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황금이 익어가는 계절.
황금 씨앗을 심은 지, 일주일의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자주 금광에 가서 금의 움직임을 확인했는데,
5일째부터 거의 이동하지 않았다.
드디어 대망의 황금 수확 시즌.
이른 아침부터, 우리는 각종 등산 장비를 챙겨 광명 폐금광으로 갔다.
버려진 건물 안쪽을 치우고 그 안에 각종 채굴 장비를 쌓아 두었다.
우리는 동굴 마왕을 잡으러 들어가는 용사들처럼, 그곳에서 몇 가지 장비를 더 챙겼다.
공략을 위해서는 아이템이 중요한 법이다.
하지만 우리는 광산 입구 앞에서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광산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
경복이도 낮게 한숨 쉬며 말했다.
“동굴이 무너지던 것을 생각하면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지진계 확인해 봤냐?”
“며칠 동안 기록을 살폈는데 깨끗하다.”
며칠 전부터 지진계까지 설치해 뒀지만, 바늘은 한 번도 움직인 적이 없었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무섭다고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데, 누구를 보내겠는가?
게다가 이 안에 금이 있다는 것은 ‘절대적인 보안’을 요구하는 일.
내가 들어가는 것이 맞다.
복잡한 표정으로 입구를 바라보고 있는 우리를 보며, 서 상무가 다가왔다.
뒷산에 등산가는 가벼운 얼굴.
“왜 안 들어가십니까?”
“아···. 들어가야지요.”
“금이 있는 곳이 깊다고 들었습니다. 빨리 들어가시지요. 금을 두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역시··· 모르면 용감할 수 있다.
우리는 전쟁터에 나가는 것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안전장비를 착용했다.
안전장비는 누가 봐도 좀 과한 면이 있었다. 휴대용 산소까지 챙겼다.
게다가 오늘 저녁까지 내가 전화하지 않으면 광명 동굴을 확인하고 바로 119에 신고하라고 회사 직원에게 다짐까지 받았다.
엄청난 장비가 어색한 서 상무가 물었다.
“이 정도면 좀 과한 것 아닙니까?”
나는 세상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제 생각에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흠··· 그런가요?”
우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던전 공략 시작!!!
하지만 예상과 달리 광산 안쪽은 부서진 곳 없이 깨끗했다.
1Km쯤 안으로 들어갔을 때, 눈에 확 띄는 금줄기가 보였다.
전에 보지 못한 강력한 금줄기.
천장에서 아래쪽으로 진하고 길게 내려오는 금줄기가 벽을 사선으로 가르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금줄기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갑자기 이름을 짓고 싶어졌다.
“지난번에 캔 금덩이에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이 금줄기는 번개신 제우스가 들고 있는 번개창처럼 생겼으니 ‘제우스의 번개창’ 어떻습니까?”
서 상무는 금줄기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말 번개창처럼 보이네요.”
‘광산이 무너질 것 같다’는 공포는 황금을 본 순간 단숨에 사라졌다.
황금은 공포마저도 쉽게 마비시켰다.
언제 무서웠냐는 듯 우리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보였다.
머릿속에는 ‘금이 얼마나 더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다.
광명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벽면에 강하고 진한 금줄기가 자주 보였다.
그리고 가끔씩 벽면에 불쑥 솟은 금조각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에 들어왔을 때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금이었다.
곧 처음 동굴이 꺾이는 커브 길이 나왔다.
!!!!
방향을 틀자마자 금줄기와 비교할 수 없이 큰 금이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고드름···?
나는 손가락으로 그것을 가리켰다.
“천장에 있는 저것도 금인가?”
경복이도 그 금을 확인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진짜 금이다. 크다 커.”
“금으로 만든 고드름 같다.”
입구에서 1km쯤 직선으로 들어와 처음 오른쪽으로 꺾이는 곳, 천장에 황금 고드름이 매달려 있었다.
