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51화 (51/188)

51화

우리를 배웅하고 있는 페니 목사에게 손을 흔들어 줬다.

나는 운전을 하는 고 과장의 뒤통수를 보며 말했다.

“3만 달러 정도 페니 목사에게 줬습니다.”

페니 목사의 재정상태를 완벽하게 알고 있는 고 과장이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그 정도라면 급한 빚은 대충 청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대출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어차피 부채는 모두 청산해줄 생각이었다.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나는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퀸즈 거리에서 한 교회를 보고 경복이에게 물었다.

“페니 목사 교회는 너무 초라하다. 꿈을 떠나서 교회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목사라면 다들 번듯한 교회를 가지고 싶어 하지.”

“페니 목사도 그렇겠지?”

“당연히 그렇겠지. 보통 목사들의 소원은 큰 교회, 많은 신도! 바로 그것을 원한다.”

생각해 보니 신문 가십난에서 그런 내용을 읽었던 것 같았다.

“그래? 그런 거란 말이지? 생각보다 간단한데?”

신도는 모르겠지만. 큰 교회는 지으면 된다.

뉴스 보니까 교회를 사고판다고 하는데, 큰놈으로 하나 사줄까?

나는 자신감 있는 얼굴로 말했다.

“내일부터 교회 부동산 좀 알아보자. 아주 큰 놈으로.”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 하나를 흔들었다.

“지금 머릿속에 있는 것보다 ‘더 큰 놈’으로 해. 괜히 어중간한 사이즈라 만족이 안 되면 돈을 이중으로 써야 해. 한방에 가자.”

“일리 있다. 벙커에서 나온 230만 달러를 한방에 넣는다.”

27억 정도?

“새끼 화끈한데?”

고과장에게 뉴욕주 퀸즈, 브루클린에 번듯한 교회 매물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교회로 바꿀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이나 저택도 상관없었다.

다음 날 우리는 뉴욕 크리스티는 경매장으로 향했다.

영화에서 보았던 뉴욕 지하철을 타 보고 싶었으므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인 맨해튼으로 향했다.

뉴욕 지하철은 마치 90년대의 2호선 느낌이었다. 한국 지하철이 훨씬 깔끔하고 현대적이었다.

최근에 엄청난 폭우로 지하철이 물에 잠겼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지하철 안에서 물비린내가 났다.

다음에는 그냥 차를 타고 가야겠다고 다짐하며 지하철에서 나왔다.

금방 뉴욕 크리스티 건물이 보였다.

거대한 빌딩들 숲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건물이었다. 건물 밖에서도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노인들이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림들을 구경하며 나름대로 그 작품의 가격을 매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보는 모든 작품은 전시 마지막 날 경매를 하는 시스템이었다.

‘초청 작가’ 구역에 전시된 작품은 최근 떠오르는 불가리아 미술가 서베리탄의 그림이었다. 강렬하고 뜨거운 색채와 차가운 느낌이 하나의 캔버스에 녹아 있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우리도 뚫어져라. 그림을 바라보았지만, 도대체 가격을 매길 수 없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백··· 백만원?”

경복이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뉴욕이잖아. 5백만원!”

“이 새끼가 미국에 오니까 간땡이가 커졌구나?’

자세히 보니 최저 입찰금액이 쓰여 있었다.

25만 달러. 3억쯤.

우리는 빠르게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림은 사방에 있었다.

어떤 것은 6살짜리 애들이 아무렇게나 물감을 발라 놓은 것 같은데, 10만 달러부터 시작했다.

오호라··· 나도 미술이나 해볼까? 이 정도면 나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냥 금이나 찾자.

어쨌든 시간이 흘러 약속 시각이 되었고 사무실 쪽으로 향했다. 그랬더니 경비가 무서운 표정으로 앞을 막아섰다.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어 길버트를 찾았더니 그는 회사 담당자와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곧 크리스티 수석 경매사인 워렌이 다급하게 나를 찾아왔고 반갑게 인사했다.

“크리스티의 워렌입니다.”

“반갑습니다. 워렌 씨. 에드워드입니다.”

워렌이 현재의 분위기를 대충 파악하고 덩치 좋은 경비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에드워드 씨. 혹시 앞에 있는 경비에게 기분 상한 일이 있으셨습니까?”

워렌의 눈빛을 받고 창백해 진 경비원을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경비원이 나를 막는 것은 당연했다.

