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영월광산 사무동, 사장실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내가 회사의 2인자인 상무이사를 데리고 오라고 했는데,
노조 위원들은 나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저 새끼들이···.
그것을 보고 노조 위원장 장두식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
“상무에게 보고를 받아 봤자 의미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상무는 월급 주는 경리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런 사람과 회사에 대해서 무슨 논의를 할 수 있겠습니까?”
“상무가 회사에서 그런 존재입니까?”
“사람들이 인사도 안 합니다.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지요.”
나는 강한 눈빛으로 위원장을 바라보았다.
“그럼 앞에 계신 위원장님은 다릅니까?”
위원장 장두식은 자신 있는 얼굴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회사에 주인이 없는 2년간 85%의 직원을 노조로 포섭했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는 험한 놈들은 제가 다 컨트롤 할 수 있습니다.”
“상무가 못하는 일도 위원장님은 한다는 말씀이군요.”
“제가 사장님을 보필하면 단숨에 회사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경영자와 대척점이 있는 노조 위원장이 사장일 도와준다니, 뭔가 말이 이상했다.
마치 동네 깡패가 자신에게 보호비를 내면 양아치들에 못 오게 해주겠다는 말 같이 들렸다.
“노조 위원장이 경영진을 돕는다는 것이 좀 웃기는군요.”
“노조도 회사가 위급한 상황이면, 경영진을 돕는 것이 당연합니다.”
“회사가 위급한 상황입니까? 매출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습니다. 제가 그것을 풀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위원장 장두식이 자신 있는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편하게 기대었다.
“저를 상무로 발령내 주세요. 제가 앞장서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노조 위원장이 상무이사가 되겠다고 말하는 것, 그 자체가 문제다.
“위원장님이 상무가 되겠다는 말씀인가요?”
“사장님께서 가장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 ‘장두식’입니다.”
나는 위원장의 강한 시선에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위원장님은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하시는군요.”
장두식은 나의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이런 말씀까지는 안 드리려고 했는데, 그냥 남자답게! 까 놓고 이야기하겠습니다. 본사는 사장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는 것은 본사의 지원이 없다는 말이지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노조 위원장은 그룹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
큰아버지 쪽에서 장두식에게 자금과 정보를 준다는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빨리 인화자원을 장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본사가 흔들어도 사장님께서 버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위원장님이 상무이사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장두식은 나를 사회생활을 처음 하는 부잣집 애송이로 보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를 때 잘만 구슬리면 한 몫 뜯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저를 상무이사로 발령해 주시면, 사장님이 쓸 돈까지 비밀리에 마련하겠습니다.”
“비자금을 관리해준다는 말인가요?”
내가 말을 받자, 자신의 말이 먹힌 줄 알고 장두식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을 보필할 수 있는 새로운 직원도 싹 뽑아 올리겠습니다.”
“인사도 하시겠다는 말씀이네요.”
“여기 사람들에 대해서 잘 모르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장두식은 노조 위원장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인사와 재무 쪽에서 사사건건 시비 거는 서 상무를 자르고 회사를 장악할 생각이었다.
“사장님을 확실하게 도와드리기 위해서 힘이 필요하니 등기 이사로 발령내 주시기 바랍니다. 한 10%만 주식을 양도해 주시고요.”
“주식 10%요?”
“74%나 가지고 계시니 10% 정도는 어려운 부탁이 아닐 것 같습니다만···.”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
앞에 있는 이 새끼는 나를 완전히 병신으로 알고 있었다.
노조에, 재무에, 인사까지··· 사장 앞에서 자신이 회사를 다 가지겠다는 말을 뻔뻔하게 하고 있었다.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장두식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가 뻔뻔하게 웃었다.
“피곤해지겠지요. 출근하기 싫을 정도로.”
나는 화를 참으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대 깔까? 참을까? 그냥 팰까?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구석에 있는 소주를 보고 경복이에게 말했다.
“경복아. 저기 소주 좀 줘라.”
경복이는 아무말도 없이 소주병 뚜껑을 따서 나에게 주었다.
나는 그것을 받아서 병나발로 벌컥벌컥 마시고 탁자 위에 거칠게 내려놓으며 웃었다.
“그것을 제안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위원장님은 제가 병신으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위원장은 아직 여유 있게 말했다.
“제 충언이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입니다.”
“저를 병신 호구로 보지 않았다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겠지요.”
“전 사장님들도 제 협력을 거부했죠. 그러다가 다들 얼마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나갔습니다.”
나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말했다.
“협박처럼 들리네요.”
“협박인지 충언인지는 사장님 하기 나름입니다.”