원래 있던 종유석에 금이 덮인 것으로 ‘황금 고드름’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안까지 금은 아니겠지?”
“완전히 밝게 빛나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돌에 금이 흘러서 코팅된 것 같다.”
“와- 그래도 대단하다.”
똑 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었다. 아래에서는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가자. 아래쪽에 더 많다.”
눈과 카메라로 ‘황금 고드름’을 최대한 담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벽면에 금줄기가 더 많아졌고 금조각도 더 많아졌다.
어찌 보면 그림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낙서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황금 씨앗을 심은 곳과 가까운 곳일수록 금을 당기는 힘이 더 큰 모양이었다.
100m쯤 내려가자, 주먹 모양으로 생긴 금덩이 2개가 벽면에서 튀어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다른 금조각과 다르게 날카롭지 않고 둥근 모양새였다.
서 상무는 황홀한 눈으로 금덩이를 조심스럽게 만져보고 말했다.
“이 금은 뭐라고 부를까요?”
주먹이라.
조금만 컸으면 ‘타이슨의 황금 주먹’이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러기에는 너무 작다.
“흠··· 미다스의 손 어떨까요?”
“미다스의 손이라··· 아주 완벽히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가격은 얼마나 할까요?”
확실히 밝으니 순금이다.
“그래도 순금이니까 5억 이상은 할 것 같습니다.”
서 상무는 넋 나간 얼굴로 미다스의 손을 바라보았다.
“돈도 돈이지만 정말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원래 금이라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빼앗지요.”
“조심스럽게 떼어 작품으로 팔아도 되겠습니다.”
“그것도 심각하게 고민해 봅시다.”
우리는 흥분된 마음으로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잠깐 금이 하나도 없는 지점이 나왔다가,
자연동굴 광장으로 나왔다.
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자연동굴의 천장과 벽면에 수만 개의 작은 금조각이 튀어나와 있었다.
경복이는 랜턴으로 벽과 천장을 살폈다.
“이게 다 금이야?’
“누가 금으로 벽화를 그려 놓은 것 같다.”
서 상무도 랜턴으로 광장 구석구석을 살피며 말했다.
“와. 엄청나군요. 금이 사방천지에 있습니다. 보면서도 제 눈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나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금이 있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처럼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곳은 뭐로 이름 지을까요?”
“음···. 골든 스카이라운지 어떤가요?”
서 상무도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밤하늘에 있는 은하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천장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서 상무의 랜턴이, 천장의 종유석에서 순금이 길게 늘어진 것을 비췄다.
길게 늘어진 순금 끝에 각진 금덩이 하나가 매달려 있는 보였다.
하늘에서 황금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금의 모양은 매우 특별하네요. 마치 별똥별 같이 생겼습니다.”
각진 순금에 라이트가 닿으니, 사방으로 황금빛이 날카롭게 퍼져나갔다.
그것을 보고 이름이 바로 나왔다.
“밤하늘에 가장 빛나는 별. ‘골든 슈팅 스타’ 어떤가요?”
내가 랜턴으로 금을 비추자 사방으로 빛이 반사되어 나이트클럽의 미러볼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
경복이도 웃으면서 랜턴으로 슈팅 스타를 쏘며 미러볼 빛을 만들었다.
“동굴 클럽을 만들까?”
“인화 자원개발의 첫 번째 새로운 사업이 ‘물장사’인가?”
“좀 그렇지?”
“손님들이 이 깊은 지하까지 걸어 내려올까?”
“아··· 안 되겠다.”
우리는 한참을 놀다가 다시 동굴 안쪽 내려갔다.
크고 작은 금 조각이 동굴 한 바퀴 두른 ‘골든 게이트’가 나타났다.
문을 설치했던 장소에 금들이 달라붙어, 환상적인 작품을 만든 것이었다.
경복이는 이곳에서 신부와 결혼 행진을 하면 재물운이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여자 데리고 와라. 이곳에서 결혼할 수 있게 해줄게.”
