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36화 (36/188)

36화

나는 열렬한 지지자의 얼굴로 꾸몄다.

“다시 뵐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대통령님.”

대통령은 인자한 얼굴로 말했다.

“몇 달 사이에 또 엄청난 것을 발견했더군요.”

“저 혼자 보기에 아까워서, 국민이 함께 볼 수 있도록 서 비서관님께 연락했습니다.”

“대단히 훌륭한 결정이었습니다. 많은 국민이 기뻐할 겁니다.”

“작품을 확인하러 오셨습니까?”

대통령은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처럼 웃더니, 품속에서 스마트폰으로 골든보이 채널을 보여주었다.

“나도 골든보이 채널을 봤어요. 보내주신 동영상도 봤고요. 동굴을 직접 확인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화면으로 보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차원이 다르지요. 확실히 만족하실 것입니다.”

대통령은 만족스럽게 웃고 주변을 향해서 말했다.

“오후에는 미국 국무부 장관과 신임 미군 사령관이 수원 공항에 도착한다고 하니 서두릅시다.”

대통령은 수행원들과 동굴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처음에 별 표정 없는 얼굴이었으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곧 골든 스카이라운지에 도착했는데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대통령이 그곳에 앉자 사방이 캄캄해지더니 갑자기 영상이 틀어졌다.

영상 처음에는 대한민국의 자연을 보여주다가 하늘의 은하수를 보여주었는데 라이트가 천장으로 향하자 천장에 박혀 있는 금조각이 별처럼 빛나기 시작했다.

정말 하늘의 은하수가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서진택 비서관의 마법이었다.

영상은 계속되었다. 한반도의 탄생,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 조선, 일제 강점기, 대한민국의 탄생과 현재까지의 발전을 보여주는 영상이 동굴 천장에 아름답게 뿌려졌다.

라이트가 흐를 때마다 금에 빛이 반사되어, 마치 마법의 빛이 벽을 타고 이동하는 느낌을 주었다.

마지막에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레이저를 쏘았는데 골든 스카이라운지의 아름다움을 몇 배로 즐길 수 있었다.

역시 금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상상력이 금보다 100배, 1000배 중요했다.

나 스스로 직접 개발하지 않고, 서진택 비서관에게 넘긴 것을 칭찬하고 싶을 정도였다.

“정말 대단하군요.”

대통령은 진정 감동한 표정이었다.

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각종 공사 책임자들과 악수를 하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그러자 다들 사기가 상승하여 얼굴에 비장함까지 보였다.

대통령이 차에 타기 전에 나에게 물었다.

“또 뭔가를 발견할 것입니까? 골든보이님?”

“확실히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때 대한민국을 꼭 생각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나는 대통령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한참 바라보았다.

대통령이 왔다 가니, 공사 속력은 미친 말처럼 빨라졌고.

행정부가 전체가 뭐 하나라도 더 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 것까지 필요 없는데, 저쪽에 두고 가세요~

이때 호주에서 태경이의 전화가 왔다.

“야! 트레저 헌터 5부 끝났다. 우리도 골든보이 콘텐츠 올릴 수 있어!”

호주의 트레저 헌터 시즌 3이 시작되어 시즌의 절반인 5화가 끝났다고 했다.

트레저 헌터 방송이 시작하기도 전에, 골든보이 콘텐츠를 먼저 올릴 수 없도록 계약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까지 기다렸다.

나는 이미 편집본을 몇 번이나 확인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올리자고 말했다.

태경이의 목소리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이번 호주 편은 확실히 대박이다. 내가 1000% 장담한다.”

오랜만에 골든보이 콘텐츠가 올라갔다.

호주 편 1화는 골든보이 팀이 호주에 도착해서 에밀리를 만나고 힐칸재규어 팀장 세이건과의 갈등을 빚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후반에 사금을 캐는 현장으로 나가 첫 번째 사금을 발견할 때까지의 내용이었다.

