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인화 자원개발 사장실.
나는 서 상무님과 커피를 마시며 회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똑똑
보안정보 과장인 고덕무가 머리를 깊게 숙이며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상무님.”
“사장님께서 지시하신 보고서를 완료하였습니다.”
그는 ‘서우 건설의 용역’에 대해 정리한 문서를 나에게 넘겼다.
“전에 사장님 차에 상처를 낸 놈들은 바로 서우건설 용역 놈들이었습니다.”
서우 건설이라. 분명 몇 번 들어본 브랜드였다.
“서우 건설이라···. 중저가 브랜드 ‘나라사랑’ 아파트를 짓는 건설회사 아닙니까?”
서우 건설은 도급순위 30위 권의 중견 건설회사였다.
“뒷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건설사입니다. 아파트에 부실이 많은 것은 물론이고 마감재나 소방시설, 조경 모든 것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가장 뒷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은 쓰레기 매립장, 공동묘지, 폐기물 처리장에 아파트를 건축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싸게 팔아도 상당한 이익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빈민가를 철거하여 아파트를 올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고요.”
나는 중국집에서 보았던 철거지역이 생각났다.
“그때 봤던 철거지역이 서우 건설의 작품입니까?”
“그곳 사람들은 국가토지에 불법으로 건물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폭력과 협박을 당해도 대응도 못 하고 쫓겨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일부 강성 주민 20여 명과 코스모스 형제원 정도만 마무리하면 바로 아파트 기초 공사로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보고서를 확인하다가 코스모스 형제원에 대한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여기도 토지 소유권이 서우건설로 넘어가 철거될 위기였다.
다만 선거철이라 여론의 눈치를 보는 정치권 때문에 쉽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서우 건설은 철거를 강행할 분위기였다.
전혀 모르는 곳이면 상관없겠지만, 내가 짜장면 사줬던 코스모스 형제원 아이들이 생각나서 보고서 내용을 좀 더 신경 써서 읽었다.
내용을 쭉 확인하다가
!!!!
순간 한 곳에 시선을 멈추고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경복이를 불렀다.
“이경복!!!”
비서실장 자리에서 놀고 있었던 경복이가 안으로 들어왔다.
“뭔데? 무슨 일이야?”
“이 보고서 읽어봐. 저번에 우리가 짜장면 사줬던 코스모스 형제원에 관한 내용이다.”
경복이가 한동안 쭉 보고서를 읽었지만 특별한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
“뭐가 문제인데? 무엇을 확인하라는 거야?”
나는 답답하다는 얼굴로 보고서의 한 숫자를 찍었다.
“야. 형제원 총인원이 97명이다.”
“97명? 규모가 크다고?”
“미친새끼! 97명의 눈물! 기억 안 나?”
나는 이미 경복이에게 미션에 관해 이야기한 상태였다.
경복이도 순간 미션을 떠올리며 눈을 번쩍 떴다.
“미션에 있는 97명의 눈물?”
“그래!”
“씨발 이거였나?”
나는 강하게 확신했다. 이 정도 느낌이면 100%다.
“확실히 이거다. 감이 확 왔어. 당장 형제원으로 가자.”
내가 급하게 나가자 경복이가 나의 팔을 잡았다.
“미션 보상이 뭐였지?”
“황금 나침반.”
“어떻게 쓰는 거야?”
“나도 모르지.”
“뭐에 쓰는지 모르겠지만 씨앗만큼 좋은 것이겠지?”
전 미션에서 ‘황금 씨앗’과 ‘황금 나침반’ 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했으니 황금 씨앗만큼 좋은 것임이 확실했다.
“분명 황금 씨앗만큼 좋은 걸 거야.”
경복이는 머리를 끄덕이며 앞장섰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빈손으로 가기 좀 그러니까 삼겹살이라도 사가자.”
우리가 고아원··· 아니 형제원에 가는구나.
“그렇지. 뭐라도 들고 가야지. 내가 그렇게까지 예의 없는 놈이 아니다.”
“삼겹살 말고, 치킨 100마리 튀겨 가는 것은 어때? 1인 1닭”
“치킨이 뭐야? 소고기 정도는 사야지.”
“그렇지! 눈물을 멈추는 데는 소고기가 최고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황금 나침반인데 아끼지 말고! 특등급 한우로 가자. 팍팍 써!!”
“그래. 한우 쏴도 남는 장사다.”
