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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57화 (57/188)

57화

시드니. 레이븐힐 본사 회장실.

못 본 사이에, 리처드 회장은 꽤 수척해져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피곤한 얼굴. 눈 밑에 다크 서클까지 보였다.

허치슨 철광의 재계약은 거의 불가능해 지고 있는데, 야심 차게 추진했던 인도네시아 철광 프로젝트까지 실패하면서 처절한 실패를 맛보고 있었다.

나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리처드 회장에게 말했다.

“회장님. 건강을 챙기셔야 할 것 같습니다.”

리처드 억지로 여유 있는 얼굴을 만들었다.

“괜찮네. 괜찮아.”

“에밀리를 만나서 인도네시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에밀리도 ‘골든보이’와 인연을 맺어 C-4 금광을 발굴해 냈는데, 회장인 자신은 인도네시아에서 크게 실패한 것이었다.

리처드는 쓴웃음을 지으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이제 회사 일이 마음 같지 않군그래.”

허치슨 철광 재계약이 되지 않는다면, 뭔가 다른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데, 계속 탐사 실패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생각해 보면 리처드가 인화 자원개발의 영월 석회석 광산을 덥석 구매했는데, 이미 그때부터 작은 돌파구라도 찾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었다.

나는 B-5 지역에 있는 엄청난 구리 매장량을 생각했다.

이것을 리처드 회장에게 말하면 레이븐힐은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이었다.

하지만 철광의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서 혼자서 구리광산을 통째로 먹으려 할 수도 있었다. 사람이 급하면 체면을 따지지 않는 법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상대를 완벽하게 믿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었다.

게다가 구리광산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허치슨 철광산의 절반 정도의 매출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니 구리광산을 통째로 삼킨다고 해도 리처드 회장의 자리가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해야 나와 리처드 회장이 둘 다 완벽하게 만족할 수 있을까?

심도 있게 고민하다가 답이 하나 나왔다.

이름하여 ‘모두 행복 계약.’

나는 리처드 회장에게 자신감 있는 눈빛을 보냈다.

“허치슨 철광산의 재계약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을 줄 수 있겠습니까?”

리처드 회장은 살짝 놀란 눈빛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허치슨 철광산의 재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인가?”

“‘골든보이라면’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떻게 말인가?”

“어차피 재계약을 막고 있는 것은 노팅턴 회장입니다. 그 사람만 설득하면 됩니다.”

리처드 회장은 어두운 얼굴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자는 나의 목을 원할 뿐이야.”

“리처드 회장님은 골든보이를 믿습니까?”

“재계약만 할 수 있다면 자네가 사탄이라고 해도 믿겠네. 내 영혼까지 줄 수도 있어.”

나는 절박한 얼굴의 리처드 회장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회장님의 영혼같이 돈이 되지 않는 것은 필요 없습니다.”

리처드는 자세를 고쳐 앉아 이쪽으로 다가왔다.

“협상 조건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리처드 회장의 눈빛을 강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레이븐힐의 주력 사업인 철, 금, 석탄 광산은 제외하고 협상해 보겠습니다.”

그것은 제외하면 노팅턴이 원하는 것이 있을까?

“최근 투자하고 있는 제련 사업으로 협상하겠다는 말인가?”

레이븐힐은 광산에서 나온 원광석을 주괴로 만드는 제련 사업에 투자하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웃었다.

“그렇다면 제련 사업도 빼고 협상하겠습니다.”

리처드 회장은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얼굴이 되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어떤 카드도 주지 않고 노팅턴을 설득할 수 있다는 말인가?

골든보이라 불리는 이 사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얼굴에 자신감만 가득해 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협상하겠다는 말인가?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아.”

나는 여유 있게 웃으면서 리처드를 바라보았다.

“‘설득’은 ‘골든보이’가 알아서 해보겠습니다.”

리처드는 복잡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해주면 되겠는가?”