호주 편 2화는 원래 있던 에밀리 팀과 갈등을 겪다가 사금이 터져서 팀과 융화가 되고 로보톤 지역에서 ‘악마의 심장’을 발견하는 내용이었다.

호주 편 3화는 골든보이 팀이 늪지대에서 ‘에베레스트’를 캐는 내용이었다.

이 영상을 보고 ‘골든보이 호주 최대 금광석 발견’ 같은 뉴스가 나왔다.

이틀 뒤에는 주요 포털 메인 뉴스에 올라올 정도로 확대 생산되었다.

포털 메인에 올라오니, 호주 편 조회수가 미친 듯이 올라갔고 단숨에 구독자가 65만 명이 되었다.

곧 대망의 호주 편 4화가 올라왔다.

경복이가 뱀에 물리고 시드니로 돌아왔는데, 사금 캐는 현장에 홍수가 나서 헬기를 타고 폭풍으로 들어가 팀원들을 구하여 돌아오는 내용이었다.

태경이가 이것 때문에 10번을 다시 편집했다고 했는데, 누가 봐도 한 편의 영화 같았다.

헬기에 팀원들을 태우고 하늘로 올라오는 장면은 할리우드 자연재해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호주 편 4화에서 구독자 100만 유투버가 되었다.

와 대박!!

얼마 후. 유투뷰 100만 골드 버튼이 도착했다.

태경이가 죽어도 자신이 골드 버튼을 가진다고 눈을 크게 떴다.

유투뷰에 대한 열정을 옆에서 보았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런 ‘이의’도 없었다.

태경아. 안 죽어도 돼.

가짜 금딱지는 크게 욕심나지 않는다.

며칠 후. 호주 편 4화는 유투뷰 ‘이달의 영상’이 되었다.

전 세계의 가장 많은 사람이 숨죽여 지켜본 영상이 된 것이었다.

무려 조회수가 2.5억 뷰나 되었다.

사실. 4화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마지막에 예고편으로 광명 황금광산의 황금 고드름, 골든 게이트, 황금 각시탈, 황금용의 보물창고를 넣었다.

그랬더니 엄청난 사람들은 이곳이 어딘지 궁금해했다.

특히 외국 사람들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로 이곳이 어딘지 묻고 답했으나, 서로 엉뚱한 답을 달 뿐이었다.

예고편을 소개하기 위해, 나와 함께 화면에 나온 인물이 바로 이지환 광명시장이었다.

갑자기 왜 광명시장이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전화가 시청에 빗발쳤다.

그 반응에 신이 났는지 광명시장은 비서실을 동원하여 모든 질문에 곧 내용이 공개된다는 답글을 달았다.

그야말로 엄청난 인지도 상승!!

시장은 나에게 달려와 키스를 하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광명 금광 프로젝트가 공개되기 전까지 비밀로 해야 했다.

아마 시장님은 대나무밭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수백 번 외쳤을 것이다.

광명 금광에서 서초동 회사에 돌아왔을 때 서진택 비서관에게 전화가 왔다.

-골든 보이 콘텐츠를 봤습니다. 정말 대단하더군요.

“감사합니다. 지난번 호주에 갔을 때 일이 잘 풀렸습니다.”

-‘에베레스트’ 같은 좋은 물건이 있으면 한국으로 보내세요. 국보가 될 수 있었습니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오는 금은 세금이 좀 있어서 포기했습니다.”

-다음에 말씀해 주시면 방법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나는 청와대가 세금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황금광산 프로젝트를 비서관님께 가장 먼저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값이 오르면 비서관님 업적이 영구히 기록될 겁니다.”

-금값은 무조건 오르지요. 그래서 이 프로젝트를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밑져도 본전이니까요.

“그래서 저도 자신 있게 비서관님께 제안할 수 있었습니다.”

서 비서관의 목소리가 좀 더 가벼워지더니 웃음소리가 났다.

-아···. 전에 제가 약속하고, 완료되지 않은 일이 있더군요.

“무슨···약속이었을까요?”

-지난번 백제 옥새와 고려 편경에 대한 보상금을 처리했습니다. 옥새의 보상가액은 17억이고 고려 편경은 2억입니다.

