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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27화 (27/188)

27화

주주 총회가 끝났지만, 아직도 소액 주주 연합 사람들은 악을 쓰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진행 요원들이 그들의 앞을 막았지만, 입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었다.

고모님의 경호원이 긴장한 표정으로 고모에게 다가왔다.

“조용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자.”

나는 고모님과 함께 경호원과 안전 요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이때 더 많은 안전 요원의 안내를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회장님의 사모님인 김옥구 여사였다.

고모님의 어머니.

우리 아버지까지 자동차 사고로 죽이려고 했던 사람.

그녀는 조용히 진행될 줄 알았던 주주 총회가 엉망으로 끝나자 얼굴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녀는 몇 주 들고 있지도 않은 놈들이 소리 지르는 것을 보며,

종놈들이 지랄하는 것을 막으라고 진행 요원들에게 불같이 화를 냈다.

고모는 자신의 어머니를 봤으나 인사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주식을 큰아들에게 몰아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큰아버지 앞으로 그룹의 주력 사업인 자동차, 전자, 건설, 제철 등등이 모두 넘어갔다.

한우 소갈비가 선물로 들어왔는데 엄마가 아들에게만 주고 딸에게는 한 입도 주지 않은 경우였다.

그래서 김옥구 여사가 먼저 고모님을 보고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 시선이 나에게 옮겨오더니 표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얼굴에서 분노가 폭발했다.

“네놈이 어디라고 여기를 와!”

나를 단번에 알아봤다. 그래서 무서웠다.

나도 타깃이라는 사실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고모는 불같이 화를 내고, 나의 손을 잡으며 앞으로 나갔다.

“내가 불렀어요! 아무말도 하지 마세요!”

“잠시만요. 고모님.”

나는 고모의 손을 놓고 강한 눈빛을 보냈다.

“제가 잘못한 것은 없는데, 피할 이유가 없습니다.”

나는 사모님에게 예의 있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차분하게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모님.”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여기와 와!”

“인화 그룹 주주의 자격으로 참여했습니다.”

“그 주식은 네놈 것이 아니다. 이 도적놈아!”

“회장님께서 아버지께 주신 것을 제가 잠시 권한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모님은 자신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

“미친 영감탱이가 아직도 그년에게 놀아나고 있구나!”

나는 정색하고 회장 사모님을 바라보았다.

“우리 가족이 피해자고, 사모님께서 가해자이니 제가 화를 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사모님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마치 도둑이 주인에게 욕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었다.

“네놈이 뭐를 안다고 입을 열어!”

“교통사고로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큰아버지도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도 긴 세월 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어하셨지요. 이제 좀 그만하세요!”

사모님은 그 이야기에 눈을 번쩍 뜨며 악을 썼다.

“네놈이 고통에 대해서 뭘 안다고 내 앞에서 그따위로 떠들어! 네놈들이 나에게 준 상처가 뭔지 알아?”

“그 상처, 우리 가족이 드린 것이 아닙니다. 누워 계신 회장님께서 드린 상처입니다. 왜 그 분노를 약한 우리 가족에게 쏟아 내려 하십니까? 회장님에게 뿜어내세요.”

“모든 원흉은 그년이고! 너희 핏줄이야!”

이때 갑자기 나의 목이 간지럽더니 재채기 터져 나왔다.

에취~~

그리고 코에서 ‘황금 씨앗’이 우르르 쏟아졌다.

“어?!”

씨발. 이 타이밍에 황금 씨앗이 쏟아진다고?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강하게 경복이에게 말했다.

“야! 다 챙겨!”

“아 씨발!! 갑자기 드라마 하이라이트에서 터지는 것은 뭐야?”

나와 경복이는 마치 바닥에 떨어진 100원짜리를 줍는 거지처럼 눈을 벌게져 황금 씨앗을 주웠다.

사람들은 모두 당황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웃으면서 물었다.

“다 주웠어?”

“눈에 보이는 것은 싹 다 챙겼다.”

“잘했다. 몇 개 챙겼는데?”

“7개.”

경복이는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9개”

나는 크게 웃었다.

“황금씨앗이 16개나 된다. 씨발! 우린 무적이다.”

할머니는 갑자기 동전(?)을 줍는 우리를 보며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화를 냈다.

아니··· 동전을 줍는 것이 아니라요···.

아··· 설명할 길이 없네.

“이놈들! 지금 뭐 하는 거야!!”

경복이는 상대가 누구인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보다 돈에 진심으로 미쳐 있는 놈이었다.

