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29화 (29/188)

29화

영월 종합병원 특실에 누워 케이블 방송을 보고 있었다.

쇼생크 탈출.

한 10번쯤 본 것 같았는데, 또 보고 있었다.

이게 왜 재미있지?

프리덤~~~

다시 한번 감동의 도가니에 빠지고 있을 때

갑자기 북소리와 함께 밖이 시끄러웠다.

둥둥둥-

뭐야?

석회석 광산 노조원들이 아침부터 병원 앞에서 시위하고 있었다.

“악덕 사장 김성열은 물러나라! 물러나라!”

“능력 없는 재벌 3세! 족벌경영 물리치자!”

이 새끼들 라임 보소?

그래도 정말 병원 앞에서, 시위하는 것은 진짜 비매너 아니냐?

나야 상관없지만, 이곳에 있는 다른 환자들은 무슨 죄냐?

이때 병원장과 내과 과장이 내가 있는 특실로 들어와 근심스러운 얼굴로 다가왔다. 그리고 머리를 숙이며 뭔가 이야기하려 했지만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샤워 한번 하고, 바로 병원을 나가겠습니다.”

병원장의 표정이 바로 밝아지면서 머리를 깊게 숙였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와서 시위할 것이라,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병원에 왔으면 저희가 지켜드려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설명해도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내 얼굴이 화끈하다.

“회사의 대표로서,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나는 샤워하고 옷을 챙겨 입은 후 모자를 눌러쓰고 뒷문으로 나왔다.

노조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고, 병원을 향한 구호는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 이들은 해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복이가 모는 그랜저에 안락하게 탔다.

하지만 마음이 안락하지 않았다.

“저기 시위대 앞으로 가봐.”

경복이가 와락 인상을 썼다.

“너 이 새끼 뭐 하려고?”

“일단 가봐.”

“아- 이 새끼 또 똘끼 폭발하려고 한다! 참아!!”

“소리 한번 시원하게 지르고 가자~!!”

“나도 몰라. 씨발놈아.”

나는 트렁크에 있는 확성기를 꺼내 들고 창문을 열었다.

100명 정도의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나는 뱃심을 강하게 주고 큰소리로 외쳤다.

“병원에서 앞에서 시위하는 이 개 같은 매너는 뭐야? 새끼들아!!!”

그러자 시위대의 몇 명이 눈에 불을 켰다.

“너 뭐야? 새끼야. 그냥 가는 길이나 가!!”

“너희들 내가 누군지 아냐?”

덩치 좋은 노조원 몇 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안 꺼져?”

“저기 병원 안에 사장 없어. 병신들아. 사장도 없는데 혼자 힘 빼는 쪼다 짓은 뭐야?”

그때야. 노조원들이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너 누구야?”

“내가 너희 사장 김성열이다!! 니들은 사장 얼굴도 모르냐?”

“사장?”

“이 새끼들은 사람 얼굴로 모르고 규탄한대. 하하하하”

경복이도 내 확성기를 뺐더니 ‘자석’ UDT 선배에게 얻은 정보를 목소리 높여 외쳤다.

“그리고 위원장 새끼 뒷조사해 봤더니! 특전사 아니더라! 정신이상 4급으로 군대 면제받았어! 자세히 알아봐! 그리고 명성대 나왔다고 했지? 그것도 완전 구라야! 고등학교 중퇴 했어! 여자애 임신시켜서. 그냥 개새끼야!!!”

경복이는 복사한 위원장의 신상 기록부 수십 장을 뿌렸다.

나는 다시 경복이 확성기를 빼앗아 들었다.

“위원장님!!! 70년 개띠, 장두식 위원장님! 이 씨X놈아!! 내가 한마디만 할게. 어? 부회장 똥구녕 핥아봐야 스무 바퀴야. 알아들어? 이 개새끼야? 살고 싶으면 빨리 튀어! 니가 노조원 마누라 건드린 것까지 다 까졌어. 병신 새끼야!”

노조 위원장 장두식이 눈을 부릅뜨고 나에게 달려왔다.

“저 새끼 잡아!!”

