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뉴욕 메디컬 센터 앞 연단에서는 오바바 대통령이 불을 뿜으며 연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연설이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모든 감각은 나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향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봤다면 가슴 안쪽 주머니에 탐조등을 넣어 놓은 것이 생각할 정도였다.
경복이는 나의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가슴에서 빛이 난다.”
나의 가슴에 있는 것은 분명 황금 나침반이었다.
“설마···?”
“나침반에 불 들어온 것 같아. 빨리 확인해봐.”
이때 오바바 대통령 비서실장과 긴 시간을 이야기하고 돌아온 매케인 의원이 나에게 다가왔다. 얼굴에 보이는 만족한 미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왔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매케인은 먼저 다가와 가볍게 악수를 했다.
“백악관에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오바바 케어에 완전히 힘이 실렸어요.”
나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의원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것을 보니, 백악관에서 뭔가를 제대로 받아낸 모양입니다.”
“대통령의 부탁으로 페니 목사의 정치적 스승이 되기로 했습니다. 수업료는 백악관에서 받기로 했고요.”
매케인이라면 1급 스승. 초보 정치인의 지도자로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매케인 의원에게 물었다.
“페니 목사님이 성공한 정치인이 될 수 있을까요?”
매케인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막 임기가 시작된 대통령이 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조건 성공해야 합니다. 페니 목사는 오바바 케어의 상징이니 정치적으로 절대 실패해서 안 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싫어도 이제 정치인이 되어야 합니다.”
페니 목사는 자신도 모르게 정치인이 되어 있었다. 오바바 대통령과 민주당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꿈으로 가는 첫걸음이 시작되었다.
이때 경복이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건물의 으슥한 곳으로 이끌고 갔다.
“페니 목사는 이제 나중에 신경 쓰고. 일단 나침반부터 확인하자. 우리 앞가림부터 해야지.”
나는 머리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페니 목사를 신경 써줄 사람은 대통령부터 교회 신도까지 수천 명이었다. 이제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안주머니를 확인하고 황금 나침반에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살짝 얼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어떻게 미션에 성공했지? 그렇다면 페니의 꿈이 이루어진 것인가?
나는 품속에서 황금 나침반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방향과 숫자를 확인했다.
“방향은 북서쪽, 거리는 11.”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11? 그렇게 가까워?”
11 정도라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자동차로 1시간 거리 이내.
“뉴욕에서 조금 벗어난 정도 되지 않을까?”
경복이는 다급하게 말했다.
“그쪽으로 가다 보면 알겠지. 당장 차에 타라.”
우리는 고 과장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서 움직였다.
나는 웃음을 실실 흘리면서 말했다.
“무슨 보물이 있을까?”
경복이가 어제 미국 독립전쟁 영화인 ‘패트리어트’를 보고 말했다.
“미국 도시를 약탈한 대영제국 레드코트들이 모아 놓은 금괴와 보물이 있을 거다.”
“오 멜 깁슨 나온 그 영화 예술이지.”
경복이가 심각한 얼굴로 한마디를 더했다.
“미국 음모론의 배후를 우리가 알아내는 거야. 그래서 진실을 다가가는 거지.”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미국 음모론의 배후를 알아서 뭐하게? 우리랑 무슨 관계가 있다고.”
경복이는 몇 번 눈을 깜빡이다가 말했다.
“생각해 보니 알아내도 모르는 척해야겠다. 비밀을 알면 주인공 빼고 꼭 죽더라고. 하하하”
“돈만 챙겨. 돈만.”
나도 상상에 빠지며 말했다.
“미드 ‘보드워크 엠파이어’처럼 1920~40년 미국 갱의 시대에, 지상 최대 마피아 두목이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스위스 계좌에 넣었다. 그곳에는 통장 계좌와 비밀번호가 있는 거지. 아는 통장 하나와 비밀번호 하나면 가볍게 챙겨서 나오는 거야.”
경복이는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다.
“오···. 스위스 은행 계좌, 그럼 스위스 여행을 가는 건가? 유럽여행은 처음이다.”
나는 낮게 웃다가 가볍게 물었다.
“스위스 은행은 계좌 번호하고 비밀번호만 있으면 된다고 들었는데···. 진짜 그런가? 신분증 같은 것 확인 안 하나?”
