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31화 (31/188)

31화

가즈아~

우리는 곧 서초동 인화 자원개발 본사에 도착했다.

8층짜리 건물에 인화 자원개발은 6, 7, 8층 전부를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는 거침없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랬더니 그곳을 관리하고 있었던 고모의 백화점 보안직원들이 우리를 막아섰다.

“여기로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나는 웃으면서 명함을 보안직원에게 내밀었다.

“내가 인화 자원개발 사장이고, 여기 있는 사람들은 ‘한 10년 족히’ 이곳을 쓰던 우리 직원인데 당신이 뭔데 우리를 막습니까?”

“네? 어디요?”

“내가 이 사무실의 주인인데. 왜 당신이 앞을 막고 있냐고요?”

보안직원 순간 당황했지만, 고장 난 로봇처럼 받은 명령을 되풀이했다.

이때 보안팀장이 무게를 잡고 다가왔다.

“이곳으로 들어가는 것은 안 됩니다. 이곳을 보존하라는 지시를 받고 왔습니다.”

“어디 소속인가요?”

“IH 백화점 보안과 소속입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여기는 인화 자원개발 사무실이고, 우리는 인화 자원개발 직원인데, 백화점 보안과 직원이 왜 우리를 막나요? 이유에 관해서 설명해 보세요.”

백화점 보안과 팀장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

남의 집을 지키라는 명령을 받고 와 있는데,

집주인이 와서 비키라고 하자 할 말이 없는 것이었다.

이때 경복이가 앞으로 나서면서, 백화점 보안팀장을 아는 척했다.

“정 상사님?”

보안팀장은 경복이를 보더니 놀라고 있었다.

“어? 너는?”

“IH 백화점에 계셨어요? 여전히 인물은 좋으시네요.”

나는 놀란 눈으로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 정 상사?”

“맞아. 그 사람이야.”

“리니쥐로 있는 돈 다 쓰고, 경마, 사설 토토로 집안 말아먹은 그 사람?”

보안팀장이 버럭 화를 냈다.

“지금 뭐라는 거야?”

경복이는 정색하고 말했다.

“그때 안 갚은 150만원 주시지요. 사모님이 암이라고 하셨는데. 나중에 뵈니 혼자서 논농사 지을 정도로 건강하시더만요.”

“그건···.”

“저 말고도 엄청나게 빌렸던데, UDT 팀원들에게 상환은 하고 있나요? 설마 아직도 말밥 주고 카드 돌리고 그러지 않죠?”

“···나 그런 거 안 해.”

“성창수 하사. 기억나죠? 성 하사 약혼녀를 꼬셔서, 돈만 빼앗고 버렸던 거, 성 하사가, 아니 이제 성 상사지요. 아직도 하늘 아래서 한 번만 만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안에 수류탄을 까 넣겠다고 하네요.”

“오···오해야.”

인생은 타이밍. 적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백화점 보안과 직원 중에 팀장에게 돈 꿔준 분!!! 전 직장에서도 돈을 상환하지 않고 도망쳤다고 합니다!! 확인해 보세요.”

그러자 백화점 팀장이 와락 인상을 썼다.

“넌 뭔데 함부로 떠들어.”

나는 더 인상 썼다.

“나? 인화 자원개발 대표다. 백화점 부회장님이 우리 고모님이고, 그런데 보안팀장이 인상 쓰며 말 놔도 돼? 여기 직장이야.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내가 강하게 나가자 보안과 팀장은 찔끔했다.

이런 새끼는 상대가 조금만 강하게 나가면 꼬리를 내린다.

“저도 명령을 받은 상황이어서···.”

“당장 물러나.”

“그래도 그것은 안됩니다. 부회장님의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나는 직원들을 향해서 강하게 말했다.

“백화점 직원이 막고 있다고 우리 회사에 못 들어간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당장 밀고 들어가!”