“할머니. 잠깐 옆으로 비켜 줄래요? 거기에 어···. 그러니까. 동전! 동전이 떨어져 있을 수 있어요.”

“이런 망할 놈들이 어디서! 개수작이야!”

이때 안전 요원을 뚫고 소액 주주 회원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저기 회장단 놈들이 있다! 저놈들을 잡아서 이번 주총을 취소합시다!”

수많은 사람이 미친 듯이 달려오자 안전 요원과 경호원들은 할머니를 보호하며, 반대편 복도 쪽으로 이동했다.

고모의 안전 요원들도 우리를 보호하며 엘리베이터를 향해서 달리고 있었다.

“고모.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나와 경복이는 순간 고모를 보고하고 있는 안전 요원 사이에서 빠져 계단 쪽으로 이동했다.

내가 저놈들의 목표가 아닌데 같이 있을 필요가 없지.

고모의 꼬붕도 아니고.

소액 주주 연합은 안전 요원들의 무리를 따라갔다.

이제 우리는 다른 주주들과 섞여서 여유 있게 계단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내 차로 들어왔다.

“으하하.”

내 손에는 반짝이는 황금 씨앗이 가득 있었다.

세상의 황금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경복이도 황금 씨앗 하나를 손으로 살피며 말했다.

“다시 호주 갈까? 바위만 한 금덩이 또 만들어 보고 싶은데?”

“이 정도면 금으로 집도 지을 수 있겠다.”

“당장 표 끊을까?”

마음은 당장 호주로 가고 싶었으나 유산으로 받은 ‘인화 자원개발’을 확인해야 했다.

“고모에게 뜯어낸 인화 자원개발에 가봐야지. 그것 때문에 주주 총회까지 참석 했잖아.”

“거기 사장이 공석이랬지?”

“인화자원일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그때 호주로 출장을 가자.”

“그래 씨앗이 썩는 것도 아니고, 호주 금이 어디 갈 것도 아니니 급한 것부터 처리하자.”

나는 갑자기 병상에 누워 계신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이미 죽은 사람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병원에 가서 할아버지 좀 뵙고 가자.”

“아 회장님?”

“그래. 주주 총회에서 회장님에 대한 말이 일절 나오지 않았다. 아셨다면 실망하셨을 거야.”

경복이도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주주 총회 잘 끝났다고 말씀드려라.”

우리는 할아버지 병문안을 위해서 병원에 갔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나는 호적에 오른 공식적인 손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고모님께 전화하여 잠깐의 시간을 얻어냈다.

그때야 겨우 병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고모와 손이 닿아 있는 의사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매우 긍정적으로 봐도 3달 정도가 최선입니다.”

“···그렇군요.”

“저는 나가 보겠습니다.”

마지막 봤을 때 보다 더 마른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오늘의 일을 이야기 드렸다.

살아 계실 때는 손을 잡을 생각도 못 했는데, 지금은 나도 모르게 손이 갔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계속 이야기를 했다.

유산이 나누어지기 전에는 큰아버지와 고모도 자주 왔고 그룹 이사들도 많이 찾아왔으나

이제 아무도 없었다. 그저 힘없는 노인으로 쓸쓸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의료진만 기계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큰아버지가 상속세 문제가 있으니 최대한 오래 생명을 유지해 달라는 요청을 했기 때문이었다.

약속된 면회 시간이 끝나자 의사가 들어왔다.

“이제 회장님께서 쉬실 시간입니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인사했다.

“인화 자원개발 사장이 되었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날.

나와 경복이는 인화 자원개발의 핵심 사업장인 영월에 있는 석회석 광산으로 향했다.

영월 광산은 인화 자원개발 매출액의 85%를 감당하고 있는 핵심 사업장이었다.

우리나라는 광물자원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 있지만

그나마 가장 풍부하게 분포하고 사업성 있는 광물은 바로 석회석이었다.

석회석은 보통 시멘트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절반 정도는 제철용으로 사용되었다.

게다가 유리, 플라스틱, 도자기를 만들 때 쓰이고 제약, 동물 사료, 농사용 비료에도 쓰였다.

모든 공산품 생산에 석회석이 들어간다고 봐도 무방했다.

영월 광산은 130명도 넘는 직원이 일하는 곳으로,

한국에서 쓰이는 석회석의 28%를 공급하는 엄청난 곳이었다.

나는 영월 광산의 경영에 대해서 어떻게 할지 스스로 고민하고,

이 교수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으나 답이 없었다.

