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33화 (33/188)

33화

꼬마가 나를 ‘반짝반짝’ 거리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골든보이를 알아보는 눈길.”

나는 활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오! 나를 알아보는 구독자가 있었네.”

“유투뷰에서 봤어요. 구독도 했고요”

“잘했어. 다 좋은데··· 아저씨 말고 골든보이 형으로 해주면 안 되겠냐?”

“네! 골든보이 형!”

나는 몸을 낮춰, 아이랑 눈을 맞췄다.

“어디서 왔니? 오늘은 맛있는 것 먹는 날이야?”

“코스모스 형제원 건강검진 날이라 보건소 나왔는데, 우리가 예방접종 잘하였다고 왕 누나가 짜장면 사주기로 했어요.”

‘형제원’이라고 한다면··· 고아원인가?

하지만 아이들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 보호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잘했어. 형으로 불러줬으니까. 형이 탕수육 사줄까?”

아이들의 표정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네!!!”

“좋아. 목소리가 큰 것이 마음에 들어. 오늘은 형이 크게 쏴 준다.”

“감사합니다!!!”

나는 중국집 주인에게 가서 말했다.

“애들 앞으로 탕수육, 깐풍기, 팔보채, 양장피 다 주세요. 남으면 싸 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이때 경복이가 다가와 말했다.

“아저씨도 누군지 알아?”

“아··· 해군 아저씨요.

다른 아이가 정정했다.

“아니야. 잠수 아저씨야.”

경복이는 주인아저씨를 보면서 말했다.

“유산슬도 추가해주세요.”

나는 주인아저씨를 불러서 애들 앞에서 계산했다.

“계산하는 것 봤지?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말고 마음껏 먹어.”

그러자 정신이 없었던 고등학교 여학생이 당황한 얼굴로 다가왔다.

“고맙습니다. 그래도 너무 많이 쓰시는 것 아니세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면서 아이들에게 말했다.

“형이 금 캐는 것 본 사람?”

처음부터 나를 알아본 남자아이가 말했다.

“저요!”

“그래. 그러면 골든보이 형은 돈이 많겠어? 적겠어?”

“아주 많아요!”

“그럼 짜장면 사줄 수 있겠어? 없겠어?”

“있어요!”

“그럼 요리 나오면 맛있게 먹어. 남으면 포장해서 친구들이랑 나눠 먹고.”

이때 갑자기 땅이 떨리며 탁자가 흔들렸다.

!!!!

나와 경복이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혹시 황금씨앗 때문에 여기까지 울리는 것인가?

“···설마?”

“아니야. 아니야.”

“광산이 아주 무너진 거 아니야?”

“무슨 말을 그렇게 무섭게 해?”

“우리가 안에 있을 때 무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다시 가봐야 하나···.”

이때 중국집 주인이 나오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최근에 이곳에 재개발 공사가 있어서 좀 흔들립니다. 죄송합니다.”

경복이가 빠르게 창문을 열어 봤는데.

정말 재개발 공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 다행이다.

꼬마가 하나가 이쪽으로 다가와 물었다.

“오늘도 금 캤어요?”

나는 순간 광명 금광에서 캐온 50만원 짜리 금조각 하나를 꺼내 들었다.

“당연히 캤지. 한번 볼래?”

아이들은 놀란 눈으로 금조각을 확인했다.

“와 진짜 금이다.”

“이것은 우리 꼬마 신사가 가지고 있기 그러니까 누나가 보관하고 있기로 할까?”

나는 금조각을 고등학교 여학생에게 넘겨주었다.

“급하게 쓸 일이 있을 때 쓰세요.”

금조각을 받아 든 여학생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제가 이것을 받아도 되나요?”

“기특해서 드리는 장학금이에요. 별거 아니니까 받아요.”

내가 주고 싶으면 그냥 주는 것이다.

금이야 널리고 널렸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조약돌을 주워서 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

세상에 금은 널려 있고.

나는 그것을 줍기만 하면 된다.

이것보다 개꿀인 것이 있을까?

여학생에게 강하게 한마디 했다.

“골든보이 채널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 누르는 것 잊지 말아요!”

“···네.”

우리가 있으면 밥 먹는 것이 부담될까 봐 초고속으로 짜장면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왔다.

우리는 사장실에 도착하여 이 닦고 대짜로 뻗어 잠들었다.

서 상무가 들어왔다가 깊은 잠을 자는 우리를 보고 조심스럽게 나갔다.

사장이 되어서 좋은 점은, 잠자고 싶으면 눈치 볼 필요 없이 푹 잘 수 있다는 것이었다.

꿈에서 광명 동굴의 황금씨앗이 거대한 황금탑이 되는 것을 보았다.