“저를 레이븐힐의 전권 대리인으로 승인해주세요. 방금 말씀하신 사업을 제외한 모든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을 주십시오.”

“전권 대리인이라···.”

“더 지키고 싶은 사업이 있으면 지금이라도 말씀하세요. 그것도 빼고 협상하겠습니다.”

리처드 회장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철, 금, 석탄, 제련을 뺀 ‘쓰레기’만 가지고 협상에 성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큰 이익은 없었다.

“좋아 당장 권한을 주지.”

나는 닉슨 재무이사와 이 교수님을 불러서 전권 대리인의 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단 1시간 만에 법적으로 완벽한 전권 대리인이 되었다. 하지만 닉슨 이사도 이 교수님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허치슨 철광산의 재계약을 끌어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 B-5에 구리가 있는 것은 나만 알고 있는 사실.

나는 노팅턴 대령에게 연락하여 약속을 잡았다. 그쪽에서는 내가 리처드 회장을 버리기 위해서 자신을 찾아오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다음날 노팅턴 대령의 저택까지 헬기를 타고 날아갔다.

그리고 바로 노팅턴 대령을 만나 악수했다.

“남쪽 한국 사람인 에드워드입니다. 중국인은 아닙니다.”

노팅턴 대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마음에 담아 놓았는가?”

“무시 받으면서 일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습니다.”

노팅턴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멍청이가 아니니까 당연히 나를 찾아왔겠지.”

“레이븐힐에서는 최고의 인재로 인정받고 있는데. 대령님은 저를 멍청이에서 겨우 벗어난 인물로 보고 있군요.”

노팅턴 회장은 나를 강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골든 보이 채널을 보았네···.”

“제 채널을 보셨군요.”

“처음에는 속임수라고 생각했는데··· C-4 광산을 개발하는 것을 보고 능력이 진짜라고 믿게 되었지.”

노팅턴 대령이 내가 작성한 C-4 광산의 깊이 별 금 매장량 지도 복사본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자네가 만들었다고?”

내가 만든 매장량 복사본을 보면서 웃었다.

“이것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왔군요.”

“이것을 보고 놀라지 않은 광산업자가 없었네.”

나는 여유 있게 웃었다.

“골든보이만 해줄 수 있는 ‘서비스’이지요.”

“그 사실을, 자네 입으로 확인하고 싶었어.”

“서비스를 신청하시면, 적당한 가격에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노팅턴 회장은 낮게 웃었다.

“그 이야기, 반드시 기억하고 있지.”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노팅턴 대령의 책상 뒤에 있는 양주병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일단 손님으로 왔으니까···. 얼음이 많이 들어간 위스키를 대접받을까요?”

노팅턴 회장은 나의 표정을 확인하고 가볍게 웃었다.

“건방진 것을 보니 들고 온 카드가 좋은 모양이군.”

“물론입니다. 회장님.”

“발렌타인 좋아하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브랜디죠.”

나는 노팅턴 회장이 직접 타준 언더락 위스키를 손에 쥐고 다리를 꼬았다.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제안할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제안을 할지 기대가 되는군.”

“아마도 마음에 드실 겁니다.”

노팅턴 회장은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리처드 회장을 빨리 쓰러트리는 방법이라면 좋겠군.”

나는 가볍게 위스키를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오늘 제가 대령님께 제안 드릴 내용은 리처드 회장의 재산을 ‘빼돌리자’는 것입니다.”

노팅턴 회장은 눈을 크게 떴다가 얼굴에 웃음을 가득 만들었다.

“하하하하. 그것참 마음에 드는 제안이군.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봐.”

나는 정색한 얼굴로 물었다.

“헬기가 준비되어 있습니까?”

“헬기? 어디로 가야 하나?”

“확인하실 땅이 있습니다.”

“땅? 거기가 어디인가?”

“리처드 회장님이 가지고 있는 땅 중에 B-5 지역이 있습니다.”

“B-5?”

나는 위성 GPS 좌표를 종이에 써서 주었다.

