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45화 (45/188)

45화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백화점으로 가서 한 벌에 5백만 원에 가까운 정장을 3벌이나 샀다.

그리고 미용실로 가서 머리카락과 수염까지 완벽하게 정리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봤던 아버지와 전혀 다른 모습의 멋진 신사가 서 있었다.

역시 남자도 꾸미기 나름이다.

나는 만족한 얼굴로 아버지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확인하며 미소를 지었다.

“완벽하다. 우리 회장님 멋지십니다.”

내가 태블릿을 들고 옆에 서 있고 수행과 직원들이 뒤에 서 있자 누가 봐도 회장님의 포스가 났다.

하지만 아버지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꼭 회장님이라고 불러야 하니?”

“회사 내에서 아버지 호칭은 무조건 회장님입니다. 우리 회사의 소유주를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거참···”

아버지를 모시고 회사로 들어가 새롭게 만들어진 회장님 방으로 들어갔다. 누가 봐도 고풍스러우면서 무게감 있는 집무실이었다.

“이게 내 방이라고?”

“회장님 집무실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죠.”

곧 서 상무가 들어와서 머리를 깊숙이 숙이며 인사했다.

“회장님 안녕하십니까? 인화 자원개발 상무 서진식입니다. 회장님께서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보필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버지는 어색한 얼굴로 서 상무를 바라보았다.

“아··· 네. 잘 부탁합니다.”

서 상무는 주식의 소유자가 서명해야 할 모든 서류를 가지고 와서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회사의 오너만 서명할 할 수 있는 서류입니다. 제가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나는 백화점에서 산 멍블랑 만년필을 아버지에게 선물로 드리기 위해서 주머니를 뒤졌다.

따듯한 느낌의 금속.

나의 손이 주머니 속에서 예상 못 한 무언가를 잡았다.

‘뭐지?’

나는 그것을 주머니 밖으로 꺼내 들었다.

그러자 손에는 절반은 황금으로 만들어진 나침반이 보였다.

“어? 나침반? 설마 황금 나침반!!”

나는 이것이 황금 나침반이라 확신하며 소리쳤다.

“황금 나침반이 나왔다! 나침반이 나왔어!!”

아버지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나침반이 뭔데 그러는 거냐?”

나는 입을 열었다가 말을 잇지 못했다.

“아···. 그게 말이죠.”

이때 경복이가 사무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황금 나침반이 나왔어?”

나는 황금 나침반을 경복이에게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어! 아마도, 이거 같아.”

“오. 대박”

경복이는 황금 나침반을 신주단지처럼 조심스럽게 살피며 감탄했다.

“뭔지 모르겠는데 멋지다. 그런데 이것은 어떻게 쓰는 거야?”

나도 방금 봤는데 어찌 알겠냐?

“어··· 나도 모르지.”

“일단 테이블에 내려 놓아봐. 나침반 방향이라도 보게.”

황금 나침반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는데 침은 북쪽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았다.

“고장 난 건가?”

나는 와락 인상을 썼다. 이 나침반을 얻기 위해서 들어간 돈이 얼마인데 ‘고장’이라니?

“야!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그런 것이 아닌데 왜 혼자 돌아?”

나침반은 아직도 미친 듯이 혼자 돌고 있었다.

“키네틱 시계처럼 흔들어서 태엽을 감는 건가?”

나침반을 잡아서 흔들다가 다시 내려놓자 더욱 어지럽게 나침반 침이 돌았다. 바늘은 조금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때 나침반 중앙 아래쯤에 3자리의 숫자가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숫자는 0,0,0

“나침반 가운데 있는 숫자 0,0,0은 뭐야?”

“숫자? 어? 진짜 숫자가 있네. 시간인가? 날짜?”

“남은 시간을 뜻하는 것인가?”

“시간? ···시간보다는, 나침반이니까 거리일 수 있어.”

나는 손바닥을 쳤다.

“그래! 거리! 거리가 더 그럴듯하다. 보물이 얼마나 떨어져 있나.”

나침반을 구경하던 서 상무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방금 N극이 황금으로 변했습니다.”

