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비파형 청동검’은 왕건이가 아니란 말이지?
비파형 청동검이 엄청난 유물이 아니라는 것이 좀 아쉽지만,
상관없다. 빛은 또 있다.
금방 마음을 정리하고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가 약하다면, 다른 선물상자를 열어 봐야겠습니다.”
나는 50걸음 떨어진 곳에 큰 돌로 만들어진 계단이 보였다.
하수도가 흘렀던 흔적이 있었고, 음식물 쓰레기도 말라붙어 있었다.
나는 그중 맨 아래층 계단을 발로 밟고 섰다.
“이 돌 아래를 확인해야겠습니다.”
밟고 있는 계단의 땅 밑에서 황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청동빛도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아래 유물이 확실히 있다.
“위의 돌계단은 모두 밀어내고, 가장 아래 계단 주변 넓게 파보세요.”
포크레인 기사는 가장 아래 계단 주변을 1시간에 걸쳐 조심스럽게 땅을 팠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 계단은 고인돌의 뚜껑돌이였다.
와 지금까지 고인돌을 계단으로 쓴 거야?
이 동네 클래스가 엄청나구만.
사람들이 밟아서 위쪽에 반들반들한 부분이 있었지만, 판석 4개가 완벽하게 있는 ‘북방식’ 고인돌이 확실했다.
이준석 교수는 손으로 고인돌을 만지며 씁쓸하게 말했다.
“사람들이 고인돌을 계단 삼아 밟은 것이었군.”
“마을 사람들이 이것이 고인돌인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이제 직원 모두가 달라붙어, 작은 삽과 털붓 등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파나갔다.
빛이 확실하게 보이는 곳이 보이면 이 교수님에게 작업을 넘겨 조심스럽게 파 들어가게 했다.
동틀 무렵의 새벽이 되자 서울대 윤준서 교수님이 달려왔다.
내가 몇 장의 사진을 찍어서 보냈더니 당장 달려온 것이었다.
몇 명의 대학원생까지 데리고 왔다.
“이것이 그 고인돌인가?”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북방식 고인돌인데 유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뭐가 나왔는데?”
“일단은 비파형 청동검이 나왔습니다.”
윤준서 교수님은 발굴지로 들어가자 이 교수가 반색하며 인사했다.
혼자서 이 많은 것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다른 학교 교수끼리 신경전이 있었으나 어리고, 돈 많고, 성격 좋은 이 교수가 윤 교수를 형님으로 부르며 따르자 금방 서열 정리가 되었고 서로 잘 지냈다.
서울대 선후배이니 사이가 나쁠 것이 없었다.
“형님! 어서 오세요. 혼자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골든보이가 또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군.”
“이미 1번 고인돌에서 비파형 동검이랑 청동 구슬이 나왔고 이제 2번 고인돌의 뚜껑을 열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뭐가 나올지 모른다는 말이네?”
이 교수는 콧소리까지 내며 웃었다.
“아닙니다. 금이 있다고 합니다.”
“금이 있어?”
이준석 교수가 나를 잠깐 바라보며 웃었다.
“골든보이가 금이 있다고 말했으니···. 있겠죠?”
윤 교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면 믿을 수 없겠지만, 골든보이가 말했다면 금이 있는 것이 확실했다.
고인돌 아래서 금이 나온다?
이것은 역사상 엄청난 발견이 될 수 있었다.
이때, 이준석 교수가 한자가 쓰여 있는 돌판을 발견했다.
“뭔가 찾았습니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은 50㎝ 크기의 석판이었다.
그것에 고대 한자가 쓰여 있었는데, 현재의 한자와 크게 다른 모양이었다.
그래도 서울대 윤 교수의 전공이 금석학이었기에 금방 대부분의 한자를 해석했다.
‘천수가 줄고 하늘이 가까이 다가와 조급한 마음으로 신선이 되기 위해 동쪽으로 향했으나 몸이 허락하지 않아 이 땅에 10개의 마을을 허락했다.’
“그 내용이 역사적으로 의미심장하군요.”
윤 교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정말 고조선 때 것이라면··· 역사책을 다시 써야 해. 가장 오래된 비석인 점제현 신사비 보다 훨씬 전의 기록이다.”
이준석 교수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맞습니다. 정말 엄청난 발견일 수 있겠습니다.”
둘은 한동안 해석에 대해서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이 교수가 한 가설을 이야기하였다.
“열 개의 마을. 십제十濟. 혹시 백제의 시초에 대한 기록이 아닐까요?”
백제는 처음 십제였다가, 정복사업을 활발히 하여 큰 세력을 만들고 백제라 이름을 바꿨다. 열 개의 마을에서 백 개의 마을로 바뀐 것이다.
“고조선의 세력이 내려와 십제라는 세력을 만들었고 그것이 커져서 백제가 되었다는 가설이군.”