돌 하나가 날아와 유리창을 강하게 때렸다.

“이차 방탄이야!! 이 븅신아~”

노조 사람들이 각목을 들고 달려왔다.

그러자 경복이가 악을 쓰며 말했다.

“방탄 아니야! 병신아!!”

나는 급하게 차에 탔다.

“튀어! 튀튀튀!!!”

우리는 바로 자동차를 급발진하여 바로 도망 나왔다.

나는 시원하게 큰소리로 웃었다.

“장두식이 좆 됐는데? 하하하하”

“빤스까지 다 까졌다. 조금 있으면 털까지 밀리겠다.”

“그 개새끼는 좀 맞아야 해.”

경복이가 운전대를 잡고 말했다.

“어디로 갈까?”

“서울로 가자.”

“서울?”

“내 손으로 ‘직장 폐쇄’와 ‘정리해고’를 할 수 없잖아. 전문가를 모셨다. 완전 박살 낼 거야.”

“이 새끼는 복수가 너무 깔끔해. 마음에 들어.”

서울에 도착했을 때, 아침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팠다.

경복이가 한마디 했다.

“이 근처에 우리 이모가 하는 중국집이 있는데 거기서 점심이나 먹자.”

“중국집? 오. 좋지.”

피터팬 중국집··· 이 작명 센스는··· 좋은 건가?

경복이가 가게 안으로 반갑게 인사하며 들어갔다.

“이모!! 복이 왔어.”

이모로 보이는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았다.

“오~ 복댕이. 어서 와.”

나도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안녕하세요. 친구 김성열입니다.”

“어서 와. 아직 점심 전이지? 가서 홀에 앉아. 내가 탕수육 튀겨 줄게.”

“땡큐. 이모. 힘썼더니 너무 배고파.”

“엄마가 그러는데, 취업했다며? 축하한다.”

“아··· 취업했지.”

“어디?”

경복이는 잠깐 나를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인화 자원개발.”

“인화 그룹? 거기 대기업이잖아. 와. 너 대단하다. 언니가 한숨 놓았네. 네 머리로 어떻게 들어갔어?”

“뭐 열심히 했지.”

이모님이 경복이 손을 잡고 말했다.

“사장님 말씀 잘 듣고, 윗사람이 말하면 ‘네~ 알겠습니다.’ 이것만 해. 괜히 성질부리지 말고. 점심시간에 음식 시켜도 윗사람이랑 같은 거 시키고. 이 정도는 알지?”

나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복이가 그 정도 사회생활은 아는 친구입니다.”

“그렇지? 우리 복이가 옛날부터 영특했다.”

나는 홀 쪽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메뉴는 내가 정하고, 그것으로 통일하는 것 알지?”

“씨발놈아. 꼭. 그래야 속이 시원하냐?”

나는 폭소를 터트렸다.

“이모님 말씀은 콧구멍으로 들었냐?”

“X구멍으로 들었다!!!”

“앞으로 회사 생활 힘들게 하겠는데?”

“이미 힘들어. 회사 생활하다가 뱀에 물려 뒤질 뻔했고, 험한 놈들이랑 ‘다이다이’ 뜨자는 사장님은 모시기 힘들다.”

“노조원들이 특공대를 보내서 나를 공격하면 보호해 줄 거지?”

“뭘 보호해? 튀어야지!”

씨발놈···.

얼마 후,

카트에 실려서 음식이 오고 있었다.

응? 짜장면 그릇 안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설마 금?

딱 모양이 금반지인데?

주방에서 빠진 것인가?

아까 보니까 이모님의 표정이 조금 불편해 보이시더만.

그 짜장면 그릇은 내 앞이 아닌···.

옆 테이블.

아빠, 엄마, 그리고 어린 아들과 딸.

그리고 빛이 나는 짜장면을 어린 아들 앞으로 밀어주었다.

“우리 아들 먹고 싶었던 짜장면 먹자.”

“네 엄마.”

아! 대형 사고다. 어쩌지?

나는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모님을 살짝 밀어내며 말했다.