확인했더니 나침반에 새겨져 있던 N극 새김이 금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 정말이네. 이러다가 전부 금으로 바뀌는 것 아니야?”

우리는 호들갑을 떨었고. 아버지는 혀를 차며 인상 쓰다가 축객령을 내렸다.

“네가 가져온 서류 확인해야 하니까, 정신없게 하지 말고 나가라.”

내방으로 돌아온, 나와 경복이는 계속해서 나침반을 살폈다. 지겨운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나침반을 살피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N극 옆에 있는 새김이 금으로 바꿨다!”

“어? 진짜네!”

수백 번 봤기 때문에 절대 잘못 본 것은 아니었다.

경복이가 나침반을 살피며 활짝 웃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시간이 지나서 모든 방향 새김이 금으로 바뀌면 나침반이 작동한다는 말인가?”

“그래. 그때 바늘이 보물의 방향을 딱 가리키는 거야. 얼마나 떨어졌는지 숫자도 나오고 말이지.”

“오··· 그럴듯한데?”

“그럼 나침반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금이 많은 곳의 방향과 거리를 딱 알려 주는 거지.”

“거기가 어딘데?”

나는 그 단어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지만, 갑자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금이 많은 곳을 떠올랐다.

“한국은행 지하?”

눈을 크게 떴던 경복이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씨발! 그러면 완전 나가린데······ 우리가 은행강도는 할 수는 없잖아.”

나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설마 황금 나침반인데, 그렇게 성능이 엉망이지 않겠지.”

혹시 모르니 인공적인 금이 없고 자연 금이 많은 곳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 상태의 금이 많은 곳으로 가야겠다.”

“거기가 어딘데?”

“호주. 오스트레일리아.”

경복이도 빠르게 동의를 했다.

“그래. 어차피 호주 가기로 했으니까 이번 기회에 가자.”

“일단 태경에게 전화나 해보자.”

이때 긴 전화번호와 함께 호주 지사장 태경이의 전화가 왔다.

이 자식 양반은 아닌 모양이네.

“어! 태경아! 이 형님이 보고 싶었나?”

-야! 너 우리 엄마한테 서울 아파트 사 드렸어?

“어? 어···. 우리집 사는 김에, 너희 것도 하나 샀어. 경복이 것도 하나 사고.”

-시장에서 빤스 하나 더 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해도 되냐?

“땅 파면 금 나오는데 못 살 것은 뭐 있냐?”

태경이의 웃음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야! 나도 서울 넘어간다. 새로 산 아파트 좀 구경하고 싶다.

나는 강하게 말했다.

“안돼. 우리가 호주로 넘어가야 해.”

-뭐. 호주로 넘어온다고?

“호주에 있는 금을 챙길 때가 왔어.”

-오! 드디어 호주에 황금 씨앗을 심으러 오는 거야?

“미션 성공해서 황금 나침반도 챙겼다. 그것도 호주에서 개시할 거야.”

-그때 이야기했던 황금 나침반 말이지?

“어 그래.”

-어떻게 쓰는 거야? 무슨 기능인데?

황금 나침반이 완전히 충전되면 무슨 기능인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어떻게 쓰는지 모르는데. 일단 완전히 충전되면 쓸 수 있을 것 같다.”

-정확하게 뭔지 모르고 호주에서 쓰겠다고?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앞으로의 계획을 정리하여 말했다.

“이 형님이 다 빅플랜이 있지.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봐.”

-정색 빨고 듣고 있으니까 말해봐.

“첫 번째 계획은 황금을 보는 눈을 이용해서 호주에서 황금이 나오는 땅을 사서 개발할 거야.”

-좋다! 우리도 사금 팀을 만드는 것인가?

“그래. 차도 사고 장비도 사고. 돈을 좀 더 벌면 헬기도 사고 할 거야.”

-오. 헬기도 산다고? 멋진데?

“호주가 좀 넓냐? 당연히 사야지.”

-절대 찬성이다.

이때 태경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조금은 조심스러웠다.

에밀리를 빼고 단독 사업을 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에밀리 보는데 우리끼리 하는 거야? 에밀리가 너 언제 오냐고 100번은 물었는데?

혼자 할까? 아니면 에밀리랑 합작할까?