확실한 것은 나는 경영도 모르고, 석회석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주접떨고 내가 경영하겠다는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 맞다.

결론적으로 쓸만한 경영진을 구해서 사장 자리에 앉히는 것이 정답으로 보였다.

거대한 영월 석회석 광산이 눈앞에 있었다.

이곳은 노천 광산으로 3대의 거대한 포크레인이 석회석을 캐서 트럭에 싣고 있었다.

우리는 감탄하며 광산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이때 입구에서 노란 완장을 찬 사내들이 앞을 막으며 수상한 눈빛을 보냈다.

“어디서 온 차요?”

“본사에서 왔습니다.”

사내들은 바로 인상을 썼다.

“또 왜 왔소? 귀찮게.”

나는 꼰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정중하게 설명했다.

“이번에 인화 자원개발의 사장을 맡게 된 사람입니다. 문을 열어주세요.”

내 말에 완장은 한숨과 함께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아 씨발. 피곤하게 또 보냈네. 어떻게 해?”

순간 경복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인상을 썼다.

“사장이 왔다는데 말하는 싸가지가 뭐야?”

“넌 뭐야?”

“문을 열라고. 씨발놈아. 귓구멍이 막혔어? 사장님이 문을 열라고 하는데 누구의 허락을 받아?”

키 188에 몸무게 95kg의 경복이가 인상을 쓰며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동 개폐 장치를 눌러서 자동문을 열었다.

다들 쫄아서 앞을 막는 사람이 없었다.

눈이 돌아간 경복이는 나도 무섭다.

이제 검은색 링컨이 강하게 튀어 올라 가장 큰 사무동으로 향했다.

영월 광산 사무동 사람들은 처음 본 사람을 보고도 다가오지 않았다.

아~ 완전 엉망이네.

어디서 오셨습니까? 이 정도는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사무실 안에는 잠을 자고 있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거나 게임을 하기 바빴다.

나는 한숨을 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에는 좀 더 높은 계급의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복도 청소도 되어 있지 않았다.

진흙 발자국이 강하게 찍혀 있었다.

사장실의 푯말이 보였다.

“저기 사장실이 있다.”

“누가 있을까?”

나는 사장실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자동으로 욕이 나왔다.

“아··· 시발.”

많은 것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사장실 책상 위에 먹다 버린 컵라면이 놓여 있었다.

사장 책상 앞, 임원 회의 테이블 위에는 최근 놀았던 것으로 보이는 포커 패와 소주병 그리고 과자 부스러기가 보였다.

경복이가 엉망인 사장실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씨발놈들이 사장실에서 완전히 재미있게 놀았네.”

“개판이네. 개판이야.”

경복이가 쓰레기를 치우려고 하는 것을 보고 내가 말했다.

“야. 사장 손님이 무슨 청소야.”

“씨발. 다 놀고 있더만 청소라도 와서 하지. 회사가 이렇게 기강이 없나.”

나는 살짝 농담을 던졌다.

“내가 사람들을 모을 테니까. 네가 빠따 한번 돌려라.”

“빠따도 아깝다. 귀싸대기를 한 대씩 올려쳐야지!”

“오. 좋은데?”

“최악을 생각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강단 있는 사장 몇 명이 와서 규율을 잡으려고 해도 큰아버지 쪽의 높은 사람들이 인권이네. 노조 탄압이네. 하면서 방해를 하였다고 보고서에 나와 있어.”

“그래서 이렇게 개판이 되었구나.”

“무슨 짓을 해도 혼나지 않으니, 버릇없이 삐뚤어진 아이가 된 거지.”

나는 노조 위원들이 썼던 각종 도구와 천막을 옆으로 치우고 사장 의자에 앉았다.

“아무리 그래도 상상하고 너무 달라서 말이 안 나온다.”

경복이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모님이 너에게 이곳을 넘긴 이유가 다 있네.”

“백화점 달라고 했으면 주겠냐? 아니면 유통을 달라고 하면 주겠냐? 이것뿐이 없었어.”

“아··· 드라마처럼 미인 비서가 타 주는 커피를 멋지게 마시려고 했는데. 영 김빠지네.”

나는 눈에 힘을 주었다.

“어깨에 힘을 줘. 이제 시작이야!”

이때 사장실 문이 열리더니 작업복의 50대 아저씨와 술 냄새가 나는 인상 더러운 사내 2명이 들어왔다.