이때 뒤에 서 있던 경복이가 맞은편의 의자에 앉더니 위원장을 노려보았다. 그러다가 테이블에 있는 소주병을 잡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나에게 소주병을 넘기며 말했다.
“혹시나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옛날 괴산 때처럼 앞에 있는 새끼가 양아치 같다고 패고, 얼굴이 좆같이 생겼다고 패고 이러만 안 된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자꾸 괴산 성격이 울컥 나오려고 한다.”
“앞에 있는 새끼 입만 살았지. 한 대 맞으면 뒤져. 뒷수습하기 힘들어. 참아.”
나는 경복이에게 받은 소주병을 병나발로 마시면서 위원장을 노려보았다.
“주식은 내가 가지고 있는데 앞에 있는 새끼가 자기 회사처럼 행동하잖아.”
경복이의 시선도 날카롭게 위원장을 향했다가 다시 나를 보았다.
“네가 얼마나 호구처럼 보였으면 그러겠냐?”
“몇 번 웃어줬더니, 병신같이 보였나?”
“흙을 오래 파먹은 놈들은 양복쟁이를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지.”
나는 양미간을 누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앞에 있는, 이 새끼를 어떻게 하지?”
“그럴 때는 너도 양복 벗고 서열정리부터 해야지. 남자끼리 화끈하게.”
내가 남은 소주를 단숨에 마시고 병을 거꾸로 잡으며 일어서 위원장을 노려보았다.
“이야기 좀 할까요? 위원장님?”
위원장은 나의 눈빛이 바뀌었음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로 한발 물러섰다.
나의 손에 소주병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원장 장두식은 조금 겁먹은 얼굴이 되었다.
“뭐 하는 겁니까?”
나는 짜증을 냈다.
“이야기하자고요. 귓구멍 막혔어요?”
그것을 보고 경복이가 비웃으면서 말했다.
“존나 험하게 논 것처럼 이야기 하더만, 겨우 병 하나 들었다고 쫄아? 입만 산 새끼네.”
나는 위원장에 다가가서 강하게 말했다.
“나랑 다이다이 떠서 위원장님이 이기면 내 사장 자리 넘겨드리지. 주식도 다 주고 말입니다. 마찬가지로 위원장님이 지면 노조 위원장 자리는 제가 가집니다.”
사장과 노조 위원장의 단두대 매치 어때?
노조 위원장 장두식은 당황하고 있었다.
이곳에 온 사장 중에 강한 성격의 사람이 있었으나, 이렇게 미친놈 본 적이 없었다.
사장이 다이다이 뜨자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그래도 장두식은 노조 위원장의 자리에 올라오기까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었다.
당황했을지 몰라도 지금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확실하게 저와 척을 지겠다고 말씀하시니 저도 어쩔 수 없네요.”
장두식은 눈동자에 힘을 주면서 살짝 웃었다.
“그렇다면 노조 위원장으로 말씀드리죠. 12% 임금 인상. 인센티브 600% 지급을 원합니다.”
나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지금의 임금도 동종 업계의 임금에 비해서 높은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험한 일을 하니 돈을 더 받아야지요.”
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힘든 일을 하니 돈 더 받겠다는 말이 틀린 말입니까?”
나는 소주병을 바닥에 던지자 와장창 깨졌다.
“지금 험한 꼴 보고, 위원장님 월급부터 올리는 것 어때요?”
노조 위원장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노려보았다.
“재벌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생활 경험도 없는 애송이가 200억대 매출의 회사를 물려받았다는 이야기가 기사화될 겁니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이런 이야기에 분노하죠.”
“아···언론 플레이를 하시겠다?”
“술 한 잔씩 하는 기자들이 많으니 화력을 충분할 겁니다.”
골든보이 능력으로 광물 쪽이라면 나름 경력자(?)라고 할 수 있었다.
마약을 한 것도 아니고 군대를 뺀 것도 아닌데 겁먹을 것도 없었다.
“전 사장들은 월급쟁이라 겁먹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주식을 가진 이 광산의 오너입니다.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회사 생활이 녹록지 않을 겁니다.”
나는 장두식 앞에 미친놈처럼 웃었다.
“회사가 좆같으면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해버릴 겁니다. 내거니까 상관없어요.”
장두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업장을 자신 손으로 부숴버리겠다고? 그런 허풍을 누가 믿겠습니까?”
“이 정도 매출액의 회사는 호주에서 한 2달 있으면 만들 수 있습니다.”