경복이도 그렇고 태경이의 목소리도 합작을 원했다.

나는 팔랑귀였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욕심을 조금 버리고 편하고 안전하게 가자’였다.

“그렇다면 일단은 에밀리와 합작하는 형태로 갈까? 생각해 보니 레이븐 힐 회장님과도 그렇게 약속했다.”

-그래 잘 생각했어. 레이븐 힐이라는 회사 장난 아니야.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그럼. 호주에서 레이븐 힐의 돈을 써서 금을 개발하고, 이익의 절반은 우리 매출로 만드는 수익 구조를 만들자.”

나는 앞에 놓인 콜라를 따서 단숨에 마시고 남은 것을 경복이에게 내밀었다.

“동의?”

경복이도 콜라를 쭉 마시고 말했다.

“당연히 에밀리가 원하면 그렇게 해야지.”

나는 경복이가 마시고 남은 콜라를 받아서 마저 다 마시고 캔을 쓰레기통에 넣었다.

“두 번째 계획은 호주에 버려진 폐금광에 황금 씨앗을 심을 거야.”

-호주 폐금광이라···. 분명 한국 것보다 큰 것이 나오겠지?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놈이 나올 거다.”

-오···.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웅장 해지는 느낌이다.”

품속에서 황금 나침반을 꺼내 다시 살폈다. 세 번째 새김이 또 금으로 변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황금 나침반을 어떻게 쓰는지 알아보자.”

-어떻게 쓰는지 모른다며? 맨땅에 헤딩하는 분위기로 가는 건가?

“대충 느낌은 왔는데. 확인하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때 수화기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어? 잠깐! 에디랑 통화 중이야. 지금?

누군가가 태경이의 핸드폰을 빼앗는 소리가 들리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에디?”

수화기에서 한 톤 높은 에밀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드워드예요?

“에밀리?”

-금방 온다고 하더니 왜 안 와요? 나를 완전히 잊은 거예요?

“요즘 좀 정신없이 바빴어요. 회사 M&A가 있었고 블럭딜도 있었습니다. 호주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에밀리는 요즘 어때요?

-레이븐 힐 본사로 들어왔어요. 개발 이사로 발령 났죠.

“무슨 지위인지 모르겠지만, 높은 사람이 된 것 같네요.”

-그때 죽을 뻔한 이후로 현장에 있는 것은 금지예요. 그래서 요즘은 항상 구두에 정장을 입고 다녀요.”

“에밀리라면 정장이 잘 어울리겠네요”

에밀리가 자신의 사진을 보내왔다. 올린 머리를 한 사진이었는데 너무도 아름다웠다.

“오! 완전 예쁘다!”

-반응이 마음에 드네요.

“진짜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하하하 와서 직접 봐요.

“그러지 않아도 금방 호주로 가기로 했습니다. 지금 비행기 알아보는 중이에요.”

-정말요?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 전용기라도 보내주고 싶은데, 지금 미국에 있어서 보낼 수가 없네요. 일단 일등석으로 예약해 줄 테니까. 그것 타고 와요.

“퍼스트 클래스요? 무리하는 것 아닌가요?”

-골든보이에게 이 정도 투자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죠. 더한 것도 줄 수 있습니다.

“고맙지만. 조금 부담스럽군요.”

-그러니까, 제발 빨리 와서. 항상 송곳니를 드러내는 이사 놈들에게서 나를 구해줘요.

“그렇다면 백마 탄 왕자가 금방 날아가겠습니다.”

그날 밤. 에밀리에게서 일등석 비행기 표 4장이 왔다.

그래서 나와 경복이 그리고 보안정보과 고덕무 과장과 부하 1명이 함께 호주로 떠났다.

일등석에는 와인과 위스키가 무제한 이었다.

싼 위스키를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달모어킹 알렉산더 싱글 몰트나 로열 살루트 등도 마실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종류의 술을 다 마셨을 때,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대취해서 기절해 잠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어느새 호주 시드니에 도착해 있었다.

인천에서 호주를 거의 ‘워프’한 느낌이었다.

“아 씨발. 퍼스트 클래스 식사를 못 하더니.”