백화점 보안 팀원 3명이 우리 회사 직원 30명을 막을 수 없었다.

곧 사무실이 열리고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건물 경비원들을 불러서 이 사람들을 내쫓으라고 명령하니

백화점 보안팀은 이제 건물 경비원과 싸우기 시작했다.

이 건물을 임차한 사람은 분명 인화 자원개발 사람들이니 당연하였다.

게다가 이 건물에서 10년도 넘게 근무한 인하자원개발 과장이 경비원에게 강하게 이야기하자 그들은 몽둥이라도 뽑아 들 기세였다.

백화점 보안팀은 어딘가 전화를 하고 머리를 몇 번 끄덕이더니 건물 밖으로 나갔다.

나는 그것을 보며 경복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이번 기습 작전은 성공한 모양이다.”

“힘쓸 기회를 안 주네.”

“힘 아껴둬. 사장이 나중에 ‘다이다이’ 뜰 때 도와.”

“야! 우리도 대기업 하자.”

“대기업이면, 돈으로 때려야 하나?”

“그럼 나부터 맞을래.”

“500원에 몇 대?”

경복이가 와락 짜증 냈다.

“개새끼야. 너부터 엎드려. 3만원 어치만 맞자.”

“애들 앞에서 농담도 못 한다니까.”

“그러니까 일단 엎드려봐. 내가 용돈 줄게.”

나는 경복이를 피해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와 좋다.”

역시 대기업 사무실이다.

살짝 먼지가 있지만, 인테리어가 모던하고 깔끔하다.

경복이도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무실이 괜찮은데? 내 책상도 있냐?”

나는 머리를 끄덕였다.

“정식으로, 인화 자원개발 직급도 정해야겠다.”

경복이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으흐흐. 진짜 대기업에 입사하는구나.”

“‘다이다이’ 도와주지?”

“끈질긴 새끼. 알았다. 알았다고.”

“최종 합격!!!”

나와 경복이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상무가 우리를 막으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깨끗하게 청소된 사무실에서 사장님을 모시고 싶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습니다. 우리도 도와줄 수 있습니다.”

서 상무는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정색했다.

“사장님이 허드렛일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그래야지 회사에 위계질서가 생깁니다. 그러니 딱 1시간만 있다가 오십시요. 제가 사무실 앞에 스파 예약해 놓겠습니다.”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경복이에게 슬쩍 말했다.

“스파나 다녀오자.”

“뭐 나도 청소하기 싫은데 잘됐네.”

상무는 1시간이라고 약속해 놓고 2시간짜리 스파를 예약하였다.

청소할 시간을 좀 더 확보하려는 계략(?)이었다.

어이쿠~ 당했네(?).

역시 강남이라 그런지 세신이나 마사지가 뭔가 달랐다.

전문가가 근육을 하나씩 잡아서 부드럽게 풀어주는 느낌이었다.

나는 아주 좋았는데.

경복이는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일제 순사의 고문을 받는 독립군 역할을 했다. 끝내 독립군 비밀기지의 위치를 불었다.

나약한 새끼.

꿈 같은 2시간이 지났다.

노곤한 얼굴로 사무실로 들어가려 하자,

사무실 경비는 이제 내가 사장임을 알고 밖으로 뛰어나와서 거수경례했다.

“안녕하십니까.”

“아~ 네. 안녕하세요.”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나도 머리 숙여 인사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원래 이곳에서 일했던 대부분 직원은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영월광산에서 온 직원들은 원룸에서 살다가 대저택에서 살게 된 얼굴이었다.

뭔가 어색하지만 만족한 얼굴이었다.

나도 사장실로 입장.

사장실은 가끔씩 고모가 와서 쓴 듯, 최고급 소파와 장식장이 놓여 있었다.

나 또한 어색했지만, 사장실 의자에 앉아보고 만족한 얼굴이 되었다.

왜 비싼 의자를 앉아야 하는지, 앉는 순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금방 퇴근 시간이었다.

