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광명 폐금광의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들어오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처럼 쇠사슬이 둘둘 말려 있었다.
“정문이 쇠사슬로 잠겨 있는데?”
나는 갑자기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공포영화에서 보면, 꼭 차에서 내릴 때 습격당해 죽더라.”
경복이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개소리 하지마.”
“그럼 네가 문 좀 열어. 내가 운전하고 있잖아.”
“좆까! 나 내려서 죽기 싫어.”
“나보고 개소리하지 말라며?”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야! 차 아끼지 말고 정면으로 뚫고 들어가자.”
흠 생각해보니 광명 금광이 우리 회사 것이라고 했지?
“생각해보니 부셔도 괜찮네.”
“그냥 탱크처럼 밀고 들어가!”
“오케이 좋아.”
링컨 SUV는 쇠사슬을 단숨에 끊어 버리고, 광산 정문을 부수며 안으로 들어갔다.
내 광산이니, 정문을 정도는 부숴도 괜찮아.
폐광의 공터가 보이고,
그 옆에는 버려진 거대한 제련공장이 보였다.
하늘까지 닿을 듯한 거대한 굴뚝이 이곳의 과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옛 광영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다른 곳을 들어갈 필요도 없다.
무조건 광산 입구로 향했다.
뚜둥~~
폐광 입구가 보였다.
영화 ‘양들의 침묵’ 렉터 박사의 입을 막은 마스크 모양의 철문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이 철문도 큰 자물쇠와 쇠사슬로 막아 놓았다.
경복이가 차에서 내려 살피더니 강하게 말했다.
“이것은 윈치로 뜯어내자.”
“오케이.”
그래서 자동차에 연결된 강철 와이어를 문틀에 고정했다.
그리고 자동차를 후진하여 단숨에 잡아당겼다.
와장창-
폐광을 막고 있던 문이 무너지며, 동굴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나는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최소 30~40년은 버려져 있었던 광산이었다.
안전한지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들어갔는데 지하서부터 물이 차오르거나.
용암이 폭발하거나 그러지 않겠지···
광명 폐금광 자료에서 광명 동굴 지도 한 장을 뽑아 들었다.
광명 동굴은 다행히 깊게 들어가는 것 없이 완만한 내리막으로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 길이가 7.4km나 될 정도로 깊었다.
“혹시 모르니까 장비부터 차고 들어가자.”
우리는 차에 항상 비치해 놓은 안전장비를 모두 착용했다.
그리고 캠핑 장비가 들어있는 가방을 멨다.
만사 불여튼튼.
밥을 든든하게 먹은 아이가 튼튼하게 자란다는 말이다.
배 속에 든든하게 들어있는 콩나물국밥을 느끼고 배에 힘을 빡 주었다.
“들어가자.”
경복이가 입구 앞에서, 하나로 합해진 검은색 황금 씨앗을 다시 확인했다.
한참 동안 황금 씨앗을 보다가 옷으로 씨앗을 박박 닦았다.
그러자 투명한 금색이 살짝 보였다.
“썩었다기보다는 하나로 합 해졌다는 표현이 확실히 맞는 것 같다.”
나는 경복이가 돌려준 황금씨앗을 다시 확인했다.
합해진다는 말을 들어서 그랬나···.
이놈의 팔랑귀.
정말 하나로 합해 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이야기하니··· 그렇게 보이네. 그렇다면 합해져 강화된 건가? 아이템처럼?”
경복이의 눈이 커졌다.
“미션창 확인해봐. 저번처럼 무슨 설명이 나올 수도 있어.”
마지막 미션이 끝나고 매일 미션창을 불러 보았으나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그래서 뜸하게 부르다가, 최근에는 회사 일로 정신없어서 미션창을 불러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자신 없게 미션창을 불렀다.
“미···미션창??”
순간 미션창이 떠오르며 미션이 보였다.
<<황금인의 보물을 더 특별하고 강하게 만들어라>>
<<‘황금씨앗’을 어둠 속에서 하나로 합하여 ‘어둠의 황금씨앗’을 만들어라>>
<<축하합니다. ‘어둠의 황금씨앗’ 만들기에 성공하셨습니다.>>
<<보상으로 ‘황금을 보는 깊은 눈’을 드립니다.>>
“미션이 있었어!”
