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띠딩~
뉴욕 크리스티의 30번째 경매가 시작되었다.
바로 내가 의뢰한 작품인 ‘벤테노의 장례식’이었다.
띠링~
이 작품은 1000만 달러부터 시작했는데 단숨에 1500만 달러가 되었다.
그 순간 전화 등록원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누군가가 바로 3000만 달러로 올렸기 때문이었다.
‘어느 개새끼야!!!’
‘어느 상도덕 없는 놈이야!’
‘초장부터 불 끄고 잘래?’
전화기에서 욕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들은 것 같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붉은 불이 계속해서 들어왔다.
띵-
띠딩
띵-
띠딩!!!
이때 누군가가 단숨에 4200만 달러를 불렀다.
그러자 붉은 불의 행진이 단숨에 멈췄다.
그리고 금방 경매가 종료되었다.
경복이가 나를 꽉 안으며 말했다.
“이 미친놈아! 내 말이 맞지? 이 새끼들이 총알을 아끼고 있었다니까!”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와. 저 앞에 쓰여 있는 숫자가 진짜냐?”
“그래 4200만 달러다. 한 500억쯤 되는 것 같아.”
이때 크리스티 경매사 워렌이 내가 쉬고 있는 방으로 들어와 밝게 웃었다.
“축하합니다. 에드워드 씨. 오늘 경매의 열기가 저조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다들 에드워드 씨의 작품을 노리고 있었군요.”
“좋은 가격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수수료를 정산하고 계좌에 경매금을 입금하겠습니다.”
나는 밖으로 나와 벤츠에 올라탔다.
뒷좌석에 편하게 앉았으나 몸이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차가 출발해서 몇 번 코너를 돌았을 때 뉴욕 은행 계좌에 6400만 달러가 입금되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나는 차 안에서 다시 한번 기쁨을 폭발시키며 괴성을 질렀다.
몇 번이나 다시 잔고를 확인했다. 6400원도 아니고. 6400만 원도 아니고. 6400만 달러였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고과장에게 말했다.
“전에 사려다 엄두가 안 나서, 포기한 납골당(메모리얼 파크)으로 갑시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며칠 후.
퀸즈 외각에는 신축 대형 납골당이 있었다.
이곳은 95% 완성하고 분양하려다 너무 비싸서 실패한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우리가 찾던 곳이 바로 ‘이곳’이다 라고 확신했다.
흥정 없이 바로 계약하고 싶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바다가 내려도 보이는 미카엘 언덕.
그 언덕 위에 백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그림같이 생긴 교회가 우뚝 서 있었다.
무신론자인 내가 보기에도, ‘성스러움’을 느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교회 건물 옆에는 순백색의 메모리얼 타워가 있었다. 교회 신도 중 참전 용사나 교회 유공자의 이름을 새기는 곳이었다.
내 이름을 첫 빵으로 넣을까?
‘성여리가 만듦’
교회 품격 떨어진다. 포기.
그 뒤로는 교회에 다니는 신도나 그의 가족이 죽었을 때 이름을 새겨 넣는 백색의 메모리얼 월이 1000개쯤 세워 져 있었다.
그 앞에 넓은 공원이 있었는데 가족들이 와서 쉬거나 행사를 하기 충분한 곳이었다.
아래쪽으로는 자동차가 500대는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이 있었다.
주차장 왼편에 납골당이었던 메모리 관이 있었다. 하지만 공사를 통해 숙소로 바꾸어 페니 가족이 살 수 있도록 변경했다.
그 옆 동에는 관리인들이 머물 수 있도록 리모델링 하였다.
이 모든 것이 무려 3950만 달러였고 추가 공사비는 800만 $ 정도 더 들었다. 세금과 이전 비용도 정말 만만치 않았지만 모두 감내했다.
이 정도라면 맨해튼의 한복판에서 최고급 맨션이나 상가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나는 거침없이 질렀다. 이것으로 페니의 꿈이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하늘에 있는 ‘스프링 페니’ 양반.
이 정도면 마음에 드시나?
이때 고 과장의 차를 타고 페니 목사와 그의 부인 그리고 아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교회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페니 목사는 나에게 잠깐 시선을 주었지만, 눈이 다시 주변을 향하고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성전은 본 적이 없습니다.”