“아닙니다. 길을 잃었는데, 앞에 계신 가드분이 저희를 보호해 주셨습니다.”

워렌은 낮게 웃었다.

“...마음이 넓으신 분이군요. 배려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워렌의 안내로, 관계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G층에는 무장경비원이 있었고 그들을 통과하여 25번 방으로 갔다.

25번 방은 매우 귀족적이고 품격 있는 방이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 방을 펀치룸이라 불렀다. 의뢰자와 계약을 진행하는 방이었기 때문이었다.

유리 테이블 위에는, 강화 유리 케이스에 들어있는 그림 2점이 있었다. 바로 내가 가지고 온 고흐의 그림들이었다.

워렌은 비서가 가지고 온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다른 작품의 계약 이야기를 하다가 부드럽게 우리 이야기로 넘어왔다.

“우리 쪽 전문가들은 앞의 작품이 모두 진품이라 결론을 내렸습니다. 거래 내역도 데이먼&테론의 길버트 씨가 완벽하게 준비하셔서 경매에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렇군요.”

“에드워드 씨. 작품을 경매에 올릴까요?”

워렌은 가방에서 브로셔를 하나 꺼냈다. 그 안에는 지상층 홀에 걸려 있는 작품 따위는 전혀 없었다.

뉴욕 크리스티가 지난 반년 동안 확보한 최고의 작품들을 세계적인 거부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다.

내가 가지고 온 고흐의 작품 2점은 마지막 장의 메인 이벤트 페이지에 올라와 있었다.

“에드워드 씨의 물건은 메인 이벤트로 잡아 놓았습니다. 가격은 기대 이상으로 나올 것이라 자신합니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시죠?”

워렌은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어떻게 알았는지. 경매하지 않고 그냥 구매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경매하지 않고 거래를 하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습니까?”

“정확한 경매 낙찰가를 알 수 없으니 더 받을 수도 적게 받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회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무조건 경매를 통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바다로 나서는 사람들’은 800만 달러. ‘벤테노 장례식’은 1000만 달러부터 진행합니다.”

바다로 나서는 사람들은 100억, 벤테노 장례식은 120억으로 경매를 시작한다는 말이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날 정도로 엄청난 금액이었다.

운이 좋아 경매에 불이 붙으면 얼마까지 올라갈지 예상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나는 평온한 척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스케줄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경매일은 돌아오는 금요일 저녁 7시입니다.”

나는 브로셔에 올라와 있는 다른 작품들을 확인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계약합시다.”

“계약은 다른 작품들과 같은 통상 계약을 하게 됩니다. 다만 확인하실 것은 경매 처리 비용인데 첫 번째 거래라 7%입니다. 동의하십니까?”

100억에 7%면 7억이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돈이었다.

“동의합니다. 워렌씨.”

“그렇다면 경매비용에서 저희 크리스티가 7%, 데이먼&테론이 3%의 수수료를 가져가게 됩니다.”

“확인했습니다.”

워렌은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천천히 읽어 나갔지만 계약서 말 자체가 너무 어려워서 길버트를 바라보았다.

“사인해도 되겠지요. 길버트 씨?”

“제가 확인했습니다. 다른 경매품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통상 계약서입니다. 뉴욕 크리스티의 명성은 계약서에 장난치고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길버트 씨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좋습니다.”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바로 사인했다.

그러자 워렌이 계약서를 주고받고 나서 물었다.

“경매 당일 직접 확인하시겠습니까?”

“예. 보고 싶습니다.”

“금요일 날 차를 보내지요. 경매장에 3자리를 만들어 놓겠습니다.”

크리스티에서 나오자 고 과장이 몰고 온 벤츠S가 정문에 멈춰서 나를 기다렸다.

“호텔로 모실까요?”

“퀸즈로 갑시다.”

“썸머 페니 목사에게 가신다는 말씀이시지요?”

조금이라도 친해져 그의 꿈에 대해서 알아내야 했다.

갑자기 소금 덩어리를 깨물어도 그것보다 짜지 않을 것 같은 소시지 빵이 생각났다.

“뉴욕에도 정육점이 있겠지요? 빈손으로 가지 말고 괜찮은 소고기나 사가지고 갑시다. 그 빌어먹을 소시지는 먹기 싫습니다.”