“우리 피터팬에 오신 100만 번째 오신 손님. 축하드립니다.”

“네? 100만 번째 손님이요?”

100만 번··· 너무 강하게 불렀나?

나는 우리 테이블에 올라와야 할, 삼선 짬뽕, 탕수육, 깐풍기를 옆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맛있게 드시고, 다음에도 저희 피터팬 계속 사랑해 주십시오.”

그러면서 금반지가 들어있는 짜장면 그릇 하나를 챙겨서 주방으로 돌아왔다.

나는 당황해하는 이모님과 눈을 맞추고, 비닐장갑을 낀 후, 짜장면 속에서 금반지를 꺼내 고모님의 손에 올려놓았다.

이모님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여··· 여기 있었네. 어떻게 알았어?”

경복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흠···. 그냥 골든보이를 믿으세요.”

우리는 곧 진수성찬으로 배 터지게 점심을 먹었다.

약속 시각이 되었다.

그리고 서초동 구석의 한적한 카페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긴장한 얼굴의 서진식 상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서진식은 40대 중반의 사내였으나, 고생이 심했는지 50대의 중년으로 보였다.

그는 골든보이 채널에서 내 얼굴을 익히고 있어,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사장님. 이제야 뵙는군요. 상무이사 서진식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나도 정중하게 서 상무와 악수로 인사하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상무님. 인화 자원개발 대표 김성열입니다.”

서진식 상무는 본사 재무 쪽으로 커온 인재였다.

하지만 한 번의 옵션 질 실수로 영월광산으로 좌천되었고 그 뒤로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하고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처음 업무가 상무님의 업무보고부터 받는 일이었는데 이제 뵙는군요.”

“먼저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이제라도 만나 뵙게 되어 좋습니다.”

잠깐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내가 먼저 편안한 얼굴로 말했다.

“이 회사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상무님뿐입니다. 그래서 찾아 왔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신지···.”

나는 설명보다 장두식 위원장과 고모가 차 안에서 이야기하는 사진을 보여주었다.

“광산은 장두식 사람들로 가득 찼고 인화 자원개발 본사는 고모님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회사 사람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서진식 상무는 사진을 보며 얼굴이 어두워졌다.

“이 조합이라면··· 정말 죄악입니다. 사장님께서 운신하기 매우 힘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쩌실 생각입니까?”

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아메리카노 안의 얼음을 씹어 먹었다.

“이미 노조에 대대적으로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경복이도 한마디 거들었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휴전 따위는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나는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전에 말씀드렸지만··· 영월광산은 직장 폐쇄. 그리고 본사는 구조 조정을 하겠습니다.”

서진식 상무는 깜짝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본사의 구조 조정까지 진행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직장 폐쇄에··· 구조 조정이요?”

“그렇습니다. 깨끗하게 털고 새로운 인화 자원개발을 만들 생각입니다. 영월광산에서 상무님을 따라오겠다는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

“인덕이 없어서··· 10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사무실과 집기 등을 알아보세요.”

서 상무는 카드를 받았지만, 얼굴이 어두웠다.

영월 광산을 폐쇄하고 본사를 정리해고하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엄청난 반발이 있겠지요. 상상 이상일 겁니다.”

“이미 불에다 기름을 붓고 왔습니다. 이제는 맞불 뿐입니다.”

서 상무의 생각에도 이번 싸움에서 조금의 승산이라도 가져가려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 했다.

그도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꽉 깨물었다.

“저도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제 인생을 사장님께 걸어보겠습니다.”

서 상무는 생각보다 강단 있는 사내였다.

무대가 만들어지자 단번에 칼춤을 추기 시작했다.

먼저 영월광산으로 가서 직장 폐쇄 진행을 하였다. 새벽에 혼자 회사로 들어가 잠글 수 있는 모든 곳을 자물쇠로 잠갔다.

위원장의 과거가 뽀록 나는 바람에 조직력이 크게 와해 되었다.

그래서 광산을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그 사람도 술에 취해서 자고 있었다.

직장 폐쇄 명령문까지 회사 곳곳에 붙였다.