“시간이 크게 차이 나는 면이 있지만 재미있는 논문이 만들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 교수는 긍정적인 눈빛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이런 비문이 있다면, 충분히 그런 가설이 나올 수 있지.”
두 분의 교수가 가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을 때,
나는 푸른색 빛의 위치를 확인하고 파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녹슨 청동 조각이었다. 땅속에 있지만 전체적인 구조를 보며 갑옷으로 생각했다.
내가 조심스럽게 파 내려가기 시작하자.
대학원생들이 무더기로 달라붙었다.
있다···. 조금이지만 그 형태를 확인했다.
“청동 갑옷으로 보입니다.”
이제서야 유물을 확인한 두 교수가 이쪽을 확인했다.
“갑옷이라고?”
“그런 모양으로 보입니다.”
윤 교수와 학생들이 조심스럽게 흙과 진흙을 걷어냈다.
그러자 진짜 완전한 청동 갑옷의 모습이 드러났다.
대한민국 최초의 청동 갑옷이었다.
사실 청동 갑옷은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아주 희귀한 유물이었다.
‘세계적인 국보’라고 할 수 있었다.
윤 교수는 유물을 보면서 입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다.
“···청동 갑옷이군. 정말 엄청난 발견이야.”
이 교수도 상기된 얼굴로 갑옷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청동으로 갑옷을 만들 정도면··· 군장 수준의 세력이 아닐 겁니다. 최소 한반도 지배자 이상의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윤 교수도 청동기 갑옷을 살피며 말했다.
“내 생각도 그래. 청동기는 구리와 주석 합금인데 구하기가 어려워서 큰 세력도 겨우 제기 정도를 만들 뿐이야. 그런데 청동기로 갑옷으로 만들 정도라면, 엄청난 세력의 우두머리가 이 무덤의 주인이라 할 수 있겠지.”
“저희가 모르는 세력이 한반도에 있었던 것일까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지만··· 가슴이 떨리는군.”
나는 이제 금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윤 교수님의 발아래 1m쯤 깊은 곳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복이가 어딘가에 전화하고 다가왔다.
“말한 대로 기자들과 문화재청에 연락했어.”
“오케이. 그럼 우리는 관객이 오는 쇼타임까지 좀 기다려 볼까?”
나는 기자들이 도착하면 그때 금 유물을 발굴하기로 했다.
나의 목표는 유물의 발굴보다는, 국보급 유물 발굴에 따른 ‘공사 중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나는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한밤에 움직였더니 피곤하여 차에서 3시간이나 푹 잤다.
그랬더니 해가 떠 있었다.
경복이가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헉! 해 떴다.”
나는 피곤한 몸을 일으키며 물었다.
“기자 왔냐?”
경복이가 기자들을 확인하고 말했다.
“어. 벌써 왔는데?”
“그럼 메인 쇼를 시작해야지.”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았다.
이제 ‘금’이 있는 곳을 발굴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자고 있던 3시간 동안 더 나온 것은 비파형 청동검 조각과 초기 철기의 화살촉 몇 개만 더 나왔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 교수님은 조금 멋쩍은 얼굴로 말했다.
“별로 나온 것은 없었다.”
역시 골든보이가 빠지니 수확이 약하네.
“그렇군요.”
“아까 금이 있다고 말했는데··· 금이 있는 것은 확실해?”
“의심하시나요?”
이준석 교수님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어? 아니 절대 의심 안 하지.”
나는 금빛이 나는 곳으로 가서 땅속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신중하게 페인트를 뿌렸다.
몇 번이나 땅속을 확인한 후에 포크레인 기사에게 말했다.
“페인트 부분 외의 부분을 한 1m 정도를 아주 조심해서 파주세요.”
포크레인 기사는 나의 지시에 따라 페인트로 칠해진 곳의 외의 곳을 조심스럽게 파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윤 교수님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드디어 골든보이가 나왔군.”
“메인디시가 있습니다. 가장 먹음직할 겁니다.”
“메인디시? 이제 금이 나오는 것인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나는 포크레인을 뒤로 보내고 발굴지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와 우리 카메라가 나를 찍고 있는 것을 느끼면서 삽과 붓 그리고 채굴용 곡괭이를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파고들었다.
점점 황금빛이 강해지자 나는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뭔가 손에 걸렸다. 금으로 된 금속 조각의 끝이었다.
“찾았습니다.”
“금인가?”
나는 무려 30분이나 걸려서 금으로 만든 긴 금속을 완전히 볼 수 있었다.
금을 도금한 청동검이었다.
검은 많이 부식되어 있었지만, 겉에는 ‘홍익의 천하를 품다’라는 한자가 뚜렷하게 음각되어 있었다.
이것을 조심스럽게 두 교수님께 넘겼다.
서울대 윤 교수가 이 교수에게 물었다.
