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41화 (41/188)

41화

나는 방송용 웃음을 보이며,

넉살 좋게 16번 룸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골든보이 김성열입니다. 김상진 과장님의 사촌 동생입니다.”

김상진은 나를 보자마자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자신을 김성열과 몇 번이나 비교했던가?

특히 영월광산을 외국계 회사에 팔아넘기고 노조를 해체 시킨 것에 대해, 몇 번이나 칭찬하고 자신과 비교했다.

씨발! 짜증 나게 괴산대 놈이랑 비교당하다니···.

그래도 요즘 ‘핫’한 골든보이다.

갑자기 프린스턴 대학에서 배운 명언 중 ‘곁에 있는 사람이 사업을 좌우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훌륭한 경영자는 언제나 주변 사람들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말이다.

짧은 순간에 ‘골든보이’라는 이름이 작전에 필요하겠다 생각했다.

‘골든보이’는 한마디로 쓸만한 카드.

그렇게 마음먹었더니, 김상진의 표정이 순간 밝게 꾸며졌다.

“어? 이게 누구야? 인화 자원개발 대표 아니신가? 영월광산 노조 박살 낸 것을 우리 아버지가 칭찬했다는 거 알아?”

나는 사람 좋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유산을 한 푼이라도 챙기려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이 칼을 날렸습니다. 운이 좋았지요.”

“노조 새끼들 박살 나는 것을 보니 내 속이 시원하더라.”

“월급이 아까운 놈들이기는 했죠.”

“그런데 김 대표가 여기는 무슨 일이야?”

나는 앞으로 다가와 다시 한번 머리를 숙였다.

“제가 벌써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도대체 호적정리가 안 되어서 함부로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형님.”

김상진은 나를 한 번도 친척으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 집안이 좀 그런 면이 있지. 아직도 조선시대야. 너무 고루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형님.”

김상진이 옆에 앉은 아가씨들에게 당장 나가라고 했다.

그러자 아가씨들은 익숙한 듯 아무말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김상진은 어색하게 친한 척을 하며 말했다.

“그래···. 성열아. 무슨 일로 왔어?”

“이번 기회에 형님께 인사도 드리고 선물도 드릴 겸, 겸사겸사 왔습니다.”

“선물?”

“형님이 요즘 하는 일에 꼭 필요한 아이템일 겁니다. 100% 마음에 드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는 테이블 위에 007 가방을 올리고 비밀번호를 맞춘 후 단숨에 열었다.

놀랍게도 가방 안에는 크고 작은 금괴 아홉 덩이가 있었다.

하나는 아주 큰 것이었고 나머지 8개는 작은 조각으로 나뉘어 있었다.

큰 것은 제정 러시아 금괴였고 작은 것들은 청나라 만주족들이 쓰는 금괴 8개였다.

나는 그중 가장 큰 러시아 금괴를 집어서 김상진에게 넘겼다.

금괴는 러시아 말로 쓰여 있었다.

“이것이, 이번에 하시는 일에 꼭 필요한 아이템입니다.”

김상진은 나의 웃는 얼굴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좋은 물건을 비싼 가격에 파는 일이지요.”

“뭘 알고 말하는 거야?”

“‘뻠뿌질’을 해서 물건 가격을 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잘 안 올라간다. 그럼 어떻게 하죠?”

“···”

“이럴 때 아이템에 불을 붙이는 겁니다. 제정 러시아 금괴와 청나라 만주족 금괴가 나왔다면 머릿속에 있는 가격보다 3배는 더 생각해야 할 겁니다.”

김상진은 이 금괴를 물속에서 가지고 나오는 동영상을 찍는다면 머릿속에 있는 금액보다 최소 몇 배는 더 오를 수 있겠다고 확신했다.

김상진은 내가 가지고 온 아이템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으나 내가 어떻게 작전주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우리가 일을 진행하는지 어떻게 알았어?”

“그것이 중요한가요? 일 잘하는 동생이 제 발로 찾아 왔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어설픈 이야기 하지 말고. 어서 말해봐.”

나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김상진을 바라보았다.