“선물로 큰 금덩이 하나 주냐?”
“내가 순금으로 만든 제수씨 동상 하나 세워 준다.”
경복이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럼 키 크고 뚱뚱한 여자로 만나야겠다.”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미친새끼. 취향은 인정. 하하하”
“난 키 큰 여자가 좋다. 에밀리처럼.”
알았다. 알았어.
“에밀리 너 해라. 너 해.”
다시 밑으로 내려가자,
곧 지하수가 고여 있는 큰 호수가 나왔다.
!!!
호수 중앙에 종유석을 타고 내려온 긴 순금이 보였다.
언뜻 보면 땅에 박혀 있는 황금 검 혹은 황금 지팡이처럼 보였다.
그것을 보는 순간 엑스칼리버와 도즈마리 호수 요정이 떠올랐다.
“황금 엑스칼리버 어떤가요?”
서 상무도 황홀한 눈빛으로 머리를 끄덕였다.
“저 순금 막대기가 엑스칼리버인가요?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황금으로 만든 성검聖劍 같습니다.”
“저 순금은 대충 봐도 10억은 충분히 넘을 것 같습니다.”
“순금이라면 20억도 충분하지요.”
자세히 보니 아래서 올라온 종유석과 위에서 자란 종유석 사이를 황금이 이어져서 만든 작품이었다.
게다가 바닥에 수천 개의 금조각이 올라와 있어서 마치 수 천개의 금화 사이에 박혀 있는 황금보검처럼 보이기도 했다.
수십 장의 사진과 동영상을 남기고 흥분된 얼굴로 다시 발을 떼었다.
아직 아래쪽에 금이 많았다.
흐르는 물을 따라 조금 더 내려갔을 때,
눈에 보이는 거대한 금덩이.
“우와!!! 이건 또 뭐야?”
성인 남자 키보다 더 큰 사각형의 금덩이가 있었다.
경복이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금덩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게 다 금이야? 이건 얼마인 거야?”
엄청나게 크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안쪽까지 금은 아니다.
“거대한 바위 위에 금이 입혀진 것이야. 만약에 저것이 순금이었다면 몇천억은 되었을 거다.”
“겉만 금이라고?”
“이것만 해도 어디냐?”
“뭐··· 그렇기는 하지.”
이 사각형의 바위는, 황금으로 만든 거대한 비석 같았다.
그래서 ‘황금 광개토대왕비’로 이름을 지었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는 가장 장엄한 모습이었다.
성인 키 2배쯤 되는 높이로 황금 비석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압도적인 황금 앞에서,
인간의 정신은 무력했다.
무위자연, 안빈낙도, 단사표음 외쳤던 ‘노자’도 마음이 흔들릴 것이라 확신했다.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금 앞에서는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황금 광개토대왕비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 이름이라도 하나 적고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래쪽에서 더 강한 빛이 흘러나왔으므로 불나방처럼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나는 경복이를 향해서 한마디 했다.
“이제 황금 씨앗을 심은 곳이 가깝다.”
“더 큰놈이 나온다는 것인가?”
“그래. 더 밝아.”
1km 정도 더 안으로 들어가자 광명 금광에서 가장 멋진 황금 종유석이 눈앞에 보였다.
황금으로 만든 기둥이었다.
“이것은··· 정말 엄청난데?”
경복이도 그것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건 정말 작품이다. 작품.”
바닥과 천장이 연결된 종유석을 황금이 감싸며 마치 황금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겉면의 물결무늬 때문인지 정말 용의 비늘 같았다.
게다가 상단에 흐르는 돌 모양은, 갈기를 휘날리며 하늘로 오르는 용의 머리처럼 보였다.
그래서 ‘승천 황금용’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것도 도금이야?”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정말로 이 정도 되는 사이즈의 순금이 있으면 이건히랑 친구 하는 거지.”