“청소가 끝났으면 회식이나 합시다.”

나는 모든 직원을 데리고 근처의 한우 소고깃집으로 가서 회식했다.

사장이라는 사람이 회식 자리에 오래 있을 만큼 멍청한 놈은 아니었다.

그래서 건배 몇 번만 하고 카드를 상무에게 넘기고 바로 회사로 돌아왔다.

술로는 인간의 한계로 뛰어넘은 경복이가 술자리를 휘젓고 있었다.

오늘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이럴 때 아주 위험했다.

까칠한 놈들에게 소주를 부어서 반쯤 죽여 버렸다.

나만 안 죽으면 된다.

나는 인화 자원개발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8층의 자료실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의 자료를 밤새 확인했다.

아침 해가 뜰 무렵.

딴따라라라. 딴따라라라(축하음)

드디어. 부동산 자료 중에 쓸만한 것을 발견했다.

1960년대 인화 자원개발이 소유하고 있었던 폐금광 자료였다.

“드디어 보물을 찾았다!”

인화 자원개발의 탄생은 미군 군정 때 시작되었다.

초대 사장인 김일산이, 일제 총독부가 개발했던 철광, 석탄광, 금광 등을 이승만 무리에게 뇌물을 주고 헐값에 사들여 ‘인화 광산’을 만들었다.

인화 그룹 2대 회장 김석호는 50~70년대 연탄을 만들어 전국에 공급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회사가 ‘인화 석탄’ 이었다.

60년대에 연탄을 기본으로 금, 텅스텐, 구리, 석회석 광산으로 매출이 증가했다.

하지만 호주, 브라질, 페루 노천광산의 값싼 광물이 들어오자 사세가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그래서 경영의 효율화를 위해서 전국의 모든 광산과 광물개발회사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 ‘인화 자원개발’이었다.

인화 광산 -> 인화 석탄 -> 인화 자원개발.

하지만 70년대는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넘어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광산업 같은 1차 산업은 성장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인화 자원개발은 그룹에서 비중이 점점 줄어들었다.

인화 자원개발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해외자원개발’로 방향을 바꿔서 체질 개선을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10년 만에 거액의 돈만 날리고 완전히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결과 지금은 거의 존재감이 없는 계열사가 되었다.

그래서 인화 자원개발은 계열사 사장 중 좌천된 사람이 가는 유배지가 되었다.

이곳의 사장으로 발령 나면 다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표를 내곤 했다.

그런 회사를 내가 샀고

마지막 남은 회사의 재산인 영월 석회석 공장을 팔아 버렸으니

어찌 보면 인화 자원개발의 마지막 숨통을 내 손으로 끊어 놓은 것으로 보였다.

나는 이제 그 시체에서 괜찮은 유품을 찾고 있었고

발견한 것은 ‘폐금광 문서’ 였다.

우리나라 금광은 일제 강점기에 본격적으로 개발하다가

해방되고 60년 대가 되자 너무 심층 채굴이 이루어져 발굴 단가가 높아졌다.

게다가 금맥까지 말라서 대부분 폐광이 되었다.

인화 자원개발은 광명, 홍천, 여수, 화천, 청양 등 전국에 14개의 폐금광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에 관심을 가졌다.

가슴에 황금의 씨앗이 있기 때문이었다.

폐금광에 황금 씨앗을 심으면 어떻게 될까?

매장량을 봐서는 금이 많은 호주에 씨앗을 심는 것이 훨씬 이익이겠지만

호주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금에 대해서는 세금이 매겨지기 때문에

한국에서 금을 캐는 것이 이익일 수 있었다.

나는 갑자기 실없는 웃음이 나왔다.

사실 이것은 고민할 것도 없었다.

황금 씨앗이 한 개도 아니고 16개나 되었다.

하나 정도는 시험 삼아 그냥 심어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금을 캐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복잡한 일이 많았다.