무신자의 눈으로 봐도 너무 아름다워서 과감하게 5천만 달러 가까이 태운 곳이었다.
“저 같은 불신자도 이곳에 오면 하느님을 믿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에디도 그런 기분을 느꼈군요.”
“놀랍게도 그렇습니다.”
페니 목사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럴 때 신앙 상담을 받아 볼까요?”
나는 손을 흔들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맙지만 좀 나중에 상담하겠습니다.”
페니 목사와 가장 먼저 백색의 교회를 살폈다.
이탈리아 대리석으로 되어 있어 5월의 순백색 신부 같은 모습이었다. 발걸음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페니 목사는 연단 앞 거대한 예수님 십자가 아래서 긴 기도를 드렸다.
나는 기도하고 있는 페니 목사를 바라보다가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말 잘 들으세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페니 목사도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끼고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경청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나는 일부러 웃지 않고 정색하며 말했다. 혹시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 교회는 페니 목사님의 것입니다. 그렇게 등록해 놓았습니다.”
페니 목사는 이 교회가 자신 것이라는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이 교회는 페니 목사님의 것입니다. 토지와 건물 대장 등록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교회가 제 것이라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목사님. 세금까지 완납했습니다.”
옆에 서 있던 경복이가 부동산 문서를 그에게 넘겼다.
토지와 건물 소유자로 페니 목사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페니 목사의 아버지인 스프링 페니가 가지고 있었던 고흐의 미술품을 팔아 번 돈으로 산 것이었다.
게다가 미션만 성공하면 황금 나침반을 충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더 큰놈으로 샀어야 했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내 복잡한 마음과 다르게 페니 목사의 얼굴에는 놀라움만 가득했다.
“정말 이것을 저에게 주는 것입니까?”
나는 온화한 얼굴로 페니 목사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당신의 아버지인 스프링 페니 씨가 당신의 꿈을 이루게 해주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따른 것입니다.”
페니 목사의 손은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군요.”
“교회를 보았으니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숙소로 가지요.”
초현대식 건물인 숙소로 들어갔는데 부인과 아들은 넓은 거실에 햇볕이 쏟아지는 통창을 보며 웃음과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
아들이 놀라서 몇 번을 페니 목사에게 물었다.
“아버지. 정말 이곳에서 살아요?”
페니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토지 대장을 보다가 나에게 시선을 주고 머리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여기가 우리집이 맞는 모양이구나.”
나는 페니 목사에게 다가가 통창 밖 오른쪽 건물을 보았다.
“저 오른쪽 건물은 관리동이고 그 옆에 있는 것이 식당입니다. 혹시 기존에 살던 동네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싶을 것 같아서 밥차도 주차장에 세워 두었습니다.
페니 목사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것이 정녕 아버지와 하느님의 뜻이란 말이니까?”
게임은 끝나 있었다. 울면 지는 것이었다. 옛날부터 그랬다.
나는 미션 성공을 200% 확신하며 말했다.
“이것을 하늘의 승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주 여유롭게 ‘미션창’을 불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당황한 얼굴이 되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고 시선은 갈 길을 잃었다.
어? 이럴 수가. 내 눈이 이상한 것인가?
미션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이 아름다운 교회가 페니의 꿈이 아닌가?
그것을 보고 경복이가 다가와 말했다.
“왜 갑자기 나라 잃은 표정이야?”
“페니에게 교회를 줬는데, 미···미션 성공이 안 떴어.”
“거의 5000만 달러를 썼는데, 미션 성공이 아니라고?”
나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미션에 아무런 변화가 없어.”
경복이도 당황한 듯 어지럽게 주변을 살피며 생각하다가 눈을 뜨고 나를 보았다.
“페니에게 꿈을 물어봤을 때 뭐라고 했지?”
“교회가 커지는 꿈을 꾼 적이 있다고 했어.”
“교회가 커진다는 의미가 신도가 많아진다는 것이 아닐까? 백성이 많아야 진정한 왕이 되는 것이지.”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강하게 손뼉을 쳤다.
“아! 그렇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신도를 모으지?”
“흠 광고라도 때릴까?”
“그래 당장 광고하자.”
