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나는 검찰청 검사실에 있는 간이침대에 천천히 일어나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아우 잘 잤다.”
심야 집중 조사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어서 검찰청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여유 있는 시간.
달달이 커피를 옆에 두고. 다시 간이침대에 누워 핸드폰으로 밀렸던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있었다.
역시 미드는 몰아서 보는 재미다.
이때 김동훈 검사가 들어왔고 나는 진심을 담아 그에게 물어봤다.
“오늘 점심 뭐에요?”
“뭐 드시고 싶으세요?”
“소금 말고 설탕 들어간 전라도식 콩물국수 어때요? 먹방을 봤더니 그게 먹고 싶네요.”
“뭐. 좋습니다.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검사님.”
봤냐? 검사가 내 빵 셔틀이야.
하하하 ···뭐 그렇다고.
곧 퇴직할 검사에게 3억이나 박았다. 그 정도는 충분히 서비스받을 권리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말이에요. 대표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검사님.”
“죄송하지만···. 밖에 분위기가 점점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심상치 않습니까?”
“골든보이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주식 투자자들이 검찰청에 전화하여 정말 체포되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직접 찾아오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예요.”
나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당연히 이런 반응을 위해서, 내가 직접 기자들을 인천 공항으로 부른 것이었다.
‘골든보이가 수상하다.’ 이 메시지를 시장에 던지고 싶었다.
나는 조금도 걱정되지 않는 얼굴로 말했다.
“골든보이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잡혀 있다고 하고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하세요.”
“정말 그렇게 이야기하란 말입니까?”
“사실이지 않습니까?”
잡혀 왔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미드 보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뭐··· 그렇게는 한데.”
김동훈 검사가 보기에, 조금만 있으면 진짜 구속될 것처럼 상황이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당사자인 이놈은 무엇을 믿고 있는지 태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때 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서우 건설 주가는 어떻습니까?”
“오늘 가격이 꺾여서 하한가로 돌아섰습니다.”
나는 대학 합격 소식을 들은 수험생처럼 활짝 웃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김동훈 검사는 내가 웃고 있는데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요즘 이 일 때문에 말이 많아서, 검사장님께서도 관심 있게 이 사건을 지켜보고 계십니다.”
“검사장 할아버지가 와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죄지은 것이 있나요?”
김동훈 검사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아직 범죄를 소명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믿는 것이 있으니까 공항에서 잡히는 퍼포먼스를 하고 검찰청으로 스스로 들어온 것일 터.
자신은 그냥 3일 동안 잡고 있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풀어주는 역할만 하면 되었다.
김동훈 검사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처음 약속한 사흘은 확실하게 커버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힘들 것 같습니다.”
“아 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경찰이나 다른 검사가 소환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김동훈 검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출국 금지 신청을 하라는 지시도 있었습니다. 공항을 통해서 해외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 해졌습니다.”
“외국에 나갈 생각은 없습니다. 나가려고 마음먹었다면 그날 바로 나갔겠지요.”
“좋습니다. 그래도 뉴스 정도는 늘 확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내가 검찰청에 주가조작 혐의로 끌려갔다는 이야기가 확인되자, 서우 건설의 상한가 퍼레이드가 완전히 무너지고 하한가로 굳어졌다.
게다가 경복이가 섭외한 유투버 5명이 내가 사기꾼이라며 비난하는 내용으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해남 바닷속에 금이 없는 것이 확실하니 지금이라도 주식을 버리고 도망치라며 웃고 떠들었다.
신문에서도 지난번에 있었던 여러 가지 금괴 사기 사건을 거론하며 이번에도 같은 정황이라며 기사를 썼다.
<이번에도 금괴 사기인가>
<속고 또 속는 보물선의 역사>
<보물선 찾기는 왜 계속되는가>
원래 모래로 쌓은 성은 작은 충격에도 무너지듯 주가는 끝을 모르고 무너졌다.
이 사태는 김상준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재앙이었다.
러시아 금괴와 청나라 금괴를 발견했다고 터트리고 엄청나게 오른 주식을 조금씩 현금화를 하고 있었던 때였다.
