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화
페니 목사의 순백색 교회는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교회에 들어와 있었다.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
들어오지 못한 신도들은 밖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교회 안을 보고 있었다.
연단 주변에는 15대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 이유는 오바바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황금 십자가를 배경으로 오바바 케어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했다. 오바바 케어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졌을 때 강하게 밀어붙여야 했다.
자신의 교회에서 대통령이 연설하는 모습. 모든 목사가 꿈꾸는 그럼 장면일 것이다.
“실례하겠습니다.”
나는 비어 있는 페니 목사의 옆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임자가 있어도 잠시 앉겠습니다. 페니 목사님.”
페니 목사는 오랜만에 찾아온 나를 확인하고 반갑게 웃었다.
“에드워드 씨! 연락이 안 되어서 걱정했습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좀 바빴습니다.”
나는 청중들의 박수를 받는 오바바 대통령을 보며 말했다.
“페니 목사님의 꿈이 이루어졌습니까?”
페니 목사는 단호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제 꿈은 이제 시작되었습니다.”
페니의 꿈은 ‘대통령’이었다.
정말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그것은 신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니의 눈동자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불굴의 의지. 그것이 눈동자에 가득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격려뿐.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목적지를 찾았으니 언젠가 반드시 도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페니 목사의 시선이 오바바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젠가 심판의 날이 오기 전, 저 자리의 주인이 되어야 수천만 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유전으로 내려오는 과대망상증.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 정신병만 없으면 참으로 괜찮은 사람인데 너무도 아쉬웠다.
‘이제 정신차려!’ 이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꾹 참고 표정 관리를 했다.
매케인 의원의 말로는 페니 목사는 뉴욕 시의원을 준비한다고 했다. 오바바 대통령이 밀어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혹시 진짜 대통령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미션이 말한 ‘거대한 조력자’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색하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페니 목사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이 대통령이 될 것을 믿습니다.”
페니 목사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같이 정색하며 말했다.
“에드워드 씨는 정말, 하느님 아버지가 보내 주신 사자입니다.”
펄벅 교수에게 ‘천사님’ 소리도 들어봤다. ‘하느님이 보낸 사자’ 소리를 들어도 크게 창피하지 않았다.
사실 내일 호주로 넘어가는 비행기 표를 끊어 놓았다.
“내일 호주로 넘어갑니다. 이제부터 저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페니 목사는 떨리는 눈동자로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다.
“도움만 받았습니다. 언젠가 제가 에드워드 씨를 도울 날이 있을 것입니다.”
나도 근엄한 얼굴로 페니 목사를 바라보며 손을 잡았다.
“우리가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나는 깔끔하게 페니 목사와의 일을 마무리하고 호주로 떠났다.
시드니 공항에 내리자, 골목에서 돈 뜯는 동네 양아치처럼 태경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국에서 선물 사 왔냐?”
미국에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무슨 선물. 호주에서 편하게 있었던 놈에게 위문품을 받아야 할 판이었다.
생각해 보니 페니의 교회 앞에서 총을 맞을 뻔도 했다.
“내가 미국에서 놀다 왔냐?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경복이 어깨에 힘을 주며 태경에게 플라스틱 상자를 넘겼다.
“다정한 이 형님이 선물을 준비했다.”
태경이가 화색이 도는 얼굴로 선물을 받았다.
“역시 경복이밖에 없다.”
“그냥 선물 아니야. 10배로 불어나는 선물이야.”
“10배로 불어나는 선물?”
플라스틱 상자 안에는 라스베이거스 1000달러 카지노 칩 10개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뭐야?”
“형님이 너의 찬란한 미래를 선물한 거다.”
경복이가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돈 딴 썰을 풀었다. 룰렛에서 욕심부리지 않고 2배짜리 ‘로우&하이’만 집중하여 1만 달러를 5배로 늘린 이야기를 하였다.
태경이는 경복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에서 이미 10만 달러를 따고 있었다.
이으그~ 이 모지리 새끼들.
이때 한 여자 꼬마 아이가 내 옆에 서서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천사님이 일할 때, 생판 놀고만 있었다는 나쁜 사람이 이 아저씨예요?”
