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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43화 (43/188)

43화

어두운 동굴로 들어가기 전,

나는 섭섭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반말 모드.

“왜 나 안 믿었어? 골든보이를 믿으라고 내가 수십 번 이야기 했잖아. 우리 믿음이 그것밖에 안 돼?”

나는 인상을 쓰며 왼쪽 손을 들어 올렸다.

“나 믿고 주식 팔지 않은 사람 손들어봐.”

그러자 채팅글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

-나!나! 안 판 것은 아니고. 주식을 못 팔았어!

-난 하한가에 다 팔아버렸는데.

-겁나 세게 물렸어요. 그래서 못 팔았어요.

-호랑이에게도 이렇게 쎄~게 물리지 않을 듯.

······

나는 다시 한번 카메라를 보면서 눈을 부릅떴다.

잠깐 입을 꾹 다물었다가, 나는 감정을 폭발하며 입을 열었다.

“애들아!!! 이 형을 믿으라고 몇 번을 이야기했어. 우리 기본 멘트가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이거잖아. 내가 겨우 니들 코 묻은 돈 빼먹겠니? 형이 금을 찾는 것 몇 번이나 보여줬는데, 겨우 찌라시 보고 나를 욕해? 너무 한 거 아니냐?”

-진짜 금 있어?

-여기서 뺑기 치는 거 금지.

-금이 있으면 난 정말 그랜절 할 거야.

-금이 진짜 있다고? 진짜??

······

나는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배낭에서 휴대용 랜턴을 꺼내서 10발쯤 걸을 때마다 바닥에 놓으면서 걸었다.

20개의 랜턴을 바닥에 놓자 동굴 안이 어느 정도 확실하게 보였다. 동굴 안은 시골의 체육관 정도의 넓이였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녹슨 금속들이 산처럼 한쪽에 가득 쌓여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채팅글에 고물상에 왔다는 이야기가 쏟아졌다.

“형님들. 여기 고물상 아닙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야 해요.”

나는 동굴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나무로 만들어진 책상이 하나가 보였고 그 옆에 침대도 보였다.

그리고 침대에 뭔가 놓여 있었다. 아니 누워 있었다.

“자 놀라면 안 됩니다. 시체가 한 구 있습니다. 백골화가 되어서 시체라고 부르기도 뭐하네요. 카메라는 멀리서 찍으세요.”

김동훈 검사와 검찰 조사관이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시체를 보고 놀라 물었다.

“이곳에 왜 백골화된 사체가 있습니까?”

나는 책상에서 바스러질 듯한 두꺼운 수첩을 진공 팩에 넣어서 김 검사에게 주었다.

“우리 보안정보과에서 조사한 바로는 이름은 후쿠모리 아키토. 나이는 1902년생. 이 사람에 대해서 좀 확인해 봤더니. 뭐랄까. 아주 유명한··· 십쌔끼!! 그런 놈입니다. 일본놈인 줄 알았더니, 한국 사람이었고 이름은 윤동주입니다. 우리 윤동주 시인과 같은 이름이라 더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윤동주요?”

“경상북도 상주 태생의 친일파 집안에서 태어나 동경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친일파를 뛰어넘어 민족반역자가 되었습니다. 1930년대에 황국신민회를 결성해서 일본놈들보다 더 악랄하게 우리 민족의 고혈을 빨아먹은 놈입니다. 중일전쟁 때 중공업에 돈을 투자하여 큰돈을 벌었고 태평양 전쟁 때는 스스로 나서서 우리나라 사람의 숟가락, 젓가락, 놋그릇, 쇠솥까지 쓸어갔습니다. 그것으로 모자라서 백성들을 탄광으로 보내고 정신대로 보낸 희대의 죽일 놈입니다. 여기 있는 녹슨 청동, 쇠붙이, 부처님 등은 우리 민초들에게 수탈한 물건이고요.”

김동훈 검사가 감탄한 얼굴로 내가 내민 조사서를 받아 보았다.

“저도 역사 공부를 꽤 했는데, 이런 놈이 있는 줄 몰랐네요.”