“최근에 서우 주식은 산 사람 중에 절반은 작전인 것을 알면서 사는 겁니다. 벌써 은근슬쩍 2배나 올랐잖아요. ‘킁킁이’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옆에 있던 애널이 한마디 했다.

“요즘 찌라시에 조금씩 이야기가 풀리고 있기는 하다.”

나는 탁자에 놓여 있는 러시아 금괴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미 사람들이 냄새를 맡았으니, 일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다가 풀리지 않을 때가 옵니다. 그때 이것을 터트리면 다이너마이트가 아니라 C4를 터트린 것만큼 화끈하게 올라갈 겁니다.”

나는 청나라 금괴 하나를 김상진에게 넘겼다.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금괴를 손에 쥐고 좀 생각하던 김상진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세상에 그냥 주는 것은 없었다.

“조건이 뭐야?”

“역시 세상 이치를 잘 아시는군요.”

“시끄럽고 가격이나 말해봐.”

“돈은 필요 없고 서우 건설 주식 12%를 60억에 사고 싶습니다. 현재 주가로 가격을 책정한 것입니다.”

김상진은 나를 끌어들이고 싶었는데 먼저 이야기 해주니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이번 프로젝트에 끼고 싶다는 말인가?”

“여기 계신 애널 형님들이 5명. 각 1%. 그래서 5%. 그리고 상진 형님은 지분이 많으니까 7%, 그렇다면 총 12%를 저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주식을 넘겨야 금괴를 줄 건가?”

나는 손으로 자신 있게 가슴을 쳤다.

“이따위 ‘금괴’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이 ‘골든보이’가 함께 한다고 하면 주식값이 핵폭탄급으로 폭발할 겁니다.”

김상진은 의심과 기쁨이 교차하는 눈빛이었다.

“작전이 끝나고 모든 주식을 털면, 골든보이가 욕을 다 먹을 텐데, 그것을 감내하겠다고?”

나는 김상진에게 다가가 테이블에 엎어져 있던 빈 잔을 내밀었다.

“형님 술 한 잔 주시지요.”

그러자 김상진은 로열샬룻을 언더락으로 만들어 나에게 주었다.

나는 잔을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받고 단숨에 마셨다.

“60억 넣어서 4배쯤 먹으면 250억 정도 될 겁니다. 그 정도 돈인데 욕이 무섭나요? 가든파티 하면서 2~3년쯤 호주 사업장에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 각오란 말이지?”

“제가 앞에서 어그로를 끌어주면 형님이 운신하기 편할 겁니다.”

나는 빈 잔을 다시 내밀었다.

그러자 김상진이 다시 양주를 가득 채워서 내밀었다.

“한잔 더 마셔.”

나는 잔의 술을 절반쯤 마셨다.

“크- 좋군요. 역시 로열입니다.”

나는 손으로 과일 안주 중 수박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물을 질질 흘리며 다 먹고 나머지 잔에 있는 절반의 양주도 단숨에 마셨다.

“크. 좋은 술 잘 마셨습니다. 형님.”

“한잔 더 줄까?’

나는 갑자기 크게 웃었다.

“한잔 더 마시면, 바로 눌러앉아서 여기에 있는 술을 다 비울 겁니다.”

“내 술값 걱정하는 거냐?”

“아니요. 제가 있으면, 오늘 모여서 하려고 했던 말씀을 제대로 못 할 겁니다. 제가 그 정도 눈치는 있습니다.”

나는 청나라 금괴 1개를 더 김상진에게 넘겨줬다.

“잘 마셨으니 하나 더 놓고 가겠습니다.”

“이게 500원짜리 동전이냐?”

나는 가벼운 얼굴로 말했다.

“부담스러우면 계약금이라 할까요?”

김상진의 머릿속은 뭔가 복잡했다.

좋은 조건이기에 오히려 강하게 반발감이 일어났다. 너무나 좋은 조건은 함정일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골든보이를 함께 끌고 가는 것이 좋았다. 그래서 당장 손을 내밀고 싶었다.

그래도 일단 주식 밥을 10년 이상 먹은 눈앞에 전문가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이 우선.

꾹 참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생각해 보고 연락해주지.”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다음에 자리 한번 마련할 테니, 부담 없이 나에게 연락해라.”