“아쉽네.”
“아직 황금 씨앗을 심은 곳이 남았다.”
“거기에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있겠지.”
“그래. 제일 밝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황금 씨앗을 심은 곳으로 내려갔다.
멀리서 보아도 눈부시게 황금빛을 뿜어냈다.
그곳에는 사람의 키만 한,
순금의 얼굴 모양의 금이 벽에 붙어 있었다.
눈을 감은 ‘황금 얼굴’은 갑자기 눈을 번쩍 뜰 것 같이 보였다.
“황금 얼굴이다.”
황금의 카르멘.
황금의 가면.
황금의 지킬과 하이드.
황금의 자화상.
황금의 브이포벤데타.
최종적으로 ‘황금 각시탈’이라 이름을 붙였다.
“이놈은 순금이고 최소 30억은 넘겠다.”
서 상무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본 것을 다 채굴하려면 1년 걸리겠습니다.”
경복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행복한 1년일 수 있겠다.”
그 뒤로 6개의 구멍이 있었는데, 그 안에는 솟아 나온 금조각들이 가득 보였다.
그래서 ‘드래곤의 보물창고’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렇게 마지막까지 다 확인했을 때 서 상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폐광에 이렇게 금이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골든보이와 일을 하니, 앞으로 금을 많이 볼 겁니다. 이 정도로 놀라시면 안 돼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광명 금광 개발권을 손에 넣겠습니다. 이 정도 금이라면 예상 1년 매출을 한 번에 뽑아낼 수 있겠습니다.”
‘금을 채굴한다.’
나는 그 생각에 반대합니다.
입구부터 이곳까지 내려오면서 이곳의 금을 채굴한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더 괜찮은 사업 아이템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나는 서 상무님을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이름을 붙인 여러 가지 금맥을 보았는데 어떠셨습니까?”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채굴하기 전에 저희 어머니를 모시고 오고 싶었습니다.”
“경복이 너는 어때?”
“그냥 채굴하기 아깝고 통째로 뜯어내서 경매로 팔면 더 돈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의 금을 채굴하는 것 보다, 테마파크로 개발해 볼까 한다.”
서 상무는 나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리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적극적으로 찬성합니다.”
“호주의 소버린 힐 같은 금광 관련 테마파크입니다. 만약 광명 황금 동굴 입장권을 1만 원에 판매한다면 들어오겠습니까?”
서 상무는 격렬하게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1만원이 아니라 2만원이라도 들어갈 가치가 있었다.
“물론입니다. 더 높은 가격이라도 들어가겠습니다. 세계 여러 관광지를 가봤지만, 금이 가득한 자연동굴은 본 적이 없습니다.”
광명 금광은 사람이 구멍을 뚫은 곳 60%, 자연동굴 40%였다.
광산의 걷기 편리함과 자연동굴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경복이도 한마디 했다.
“난 이미 골든 스카이라운지에서 뻑 갔다.”
나는 활짝 미소를 지으며, 손뼉을 강하게 쳤다.
“인화 자원개발의 첫 번째 사업은, 광명 황금 동굴 테마파크입니다. 단순히 채굴해서 금을 파는 것보다는 관광지로 만들어서 영구히 매출을 내는 것이 훨씬 큰 이익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경복이는 핸드폰의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었다.
1만원 X 하루 1천 명 X 365일 하면 1년 매출이 무려 36억 5천만원이었다.
각종 식당과 카페에서 얻는 수익까지 생각한다면 최소 50억은 충분했다.
게다가 다른 광산같이 채굴비용이 있는 것도 아니니 매출의 50~70%가 순이익이 될 것이 확실했다.
최소 25억만 순수익으로 잡아도 영월 석회석 광산 순수익 15억 정도는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었다.
경복이는 핸드폰 계산을 끝내고 말했다.