맨해튼에서 가장 규모가 있는 정육점으로 가서 맛있어 보이는 수제 소시지를 샀다. 그리고 바로 먹어보았다.

“맛있네. 그때 먹었던 것이 이상한 거다.”

나는 소시지를 종류별로 다 샀고 소고기도 반 마리를 통째로 샀다.

그랬더니 정육점의 주인이 자신의 냉동차로 배달해 주겠다고 했다. 역시 달러가 풍부하면 미국의 서비스 마인드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경복이가 엄청난 고깃덩어리를 보며 말했다.

“야. 너무 오바 하는 거 아니냐? 이 정도면 퀸즈에서 칠순 잔치해도 되겠다.”

“페니의 신도들에게 소고기로 하느님의 사랑을 느끼게 해줄 수 있지.”

“그래. 할렐루야다.”

페니 목사의 집으로 갔는데 오늘은 식사를 나눠주는 날이 아니라고 해서 살짝 당황했다.

다행히 페니 목사가 음식을 나누어 주는 일을 해서 큰 냉동고가 있었다.

페니는 냉동차에서 나오는 소 반 마리 고깃덩이를 보고 놀랐다.

“이것이 뭡니까?”

“한국 사람들은 보통 다른 사람 집에 방문 때 선물을 가지고 갑니다.”

“미국 사람들도 그렇지만···소 한 마리를 가지고 오지 않습니다.”

“신도들하고 나누어 먹으면 되지요. 혹시 남을 것 같으면 저도 주시고요.”

“배고프신가요? 그렇다면 제가 직접 스테이크를 만들어 오겠습니다.”

“반가운 소리군요. 다만 한국 사람은 미국 사람보다 싱겁게 먹습니다. 소금양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줄여 주세요.”

“원하는 대로 해드리지요.”

부인이 으깬 감자에 소금과 설탕을 섞은 샐러드를 덜어서 내 그릇에 올려놓았다. 지난번 3만 달러 때문인지 부인이 나를 바라보는 눈길은 아주 부드러웠다.

“형제님은 하느님을 믿으십니까?”

으깬 감자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가 부인의 말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일요일 아침에는 거의 혼수상태라, 물리적으로 교회에 나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늦은 오후에도 주님 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돈 욕심이 많아서 번 돈의 10%나 교회에 주고 싶지 않습니다.”

“미국 교회는 십일조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헌금은 하고 싶은 만큼 하는 것이지요.”

“나중에 제가 신을 찾고 싶은 일이 생긴다면, 그때 하느님을 영접하지요.”

이때 페니 목사가 두툼하게 구운 스테이크를 가지고 왔다.

칼로 고기를 잘랐는데 겉은 바짝 튀겨 졌고 안은 촉촉했다.

바로 입에 넣었는데 버터와 소금 후추가 하나가 되어 완벽한 맛으로 다시 태어나 있었다.

오 할렐루야!

바로 감탄사가 나왔다.

“최근 먹어 본 스테이크 중에 가장 맛있습니다.”

“제가 아프간에 있을 때 우리 부대 대대장이 내가 해준 스테이크를 좋아했지요. 그래서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도, 좋은 보직으로 가는 것은 본인 능력이라 했습니다.”

“군에 있었습니까?”

“전차병이었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는 네이비실이고요.”

“한국과 미국은 동맹이니. 우리는 전우군요.”

“하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나와 경복이는 웃으면서 스테이크를 먹었다.

10분 만에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역시 스테이크는 미국산 두툼한 고기였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페니 목사가 마틴 대위에게 들어와 고기를 먹으라고 이야기했는데, 일하는 중에는 절대 밥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경복이는 아무 말도 없이 마틴 대위 몫의 스테이크를 잘라 먹기 시작했다.

어? 이놈 봐라.

나도 질세라 끼어들어 같이 고기를 먹고 다시 만족한 얼굴이 되었다.

곧 마지막 고깃덩이를 음미하며 먹고 입을 닦았다.

“요리사가 되는 것이 꿈이 아닙니까? 정말 쎄~게 밀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요리사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목사님의 꿈은 무엇입니까?”

목사님도 자신이 구운 스테이크를 한입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삼켰다. 얼마 후 겨우 입이 열렸다.

“나와 가족들의 삶을 위해서 전쟁터에 갈 정도로 열심히 살았습니다. 지금은 배고픈 이웃을 돕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요.”