그리고도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거대한 지도의 B-5 지역에 압정을 박았다.

“이곳에 사람을 보내세요. 낮에 가면 안 됩니다. 밤에 몰래 가야 합니다.”

“왜 밤에 가야 하나?”

나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리처드 회장님은 그곳에 ‘보물’이 있는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지요.”

노팅턴 회장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보물? 설마 금이 있나?”

나는 이제 심각한 얼굴로 대령을 바라보았다.

“이곳에 보물이 있는 것을 리처드 회장님이 알게 되면 레이븐힐은 다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절대 비밀로 해야 합니다.”

노팅턴 대령의 표정이 급속히 어두워졌다.

리처드 회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정도의 뭔가 정말 있다면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끝이었다.

“정말 그런 것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제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믿습니까? 직접 확인하셔야지요.”

“그···그렇지.”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가 떨어지면 B-5 지역으로 가서 심층 탐사를 해야 합니다. 최소 40M 이상 들어간 곳에 매장량이 있으니 깊게 확인하세요. 아마 그 양이 엄청날 겁니다. 그것을 확인하고 다시 이야기하지요.”

노팅턴 대령은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리처드의 함정은 아니겠지?”

나는 강한 눈빛으로 노팅턴 회장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리처드 회장이 알면 안 됩니다. 그러면 대령님 계획도 물거품이 되고 저도 얻을 것이 없어집니다.”

“좋네. 오늘 밤 안에 바로 확인하지.”

리처드 회장이 붙여 놓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었다. 무슨 방법으로 협상을 할지 궁금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호주 지사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그래서 일단 서울에 있는 인화 자원개발의 서 상무님에게 연락해서 괜찮은 태양광 패널 제작 회사 매물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펄벅 교수가 연구를 계속할 연구소와 공장을 구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주문이었으나 워낙 이상한 명령이 많았기에 서 상무는 질문 없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단 사흘 만에 태양광 패널 회사 매물들을 확인했는데 생각보다 회사 크기가 컸다.

대부분 대기업의 케미컬 회사들이 태양광 패널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론적으로 보자면, 태양광 발전 자체가 아직 원자력, 화력, 수력보다 발전효율이 많이 떨어지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사업이 정체된 핵심적인 이유는 중국 업체보다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원재료는 ‘폴리실리콘’이라는 불렀는데, 대부분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했고 한국은 100% 수입했다.

폴리실리콘을 녹여서 중간재인 ‘잉곳’을 만드는데 이것도 중국에서 수입했다.

얇게 판으로 만든 형태를 ‘웨이퍼’라고 불렀는데 이제 기술이 평준화되었다. 그래서 이것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했다.

그래서 한국 기업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바로 태양전지인 ‘셀’.

셀이 만드는 전기 효율은 25% 정도가 MAX.

그래서 신물질로 35%까지 고효율을 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구는 계속해서 실패하였고,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이기지 못하고 한국의 대기업도 서서히 태양광 발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기업이 가지고 있던 태양광 패널 공장까지 매물로 나와 있었다.

서울 도착하면 그때 본격적으로 매입을 추진하기로 이야기했다.

사흘의 시간이 지났다.

노팅턴 대령이 보낸 헬기가 사무실 마당에 도착했다.

나는 태경이와 경복이 그리고 닉슨 재무이사와 이 교수님까지 태우고 노팅턴이 있다는 골드코스트 사무실로 날아갔다.

태경이가 인상 쓰며 말했다.

“이제 에밀리 배신 때리고 노팅턴하고 붙어먹은 거냐?”

나는 인상 쓰고 있는 태경이를 보며 말했다.

“붙어먹다니. 쇼당 보러 가는 거지.”

“뭐로 ‘쇼당’을 붙이는데? 쓸만한 것이 있어?”

나는 옛날이야기를 했다.

“옛날에 네가 돌아가신 병태 할아버지네 버려져 있던 전축 스피커를 고물값에 사서 음향업자에게 백만원도 넘게 주고 팔았잖아?”

