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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49화 (49/188)

49화

생존 벙커에서 헬기를 타고 시드니로 돌아오는 길은 기분이 가벼웠다.

황금 나침반을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하게 풀려 있었다.

막막했던 방학 숙제를 끝낸 기분이랄까?

밤새 운항하고 다시 장거리 운행을 하는 맥스먼이 조금은 걱정되었다.

“맥스먼. 피곤하면 쉬었다 가요.”

“2만 달러를 받았더니 세포까지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야. 보스.”

기장 맥스먼은 피곤할 법도 했지만, 인센티브로 통장에 2만 달러를 이체했더니 흥분하여 눈이 커지고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역시 달러는 각성제이자 항우울제임이 분명했다.

게다가 이번 일에 대한 함구를 부탁하는 의미도 있었다.

2만 달러로 무엇을 할까 상상을 해서 그런지 자주 혼자 웃었다.

“시드니까지 기름은 충분한가요?”

기름을 확인한 맥스먼은 머리를 흔들었다. 이미 예비 기름통까지 쓴 상태였다.

“아는 곳에 잠깐 들렀다가 기름을 넣고 가야겠어.”

퀸즈랜드 주 브리즈번에 있는 헬기 관광 회사에 들렀다가, 예비 기름통까지 가득 채우고 커피 한잔을 하며 조금 쉰 후 다시 날아올랐다.

연속으로 몇 시간을 날았지만 조금도 피곤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헬기를 일단 맥스먼이 다녔던 시드니 관광 헬기 회사에 착륙했다.

황금 나침반 대탐험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시간은 벌써 저녁이 되어 있었다.

엘도라도 호주 지사 사무실로 돌아와 3층 지점장실에서 바라보는 시드니 해변의 일몰은 자연이 그린 한 폭의 예술이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하여 잠이 쏟아졌다. 어제 밤새 고생해서 그런지 바로 숙소에서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 옆에 있는 직원 숙소로 갔더니 경복이가 자기 방의 벽면을 모두 양주로 채우고 있었다.

사막 생존 벙커에서 가져온 양주들.

오른쪽 벽면에는 잭다니엘 100병이 있었고 왼쪽 벽면에는 시바스 리갈 100병이 가득 차 있었다.

“와. 실내장식이 인상적인데?”

“멋지지? 이것이 맞춤형 인테리어다.”

나는 살짝 인상을 썼다.

“한 20~30년은 버려져 있던 것인데. 먹어도 되냐? 나중에 배 아파 죽는 거 아냐?”

“위스키에 유통기한이 어디 있냐?”

“없어? 소주도 제조일이 짧은 것이 신선하니 맛있다고 하던데?”

“소주는 유통기한이 없고 위스키도 당연히 없다. 맥주는 한 6개월에서 1년 정도 되나?”

나는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래? 그럼 한 병 맛 좀 보자. 한 병 정도는 괜찮잖아.”

“너 때문에 인테리어가 1년은 가겠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그래서. 한 병도 안 마시고 구경만 하겠다고?”

“그건 아니지.”

“딱 한 병만 마시자.”

경복이도 입맛을 다시며 동의했다.

“좋아. 뭐로 개시를 할까? 내 입맛에 잭다니엘보다는 시바스 리갈이지.”

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시바스 리갈 좋지! 그럼 대국적(?)으로 한잔 마셔 볼까?”

우리는 언더락 잔을 금방 만들었다.

“죽은 스프링 페니를 위해서 건배다.”

“건배.”

우리는 죽은 스프링 페니를 위해서 가볍게 기도했다.

우리는 깔끔하게 잔을 비우고 내려놓았다.

경복이가 나초를 하나 집어 먹고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벙커에서 나온 돈은 우리가 먹는 거지?”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스프링 페니 아들, 썸머 페니를 안 보면 모르겠지만 그와 만나는 미션이 있는데 어떻게 유산 집행을 안 하냐?”

경복이는 씁쓸한 얼굴이었다.

“그러면, 벙커에서 나온 재산을 썸머 페니에게 유산으로 ‘몽땅’ 넘길 거야?”

“흠···.”

나는 미션창을 띄웠다.

<< 황금인의 거대한 조력자를 키우세요. >>

<< 미션 ‘썸머 페니’를 도우세요. 그의 꿈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

한참 동안 미션을 창을 바라보던 나는 거침없이 머리를 끄덕였다.