이것은 수확 직전의 벼가 태풍으로 쓸려 내려가는 것을 보고 있는 농부의 마음이었다.
김상진과 전략기획 팀장은 하얗게 질린 얼굴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 비자금이 들어갔어! 어떻게 하든 주식을 정리해야 해!”
“매수 주문이 없습니다.”
“다시 주가를 띄워야 해! 100억을 비자금에서 찾아와. 다시 뒤집을 수 있어.”
“더 이상 비자금에 손대는 것은 안 됩니다. 그리고 가격을 뒤집을 호재가 없습니다.”
“나 혼자 뒤지라 이거야? 너는 책임이 없을 것 같아?”
“도련님!”
“무조건 주식을 정리해야 해!”
그날 저녁. 끝내 큰아버지가 자신의 비자금을 아들 김상준이 쓴 것을 알았다.
“이 미친 새끼!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버지···”
부회장은 김상진을 집으로 끌고 가, 가두어 놓았다.
전략기획팀장은 감찰실에 끌려가 매서운 심문을 받았다.
큰아버지는 곧 지금의 사태를 파악하고 비서실에서 주식의 처분을 맡겼다.
하지만 비서실이라도 뾰족한 방법은 없었다.
그냥 주식을 시장에 던질 뿐이었다.
그랬더니 주가의 하락폭은 더 강하고 깊게 내려갔다.
서우 건설의 주식값은 절반 밑으로 떨어졌고 이제 1/3 수준이 코앞에 와 있었다.
주식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분노했다.
황금 덩어리가 이제 똥덩어리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욕심에 눈이 멀어 주식을 산, 자신을 탓하지 않고 비난할 대상을 찾았다.
모두 이것이 작전주라는 것을 알았잖아?
몰랐다는 개소리는 하지 말고.
하지만 물린 사람 중 자신의 탓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원래 남 탓하는 것이 가장 편하고 빠르다.
욕 발사 준비! 목표 검색~ 목표물 확인!!!
그리고 가장 전면에 나섰던 골든보이가 그 타깃이 되었다.
골든보이 채널에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들이 올라왔다.
주식을 팔지 못해 물린 사람들의 분노가 담겨 있었다.
-골든보이 최신 공지 게시.
<여러분은 골든보이를 ‘절대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절대 흔들리지 말고 골든보이를 믿으라는 유투뷰 게시물을 올렸으나 더욱 폭발적으로 욕설이 올라왔다.
-야이 사기꾼 새끼야. 너 어디 있어! 내가 찾아간다.
<<욕설 및 비방으로 시스템이 댓글을 차단합니다. 아름다운 말을 사용합시다.>>
- 해외로 도망치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어디로 가든지 뱃대지를 칼로 XX 쑤셔버리겠어.
<<욕설 및 비방으로 시스템이 댓글을 차단합니다. 아름다운 말을 사용합시다.>>
-골든보이님 어떻게 이렇게 구독자들의 뒤통수를 칠 수 있나요? 자신을 믿으라며 잘난 척하더니 배신한 것입니까? 구역질이 나옵니다.
등등···.
욕설로 골든보이 채널이 폭파될 것 같았고, 끝내 블라인드 처리가 되었다.
아 새끼들. 골든보이를 믿으라니까.
이제 검찰청에서 나갈 때가 된 것 같았다.
“김성열 씨의 새로운 추가 변호인입니다.”
이때 큰아버지께서 보낸 변호사가 왔다.
대한민국에서 세 손가락에 들어가는 법무법인 화신의 변호사였다.
그리고 나에게 검찰 조사는 서면 조사로 진행하기로 했다며 당장 검찰청에서 나가자고 했다.
내가 검사에게 쓸데없는 말을 하기 전에 밖으로 꺼낸 것이었다.
김동훈 검사가 어쩔 수 없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 미드 거의 마지막 편까지 왔는데···
나가라면 나가야지. 대실하고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변호사가 가져온 차를 타야 했다.
차를 타기 무섭게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 받아 보시지요. 대표님.”