안전구조 진단도 받아야 하고, 폐기물이 많아서, 환경평가도 받아야 했다.

서류 작업은 질색인데···.

부하 직원 중에, 서울대 놈 있으면 시켜야지.

‘수학 100점’ 맞는 미친놈들이니. 환경평가는 발로도 받아 내겠지.

아침이 되었다.

회사의 8층 자료실에서 날을 샜음에도, 금에 관한 생각으로, 머릿속은 어느 때 보다 맑았다.

이때 경복이가 죽을 것 같은 얼굴로 다가왔다.

“어? 너 여기서 뭐해? 회사에서 날 샌 거야?”

나는 자랑스럽게 웃으면서 오래된 부동산 문서를 보여주었다.

“너 술 마시고 놀고 있을 때, 이 형님은 보물 지도를 발견했다.”

“보물지도?”

경복이는 내 손에 있는 부동산 문서를 받아서 보았다. 그리고 눈이 번쩍 커지며 미소를 지었다.

“금광? 오~ 이거 대박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금을 뽑아 먹을 데가 있다는 말이잖아.”

나는 광오한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땅이니, 땅 주인과 나눠 먹을 것도 없고 세금도 호주에 비하면 없다고 볼 수 있다.”

“와 씨발, 금광이 몇 개야?”

“총 14개다.”

“당장 씨앗을 심으러 가자!”

나는 경복이 손에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빼앗아서 쭉 마시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어.”

“뭔가 문젠데?”

“호주에서 금을 캘 때 에밀리가 채굴허가권과 행정업무를 처리해줬는데, 이제는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이지.”

“우리가 하면 되잖아. 채굴허가권 같은 것은 쉬운 일 아니야?”

“우리나라 환경평가는 완전 까다롭대. 그리고 아주 오래 걸려. 금을 캘 때 독성 폐기물이 많이 나오거든. 주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반대할 테고.”

경복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조용히 말했다.

“그럼 우리끼리 조용히 가서 씨앗을 심고, 1주일 뒤에 조용히 캐서 오면 되잖아?”

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그것도 방법이기는 하지 하지만 그 금을 어떻게 처리할 건데? 해운대 금빵 아줌마가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모에게 넘길 수도 없다.”

“이럴 때 고모님이 아쉽네.”

“‘에베레스트’ 절반 크기의 금은 고모님이라도 쉽게 처리할 수 없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함정에 빠질 ‘빌미’가 될 수 있었다.

“그래. 우리가 언제까지 밀수꾼처럼 몰래 처분할 수 없지.”

“소유하고 있는 금광이 14개야. 앞으로 개발할 금까지 생각하면 정식 루트로 팔아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흠···. 그럼 어떻게 하지?”

이때 서 상무가 나를 보고 놀란 얼굴이 되었지만, 곧 단정한 모습으로 이쪽으로 다가와 깍듯하게 인사했다.

흠잡을 때 없는 모습이었지만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일찍 나온다고 나왔는데···. 사장님께서 더 일찍 나오셨군요.”

나는 살짝 웃으면서 서 상무를 바라보았다.

“어제 즐거우셨던 모양입니다.”

서 상무는 경복이를 바라보며 머리를 흔들었다.

“사장님 친구분께서 어제 소주로 죽인 직원만 5명은 됩니다. 저도 희생자 중에 하나구요. 그래도 이렇게 일찍 출근하셨네요. 무섭습니다.”

“이놈은 인간이 아닙니다. 저도 몇 번이나 죽을 뻔했습니다.”

“저도 어제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나는 정색하며 서 상무에게 폐금광 문서를 넘기며 말했다.

“어제 좋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인화 자원개발이 가지고 있던 폐금광 자료들입니다.”

서 상무는 살짝 멍한 표정으로 문서를 들고 있었다.

“폐금광이요? 그것으로 무엇을 하시려고요?”