태경이가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인생 최고의 발견이었다.”

“그거랑 비슷해. 리처드 회장이 가지고 있지만, 가치를 모르는 물건을 팔러 가는 거야. 지켜봐라.”

우리는 골드코스트에 있는 가장 높은 빌딩의 옥상 헬기장에 내렸다.

나는 기다리고 있던 경비원을 따라 최고층에 있는 노팅턴 회장의 집무실로 갔다.

가장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골드코스트의 풍광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졌다.

‘골드코스트’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대단한 곳일 줄은 몰랐다. 최신식 콘도와 호텔 그리고 투명하고 푸른 해변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바다 멀리 끝없이 펼쳐진 산호초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흘러나왔다. 당장 물속으로 뛰어들어 열대어들과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는 노팅턴 회장을 보며 말했다.

“이곳 해안은 ‘골드’코스트라는 이름에 걸맞은 곳이군요.”

“이곳은 처음인가?”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한 번도 호주 여행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습니다. 줄곧 내륙의 황무지만 돌아다니고 있지요.”

노팅턴 대령은 위스키를 가득 따라서 얼음을 띄웠다. 그리고 낮게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그것이 광산업자의 운명이지. 마시겠나?”

“고맙습니다. 회장님.”

나는 회의 테이블에 있는 의자에 편하게 앉았다. 그리고 건방지게 다리를 꼬며 이제서야 선글라스를 벗었다.

대령과 나는 대등한 관계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B-5를 확인하셨습니까?”

노팅턴 회장의 표정은 상기 되어 있었고 마음이 급해 보였다. 당연히 B-5에 구리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왔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여유 있게 위스키의 향을 맡고 가볍게 맛을 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노팅턴 회장에게 옮겼다.

“B-5는 숨이 탁 막힐 정도로 욕심나는 곳이지요. 엄청난 ‘구리 매장량’이 있습니다.”

노팅턴 회장은 욕심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정말, 리처드가 그곳을 모르는가?”

나는 잔을 내려놓고 노팅턴 회장 뒤에 서 있는 덩치 좋은 남자 비서를 바라보았다.

“부하들 입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리처드 회장님 귀로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노팅턴 회장도 다급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입단속은 확실히 했지만··· 어떻게 든 알려지겠지.”

“직접 B-5에 가 보셨습니까?”

“그렇다네.”

나는 노팅턴이 알고 있는 정확한 데이터를 물었다.

“연간 구리 생산량이 얼마나 될 것이라 예상하십니까?”

“대략 5만 톤에서 7만 톤 사이를 예상하네.”

구리가 톤당 8000달러 정도 가격이다.

그렇다면 4억 달러(5000억)에서 6억 달러(7000억) 사이의 매출을 만들 수 있었다.

나의 예상보다 매출액이 훨씬 많았지만,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심층 채굴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생산량이 예상보다 적군요.”

“기술적인 문제는 나중에 이야기하지.”

노팅턴 회장의 마음은 매우 다급했다.

지금 예상 매장량 따위를 계산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떻게 구리광산을 빼앗을 것인가가 필요했다.

“지금 그런 계산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나는 여유 있게 웃었다.

“흥분하지 마세요. 회장님.”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구리광산을 손에 넣을 기회가 왔는데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나?”

나는 낮게 웃으며 전에 노팅턴 회장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저도 오늘 회장님께 지혜를 나눠드리고 싶군요.”

노팅턴 대령은 위스키를 단숨에 털어 넣고 인상을 썼다. 그리고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제안을 하려고 하는가? 당장 듣고 싶네.”

나도 일격필살을 노리는 검사처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구리광산 지분의 50%를 드리겠습니다.”

“지분의 50%?”

노팅턴 회장의 예상보다 많은 지분이었다.

“적습니까?”

노팅턴 회장은 겨우 탄성을 집어삼키고 목소리를 낮췄다.

