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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37화 (37/188)

37화

97명이라. 97명···.

며칠 전 이곳에 왔을 때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진 적이 있었다.

갑자기 확 불안해졌다.

그래서 나는 별 중요한 일도 아닌 것으로 감정싸움을 하는, 담당자에게 눈을 부릅뜨고 큰소리로 물었다.

“동굴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됩니까? 설마··· 97명은 아니겠지요?”

담당자는 순간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회의시간에 거의 말이 없었던 사람이 갑자기 큰소리를 냈기 때문이었다.

“한 40명쯤 들어와 있습니다만···.”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다행이다.

“왜 그러십니까?”

“동굴에 대한, 안전구조 진단 결과가 나왔습니까?”

“네. 안정된 지질 구조라 조금도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확실하지요?”

“암반지대라 땅파기가 어려울 뿐이지, 안전에 대한 것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 곳에서 안전진단 평가를 진행했는데, 모두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는 그래도 왠지 불안하여 담당자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저는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혹시 저와 상의하실 내용이 있으면 ‘지금’ 말씀하세요.”

담당자들은 딱히 나와 할 말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머리 숙여 인사하고 빠르게 동굴 밖으로 나왔다.

동굴이 무너질 듯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 밖으로 뛰어나왔다.

빛이 보이고, 나는 숨을 크게 쉬었다.

아~ 살았다.

한 5분간 동굴 입구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TV를 끊든지 해야지···

아무래도 ‘97명의 눈물’은 광명 금광과 관계가 없는 듯 보였다.

띵동- 띵동-

금광 밖으로 나오자 카톡과 문자 알림음이 연속으로 울렸다.

부재중 전화도 쏟아졌다. 동굴 안은 핸드폰도 문자도 3G도 되지 않는 구역이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전화가 이렇게 많이 왔지?”

아!!!!!!!!!!!!!

오늘 경복이가 데리고 온다는 UDT 사람들과 면접을 보기로 한 날이었는데,

이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좆됐다···.

그래서 나는 경복이에게 전화하여 저번에 함께 짜장면을 먹었던 중국집으로 오라고 했다.

어차피 모두 뽑을 생각이었으니, 함께 밥이나 먹자는 의미였다.

가족들이 서울에서 마음 편하게 살려면 경호원들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래야 내가 마음 편하게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내가 먼저 지난번에 왔던 홍콩반점으로 들어갔다. 형제원 아이들을 만났던 곳이었다.

창문 밖을 바라보니, 더 많이 철거 공사가 이루어졌는지 대부분 집이 폐허로 변해 있었다.

이제 사람이 있을 만한 집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중국집으로 들어와서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7명의 단단한 사내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경복이였다.

그가 인상 쓰며 다가와 물었다.

“또 여기야?”

“여기 말고 아는 데 있어?”

“그래도 면접 장소가 짱깨집이 이게 뭐냐?”

“뭔 면접이냐? 그냥 함께 밥이나 한 끼 먹자는 거지.”

경복이는 정색하고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한 명씩 보낼 테니까 면접 보는 척이라도 해. 아주 신중하게. 예의 있게.”

“OK. 알았으니까, 요리나 왕창 시켜서 먹고 있어라. 내가 약속을 어겼는데 그 정도는 해야지.”

경복이가 눈을 크게 떴다가 웃었다.

“많이 기다렸으니까. 놀랄 정도로 많이 먹을 거야.”

“1인 1요리 시켜라.”

“미친새끼 그런 사치를···. 사랑한다.”

다들 큰 키에 어깨가 딱 벌어진 사내들이었다.

길거리에서 보았으면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그중에 한 명이 30대 중반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 나이가 있어 보였다.

“저기 나이가 있는 분부터 볼까?”

“선지후 대위님이야.”

나는 경복이가 내미는 이력서를 확인하였다.

각종 경력이 화려했고 경호 회사에 취직했던 경력도 있었다.

“UDT 침투/폭파조 팀장? 대단한 것이겠지?”

“UDT 중, 최고 인물이 가는 자리지.”

“좋아. 잠깐 전체적으로 이력서 좀 확인하고 있을게.”