“폐광 안에 있는 금을 캐고 싶습니다.”

“네? 폐광에 안에서 금을 캔다고요? 아···.”

서 상무가 입만 벌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으나 얼굴에 반대한다는 것이 쓰여 있었다.

“제가 골든보이라는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설마 제 능력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겠죠?”

“아···아닙니다. 믿습니다.”

“광산 개발권을 빠르게 획득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겠습니까?”

서 상무는 반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하고 싶은 말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내가 하는 질문에 바로 대답을 했다.

“다른 것보다 환경평가가 가장 어렵습니다. 광산 근처의 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하기 때문이지요. 오염된 유출수가 나오면 지하수도 못 쓰고 농사도 망합니다. 당연한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역시 환경평가가 문제군요.”

“게다가 채굴장비가 대량으로 들어가야 하고 도로도 넓게 확보해야 하고 제련장도 만들어야 하고 폐기물 정화장치와 폐기물 처리 계획도 세워야 하고···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나는 입을 벌렸다가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경복이가 먼저 말했다.

“골든보이 채널에서 보셨겠지만, 광산 안에 큰 금덩이 1개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찾을 것이라 방금 말씀하신 기타 등등이 필요 없습니다.”

“큰 금덩이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경복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믿으세요. 상무님. 그게 속편합니다.”

상무는 눈치를 살폈으나 우리 둘이 정색하고 있자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골든보이 채널 유투뷰에서 본 금덩이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런 금이 있다면···. 일단 그 금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광산 개발권이 힘들다면··· 창고로 허가 내어 채굴 작업을 해야겠습니다.”

“창고요?”

“동굴 안을 과일이나 새우젓 혹은 와인 동굴로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역시 짬밥은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거 좋은 방법입니다. 일단 광산을 배타적으로 이용할 수는 있겠군요.”

캐낸 금의 처리에 대한 문제도 있었다.

“우리가 캘 금은 아마 지난번 난지도에서 나온 금덩이 정도 될 수 있습니다.”

상무는 나의 말에 크게 놀라며 입맛을 다셨다.

난지도에 나왔던 금을 어제 유투뷰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크다는 말씀인가요?”

사실 얼마나 큰 크기로 나올지 알 수가 없었다. 폐광 안에 금이 많아야 가능할 일일 것이었다.

“그만한 크기일 수도 있다고 가정한 것입니다. 더 클 수도, 더 작을 수도 있습니다.”

서 상무는 밀크커피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 동안 생각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가장 오지인 곳의 폐광을 개발하는 척하고 다른 곳에서 뽑아낸 금덩이를 오지의 폐광에서 나온 금으로 신고하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가장 채굴권 허가가 빠를 것 같은, 광산의 개발권 확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폐금광 14곳 중 가장 빨리 광산 개발권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을 확인해서 진행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조금은 머릿속이 정리되었고

갑자기 배가 고팠다.

그래서 나는 아침도 먹고, 둘은 해장도 하기 위해서 가까운 콩나물 해장국집으로 갔다.

으아~ 시원하다.

콩나물과 김치와 오징어의 환상적인 앙상블.

속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정신없이 콩나물국밥의 시원함을 느끼며 밥을 먹고 있는데,

터컹~

갑자기 가슴 쪽 안주머니가 떨렸다.

핸드폰 진동으로 착각할 정도의 진동이 아니었다.

토끼 한 마리가 내 가슴을 박차고 뛰어오르는 정도의 강도였다.

나는 진동을 느낀 곳을 손으로 가져갔다.

그곳에는 황금씨앗이 들어있는 가죽 주머니가 있었다.

나는 황금 씨앗을 한시도 몸에서 떨어트리지 않았다.

당장 열어보고 싶었으나, 주변에 손님이 너무도 많았다.

마이 프레셔스~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어~

나는 꾹 참으며 입을 열었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경복이가 두 번째 그릇을 퍼먹으며 말했다.