나는 변호사가 넘긴 핸드폰을 받았다.
그러자 큰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자식아!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 거야?”
나는 조금도 위축됨 없이 큰소리쳤다.
“이미 다 보고 받으셨지 않습니까? 작전을 치다가 정보가 샜습니다.”
“너만 돈을 다 챙겼어! 개수작 떨지 마!”
“재수 없으면 저만 구속되게 생겼습니다. 유죄 맞아서 구속되면 추징금으로 다 토해내고 감옥까지 가야 한다고요!”
“검사랑 거래한 것은 없어?”
“저는 의리를 지켜서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제가 원금만 빼고, 딴 돈을 다 드릴 테니 주범을 상진이 형님으로 불겠습니다.”
누가 봐도 주범은 상진이 형 아니냐?
검찰청에서 김상진에게 전화 한 통화 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정말 아무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변호사도 확인한 내용이었다.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저 구속되면 혼자 안 죽을 겁니다.”
“건방진 새끼가 어디서 협박이야!”
나는 인상을 쓰며 짜증 나는 말투로 말했다.
“그러니까 좀! 살려주세요! 정보는 형님 쪽에서 샌 것입니다. 호주로 뜨는 것을 형님이랑 약속했는데 저만 뒤통수 맞았다고요. 그쪽에 쁘락지가 있다는 말입니다!!”
“일단 닥치고 조용히 있어. 그리고 출국 금지되어 있으니 나갈 생각도 하지 마.”
“알겠습니다. 부회장님만 믿겠습니다.”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운전하고 있는 변호사를 보며 말했다.
“회사 앞에 내려주세요.”
“자택으로 들어가시지요!”
나는 버럭 화를 냈다.
“회사 앞에 세워 달라고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했더니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점심에 가까운 최고급 해산물 뷔페로 직원 모두를 끌고 갔다.
배가 불러야 사기가 오르는 법이었다.
여직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밥을 먹고 있는 나에게 요즘 이상한 뉴스가 많이 나와서 걱정된다고 했다.
나는 입맛을 다시고 걱정하는 눈빛의 여직원에게 말했다.
“골든보이를 걱정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일이 없어요. 비싼 곳이니까 하나라도 더 많이 드시고 가세요.”
서 상무는 이곳에서 가장 어두운 얼굴의 사람이었다.
그가 보기에 골든보이가 곧 다시 검찰청에 끌려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것이 ‘최후의 만찬’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막 나온 랍스터를 입에 넣고 서 상무에게 말했다.
“오늘 서우 건설 주가가 얼마입니까?”
“서우 건설이요? 흠··· 오늘도 하한가이고, 410원입니다.”
“제가 샀을 때보다 거의 1/10이 되었네요. 더 떨어질까요?”
“퇴출 예비 종목에 들어간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검찰이 서우 건설 조사에 들어갔다는 말도 있고요.”
나는 주식 트레이드 태블릿을 서 상무에게 넘겼다.
“지금부터 천천히 서우 건설 주식을 매집하세요.”
서 상무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내가 했던 말을 확인했다.
“방금 서우 건설 주식을 사라고 하셨습니까?”
“하한가가 유지 될 정도만 사 모으세요. 실탄은 400억입니다.”
400억이라면 작전주를 팔고 나온 돈 아닌가?
“딴 돈을 모두 서우 건설에 넣는다는 말씀입니까?”
“목표는 서우 건설 주식 51%입니다. 우리가 그 회사를 먹습니다. 거침없이 진행하세요.”
서 상무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겨우 머리를 끄덕였다.
“알···알겠습니다.”
서우 건설을 인수하면 형제원을 철거할 사람은 없어지고 미션이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돈도 돈이지만 미션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했다.
황금 나침반 정도라면 얼마가 들어가든 최소 손해는 아닐 것이었다.
서서히 주식 구매하여 21%를 매집하였으나 하한가는 계속되었다.
‘요것이 알고 싶다 - 서우 건설 보물선의 실체’가 방송된다고 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있었던 주식 물량이 더욱 쏟아졌다.