보안정보과 고 과장도 서 상무도 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었으나,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이 새끼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정리해서 말을 했다.
“회사 차원의 대외봉사를 위해 지원할 곳이 있습니다. 코스모스 형제원이라고 하는 곳인데. 당장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수행과 선 과장에게 모두 함께 간다고 준비하라고 말씀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서 상무님은 5천만원을 코스모스 형제원에 기부하세요.”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수행과 선과장이 직원들과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모두 짧은 머리에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마치 조폭 같은 모습이었다.
아 패션이 좀···.
“···출발합시다.”
검은색 세단 3대가 코스모스 형제원에 도착하자 원생들은 철거 용역 사람들이 들어온 줄 알고 다급하게 도망쳤다.
도망쳐!!
스포츠머리에 무서운 얼굴을 하고 검은 양복을 입고 있으니 충분히 오해할 만했다.
곧 안젤라 수녀님이 밖으로 나와서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인화 자원개발에서 오신 손님이신가요?”
나는 상대를 인심 시키기 위해서 더욱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원장님. 서 상무님 전화 받으셨죠?”
“갑자기 이렇게 큰돈을 기부해 주셔서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계좌에 찍힌 숫자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습니다.”
나는 더욱 활짝 웃었다.
“전에 코스모스 형제원 아이랑 식사를 함께한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마리아가 한 용감한 분에게 음식 대접을 받은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장님이 품속에서 원석에 가까운 금조각 하나를 꺼내 들었다.
내가 그 여고생에게 준 금조각이 맞았다.
“제 소중한 구독자께 드린 기념품입니다. 그리고 밥 한 끼 정도는 얼마든지 사줄 수 있고요.”
수행과 직원들이 짐차에서 거대한 소고기를 통째로 꺼내 들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 고기는 어디서 구울까요?”
“오늘 날씨도 좋은데, 여기 마당에서 바로 구워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모두 전직 군인답게 점심 준비를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했다.
준비해온 바비큐 장비를 펼치고 바로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도망쳤던 아이들도 돌아와서 눈치를 보더니 고기 굽는 것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특등급 한우 소고기라는 것을 처음 본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고등학생 몇 명이 질서를 잡자, 아이들은 금방 밥 먹을 준비가 되었다.
이때 마리아라고 불리는 여고생은 창피한 듯 붉어진 얼굴로 머리 숙여 인사했다.
“전에 고맙다는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요.”
“나를 만나고 골든보이 채널을 보았니?”
“네. 구독 눌렀어요.”
“그럼 됐다. 맛있게 먹어.”
특등급 한우가 너무 부드럽고 맛있어서, 아이들이 놀란 얼굴로 먹는 것을 눈으로 보며 만족했다.
그것을 보다가 원장님의 방으로 향했다.
나는 원장님이 내주는 녹차 한잔을 마시며 입을 열었다.
“형제원이 철거될 위기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든 돕고 싶습니다.”
“저희도 철거만은 막으려고 모든 방법을 다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광명시에 연락해 보셨습니까?”
“토지 소유권을 저쪽에서 가지고 있어서 답이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나는 당장 광명 시장님께 전화했다.
그리고 형제원에 관해 설명하고 담당자를 돌려받았다.
담당자는 시장님의 전화를 돌려받아서 그런지 목소리가 아주 공손했다.
“여기는 코스모스 형제원입니다. 이곳에 곧 철거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원생들은 어떻게 보호하실 계획입니까?”
담당자의 목소리에서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서우 건설이 적법한 절차를 밟으며 진행하고 있어서 공사를 막기 어렵다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이곳의 원생들은 전국 보육 시설에 나눠 보낼 것이라 이야기했다.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이야기로군요. 알겠습니다.”
나는 다시 시장님께 전화하여 말했다.
“이곳의 원생들이 쫓겨나면 지금까지 올려놓은 이미지는 한방에 무너집니다. 선거가 코 앞입니다. 이렇게 안일하게 있으셔도 됩니까? 요즘 지지율이 좀 올랐다고 마음 편하게 있다가, 이곳의 일을 상대편 후보가 알면 어떻게 됩니까? 냉혈한 혹은 복지에 관심 없는 시장으로 바로 찍힙니다.”
시장도 땀을 흘리며 한참 동안 변명을 했다. 아마도 뭔가 진행할 것이 분명했다.
어쨌든, 원생을 전국의 보육 시설로 보내면 당연히 눈물이 쏟아질 것이었다.