보고서에서 봤던 노조 위원장 장두식과 노조 위원들이었다.

노조 위원장은 이쪽을 눈으로 낮게 깔아보면서도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사장님이 처음 출근했는데 우리 애들이 정문에서 못 알아본 모양입니다. 송구합니다.”

노조 위원장 장두식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온 사장을 쫓아낸 장본인이었다.

어차피 부딪칠 놈이니 강하게 보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누군데 노크도 없이 사장실에 막 들어옵니까?”

노조 위원장 장두식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으나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곳의 노조 위원장 장두식입니다. 새로운 사장님이 출근했다고 해서 이렇게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나는 자연스럽게 사장 의자에서 일어나 장두식과 힘있게 악수했다.

손에 힘이 들어가며 상대의 눈을 바라보았다. 기싸움이 이미 시작되었다.

“반갑습니다. 같이 일하게 될 사장 김성열입니다.”

“이렇게 젊은 분을 사장으로 모시게 될 줄 몰랐습니다.”

“그룹 인사라는 것이 원래 예상 밖의 일이 많지요.”

장두식은 내 얼굴을 보더니 슬쩍 말을 던졌다.

“회장님의 핏줄이라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나는 순간 노조 위원장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이 새끼가 처음부터 일부러 선을 넘고 있었다.

능력도 없는데 회장님의 핏줄로 내려온 낙하산이라는 말투였다.

“내가 만만해 보이십니까? 노조 위원장님. 단어 사용에 유의해 주세요. 회장님의 핏줄? 그것이 지금 사장한테 할 소리입니까?”

“제 말에 오해가 있는 모양입니다.”

“뭐가 오해입니까?”

내가 무섭게 노려보며 다가오자 노조 위원장의 표정도 굳어졌다. 싸가지 없는 놈들은 원래 참을성도 없었다.

“회장님의 인척이라는 사실이 틀렸습니까? 맞는 말이지 않습니까?”

“회장 친척이라고 날아온 낙하산 새끼들은 능력 없다고 전 사장 얼굴에 소리친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나에게도 하려는 것입니까?”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럼 내 능력만 물어보면 되지 왜 가정사를 물어봅니까? 그 정도로 나랑 친합니까?”

위원장 장두식은 순간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 새끼 만만한 놈이 아닌데?

“저는 도와 드리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삐딱하게 나오시는군요.”

나는 사장실 테이블 상석으로 앉아서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리고 위원장에게 턱으로 아래의 의자를 가리켰다.

“저기 앉으세요. 도와준다고 하니 일단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상석에 앉았으나 임원 회의 테이블 위에 소주병과 과자 부스러기가 가득 눈에 들어왔다.

순간 화가 나서 뒤에 서 있는 노조 위원 사람들을 보면서 눈에 불을 켰다.

“남에 방에서 술을 처먹었으면 치워야 할 거 아니야! 이 씨발놈들아!! 모가지 날아가고 싶지 않으면, 당장 이 쓰레기 들고 밖으로 나가!”

나의 박력에 뒤에 서 있던 노조원들이 움찔하며 노조 위원장의 눈치를 보고 쓰레기와 술병을 주섬주섬 치웠다.

그놈들이 가까이 오자 입에서 술 냄새가 강하게 풍겼다.

“지금 오후 3시가 넘었는데 입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은 뭐야? 회사를 놀러 다니냐?”

어제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겨우 늦은 점심시간에 일어났는데 또 해장하며 소주를 2병이나 마셔, 놈들의 온몸에서 역겨운 술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개새끼들. 주도의 기본이 없어.

나는 인상을 쓰며 노조 위원장을 보면서 말했다.

“내가 저런 놈들을 데리고 일을 해야 합니까? 중장비는 물론이고 화약도 쓰는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음주가 웬 말입니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회사가 엉망이네요. 안전교육부터 다시 해야겠습니다.”

노조 위원장은 헛기침하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험한 일을 하다 보면 술이 과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저놈들에게 단단히 주의를 시키겠습니다.”

노조 위원장 장두식의 눈치를 받은 노조 위원들이 급하게 쓰레기를 치우고 나가자,

나는 그들을 향해서 강하게 소리쳤다.

“위원장님께서는 이제 나가시고, 서진식 상무에게 업무보고 준비해서 들어오라고 하세요.”

나는 노조 위원장에게 바로 축객령을 내렸다.

씨발놈아. 넌 내 아랫사람이야.

꺼져!!

나는 일단 말로 선빵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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