경복이는 혀를 차며 한심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병신아.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막 퍼마시더니 그럴 줄 알았다.”

개새끼. 지는 더 마셨으면서.

“기내식 먹었어?”

“후식으로 철갑상어 알에, 치즈에, 비스킷을 샴페인에 곁들여 먹으니 기가 막히더구만.”

나는 진심 화를 내며 말했다.

“나를 깨웠어야지.”

“걱정하지 마. 내가 네 캐비아까지 다 받아서 먹었으니까. 남은 비스킷 줄까?”

“꺼져!”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으려고 했다. 그랬더니 이미 직원들이 다 짐을 찾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 이래서 사장이 좋군.

공항 밖으로 나가니 에밀리와 태경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태경의 외모가 변해 있었다. 살이 쫙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왜 이렇게 살 빠졌어?”

“소고기를 김치 없이 매일 먹는다고 생각해봐. 식욕이 있겠나.”

나는 어처구니없는 얼굴로 말했다.

“얼마 전까지 돼지 껍데기도 못 먹던 놈이 소고기가 질린다는 말을 던지면, 내가 믿을 것 같아?”

“그래? 내 말을 헛소리로 들었단 말이지? 내가 와규로 다이어트 시켜 줄게.”

이때 세미 정장의 단정한 모습의 에밀리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여전히 모델처럼 아름다웠다.

“에디! 호주에 온 것을 환영해요.”

“헤어랑 옷 스타일만 좀 바뀌었을 뿐인데 다른 사람 같아요. 더 아름다워진 것 같습니다.”

“에디도 이제 CEO 느낌이 확 나는데요? 부하 직원도 있고.”

“제가 한국 IH 백화점에 지분이 있는 이사입니다. 다음에 한국에 오면 백화점 에스코트해줄게요.”

에밀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오. 최근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멋진 말이네요. 진짜 종일 쇼핑을 하고 싶어요.”

이때 태경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밥 먹고 쉬어야지.”

“죽이는 식당 잡아 놨냐?”

“저번에 보여준 엘도라도 호주 지사로 간다. 그곳에 저녁을 준비해 뒀다.”

에밀리가 ㈜엘도라도 호주 지사 사무실을 얻어줬다고 했다.

“아! 새로운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했지?”

“에밀리가 신경 써서 준비한 곳이야. 내가 확신하는데, 정말 마음에 들 거다. 어서 가보자.”

시드니 비치가 보이는 언덕에, 현대식 건물 몇 개가 서 있었다. 마당도 넓고 조경도 신경 써서 잘 되어 있었다.

“이게 진짜 우리 사무실이라고?”

“선셋 보면서 커피나 위스키 한잔 마시면 완전 센치가 폭발하지. 10년 전에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전화하고 싶을 정도야.”

“아··· 위험한 곳이군.”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야 해.”

에밀리가 활기차게 말했다.

“파티 준비가 끝났습니다. 다들 밖으로 나오세요.”

사무실 앞마당에는, 파티 준비가 완벽하게 끝나 있었다.

조리사들이 바로 해산물과 고기를 요리했다.

호주 와규 소고기는 물론이고 바닷가재, 새우, 게가 구워서 나왔다.

양놈 나라에서 자란 해산물들이라 그런지 랍스타, 새우, 게 모두 사이즈가 장난 아니었다. 한 마리만 먹어도 배부를 수준이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미친 듯이 포식하기 시작했다. 랍스타 내장을 올리브에 졸인 소스에 빵을 찍어 먹으니 위스키가 계속 들어갔다.

“야! 여기 천국 아니냐?”

태경이가 강렬하게 나의 말에 반대했다.

“아니야! 서울이 더 좋아.”

“이렇게 맛있는 것이 많은데 왜 천국이 아니야?”

“이런 것만 맨날 먹으면 갈치조림이나 갓김치 같은 것이 생각난다고.”

“이 자식이 호강에 겨웠구먼. 닥치고 술이나 마셔.”

밤새 술을 달리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머리가 반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누가 첫날부터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라고 했냐며 뇌 속의 누군가가 잔소리를 계속했다.

목이 너무도 말라 냉장고에 생수를 꺼내 마셨을 때, 코끝을 스치고 가는 천국의 냄새가 있었다.