새로운 교회가 생겼음을 라디오와 신문에 광고했지만, 사람들이 특가 상품이 나오면 슈퍼를 옮기는 것처럼 교회를 옮기지 않았다.
이미 한번 몸담은 커뮤니티를 옮긴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페니의 아름다운 교회에는 거의 신도가 없었다. 약간 유령도시 같은 느낌이 있었다.
페니 목사는 천천히 신도를 늘려나가면 된다고 말했지만 나는 이렇게 낭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예배가 끝나고 페니는 10명도 되지 않는 신도들을 온화한 얼굴로 배웅하고 있었다.
이때 검은색 차가 다가오더니 갑자기 페니를 향해서 총을 쐈다.
탕! 탕! 탕! 탕! 탕!!
그러자 내 뒤에 있던 마틴 대위가 권총을 꺼내더니 검은색 차를 향해서 탄창 하나를 모두 쏟아부었다.
탕! 탕! 탕! 탕! 탕! 탕! 탕!
그러자 총을 쏘던 흑인 하나가 놀라서 몸을 차 안으로 집어넣었고 미친 듯이 도망쳤다.
내가 총 맞을 뻔한 것은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눈앞에서 페니가 죽어 내 능력이 사라질 뻔한 것이었다.
찻길로 뛰어나가 멀어 지고 있는 차를 향해서 한국말로 욕을 쏟아부었다.
“이 깜댕이 새끼야! 차라리 나를 쏴! 씨발놈아! 5000만 달러를 넣었는데 충전도 못 할 뻔했잖아! 이 개새끼야!”
경복이가 다가와 나의 몸을 억지로 낮췄다.
“네 몸이 방탄이냐? 병신아! 몸 낮춰!”
“저 깜댕이 새끼가 페니 목사를 쐈다고!!”
“나도 봤어!”
“페니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금을 보는 내 능력이 없어져, 그러면 우리는 다시 괴산 촌놈으로 살아야 해!”
“야 그래도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냐?”
“난 이제 괴산에서 롯데리아만 먹으면서 못산다.”
나는 마틴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총 빌려줘. 그 깜댕이 새끼 죽이고 올 거야.”
“저는 당신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받은 사람입니다. 피보호자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없습니다.”
페니 목사가 신도들을 안심 켰지만, 신도들은 가족 별로 흩어져서 자신의 자동차로 돌아갔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아마도 다음 주에 이곳 교회로 오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나는 몸을 숨기고 있는 고과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당장 시큐리티 회사 알아봐 줘요.”
“알겠습니다.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일요일에 더 많은 직원을 보내는 특약으로 해줘요.”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페니 목사가 갱단에 있을 때 같이 있었던 놈들이 와서 총을 쏜 것이라고 했다. 목사는 조직의 비밀을 너무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직 보스는 비밀을 지키고 조직에서 나오면 죽음뿐이라는 사실을 다른 부하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했다.
다음 날 새벽 예배를 진행했으나 갱단이 찾아와 총을 쏘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신도가 2명밖에 오지 않았다.
이렇게 하다 가는 3년 뒤에라도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경복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어떻게 하지? 된통 꽉 막힌 느낌인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기가 막힌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
경복이는 내가 웃는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찼다.
“5천만 달러를 허공에 날리고 실성했냐?”
“이 형님이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방에 교회를 만석으로 만들자.”
“어떻게? 혹시 ‘싸이 강남 스타일’ 초청 공연 뭐 그런 거 아니지?”
나는 금방 자신만만한 표정이 되어 있었다.
“너는 닥치고 내 말만 따라. 일단 캘리포니아로 가자.”
“캘리포니아? 거기가 어딘데?”
“미국 서부 LA가 있는 곳이 캘리포니아야.”
“LA? 아. 로스앤젤레스. 그런데 거기를 왜 가?”
“미국에 있는 금 중에 50%는 캘리포니아에서 나온 데.”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교회 나오는 사람들에게 금이라도 나눠 주려고?”
나는 낮게 웃었다.
“다 방법이 있으니까 일단 가자. 그리고 LA 한인 타운 가서 된장찌개, 김치찌개 한번 먹고 오자. 몸에서 양놈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그 생각은 딱 마음에 든다.”