“미션의 ‘황금인’은 나다? 맞지?”

경복이는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눈빛이다.

“그렇지. 니가 황금인이지.”

“그렇다면 미션에 나오는 나를 돕는 ‘거대한 조력자’는 누구냐?”

“거대한 조력자? 흠··· 아마도 썸머 페니가 아닐까?”

“그렇지. 문맥상 썸머 페니지.”

경복이가 손뼉을 쳤다.

“썸머 페니가 ‘조력자’가 되어서 우리를 돕는 거야? 그렇다면 썸머 페니라는 ‘사람’이 우리 보상인 건가?”

나는 다시 한번 미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조력자를 ‘키우세요’라고 나와 있다. ‘키우라’라는 의미는 지금 별 볼 일 없다는 말이겠지. 게다가 ‘그의 꿈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나온다. 꿈도 이루지 못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쪼렙이라는 의미구나.”

“아마도.”

“그 쪼렙을 우리가 키워줘야 한다는 말이고.”

“꿈도 이뤄 줘야 해.”

경복이는 짧게 웃었다.

“그놈 꿈이 ‘화성 탐사 첫 번째 우주인’ 같은 것이면 어떻게?”

나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 그러면 좀 피곤한데.”

경복이는 활짝 웃었다.

“꿈이 ‘지구 정복’이면 우리가 때려서라도 올바르게 인도해야겠다.”

나도 같이 낮게 웃었다.

“그렇지 존나 때려야지.”

“어쨌든 생존 쉘터에서 나온 것은 일단 썸머 페니 똥구멍에다가 넣는다고 생각하자. 그놈이 나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만세 삼창할 정도로 도와주고도 남으면 좀 챙기던가. 우리가 무료 봉사만 할 수 없잖아.”

“뭔가 아쉬운데?”

“혹시 아냐? 썸머 페니가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가 되는 사람이라서, 우리도 곁에서 떼돈 벌 수 있을지?”

“빌 게이츠는 들어봤는데. 일론 머스크는 누구냐?”

“화성 간다고 하는 사람 있어.”

“그 새끼도 ‘존나’ 맞아야 할 놈인가?”

나는 살짝 당황했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 아니야.”

“화성 간다는 헛소리하는데, 그 새끼는 왜 아니야?”

“흠··· 진짜 갈 수도 있는 사람이거든.”

“외계인이냐?”

“썸머 페니가 일론 머스크처럼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회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엔젤’해서 키우는 건가?”

“딱 봐서 싹수가 있으면 초슈퍼 엔젤이 돼야지.”

“그럼 나도 쌈짓돈 좀 털어야겠는데?”

나는 잔에 술을 가득 따랐다.

“좋았어! ‘썸머 페니의 꿈’을 위해서 건배다!”

경복이는 나를 보면서 웃었다.

“내 꿈은 ‘신민아’랑 결혼하는 것이었는데. 그 미션은 안 나오냐?”

이 새끼는 무조건 키 큰 여자 취향이다.

“꺼져 씨발놈아.”

이때 태경이가 어디선가 매운 라면에 호주산 소고기를 왕창 넣어서 끓여왔다.

“이상형 월드컵인가? 그럼 난 ‘한지민’”

“다 꺼져.”

난 아이유.

소고기 들어간 라면에 양주는 생각보다 잘 들어갔다.

“테이블 아래 230만 달러를 놓고 라면을 먹으니 더 맛있는데?”

테이블 아래에는 구달러 지폐와 무기명 채권이 들어있는 보스턴 백이 놓여 있었다.

이것이 플렉스.

우리는 짧은 순간에 1000ml 시바스 리갈을 라면 국물과 함께 싹 비우고 초저녁부터 기절하여 깊은 잠이 들었다.

생존 벙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느라고 고생해서 그런지 다음 날 아침까지 한번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잤다.

나는 아침에 출근한 보안정보과 고과장에게 생존 벙커에서 발견한 스프링 페니의 미국 여권을 넘겨주었다.

“과장님. 이 여권 주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이 사람에 대해서 알고 계신 정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호주 사막에서 백골로 발견된 사람입니다.”

“아··· 죽은 사람이군요.”

나는 앨범에서 꺼낸 몇 장의 빛바랜 사진을 넘겨주었다.