“영화에서 보면 계좌 번호와 비밀번호만 알면 되는 것 같은데, 진짜인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낮게 웃었다.
“그럼 통장 말고. 금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찾는데 고생도 덜하고.”
이야기하면 할수록 스케일은 커졌다.
각종 보물로 가득 찬 미국 부자의 뉴욕 생존 벙커.
비리 대통령이 숨겨 놓은 비자금 금고.
각종 ‘보물’ 이야기하면서 갔더니 시간이 초고속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엇이 나오든지 간에 호주 사막 생존 쉘터 이상의 보물이 나올 것이라는 의견만은 확실하게 일치했다.
경복이가 황금 나침반을 쥐고 보조석에서 방향을 안내했다.
“다음 사거리에서 우회전, 그러면 도착까지 앞으로 ‘1’.”
황금 나침반이 쇠로 변하는 것을 확인했다.
“스톱! 여기에요!!”
자동차로 출발한 지 단 40분 만에 도착한 곳은 한 가정집이었다. 집 앞에 잔디 마당이 있고 옆에는 차고가 있는 전형적인 미국 보통 서민의 집이었다.
차 안에서 집안을 살피는 나와 경복이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살펴봐도 분명 주인이 있는 집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경복이에게 물었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하지?”
“나도 아주 당황스럽다.”
‘황금 나침반에서 당신 집을 가리켰습니다. 그러니 집 수색을 하겠습니다.’ 이렇게 할 수도 없었다.
나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을 알려줄 줄 몰랐네.”
경복이는 주먹을 쥐며 말했다.
“안으로 일단 쳐들어가 볼까?”
나는 놀라며 손을 흔들었다.
“미국에서 그러면 총 맞아. 불법 가택 침입했을 때 총으로 쏘면 정당방위야.”
경복이도 집 안으로 침입한 도둑을 쏘아 죽이고 ‘정당방위’가 된 임산부 뉴스를 기억해 냈다.
“아. 그렇지. 나도 그 뉴스 본 적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하지?”
당황한 표정의 나와 경복이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고 과장님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 집 판다고 쓰여 있어서, 집을 보러 온 사람으로 꾸미겠습니다.”
고 과장님의 말을 듣고 보니 마당에 ‘for sale’이라는 푯말이 붙어 있었다.
판다고.? 그럼 사면 되지. 쓸데없는 고민을 했군.
나는 고 과장님에게 말했다.
“무조건 그냥 사세요. 얼마를 달라고 하든지 간에 흥정도 하지 말고 사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고 과장은 과감하게 초인종을 울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계속해서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무도 없나요?”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대표님.”
고 과장은 주변을 돌며 창에서 집 안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기겁하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누군가 집안에서 자살한 것 같습니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뭐···뭐라고요?? 자···자살?”
설마 ‘범죄추리물' 뭐 그런 것으로 가는 것인가?
“총에 맞더라도 당장 문 따요!!”
경복이가 강하게 달려와 고 과장을 밀어내고 강제로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젠장!! 집안에 보물이 아니라. 왜 시체가 있는 거야?”
이때 거대한 그리즐리 곰 같은 마틴 대위가 모두 비켜서게 하더니 어깨로 단번에 현관문에 부딪혔다.
와장창!!
마친 대위는 단숨에 현관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고 과장이 앞으로 달려가서 자살하려는 사람이 있던 방으로 들어갔다.
“이쪽입니다!”
사내 하나가 줄에 목을 매달고 있었다.
나와 경복이는 미친 듯이 달려가 사내의 발을 잡았고 마틴 대위는 의자를 밟고 올라가 칼로 줄을 끊었다. 사내가 바닥으로 떨어질 뻔한 것을 우리는 겨우 잡았다.
하지만 ···딱 봐도 죽은 듯 보였다. 사내는 이미 온몸이 늘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복이가 악을 쓰며 외쳤다.
“포기하지마!”
경복이는 사내의 가슴을 열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나도 교육받은 대로 허리띠를 풀고, 목을 들어 기도를 확보하였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죽은 거 아냐?”
경복이는 강하게 소리쳤다.
“씨발놈아. 종식이 기억 안 나? 뭐라도 해봐야지.”
“종식이? 아···”
“네가 입에다가 공기를 불어 넣어!”