서우 건설 경영진 가족들의 주식도 나왔고 국민연금의 주식도 나왔다.
나는 그것도 조심스럽게 매집했고 금방 32%가 돌파했다.
그러자 하한가에 쌓여 있는 주식이 많이 줄어 있었다.
이때 김상준에게 전화가 왔다.
-왜 주식을 매집하고 있어!
오 귀신~
이쪽을 감시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쪽도 할 말은 많았다.
“사람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정보가 새서 나를 공항에서 잡히게 해요!”
-지금 그것이 문제야? 아버지 돈까지 끌어 썼는데, 이 지경이 되었어!”
“저도 엉덩이에 불이 붙었습니다. 일단은 불구속 조사로 바뀌어서 나왔는데, 다시 구속 수사로 바뀔 가능성이 커요. 그렇다면 최대한 주식을 사서 사람들을 속이려 했던 것이 아니라 정말 금이 있었다고 믿었다고 하려는 것입니다.”
-너도 피해자라고 우길 수 있을 것 같아?
“다른 말은 되었고 용건이나 말하세요.”
김상준이 순간 침을 삼키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내 주식도 사. 총지분의 23%야. 100억에 다 넘기지.
“시장가 410원이니 총 50억이지 않습니까?”
-아버지 비자금은 채워 놔야 해! 그래야지 내가 살아! 그래야 너도 살고!
언제부터 우리가 일심동체였을까?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그냥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주식값이 오를 수 있지 않습니까?”
-장난해? 땔감이 있어야지 주식값이 오르지.
“골든보이인 제가 해남에서 금이라도 발견할지 모르지 않습니까?”
-나를 놀리는 것이야? 지금 그런 말이 나와?
“그때 봤던 금괴가 어디서 났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골동품으로 있는 것 챙긴 것 아니야!!
“회사를 정상화할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주식 팔지 마세요.”
-아버지가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어! 내 주식을 넘겨받아!
“해남에 금이 있다니까요!”
-주식을 살 거야 말 거야!
“왜 제 말을 안 믿습니까?”
-나중에 법적으로 나는 금이 있었다고 믿은 것으로 하고 싶은 것인가? 녹음기라도 켜 놓았어?
아- 이 양반이 속고만 살았나.
“아니. 해남에 금이 있다고요!”
-금은 없어! 내 앞에서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나는 혀를 차고 한숨을 쉬었다.
‘멍청한 놈’ 진실을 이야기 해줘도 도통 듣지를 않았다.
“좋습니다. 저에게 주식을 넘기겠다고요?”
-몽땅 가져가. 100억에 넘기겠다. 내가 넘기는 주식은 가지면 도급순위 30권의 서우 건설을 먹는 거야.”
“좋습니다. 제가 주식을 사겠습니다.”
-그래. 돈보다 주식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추징 때릴 때 이익일 수 있어.
“형님! 제가 주식을 계속 가지고 있으라고 마지막까지 막았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개소리하지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합니다. 해남에 금이 있습니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돈이나 보내!!!
김상진은 아버지의 압력에 어떻게 하든 주식을 처리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었다.
100억이라면 자신이 손댄 비자금의 절반 이상을 복구할 수 있었다.
그날 저녁 100억을 넘기고 23%의 주식을 넘겨받았다.
그래서 나는 총 지분의 54%를 소유하여 서우 건설을 장악했다.
게다가 서 상무가 애널들에게 10%를 더 매집하여 총 64% 주식을 확보했다.
서우 건설은 완전하게 내 손에 들어와 있었다.
그날 저녁 치킨에 맥주로 서우 건설을 먹은 축하 파티를 하고 있는데 경복이의 표정이 밝았다.
“너는 왜 이렇게 표정이 밝아?”
“3억 원 정도 서우 건설 주식을 샀다.”
“오! 대주주인데?”
경복이가 어깨에 힘을 주고 말했다.
“서우 건설 감사, 아니면 사외 이사 자리를 줘라.”
“인화에, 엘도라도에, 서우건설까지 이 새끼는 감투가 몇 개야.”