한참 이력서를 확인하고 있을 때 중국집 문이 열리고,

땡그랑~

저번에 형제원 아이들을 괴롭히던 양아치 6명이 들어왔다.

또 니들이냐?

그중 하나가 이리저리 살피다가, 나를 보더니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혼자 있는 나를 보고 껄렁거리며, 내가 있는 테이블로 다가왔다.

“아~ 이게 누구신가? 나한테 쇠땡이 던진 놈이네?”

나는 형제원 아이들을 괴롭혔던 양아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 그 양아치? 여기서 또 보네. 단골이냐?”

양아치는 나를 보고 인상을 썼다.

“양아치? 이 새끼가 겁대가리를 어디에다가 짱 박고 온 거야? 뒤지고 싶어?”

“아. 뒤에 ‘병풍’들 하고 함께 왔다고 어깨에 힘주는 거야?”

양아치는 분노하며 말했다.

“우리는 개념 없는 새끼가 뚫린 입을 함부로 놀리면 입을 찢어 버리는데?”

나는 입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

“찢고 싶으면, 찢어보던가?”

양아치는 오기가 치밀어 올라 강하게 외쳤다.

“왜! 못 할 거 같아?”

젊은 양아치는 전과 같이 또 잭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너의 무기는 왜 업그레이드가 안 되냐?

양아치는 내가 가만히 있자. 쫀 줄 알고, 내 앞에서 자신 있게 칼을 흔들었다.

“이 칼로 니 배를 따서 안에 들어있는 곱창 보여줄게.”

나는 한심한 듯 혀를 차고 인상을 썼다.

“니들은 항상 멘트가 왜 이렇게 저렴하냐? 곱창이 뭐냐? 곱창이.”

“곱창 볼 생각하니까 무섭냐?”

지난번도 그렇고, 저번도 그렇고, 니들하고 대화하면, 나까지 격이 떨어지는 기분이야.

그리고 면접 보러 온 손님들도 있는데··· 쪽팔리게 내가 니들하고 놀아야겠냐?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고 말했다.

“일해야 하니까. 제발 좀 꺼져라. 오늘은 손님도 있고 바빠서 산 줄 알아. 이 병신들아.”

양아치는 이제 자신 있게 칼을 휘두르며 강하게 말했다.

“아무리 바빠도! 당장 장례식이나 준비해!! 존만아.”

!!!

이때 UDT 전 대위 선지후가 양아치의 칼을 쥔 손을 자신의 큰 손으로 꽉 잡고, 양아치의 목으로 가져갔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면접하게 된 선지후라고 합니다.”

나도 예의 있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선지후 씨.”

선지후 대위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상황을 보니, 회사에서 제가 할 일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나도 쓴 입맛을 다시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찌하다 보니··· 반갑지 않은 손님을 다시 만났습니다.”

선대위의 손에 의해 칼날이 천천히 양아치의 목으로 향했다.

“양아치 선생님. 중국집에서 자해하면 안 돼요. 칼로 목을 뚫으면 금방 죽어요.”

자신이 쥔 칼날이 점점 목으로 가까이 다가오자 놀란 양아치는 눈을 크게 떴다.

“너···너 뭐야?”

“선지 좋아하시나? 그릇에 피를 모아서 굳히면 선지가 돼요. 제가 따끈한 선짓국 금방 먹게 해드릴게요.”

선지후 대위는 짜장면집 주인에게 말했다.

“선지 만들게 큰 대접 하나 가지고 오세요.”

양아치는 이제 완전히 쫄았다.

“이거 놔! 이거 놔!!”

선지후 대위는 나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물었다.

“연봉부터 알고 싶습니다.”

“선지후 팀장님은 수행과 과장으로 근무하게 되고 연봉은 8000만원입니다. 직원 숙소도 제공합니다.”

선지후 팀장은 칼을 양아치의 목에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그 정도 연봉이라면··· 그냥 목을 잘라드릴 수도 있습니다.”

나는 두 손바닥을 보이며 말했다.

“쓰레기를 모으는 취미는 없습니다.”

선 대위는 양아치의 목을 잡더니 발을 걸어서 양아치 동료들이 있는 곳에다가 집어 던졌다.

와장창~

그곳에 있던 화분과 함께 양아치가 바닥을 뒹굴었다.