“윤동주···. 아니 후쿠모리는 관동군 사령관 시기모루 하루와 동경대학 선후배 사이로 사업상 아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사령관이 중국 땅에 약탈한 물건이나 러시아 땅에서 강탈한 물건을 팔아서 본국으로 자금을 보내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크게 신임을 얻었지요. 하지만 시기모루 만주군 사령관은 본국에서 보기에도 너무 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인간쓰레기였습니다. 그래서 동경에서 감찰관이 갈 정도였습니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로 눈치도 보지 않고 쓸어 모으던 시기모루 하루는 갑자기 감찰관이 오자 다급하여 그동안 모은 금괴를 윤동주에게 맡겨서 보냅니다. 하지만 이놈은 일본이 패망할 줄을 예상하고 금괴를 가로채서 미리 준비한 이 비밀창고로 가지고 들어왔지만, 사령관이 보낸 사냥꾼에게 총을 맞고 이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었습니다.”

김동훈 검사가 잘 확인해보니 옆구리의 갈비뼈가 부서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 갈비뼈가 부서져 있군요.”

“지은 죄에 비하면 너무도 편한 죽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발견되었으니 역사적 단죄를 받을 수 있겠지요.”

나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름 중요한 이야기를 했지만, 관심 없는 분도 있겠죠? 이제 역사 공부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요. 여러분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금이 어디 있냐? 얼마나 있냐 겠죠? 그렇다면 금부터 확인해봅시다.”

천천히 걸어가 책상 옆 금고 앞에 섰다.

“여기에 금고가 있네요. 금고의 종류는 에이코 미노 금고라고 합니다. 매우 튼튼한 금고라서 장도리 같은 것으로는 어림도 없더군요.”

나는 갑자기 카메라를 향해서 말했다.

“어 또 안 믿어? 금고 따지 말까? 그냥 집에 가서 몰래 따보고 내가 다 먹는다?”

-혼자 보는 것은 금지.

-어느 새끼가 자꾸 헛소리 찍찍하고 있어.

-저 대치동반지하 새끼 밴 시켜버려!

-빨리 열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요.

···

나의 표정이 다시 밝아지더니 카메라를 향해서 말했다.

“그래서 제가 금고를 열 수 있는 전문가를 어렵게 모셨습니다. 전문가분께서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셔서 두건을 쓰셨으니 그 부분을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얼굴 전체를 가리고 눈만 뚫려 있는 두건을 쓴 나이든 사내가 금고로 다가왔다.

“에이코 금고를 다시 볼 수 있으리라 생각도 못 했군.”

“열 수 있으시죠?”

“평생 이것으로 살았는데 당연히 열지.”

-금고 털이범?

-전문가 등장!! 자신 있는 멘트 좋아.

-힘도 없어 보는데? 저놈도 사기꾼 아니야?

-1시간 뒤에 못 열겠어. 이러면 죽어!

“아! 그것도 걱정하지 마세요. 혹시 몰라서 중장비도 하나 불러왔습니다. 혹시 금고를 못 열면 굴착기로 금고를 아작 낼 생각입니다.”

이때 금고털이 할배가 청진기를 대고 몇 번 돌리더니 ‘덜컥’ 소리와 함께 금고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할배는 안을 한번 들여다보지도 않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천만원.”

뒤에 서 있던 경복이가 5만원짜리 다발을 바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것을 챙기고 바로 사라졌다.

금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보면 훔치고 싶은 욕망이 생겨서 보지를 않는다고 했다.

내가 천천히 다가가자 카메라도 다가왔다.

사실 금이 있는 것은 이미 금빛으로 보이니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일본군 컬렉션을 공개합니다.”

금고의 가장 위에는 조선은행권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통화로 쓰였던 것으로 패망 직전에 수천억 원을 찍어서 물자를 다 징발해 갔다.

그래서 한동안 엄청난 인플레이션에 시달려야 했다.

일본 개새끼들은 아무리 욕을 해도 부족함이 없다.

“조선 은행권이네요.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서 쓰였던 지폐입니다. 지금은 종이 쓰레기에 불과합니다. 역사적 가치도 없지요.”

금고에서 엄청난 양의 지폐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지폐에서 피 냄새와 사람의 비명이 나는 것 같았다.

재수 없는 돈. 갈아서 버려야 한다.

금고 다음 칸.

그 안에서는 제식 26년 형 일본군 권총이 나왔다.

“일본군 권총이네요. 총알도 있고요. 이것은 감찰관님께 드리겠습니다. 민간인이 무기가 있으면 안 되죠.”