“감사합니다. 연락하겠습니다.”

내가 나가자, 애널들은 이구동성으로 골든보이를 끌어들이면 주가를 띄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다.

골든보이라는 불쏘시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형. 내가 확실하게 불 질러줄게.

김상진은 내가 놓고 간 금괴를 바로 확인해보았는데, 청나라 만주족이 썼던 진품 금괴였다.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통화로 사용된 것이었다고 했다.

여러 전문가에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장난질이 아니란 말인가?

김상진은 이제 손을 내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사장실에서 저녁으로 돌솥비빔밥을 먹을까? 육회 비빔밥을 먹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덩치가 좋고 매서운 눈매를 가진 택배 기사 하나가 회사를 찾아 왔다.

그는 김상진 씨가 보내서 왔다는 말을 했다.

“사장실로 들여보내세요.”

택배 기사는 나를 보자마자 품속에 있던 핸드폰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그 순간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 김상진이야.”

“전화 기다렸습니다. 형님.”

“너를 프로젝트팀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습니까? 감사합니다. 형님.”

“금괴는 지금 받고 싶은데··· 줄 수 있을까?”

정말 들어올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제안이었다.

나는 질문 한번 없이 회사 금고문을 열어서 러시아, 청나라 금괴를 몽땅 택배 기사에게 넘겼다.

“무섭게 생긴 택배 아저씨에게 금괴를 모두 넘겼습니다.”

김상진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우리가 금괴만 가지고 도망치면 어찌하려고?”

“형님이 겨우 20억 땡기려고 ‘가오’ 빠지는 짓 하지 않겠죠. 동생 세뱃돈 뺏는 수준인데요.”

“나는 주고받는 것이 확실한 사람이야.”

택배 기사가 검은색 가방을 올려놓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오만 원짜리가 가득 들어있었다.

20억. 청나라와 러시아 금괴값이다.

“형님 덕에 인화그룹의 미래가 밝습니다.”

김상진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장외 주식으로 매수 주문 250만주 3,300원으로 넣어. 총 82억이다. 총알은 있지?”

“충분합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250만주를 3,300원에 주문 넣어 놓아.”

트레이드 프로그램으로 주문을 넣자 바로 82억이 빠지면서 주식 250만주가 들어왔다.

김상진의 목소리는 다시 차가워졌다.

“금감원에는 단순 투자가 아니라 경영 참여로 신고하도록.”

나는 그의 말에 낮게 웃었다.

“일부러 저를 감으려고 할 필요 없어요. 곧 골든보이 채널 방송할 겁니다.”

“보물선 방송을 한다고?”

“해남에 있는 보물 채굴 예고 방송이지요.”

김상진은 낮게 웃었다.

“화력이 엄청나겠군.”

“머릿속에 있는 가격을 지우시고 다시 설정하세요. 화끈하게 올라갈 겁니다.”

“그래? 스케줄 잡히면 보고해.”

“네. 그러시죠.”

나는 낮은 목소리로 정색하며 김상진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대충 어느 선에서 정리할 생각입니까? 저는 3~4배 정도에서 정리할 생각입니다.”

“3~4배?”

“82억에 3배면 250억 됩니다. 큰돈이지요. 처음부터 그 가격을 말씀드렸고요.”

김상진의 목소리는 여유로웠다.

“나도 4~5배에서 정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확인 받으며 말했다.

“형님. 4~5배에서 빼야 합니다. 더 이상 욕심내면 안 됩니다.”

“내 오더나 잘 따라. 그러면 확실하게 한몫 잡을 수 있어.”

“오더만 확실하게 내려주세요.”

잠깐 말을 멈췄던 김상진은 나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 있었다.

그러니 확실히 믿을 수 있게 나를 이번 사업의 얼굴마담으로 확실히 만들려고 했다.

“방송은 물론이고···. 내일쯤 네가 기자회견을 했으면 좋겠다.”

“내일 기자회견이요?”

“왜 빠른가?”

김상진은 나를 진흙탕으로 밀어 넣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자신있게 역제안을 했다.

“판을 다 깔아 놓은 것 같은데 왜 미루나요? 시나리오 다 썼으면 그냥 오늘 하시죠?”