그러자 함께 온 양아치들은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고 느꼈다.

선 대위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일반인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혼자만, 너무 면접을 잘 보시는 것 아닙니까? 팀장님.”

이때 대기하고 있던 다른 UDT 대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양아치들에게 다가갔다.

“팀장님. 면접 방식이 바뀐 것 같습니다.”

“필드 테스트 방식인가요?”

“반쯤 병신을 만들어야 통과하는 것이면 자신 있습니다.”

“수술 실력을 보고 싶다면, 한쪽(?)을 뗄 수도 있습니다.”

나는 거침없이 나오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 깡은 있어야, 실전(?)을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원 합격이고, 직급은 대리며 연봉은 6천만 원입니다. 수행과 선지후 과장님의 명령을 따르면 됩니다. 앞으로 열심히 해봅시다.”

그러자 한 대원이 활짝 웃으면서 양아치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입사 기념으로 한 명쯤 죽여 드릴 수 있습니다. 골라주십시오.”

나는 겁먹은 양아치들을 보며 웃었다.

“하하하하. 밥 먹으러 온 민간인을 괴롭히면 되나요. 식사나 합니다. 1인 1요리입니다.”

몸무게가 100kg쯤 되어 보이는 근육질의 마동석 같은 사내가 양아치들 사이로 가더니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물건을 뽑아서 니들 입에 물릴 거야.”

와. 씨발 무서운 형님들이다.

마동석(?)은 양아치들의 허리와 주머니에 있는 칼 2자루를 찾아 바닥에 던졌다.

“다음에 장난감 가지고 내 앞에서 설치면 눈깔을 파버린다. 그리고 이 칼들은 우리집에 과일 깎는 칼이 없으니 내가 챙긴다. 불만 있으면 지금 이야기해. 배속에 곱게 넣어 돌려줄 테니까.”

그러자 양아치들은 겁먹은 얼굴로 서로 눈치를 보았다.

“아···아닙니다. 불만 없습니다.”

“밥맛 떨어지는 면상 치켜들지 말고 꺼져.”

양아치들이 우르르 도망쳤다.

이때 완전히 마른 사내 하나가 중국집으로 들어왔다.

경복이 UDT 10년쯤 선배라고 들었는데, 완전히 뼈만 남을 정도로 마른 사내로 ‘자석’이라고 불렀다.

옛날 장두식 위원장의 뒤를 캐기 위해서 붙였던 사내로 일처리가 깔끔하여 계속 연락하고 있었다.

이름은 고덕무이고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소령으로 예편하여 민간 정보조사 일을 하다가 이번에 내가 면접을 보라고 불렀다.

선지후 대위는 고덕무를 보더니 부동자세로 경례를 했다.

부대에 있을 때 고덕무는 존경받는 작전 과장이었다.

그러자 고덕무가 사회에서 그러지 말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고덕무는 나를 보더니 머리를 깊게 숙이며 마치 절을 할 것 같이 보였다.

“아이고!! 사장님 이렇게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고덕무의 두 손을 잡았다.

“그때 일을 깔끔하게 해결한 것이 생각나서 이렇게 모셨습니다.”

고덕무의 민간정보조사 일을 잘하여 매출이 좋았으나, 동생이 사람을 때려서 자주 맷값을 물어주었다.

게다가 어머니가 오랫동안 아프시다 돌아가셔서, 집안의 재산을 대부분 병원비로 날려 먹었다. 그래서 빚이 5억이나 되었다.

그 때문에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사는 사람이었다.

고덕무는 다시 한번 무릎을 꿇을 것처럼 머리를 숙였다.

“제 5억 채무를 정리해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필요한 인재였으니, 돈을 쓴 것이었다.

“스카우트 비용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고덕무 씨를 필요로 했습니다.”

고덕무는 몸을 던질 것 같았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말씀드려야 할 중요한 것만 짚고 넘어가자면, 연봉은 1억이고···.”

봉투 하나를 고덕무에게 넘겼다.

“5천만원입니다. 딸 아이 하나가 있더군요. 회사 숙소를 드릴 테니 데리고 오세요.”

고덕무는 봉투를 쥐고 몸을 떨면서, 눈물을 꾹 참고 머리를 숙였다.