“내가 월급을 3곳에서 받는 월급 재벌이다. 하하”
나는 아직도 어두운 표정의 서 상무를 바라보았다.
“상무님께서는 서우 건설 주식을 확보하셨습니까?”
“아니요. 저는 사장님이 주식을 사는 것도 불안 불안합니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 서 상무의 개인 계좌에 1억을 쏘았다.
“지금 상무님 계좌에 1억을 쐈습니다. 지금 장외 주식을 사세요.”
“제가요?”
“만약 1억 밑으로 떨어지며 제 돈을 잃은 것으로 하지요.”
“그런데 무슨 근거로 주식이 오를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나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너는 왜 주식을 샀냐?”
“해남에 금이 있으니까.”
“그래. 그것이지!!”
상무는 무슨 말인가 잠깐 생각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해남에 진짜 금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금이 있다고 말했잖아요. 언제부터 골든보이 말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까?”
“침몰선 안에 금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침몰선에는 금이 없지만, 해남에는 금이 있습니다.”
눈을 크게 떴던 서 상무는 이제서야 미친 듯이 주식을 사 모았다.
다음 날 골든보이가 라이브 방송을 예고했다.
모두 사과 방송일 것으로 생각했다.
라이브 방송이 켜지기 무섭게 사람들이 채팅으로 욕설을 쏟아냈다.
하지만 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고 즐거웠다.
“안녕하세요. 골든보이입니다. 오늘은 해남에 와 있습니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는 여기에 금이 있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아무도 믿지 않아서 금을 두 눈으로 확인시켜 드리려고 왔습니다. 오늘 소문만 무성했던 일본군 금괴를 두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욕설이 다시 한번 쏟아졌고 사기 치지 말라는 멘트만 순간 300개가 달렸다.
“요즘 저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들이 많아서 제가 믿을 수 있는 분들을 모셨습니다.”
나는 옆에 서 있던 남자 3명을 소개했다.
김동훈 검사에게 추가로 5천만원을 현금으로 넘겨줬더니 카메라를 보며 가볍게 인사했다.
“저만 온 것이라 아니라. 증권법 위반으로 고발된 저의 조사를 위해서 김동훈 검사님과 검찰 조사관님 2분이 모셨습니다. 혹시 계속 욕을 하면 실시간으로 고발될 수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하하하”
나는 불안해하는 김동훈 검사에게 말했다.
“즐거운 기분으로 가시죠. 검사님.”
“네···.”
나만 신나서 거침없이 웃으면서 가볍게 움직였다.
“만약 금이 없으면 제가 ‘실시간으로 구속’ 되는 모습을 바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나는 마을 가장 위에 있는 버려진 집들 사이를 뚫고 올라갔다.
그리고 풀숲을 헤치고 인공으로 파진 굴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옛날 일본군이 해안포를 설치했던 곳이라고 하네요. 15년 전에는 어리굴젓 숙성했던 곳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그런지 살짝 비린내도 나는군요. 일단 안으로 더 들어가 봅시다.”
안으로 들어가자 각종 자재가 보였다. 서우 건설에서 인양을 위해 쓰인 여러 가지 자재들을 넣어 놓은 곳이었다.
“바다에서 금괴를 찾아보겠다고 하고 여러 가지 구조물을 지었는데, 남는 쓰레기는 다 이곳에 넣어 두었습니다.”
거침없이 더 안으로 들어갔을 때, 20m쯤 안쪽에 한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하나 보였다.
“이곳으로 들어가면 금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굴이 작아서 들어가기 힘들더군요. 그래서 새로운 입구를 확인했습니다.”
나는 스프레이 페인트를 꺼내서 왼쪽 벽돌벽에 X표를 칠했다.
그러자 경복이가 구석이 있던 오함마를 집어 들더니 사람들에게 말했다.
“모두 비키세요. 다칩니다.”
경복이가 휘두르는 오함마 망치가 시원하게 돌아갔다.
퍽!!!
우르르
벽돌벽이 단숨에 무너졌다.
그러자 희미한 햇빛이 비치는 공간이 드러났다.
나는 카메라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짜잔. 여러분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요?”
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