어렸을 때 저수지에서 수영하고 놀다가 물에 빠진 친구 ‘종식’을 구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심폐소생술을 할 줄 몰라서 우리는 죽어가는 친구 앞에서 울고만 있었다.
나도 악을 쓰며 외쳤다.
“그래! 살려야지!”
경복이가 심장 압박했고 나는 20번에 한 번씩 입으로 숨을 불어 넣었다.
“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
30회를 압박하고 내가 길게 숨을 불어 넣었다.
경복이가 지치면 교대하며, 서로 교대하면서 심폐소생술은 계속되었다.
10회쯤 반복한 후 내가 길게 바람을 불어 넣었을 때,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사람의 몸에 황금빛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나의 능력이 강화될 때 눈동자가 황금빛으로 물결칠 때와 비슷한 느낌.
그것을 뒤에서 지켜본 마틴 대위와 고 과장은 놀랐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는 계속 심폐소생술을 이어갔다. 내가 다시 사내의 입에다가 길게 숨을 불어 넣었다. 그러자 사내의 몸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러자 죽었던 사내가 갑자기 숨을 길게 뱉고 강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컥컥··· 으~~~허어어어”
경복이가 감동하여 울 것 같은 얼굴로 소리쳤다.
“살아났다! 살아났다고!”
나도 감동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씨발 우리가 살렸다!!”
“이 양반 운도 좋네.”
“정신 차리면 큰절이라도 받자.”
1분쯤 뒤에 자살했던 중년의 사내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것을 보고 경복이가 강하게 물었다.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사내는 주변을 쭉 살피더니 나와 눈을 맞췄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힘겹게 말했다.
“천사님! 왜 이제 나타나셨습니까?”
나는 그의 반응에 놀라며 황당한 표정이 되었다.
“네?”
중년의 사내는 나를 바라보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평생 당신을 기다려왔습니다. 천사님.”
나는 나를 ‘천사님’이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중년과 눈이 마주치고 어찌할 줄을 몰랐다.
경복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본인이 죽어서 지금 천국에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그런가 보다.”
나는 정색한 얼굴로 그 사내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저씨. 여기 천국 아닙니다. 여기는 당신의 집이라고요.”
“천사님···. 당신께서 오기를 평생 기다렸습니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천사라고요?
중년은 사내는 힘겹게 일어나 나의 발밑에 엎드렸다.
“어렸을 때부터 당신만을 기다렸습니다.”
보통 같으면 ‘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하면서 자리를 떠나야 맞지만, 이 사람은 ‘황금 나침반’이 가리킨 곳에 있었다.
나는 경복이를 보며 말했다.
“이제 어쩌냐?”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마틴 대위가 와서 전문적인 손길로 사내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기도 확보, 신장 박동수, 혈압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
나는 마틴 대위의 처치를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했다.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렸는데 구급차를 부르지 않고 있었다.
“아 구급차 불러야지!! 멀쩡해 보여도 갑자기 죽을 수 있다.”
고 과장은 문을 따고 들어올 때, 이미 911에 신고를 했다고 했다.
마틴 대위가 중년 사내에게 물었다.
“숨쉬기 불편한 것이나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어지러운 것이 없습니까?”
사내는 마틴을 강하게 밀어내고 내 앞으로 다가왔다.
“천사님. 너무도 찬란합니다.”
나는 살짝 짜증이 나는 얼굴로 일단 쿵짝을 맞춰주었다.
“내가 천사인지 어떻게 알아보았습니까?”
중년의 사내는 나를 경배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당신의 등에서 황금색 빛이 보입니다.”
“황금빛이요?”
“당신의 등에 황금빛 날개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경복이가 갑자기 소리 내어 웃었다.
나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날개라니···. 쪽팔려서 날아가고 싶다. 황금 나침반은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데리고 온 것이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라는 말인가?
인간의 생명이 가장 중요한 보물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라면, 내가 아니라고 말할 수 없지. 하지만··· 이것은 상도덕이 아니지.
황금 나침반은 보물을 보여줘야 했다. 나침반 충전하려고 페니 목사에게 수천만 달러도 넘는 돈을 넣었다고.
중년의 사내가 이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힘이 빠져 있어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나는 일어나려고 하는 중년의 사내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 손 잡으세요.”
“감사합니다. 천사님.”