새아버지 밑에서 힘들다는 딸을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그것을 이룰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온 힘을 다해 사장님을 모시겠습니다.”

나는 정색한 얼굴로 고덕무를 바라보았다.

“제가 원하는 것은 ‘절대적인 믿음’ 하나뿐입니다. 제가 고덕무 씨를 믿을 수 있겠지요?”

고덕무는 눈을 부릅뜨고 부동자세를 취했다.

“물론입니다. ‘절대적인 믿음’을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오늘부터 고덕무 씨를 온전히 믿도록 하겠습니다.”

“반드시 은혜에 보답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비서실 아래 보안정보과가 있습니다. 그곳의 과장을 맡아주세요. 데리고 있던 직원 2명도 함께 데리고 오세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는 살짝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보안정보과는 비서실 아래 있으니 우리 이경복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으면 됩니다.”

고덕무는 사회물을 오래 먹어서인지 까마득한 군대 후배인 경복이에게 깊게 머리를 숙였다.

“명령에 충실하게 따르겠습니다. 비서실장님.”

경복이도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받았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이때 시켰던 요리가 연속으로 쏟아지듯 나왔다. 나는 연태고량주를 지켜서 사람들의 잔을 채우게 했다.

“여기 계신 분 모두 합격 축하드립니다.”

그러자 덩치 큰 사내들이 머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제 잘못 때문에 면접 시간에 늦었으니 사과의 의미로 점심을 사겠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잘 먹겠습니다!”

함께 술을 마시고 싶었으나 아직 친하지 않은 사장이랑 술을 마시면 상당히 불편하고 어색할 것이었다.

나는 경복이에게 법인카드를 꺼내 주웠다.

“법인카드다. 한달 2천만원씩 쓸 수 있다. 이것은 네 전용이야.”

“오~ 내 전용 법인카드도 있어?”

“사장 측근이면 당연히 있어야지. 그리고 윗사람 노릇 하려면 돈을 써야 한다. 입은 닫고 지갑은 열고. 알지?”

경복이는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닥치고 밥 사주는 선배가 최고다. 그 정도는 나도 확실히 안다.”

나는 경복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낮게 웃었다.

“그래. 까불면 술로 죽여버려.”

“아~ 이 새끼. 점점 사랑스러워지네.”

“땅 파면 돈 나오면 뭐가 걱정이겠냐? 맘껏 먹어라.”

경복이는 법인카드를 흔들며 말했다.

“하하하. 우리 계속 친하게 지내자.”

“그러니까. 잘해.”

“예! 충성·충성.”

나는 손을 흔들고 밖으로 나갔다.

“간다.”

경복이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졌다.

“회사로 들어가?”

“아니. 부동산 들러서, 서울 아파트 보러 가. 괴산에 있는 부모님도 모시고 와야지. 이제 오피스텔에서 라면 먹기 싫다.”

“서울 아파트를 본다고? 와 부럽다. 그럼. 보는 김에 괜찮은 것 있으면 내 것도 하나 사라.”

“미친 새끼. 아파트가 컵라면이냐? 오늘 길에 하나 사게?”

“서울에 아파트가 수만 개 있더라. 떨어진 것 하나 있으면 주워 와.”

“알았다. 너 이름 크게 써 놓을게.”

나는 손을 흔들며 밖으로 나왔는데, 내 차를 누군가가 한 바퀴 긁어 놓았다.

아- 이런 씨발~

인사를 하기 위해서 나를 따라 나온 고덕무가 내 차를 보고 놀랐다.

그리고 다급하게 자신의 차에서 블랙박스를 확인하더니 혀를 차며 말했다.

“아까 봤던 그 양아치의 짓이군요.”

“···역시 그렇군요.”

나는 고덕무에게 살짝 화가 난 얼굴로 말했다.

“과장님께서 하실 일은 회사 내에 있는 뿌락지와 빨대를 찾아내는 일입니다. 그놈들은 나에게 월급을 받고 우리 회사 정보를 다른 놈에게 흘리고 있습니다. 그것을 차단해야 합니다.”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내 차를 긁어 놓은 이 양아치들이 뭐 하는 놈들인지 확인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 보고하겠습니다.”