나는 가슴에 있는 황금씨앗을 만졌다. 두 달이면 200억대 매출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이때 조금 전 내가 소주병 던져서 병 깨지는 소리를 듣고 1층에서 뛰어 올라온 인상 더러운 노조 위원 2명이 손에 멍키스패너와 망치를 들고 뛰어 올라왔다.
“위원장님 괜찮으십니까?”
굿 타이밍!
나는 그것을 보고 멍키스패너를 쥔 사람에게 다가갔다.
“이것으로 사장을 공격하려고 가져왔나?”
그리고 내 머리로 멍키스패너를 박았다.
퍽!!!
그러자 이마에서 피가 났다.
그리고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사방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 노조 새끼들이. 몽키로 사장을 공격하네!”
노조 위원들은 놀라며 자신이 들고 있던 멍키스패너를 바닥에 던졌다.
“이 미친 새끼는···. 뭐야?”
경복이가 노조원의 멍키스패너를 주워들었다.
“증거 확보 완료.”
“현행범 신고 부탁해.”
“증인 서비스도 싸게 해드리겠습니다.”
경복이는 바로 경찰서에 신고 전화를 했다.
그리고 병원에도 연락하여 앰뷸런스를 불렀다.
나는 웃으면서 경복에게 말했다.
“이경복 씨. 본 것을 이야기해 보세요.”
“노조 위원장이 사장을 폭행하라고 시키는 것을 제가 봤습니다. 사장님.”
나는 웃으면서 노조 위원장을 바라보았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폭력을 쓰고 그래요?”
경복이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요. 사장님. 제가 아는 기자들에게 연락해서 폭력 노조가 사장을 폭행했다는 기사가 나오게 처리하겠습니다.”
“그래요. 이런 일은 세상이 다 알아야 합니다.”
“돈만 조금 쥐여주면 시나리오 기가 막히게 나옵니다. 돈도 우리가 많으니까 화력을 10배로 뽑아 보겠습니다.”
우리는 당황한 노조 놈들을 뒤로하고
앰뷸런스를 타고 영월 종합병원 특실에 누웠다.
전치 5주의 진단서까지 끊었다.
아. 너무 세게 박았나···
이것으로 바로 노조 위원장을 고발했다.
영월 석회석 광산 노조에 대한 확실한 선전포고였다
또한 경찰이 멍키스패너를 들고 있었던 노조원을 체포했으며,
노조 위원장도 폭력 교사 혐의로 같이 경찰서로 향했다.
경복이가 나 대신 증인으로 경찰에게 사무실에서 있었던 이야기 했다.
위원장이 주식 10% 내놓고 상무 자리를 내놓으라고 협박했으며, 말을 듣지 않자 폭력까지 행사했다고 했다.
그래서 협박 혐의까지 추가되었다.
장두식 위원장이 그 말을 듣고 경찰서에서 거품을 물려고 했다.
진실과 거짓이 섞였고 녹취나 증거도 없으니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제는 능력 없는 재벌 3세 같은 미디어 공격은 못 할 상황이 된 것이었다.
위원장이 검찰에 고발되자, 노조에서도 우리를 무고죄로 고소했다.
그래서 나는 이 사건을 총장님께 맡겼다.
이제 힘과 힘의 대결.
장두식도 바로 실력행사로 들어갔다.
영월 석회석 광산은 바로 총파업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일단 피해자 코스프레를 위해 멀쩡한 몸으로 병원에 누워 있어야 했다.
병원밥이 맛이 없어서, 각종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다.
생각보다 개꿀인데?
이때 고모가 웃는 얼굴로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크게 다쳤다고 들었는데, 표정이 좋네.”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있습니다. 살만 찌는 것 같네요.”
“사장이 첫날부터 노조 사람들과 몸싸움을 하는 일은 참으로 드문데 말이야. 거기에다가 총파업까지 끌어내고.”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고모는 보온병에서 차를 따라 줬다. 인삼 냄새가 강하게 나는 한방차였다.
“남자에게 좋은 것은 다 넣은 한방차야. 마셔.”
입에서 온갖 쓴 냄새가 돌았다.
“으··· 입에서 쓴 거 보니 몸에는 좋겠군요. 감사합니다.”
“두고 갈 테니까. 틈날 때 마셔.”
“감사합니다.”
절대 안 먹는다.
대역죄인 사약도 이렇게 쓰지는 않겠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고모님이 주신 보약을 먹고 힘내서 정면 대결해야지요.”
“진흙탕 싸움이 되면 피곤한데.”
“진흙탕 싸움은, 보통 독한 놈이 이깁니다.”
고모는 잠깐 나를 보다가 말했다.
“하다가 안 되면 광산을 나에게 다시 넘겨.”