아침에 상황을 파악한 광산 사람들은 발칵 뒤집혔다.

서 상무는 뽑은 칼을 넣지 않고, 바로 서울로 이동했다.

그리고 인화 자원개발 본사로 가서 바로 구조 조정을 시행했다.

평소에 고모와 연결되었음을 은근하게 자랑하던 사람들을 단숨에 해고했다.

해고 이유는 영월광산 폐쇄에 따른 구조 조정으로,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그리고 인화 자원개발의 모든 계좌가 동결되었다.

노조는 회삿돈을 조금도 쓸 수 없었다.

그들은 법인카드로 당장 점심도 사 먹을 수 없게 되었다.

원투에 스트레이트 그리고 어퍼컷. 그들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인화 자원개발 사람들은 유일한 희망.

고모에게 달려가 이 상황을 고자질했다.

고모가 그 소식을 듣고 나에게 수십 번 전화했으나, 나는 받지 않았다.

제 성격 모르셨어요? 고모님.

여기 있는 놈들 대가리 다 날릴 겁니다.

서 상무는 본사 건물을 폐쇄하고, 무제한 무급 휴가에 들어갔다.

그사이 서 상무는 서초구에 30명쯤이 일할 수 있는 작은 사무실을 하나 임대하여 새로운 인화 자원개발을 만들었다.

어느 정도 검증된 사람만 이곳으로 넘어왔는데,

사무실을 보고 실망하여 다시 절반은 그만뒀다.

이제 만신창이가 된 인화 자원개발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0.6%의 본사 지분만 있는 회사가 되었다.

나는 이 회사로 출근하여 파티션만 있는 사장실에 앉았다.

처음 보는 여직원이 공손하게 인사하고 차를 한잔 내줬다.

회사가 완전히 박살 났는데,

이제야 뭔가,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좀 이상한가?

“김 대표!!!”

이때 고모가 몇몇 직원들과 함께 도착했다.

그렇게 골라냈는데 아직도 고모의 빨대와 쁘락지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고모는 다짜고짜 큰소리로 외쳤다.

“인하자원 본사를 폐쇄하다니 무슨 짓이야? 그리고 이 우중충한 곳은 뭐야?”

나는 고모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장두식과 함께 있는 사진을 넘겼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가 이 사진을 보고 얼마나 실망했는지 고모님은 모르실 것입니다.”

“이것은 말이야···.”

“이 회사에 그룹 본사 주식이 0.6%나 있더군요. 그것을 돌려받고 싶었겠지요.”

고모는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내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알고 있구나.”

“인화 자원개발은 내 회사이고 이곳에는 내 사람이 필요합니다. 고모님의 빨대들은 필요 없습니다.”

고모는 순간 정색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만만하게 보고 있다가 된통 당하자, 이제 본 모습을 드러냈다.

“적당한 가격을 줄 테니 회사를 팔아라. 두 번 말하지 않을 거야.”

“이제는 정공법인가요?”

고모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내 회사였다. 이 회사가 어떤 상태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지. 내가 손을 쓰면 버티지 못할 거야 그러니 보기 좋게 백화점 주식 줄 테니, 회사를 그만 망가트리고 옮겨가.”

“내 회사입니다. 그래서 내 맘대로 할 겁니다.”

“1%더 올려서, 4% 주지 기회를 줄 때 잡아. 너에게 더 이익이야.”

“잠깐 편해지자고, 일을 어설프게 처리하면, 어둠 속에서 짱돌이 날아옵니다. 진짜 맞아 봐서 압니다. 할 때 제대로 해야 해요.”

고모는 차가운 눈길을 보냈다.

“···아마도 오늘 일을 후회할 거다.”

그날 오후에 인화 자원개발의 주거래 은행인 한양은행에서 전화가 왔다.

주 매출 사업인 석회석 광산을 폐쇄하였으니, 당장 대출을 상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한 번도 연체하지 않았는데 이런 압박이 들어온 것이었다.

고모의 입김이 닿았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한양은행에서 연락한 상대의 직급과 이름을 확인하고 강하게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이번 달 안에 모든 대출금을 상환하겠습니다.”