회사로 돌아가자 서 상무가 부동산 업자를 대동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서 상무의 차를 타고 매물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는데, 그는 아주 강력하게 단언하며 말했다.

“집은 사무실에서 가까운 강남에 무조건 사야 합니다.”

내가 ‘강남이 아니라고’ 말하면 싸울 얼굴이었다.

너무 확신하시는 것 아닌가요? 상무님.

나는 리스트에 있는 아파트 가격을 보면서 인상을 썼다.

괴산의 가장 비싼 아파트보다 20배쯤은 비싼 가격이었다.

“가까운 것도 좋지만 정말 비싸네요.”

“아마도 서울 부동산은 더 오를 것입니다. 그것 만은 제가 장담할 수 있습니다.”

내가 서울에 대해서 뭘 알겠나?

“상무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믿어야지요.”

“돈만 있으면 제가 샀을 물건입니다.”

처음 본 것은 서초동의 한 40평대 아파트였다. 좀 비쌌지만, 회사에서 정말 가까운 곳이었고 지하철과 가까웠다.

하지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래되었고 성냥갑처럼 너무 다닥다닥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두 번째는 송파구의 50평대 아파트였다.

공원과 강변을 끼고 있어서 전망이 좋았다. 하지만 좀 오래되어서 손볼 곳이 많았다. 그래서 부동산 업자도 완전 리모델링을 추천했다.

리모델링 비용만 2억이 들었고 공사 기간만 1달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경호원들을 구했으니, 당장 식구를 데리고 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내일이라도 함께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원했다.

“여기는··· 좀 생각해봅시다.”

세 번째는 청계산 입구에 생긴 신축 아파트였다. 가장 높은 층인 펜트하우스였고 무려 70평의 넓이였다.

하지만 조금 외진 곳이라 살짝 미분양이 있는 곳이었다.

부동산 업자가 단언하며 말했다.

“곧 아파트 앞으로 신분당선이 깔립니다. 그러면 지금 가격의 2배는 오를 것입니다.”

펜트하우스에서 거실 통 창밖으로 내려다보는 전망이 기가 막혔다.

청계산과 계곡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딱 부모님이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인화 자원개발 ‘오너’인 아버지가 살집이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했다.

“이곳으로 하시지요.”

서 상무는 아쉬운 얼굴로 말했다.

“In 강남. 두 곳 정도 매물이 남아 있으니 그것까지 보고 나중에 결정하셔도 됩니다.”

나는 머리를 흔들었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요. 이곳으로 하겠습니다. 난 여기가 마음에 듭니다.”

나는 서 상무에게 내 개인 블랙 신용카드를 주면서 말했다.

“인테리어 할 것이 있으면 하시고 가구와 가전제품을 채워주세요. 전문가의 솜씨가 필요할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대표이지만 우리 회사의 ‘오너’는 우리 아버지 십니다. 서울로 모시는데 불편함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한 번 더 신경 쓰겠습니다.”

나는 부동산 업자에게 가볍게 말했다.

“30평대 미분양이 있나요?”

“마침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동에 32평형 아파트를 한 채 더 샀다. 경호원들이 묵을 숙소였다.

“넓은 평수로 미분양이 몇 개나 남았나요?”

“50평대 대형 평수가 좀 남아 있습니다.”

“그럼 좀 볼까요?”

펜트하우스 바로 아래 52평형 아파트 2개를 더 샀다.

“2개나 더 계약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네. 다른 사람 이름으로 계약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준비하세요.”

나는 2채의 아파트를 경복이와 태경이 이름을 달아 놓았다.

‘세금’이랑 ‘이전 비용’은 니들이 대출받아서 해결해라.

시골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올 것인데, 동네에서 보았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좀 더 마음 편하게 올라오실 수 있을 것 같았다.

돈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황금인이 되고 ‘쓸 곳’에 돈 쓰는데, 무서운 것이 없었다.

씨앗 하나 심고 금을 캐내면 끝이었다.

돈 벌기 참 쉽죠?

‘신에게는 아직 7개의 황금 씨앗이 남아 있사옵니다.’

다음날.

회사에 출근했고 드디어 ‘97명’의 단서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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