“오늘? 하하하하 오늘 좋지.”

2시간 후, 회사에 기자 6명이 바로 찾아 왔다.

다들 돈을 받고 온 사람인지, 전혀 기자 같지 않은 얼굴로 나와 악수를 했다.

“이것이 질문지이고 그 아래 있는 것이 대답입니다.”

“특별한 것은 없네요.”

“그냥 대본 대로만 하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금방 카메라가 돌았고 뻔한 질문에 나는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해남에 금이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

“확실합니다. 일본군이 모은 금괴가 있습니다.”

“금을 확실히 보셨나요?”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서우 건설 주식을 80억이나 샀습니다.”

“80억이요?”

“보지도 않고 쏟아부을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이것으로 찍을 것은 다 찍었다고 볼 수 있었다.

기자가 만족한 얼굴로 떠나자,

서 상무가 나에게 붙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어쩌시려고 이렇게 정면에 나섭니까? 일이 잘못되면 모든 총알이 사장님께 날아옵니다.”

“그래도 몇백억을 벌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없지 않습니까?”

“구속될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원래 남의 돈 먹는 일 중에 쉬운 것은 없습니다.”

내 인터뷰가 나가고, 서우 건설 주식은 화산이 터진 것처럼 올라갔다.

처음에는 수많은 애널들이 도박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잠자고 일어나기 무섭게 상한가를 찍어서 금방 5배가 되었다.

그러자 지켜보고 있었던 기관과 외인들도 도박판에 뛰어들었다.

다들 폭탄 돌리기라는 것을 알고 있으나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이성을 마비시켰다.

‘상한가 한 번만 먹고 나오자’라는 생각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찌라시에 금괴가 50조 원이 있다. 100조 원이 있다 등의 별의별 해괴한 소문이 돌았고 뉴스에서도 관심 있게 보물발굴 현장을 방송으로 내보냈다.

서우 건설 주가는 때를 아주 잘 만나서 하늘 높게 치솟아 올랐다.

최근에 경제가 힘들어지며 전 세계의 정부들이 자금을 풀었는데 자금이 제조업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 주식, 현물로 가면서, 실물경제는 죽어 있는데 주가만 오르는 현상이 많았다.

서우 건설 주식은 이미 5배가 넘었다.

하지만 아직 금괴 카드는 쓰지도 않았다.

얼마든지 더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

나는 김상진 과장에게 전화하였다.

“형님. 저 성열입니다.”

수화기로 웃음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장이 열리기 무섭게 상한가다. 봤냐?”

“봤습니다. 아직 금괴도 풀지 않았는데 벌써 목표 가격에 왔습니다.”

“목표가? 지금 목표가가 무슨 의미가 있어?”

“5배입니다. 저는 처음 계획한 대로 주식을 털려고 합니다.”

“지금 턴다고? 미쳤어? 숨겨 놓았던 금괴를 보여주면 몇 배나 더 오를지 모르는데?”

“다 정리하고 일단 호주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거기서 금괴 방송을 할 겁니다. 그러면 최악의 상황도 피하고 일도 잘 마무리할 수 있을 겁니다.”

“호주에서 비대면 어그로를 끌어주겠다는 말이지?”

“그것이 안전할 겁니다.”

이때 김상진의 목소리에서 욕심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금괴 뉴스를 터트리기 전에 가지고 있는 주식 나에게 넘겨.”

나는 낮게 웃었다.

“현재 가격이라면···. 고기 근수가 좀 나가는데요.”

“실탄 걱정하지 말고 넘겨. 그 정도는 받아줄 수 있어.”

“다시 한번 생각하시지요. 몸이 무거워지면 가볍게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김상진의 목소리에서는 욕심이 묻어 나왔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냥 넘겨.”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장에 다 털겠습니다.”

다음 날 상한가에 몽땅 털어 넣었고 김상진이 그 물량의 대부분을 받아 냈다.

그리고 나는 내 계좌에 있는 금액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처음 주식 구매 금액 82억의 5.5배 총 451억이었다.

451억!!!

그것도 내 개인돈이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정도라면, 우리 형님을 위해서 방송 한번 때려줘야지.