그래 그렇게만 자라다오.

대한민국의 튼튼한 꿈··· 금나무가 될 수 있어.

푹 자고 일어나니 퇴근 시간이 지나 있었다.

와 진짜 개꿀-

“아~ 잘 잤다.”

경복이는 이미 잠자고 일어났는지 소파에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일어난 나를 보면서 말했다.

“잠자러 회사 왔냐?”

“완전 꿀잠 잤다.”

“이으그. 월급이 아깝다.”

응? 사장한테? 그 말을 할 수 있냐?

“너도 잤잖아.”

경복이가 혀를 차고 말했다.

“서 상무님이 몇 번이나 들어오셨다가 너 자고 있어서 그냥 나가셨다. 결재 맡아야 집에 가실 수 있는 모양이다.”

“그래? 그럼 어서 들어오시라고 해.”

내가 내선으로 전화하자, 서 상무님이 금방 안으로 들어왔다.

“아주 피곤하셨던 모양입니다.”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들어오신 것도 모르고 푹 잤네요.”

“오늘 하셨던 일은 잘 마무리하셨습니까?”

우리는 아침에 콩나물국밥을 먹다가 갑자기 도망쳤다.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황금 씨앗을 광명 금광 가장 깊은 곳에 심었고 잘 작동되는 것까지 확인 완료.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서 상무는 지금까지 정리된 재산 리스트를 꺼냈다.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전국의 각종 폐광과 그에 따른 부동산이 정리되어 있었다.

“쓸만한 것이 있습니까?”

“아직 정리를 더 해봐야겠지만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습니다. 그래도 사장님께서 보시면 뭔가 다른 것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가지고 왔습니다.”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잠깐 생각하다가 정색하고 서 상무님을 바라보았다.

“광명 폐금광에서 금을 채굴할 계획입니다.”

“광명 폐금광에 금이 있다는 말입니까?”

“전에 말씀드렸지요. 큰 거 한 개.”

“네. 광산 안에 난지도 금만 한, 큰 것 한 개가 있을 것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미 광명 동굴의 땅속에서 움직이는 금을 눈으로 확인했다.

금이 있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광명 광산에 있는 금의 양이 작지 않을 겁니다. 일단 그 금을 채굴할 겁니다.”

서 상무님은 이미 골든보이 채널 구독자였다.

의심스러운 마음을 지우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것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군요.”

“금을 캘 수 있는 팀을 만들어야 합니다. 입이 무겁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 상무는 자신이 알고 있는 책임감 있는 영월광산 광부 몇 명을 떠올렸다. 노조가 생기기 전에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이었다.

“영월광산에서 사람을 구해도 되겠습니까?”

“상무님이 좋다면 영월광산 사람으로 팀을 만들어도 됩니다. 저는 상무님을 믿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접촉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서 상무의 시선이 경복이를 향했다. 조금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경복 씨께 공식적인 직함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회사 소속이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어떤 직함이 적당할까요?”

“사장님과 늘 함께 계시니 비서실 실장이 괜찮겠습니다. 직급은 부장으로 하지요.”

경복이가 그 소리를 듣고 한마디 던졌다.

“㈜엘도라도 상무이사에서 부장으로 강등되는 것인가?”

“강등이 아니라 겸직하는 것이지.”

“그럼 월급은 두 곳에서 받는 거야?”

“당연하지.”

경복이가 활짝 웃었다.

“그럼 당연히 해야지. 월급이 따불인데.”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그럼. 비서실 아래 '보안과' 하고 '수행과'를 만들어야겠다.”

“보안과? 수행과?”

“우리 회사에 큰아버지나 고모가 박아 놓은 사람이 확실히 있어. 그러니 그들을 찾아내는 사람이 필요해. 그리고 금 캐는 사람들이 금을 몰래 숨겨 나오지 못하게 검색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호주 금광에서 봤던, 나올 때 몸수색하는 사람 말인가?”

“전에 에밀리 팀에도 보안원이 있었지.”

경복이는 잠깐 생각하다가 UDT 동기, 선후배를 떠올렸다.

“UDT 팀원 정도면 괜찮을까? 오래 겪어봐서 성품이 괜찮은 사람들이 좀 있다.”

“접촉해봐. 만나보면 알겠지.”

“OK 알았어. 연락해 볼게.”

마지막으로 고민할 것은 정식 루트가 아닌 방법으로 금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서 상무님 조용히 금을 처리하는 방법은 알아보셨습니까?”

“아는 사람을 통해서 종로 쪽으로 접촉해 보았는데···. 수수료가 꽤 나갔습니다. 게다가 검증된 방법이 아니라 나중에 문제 생길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능은 하다는 말이군요.”