“광산을 넘기라고요?”
“강남점 IH 백화점 주식 3%랑···. 조금 반대가 있겠지만 이사 자리도 주지.”
“강남점 백화점 이사요?”
“네 친구는··· 과장 대우로 넣어 줄게.”
강남점 백화점 주식 3%에, 이사 자리라면 상당히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원룸 하나를 주고,
42평 아파트를 받는 격이었다.
인화 자원개발 주식보다 훨씬 좋은 가격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아직 싸움은 시작도 안 했는데, 이렇게 초장부터 김을 빼놓으시면 곤란한데요.”
“적당히 해. 본사 주식 4%를 들고 있는 조카가 이런 것으로 고생하면 안 되지.”
“알겠습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1시간쯤 나누다가 고모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때 완전히 마른 사내 하나가 들어왔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의미로 장두식 위원장의 뒤를 캐기 위해서 붙인 사내였다.
경복이의 UDT 10년쯤 선배라고 들었는데, ‘자석’이라 불리는 사내였다.
이쪽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라고 했다.
“사장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다행이군요.”
“장두식 뒷조사를 맡긴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찾아오셨군요.”
자석이라는 사내는 자신만만한 얼굴이었다.
“장두식의 여자관계를 조사하려고 시작했는데, 아주 기가 막힌 것을 찍었습니다.”
“기가 막힌 것이요?”
“너무 크게 놀라실까 걱정될 정도입니다.”
“...기대되는군요.”
자석은 엄청나게 크게 뽑은 사진 한 장을 나에게 넘겼다.
충격.
놀랍게도 고모와 장두식이 차 안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게다가 둘이 통화한 내역까지 쭉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장두식의 배후가 고모였던 것이었다.
왜 고모가 장두식의 배후였을까?
고모는 왜 별 볼 일 없는 인화 자원개발을 다시 돌려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도 강남 백화점 주식까지 주면서.
돈으로 따지면 백화점 주식이 더 비쌌다.
이때 내 변호사인 총장님의 전화가 왔다.
“총장님! 안녕하십니까?”
-장두식을 잡아넣을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겠어.
“장두식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습니다. 단지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래도 몸은 괜찮지?
“다 괜찮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참으로 다행이군.
총장님이 말을 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무슨 용건이 있어서 전화를 주셨습니까?”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하려고 연락했네.
“좋은 소식이요?”
-전에 인화 자원개발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봐 달라고 했지?
“아... 그런 적이 있었지요.”
-인화 자원개발을 상세히 조사하다가 숨겨진 보물을 발견했지. 엄청난 것이야.
“보물이요?”
-인화 자원개발에 본사 주식 0.6%가 숨어 있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을 수 있는 양이지.
아~~~ 왜 고모가 인화 자원개발을 돌려받으려고 하는지 바로 깨달았다.
본사 주식!!
당장 4%의 위임장이 필요하여 나에게 회사를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0.6%의 본사 주식이 아까웠던 것이었다.
“좋은 정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말이라도 그렇게 해주니 고맙군.
“곧 총장선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자로서 선거에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일쯤 계좌 확인해 보십시오.”
-안 그래도 되는데··· 어쨌든 고맙군.
나는 바로 스마트뱅킹으로 ‘자석’에게 5천만원 그리고 ‘총장님’에게는 1억을 보냈다.
사회생활을 할수록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돈이 가장 좋았다.
돈이 중요하다는 거야?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야?
닭과 알 중 뭐가 먼저 인지, 아는 사람은 그 정답을 알 것이다.
밤이 늦었지만,
나는 석회석 광산 서진식 상무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인화 자원개발의 사장 김성열입니다.”
-아 사장님. 상무 서진식입니다. 입원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습니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직접 봬야 하는데 송구합니다.
“그러면 지금 얼굴 보는 것이 어떨까요? 저는 영월 종합병원에 와 있습니다.”
-지금이요?
“내일부터 영월 석회석 광산에 대한 직장 폐쇄를 하려고 합니다.”
서진식 상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직장··· 폐쇄요?
“예. 영월광산의 재무를 맡고 계시니 모든 계좌를 동결해 주세요.”
나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냉정하고 흔들림이 없었다.
고모님이 그렇게 나오시면,
재미있게 해드려야지.
'직장 폐쇄'에 '구조 조정' 어떠신가?
전에 들었을 때는 부정적인 단어였는데.
지금은 왜 이렇게 시원하지?
고모님··· 손장난하다가 걸리면 피 보는 것은 알고 계시죠?
거기서 수족들 대가리 날아가는 것.
재미있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