“어떻게 리처드에게 그 땅을 빼앗을 것인지부터 이야기 해봐.”

나는 품속에서 리처드가 쓴 전권 대리인 서류를 내밀었다.

“저는 레이븐힐 전권 대리인 자격으로 왔습니다. 인정하십니까?”

노팅턴 대령은 뒤통수를 맞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자네는 리처드가 보낸 사람이라 이건가?”

나는 사람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저는 모든 사람의 이익을 대표합니다. 그 이야기는 노팅턴 회장님의 이익도 보호한다는 말이지요.”

노팅턴은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어렵게 말하지 말고 핵심을 이야기해.”

“간단합니다. 노팅턴 회장님께서 레이븐힐이 허치슨 철광산을 재계약할 수 있게 해주고, B-5 구리광산의 지분 50%를 가지는 것입니다.”

노팅턴은 눈을 번쩍 떴다. 감정은 리처드를 몰락으로 이끌라고 하지만 이성은 구리광산의 이권을 챙기라고 하고 있었다.

“흠···.”

나는 위스키를 마시며 노팅턴 회장을 다그치듯 바라보았다.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리처드 회장님은 그곳에 구리가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B-5에 구리가 있다는 정보는 곧 그분께 넘어갑니다. 그러면 ‘왕국 몰락 프로젝트’는 물거품이 되지요.”

“마음에 들지 않는 시나리오군.”

나는 나의 가슴을 강하게 두드렸다.

“노팅턴, 리처드, 두 회장님 중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있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나는 테이블에 있는 티 바구니에서 3개의 각설탕을 꺼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앞자리에 각설탕을 밀었다.

“리처드 회장님은 원래 가지고 있던 허치슨 철광을 챙깁니다. 행복합니다.”

나는 각설탕을 노팅턴 회장님께 밀어 보냈다.

“노팅턴 회장님은 아무런 투자 없이 구리광산 지분의 50%를 챙깁니다. 행복하겠죠?”

마지막 각설탕을 내가 챙겼다.

“구리광산을 발견한 저도 구리광산 지분의 50%를 챙깁니다. 저도 행복하네요.”

이렇게 말한 나는 과장되게 웃었다.

“모두 다 행복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결말이 있을까요?”

노팅턴 회장은 살짝 인상을 썼다.

“모두 행복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이렇게 넋 놓고 있으면 정보가 넘어가고 리처드 회장님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그냥 지켜보시겠습니까?”

노팅턴 회장은 단호하게 머리를 저었다.

“그럴 수야 없지.”

“저는 노팅턴 회장님의 ‘감정’이 매년 최소 2억 달러를 만들 수 있는 광산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팅턴은 그 이야기에 쓴웃음을 지었다가 낮게 웃었다.

“2억 달러라···. 화를 내기에 너무도 큰돈이군.”

“지금 당장 계약서를 쓰실까요?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2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은 노팅턴 회장님의 분노마저 잡아먹었다.

“당장 변호사를 불러오게.”

재무이사 닉슨과 이 교수님을 방안으로 불렀다. 그리고 계약서를 작성했다.

B-5 구리광산의 지분에 리처드의 몫을 넣었다.

노팅턴 50%

에드워드 45%

리처드 5%

리처드가 5%의 지분을 가지는 대신 호주의 폐금광 11개를 나에게 넘기는 특약을 만들어 계약서에 넣었다.

전권 대리인인 나는 계약서에 사인하였다.

1년 매출액 최소 2000억을 만들 수 있는 광산을 소유하기 직전이었다.

“레이븐힐이 허치슨 철광산 재계약을 해야 우리의 계약이 확정됩니다. 최대한 빨리 진행해 주세요. 회장님.”

노팅턴은 마음이 급해졌다.

“걱정하지 말게. 서두르지.”

“실패는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2억 달러가 회장님의 일솜씨에 달렸습니다.”

나는 맹수의 눈빛으로 노팅턴 회장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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