“어쩔 수 없이 판매가 진행된다면, 작게 몇 번 거래를 해보고 거래량을 늘려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최악의 상황이라면 그 방법을 쓰는 것이 좋겠지만, 빨리 광산 개발권을 넣어야겠군요.”

상무가 살짝 머리를 숙여 보였다.

“광산 개발권 확보에 좀 더 총력을 다하겠습니다.”

“상무님께서 수고해 주세요.”

상무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시선을 주며 입을 열었다.

“혹시 내일 광명시 담당자와 저녁에 식사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가볍게 접촉했는데 시에서 우리가 인화그룹 사람인 것을 알고 만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왜 만나자고 하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원하는 것이 있어서 그럴 것이고. 대부분 돈을 원할 것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얻어야 하죠?”

“광산 개발권은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에서 주관하지만, 일단 광명 금광의 창고허가나 관광 개발권은 광명시에서 담당합니다.”

“광명 광산의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해야 하니···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아야겠네요.”

“급행료를 주더라도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무관이랑 약속을 잡을까요?”

“내일 약속을 비워 두겠습니다.”

다음 날 저녁 서초구의 고급 횟집인 ‘송고’의 가장 깊은 방으로 광명시 서기관이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광명시 40대의 서기관을 보면서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인화 자원개발 대표 김성열입니다.”

“광명시장 정책단장 고석입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고 단장님.”

“저야말로 인화그룹 젊은 사장님을 알게 되어 영광입니다.”

고석 단장은 이지환 광명시장이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함께 했던 심복이라 할 수 있었다.

“고 단장님은 이지환 광명시장님을 오래 모셨더군요.”

“휘문 고등학교, 서울 대학교 동문으로 만나서 11년이나 모시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저를 형님께서 잘 이끌어 주고 계십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곧 주방장이 들어왔고 평소에 먹어보지 못한 각종 진미가 상에 가득 올라왔다.

회를 뜬 감성돔의 아가미가 아직도 움직이고 있었다.

나는 조금 징그러웠으나. 경복이는 싱싱하다고 좋아했다.

“음식을 먹기 전에 어느 정도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야 마음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것이 마음 편하겠네요.”

“저희에게 필요한 것이 광명 폐금광 광산 개발권인데···. 그것을 얻고 싶습니다.”

“광산 개발권은 광명시의 소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금을 캐기 위해서는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와 이야기해야 하는데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환경 평가지요. 지방자치단체의 반대가 있으면 매우 힘이 듭니다.”

“사실. 광산을 허가하면 광산 폐수 문제로, 그 근처의 농가가 반대할 것이 너무도 확실합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장께서 재선에 성공하시면 환경평가 할 때 반드시 도와드리겠습니다.”

“얼마나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큰 것으로 10장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도와주시면 광명시에서 무슨 일을 하시든지 확실히 밀어드리겠습니다.”

인화 그룹이라는 배경 때문인지 금액을 강하게 불렀다.

10장이라···.

아무래도 광명 광산의 금을 조용히 캐서,

광산 개발권을 얻을 수 있는 시골에서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도 뭔가 냄새를 맡았으니, 우리를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광산 개발권 이야기는 시장님께서 재선에 성공하시고 본격적으로 이야기해야겠습니다. 그래도 성의는 보여야 하니 받아주세요. 현금 1억 넣었습니다.”

사실 고 사무관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나왔다.

폐광산이라는 것이 큰돈이 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1억이라도 횡재한 기분이었다.

“시에서 당장 도움을 드릴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일단 광명 광산을 와인 저장창고로 만들려고 합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급행’을 태워 드리겠습니다.”

저녁 식사는 가벼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고 고 서기관과 웃으면서 헤어졌다.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았으니 만족하고 있었다.

나와 경복이, 서 상무님 셋만 남았고 편안하게 말했다.

“광명시장이 여당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재선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기가 좋은 시장은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이것으로 인연을 마무리하지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이때 아주머니가 소주가 8병을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곧 마무리 매운탕이 들왔다.

경복이가 소주를 따며 말했다.

“이 많은 안주를 그대로 두고, 일어나자고 하지 않겠지?”

나는 허리띠 풀렀다.

“봉인해제 했다. 덤벼.”

“좋아. 신나게 달려볼까?”

술이 3병쯤 들어갔을 때. 서 상무님이 전사했다.

그리고 경복이가 서 상무님을 눕히고 말했다.

“야 대기업이면 우리도 뇌물 장부 같은 것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몇월 몇 시 몇 분에 누구에게 얼마 주었다. 그런 거. 그걸로 막 협박도 하고 그러더만.”

나는 소주를 쭉 마시며 말했다.

“내가 다 기억해.”

