 삼켜 넘겼다.
“김 대표님의 발이 넓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생각하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검찰과 국세청에 직접 손을 쓰는 일은 복잡하고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지요.”
“그렇다면··· 김 대표님의 지혜를 빌릴 수 있겠습니까?”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고 앞에 놓인 보이차를 마시고 내려놓았다.
“회사 매각 대금을 해외에서 받는 것입니다. 그러면 검찰도 국세청도 손을 쓸 수 없지요.”
양 회장의 머리가 확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흠. 좋은 생각이군요.”
“회사 매각 대금을 600억으로 하고 그중 절반인 300억을 호주 계좌로 입금하겠습니다.”
“이중 계약을 하는 것이군요.”
“그것이 양 회장님이 지금까지 모은 재산을 지키는 길입니다.”
사실 이 생각을 한 것은 호주의 자금을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오려고 하자 수수료가 많아서 번쩍 생각난 것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양회장은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국내 계좌로 주식 매각 대금 200억. 해외 계좌로 400억을 받겠소.”
좋아. 넘어왔다!
“원하는 대로 해드릴 수 있습니다.”
양회장은 자신이 평생 일궈온 회사를 파는 결정을 하니 마음이 답답했다.
“내 자식을 파는 기분이군···.”
나는 단도리를 단단하게 치기 위해서 마지막 망치질을 했다.
“검찰에서 양건 부회장님이 2명을 죽인 뺑소니 사건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양 부회장님은 빨리 해외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깜짝 놀란 양 회장이 물었다.
“사실이오?”
내가 양 부회장에게, 검찰에 자료를 넘기지 않는다고 했지. 아버지인 양회장에게 넘기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인화그룹의 정보력을 의심하고 계십니까?”
“···아닙니다.”
“회사를 아끼는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진짜 아들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양회장은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2년 전에 뺑소니 사고의 보고를 받았으나 조용히 마무리되자 모르는 척했다. 그 사건이 칼이 되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갑자기 표정을 바꾸며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상세한 계약 조건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호주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어떨까요?”
“호주 여행?”
“해외 계좌를 만들려면 미리 가서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3일 뒤에 바로 호주로 떠났다. 시드니에 도착하여 골드코스트로 이동했다.
리처드 회장님께 받은 요트를 나도 그날 처음 보았는데 엄청난 물건이었다.
놀라움이 연속이었으나 양회장 앞에서 마치 많이 타본 것처럼 연기하느냐 고생했다. 이 요트가 ‘내 것’이라고 자랑했기 때문이었다.
‘저도 처음 타보는데요.’ 이렇게 말할 수 없었다.
다행히 붙임성 있는 요트 선장이 먼저 양회장을 커버하여서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양 회장에게 트롤링 낚시를 권했고
양회장이 160kg짜리 돛새치를 낚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양장선 회장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였고 사진을 수백 장 찍었다. 그는 평생의 소원을 풀었다며 나에게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했다.
게다가 노팅턴 회장님의 골드코스트 별장을 사용했다. 전에 빌려준다고 해서 과감하게 부탁했다.
이곳도 처음 와본 곳이었는데. 인피니티 풀 수영장은 골드코스트가 한눈에 들어오는 엄청난 곳이었다.
게다가 각종 고용인과 요리사까지 세팅되어 있어서 18세기 귀족이 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양회장을 왜 접대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
현금이 부족했기에, 호주에 도착하자마자 폐금광에 황금 씨앗 3개를 심었다.
씨앗이 충분히 익을 시간이 필요했고 사흘 정도면 충분했다.
나는 ㈜엘도라도 사무실에서 가볍게 차를 한잔하고 있었다. 역시나 양회장도 사무실에서 보는 풍광에 칭찬을 금할 수 없었다.
“자. 잔금을 확인하러 가실까요?”
맥스먼 기장님도 눈치가 있어서 오늘따라 하얀색 정복을 입고 헬기 앞에서 양회장에게 멋지게 거수경례했다.
그는 나에게는 찡끗 윙크를 보냈다.
회사 전용 헬기에 태워서 C-4 금광을 간단하게 보여 준 후 바로 폐광으로 이동했다.
나는 웃으면서 양회장에게 말했다.
“여기가 양회장님께 드릴 호주 비자금이 있는 곳입니다.”
“그것이 무슨 소리입니까?”
“양회장님께 드릴 금이 준비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들어가시지요.”
노천 폐광을 살피다가 금조각 하나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손가락만 한 순금 조각을 하나를 쭉 뽑았다.
“엘도라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회장님. 이것은 선물입니다.”
3천만원은 충분히 넘을 크기의 금조각을 양회장에게 넘겼다.
나는 노천 폐금광 가장 깊은 곳에서 빛나고 있는 금을 확인했다.
“제가 준비한 것이 아주 마음에 드실 것이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