나는 뉴욕에 있을 때 펄벅 교수의 딸 코니와 많이 친해졌다.
“우리 코니 정말 똑똑하구나. 코니는 이렇게 게으른 어른이 되면 안 된다.”
태경이는 인형같이 생긴 외국인 꼬마 아가씨를 보고 눈이 커졌다.
“이 외국인 꼬마는 누구야?”
“황금 나침반에서 나온 보물의 부록이랄까?”
“부록?”
“황금 나침반이 가리킨 보물은 펄벅 교수라는 사람이고 이 꼬마는 교수 딸이야.”
태경이가 놀라고 말했다.
“황금 나침반이 사람을 가리켰다고?”
“그래.”
태경이는 황금 나침반이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못 했다.
“펄벅 교수라는 사람은 혹시···. 금 만드는 연금술사야?”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연금술사겠냐?”
“그럼 황금 나침반이 왜 사람을 선택해?”
“펄벅 교수는 매사추세츠 공대 교수야.”
“매사추세츠 공대······. 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다.”
“MIT 공대라고 하면 알아듣겠지?”
“MIT! 나도 알지.”
“펄벅 교수님은 매사추세츠 공대에서 태양광 플라스마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이번 기회에서 연구의 소유권을 넘겨받았어.”
태경이는 갑자기 외계어를 들을 느낌이었다.
“뭐라고? 태양광 플라스마? 그게 뭔데?”
이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줄 때마다, 뇌에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었다.
“태양이 플라스마 입자를 쏘는데 그 분자를 전지판에서 연속으로 충돌시켜서 에너지를 생성하는 뭐···. 전자레인지와 같은 거라고 했어.”
“플라스마로 전자레인지를 만든다고? 왜?”
“아니 그게 아니고···”
“설명을 똑바로 해봐.”
지가 언제부터 과학을 궁금해했어? 과학 시간에 맨날 잠만 자던 놈이.
“자세한 내용은 나도 잘 모르겠고, 하나 확실히 아는 것은 펄벅 교수가 죽이는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야.”
태경이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뭐 황금 나침반이 가리켰으니 사기꾼은 아니겠지.”
나는 짐을 챙겨서 나오는 펄벅 교수님을 확인하고 태경이와 인사시켰다.
펄벅 교수의 표정이 태경이를 보고 밝아졌다.
“천사님의 첫 번째 추종자시군요.”
태경이는 ‘추종자’라는 단어를 듣고 되물었다.
“추종자? 그게 뭔가?”
나는 태경이를 끌고 잠깐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아... 이 사람도 정상이 아니야. 황금 나침반이 소개 해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신병자인 것 같아. 호주 생존 벙커에서 봤던 스프링 페니처럼 뭔가 정신병을 앓고 있어. 그렇다고 너무 미친놈 바라보듯 하지 말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라며? 그런데 미쳤어?”
“나 보고 천사님이라고 하잖아. 그럼 답 나온 거지. 원래 고학력자들이 잘 미친다고 하더라.”
태경이는 코니와 펄벅 교수를 바라보며 안쓰러운 얼굴이 되었다.
“딸 애도 있는데, 안쓰럽네.”
“그래도 나중에 밥값 할 수도 있는 사람이니까. 잘해줘.”
“황금 나침반이 찍은 사람인데, 당연히 잘해줘야지.”
태경이는 활짝 웃으면서 펄벅 교수와 인사했다.
“웰컴 투 호주! 펄벅 교수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펄벅입니다.”
“비행기 타고 먼 길 오시느냐, 고생 많으셨습니다.”
“천사님 옆에 있어서 힘든 줄 몰랐습니다.”
태경이의 표정이 갑자기 흔들렸다. 진짜 골든보이를 천사라고 불렀다. 남자가 남자를 ‘천사’로 부르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어색한 웃음으로 당장을 넘겼다.
“일단 숙소가 있는 엘도라도 사무실을 구경 하실까요? 아름다운 곳입니다.”
역시나 호주 지사 사무실로 들어온 딸 코니는 사무실의 풍광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아빠. 여기 완전히 멋있어요.”
펄벅 교수도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드니 전경에 빠졌다.
나는 이준석 교수님. 아니, 이 상무님에게 펄벅 교수를 소개했다.