-어···어떻게 말입니까?”

순간 화가 나서 수화기에 악을 쓰며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그것까지 설명해야 해? 협박하는 역할을 맡았으면 그것만 해. 주제넘게 나서지 말고!”

내가 전화를 끊었을 때 바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 받을까 하다가 그냥 받았는데 큰아버지 회사인 인화 건설부장의 전화였다.

어떻게 알았는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놈들도 원하는 것은 내가 들고 있는 본사 주식뿐이었다.

회사의 가격을 이야기했는데, 겨우 85억을 이야기했다.

매출이 230억에, 1년 순이익 15억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는 회사를 그냥 먹겠다는 말이었다.

나도 어쩔 수 없이 이머전시 플랜을 가동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쩔 수 없군.

마지막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에반게리온 출동!

메칸더V 출진!

가오가이거 발진!

도막사라무!! 슈퍼 그랑조···.

그만하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들어 국가 지역 번호가 들어간 번호를 눌렀다.

해외로 가는 전화.

한참을 울리다가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리처드?”

-오우. 에드워드. 목소리를 듣게 되어 반갑군.

전화를 받은 상대는 호주 거대 광물 회사인 ‘레이븐힐’의 회장이자,

에밀리의 아버지 리처드 밀이었다.

“에밀리는 잘 있나요?”

-에밀리는 사금 쪽 일을 마무리하고 있어서 바쁜 모양이야.

“에밀리는 잘할 겁니다. 관리자로서 능력이 탁월하니까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

“사실인걸요.”

-하하하 그래. 언제 호주로 들어오나?”

“여기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에밀리가 좋아하겠어. 자네의 능력이 꼭 필요한 모양이야.”

“도울 수 있다면 당연히 도와야지요.”

황금 씨앗이 잔뜩 있었다.

씨발. 호주에 가면 완전히 내 세상이다.

-그렇게 이야기 해주니 정말 고맙군. 에밀리에게 힘이 되어주게.

“물론입니다. 리처드.”

-나에게 전화한 용건이 있겠지? 비즈니스인가?

나는 잠시 할 말을 입에 담고 있다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전에 보내 드린 자료를 확인해 보셨습니까?”

-아. 영월이라는 곳의 석회석 광산 말인가?

“그렇습니다. 제가 소유하고 있는 광산이지요.”

-지난 8년간 채굴량과 매출액 그리고 이익금을 확인해 보니 매우 안정적인 광산이더군. 남은 매장량도 상당하고 말이야. 판매처도 다양하고 참으로 매력적인 곳이야. 그런데 이렇게 좋은 광산을 매각한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아.”

“채굴과 무관한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제안서에 나와 있는 노조 문제 같은 것 말이지?”

“본사와도 문제가 있습니다.

-자네가 그 광산을 유산으로 받은 것에 대해, 싫어하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군.”

“그래서 제가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해했네. 그렇다면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광산을 구매해 주십시오. 그것뿐입니다.”

전화기에서 리처드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자네 같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좋아.”

“감사합니다. 리처드.”

-게다가 내 딸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 아닌가? 당연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그럼 제안을 받아들인 것입니까?

-이렇게 좋은 광산을 살 기회가 왔는데 망설일 이유가 있나? 비즈니스는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해.”

“맞습니다. 팔기 아까운 광산입니다. 리처드.

-너무 아쉬워하지 말게. 사업가는 가격만 맞으면 파는 법이야.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얼마를 제시하시겠습니까?”

-선임 회계사가 말하기를 자네 광산 가격은 2천200만 달러(250억) 정도 된다고 하더군. 거기서부터 시작하지.

“가격은 실무진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서 상무가 말한 광산의 적정가격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기본 합의가 된 것인가?”

“얼굴을 뵙고 이야기하시지요.

-그럼 이틀 뒤에 내가 한국에 방문하는 것으로 하지.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나도 한국에 비즈니스가 있어서 말이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이틀 뒤.

리처드 밀이 한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포스코였다.