사진은 딱 봐도 20~30년은 지나 있었다.

“이 사람의 아들 이름이 썸머 페니입니다. 사진에는 작은 아이지만 지금은 완전 성인이 되어 있겠죠. 중요한 것은 죽은 스프링 페니보다 ‘썸머 페니’ 입니다. 그에 대한 정보를 확인해주세요.”

고 과장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마치 옆 동네에 마실을 다녀온다는 말투로 머리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 비행기로 미국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힘들겠지만 최대한 빨리 조사를 진행해 주세요. 어떤 일보다 시급한 일이니 자금은 걱정하지 말고 쓰세요.”

“정보가 우선입니까? 신병 확보가 우선입니까?”

정보는 만나서 알아볼 수도 있으니, 일단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신병 확보에 무게를 두세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고 과장은 직원 하나와 함께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바로 짐을 쌌다.

점심쯤.

나는 오랜만에 양복을 빼입고 데이먼&테론 경매장으로 향했다.

㈜엘도라도 법인차인 BMW 750이 미끄러지듯 달리고 있었다.

매우 비싼 차였으나 돈지랄 하고 싶다는 경복이의 소원대로 바로 구매했다.

백색의 BMW는 데이먼&테론 경매회사 앞에 멈춰 섰다.

이미 예약을 했기 때문인지 나의 파트너였던 길버트가 길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차가 좋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그를 보고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길버트에게 악수를 청했다.

“오랜만입니다. 길버트 씨. 그간 잘 지냈습니까?”

길버트도 동양의 예의를 배운 대로, 머리를 숙이며 악수를 했다.

“덕분에 아주 잘 지냈습니다.”

“승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맡겨 주신 ‘에베레스트’를 잘 경매하여 수석 경매사로 승진할 수 있었습니다. 다 에드워드 씨 덕뿐입니다.”

“천만에요. 서로 만족한 거래였습니다.”

길버트가 연습한 것처럼 한국말로 말했다.

“감-쏴-합-니다.”

“하하하. 한국말을 공부하셨군요.”

“에드워드 씨를 위해서 조금 준비해 봤습니다. 일단 사무실로 들어가실까요?”

길버트 사무실 통 창밖으로 보이는 시드니의 풍광은 역시나 일품이었다.

그는 전과 다르게 상석을 나에게 넘기고 자신이 좌측 좌석에 앉았다. 온몸으로 나를 윗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제 길버트의 친구인 맥스먼 기장이 골든보이가 찾아가면 영국 여왕을 모시는 것처럼 잘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무슨 말인지 눈치챈 길버트는 지금 내 앞에서 큰절까지 할 기세였다.

그는 내가 품속에 에베레스트를 하나 더 숨기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제 다급하게 준비한 최고급 원두를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만들어서 가지고 왔다. 미국 사람이 식혜를 준비한 정도의 정성이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좋아하신다고 해서 준비해 봤습니다.”

시원하게 쭉 마셨는데 원두가 좋은지 시고 쓴맛의 밸런스가 아주 좋았다. 서울 프렌차이즈에서 먹는 것과도 별 차이가 없었다.

얼음을 좀 더 넣었으면 좋을 것 같았지만 이 정도면 아주 만족했다.

“호주에서 먹었던 아이스 커피 중에 단연 최고이군요.”

“하하하 준비한 보람이 있어서 좋습니다.”

“자주 마시러 와야겠습니다.”

“저야 언제라도 환영입니다. 그나저나 에드워드 씨가 새로운 금광을 발견했다는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최근에 레이븐힐과 협력하여 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좋은 편이지요.”

“호주로 골드러시의 꿈을 가지고 온 사람은 많았지만, 에드워드 씨처럼 성공하신 분은 없었습니다.”

나는 여유 있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말했다.

“길버트처럼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니 일이 잘되는 모양입니다.”

길버트는 내가 뻔한 칭찬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오늘은 제가 어떻게 에드워드 씨를 도와드려야 할까요?”

경복이가 나의 눈길을 받고 바닥에 놓았던 007 가방 2개를 꺼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방문을 열었다.

“보여드릴 그림이 있어서 왔습니다.”

가방 안 유리 케이스에 들어가 있는 그림 2점을 길버트에게 보여줬다.

그것을 본 순간 길버트의 표정이 순간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곧 표정이 실시간으로 다채롭게 바뀌었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고흐의 그림을 볼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고흐의 그림이군요···.”