우리는 교회에 경비 시설을 추가하고 자동 소총으로 무장한 경비가 찾아온 것을 확인하고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LA에 도착하니 나의 지시대로 맥스먼 기장이 도착해 있었다. 이미 헬기까지 빌려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할 일은 캘리포니아에서 금맥을 찾는 것이었다.
주로 캘리포니아 외각의 모노, 인뇨, 샌버나디노, 래슨, 투올러미 같은 네바다와 붙어 있는 외각의 황무지 위를 날아다녔다. 남들의 눈에 띄는 곳에서 금을 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며칠 동안 헬기를 타고 돌아다니며 금을 찾았으나 생각보다 쉽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5일째 헬기를 타고 인뇨 국립공원을 벗어나 네바다주 쪽으로 날고 있을 때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빛이 보인다! 저쪽이야!”
그야말로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메마른 황무지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차 한 대 없는 2차선 도로 하나만 끝도 없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맥스먼! 랜딩! 랜딩!”
헬기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한가운데 착륙했다.
이제 아무도 이곳에 금이 ‘있냐 없냐’를 물어보지 않았다.
경복이가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여기에 금이 얼마나 있어? 많아?”
“그래. 꽤 보여.”
나는 헬기에서 잘 포장된 내 키보다 긴 상자 2개를 꺼냈다.
경복이가 함께 힘을 쓰며 말했다.
“이거 뭐야?”
“그냥 내려.”
나는 거칠게 상자를 열었다. 그랬더니 그냥 가운데 홈이 있는 길고 두꺼운 목재가 나왔다.
경복이는 상자 안에서 그냥 나무가 나오자 살짝 실망했다. 뭔가 멋진 것이 나올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기둥 같은 것은 뭐야?”
나는 나무 기둥을 유심히 살피다가 일어났다.
“이 나무를 조립해야 해. 도와줘.”
“조립한다고? 조립하면 뭐가 되는데?”
“잔소리하지 말고 도와.”
나는 공구를 꺼내서 나무 2개를 겹치고 두꺼운 나사를 박았다. 그랬더니 내 키 3배쯤 되는 크기의 거대한 십자가가 만들어졌다.
초거대 십자가.
경복이는 의아한 얼굴로 십자가를 내려다보았다. 황무지에 십자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다.
“십자가? 맞아?”
“그래 십자가 맞아.”
“이 큰 십자가로 뭐 하려고?”
“일단 땅에 묻어.”
“묻는다고?”
“설명은 나중에 할 테니까 일단 묻자.”
우리는 뜨거운 햇볕 아래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삽과 곡괭이로 땅을 파니,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묻어야 할 십자가의 크기가 너무도 컸기 때문이었다.
“주술이라도 부리는 거야? 장희빈처럼?”
“누굴 죽여야 하는데?”
“그 총 쏘고 간 깜댕이?”
“주술보다 확실한 것을 보여줄게.”
나는 땅속에 넣은 십자가의 중앙에 드릴로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황금 씨앗을 꺼내서 구멍에 넣었다.
그것을 보고 경복이가 놀라서 물었다.
“십자가 안에 황금씨앗을 넣는다고?”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십자가를 내려다보았다.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십자가를 만들 거야.”
이제서야 나의 계획을 눈치챈 경복이의 눈이 번쩍 커졌다.
“그렇다면, 황···황금 십자가를 만들 거야?”
나는 경복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 봤어?”
예루살렘을 놓고 십자군과 이슬람군의 격돌하는 모습을 그린 영화였다.
“당연히 봤지. 한때 내 심장에 불을 붙인 영화였다.”
“예루살렘 십자군이 거대한 황금 십자가를 가장 앞세우고 진군하는 장면 기억나?”
경복이는 그 장면을 기억해 내고, 나를 보며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설마 그 십자가를 이곳에서 만들어서 페니 목사 교회에 걸려고?”
“그 정도는 되어야지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겠냐?”
경복이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와. 이 새끼 스케일 보소.”
“페니 목사가 왕궁에서 총을 맞을 뻔했어. 백성이 없으니 왕을 우습게 보는 거야. 왕의 증표를 세워서 권위를 세울 거다.”
