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골든보이 ‘호주 금광 오너’ 콘텐츠가 나가고 엄청난 이력서가 쏟아졌다.
모든 일에 성실하고 꼼꼼한 이 교수님은 모래밭에서 사금을 찾듯 모든 이력서를 확인하고 면접 스케줄을 잡았다.
정말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하면 한국으로 비행기 표를 발송했다.
며칠 뒤부터 면접이 시작되었다.
나는 모든 면접을 모두 상무님께 일임하였다.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전문가에 위임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대표도 무조건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해서 나도 같이 자리를 지켰다.
며칠 동안 면접이 진행되었고 ㈜엘도라도에 새로운 인재들이 영입되었다.
회계 담당은 전직 시드니 은행장 출신의 노신사를 뽑았다. 정말 우리 엘도라도에 들어올 생각이 있을까 할 정도로 스펙.
그는 골든보이 채널의 열렬한 구독자로 꼭 입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꼭 골든보이와 함께 황금탐사를 함께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내 추종자였군. 그렇다면 합격이지.
감사 담당은 인화 자원개발 서진식 상무의 추천으로 온 깡마른 중년의 사내였다.
전 직장에서 너무 꼼꼼하게 감사를 하고 윗사람에게 밉보여서 명예 퇴직당한 사람이었다. 그 정도의 이력이라면 감사로서 자질과 능력은 충분해 보였다.
무엇보다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하여 영어가 완벽.
깐깐하게 감사를 할, 영어 잘하는 한국 사람. 이 정도라면 무조건 합격!!
무역 담당은 호주에서 한국 상대로 오퍼상을 하다가 사기를 맞아 오랫동안 방황 한 사람이었다. 골든보이 콘텐츠에 나왔던 김경성 씨의 눈물을 보고 바로 이력서를 넣었다고 했다.
대기업 상사맨 출신으로 능력이나 성격이 모두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키도 크고 얼굴도 준수한 것도 마음이 들었다. 왠지 곁에 두고 싶은 사람.
삼송 출신이라면 일단 합격!
채굴팀은 영월광산에서 서 상무와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었다. 성품과 실력을 겸비했다고 서 상무가 보증했다.
믿을 수 있는 보증이 있다면 합격!
수행비서는 호주 코만도 출신의 대위로 제대한 지 1년 된 사내였다. 아직도 야성적인 눈빛이 살아 있었다.
키와 덩치가 그리즐리 곰과 같았는데 어디서 시비가 붙어도 든든할 것 같았다.
호주 마동석은 무조건 합격이지.
다음 주 월요일.
새롭게 출근한 사람들은 모두 만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무실의 풍광과 인테리어가 너무도 멋있었기 때문이었다.
연봉도 대기업인 인화 자원개발의 보상 체계보다 더 후하게 주었기 때문에 다들 만족하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C-4 광산의 감사 일만 하면 되었으니 아직 일이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다. 한마디로 아직은 월급만 받고 놀고먹어도 된다는 말이었다.
나는 100만원~300만원쯤 하는 금조각을 모든 직원에게 입사 선물로 나눠주었다.
다들 금조각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엘도라도가 무슨 회사인지 몸으로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때 길버트가 밝은 목소리로 전화해 왔다.
“에드워드 씨. 뉴욕 크리스티와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미국 여행을 준비하셔야겠습니다.”
“스케줄이 생각보다 빠르군요.”
“고흐의 작품을 보고 뉴욕에서 상당한 관심을 가졌습니다. 미술품 감정 책임자가 따로 연락할 정도였습니다.”
“좋군요. 미국으로 가는 스케줄은 어떻게 정리됩니까?”
“저희는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에드워드 씨의 스케줄만 확인하시면 됩니다.”
“그렇다면 기다릴 것 없이 바로 넘어가겠습니다. 내일 비행기를 예약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희도 바로 준비하지요.”
경복이와 태경이 둘 다 미국에 가고 싶어 했지만, 태경이가 호주 지사장이라 이곳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한번 퍼스트 클래스를 경험했더니 이코노미 같은 것을 더 이상 탈 수 없었다.
시드니 공항 퍼스트 클래스 대기실에 있을 때, 썸머 페니를 찾기 위해서 미국으로 넘어간 보안정보과 고과장에게 전화가 왔다.