그놈의 천사님··· 좀 안 하면 안 되나?
내 손을 잡은 중년 사내의 손이 황금색으로 빛나더니 온몸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눈동자까지 황금색으로 빛났다가 사라졌다.
내가 능력이 강화될 때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중년의 사내는 눈을 크게 떴다가 자신의 머리를 꽉 쥐었다.
“아!!!”
나는 상대가 아픈 줄 알고 놀라서 물었다.
“왜요? 어디가 아픕니까?”
이때 중년의 사내가 눈을 부릅뜨며 화의에 찬 표정이 되었다.
“생각났어요!! 드디어 생각났다고요.”
약속 장소로 가야 하는데, 핸드폰이나 지갑이 보이지 않아서 1시간 동안 애타게 찾고 있다고 번쩍 생각한 얼굴이었다.
중년의 사내는 갑자기 탁자에 앉더니 손에 잡힌 노트에 복잡한 공식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한 얼굴로 경복이에게 ‘이놈 뭐 하는 거야?’ 하며 입만 움직여 물었다. 그러자 경복이가 입술을 내밀고 어깨를 으쓱했다.
중년의 사내는 노트 용지에 뭔가를 계속 쓰다가 펜을 멈추고 자신이 쓴 것을 다시 한번 쭉 살펴보며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풀었습니다. 천사님! 드디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늦은 나이에 하버드 대학교 가려고 수능 준비하시나?
중년의 사내는 다시 한번 나의 손을 잡았다.
“다. 천사님 덕분입니다.”
황금 나침반이 소개해 주는 사람들은 뭔가 조금씩 이상하다.
나는 이 ‘이상한 만남’을 처음부터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천사처럼 인자한 얼굴로 꾸미고 머리를 끄덕여 주었다.
“···일단 본인을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중년의 사내는 노트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하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펄벅 포레스트입니다. 매사추세츠 공대 교수이자 태양광 회사인 솔루두스 대표입니다.”
교수? 그것도 매사추세츠 공대? 매사추세츠 공대는 MIT 공대와 쌍벽을 이루는 굴지의 명문대 아닌가?
나는 펄벅 교수가 내미는 명함을 집어 확인하며 물었다.
“교수쯤이나 되시는 분이, 왜 자살하려 했을까요?”
펄벅 교수는 그제야 머리를 숙이며 현실로 돌아왔다.
“제가 정말··· 그랬군요.”
“좋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간단하게 자초지종을 들을 수 없을까요?”
그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가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저는 ‘차세대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5년 만에 거대한 성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벽을 뚫지 못하였고 연구는 계속해서 실패하였지요. 그렇게 실패를 거듭하며 5년을 더 보내자, 연구비 지원이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인정할 수 없어서 은행 대출을 받고 투자자를 모아서 다시 한번 크게 도전하였습니다.”
펄벅 교수는 테이블 위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더 처참한 실패를 확인했습니다. 곧 엄청난 부채가 제 몸을 짓눌렀지요. 그 때문에 아내가 저를 버리고 도망쳤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 탓입니다.”
펄벅 교수는 자신이 몰락하는 과장을 말하면서도, 이상하게 점점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천사님을 만나고 생각나지 않았던 부분이 지금 막 떠올랐습니다.”
펄벅 교수는 어지러운 수식이 쓰여 있는 노트를 내 앞에 내밀었다.
“이것으로 차세대 태양열 전지 프로젝트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전에도 성공할 것이라 확신하고 실험을 하지 않았을까? 1000% 확신하고 실험을 했는데 실패하는 때도 많았다.
“실패를 충분히 경험했는데도, 너무나 긍정적이군요.”
펄벅 교수는 확신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천사님이 곁에 계시니까요.”
내가 옆에 있다고 연구가 성공한다는 것이 말이 돼? 그래도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욕은 할 수 없었다.
“아 미안한데. 천사님이라는 말은 뺍시다. 에드워드입니다.”
펄벅 교수는 놀라며 말했다.
“아 비밀로 해야 하는군요. 알겠습니다. 에드워드 씨.”