나는 물티슈로 녹슨 일본군 권총을 잡아서 비닐 팩에 넣고 검찰 조사관에게 넘기며 물었다.

“혹시 경찰 부르셨나요? 시체도 있고 총도 있고.”

감찰관은 넋을 잃고 내가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이제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아···. 지금 부르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 칸에는 토지 문서가 있었다. 전국의 토지가 다 있었는데 이미 종이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대한민국 대법원에 토지 등기를 하지 않으면 이따위 종잇조각은 다 쓸모없었다.

“토지 문서 마지막에 쓰여 있는 ‘조선총독부’라는 글씨가 마음에 안 드네요.”

가장 마지막 칸에 있든 금을 카메라가 찍기 시작했다. 딱 봐도 양이 상당했다.

“이 금덩이들이 보이십니까? 누가 해남에 금이 없다고 했습니까? 주식 안 팔고 버틴 존버들 있으면 지금 소리 지르세요.”

-으아아아아아!! 나를 가져.

-금이다! 난 원금 복구만 해줘.

-나 자살하려고 했어. 고마워.

-엄마 돈 몰래 썼는데. 이제 숨이 쉬어져.

-으하하 금이다! 골든보이 만세!

-어느 띱때가 우리 골든보이님을 안 믿었어?

-자기야! 우리 전세 자금 살았다!!!

나는 김동훈 검사님을 보면서 말했다.

“제가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조사받고 있는데···. 이것으로 다 해결된 것 같네요.”

김동훈 검사도 놀란 얼굴로 금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렇습니다. 허위사실 공표나 사기, 기만 등에 대한 부분은 사실이 아니군요.”

“그렇다면 금괴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해볼까요? 우리 검사님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검사는 눈을 크게 떴다가 흥분되는 눈빛으로 말했다.

“좋습니다. 영광입니다.”

금고에서 엄청나게 큰 러시아 금괴를 먼저 꺼냈다. 무려 26개의 금괴가 쏟아졌다.

시가로 300억은 충분히 넘을 것 같았다.

그리고 바로 아래 칸에서 러시아 금괴의 1/4 크기 청나라 만주족 금괴가 250개 쏟아졌다.

살짝 순도가 떨어지는 것을 고려하면 몇백억은 넘을 것 같았다.

나는 카메라를 보면서 강렬한 눈빛으로 물었다.

“골든보이를 믿으십니까? 진짜 믿냐고요!!”

-저는 믿었습니다. 골든보이 선생님.

-주식 다 팔았는데. 씨발.

-살았다! 살았어! 역시 존버가 승리한다!

“지금 하한가에 주식이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장 사세요. 제가 주식은 잘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상한가가 갑니다! 달려!!!”

-가자~~!

-샀다!!

-상한가 한번 먹어보자!

-어 씨발 물량 빠진다!

나는 러시아 금괴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지난번에 이곳에 들어왔을 때 이 금을 챙길 수 있었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조상들의 피와 고통이 들어있는 이 어두운 역사의 상징물은 현재 금 가격으로 국가에 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실버타운을 만들어서 가난한 국가 유공자 어르신들을 모실 생각입니다. 또한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보육 시설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 시설도 국가에 기부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이미 주식으로 엄청난 돈을 챙겼다.

그런데 욕심내서 금까지 챙기면 역풍을 맞을 위험이 있었다.

작전주에 올라타 이익을 얻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본군 금괴는 재수 없다.

퉤! 퉤! 퉤! 욕심내지 말자.

일본군 금괴가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서 특필되면서 서우 건설의 주가는 단숨에 올랐다.

게다가 골든보이가 금괴를 모두 국가에 팔고 그 돈으로 고아원을 세우고 국가 유공자 실버타운을 만든다고 하자 욕을 하던 언론들은 바로 칭찬 일색으로 돌아섰다.

정부도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거 일본의 만행을 알리며 반일감정으로 국민의 지지를 끌어모았다.

코스모스 형제원의 신축과 실버타운 프로젝트가 1주일 만에 허가가 되었다.

총공사비의 절반을 금으로 대납했기 때문에 이렇게 빠르게 공사가 시작될 수 있었다.

공사는 당연히 내 회사인 서우 건설에서 수주하는 것으로 계약했다.

