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헬기가 라멘다 늪지 위를 몇 차례 돌았다.
하지만 온통 홍수가 쓸고 지나가, 착륙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빛이 나는 곳에, 줄사다리를 내리고 바로 금을 캘까 생각했지만.
그러면 카메라에 너무도 쉽게 금을 발견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아.
외각에서 걸어 들어가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일단 딱딱한 땅이 있는 늪 외각에 헬기를 착륙시켰다.
우리는 외각에서 늪지대 안으로 20분쯤 힘겹게 걸어 들어갔다.
보인다···.
드디어. 내 눈에 금빛이 확실하게 보였다.
이때 태경이가 카메라를 내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마. 씨앗이 쓸려 내려간 것은 아니겠지?”
나는 숨겼던 웃음을 터트렸다.
“흐흐흐. 내 눈앞에 존나 큰 빛이 보인다. 내가 봤던 빛 중에 가장 밝다.”
태경이의 얼굴이 같이 확 밝아졌다.
“빨리 이야기 해주지, 괜히 쫄고 있었잖아.”
힘겨운 표정의 제시카 PD가 물었다.
“에디! 아직 멀었어요?”
“5분만 더 들어갑시다.”
나는 얼마 정도 더 들어가다가 쓰러진 나무 사이의 공터에 당당히 멈춰 섰다.
그곳 땅은 물에 젖었으나 다행히 물에 잠겨 있지 않았다.
“이곳에서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아주 강한 뭔가 있어요.”
“여기에 뭐가 있는데요?”
나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금이 있습니다. 아주 큰 것으로”
제시카가 아무리 땅을 살펴도 다른 곳과 특별한 차이를 찾을 수 없었다.
“제 생각에 사금이 있을 만한 장소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금이 있습니다.”
나는 무전기로 맥스먼 기장에게 말했다.
“맥스먼 기장님! 장비를 이곳으로 보내주세요.”
-확인.
헬기가 이쪽으로 날아와 그물주머니에 있는 각종 채굴 장비를 내렸다.
“채굴을 시작하겠습니다.”
나와 호프만이 전동식 해머 드릴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땅을 파자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되었고 얼굴에서는 땀이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힘든 줄 몰랐다.
파면 팔수록 점점 강렬한 빛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곧 보입니다.”
내가 큰 소리로 말하자 카메라가 가까이 다가왔다.
곧 곡괭이와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탱!!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이제 손으로 땅을 조심스럽게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딱딱한 뭔가를 손으로 만질 수 있었다.
“금이다!!”
금광석 끝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곡괭이와 호미로 파 내려갈 때마다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바위 같은 엄청난 크기의 금덩이였기 때문이었다.
중간에 너무도 힘들어서 호프만과 태경이 그리고 구경 온 맥스먼 기장까지 불러 금을 파게 했다.
그리고 5시간 만에 완전한 모습의 금덩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모양은 아래쪽은 뾰족하고 위쪽은 둥근 모습이었다.
둥근 쪽을 아래로 해서 땅에 세웠더니 균형이 잡혔고
마치 모형으로 만든 산 같은 모습이었다.
“에베레스트 같다.”
에베레스트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이야기했고
이 금덩이의 이름은 ‘에베레스트’가 되었다.
다들 압도적인 크기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나는 장비를 쌓아 놓은 곳에서 대형 저울을 가지고 왔다.
금을 발견할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미션이 정한 150kg 이상의 무게가 나올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나와라!!! 강호동!!!
“무게를 확인해 봅시다.”
눈에 보이는 금은 엄청난 크기였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어 가슴이 떨렸다.
4명의 장정이 힘을 합해 겨우 저울에 올려놓았다.
바로 저울의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고 놀라운 숫자가 찍혔다.
232Kg
나와 태경이는 그 숫자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서로를 끌어 앉았다.
“씨발 넘었어!!! 150kg 넘었다고!!!”
“그래 씨발 넘었다!!!”
금을 발견하였을 때는 그렇게까지 웃지 않았는데 무게를 확인하고
나는 너무도 기뻐서 옆에 있는 제시카와 호프만 그리고 기장까지 모두 끌어안았다.
잠깐 미션창을 확인했는데 역시나 미션은 통과해 있었다.
태경이가 갑자기 정색하고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션 통과했어?”
“당연히. 성공했지.”
“잠깐. 우리 마스크 쓰자.”
태경이가 갑자기 뒷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더니 내 입에 씌웠다.
“이제 마스크를 절대 벗지마.”
“내가 마스크를 왜 써?”
태경이는 정색하며 눈을 크게 떴다.
“코에서 황금 씨앗이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떻게? 그러니까 마스크 차고 있어.”