“태양광 연구하셨던 것 같은데. 어떤 연구를 하셨습니까?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태양열 전지 효율성의 극대화를 연구하였습니다. 보통 태양열 발전은 태양열을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제가 연구한 방식은 태양파. 그러니까 태양 플라스마 입자를 태양전지판 사이에서 연속으로 반사해 열을 만드는 것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공중에 수도 없이 많은 태양 입자를 통하여 전자레인지를 만드는 것이지요.”
나는 전문 용어가 나오자 절반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플라스마. 태양 입자. 전자레인지. 뭐라고?
펄벅 교수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에너지 시장에 엄청난 격변이 일어날 것입니다.”
“미안하지만··· 무슨 소리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지금의 태양열 전지 모듈과 비교할 수 없는 효율을 지닌 태양열 패널을 만들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서야 확실하게 이해했다.
“기존보다 훨씬 좋은 태양열 패널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군요.”
“게다가 태양이 없는 밤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발전할 수 있으며 얕은 물 속에서도 발전이 가능할 것입니다. 태양의 플라스마 입자는 세상 어디에도 있으니까요.”
태양 없이도 태양광 발전을 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 있을 수 있을까?
펄벅 교수. 이 사람을 황금 나침반이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이 연구는 100% 성공한다고 봐야 할까?
나는 경복이에게 물었다.
“이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냐?”
경복이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황금 나침반이 알려준 사람이잖아. 백퍼지.”
나는 경복이의 확신에 찬 눈빛을 보았다.
“너무나 긍정적인 거 아니냐?”
경복이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페니 목사 때문에 손해가 얼마인 줄 아냐? 미션이 양심이 있으면 이번에는 좀 괜찮을 것을 주지 않았을까?”
“미션에 양심이 어디 있냐?”
“태양열 전지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더만. 난 올인이다. 내 쌈짓돈 좀 꺼내 줄까?”
생각해 보면 페니 목사에게도 돈을 때려 부었는데. 이 펄벅이라는 사람에게 돈을 넣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페니 목사는 무조건 돈이 나가는 일뿐이지만. 펄벅 교수는 큰돈을 벌 가능성이 있었다.
고민은 짧았다. 아직 뉴욕은행 통장이 뚱뚱하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서 펄벅 교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리 악수할까요?”
“예? 예”
나는 악수를 하며 그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이 황금색으로 빛나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의 능력이 올라갈 때 보이는 현상이었다. 그렇다면 펄벅 교수의 능력도 향상되고 있는 것일까?
펄벅 교수는 십 년 만에 만난 엄마의 손을 놓지 않는 것처럼 나의 손을 꼭 쥐었다.
“저에게 힘을 주세요. 천사님.”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제가 펄벅 교수님에 계속 연구할 수 있도록 투자하겠습니다. 일단 투자액에 따른 연구 지분부터 이야기해 볼까요?”
펄벅 교수는 머리를 흔들며 나에게 무릎을 꿇고 올려다보았습니다.
“황금 천사를 따라야 한다는 꿈을 꿨습니다. 천사님이 나의 주인입니다.”
“···말이 상당히 부담스럽네요.”
펄벅 교수는 아직도 화의에 찬 표정이었다.
“10년이 넘도록 생각나지 않던 것이 당신을 만난 순간 번쩍 생각났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기적입니다.”
나는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펄벅 교수의 눈동자를 보았다.
그것을 보고 교수가 만들어낼 태양열 모듈 전지가 큰돈을 벌어줄 것이라 확신했다.
이 사람이 ‘빌게이츠’ 이자 ‘일론 머스크’인가?
“당신이 말한 전지를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합니까? 제가 재정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잠깐 생각하던 펄벅 교수가 말했다.
“연구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패널 공장도 필요합니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펄벅 교수님 투자금을 드리겠습니다. 스스로 연구실과 공장을 준비할 수 있겠지요?”
펄벅 교수는 단호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가능합니다. 제가 다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조금 걱정되는 얼굴로 말했다.
“다만 한국에서 연구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미국에 계속 있을 수 없습니다.”
펄벅은 다급하게 말했다.
“천사···. 아니 에드워드 씨 옆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거기가 어디든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생활을 정리해야겠군요.”
기존에 받은 투자금도 정리해야 나중에 연구 소유권에 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고용한 변호사를 통해서 기존 투자 지분을 단돈 100만 달러에 모두 청산했다.
엔젤이 되려면 슈퍼 엔젤에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나는 펄벅 교수 연구소 통장으로 1000만 달러를 입금했다.