그랬더니 서우 건설의 유동성이 풀리면서 회사에 활력이 돌았다.

그에 따라서 주식값은 거침없이 올라서 작전 전의 가격이었던 1600원 선으로 돌아왔다.

나는 서우 건설의 최대 대주주로 금감원에 정식으로 등록했다.

그러자 서우 건설의 홍표 회장이 전화했다.

회장은 끝까지 자신의 주식을 팔지 않았으나 와이프 아들 등이 우호 지분들이 모두 주식을 팔아서 현재 21%의 주식만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회장직을 유지하려면 나의 지지가 필요했다.

-안녕하십니까? 서우 건설 홍 회장입니다.

“누구요?”

-서우 건설의 홍표입니다.

“아. 서우 건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금을 찾으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나는 살짝 삐딱하게 대답했다.

“당연히 축하해야지요. 제가 금을 발견하지 못했으면 상준이 형은 물론이고 홍 회장님도 감옥에 갈 뻔했으니까요.”

잠깐 말이 없던, 홍표 회장은 분노를 참다가 겨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직 가시가 있었다.

-금을 찾으셨다고 이야기하셨으면, 저희도 작전을 다시 짰을 텐데. 좀 섭섭합니다.

“내가 금이 있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하고, 주식을 팔지 말라고 이야기했는데. 이제 와 섭섭하다고 하니 참 황당하네요.”

-그래도 이렇게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그렇습니다.

“그래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하시려고 전화하셨습니까?”

-아닙니다. 서우 건설의 회장으로서 대주주에게 신임을 물으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신임이요? 지금까지 하시는 것을 봐서는 합격점을 드리기 어려운데요.”

-서우가 구멍가게일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상무이사부터 함바집 아줌마까지 전부 제 명령에 죽고 사는 사람입니다. 서우는 제가 가장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습니다.

“너무 자만하시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내가 애들을 장악하고 있으니, 너는 그냥 닥치고 있어라. 뭐 그런 말인가요?”

-오해가 있군요. 저에게 맡겨 주시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제 오해다?”

-내일이라도 한번 찾아가 뵙고 싶습니다. 그래야 오해가 풀릴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경영을 하겠다면 어쩌겠습니까?”

-공사밥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아마 속 꽤 썩일 것입니다. 다들 거친 놈들이 이거든요.

이 양반아. 영월광산이 어떻게 되었는지 몰라?

내가 거친 애들 전문가야.

“그렇게 나오면 상당히 곤란하겠네요.”

-그렇다면 식사나 한번 하실까요?

“좋습니다. 나중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내가 전화를 끊자 함께 스피커 폰으로 듣고 있었던 경복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주주 총회 해서 확 잘라버려. 존나 재수 없어.”

“네가 봐도 그렇지?”

하지만 서 상무의 표정은 편하지 않았다.

“건설회사를 직접 경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겁니다. 그곳을 삼킬 수 있는 조직력도 없고 그렇다고 엄청난 자금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저희가 건설에 대해서 전문가도 아닙니다. 홍 회장이 조직을 잘 다져 놓았다면 회사를 인수하는데 꽤 잡음이 있을 겁니다.”

길게 생각하지 않고 막 떠오른 생각을 뱉었다.

“전문 경영진을 구해서 보내 볼까요?”

“전문 경영진을 구해서 사장 자리에 보낼 수 있기는 한데. 그 사람도 회사를 장악하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 일 겁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요.”

서 상무가 길게 생각하다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홍 회장이 주주 배당을 얼마나 줄 것인가에 따라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머리를 흔들었다.

그냥 홍 회장의 목소리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홍 회장 능력이 어떤지 간에 쓰레기 짓 해서 돈 버는 놈들은 싫습니다. 홍 회장은 버리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난번 영월광산처럼 서우 건설을 먹을 만할 사람들에게 넘겨 버리지요.”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서 상무는 눈을 크게 뜨고 머리를 끄덕였다.

가격만 잘 받을 수 있다면 아주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요. 그런데 이렇게 큰 덩어리의 회사를 구매할 사람이 있습니까?”

나는 머릿속에 한사람이 떠올랐다.

“우리 욕심 많은 고모 부회장님이라면 무조건 삼키려고 들 겁니다.”

고모가 흥분된 얼굴로 머리를 끄덕이는 것이 보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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