그것만은 절대 안 돼!
내가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원장 수녀님은 한숨과 함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방으로 노력했어도 안 되는 일은 안되었습니다.”
나는 정색한 얼굴로 원장을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하느님께서는 그렇게 무심한 분이 아니십니다. 그리고 제가 있는 한 애들의 눈에서 눈물 흐르는 꼴은 못 봅니다.”
“말씀만이라도 참으로 고맙습니다.”
무슨 말씀! 눈물은 노! 노!
황금 나침반을 받아야 한다고욧.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황금 나침반을 받아야 했다.
“나는 원생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것은 절대 못 봅니다. 원생이 우는 것은 무조건 안 됩니다.”
이때 한 늙은 변호사가 노크와 함께 원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서우건설 담당 변호사였는데 내가 있지만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안젤라 수녀님. 반가워하지 않을 얼굴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다시 찾아 왔습니다.”
“오늘도 협박하러 오셨나요?”
“아닙니다. 오늘은 우리 회사에서 개인당 보상비를 두당 300만원으로 올렸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다른 보육 시설에서 적응하는데, 조금은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곳에 3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말이었다.
지원금만 노리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서 나 몰라라 하는 보육 시설도 많았다.
“몇 달만 더 시간을 주세요. 최소 제 눈으로 확인한 보육 시설로 아이들을 보내고 싶습니다.”
“이제 거의 철거 작업이 끝나갑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없어요.”
“아이들의 인생이 달려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세요.”
“죄송하지만 더 여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장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번 달까지 이곳을 정리하면 원장님께 3억 원의 보상금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안젤라 수녀님은 화난 얼굴로 대답했다.
“돈을 받고 아이들을 버리라는 말씀인가요? 이야기는 못 들을 것으로 하겠습니다.”
“퇴직금이라고 생각하세요. 이제 연세도 있으시니 편하게 쉬실 때가 되셨습니다.”
밖에서 뭔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나는 급하게 일어나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철거 용역들이 빈민가의 무허가 판잣집 하나를 무너트리면서 형제원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변호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1주 정도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여기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이제 직원들이 찾아올 겁니다. 현명한 결정 내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님! 제발 시간을 주세요.”
“버티면 손해인 싸움입니다. 아이들도 위험하고요. 제 말씀을 너무 가볍게 듣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는 가볍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갔다. 방안은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
나는 창밖의 한 지점을 계속해서 바라보다가 원장 수녀님에게 시선을 옮겼다.
“현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까?”
“하느님께서 방법을 보여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나는 한참 동안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웃었다.
“하느님의 계획이라는 것이··· 아마도 저를 통해서 이루어질 것 같네요.”
원장님은 살짝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원장님을 바라보았다.
“내일 아침이면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될 겁니다.”
나는 직원들을 데리고 근처의 광명 시내의 호텔로 갔다.
그리고 초저녁부터 밥을 일찍 먹고 사우나를 하고 좋은 방을 빌려서 일찍 푹 잤다.
깊은 잠을 푹 자고 있을 때, 경복이가 와서 깨웠다.
“야! 시간이 다 되었어.”
“벌써 그렇게 되었나?”
새벽 2시라 밖은 칠흑같이 깜깜했다.
“완전 꿀잠 잤다.”
“수행과는 세팅해 놓는다고 이미 형제원으로 출발했다.”
“장비는?”
“다 챙겨 갔어.”
“카메라는?”
“2명이나 카메라맨 역할을 하기로 했는데, 좀 불안해.”
아. 태경이가 필요하다.
“그래? 그럼 가자.”
경복이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근데 왜 이 시간에 형제원을 가는 거야? 철거반을 습격이라도 하는 건가?”
나는 눈곱을 손톱으로 날리며 말했다.
“크크크. 우리가 조폭이냐?”
“그럼 이 야밤에 왜 가는데?”
형제원 창문에서 내려다보았을 때, 멀리 공사장에서 황금빛을 보았다.
“그곳에서 금을 좀 봤어···.”
경복이는 놀란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금이 있다고?”
“금 말고 청동도 좀 보였어.”
“금하고 청동. 둘 다?”
“그럼 문화재 쪽인가?”
“가서 파보면 확실히 알겠지.”
우리는 조용히 코스모스 형제원으로 갔다.
그랬더니 수행과 선과장이 직원들과 함께 서 있었다.