씨앗이 튀어나오기 전에 약간 코가 간지럽고, 목에 뭔가 낀 것 같은 이물감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느낌이 없는 것으로 보아 지금 당장 ‘황금 씨앗’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씨앗이 나올 때 느낌이 있어. 지금은 아니야.”
나는 과감하게 마스크를 벗었다.
이때 나의 눈에 크고 작은 빛들이 들어왔다.
황금의 씨앗에 이끌려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온 금조각들이었다.
땅속에서 집게손가락만 한 크기의 금조각을 쑥하고 꺼내 들었다.
최소 3천만원 정도는 되어 보였다.
나는 그것을 호프만에게 주며 말했다.
“이것은 에밀리 선물입니다. 전달해 주세요.”
땅속에서 엄지발가락만 한 금조각 하나를 꺼내서 호프만에게 다시 주었다.
“이것은 호프만 당신 선물입니다.”
“정말 저에게도 주는 것인가요”
“방금 땅을 판 수고비입니다.”
순간 조개 캐는 아주머니가 되었다.
나는 땅속에서 바지락 캐듯 주변을 돌아다니며 굵직한 금조각을 뽑아 올렸다.
경복이와 태경이 것은 물론이고 제시카와 카메라맨 그리고 맥스먼 기장에게까지 금조각을 뽑아주었다.
최소 몇천만 원짜리 금덩이였으므로 모두 입을 다물 줄 모르고 웃었다.
나는 땅속에서 굵직한 금덩이를 몇 개 더 뽑아냈고 호프만을 불렀다.
“이곳에 사람을 보내서 사금을 캘 수 있겠죠?”
“물론 가능합니다.”
“이 근처 전부를 확인할 필요 없어요. 에베레스트가 나온 곳에서 지름 20m 정도만 워터링 하면 됩니다. 그 이상은 필요 없어요.”
“그 정도라면, 2일 안에 다 채굴할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에밀리 팀을 쓰고 나오는 금의 20%를 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확인해 보고 추진하지요.”
모든 장비를 이곳에 두고 안전그물에 ‘에베레스트’ 금덩이만 실어서 헬기에 연결했다.
처음 계획한 대로 호주에서 가장 큰 금 거래소로 금덩이를 가져가려고 했다.
그런데 제시카 PD가 몇 곳에 전화하더니 나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호주의 가장 큰 경매회사인 데이먼&테론에 경매를 올리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었다.
금 거래소로 가면 금을 녹여서 금괴를 만들고 금값만 받게 되는데,
경매하게 되면 마치 예술 작품처럼,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큰 원석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니 본연의 금 가격보다 비싼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제시카 연락해 주세요.”
“일단 시드니로 가죠. 경매회사의 차량이 헬기 착륙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맥스먼이 모는 헬기가 그 어느 때 보다 조심스럽게 날아올랐다.
안전그물에 아기를 태우고 나는 심정으로 부드럽게 운전했다.
그리고 1시간을 날아 헬기 착륙장에 도착했다.
헬기 착륙장에는 이미 경매회사에서 보낸 트럭이 와 있었다.
데이먼&테론 경매회사의 경매 대리인 ‘길버트’가 착륙장에 대기하고 있었다.
길버트는 에밀리에게 ‘악마의 심장’도 위탁받은 사람이었다.
“데이먼&테론의 길버트라고 합니다. 우리 회사에 연락하여 주셔서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나는 길버트와 가볍게 악수했다.
“에드워드 김입니다.”
“제시카에게 들었지만, 설명이 너무도 엄청나서··· 제 눈으로 확인해도 되겠습니까?”
길버트는 바로 천으로 감아진 ‘에베레스트’라는 금덩이를 확인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너무 엄청나서 뭐라 말하기 어렵군요. 제가 의뢰받았던 물건 중 단연 최고입니다.”
“232kg의 금 원석이고 85.9%의 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가 보다 얼마나 더 받을 수 있겠습니까?”
“기존 금원석 경매가가 금 가격보다 10~20%를 더 받았는데 이 정도의 크기라면 그것보다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일단 사무실로 가서 ‘에베레스트’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이 금덩이 이름을 에베레스트라고 지었나요?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길버트는 긴장한 얼굴로 회사에 전화하여 상세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금방 무장 호위 차량 2대와 장갑 트럭이 들어왔다.
그리고 에베레스트를 장갑 트럭에 실어서 회사 금고로 가지고 갔다.
우리는 시드니 남쪽 바닷가가 보이는 5층의 건물의 데이먼&테론 경매회사로 들어갔다.
길버트의 사무실은 오크 나무로 꾸며 져서 그런지 무게가 있고 고급스러웠다.