“하루 천 명만 잡아도 이게 얼마야?”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면, 일 년 매출액 100억은 우습게 넘어갈 수 있다.”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복이도 확신하며 말했다.
“서울에서 가까우니 우리나라 관광객도 많고 인천공항에서 멀지 않으니 외국 사람도 충분히 많이 올 것 같다.”
서 상무는 광명 황금광산 테마파크의 성공에 대해서 확신했으나···
재정 전문가답게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생각했다.
“사장님께서는 이곳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얼마나 생각하십니까?”
나는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견적’이 나오지 않았다.
“예상이 잘 안 되네요. 넉넉잡아 100억 정도면 될까요?”
금을 관광객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강화 유리 작업.
관광객의 이동 편의를 위한 통로 공사.
전기 및 상하수도 공사.
광산 접근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도로 정비 공사.
기존 광산의 흉물 철거 공사.
주변 녹지 조경사업.
편의시설 및 상가 건물들의 건축.
“위 모든 것을 생각한다면 최소 200억은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살짝 놀라고 말했다.
“200억이요?”
“자세한 견적을 받아 봐야겠지만 그 이상이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는군요.”
“우리 회사가 가진 자금을 모두 쏟아 넣으면 가능하지만···. 한 공사에 회사 자금을 다 쏟아 넣는 것은 너무도 위험합니다. 갑자기 공사가 지연되거나 돈이 들어가는 다른 특별한 일이 생기면 회사가 흔들릴 것입니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회사의 자금이 말라가면 내 주식을 노리고 두 명의 부회장님께서 어떻게 하든 회사를 흔들려고 할 것 같군요.”
회사 자금이 말라가면 주민들을 이용하든, 정치권을 이용하든, 어떻게 해서든 공사를 마무리 하지 못하게 하여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그때 내 주식을 먹으려고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위험성은 확실하게 인지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서 상무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방법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사실 회삿돈이 부족하다면 ‘에베레스트’를 팔고 받은 내 돈을 집어넣으면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에밀리와 진행할 호주 금광 사업을 생각한다면 광명 금광에 자금을 모두 묶어 놓을 수 없었다.
최대한 실탄을 준비해야 했다.
내가 참여한다면, 호주 황금광산 사업은 절대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었다.
호주의 황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었다.
그렇다면 광명 황금광산 테마파크에 들어가는 자금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테마파크의 설계를 몇 단계로 나누어서 완공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되었다.
먼저 광산 내부만 오픈하고 그 외의 것은 천천히 개발하는 것으로 설계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방법은 투자를 받는 방법이 있었다.
보통 회사는 투자받는 것을 선호했고 나도 투자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자금 문제는 ‘투자’로 해결할까 합니다.”
서 상무가 만족한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다.
“아쉽지만. 투자라면 좀 더 안전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요.”
“투자를 받으려면 광명 황금광산 테마파크 사업 계획서가 나와야 합니다.”
서 상무는 힘있게 말했다.
“최대한 빨리 사업 계획서를 만들어 보고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광산 안의 금이 있는 것을 확인했으니, 전처럼 버려둘 수 없었다.
이제 최소한의 관리가 필요한 곳이 되었다.
“오늘부터 24시간 동안 광산을 관리하겠습니다. 상무님께서 관리팀을 만들어 주세요.”
“당장 진행하겠습니다. 관리팀은 물론이고 경비회사와도 계약하겠습니다.”
나는 회사로 돌아와 투자를 받을 곳을 생각하다가,
명함을 뒤져서 청와대 서진택 의전비서관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리고 톡으로 간단하게 안부 문자를 보낸 후,
광명 금광에서 촬영한 각종 금덩이 동영상을 연속으로 보냈다.
친절하게 영상마다 금덩이의 이름까지 붙였다.
그랬더니 저녁 먹을 무렵에 청와대 비서관 서진택의 전화가 왔다.
나는 통화 버튼을 누르며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서진택 비서관님. 오랜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