경복이는 십자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정도 사이즈의 황금 십자가면···. 해외 관광객까지 구경 오겠는데?”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거야. 한방에 거대 왕국을 세울 수 있지.”
경복이는 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황금 씨앗까지 쓰다니 이번 미션은 완전 손해 아니냐?”
나는 낮게 웃었다.
“이번에는 돈 생각하지 말자.”
“어떻게 돈 생각을 안 하냐?”
“나중에 네가 죽었을 때, 네놈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 때문에 지옥에 가야 하는데, 이것으로 절반쯤 까줄 수 있잖아.”
경복이가 눈을 크게 떴다.
“내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했다고 지옥에 가냐?”
“너의 악행을 내 입으로 읊으면 ‘3박 4일’이야.”
경복이가 나를 노려보았다.
“내가 지옥에 가잖아? ···너를 논개처럼 안고 함께 간다.”
나는 웃음이 터졌다.
“고맙다. 씨발놈아.”
“지옥에서 내가 ‘악행’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겠어.”
“악마 보다 독한 새끼.”
경복이가 허리를 펴며 근엄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내가 대마왕이 될 상인가?”
미친새끼···.
나는 크게 웃었다. 그러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나는 페니 목사가 ‘거대한’ 조력자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경복이는 아직도 아쉬운 듯 말했다.
“황금 씨앗까지 썼으니, 아주 ‘거대’해야 할 거다.”
우리는 흙을 덮어 십자가를 땅속에 묻었다.
“이제 여기서 기다리는 건가?”
잠깐 생각하던 나는 머리를 저었다.
“황무지를 지키고 있는 것이 더 수상해 보인다. 마약상 같아.”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캠핑하고 있으면 경찰에게 이상하게 보일 것 같아서 GPS로 위치를 찍고 나중에 찾아오기로 했다.
“다시 찾을 수 있겠지?”
“금이 크면 멀리서도 보이니까 걱정하지 마라.”
“LA로 다시 갈까?”
나는 잠깐 지도를 살펴보다가 웃으면서 말했다.
“흠···너 라스베이거스 가봤냐?”
“그 미국 도박장 있는 곳?”
“LA보다 거기가 더 가까워. 거기 가 보자.”
경복이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카드 돌리러 가는 거야?”
“나는 슬롯머신. 골든보이면 크게 터지지 않을까?”
“당장 가자. 카드 땡긴다.”
나는 헬기에 있는 짐을 뒤져서 100달러 현금 뭉치를 나눠주었다.
“각자 1만 달러씩 나눠 줄 테니. 3일 동안 놀다가 다시 돌아옵시다.”
우리는 네바다주 남쪽에 있는 라스베이거스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각자 1만 달러를 가지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다.
나는 하루만 라스베이거스 여행하고 호텔 카지노로 내려가 슬롯머신을 했다.
하지만 담배 냄새가 너무 심해서 포기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경복이는 룰렛을 했는데 연속으로 터져서 5만 달러까지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3일 내내 카지노에서 떠날 줄 몰랐다.
고 과장은 3일 내내 딸 아이를 위한 선물을 사기 위해서 돌아다녔다. 카톡을 한 번도 쉬지 않았다.
맥스먼 기장은 호텔에서 한 발 나오지도 않았다. TV를 보면서 룸서비스를 시켜 먹고 잠만 계속 잤다. 갑자기 장거리 운항을 할 수 있으니 기회가 있을 때 쉬는 것은 프로의 자세였다.
그렇게 라스베이거스의 3일을 보냈다.
“자 십자군의 기적을 보러 가 볼까?”
우리는 십자가와 황금 씨앗을 묻어 놓은 곳으로 헬기를 타고 이동했다.
GPS 좌표가 있었기에 오토 파일럿으로 날아갔고 정확하게 도착했다.
“보스! 5분 전!”
그 말이 나오기 전부터 헬기 아래서 엄청난 황금빛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맥스먼도 경복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지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어디였지? 전혀 모르겠어. 열아. 뭐가 보여?”
나는 손가락으로 황금빛이 나는 곳을 정확하게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저기다. 완전히 밝아. 엄청 큰놈이 달려 있나 보다.”
“엄청 커?”
나는 황홀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씨발! 졸라 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