교수끼리 통하는 것일까? 몇 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금방 친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 교수님께 펄벅 교수와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펄벅 교수가 설명하는 태양광 플라스마 기술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아무리 들어도 펄벅의 말이 이해가 안 갔다. 아무리 문과대 교수지만 우리보다는 낫겠지.
그래서 함께 10일 정도 호주 여행을 다녀오라고 이야기했다. 그 정도 기간이라면 태양광 플라스마 발전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펄벅 교수 본인에 대해서 좀 더 잘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게다가 이 교수님도 호주 온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바빠서 구경 한번 제대로 못 했으니 이번 기회에 여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사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으나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내일 당장 에밀리와 리처드 회장부터 만나야 했다.
코니와 펄벅 교수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호주에서 가장 맛있는 해물 요리를 대접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예약한 해산물 레스토랑으로 가려고 할 때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놀랍게도 광산 업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노팅턴 대령이었다. 대령이 왜 이곳에 왔을까?
“어서 오세요. 노팅턴 회장님.”
노팅턴 회장은 돌려 말하는 법을 모른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들렸네.”
“약속도 없이 찾아온 것을 보니 급한 일인가 보네요.”
노팅턴 대령은 거만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가끔씩 상대에게 지혜를 나눠 주고 싶은 날이 있지.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내가 할 말이 있으니 넌 들어라. 그런 것인가.
기분은 나쁘지만, 최대한 예의 있게 대답했다.
“노팅턴 대령님의 지혜라 들어보고 싶군요. 경청하겠습니다.”
대령은 나의 허락도 받지 않고 지사장실의 회의 의자에 앉았다.
“레이븐힐이 무너지고 있다. 그러니 리처드를 돕지 말게.”
“설명이 없으니 이해하기가 어렵군요.”
“허치슨 철광을 잃으면 리처드는 회장 자리를 유지할 수 없어. 왕좌에서 내려와야 하지. 그러면 왕국의 재산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자네에게도 기회가 올 거야.”
“제 마음에 와닿는 비유는 아니군요.”
“최소. 레이븐힐과 한 금광 독점 계약을 파기할 수 있지. 그러면 다음에 나와 지금보다 더 좋은 계약을 할 수 있다.”
자기는 리처드 회장의 재산을 먹고, 나는 겨우 계약 조건을 변경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인가?
더는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 하지만 대놓고 적으로 돌릴 필요 없다.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 깊게 생각하겠습니다.”
노팅턴 대령이 사라졌을 때 태경이와 전 시드니 은행장인 닉슨이 들어왔다. 둘은 노팅턴 회장이 하는 이야기를 문밖에서 들었다.
그래서 재무 이사 닉슨은 준비한 문서를 가지고 들어왔다.
“전에 말씀하신 레이븐힐의 재산 조사입니다.”
응?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는데···.
태경이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레이븐힐이 가지고 있는 폐광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그룹의 모든 재산을 조사하셨네.”
나는 닉슨이 주는 문서를 받아 상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닉슨의 설명이 곁들여 졌다.
레이븐힐 광물 매출액은 1조 6000억 원
광물 채굴로 대부분의 매출을 만드는 회사였다.
그중 허치슨 철광이 매출의 49%,
레이븐힐 처음 발굴한 허치슨 철광의 매출이 아직도 그룹 이익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허치슨 광산은 그룹이 절대적으로 지켜야 할 재산이었다.
18%의 에릭슨 철광과 비교할 수 없었다.
이번에 내가 발굴한 C-4 금광이 매출액의 8%.
예상으로는 최소 15%까지 늘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금광인 로렌스 금광이 18%
금광이 어느 정도의 매출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철광을 대체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 외에 페스페로치 C 지역 석탄광 6%.
기타로 영월 석회 광산이 1% 미만.
역시 절대적인 매출을 담당하고 있는 허치슨 철광산의 재계약이 어려워지면 그룹에 큰 위기가 올 것이 분명해 보였다.
“허치슨 철광산을 빼앗기면 리처드 회장은 어떻게 됩니까?”