“목사님의 성품이라면 배고픈 이웃을 제대로 도울 수 있는 것이 꿈이 아닐까요?”

“어젯밤에 진지하게 생각했는데 주변의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이 진짜 나의 꿈인지 확신할 수 없어서 당황하였습니다. 그들을 위한 삶이 제 꿈이었을 까요?”

쉽지 않은 고백이었다.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어른이 되면 꿈이 없어지는 것이 당연할 수 있습니다. 가족과 현실이 중요해지니까요. 대출금이 늘어나면 꿈을 잃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는 꿈을 잃어버린 것입니까?”

“다른 목사님들은 교회가 커지고 신도가 늘어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런 것이 보통 목사님들의 일반적인 꿈이지요.”

“물론 저도 교회가 커지는 꿈을 꾼 적이 있었습니다.”

나는 정색한 얼굴로 페니 목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당신의 왕국을 만듭시다.”

“왕국이요?”

“당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거대한 왕국입니다.”

<< 황금인의 거대한 조력자를 키우세요. >>

페니 목사는 나에게 거대한 조력자가 된다는 말이었다.

나중에 교황이라도 되는 것일까?

흠··· 아는 교황 하나 있으면 좋지 뭐.

혹시 목사 만랩이 되면, 내 뒤에서 ‘힐’ 해줄 수도 있겠지···. 하하

<< ‘썸머 페니의’ 꿈이 이루어지면 황금 나침반이 충전됩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황금 나침반의 충전을 위해서 페니 목사를 돕자.

금요일 7시. 뉴욕 크리스티 경매가 열리는 시간.

나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 앉아 있었다.

영화에서 보았던 대로 경매사가 작품에 관해서 설명하고 돈 많은 사람이 의자에 앉아 동그란 막대기를 들며 서로 가격을 올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하지만 실제로 참가한 사람은 한 명도 없고 전화를 받는 사람 20명이 경매에 참여하는 거부들을 대신에 해 경매에 참여하고 있었다.

중앙에는 해당 경매 물품이 전시되어 있고 그것을 20개의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

거부들은 카메라를 돌려보며 경매품을 확인했다.

뒷벽 스크린에는 경매 가격이 올라갔는데 영화처럼 서로 경쟁하며 가격이 미친 듯이 폭등하는 일 따위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23번째 경매품인 아프리카 족장의 은가면은 경매가 시작되었는데 아무도 입찰을 하지 않아서 유찰되는 일까지 있었다.

내 작품도 똥값을 받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조금씩 몰려왔다. 돈에 대해서 완벽하게 담백해진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큰돈이 오가면 나름 떨렸다.

이때 경복이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야 우리 것이 대박 터질 것 같다.”

“니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아. 이런 나이브naive 한 놈을 봤나. 포커할 때 보면 중요할 때 한 번에 털어 넣잖아. 지금이 딱 그런 느낌이다.”

“포커랑 경매랑 같냐?”

“느낌적인 느낌! 돈 싸움하는 것은 다 비슷해.”

나는 경복이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인생이 왜 그렇게 긍정적이냐?”

“어차피 그림을 호주 사막에서 주어 왔잖아. 손해 볼 것도 없는데 뭐가 걱정이야.”

“그래. 스프링 페니 씨의 그림 보는 안목을 믿어보자.”

드디어 내 차례인 29번째 경매가 시작되었다.

나도 모르게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여유 있는 척했던 경복이도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경매품으로 나온 반 고흐의 ‘바다로 나서는 사람들’이 800만 달러로 시작되었다.

!!!!

이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경매가 시작되자 등록 직원들의 전화기에 너도, 나도 붉은 불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1600만 달러를 넘어섰다.

물 한잔 마시는 시간에 2000만 달러가 넘어섰다.

전화를 받고 경매가를 입력하는 직원들의 손길이 점점 다급해 졌다.

누군가가 단숨에 3000만 달러를 불렀다.

그러자 순간 정적이 흐르고 더 이상 붉은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전화기에서 ‘어떤 미친 새끼가 한번에 3천만 달러를 불렀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바다로 나서는 사람들’은 무려 30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려 350억이 넘는 거액이었다.

나와 경복이는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내 눈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

무려 3천만 달러!!!

나는 어깨에 힘을 주며 활짝 웃었다.

“야! 페니 목사 교회 2개 사주자.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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