고덕무 보안정보과장이 어제 먹다 남은 게를 넣은 해장국을 끓이고 있었다.

“사장님 해장하세요. 게를 넣어서 시원합니다.”

한 그릇 후루룩 먹으니 사라졌던 영혼이 돌아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고 있었다.

“아. 국물이 예술이네요.”

아침을 먹고 다시 잠이 들었다가 에밀리와 약속한 시각에 겨우 일어나 준비했다.

일어나기 싫었으나 에밀리를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에디! 무슨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

“에밀리가 준비한 요리가 너무 좋아서 술이 안 마실 수 없었습니다.”

에밀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딱 보아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이었다.

“비즈니스 할 정신은 있어요?”

“아무리 힘들어도 할 것은 해야죠.”

고 과장님이 맛있게 내린 아이스 커피를 가지고 와서 단숨에 마셨다.

“아~~ 역시 커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야.”

에밀리는 살짝 맛만 보고 마시지 않았다.

호주 사람들은 대부분 커피를 따듯하게 먹었다. 카페에서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면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줬다.

그나마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커피를 마시려면 ‘ice long black’을 달라고 주문해야 했다.

따라해보자. ‘ice long black Please~’

나는 에밀리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양 뺨을 가볍게 쳤다.

자 일하자!!

“바로 계약 이야기부터 할까요?”

“그래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호주에서 진행되는 금광 사업의 모든 비용을 레이븐 힐에서 제공하고 그곳에서 나오는 이익금의 절반을 ㈜엘도라도가 확보하는 것을 제안합니다.”

에밀리가 데리고 온 사람 중에, 딱 변호사로 보이는 늙은이가 앞으로 나섰다.

나의 제안에 말도 안 된다며 뭐라고 하려고 할 때 에밀리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요. 대신 모든 금 채굴 사업은 레이븐 힐과 독점 진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전 세계에서요?”

“네.”

“전 세계 독점권이라니 욕심이 너무 과한 것 아니에요?”

“좀 그런가요?”

“일단 호주에서는 레이븐 힐과 독점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하시지요. 기본 뼈대는 그렇게 잡는 것이 좋겠네요.”

이렇게 말했을 때 변호사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개발 이사님. 채굴 비용을 다 대고 이익의 절반을 가진 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보통 때 같으면 변호사의 말이 절대적으로 맞았다. 비용을 다 대고 이익을 절반만 가지고 오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1온스 금을 발굴하는데 200$ 비용으로 가능하겠어요?”

“1온스에 200$라요? 잠깐이라면 가능하겠지만 평균적인 가격이라면 불가능합니다.”

“여기 에드워드 씨는 그것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모든 비용을 우리 레이븐에서 제공하고 이익의 절반을 나누는 것이 더 큰 이익이 아닐까요?”

변호사는 단호하게 머리를 흔들었다.

“200$에 평균 1온스라니요.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에밀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변호사를 바라보았다.

“더 이상의 의견은 듣지 않겠습니다.”

“아가씨!”

“제가 책임집니다. 나서지 마세요.”

계약서가 금방 작성되었고 서로 계약서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도 확인하고 고과장도 확인하고 서울에 있는 총장님도 확인했다.

특별한 내용이 없었으니 계약서의 확인은 금방 끝났고 나는 거침없이 사인했다.

에밀리도 사인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 순간 때문에 잠을 한숨도 못 잤어요. 계약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호주에 있는 금은 다 우리 겁니다.”

“바로 원정대를 준비할까요?”

“좋습니다. 호주 금 냄새를 맡으러 갑시다.”

“꼭 준비해야 할 것이 있나요?’

“헬기.”

“헬기요?”

나는 자신 있게 웃었다.

“이번에는 효율적으로 왕창 쓸어 담을 생각입니다.”

에밀리는 활짝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허가를 받아 놓은 땅은 4 섹터에 25포인트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편하게 생각하세요.”

“아니요. 3일 안에 다 끝내겠습니다.”

에밀리는 매우 놀라며 말했다.

“3일 안에요?”

“넵.”

에밀리가 활짝 웃었다.

“저는 골든보이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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