서재에서 책을 고르다가, 3년 전에 숨겨 놓은 비상금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비서관님.”

-훌륭한 일을 하신 분께, 국가가 당연히 보상해야 하는 일입니다.

“최근 사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정말 잘 되었습니다.”

-하하하하. 좋은 물건이라도 있습니까?

“특별한 것은 아니고 서울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서울 집값이 엄청 비싸더군요.”

-서울에서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지요.

“이제부터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물건이 황금처럼, 대표님의 눈에 딱 보일 겁니다.

드디어, 서 비서관이 나에게 전화한 용건을 이야기했다.

-힐튼호텔에서 광명 금광 프로젝트 계약식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요즘 금값이 연일 올라서 청와대는 금광을 확보했다는 뉴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참여할 수 있으시죠? 보여주기 용도로 하는 것입니다.

나는 조금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혹시 IH 호텔에서 계약식을 진행하면 안 될까요?”

-아··· 계열사 호텔에서 진행하고 싶어 하시는군요.

“인화 자원개발을 쉽게 보는 그룹 내, 사람들이 있습니다. IH 호텔 오너인 우리 고모도 그중에 하나지요. 적진 한복판에 승리의 축제를 하고 싶습니다. 행사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하하하 그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IH 호텔로 공문을 보내지요.

IH 호텔에서 광명 황금광산 프로젝트 계약식이 열렸다.

내외신 기자들이 비싼 호텔밥을 먹고 정부에서 주는 자료로 용비어천가를 써주는 행사였다.

금값으로 이미 투자비를 넘었다는 내용이 있어서, 정부가 계약을 잘했다는 여론이 돌았다.

나와 정부는 이미 진짜 계약서를 주고받았지만,

다시 한번 계약식 퍼포먼스를 하며 사진을 찍었다.

나는 어느 때 보다 활짝 웃었다.

내 청와대 친구들 봤냐? 우리 겁나 친하다!

인화 자원개발은 어느 때 보다 잘 나가니, 넘보지 말라고 외치는 표정이었다.

호텔 만찬장은 즉석 요리사만 8명이 있을 정도로 정성이 들어갔다.

나의 승리를 널리 알리는 것이기 때문에, 두당 20만 원짜리 음식을 준비했다.

나는 테이블에 앉아서 4번째 스테이크를 먹고 있었다.

돈이 많이 들었으니 10개는 먹어야 한다.

반드시··· 본전을 뽑으리라!!!

배부르다는 경복이에게 스테이크 한 접시를 더 주었다.

“돈 아까우니까. 무조건 하나 더 먹어.”

“개새끼야. 살려줘.”

“그럼 랍스타라도 가져다 먹어.”

“나 갑각류 알러지 있어···.”

“킹크랩으로 맞을래?”

“씨발놈아 너 때문에 없던 알러지가 생기려고 하잖아.”

“내일 오후에 똥 싸고 나면 ‘랍스타 하나 더 먹을걸’ 하는 생각이 들어.”

“똥 쌀 때, 생각은 내 마음대로 좀 하자.”

“램 고기 먹어 봤냐? 램이 양인지 오늘 처음 알았다.”

이때 나의 눈에 고모가 높은 사람들을 만나서 활짝 웃는 것이 보였다.

서 비서관은 물론, 청와대 사람을 만나고 광명 광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설업계 사장단을 만났으며 광명시장과 식사까지 하였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행사의 주인공인 것처럼 만찬장을 돌아다녔다.

그래서 와인 마신 사람처럼 살짝 업 되어 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과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기분 좋은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고모를 봤으면 인사해야지.”

나는 영화에서 본 것처럼 와인잔을 들어 인사하였다.

“파티의 주인공처럼 즐기고 계셔서, 제가 한 발 빠져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둘일 수 없지 않습니까?”

“고맙다고 해야 하나?”

“you’re welcome입니다.”

“황금광산이 4개월 안에 오픈한다고?”