“그런 것은 말하지 말고. 그냥 가.”

나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잠그고 황금씨앗이 들어있는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씨앗을 손바닥으로 쏟았다.

!!!!

“어? 이게 뭐야?”

황금 씨앗이 16개였는데 씨앗이 8개로 줄어들어 있었다.

절반을 누가 훔쳐 갔나?

게다가 반투명의 황금색 씨앗이 아니라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황금 씨앗이 썩었어? 왜 검게 변해 있지?

검게 변한 것은 혹시 못쓰게 된 것인가?

자세히 보니 검게 변한 씨앗은 두 개의 씨앗이 하나로 합해진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오염? 포식? 합체? 강화?

나의 짐작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씨앗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콩나물국밥 2그릇을 먹고 배를 만지고 있는 경복이를 보면서 나는 큰 소리로 말했다.

“씨앗이 이상해졌어.”

경복이는 순간 눈을 번쩍 뜨며 말했다.

“씨앗? 황금 씨앗이 이상하다고? 어떻게?”

“검게 변했어.”

나는 검게 변한 씨앗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럼 썩은 거야?”

“나도 몰라.”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보고 화를 냈다.

“네놈 마음이 씨 꺼머니까, 씨앗도 검게 변하는 거 아니야!~”

나도 눈을 크게 떴다.

“넌 밤새 야동 보니까. 너에게 맡기면 씨앗을 맡기면 빨개지겠네?”

“나 야구 동영상 안 보거든?”

“뭘 안 봐! 이 친미주의자야!”

“넌 친일파잖아!!”

“미친 새끼야. 난 가리지 않는 ‘박애주의자’다.”

“자랑이다!”

경복이는 황금 씨앗을 손으로 꽉 쥐었다.

“황금 씨앗이 변했는데.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하지?”

경복이는 벌떡 일어나 강하게 말했다.

“당장 가서 심어야 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폐금광 중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야??”

잠깐 생각하던 나는 소리를 지르듯 말했다.

“광명 금광! 맞아. 광명 금광이 가장 가까워.”

“당장 가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는 서 상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저희는 가볼 곳이 있어서 먼저 갑니다.”

우리는 당황해하는 서 상무를 국밥집에 두고 바로 광명 금광으로 떠났다.

경기도 광명시는 사람이 많은 곳이었으나, 광명 금광 쪽은 완전히 논밭이었다.

광명 금광 쪽으로 올라가는 산길은 아주 오래된 콘크리트 길이었다.

초입에 논밭과 과실수가 보이다가 좀 더 올라가니 완전히 산길로 접어들었다.

내 차가 링컨이어서 힘 하나는 정말 좋았다.

오랜만에 사륜구동으로 달리니 작은 나무 정도는 거침없이 꺾으며 올라갔고

홍수에 쓸려나간 오프로드도 일반 도로처럼 달렸다.

곧 멀리 광명 금광으로 보이는 폐금광이 보였다.

딱 봐도 으스스해 보였다.

“저기가 광명 금광인가? 귀신 나오게 생겼는데?”

“재수 없는 소리 하지마.”

공포 영화에 나올 것 같은 광명 폐금광의 정문으로 다가갔다.’

무섭다.

설마 개념 없는 작가 새끼가.

공포물로 가는 것은 아니겠지?

어제 넵플렉스에서 ‘랑종’ 보다가 떠올린 아이디어.

그냥 집어넣어. 생각도 하지마.

우리 컨셉이랑 안 맞아.

그거 쓰면 진짜 집으로 찾아 갈 거야···

아 웃자~ 웃자~

분위기 어두워진다.

나와 경복이는 즐겁고 행복한 표정으로 광명 폐금광의 정문으로 다가갔다.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한 광명 금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까악까악~

까마귀가 울었다.

“경복아 총 있으면 저 까마귀 쏴라.”

“미친새끼야. 총이 어디 있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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