“무슨 미션이야?”
“‘어둠의 황금씨앗을 만들기’라는데?”
그 순간 나의 눈이 10초간 금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검은색으로 바뀌었다.
그것을 보고 경복이가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눈이 또 이상해졌다.”
“‘어둠의 황금 씨앗을 만들라’는 미션이 있었다. 그래서 보상을 받은 것 같아.”
“보상? 또 황금 씨앗을 주는 거야?”
“‘황금을 보는 깊은 눈’이라는데?”
“그게 뭔데?”
“나도 모르겠어. 깊은 곳에 있는 금을 보는 것인가.”
나는 손에 쥐고 있는 검은색 황금씨앗을 보았다.
“어쨌든 이것이 ‘어둠의 황금 씨앗’인 모양이다. 뭐가 되었든, 일단 씨앗을 심어보자. 작동되는지 확인해봐야지.”
우리는 폐광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나의 눈이 다른 때 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광산의 금이 아주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다.
오~ 이것이 ‘황금을 보는 깊은 눈’인가?
정말 놀랍군. 금이 잘 보여~
광명 폐금광 안은 상상했던 것보다 넓었고 평평했다.
포장까지 되어 있어서 자동차가 들어갈 정도였다.
그래서 마치 아파트 뒷마당을 산책하는 것처럼 이동하기가 무난했다.
밖에서 겁냈던 것이 머쓱할 정도였다.
안으로 1Km쯤 들어갔을 때, 박쥐를 10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왔을 때 매우 놀란 것 빼고
아주 무난하게 광산의 깊은 곳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나의 눈이 밝아 지고 있었다.
크고 작은 금덩이에서 나오는 빛이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야! 랜턴 한번 꺼 봐.”
“왜?”
“그냥. 잠깐 꺼 봐.”
두 개의 랜턴이 꺼지자 순간 완전히 깜깜해졌다.
하지만 금광 곳곳의 작은 금들이 확실하게 보였다.
전과 다르게 주변에 있는 금뿐만이 아니라. 땅속 제법 깊은 곳에 있는 금도 눈에 보였다.
“이제 깊숙이 들어있는 금도 선명하게 보인다.”
“완전 깜깜한데 뭐가 보인다고?”
나는 낮게 웃었다.
“내 눈에는 금 때문에 사방에 라이트를 켜 놓은 것 같아.”
경복이의 목소리에도 웃는 기운이 있었다.
“그럼 금이 겁나 많다는 거냐?”
나는 주변을 살폈으나 호주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호주랑 비교할 수 있는 양은 아니다. 아마도 금이 없으니까 폐광이 되었겠지.”
“그럼 빨리 씨앗을 심고 나가자.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러 들어왔으니까.”
“그래도 금이 있는 곳에 심어야 하니까 좀 더 들어가자. 이 근처에는 금이 그다지 많지 않아.”
“OK 드가자~~”
1시간 정도 더 들어가자 5km 지점까지 들어갔다.
이제 굴이 점점 작아지고 금이 점점 보이지 않았다.
이때 갑자기 엄청난 크기의 자연동굴이 보였다.
초등학교 강당 크기의 광장 같은 곳이었다.
동굴 천장과 이어져 있는 수십 개의 종유석 기둥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멋지다.”
“정말 대단한데?”
“역시 자연동굴이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분위기가 있어.”
“우리만 보기 아깝다. 부모님도 보여 드리고 싶다.”
“정말 그러네. 나도 엄마 보여 드리고 싶다.”
경복이가 생수를 마시고 초코바 하나를 꺼내 들었다.
군인답게 칼로리는 채운다는 생각으로 10초 만에 먹었다.
“여기서 더 들어갈 거야?”
나는 집중하여 아래를 내려 보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살짝만 더 내려가면 금이 보이니까 조금만 더 내려가자.”
“금이 보이면··· 당연히 내려가야지.”
“2Km만 들어가면 막장이니까 끝까지 가보자.”