“대표님. 썸머 페니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고 과장은 탐정 사무실 3곳에 여권 사본을 주고 썸머 페니에 대한 소재 파악을 의뢰했다. 그랬더니 단 이틀 만에 썸머 페니를 찾아냈다.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급하게 물었다.
“그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뉴욕에 있습니다.”
“뭐 하는 사람입니까? 혹시 현재 삶에 실망하고 있습니까?”
“뉴욕 퀸즈에 있는 목사입니다. 재정상태가 좋지 않지만, 오늘도 노숙자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단단하게 자기 일을 하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응? 목사?
죽어가는 사람도 안수 기도로 번쩍번쩍 살려내는 사람일까?
예상과 좀 다른 사람이었지만 미션이 말한 ‘거대한 조력자’라는 단어를 믿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잘 지켜봐 주세요. 저도 내일 뉴욕으로 갈 생각입니다.”
“비행기 스케줄은 어떻게 됩니까?”
“내일 오후 5시에 존 케네디 공항에서 봅시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살짝 마음이 조급해 졌지만, 비행기를 재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몸을 최대한 쉬었다. 일등석에서 식사를 몇 번 하고 긴 잠을 자자 생각보다 빨리 뉴욕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존 케네디 공항은 세계경제 메카인 뉴욕에 있는 공항이라 크게 기대했지만, 별 것 없었다. 어찌 보면 인천공항보다 살짝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유명한 미국 입국 심사.
살짝 긴장했으나 심사원의 영혼 없는 몇 마디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고 당당히 미국에 들어왔다.
Welcome to U.S.A
밖에 나오니 공교롭게도 길버트 팀과 보안정보과 고 과장이 동시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고과장에게 잠깐 기다리라는 눈인사를 하고 먼저 길버트에게 다가가 갔다.
돈보다 ‘썸머 페니’가 훨씬 중요했다.
“급하게 가 볼 곳이 있으니 길버트가 먼저 담당자를 만나주세요.”
길버트는 놀란 눈으로 말했다.
“지금 뉴욕 크리스티에 가시지 않는다는 말씀입니까?”
“제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나요?”
“아닙니다. 일단 작품의 진위를 확인할 테니 에드워드 씨가 없어도 일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을 할 때는 계셔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길버트 씨. 수고해주세요.”
“제가 결과를 확인해서 호텔로 찾아가겠습니다.”
길버트가 뉴욕 경매장으로 작품을 보내면, 진품임을 확인하는데 며칠 걸릴 것으로 생각했다. 그동안 나는 ‘썸머 페니’ 미션을 해결하기로 했다.
나는 고 과장과 함께 정문에 대기하고 있던 벤츠에 올라탔다.
“썸머 페니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뉴욕 퀸즈에 있습니다. 그곳 부랑자들에게 밥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목사님이라고 했지요?”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전한 군인이었고 한때 맥컬린 갱의 간부였던 적도 있습니다. 감옥에 다녀와서 손을 씻고 공부하여 목사가 되었습니다.”
“단단한 사람이군요. 쉽지 않은 선택을 해 왔습니다.”
뉴욕 맨해튼에서 떨어진 퀸즈 지역에 슬럼가가 있었다. 미국 범죄 드라마에서 보았던 그 거리가 바로 눈앞에 펼쳐졌다.
똑같은 구조의 주택들이 쭉 늘어서 있는 마을에서 비교적 깨끗한 한집 보였다. 그 집 중앙에는 ‘주님의 집’이라는 간판과 붉은 십자가가 박혀 있었다.
마당에는 테이블이 7개쯤 놓여 있었고 중년 목사가 부인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있다. 부인은 빵과 소시지를, 남편은 치즈와 스프를 그릇에 담아서 나누어 주었다.
뉴욕주의 브루클린, 퀸즈, 할렘 업타운에서 극히 상태가 좋지 않은 부랑인들이 이곳으로 찾아와 영혼 없이 한 끼를 때우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런 표정 없이 밥을 받았고 목사님만 웃으면서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했다.
우리는 한참을 차 안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차 문을 열었다.
“우리도 밥 한끼 때우자.”
경복이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뉴욕의 첫 끼니로 썩 마음에 들지 않는데?”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로컬 뉴욕 가정식 백반을 먹을 기회가 흔하게 있는 것이 아니다.”
고 과장은 차 안에서 대기했고, 이번에 수행비서로 뽑은 전직 호주 코만도 마틴 대위가 내 뒤를 따라왔다.