나는 다시 한번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들 앞에서 제정 러시아 금괴와 청나라 금괴를 보여주었다.

“해남에서 금을 찾는 작업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곧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그 일본군의 금괴입니까?”

“일본군이 러시아와 중국의 금괴를 모아서 본국으로 가려다 실패하여 한국에 금이 있었습니다.”

“금을 저희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까?”

“금괴에 대해서 의심하실 분이 있을 것 같으니 가져가 직접 확인해보세요.”

금괴는 24k 순금이었고 금괴도 정말 제정 러시아 금괴였고 청나라 만주족이 쓰던 금괴였다.

곧 금괴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문화재라는 결론이 나왔고 주식값은 다시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작업을 치는 애널들이 공사를 할 필요도 없을 정도였다.

모두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서 상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해외로 나갈 것이라면 빨리 움직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왜요?”

“전에 해남의 바닷속에는 금이 없다고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 그랬지요?”

“금융감독원 검사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금감원이요?”

“검찰청에서 파견 나온 자본시장 조사국 검사입니다. 주식시장의 저승사자라 부르는 놈들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으나 나는 태평한 얼굴이었다.

“당연히 장이 이상하게 과열되어 있는데 냄새를 맡아야죠. 검사라면 고등학교 때 전교에서 1, 2등 하던 놈들이잖아요.”

“제 말을 심각하게 들어야 합니다. 사장님.”

“오늘 호주로 갑니다. 경복이가 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아. 역시 그러셨구나. 호주에 얼마나 있을 예정입니까?”

“그것은 가서 제가 연락하겠습니다.”

나는 보안정보과 고 과장이 모는 차를 타고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그리고 대기실에서 바로 경복이를 만났다.

그가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물었다.

“작품 찍을 준비는 다 되셨어? 대사는 다 외웠고?”

“나 고등학교 때. 연극반이었어. 로미오와 줄리엣 기억 안 나? 그리고 끌려가는 역할에 무슨 연기력이 필요하겠냐. 빨리 끝내자.”

내가 입국장으로 걸어가고 있자 어디서 사내 두 명이 나와서 내 팔짱을 꼈다.

“김성열 씨.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겠습니다.”

“누구세요?”

“검찰청에서 나왔습니다.”

섭외된 기자들이 나오더니 사진을 마구 찍었다.

그러자 공항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았다.

“어? 저 사람 골든보이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그런데 왜 끌려가지?”

골든보이가 끌려가는 사진이 SNS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공항의 지하주차장으로 끌려갔고 검찰청 벤에 올라탔다.

그 안에 들어가자 한 사내가 있었다.

그는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김동훈 검사입니다.”

“인화자원 김성열입니다.”

“정말 선생님을 유치장에 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이지요?”

“지금 동생 계좌로 5천만원 다시 보냈습니다. 그냥 며칠 저를 조사하는 척만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절대적으로 입조심 하는 것 아시죠? 그래야 성공 보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그렇게만 하고 일당을 받아도 되나 모르겠네요.”

김동훈 검사는 부동산 업자의 뒤를 봐주고 돈을 받은 정황이 포착되어서 옷을 벗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나의 제안을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받았다.

내가 김동훈 검사에게 물었다.

“검찰청에 설렁탕 잘하는 집이 있나요?”

“대기업 회장님도 극찬했던 검찰청 맛집이 있습니다.”

“어서 가서 먹죠. 출출하네요.”

나는 검찰청으로 들어가 편하게 설렁탕을 먹고 낮잠을 자고 있었다.

변호사로 총장님이 왔다.

“이렇게 편하게 있어도 돼? 밖에는 난리가 났어.”

나는 세상 느긋한 얼굴로 말했다.

“편하게 있어도 돼요. 총장님도 그냥 쉬었다가 가세요.”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아무 생각도 없어요.”

총장님은 자신의 머리를 누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 자신감의 원천을 물어도 될까?”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해남에 금이 있으니까요. 골든 보이는 금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총장님.”

“해남에 금이 있다고 말했는가?”

나는 악동 같은 얼굴로 크게 웃었다.

“해남에 일본군의 금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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