“홍익의 천하라면 단군의 상징물이 아닐까?”
“동의합니다. 그렇다면 이 무덤의 주인이 단군일 수 있겠군요.”
“단군은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직위를 나타내는 말이니 당대 단군의 무덤일 수 있겠어.”
“여기가 한반도인데, 만주가 주 무대인 단군의 무덤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잠깐 생각하던 윤 교수는 한 가설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런 경우가 한 번 있었지. 고조선 전기의 마지막 왕 준왕이 위만조선의 시초인 위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한반도로 들어온 사건 말이야.”
이준석 교수의 눈이 커졌다.
“이 무덤의 주인이 준왕일 수 있다는 말입니까?”
많은 연구가 필요할 뿐, 아직 아무것도 결론 낼 수 없었다.
“더 연구를 해봐야 확실해지겠지.”
내가 황금 청동검을 찾고 밖으로 나오자 대학원 제자들이 개미 떼처럼 달려들어 발굴하기 시작했다.
무덤 안에서는 구리로 만들어진 각종 장식품이 나왔고 초기 철기 형태의 갑옷도 나왔다.
두 교수님이 유물들을 확인하고 있을 때 나의 눈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강렬한 푸른색 빛이 나는 곳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포크레인을 불러서 3m 떨어진 곳에 푸른 빛이 나는 곳을 파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안에서 쏟아지듯 청동검이 나왔다.
모두 99개나 되었고 그 검에는 모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도화, 묘동, 조하, 혼, 답돈, 요동, 요서, 진번, 예저, 둔군 등의 지명으로 보이는 글자였다.
몇 개는 고조선이 지배했던 지역이었기에 나머지 이름도 고조선이 지배했던 옛 지역의 이름이라는 가설이 세워졌다.
가설에 불가했던 고조선의 지배구역을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었다.
지금까지 발굴&연구하여 알아낸 고조선의 지식 보다. 오늘 발굴한 유물로 더 많은 고조선의 역사를 알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윤 교수님과 이 교수님이 지금까지 발굴된 내용을 잘 정리하여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기자들이 각종 기사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가장 자극적인 기사 제목은 ‘단군의 황금검이 99개의 청동검을 정복하다’라는 제목으로 고조선의 위대함을 쓴 글이었다.
별 내용은 없었으나 ‘좋아요’ 버튼을 누른 사람들이 많았다.
역시 제목이 중요하다.
‘골든보이 또 황금을 캐다’ 나 ‘고조선의 황금을 냄새를 맡은 골든보이’ 같은 자극적인 기사도 만들어졌는데 민망하여 읽지 않았다.
현장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기자도 많아졌고 기사도 더 많아졌다.
윤 교수님의 서울대 제자도 더 많아졌다.
물론 괴산대에서 올라온 제자도 속속 도착하여 발굴을 계속 이어나갔다.
점심이 되었을 때 문화재청 담당자가 부랴부랴 도착했다.
그는 나를 보고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했다. 청와대에서 나를 위해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십니다. 골든보이님. 아니면 김성열 대표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하나요?”
나는 차가운 얼굴을 꾸미며 냉정하게 대답했다.
“공사를 하기 전에 보통 문화재 사전 지표조사를 한다고 했는데 여기는 안 하신 모양입니다.”
“아··· 일정이 밀려 있어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미 유물이 나왔으니 이곳부터 신속하게 지표조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제가 우연히 발견하지 못했으면 이렇게 훌륭한 국보급 문화재가 사라질 뻔했습니다.”
문화재청 담당자는 자동으로 허리를 숙였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문화재청 직원들 아니, 모든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하여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나오면 내가 할 말이 없지만, 원하는 목적을 얻어야 한다.
“문화재청이 항상 열심히 한다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 3곳만 조사했는데 이렇게 나왔다면 더 많은 문화재가 쏟아질 수 있는 곳입니다. 정말 잘 확인하셔야 합니다. 신속하게 조사하는 것보다 꼼꼼하고 자세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문화재청의 모든 인력을 동원할 예정입니다.”
아.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고, 질질 시간을 끌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지.
점심이 한참 지났고 발굴은 계속 이루어졌다.
악당은 게을렀다.
오후 2시가 되었을 때 철거 용역들이 몰려와 우리가 발굴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뭐여?”
“남의 땅에서 뭐 하는 거여?”
그러자 기자들이 깡패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야! 닥치고 뒤로 물러나.”
그중 두목이 다급하게 부하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그나마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
두목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을 알고 다급하게 서우 건설에 연락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 있었다.
문화재는 발견되었고 그 사실을 전 국민이 알고 있었다.
문화재청에서 지표조사를 하면 공사가 최소 1년은 뒤로 밀릴 것이 확실시됐다.
내가 손을 쓰면 최소 3년은 더 늦출 수 있었다.