밑으로 내려갈수록 자연동굴이 많이 나왔다.
마치 강원도의 ‘고씨 동굴’ 같은 분위기였다.
1km쯤 더 안으로 들어갔을 때 갑자기 5갈래의 갈림길이 나왔다.
나는 당황하며 동굴 안을 살폈다.
“5곳이나 구멍이 뚫려 있다.”
“왜 갑자기 여기에 여러 개를 뚫어 놨어?”
“이 근처에 금이 좀 있어. 채굴 구멍인가봐.”
“이제 어쩌지?”
나는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보통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하나를 선택해서 위기에 빠지는데, 우리는 여기에 씨앗을 심고 올라가자.”
경복이도 생수를 벌컥벌컥 마셨다.
“안으로 더 들어가자고 할까 봐 걱정했다.”
“더 들어갈 힘도 없다. 여기에 금이 좀 보이니까 이곳에서 마무리하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씨앗을 심을 만한 곳을 찾다가
벽 안에 들어있는 금조각을 하나 보였다.
그래서 광산용 곡괭이로 금조각을 캐기 시작했다.
무려 15분이나 두들긴 끝에 손톱 크기의 금조각 하나를 캤다.
대략 50만 원은 충분히 넘을 정도의 크기였다.
“50만원 짜리다.”
경복이는 금조각을 받아 들고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하루 술값은 번 것인가? 나가면 고생한 우리를 위해서 회나 한 점 먹자. 참치 어때?”
괴산에서 참치회 전문점을 본 적이 없었다.
“참치 통조림은 먹어 봤는데, 참치회는 한 번도 못 먹어 봤다.”
“이런 저렴한 재벌 3세를 봤나. 오늘 가자.”
“아는 곳이 있냐?”
“내가 서울에 아는 곳이 어디 있어? 이 동네 잘 아는 서 상무님께고 가야지. 돈은 네가 내고.”
“그래 무슨 맛인가 한번 먹어보자.”
경복이가 낮게 웃으면서 말했다.
“메뉴판에서 보기만 했던 ‘실장 스페셜’ 먹어보자.”
“그게 뭔데?”
“나도 몰라. 메뉴 중 제일 비싼 거야. 이번에 먹어보며 알겠지.”
“그래. 빨리 심고 나가자. 힘들다.”
경복이는 주변을 살피다가 다이너마이트를 넣기 위해서 동굴 벽에 깊숙이 파 놓은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이 구멍 괜찮은데? 여기다 심자.”
좋은데?
“좋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나는 품속에서 검은 황금씨앗을 꺼내서 잠깐 살피다가 구멍 속으로 던지듯 집어넣었다.
제대로 들어가서 대략 1m 안으로 들어간 것이 보였다.
그러자 검은색 씨앗은 갑자기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한 황금색으로 변하며 강한 빛을 뿜어냈다.
“뭐···뭐야?”
“황금씨앗이 빛나는데?”
“정상 작동하는 건가?”
이때 갑자기 동굴 바닥이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내 몸도 같이 흔들렸다.
나는 놀라며 소리쳤다.
“황금 씨앗이 금을 빨아들이기 시작했어. 그래서 땅이 흔들린다.”
내 눈에 크고 작은 입자들이 황금의 씨앗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금이 움직이고 있어! 눈에 보여.”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씨발. 다 좋은데 이러다가 광산이 무너지는 것 아니야?”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그럼 어떻게 해?”
나는 나도 모르게 밖으로 몇 발 움직였다.
“당연히···.”
“당연히. 뭐?”
“튀어야지!!”
우리는 광산 입구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헉헉헉헉-
올라가는 길이라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가는 것 같았으나
가끔씩 땅이 흔들리며 머리 위에서 돌가루가 떨어지자 발을 멈출 수가 없었다.
나는 육체적 한계를 느끼고, 아까 보았던 자연동굴 넓은 공터에 주저앉았다.
“쉬었다가 가자. 다리가 안 움직여.”
경복이가 나의 팔을 잡고 쭉 일으켰다.
“뒤지기 싫으면 계속 가야 해! 땅속에 묻히고 싶냐?”