우리도 다른 부랑인들처럼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역시나 부인의 표정은 어두웠고, 목사님은 동양인인 나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새로운 형제분이 오셨군.”
“한 끼 먹고 가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누구든 환영합니다.”
우리는 구석 테이블에서 빵에 소시지와 치즈를 넣은 핫도그를 만들어서 입에 넣었다. 과감하게 한입을 베어 물었지만, 너무 짜서 삼킬 수가 없었다.
“윽. 짜다.”
경복이도 인상을 와락 썼다.
“완전 소금인데?”
“한국이 나트륨 소비 1위라고 하지 않았어? 그 기사를 쓴 기자에게 이 핫도그를 먹여야 해.”
“원래 미국 음식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달고 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가 나트륨 소비 1위야?”
“나도 모르지.”
부랑인 중에 술에 취한 험악한 흑인 두 명이 우리를 보더니 시비를 걸려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것을 본 마틴 마동석 대위가 더 험악한 인상으로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그놈들은 화들짝 놀라 구석으로 찌그러져서 스프를 마셨다.
나는 노숙자 흑인을 보며 어처구니없는 얼굴이 되었다. 술 취한 부랑인에게 무시당하리라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동양인에 대한 뿌리 깊은 인종차별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겨우 저런 술주정뱅이에게 시비 털릴 뻔한 거야?”
경복이가 치즈만 조금씩 뜯어 먹으면서 웃었다.
“네 얼굴이 찐따 같아서 그래. 나는 빼죠.”
“웃기지 마. 저 깜둥이는 처음부터 너를 노렸어. 역시 주먹을 부르는 얼굴은 글로벌 하게 먹히는구나.”
“흑인이랑 한 번도 싸워본 적 없는데 이번 기회에 한 판 붙어볼까?”
“뉴욕 첫날에? 교회 앞인데? 그것도 썸머 앞에서? 남의 업장에서 행패를 부리면 안 되지. 밥도 한 끼 공짜로 먹었잖아.”
이때 페니 목사가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그쪽 형제님은 잘 모르겠지만, 이쪽에서 이런 험한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이해해 주세요.”
“아. 페니 목사님. 한 끼 잘 먹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대부분 남기셨군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저희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남쪽에서요. 아직 미국 입맛에 적응 중입니다.”
“좋은 차를 타고 오신 것을 보았습니다. 식사하러 오신 것은 아니고 무슨 일로 오셨는지 물어도 될까요?”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정색한 얼굴로 페니를 바라보았다. 처음부터 정공법으로 나가려고 마음먹었다.
“아버지가 보내셨습니다. 믿습니까?”
썸머 페니 목사는 살짝 눈을 크게 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믿습니다. 모든 만남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계획하신 것이지요.”
“아···. 그런 말이 아니라.”
“천천히 편하게 말씀하세요.”
“제가 무신론자라 하느님이 무슨 계획을 세우셨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목사님의 아버지 스프링 페니 씨의 뜻에 따라 이곳에 왔다는 것입니다.”
페니 목사는 드디어 나의 말뜻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살짝 인상을 썼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친구··· 입니다. 믿을 수 있겠습니까?”
페니 목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아버지 없는 삶 속에서 고통받다가 겨우 현재의 삶을 살고 있는데, 아버지의 친구라는 젊은 사내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한국에서 왔다는 동양인이었다.
페니 목사는 침통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제가 아주 어렸을 때 실종되셨습니다. 아니 저희를 버렸지요.”
나는 정색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후회하고 계셨습니다.”
페니 목사는 어렵게 숨을 삼키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버지는··· 잘 계십니까?”
나는 망설였지만, 어차피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셨습니다. 좋지 못한 소식을 전달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호주 사막에서 영면하셨습니다.”
“호주 사막이요?”
스프링 페니의 일기장에는 가족을 버린 일을 정말 후회하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아버님은 정신병을 앓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떨어져 있기를 원하셨지요. 함께 있으면 가족까지 고통스러워할 것으로 생각하셨습니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군요.”
“일반적인 정신병 중 하나인 과대망상증으로 힘들어하셨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은 보통 아버지와 같았습니다.”
페니는 목사는 혼란스러워했다.
“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어두운 표정으로 있는 페니 부인에게 말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부인.”
나는 가볍게 준비한 두툼한 서류 봉투를 부인에게 주었다.