지표조사가 다 끝날 때쯤 눈에 보이는 땅속의 유물을 몇 개 더 발견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서우 건설이 3년이나 공사를 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이미 토지 구매 비용과 토지 보상비와 철거 비용만 해도 1백 50억 이상 들어갔다.
이자만 해도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발굴현장에서 벗어나 형제원의 원장 수녀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형제원은 한동안 이곳에 있을 것 같습니다.”
수녀님도 활짝 웃으면서 대답했다.
“유물이 발굴되었다는 소식은 들었습니다.”
나는 원장님을 모시고 창문으로 가서 고인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있는 돌이 고인돌이고 그 밑에서 각종 유물이 나왔습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발굴지입니다.”
“그럼 발굴하는 동안 공사를 못 하는 것인가요?”
“유물이 발굴되면 모든 공사는 중지할 수밖에 없지요. 그것이 법이니까요.”
“발굴이 끝나면 다시 공사가 시작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최소 3년은 보장하겠습니다. 그동안 천천히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때 서우 건설의 고문 변호사가 다급하게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번과 같이 여유 있는 표정은 전혀 없었다.
서우 건설 변호사는 나를 보며 말했다.
“개인 땅에 몰래 들어와서 땅을 파헤치다니 이것은 명백히 불법행위입니다.”
나는 여유 있게 웃으면서 말했다.
“차나 한잔하세요. 시간이 아직 많습니다.”
“야간에 다른 사람의 사유지를 무단 발굴한 것은 도둑질이나 다름없습니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앞에 놓은 차를 천천히 마셨다.
“무슨 죄목인지는 모르겠지만 원하시는 대로 고발하시면 되겠네요. 도둑질이나 다름없다고 말씀하셨으니 절도죄인가요?”
“사유지 불법 침입, 사유지 파손도 추가하겠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문화재가 파괴되는 것을 막고자 공익의 목적으로 문화재를 발굴한 것입니다. 그 문화재를 발굴하여 이득을 편취 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서우 건설도 토지의 주인으로서 발굴된 문화재에 대한 보상금을 저와 나누어 받을 수 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닙니까?”
“공사가 하루 늦어질수록 이자가 얼마씩 나가는 줄 아십니까?”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원하신다면 법정에서 만나시지요.”
변호사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아니 나는 법정에서 만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화로 잘 풀어보자는 말입니다.”
“곧 문화재청 사람들이 본격적인 지표조사를 하게 될 겁니다. 최소 2년은 조사하게 될 겁니다.”
“2년이요?”
“다른 전문가가 뭐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아무리 짧게 잡아도 2년에서 3년입니다.”
“그것도 안 됩니다. 조용히 해결 방법을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 멍청아. 전 국민이 다 아는데 조용히 해결되겠니?
그런 머리로 변호사는 어떻게 달았데.
“서우 건설 대표님께 이미 늦었다고 말씀하세요. 이미 포털 메인에 발굴지 뉴스가 쫙 깔렸으니까요.”
변호사의 얼굴에는 난감함과 패배감이 가득했다.
더 이상 서우 건설 변호사는 못 할 것 같았다.
9시 뉴스에서 ‘고조선 고인돌과 황금검’ 뉴스가 나오고 승부는 마무리되었다.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장소가 되어, 공사가 바로 진행되는 것은 완벽하게 불가능해졌다.
그날 호주에 있는 태경이에게 고인돌 발굴지에서 찍은 모든 동영상을 보냈고 편집을 부탁했다.
그랬더니 3일 만에 골든보이 콘텐츠가 나왔다.
제목은 ‘단군의 황금 홍익검의 비밀’이었다.
어두운 곳이고 카메라맨이 아닌 사람이 찍어서 조금은 화면이 흔들리고 조악했으나 콘텐츠의 내용은 아주 좋았다.
윤 교수님이 준왕과 위만조선에 관해 설명하고 이 교수님이 각 유물에 관해 설명하였다.
끝에는 이곳 고인돌의 주인이 ‘준왕’ 일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하였다.
만주에 있던 고조선 세력이 패하여 한반도로 들어온 것은 역사적으로 맞는 일이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쫓겨날 뻔한 코스모스 형제원의 아이들을 후원해달라는 당부가 붙었다.
그랬더니 전국에서 후원이 쏟아져 무려 3억3250만 원이 들어왔다.
게다가 광명시청에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재선을 앞두고 있던 시장이 담당자에게 쌍욕을 했고 시장은 당장 형제원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갔다.
며칠 후에는 복지부에서 코스모스 형제원을 찾아와 실태를 조사하고 갔다.
이제 서우 건설 따위가 코스모스 형제원을 넘볼 수는 없었다.
세상이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미션이 해결된 것인가?
나는 당당한 목소리로 미션창을 불렀다.
미션창!!!
어서 황금 나침반을 내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