“그때가 선거철이라 무조건 그 전에 오픈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선거 1달 전쯤에 오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

“그럴 겁니다.”

고모가 나에게 샴페인 잔 하나를 넘겼다. 그리고 가볍게 건배를 했다.

“네가 힐튼에서 할 것을 우리 호텔에서 계약식을 하자고 했다면서?”

“우리 잔치를 남의 집에서 할 필요 없지요.”

고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집안 사람들에게 너 잘 나간다는 것을 보여 주려 한 것은 아니고?”

역시 불여시다.

나는 스테이크 고기를 썰어서 고모에게 보여주었다.

“고모님같이, 제 손에 있는 고기를 빼앗아 먹으려는 사람들에게 힘 있는 척하는 겁니다.”

“힘센 친구가 많다고 보여주는 것인가?”

“고등학교 때 군수 아들 사귀고 나서, 괜히 선물도 주고받고, 학교에서 친한 척하고··· 그러는 거랑 비슷하죠.”

“청와대 친구라면 그럴 만하지.”

“고모님··· 이 스테이크는 제가 다 먹을 겁니다.”

회사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당사자에게 말했으나, 고모는 나의 이야기에 이까지 드러내고 웃었다.

“생각보다 경영하는 센스가 좋아. 곧 일 년 순수익 40-50억은 넘는 사업장을 가지게 되겠네.”

“고모님 계열사에 비하면 구멍가게지요.”

“한달 만에, 순이익 50억의 회사를 만들 20대 놈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더 있을까? 잘만 운영하면 200억까지도 바라볼 수 있어.”

“금값도 못 받고 팔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젊은 사람이 욕심부리지 않고 금을 넘긴 것이 대단한 것이야. 공사를 스스로 진행했다면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것이야.”

“공사 스케줄을 잡고 뒤흔들 사람이 있었겠지요.”

“난 그런 마음이 없었는데?”

나는 웃는 얼굴로 고모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지막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넣었다.

“오늘 행사료를 무료로 해주시면··· 믿는 척해드리지요.”

“좋아! 조카에게 그 정도 용돈은 줄 수 있지. 사실 힐튼을 취소시키고 청와대 사람들을 이곳에 부른 것만으로도 행사료 이상했다고 생각을 한다.”

아··· 이제 그만 먹자. 해방이다.

“그렇다면··· 일단은 사이좋은 고모 조카 사이로 돌아갈까요?”

고모가 의자에 앉아 머리를 가까이 가져가며 말했다.

“같은 조건이라면 큰아버지보다는 나에게 힘을 줄 것이라 믿어도 되겠지?”

“같은 조건이라면 말이지요.”

“좋아. 일단 그 정도 관계로 다시 시작하지.”

사실 고모와 나의 사이에는 조금의 믿음도 없었다.

하지만 서로 이익이 맞으면 연합을 할 수 있는 관계로 돌아갔다.

행사가 끝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15평의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그러자 괴산에 있는 여동생의 전화가 왔다.

-오빠! 나 골든보이 봤어! 진짜 호주에서 ‘에베레스트’ 발견했어?

“봤다며 왜 물어봐?”

-그럼 정말 떼돈 번 거야?

“그럼 당연히 떼돈 벌었지.”

-아빠 말로는 서울에 있는 큰 회사 사장님이 되었다고 하던데?

“맞아. 서초동에 있고 직원만 30명쯤 된다.”

-30명? 와~ 대단한데? 그럼 나도 서울에 취직시켜줘. 괴산 촌구석에 있기 싫어.

“그래 그렇다는 말이지?”

드디어 여동생과 나의 서열을 확실히 정리할 때가 왔다.

“20년간 네 입으로 모욕했던, 이 오라비를 경배하라. 그럼 생각해보겠다.”

-뭐래?

“오라비를 경배하라. 이 어둠의 자식아!”

-뭐 어둠의 자식? 죽고 싶어?

“서울의 향긋한 매연 냄새를 맡고 싶지 않아?”

-아 서울···.