게다가 멀리 한눈에 들어오는 시드니 바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나는 한동안 창문 밖의 자연을 감상하다가,
금방 정색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금발의 미녀 비서가 커피를 내려놓았다.
“저희 데이멘&테론은 호주 최고의 경매회사입니다. 먼저 우리 회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 감사드리며,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하겠습니다.”
나는 긴 서론을 자르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설명은 되었고 수수료부터 말씀하시지요.”
길버트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부자 중 성격이 까칠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우리 회사의 공식 수수료는 5%입니다.”
“상당히 비싸군요.”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어느 회사보다 비싼 낙찰가를 받아 낼 수 있습니다.”
상대의 장담 따위는 필요 없었다. 결과가 중요한 것이었다.
“금값보다 30%의 이상의 가격을 받으면 5%를 드리지만, 그 이하라면 2%를 드리겠습니다.”
“40% 이상이라면 8% 어떻습니까?”
길버트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중국이나 중동 분들이 금을 아주 좋아하시지요. 미국에도 금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객 리스트에 있는 분들은 그 이상의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분들이지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멀리 시드니 해변을 바라보았다.
무표정했으나 마음속으로는 활짝 웃고 있었다.
나이스!!! 40%나 더 받을 수 있다면 땡큐지.
길버트는 능력 있어 보였고
금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것보다 경매가 훨씬 좋아 보였다.
하지만 너무 쉽게 대답하면 가벼워 보일 것 같아서, 내일쯤 대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길버트가 조금 조급함을 느끼더니 다른 제안을 추가했다.
“에드워드 씨가 개인 자격으로 호주에 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희에게 의뢰를 맡기면 법인을 세울 수 있게 도와 드리겠습니다.”
“법인이요?”
“앞으로 호주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갑자기 호주에 들어온 사람이 법인을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그리고 앞으로 호주에서 사업을 하실 생각이라면 법인으로 일하는 것이 좋습니다.”
“㈜엘도라도 호주 법인을 세워준다는 말씀입니까?.”
길버트의 표정이 더 부드러워졌다.
“한국에 법인이 있으면 좀 더 쉽게 가능하겠습니다.”
“마음에 드는 제안이군요.”
나는 바로 계약서를 작성했고 호프만과 제시카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리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낙찰금액이 얼마나 될까?
엄청난 금액을 머릿속에 그리며 사무실에서 나왔다.
우리는 호프만의 차를 타고 성세바스찬 병원으로 갔다.
경복이는 벌써 퇴원하여 에밀리의 병실에서 놀고 있었다.
그래 파이팅이다!! 새끼야.
난 원래 서양물(?)은 안 본다.
혹시 나는 친일파인가?
각자의 취향은 존중해 주자.
에밀리의 몸이 많이 좋아져서, 우리는 그녀의 저택에 놀러 가기로 약속하였다.
이때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서울 고모의 전화였다.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심각했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니?
“호주에 와 있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나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
“얼마나 심각합니까? 설마 위독하신 것은 아니겠지요?”
-고비는 넘겼다.
“정말 다행이네요.
-긴급 주주 총회가 열릴 예정이다.
“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는데 주주 총회요?”
-회장이 없으니 주주 총회가 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총회 안건은 뭔가요?”
-그룹 대표회장 선출.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유산 상속이 이루어지는 것인가요?”
고모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실려 있었다.
“‘우리집 여사님’과 네 ‘큰아버지 새끼’가 작당을 하고 판을 짰다. 전자와 건설 자동차까지 다 큰아버지에게 넘어가고 나는 부스러기를 줍게 생겼어.”
얼마나 화가 났으면 엄마라고 부르지 않고 ‘여사님’이라 부르고 동생을 ‘네 큰아버지 새끼’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큰일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모르셨다니, 고모님께서 크게 방심하셨군요.”
-내 눈과 귀라고 박아 놓은 놈들 중에 배신 한 놈들이 있었다.
돈으로 매수하고, 본인이나 가족을 협박하면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없겠지.
“역시 무서운 사람들이군요.”
-회장님이라는 안전장치가 풀렸다.
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으니 직접적인 위험이 다가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지.
“고모님께서 저를 찾으신 것은 주식 때문이겠군요.”
-막내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아버지는 이번 일에 끼어들기를 거북해하십니다.”
-나는 당장 그 주식이 필요해. 지금 당장 필요하다고!
“상황을 확인해야 뭐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식을 썩혀서 버릴 거야?
“큰아버지의 승리가 확정적이다면 우리가 고모님께 위임장을 드려서 그분들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가 있을까요?”