“네 고장 난 머리가 뭐를 기억하겠냐? 조금만 정상작동했으면 시험 점수가 그렇게 안 나왔지.”

“중학교 때!! 네가 후까시 수학 선생 실내화에 닭똥 넣은 거 알고 있다.”

경복이가 눈을 크게 떴다.

“씨발놈. 니가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어?”

“이 엉아가 입만 열면, 너는 죽는 거야.”

경복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지랄!! 중학교 때, 태경이가 미희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가 차였는데, 니가 존나 비웃었지?”

“맞아 그랬지.”

“그런데 너도 미희에게 고백해서 차였잖아. 내가 눈으로 봤다.”

나는 술이 확 깰 정도로 놀랐다.

“니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네 머리에 도청장치 들어있어. 병신아.”

치킨 만들려고 닭서리 하다가 벌어진, 김씨네 양계장 닭 대탈출 사건.

학교에 가기 싫어서 벌어진 전교 가짜 눈병 전염 사건.

감자를 구워 먹다가 뒷산을 다 태워 먹은 산불 사건.

뒷산 무당집 귀신이 난동을 부려, 무당이 구급차에 실려 간 사건.

개새끼. 무서운 놈이다.

나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었다.

나는 경복이의 손을 꼭 잡았다.

“친구야. 우리 끝까지 함께 가자.”

“한 명 죽으면 다 죽는 거야.”

우리는 러브샷으로 마무리했다.

이때 호주에서 에밀리의 영상통화 전화가 왔다. 그녀의 화사한 얼굴이 화면에 가득했다.

-에디? 어디에요? 잘 지냈어요?

“지금 서울이에요. 에밀리는 잘 지냈어요?”

-얼마나 바쁘기에 전화 한 통화 없어요.

“미안해요. 정말 바빴어요.”

-아버지께 바쁘다는 이야기는 들었어요. 유산 상속 때문에 정신없다고 말이에요.

“이번에 리처드 회장님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에디 덕분에 한국에서 좋은 광산을 얻었다고 하시던데요?

“서로 만족할 만한 거래였습니다.”

-그럼 일이 언제 마무리되죠? 호주에서 저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지요.

“프로젝트요?”

-금 채굴 회사를 만들 겁니다. 에디의 힘이 반드시 필요해요. 전 골든보이를 믿으니까요.

“매우 관심이 생기네요.”

에밀리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에디가 있어야 프로젝트가 진행되니 반드시 연락해주세요.

“어느 정도 정리되는 대로 호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때 에밀리 뒤로 수영장이 보이고 태경이가 수영하며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뒤에서 놀고 있는 ‘배드 가이’ 놈은 누구죠?”

-심심하다고 해서 ‘스티브’를 우리집으로 초대했어요.

경복이는 분노에 떨고 있었다.

감히 에밀리랑 수영장에서 놀다니. 그것도 둘이서.

카메라로 보이는 에밀리의 수영복을 입은 모습은 폭발적이었다.

부들부들.

“그 새끼. 일은 다 하고 놀아요?”

-㈜엘도라도 호주 지사 설립도 마무리되었고 늪지에서 캐낸 사금도 회사 계좌에 입금했어요.”

나는 낮게 웃으면 말했다.

“대충 일을 마무리했네요.”

씨발놈. 그렇게 죽는소리하더니···. 잘하네.

-마침 괜찮은 건물이 있어서 그곳에 ㈜엘도라도 지사 사무실을 만들었어요. 아마 마음에 들 거에요.

“에밀리가 직접 고른 사무실이라고 하니 정말 보고 싶네요.”

-백옥처럼 하얀 3층짜리 건물이에요. 지사장 방에서 내려다보면 멀리 시드니 해변이 보이지요. 정원에는 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고 뒤편에는 이번에 신축한 직원들의 숙소도 있어요.

“와- 엄청난 곳이네요.”

-빨리 와서, 가든 파티해요.

“당장 가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한국일 마무리하고 호주로 오세요. 에디.

“늦어도 이번 달 안에 마무리하고 호주로 넘어갈게요.”

-좋아요.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연락 드리겠습니다.”

에밀리랑 통화를 끝내고 얼굴에 미소를 그리자

쓰러져 있던 서 상무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물었다.

“영어가 유창하십니다.”

“몸으로 부딪치면 영어가 많이 늘어납니다. 1학년 때 미국 원어민 여자강사를 꼬신다고 하루에 12시간씩 영어 공부를 했지요.”

“동기 부여가 확실하군요. 저도 그렇게 해볼까요?”

“유부남은 불법입니다.”

“하하하. 그렇습니다.”

“호주에서 프로젝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호주 프로젝트요?”

나는 가슴에 있는 황금 씨앗을 만졌다.

“아주 큰 성과가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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