“가만히 있어도 인텔리가 될 것 같은 서울.”

-가고 싶어. 소똥 냄새는 이제 질렸어···.

나는 기회를 잡고 여동생을 몰아붙였다.

“괴산 시골에서 나올 수 있는 길은!!! 이 골든보이님께 간증하고 용서받는 길뿐이다.”

-서울에서 살고 싶습니다.

“회개하라 어린양아.”

-골든보이님! 이 어린양이 회개하겠습니다.

“꽃미남들이 사방천지에 서식하는 축복받은 땅! 서울에 오고 싶은가!”

-가고 싶습니다. 골든보이님!

“만세 삼창을 하여라!”

-만세. 만세. 만세

“목소리에 신실함이 느껴지지 않는구나. 중생아.”

스피커가 터져라. 만세 소리가 들려왔다.

-만세!!! 만세!!! 만세!!!

“너의 신실함이 내 마음에 닿아서, 방금 용돈 500만원을 계좌에 넣었다. 확인해 보도록 하여라.”

곧 여동생의 비명이 들리고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엄마가 뛰어와 왜 한밤에 소리 지르냐고 등짝을 쳤지만, 여동생은 여전히 웃었다.

-여보세요? 아들? 네 동생 왜 그러냐?

“방금! 어머니 통장에 1000만원 입금했습니다.”

“정말?”

곧 엄마의 비명도 들리고 여동생과 방방 뛰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너에게 특명을 내리겠다.”

-특명?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서울로 넘어올 수 있도록 설득해라.”

-엄마 아빠랑 같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부모님을 설득해라.”

-쉽지 않을 텐데···.

“성공하면 네가 가지고 있는 장롱 면허를 쓸 수 있는 중형차를 한 대 사주겠다.”

-아반떼?

“언제부터 아반떼가 중형이었어? 최하 소나타, 최대 그랜저.”

-진짜? 진짜? 진짜? 미친 거 아냐?

“서울에 집도 구해 놓을 테니까. 우리 가족이 왜 서울에 살아야 하는지 설득하도록. 특히 아버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라.”

-알겠습니다! 골든보이님! 반드시 성공하겠습니다.

“건투를 빈다.”

-충성!!

일단. 서울에 우리 가족이 살아야 할 집부터 구해야 했다.

다음 날 나는 골든 스카이라운지에서 황금광산 프로젝트 미팅에 참여했다.

여러 가지 많은 것을 이야기했지만, 대부분 전문적인 공사 이야기라, 내가 뭐라 말할 내용은 없었다.

미팅의 마지막쯤에 입장료 가격 논의가 시작되었다.

회사의 직접적인 매출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다른 안건과 다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대로 입장료가 결정되었다.

광명시민 입장료 6,900원

일반시민 입장료 9,900원

외국인 29,900원

여기까지 올 외국인이라면 25달러 정도는 쉽게 쓸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관광지에 비하면 우리가 정한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다.

다시 공사에 대한 상세 논의가 이어졌는데, 내가 보기에 쓸데없는 자존심 싸움이었다.

내가 낄 내용이 아니라서 그런지 듣고 있자니 의자가 점점 불편해졌다.

그래서 혼자 다른 생각을 했는데 순간 ‘미션창’을 떠올랐다.

미션에 성공하고는 미션창을 자주 찾았는데 최근에는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며칠 동안 미션창을 찾지 않았다.

혹시?

‘미션창??’

그 순간 미션창이 떠오르며 내용이 눈앞에 선명하게 보였다.

<<황금인은 위험한 상황에 처한 97명의 눈물을 막아라.>>

<<위험에 처한 97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보상으로 ‘황금 나침반’을 드립니다.>>

위험에 처한 97명의 눈물을 막아라?

어젯밤에 잠자기 전에 케이블에서 했던 ‘데스티네이션’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많은 사람이 사고로 죽는 영화였다.

혹시 동굴이 갑자기 무너지나?

아니야. 아니야. 그것은 우리 스타일이 아니야.

97명이라···. 이 뜬금포 미션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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