태양광 기술에 대한 완벽한 소유.
펄벅 교수는 모든 연구 지분을 나보고 소유하라고 했다.
연구자가 지분을 가지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을까? 나도 억지로 펄벅 교수에게 지분을 넘겼다.
동화 ‘의좋은 형제’인가?
펄벅이 연구하니 20%. 그리고 나머지 태양 플라스마 발전 연구 지분의 80%를 ㈜엘도라도가 소유하였다.
며칠 사이에 복잡한 일을 모두 털어내고,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기 위해서 펄벅 교수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 초인종 소리가 났다.
바로 추심을 담당하는 사람들이었다.
펄벅 교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대출금의 연체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당하게 앞으로 나서 그들 앞을 막았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150만 달러의 대출금이 일시에 상환했다.
추심 직원들은 뭐라고 하려다가 마틴 대위가 손으로 그냥 가라고 하자 더 이상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때 밖에 노란색 스쿨 버스가 도착하더니 6살 정도의 여자아이가 집안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분위기를 살피더니 펄벅 교수를 꼭 안았다.
“우리 아빠 괴롭히지 말아요!”
나는 귀여운 토끼 모자를 쓰고 있는 여자아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악당이 아니다. 꼬마야.”
“우리 아빠 괴롭히러 온 사람인 거 다 알아요!”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품속에서 1만 달러 뭉치를 하나 꺼냈다. 돈뭉치를 여자아이의 손에 쥐여 주었다.
아직 꼬마였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엄청나게 많은 돈인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빠가 너를 보면서 보물이라고 했니?”
“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했어요.”
“나에게도 네 아빠는 보물이다. 정말 소중해.”
꼬마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그럼 아저씨가 아빠의 아빠예요?”
보호해 주는 사람은 다 아빠인가? 그렇다면 내가 아빠 맞지.
“뭐 비슷한 거야. 이 아저씨가 이제 아빠를 지켜 줄 거야.”
며칠 동안 펄벅 교수가 미국 생활을 정리하는 것을 옆에서 더 도와주었다.
이때 이제는 좀 익숙해진 긴 국제번호가 스마트 폰에 떴다. 바로 태경이의 전화였다.
나는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Bro~ 무슨 일이야?”
태경이는 자신 있는 목소리였다.
-레이븐 힐에서 이번 달 정산으로 330만 달러가 들어 왔어.
330만 달러?
예상보다 정산이 많다.
“금광을 미친 듯이 파고 있는 것인가?”
-네가 예상한 것보다 더 나오고 있어. 이대로 나가면 우리 ㈜엘도라도 일 년 매출이 5000만 달러는 충분히 돌파하겠다.
“오- 대박.”
연 매출 5000만 달러짜리 회사의 오너. 아직 채굴 초기니까 더 매출이 증가할 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 기뻐할 수 있었다.
-요즘. 엘도라도 직원들은 어깨에 힘주고 다닌다.
“에밀리는 어때?”
태경이는 잠깐 말이 없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요즘 레이븐힐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왜? 금맥이 터졌으면 축하 파티라도 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레이븐힐에서 가장 중요한 광산이 허치슨 철광인 것 알지?
“어. 그래. 그거 재계약이 안 되어서 리처드 회장이 똥 씹은 표정이었잖아.”
-리처드 회장이 허치슨 광산을 대체할 다른 광산을 몇 년 전부터 찾았어. 그래서 인도네시아 타이몬 철광산에 투자했는데 완전히 큰 손해를 보았나 봐. 이번에 네가 금광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부도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아. 그렇게 돌아가고 있구나.”
-네가 에밀리를 좀 도와줘야 하지 않겠냐?
나는 가볍게 말했다.
“금광 하나 더 터트리라고?”
태경이가 당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면 하잖아. 안 될 것은 뭐 있어?
나는 건방진 표정이 되었다.
“뭐 그렇지? 골든보이가 하면 하는 거지.”
이때 머릿속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B-5 지역의 엄청난 구리 매장량이 떠올랐다. 드디어 이것을 사용할 기회가 온 것 같았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몰래 봐 놓은 금맥이 있어?
“당연히 있지. 형아가 골든보이지 않냐?”
그렇다. 골든보이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은 행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