“알고 계시는군요.”

“경매사가 고흐의 그림을 모를 수가 없지요.”

“오른쪽 것은 고흐의 초기 유화인 ‘바다로 나서는 사람들’이고 왼쪽 것은 ‘벤테노 장례식’이라고 하더군요.”

길버트는 더욱 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맞습니다. 그런데···. 혹시 어떻게 입수하게 되셨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림의 판매 이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경매의 당연한 상식이었다.

하지만 없는 이력도 만들어 내야 뛰어난 일급 경매사였다. 돌아다니는 그림 중 완벽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림이 몇 개나 되겠나.

나는 짜증 나는 듯 작게 혀를 차고 말했다.

“그것이 꼭 필요합니까?”

길버트는 나의 강렬한 눈빛을 받고 얼어붙었다가 정신을 번쩍 차리고 몇 번이고 머리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거래 내역이 없어도 충분히 거래할 수 있습니다.”

사실 나는 거래를 떠나서 이것이 진품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하고 싶었다.

황금 나침반이 가리켰던 곳에서 나왔으니 진품으로 99% 믿고 있었지만, 혹시 위작일 수도 있다는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진품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보세요. 그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길버트는 다급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경매사 경력의 정점을 찍을 물건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회사 안에 전문가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몇 명을 더 추가해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바로 진행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곧 전문가들이 몰려왔고 그림을 돋보기로 살피고 X레이 판독기에 넣어 보고 적외선으로 확인했다.

그리고 6시간 동안 서로 이야기하더니 결론이 나왔다.

“진품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확실한 곳에서 입수했으니 진품이 당연합니다.”

황금 나침반이 가리켜서 나온 보물이었다. 그런 것이 가짜일 리가 없었다.

“저희 전문가 6명 모두 진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워낙 귀한 물건이라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다시 한번 감정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까지 가야 한다는 말이군요.”

“저 정도로 대단한 물건을 팔려고 한다면 그만큼 공신력이 있는 경매장에서 감정해야 합니다. 그래야지 세계적인 갑부들에게 팔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데이먼&테론은 무슨 역할을 하는 것입니까? 그냥 뉴욕 크리스티와 연결만 시켜 주는 것입니까?”

길버트는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아닙니다. 저희가 에드워드 씨의 대리인이 되어 크리스티에 보내겠습니다. 또한 이 물건의 히스토리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뉴욕 경매장에 오를 때는 깨끗하게 세탁되어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탁은 뉴욕 크리스티에서도 할 수 있었으나 나는 믿을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했다.

“좋습니다. 세탁비는 얼마나 드려야 합니까?”

“경매가에 단 4%만 받겠습니다.”

“3%로 하시지요.”

길버트는 2%를 마지노선으로 생각하고 있었기에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

“흠···. 알겠습니다. 스케줄은 가장 빠르게 잡아보겠습니다.”

“기대되는군요.”

“저희를 믿으십니까? 그렇다면 작품을 놓고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쪽에 있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장담 드릴 수 있습니다.”

아마 우리가 고흐의 그림을 가지고 있으면 누가 훔쳐 갈까 잠을 제대로 못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작품은 두고 가겠습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어도 1주일 안에 뉴욕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습니다.”

우리는 보증서를 받고 호주 지사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반가운 얼굴이 앉아 있었다.

괴산대 지도 교수이자, ㈜엘도라도 지분을 3%나 가지고 있는 이준석 교수님이 찾아왔다. 우리가 배고픔에 고통받을 때 은혜를 베푸셨던 스승님이었다.

“교수님이 어서 오세요! 이렇게 멀리 타국에서 보니 더 좋네요.”

이준석 교수님은 분위기 좋은 커피숍 같은 모습의 지사 사무실을 보며 감탄하였다.

“이 건물이 진짜 엘도라도 호주 지사라고?”

“매출액을 보시면 더욱 깜짝 놀라실걸요.”

나는 ㈜엘도라도를 관리할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딱 맞는 사람이 바로 우리 교수님이었다.

그래서 스카우트 비용으로 10억을 교수님 통장에 쏘았다.

교수님은 그것이 확인하고 싶어서 호주에 온 것이었다.

“정말로 나를 스카우트하겠다고 10억을 주는 거야?”