고모님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른 사람의 일처럼 말하지 마. 그 마녀가 너희 집에 큰 똥을 싸 놨어. 빨리 치우지 않으면 너희도 위험해!
“그것은 무슨 말입니까?”
-너희 주식 4%의 지분 앞으로 쓰레기 회사를 달아 놓았다. 멍청하게 있다가 난파선 선장이 되어 배와 함께 침몰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저희 앞으로 회사를 준다는 말입니까?”
-앞으로 태어날 3대까지 거지로 만들 수 있는 회사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분들···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러니 당장 한국으로 돌아와.
아버지께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뉴질랜드에서 시드니로 날아와 나에게 전권 위임장을 써서 넘겼다.
“나는 네가 서울에 가는 것을 반대한다. 하지만 반대한다고 안 갈 놈은 아니지.”
“옛날부터 말 안 듣기로 유명했죠. 하하하하.”
사실 아버지는 나에게 주식을 모두 포기하자고 했으나 나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힘이 없으면 더욱 우리를 밟으려고 할 놈들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전권 위임장을 가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그리고 태경이에게 라멘다 늪지대에 남은 금 채굴 확인과 에베레스트 경매건, 골든보이 콘텐츠 제작, ㈜엘도라도 호주 법인 설립에 대한 일을 맡겼다.
태경이는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나보고 이걸 다 하라고?”
나는 라멘다 늪에서 발견한 금덩이를 하나 꺼내 들었다.
언뜻 보며 부처님같이 생긴 주먹 크기의 금덩이였다.
“이것 받아라. 불심으로 대동단결. 부처님의 보우하심으로 일을 다 끝낼 수 있을 거다.”
태경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오. 좋아. 불심으로 대동단결. 나무아미타불이다.”
“종교적 신념에 위배되면, 부처님을 경매장으로 모셔라. 호주 달러로 강림하실 거다.”
“호주 달러가 강림하신다면···. 해야지.”
“소고기 스테이크 배 터지게 먹고 있어라. 금방 서울 다녀올게.”
에밀리와 그녀의 아버지 리처드가 태경이를 도와준다고 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으로 생각했다.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마음을 가볍게 하고 한국으로 떠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는 고모가 수행원들과 함께 나와 있었다.
나는 고모님을 보고 쓴웃음을 지었다.
“마중 나오리라 생각 못 했네요.”
“아버지는?”
“뉴질랜드와 호주에 한달 정도 더 계신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정신적인 충격은 짙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다.
“제가 위임장을 받아왔습니다. 상처가 많은 분이니 이해해 주세요.”
“주주 총회는 내일이다. 할 말이 많아.”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고 얼굴에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호주에서 양놈 음식만 질리게 먹었더니 고모집에서 마신 동치미 국물이 생각나네요.”
“아···. 동치미. 그래.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우리는 수행원 차량의 호위를 받으며 고모의 집으로 향했다.
집안에는 가정부가 온갖 솜씨를 부린 거창한 상이 차려 있었고
나와 경복이는 밥을 각자 3공기나 먹었다.
다 먹고 숨도 제대로 못 쉴 정도였다.
나는 고모가 타 준 커피까지 마셨다.
“아주 잘 먹었습니다.”
“이제 이야기를 할까?”
“아! 고모 선물이 있어요.”
나는 캐리어에서 1m 정도 되는 묵직한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고모에게 내밀었다.
“선물이에요. 고모.”
“선물?”
“요즘 새진리 교회에서 선임 장로 자리를 두고 대법원장 사모님과 신경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것이라면 단번에 승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가 그것을 어떻게 알아?”
“전에 고모집에 갔을 때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들었어요.”
고모님의 눈길이 나의 선물상자로 향했다.
“승기를 잡을 수 있는 물건이라고?”
“상대를 한 번에 찍어 낼 수 있는, 필살기를 쓸 수 있는 물건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고모는 선물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리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한참 동안 나의 선물을 바라보았다.
충격···.
오랫동안 물건을 보고 나서야. 겨우 나에게 시선을 줄 수 있었다.
“정말··· 이것을 나에게 준다는 말이냐?”
“보통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주변 어른께 선물하는 것이 한국의 미풍양속이지요.”
“이 황금 십자가를 나에게 준다고?”
선물상자 안에는 1m 크기의 금과 돌이 섞인 십자가가 있었다.
‘에베레스트’를 채굴하고 주변의 금조각을 확인하다가 찾은 물건이었다.
신기하게도 금덩이가 돌과 뒤엉켜 십자가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주님의 기적을 보여주는 성물이다.”
뭐 성물까지야···.
고모님의 감동한 모습을 보고 이 황금 십자가가 ‘에베레스트’의 파생물이라 말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한마디 던졌다.
“할···할렐루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