그 안에는 100$ 뭉치 2개, 2만 달러가 들어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부인은 놀라서 딱딱하게 굳었다.
이때 집에서 아들 야곱이 어두운 얼굴로 나와서 어딘가로 나가고 있었다. 고 과장이 조사한 바로는 야간 아르바이트를 나가는 길이었다.
내가 눈빛을 보내자 마틴 대위가 야곱의 앞을 막아섰고 나는 페니의 아들에게 다가섰다.
“사내는 절대 절망하지 않고 꿈을 향해 나가는 법이다.”
나는 야곱의 손에 1만 달러가 들어있는 봉투를 넘겼다.
“아르바이트는 그만두고 대학교를 등록해라. 너 정도의 머리라면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다.”
“누···누구세요?”
“네 할아버지의 친구다.”
“할아버지요? 제가 할아버지가 있나요?”
“대단한 분이지. 너는 엄청난 피를 물려받았다. 공부는 잘할 수 있을 거야.”
호주에서 죽은 스프링 페니는 보스턴대를 나온 주식 중개인이었는데 IT 버블에 투자에 엄청난 돈을 벌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보다 주식을 보는 눈이 탁월했다. 특히 버블이 터지기 1년 전, 가장 파티가 시끄러울 때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나온 사람이었다.
이때 경복이가 웃으면서 나에게 한국말로 말했다.
“멋있는 말을 하고 있을 때 방해해서 미안한데. 미국 대학 등록금은 비싸. 1만 달러로 어림도 없어.”
“1만 달러가 부족하다고?”
등록금으로 1100만원을 줬는데 부족하다고?
“미국 대학교 등록금이 1년에 한 3만에서 비싼 곳은 5만 달러쯤 해.”
“5만 달러? 그럼 1년에 5천만원도 넘는다는 말이네.”
“괜히 돈 많은 부자만, 자식을 미국 대학을 보내는 것이 아니야.”
나는 야곱의 손을 잡고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 내가 미국 물가를 잘 몰라서 적게 줬다. 지금 준 돈은 그냥 공부할 때 쓰고 대학 입학금은 따로 챙겨 줄게.”
그것을 모두 지켜본 썸머 페니 목사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갑자기 나타나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해주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정색한 얼굴로 페니 목사 앞에 섰다.
“스프링 페니 씨의 유산을 집행하고 있습니다.”
죽은 스프링 페니가 하늘에서 지켜본다고 해도 만족할 정도로 돈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스프링 페니와 꿈을 이뤄야 하는 미션이 있어서 그의 꿈을 확인하고 그것에 중점적으로 유산을 집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과 당신 아버지의 의지가 섞여 있는 것 같군요.”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줄 수 없겠습니까?”
‘미션에서 당신을 도우라고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순간 미친놈이 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시킬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질문하기로 했다.
“현재의 삶에 절망을 느끼시나요?”
“아닙니다. 삶을 포기하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나는 정색한 얼굴로 페니 목사를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은 선택받았다는 것입니다. 왜 선택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당신을 도울 것입니다. 그것은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이때 길버트의 전화가 울렸다.
“에드워드 씨. 길버트입니다. 뉴욕 크리스티에서 그림의 주인을 모시고자 합니다.”
“아 중요한 분을 만나고 있어서 지금은 안됩니다. 내일쯤 약속 잡는 것은 어떻습니까?”
길버트는 살짝 실망한 목소리였지만 바로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스케줄을 조정하겠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호텔에서 듣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호텔에서 뵙지요.”
나는 다시 썸머 페니를 바라보며 물었다.
페니가 한글을 알았다면 ‘궁서체’로 물었을 것이었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
“제 꿈이요?”
썸머 페니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는 호주에서 캔 작은 금조각을 페니 목사의 손에 올려주며 말했다.
“다음에 만나면 당신의 꿈에 대해서 다시 물어보겠습니다.”
나는 정색하고 진지하게 썸머 페니 목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당신의 꿈은, 저에게는 정말 중요한 질문입니다. 다음 만났을 때는 꼭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보통의 꿈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돈이 많다.
페니의 꿈도 많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황금 나침반을 다시 충전할 수 있겠지.
스프링 페니의 아들, 썸머 페니에 대한 유산 집행이다. 하늘에서 스프링 페니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가볍게 처리할 수 없었다.
페니 목사님 저는 돈 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꿈에 대해서 말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