“우리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교수님뿐입니다. 게다가 원래 우리 ㈜엘도라도의 상무 이사님 아닙니까? 지분을 가진 대주주 시고요.”

“1억 정도는 넣을 만하니까 넣은 거지.”

“집안에 돈이 많은 것도 이곳 책임자로 모시는데 큰 가산점이 되었습니다.”

“푼돈 도둑질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아닙니다. 오래 모셔온 교수님의 인품에 반해 저희가 도와 달라 모신 것입니다. 알다시피 저희가 막 똑똑하고 부지런하지 못해서 사람 관리가 안 됩니다. 교수님이라면 잘하실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뭘 안다고?”

“경영자 집안 아닙니까? 연봉은 다른 형제분과 비슷하게 3억으로 하겠습니다.”

“3억이나?”

“엘도라도 상무 이사면 그 정도는 받아야죠. 수백억을 만지는 자리가 될 텐데요.”

생각보다 높은 연봉에 이 교수는 더욱 크게 흔들렸다.

“학교는 그만둬야겠지?”

“아쉬우면 겸임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아니야. 한다면 한쪽에 전력을 다해야지.”

“도와주십시오. 교수님.”

“내가 할 일은 뭔데?”

“회사의 모든 부분이겠지만. 일단 금이 나온 C-4 광산에 우리 쪽 감사를 보내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 뽑은 사람이라고는 맥스먼 헬기 기장님밖에 없습니다.”

“일단 회사 골격부터 만들어야겠구나.”

“바로 그겁니다! 교수님. 아니 상무님.”

이준석 교수. 아니 이제 이 상무는 사무실을 채울 사람들의 이력서를 받기로 했다.

기존에 받은 이력서를 모두 다 확인했지만, 마음에 드는 인재가 없었다.

“김 대표. 방송 한 번 더 하자. C-4 금광을 소개하는 방송을 내고 마지막에 인재를 모집한다고 광고를 내는 거야. 그러면 엄청난 이력서가 쏟아질 거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우리는 ‘골든보이 호주 금광 오너 되다.’라는 제목으로 유투뷰 콘텐츠를 만들었다.

C-4 지역에서 금을 생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어제 생산한 금으로 만든 금괴를 보여주었다.

생산된 금의 절반을 이익금으로 챙긴다고 하자 다들 채팅창에 소원을 빌며 자신의 계좌번호를 올렸다.

회사 식당에서 호주 가정식 백반이라고 하며 대형 햄버거를 만들어 먹는 콘텐츠를 기획했는데 나는 1/3도 먹지 못했다.

직원들이 들어오자 1000$ 상금을 걸고 햄버거 빨리 먹기 대회를 했는데 190cm/120kg의 마이크가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했다.

채팅창에는 식신!식신!이라 외치는 채팅글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

다시 1000$를 걸고 자신의 기록을 깰 수 있냐고 했더니 겨우 1분도 안 돼서 한 개를 더 먹어 치웠다.

그랬더니 호주 식신에게 별풍선이 쏟아졌다.

마이크가 손을 번쩍 들었고 직원들이 환호했다.

자리를 옮겨서 사무실로 이동했고 레이븐힐의 유일한 한국인 김경성 씨를 모셨다.

그리고 그가 레이블 힐에서 얼마나 열심히 살고 있는지 가족들이 영상을 확인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와이프와 딸이 그 영상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 호주에서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지 둘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딸과 와이프가 아빠이자 남편에게 사랑하고 너무 보고 싶다는 말을 남기자 김경성 씨도 미안하다며 펑펑 울었다.

이때 건물 뒤에 숨어 있던 딸과 와이프가 나오고 눈물로 상봉하는 장면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 방송하겠다고 설계를 했지만, 나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즉석에서 어제 발굴한 금괴를 톱으로 반을 썰었다.

“이것으로 가족이 호주에서 함께 살기를 바랍니다.”

나는 딸 아이에게 1만 달러를 용돈으로 주고 에밀리의 허락을 얻어 김경성 씨에게 휴가를 1주일 주었다. 그리고 맥스먼이 조종하는 회사 헬기를 타고 시드니로 떠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콘텐츠가 아름답게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엘도라도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직접 내며 E-mail 주소를 올렸다.

그랬더니 며칠 사이에 수천 통의 이력서가 쌓였고, 엄청난 인재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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