닉슨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허치슨 철광산만큼 많은 매출을 안정적으로 내줄 수 있는 자산은 없었습니다. 이것을 빼앗기면 그룹 주가가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리처드 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허치슨 철광의 재계약을 막는 주체는 호주 정부인가요? 간단하게···. 재계약 허가권을 가진 정치인에게 약을 좀 치면 되지 않을까요? 필요하다면 호주 총리에게라도 약을 먹여야지요.”
“알고 계시겠지만 노팅턴 대령이 철광산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부터 완벽하게 위원회를 장악했지요. 그래서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노팅턴 대령의 오랜 야망이 느껴지는군요.”
“치밀하고 끈질긴 사람입니다. 리처드 회장을 물러나게 한 후 레이븐힐을 헐값에 찢어 먹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다른 그룹 회장들도 노팅턴 대령 뒤에 붙고 있습니다. 사자가 사냥하면 하이에나와 독수리가 모여드는 것처럼 말이지요.”
닉슨 재무 이사는 자신의 안경을 만지며 눈을 반짝였다.
“주제넘게 한마디 하자면 우리 엘도라도도 노팅턴 그룹의 뒤에 붙어서 레이븐힐의 큰 고깃덩이를 삼킬 기회를 봐야 합니다. 그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다음날.
에밀리가 완벽한 정장을 차려입고 찾아왔다. 노팅턴 회장이 나를 찾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었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에밀리를 맞았다.
“에밀리! 어서 와요.”
“출장 때문에 인도네시아에 있었어요.”
리처드 회장을 대신하여 철저하게 망한 인도네시아 철광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왔다. 그래서 그런지 얼굴이 엄청 피곤해 보였다.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일은 잘 마무리되었나요?”
에밀리는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잘 마무리했어도, 누구에게도 칭찬받을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정말 수고했어요. 에밀리.”
나는 직접 시장에서 한국 딸기를 샀다. 그리고 그것으로 생과일주스를 만들어 에밀리에게 내밀었다.
“음. 맛있네요. 달콤하고.”
하는 말과 달리 불안한 에밀리의 눈빛을 보았다. 딸기 주스의 맛을 전혀 못 느끼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복장을 보니 인사하러 온 것 같지는 않군요.”
에밀리는 잠깐 눈동자가 흔들렸으나 겨우 진정하였다. 그리고 담담한 척 말했다.
“노팅턴 대령이 왔다가 갔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급하게 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실례되는 말씀이지만···. 노팅턴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사업가 간에 한 이야기를 알려 달라고 하는 것은 매우 실례되는 일이지만 에밀리는 절박한 얼굴로 물었다.
“노팅턴이 하고 간 이야기를 간단하고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리처드 회장이 흔들리고 있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있어라. 이것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금광이 터져서 회장님이 기사회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뭐라고 대답하셨나요?”
나는 에밀리를 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는 ‘의리’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확하게 번역하기 어렵지만, 로열티(loyalty)와 프랜드십(friendship) 중간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에밀리와 저 사이에는 ‘의리’가 있습니다.”
“서로에게 ‘약한 수준의 충성’한다는 말인가요?”
“굳이 표현하자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맞을 수 있겠네요.”
에밀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골든보이의 능력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금 탐사를 시작해야겠네요.”
“아버지께서 더 흔들리기 전에 주주들에게 성과를 보여줘야 해요.”
드디어 때가 온 것인가?
이제 리처드 회장과 빅딜을 할 때가 되었다.
보통 때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제가 리처드 회장님을 만나야겠습니다. 그리고 그룹 경영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에밀리는 눈을 크게 떴다.
“회장님께 제안할 것이 있다는 말입니까?”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에밀리에게 말했다.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지요?”
에밀리는 살짝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솔직히 무섭습니다.”
“골든보이를 믿으시나요?”
에밀리는 절박하게 말했다.
“네. 나는 에드워드를 믿어요.”
나는 부드러운 표정이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허치슨 철광 재계약을 추진하려 합니다. 그것을 회장님께 허락받겠습니다.”
에밀리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재계약을 할 방법이 있다는 말인가요?”
지난번 금 탐사를 할 때 발견한, B-5 구리 광산을 어떤 카드로 쓸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 섰다.
“저는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행운이 가득한 골든보이니까요.”
나는 에밀리에게 따듯한 미소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