“힘들어 뒤질 것 같아.”
“너 뒤지면 통장에 있는 돈 내가 다 쓴다. 비밀번호 뭐냐?”
나는 눈을 부릅떴다.
“안돼. 통장에 있는 돈을 쓰고 죽어야지!”
“그래! ‘실장 스페셜’을 먹어보고 죽자!”
쩌저저적-
자연동굴의 벽이 갈라지며 머리 위로 돌조각 몇 개가 떨어졌다.
그러자 우리 둘은 스프링처럼 다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좀 쉬었더니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그리고 등에 무거운 가방을 짊어지고,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 가방을 던지고 경복이의 가방도 잡아서 던져 버렸다.
“맨몸으로 올라가자.”
“응급 장비가 다 들어갔단 말이야.”
“동굴이 무너지면 응급 장비가 뭔 필요 있어!”
우리 둘은 가벼운 몸으로 빠르게 동굴 밖으로 이동했다.
빛이다!!!
살았다!!!
그리고 녹초가 된 몸을 동굴 밖으로 던졌다.
입구 앞 바닥에 누웠을 때 허벅지가 덜덜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움직여 본 것이 언제인가?
군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살았다! 살았어!”
경복이가 누워있는 나를 질질 끌고 차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더 뒤로 물러서야 해. 동굴이 무너지면 입구에서 바윗돌 같은 것이 튕겨 나오는 것을 내가 영화에서 봤어.”
“그래?? 밖으로 나가자.”
우리는 급하게 차를 타고 광산 정문 밖으로 도망쳐서 바위 뒤에 숨었다.
몇 번이나 땅이 울렸기 때문에 몸을 바위에 바짝 붙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동굴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렇게 1시간이나 기다렸으나 이제 떨림도 사라졌다.
“이거 무너지는 거 맞아?”
“···당장 무너질 것처럼 보였는데”
나는 조심스럽게 동굴 입구로 다가가 땅속을 바라보았다.
땅속에 있는 금들이 조금씩 씨앗을 향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금들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어. 황금의 씨앗이 확실히 작동되는 것 같다. 확실히 지난번 황금의 씨앗보다 범위가 넓어. 멀리서도 금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성능이 좋아진 것인가?”
나는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황금 씨앗 2개가 합해졌다면 당연히 그래야지.”
나는 한참 동안 금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럼 일단 1주일 정도 지켜보자. 그때 입 무거운 사람들 데리고 와서 안전구조 진단을 받고 금을 캐보자.”
“일주일 동안은 어떻게 할까? 지키고 있어야 했나?”
“매일 와서 확인하자. 발굴에 필요한 물건도 하나씩 옮겨 놓고.”
“좋아. 오늘은 일단 돌아가자.”
광산 입구와 정문을 대충 세워 놓았다.
‘안으로 누가 들어가면 어쩌지?’라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 악마의 입속으로 누가 들어갈 것 같지 않았다.
시계를 보았더니 오후 2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몸도 많이 쓰고 점심시간도 지나서 매우 허기가 졌다.
“밥이나 먹고 회사로 들어가자. 사장이 밥도 못 먹고 다니면 좀 그렇겠지?”
“그래. 가는 길에 중국집 나오면 짜장면이나 먹자.”
“짱깨 좋지.”
가는 길에 홍콩반점이라는 낡은 중국집이 보였다.
너무도 배고파서 바로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중국요리 주문 국룰에 따라 짜장면 2그릇과 탕수육 하나를 시켰다.
다년간에 연구 끝에 가장 빨리 나오는 세트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경복이는 냉장고 안의 고량주를 보더니 침을 삼켰다
“고량주도 주시고요.”
그놈은 고량주를 가볍게 목에 털어 넣고 단무지랑 먹는데도 너무 맛있게 보였다.
“야. 좀 맛없게 먹어.”
“맛있는데, 어떻게 맛없게 먹냐?”
나는 운전해야 하니 고량주는 경복이 잔에만 부었다.
탕수육이 먼저 나왔고 우리는 부먹, 찍먹 신경 쓰지도 않고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문이 열리며
그리고 자리에 앉아 짜장면 6그릇을 시켰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중국요리를 먹는지 신나 보이는 얼굴이었다.