내가 다가오자 우렁찬 목소리로 머리를 깊게 숙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조직들이 밤에 사람 하나 묻으려고 모인 것 같이 보였다.
“목소리 낮추세요. 애들 잡니다.”
“···네.”
“장비는요?”
“포크레인까지 준비했습니다.”
“잘했습니다.”
이때 괴산 대학교 이 교수님이 도착했다.
“오라고 해서 왔기는 왔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아! 교수님. 오시느냐 수고하셨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지 몰라서 연락 드렸습니다.”
이 교수님의 놀란 눈빛이 나를 향했다.
“좋은 일? 설마···.”
나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느낌은 오는데 아직 확신할 수 없습니다.”
“거기가 어딘데?”
“지금 갈까요?”
나는 유령처럼 철거된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한 곳에 멈춰 섰다.
말라 죽은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곳이었다.
코스모스 형제원과 철거된 빈민촌의 사이의 공터였다.
“포크레인으로 이 나무 뽑아버리고. 제가 페인트로 칠한 부분을 빼고 주변을 파보세요.”
8곳에서 강한 조명이 들어오고 포크레인 기사가 페인트로 칠한 부분을 빼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5분도 파지 않았는데, 사람의 키만큼 파 내려갔고 내 눈에 푸른색 빛이 확실하게 보였다.
이때 교수님이 먼저 큰 소리로 말했다.
“멈춰! 멈춰!”
기사가 포크레인을 멈추자 이 교수님이 먼저 뛰어들었다. 그리고 돌덩어리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거의 10분 넘게 확인하던 교수님은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이것은··· 고인돌 같은데?”
나는 살짝 놀라며 말했다.
“고인돌이요?”
“고인돌은 크게 북방식과 남방식으로 나뉘는데 이놈은 북방식이다. 판석에 뚜껑돌을 올려 두는 형태이지. 그런데 이것이 딱 그렇게 생겼어.”
교수님이 만지는 곳을 보니 정말 판석에 뚜껑돌이 올라와 있는 모양이었다.
“고인돌이라면··· 청동기 시대니까. 청동기 유물만 나오면 확실하겠군요.”
“아무래도 그렇지.”
나는 웃음과 함께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청동기 유물은 확실히 있습니다.”
교수님이 살피고 있는 곳에서 30cm 아래쯤에서 청색 빛이 나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제. 제가 합니다.”
나는 한 지점을 붓으로 흙을 털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금속 조각 하나를 확인했다.
그것은 조심스럽게 확인해보니 청동검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더니 이 교수님이 뛰어 들어와 살피기 시작했다.
“비파형 청동검이야. 청동기 시대의 대표적인 유물이지.”
“그렇다면 이것은 고인돌이 확실하군요.”
나는 푸른색 빛을 더 보면서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그랬더니 청동 방울과 잔무늬 청동경이 보였다.
그리고 금으로 착각할 뻔한 구리로 만든 말 모형이 보였다.
“이 정도 부장품이라면 최소 군장급 이상의 무덤인 것이 확실하다.”
이 교수는 유물에 완전히 빠져 있었지만,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유물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유물인가요?”
이준석 교수님은 잠깐 생각하고 말했다.
“희소성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9시 뉴스에 나올 정도로, 중요한 유물이냐고 묻는 것입니다.”
“비파형 동검은 전기 고조선의 대표적인 유물이지만 국보로 삼을 만큼 대단한 유물은 아니야. 지금까지 발견된 비파형 동검만 100개는 넘지 않을까?”
역시나 좀 약하군.
“그렇군요. 이 정도로는 부족하군요.”
“뭐가 부족하다는 말인가?”
나는 일부만 드러난 고인돌을 보면서 말했다.
“문화재 때문에 이곳의 공사가 중지되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저기 코스모스 형제원이 철거되는 것을 막고 싶거든요.”
이준석 교수님이 형제원 건물을 한번 보고 말했다.
“그래서 이 야밤에 발굴하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허락을 받고 발굴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더 엄청난 유물이 나오면 모를까···. 긴 시간 공사 중지를 끌어낼 정도는 아니야.”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고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자신 있는 얼굴이 되었다.
“그럼 좀 더 큰 선물상자를 열어볼까요?”
“뭐가 더 있다는 말인가?”
“제 별명이 무엇입니까?”
“골든보이 아닌가? 설마 그렇다면···?”
“금이 있습니다. 교수님.”
나는 공사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