철광석 수출량을 확대하는 계약을 했다.

수많은 경제지의 기자들이 사진을 찍으며 취재를 했다.

포스코 회장과 리처드 밀이 계약을 마무리하고 부드럽게 말했다.

“다음 일정이 있습니까? 함께 식사 어떻습니까?”

“다음 일정으로 석회석 광산을 구매하는 계약을 하려고 합니다.”

“석회석이요? 포스코에서도 많은 석회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월광산에서 나온 석회석도 사용하고 계십니까?”

“그럼요. 총사용량의 12% 정도를 납품받고 있습니다.”

리처드가 포스코 회장에게 웃으면서 물었다.

“그럼 이곳에서 잠시 석회석 광산을 구매하는 계약식을 해도 되겠습니까?”

포스코 회장은 호인처럼 웃었다.

“새로운 광산을 구매하신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리처드가 기자들 사이에 앉아 있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에드워드. 올라오게.”

나는 리처드의 눈길을 받으며 단상 위로 올라섰고 계약서를 잠깐 살펴보고 거침없이 사인했다.

이미 총장님과 몇몇 변호사를 동원하여 여러 번에 걸쳐 계약서를 확인한 상태였다.

장비, 건물과 부동산까지 넘기는 조건으로,

가격을 최대한 올려서 거의 350억에 가까운 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광산을 파는데 조금의 아쉬움도 없었다.

그러자 기자들은 놀라며 연속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들이 리처드 회장에게 물었다.

“영월 석회석 광산을 얼마에 구매하셨습니까?”

“매우 저렴한 가격인 US 3천200만 달러에 구매했습니다. 좋은 친구에게 좋은 광산을 살 수 있어 기쁩니다.”

“영월광산이 요즘 노조 문제로 시끄러운 것을 알고 있습니까?”

리처드는 냉정한 톤으로 말했다.

“지금의 노조는 문제가 많습니다. 매출액과 비교하면 임금이 터무니없이 높더군요. 그리고도 더 많은 임금을 달라고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장 폐쇄를 계속 진행할 생각입니다. 현재의 노조에 조금도 양보할 생각이 없습니다.”

“전부 해고하겠다는 말입니까?”

“한국의 온정주의 문화는 기업의 가치에 큰 타격을 줍니다. 저는 그것을 조금도 용납할 생각이 없습니다. 주주의 이익에 대해서 도전하는 집단은 회사의 파트너가 아닙니다.”

“인화 그룹과 이야기가 된 일인가요?”

“영월광산은 옆에 있는 에드워드 씨가 주식 대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화 그룹과는 조금도 관련이 없습니다.”

나는 리처드를 공항으로 배웅하면서 이른 시일 안에 호주로 가기로 약속했다.

에밀리가 황금 채굴사업을 시작할 모양이었다.

내가 없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리처드가 비행기를 타고 호주로 떠났을 때,

회사 계좌로 세금 및 수수료 등 이것저것 제하고 282억이 들어왔다.

영월광산 판매 대금이었다.

그리고 서 상무의 전화가 바로 들어왔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븐힐에서 282억이 들어왔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습니다. 상무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사장님을 모시겠습니다.”

한편 영월광산은 혼란 그 자체였다.

잘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문을 완전히 닫은 것이었다.

광산의 매각이 결정되었다는 뉴스를 듣기 무섭게 전기와 수도도 끊겼다.

처음에는 힘을 내서 시위도 하고 성명서도 냈지만, 월급이 나오지 않자 노조의 동력은 크게 약해졌다.

게다가 리처드가 고용한 무시무시한 용역들이 광산 안으로 들어오자 노조원들은 더욱 물러났다.

호주는 깡패도 컸다.

씨발. 안 큰 것은 뭐야?

그날 밤 노조 위원장 장두식이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백번쯤 전화했다.

개소리를 듣는 것은 정신건강에 안 좋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새끼 있을 때 잘하지.

이제 고모도 새벽까지 전화를 계속했다.

고모님. 잠 좀 잡시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잖아요.

Manners make···.

자세한 스펠링은 다음 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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