“짜장면이다!”
여학생이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너무 오랜만에 먹는다. 알바비가 이제 나왔어.”
“탕수육도 먹으면 안 돼요?”
“···미안해. 탕수육은 다음에 사줄게.”
손님이 들어오는 벨 소리가 들리고 껄렁해 보이는 사내 4명이 들어왔다.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아이들을 보고 그쪽으로 다가갔다.
“아 여기 있었네? 놓친 줄 알고 겁나 식겁했다.”
여자 고등학생은 놀란 아이들을 진정시켜 말했다.
“누구세요?”
“원장 어디 있어? 원장 어디 있냐고?”
“몰라요. 왜 우리 애들에게 그래요!”
“아무래도 우리랑 어디를 같이 가야겠다. 니들이 있어야지 원장 얼굴 볼 수 있을 것 같아.”
양아치들이 그 말을 하며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의 손을 잡으려고 할 때였다.
경복이가 빼갈을 한입에 털어 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씨발 놈들아!! 조용히 밥 좀 먹자.”
키 190 / 95kg 덩치 좋은 경복이가 무섭게 노려보자 양아치들은 움찔했지만
아이들을 반드시 데리고 가야 했는지 어깨에 힘을 주고 말했다.
“넌 뭐야? 뭔데 깝쳐? 깡패야?”
“왜 밥 먹는 데 불편하게 만들어. 씨발놈아.”
“우리가 뭐라고 했어? 그냥 앉아서 밥 처먹어.”
경복이는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좆같이 면상을 봤더니 비위가 상해서 밥을 먹을 수가 없잖아. 씨발놈아!”
자신들의 쪽수를 믿고 양아치들이 앞으로 나섰다.
“이 새끼가 뒤지려고 작정했어?”
“죽여봐. 죽여 보라고. 양아치 새끼야.”
“못할 것 같아?”
양아치 중 하나가 잭나이프 하나를 꺼내 들며 위협했다.
“뭐? 면상이 어떻다고? 다시 말해봐.”
그러자 경복이가 허리에서 광산용 곡괭이를 꺼내 들었다.
곡괭이 끝은 바위도 부술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웠다.
“너네 면상이 좆같이 생겼다고. 다시 말해줘? ‘좆.같.이’. 귓구멍이 막혔어? 이걸로 좀 뚫어줘?”
역시 괴산의 메인탱커 경복이답게 거칠 것이 없었다.
양아치 손에 들려 있는 잭나이프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양아치의 표정이 바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리고 눈동자에 공포가 보였다.
승부가 끝났네. 끝났어.
나는 허리에 있는 장비 혁대에서 강철로 만든 정을 꺼내서 양아치 발아래 던졌다.
쨍그렁~
쇠로 만든 정이 시끄러운 소리는 내며 바닥을 굴렀다.
“야. 잭나이프로 되겠어? 요즘 고딩도 그런 거 안 쓰더라. 짜잔 한 것 들지 말고 내가 준 걸 써.”
양아치가 쪼그라든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뭐야?”
“짜장면집에 짜장 먹으러 왔지. 애들 납치하러 왔겠냐?”
나도 허리춤에서 광산용 손망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양아치들을 노려보았다.
“한번 뜰 거면 빨리하자. 밥 끊긴다.”
우리가 광산용 곡괭이를 들고 천천히 다가가자,
“니들 나중에 보자!”
양아치들은 정신없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아마 공포영화에서 나오는 살인마에게 쫓기는 기분일 것이었다.
양아치들이 나가자 나는 조심스럽게 아이들에게 인사했다.
“아. 괜찮으신가요? 놀라셨죠?”
여자 고등학생은 우리는 보고 겁먹은 표정이 되어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그래. 양아치들 보다, 우리가 더 무서워 보였을 것이었다.
인정? 어. 린정!!
나는 경복이에게 잠깐 시선을 주었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무서운 사람들이 아닌데, 뭐라 설명할 길이 없네.”
이때 한 꼬마 아이가 나를 보며 말했다.
“아! 골든보이 아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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