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헬기가 어둠을 뚫고 비바람이 미친 듯이 몰아치고 있는 펠리페 로드 위를 날고 있었다.어쨌든 이번 시즌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하늘은 먹구름 때문에 밤처럼 캄캄했고.
폭풍우는 헬기를 거칠게 때렸다.
관광용 헬기였다면 절대 버틸 수 없을 정도의 비바람이었다.
맥스먼 기장이 헤드폰으로 악을 쓰며 소리쳤다.
“연료가 7분 남았어! 더 이상 못 날아!”
그 소리에 나는 더욱 눈을 부릅뜨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아래는 펠리페 로드를 덮친 거대한 물줄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곳이 원래 땅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50t의 K-1 탱크가 있어도 쓸려갈 정도로 물살이 강하게 휘몰아쳤다.
몇 개의 나무가 물살에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호프만이 악을 쓰며 말했다.
“에디! 뭐가 보여요?”
“아직!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호프만은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이었다.
“오! 하나님 도와주세요. 아가씨를 반드시 찾아야 합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더욱 눈에 힘을 주며 밖을 살폈다.
제발 에밀리~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하지만 아무리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연료가 떨어지고 있었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야 했다.
혹시 시간이 넘으면 가장 높은 산봉우리 위에 나를 내려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에밀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태경이 어머니께 태경이가 호주에서 실종되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더욱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눈 한번 깜빡이지 않았다.
제발 한 번만 보여라!!
한 번만······
!!!!!!!!!!!!!!!!!!!!!!!!!!!!!!!!!!!!!!!!
이때 숲 사이로 짧게 노란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금이 내뿜는 빛이었다.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기장! 저기! 저기 빛이 보여요!”
“어디? 어디 말인가?”
“저기!”
내가 손가락으로 금빛이 나는 곳을 가리켰으나 다른 사람 눈에 보일 리가 없었다.
이때 맥스먼 기장이 보조 좌석에 있는 강력한 서치 랜턴을 꺼내 들었다.
“이것으로 비춰봐!”
서치 랜턴을 받아 내 눈에만 보이는 지점을 비췄다.
그러자 한줄기 천상의 빛이 어둠을 뚫고 한 곳을 밝혔다.
지옥에 떨어진 중생을 구하기 위해서 신이 보낸 한 줄기 광명의 빛이었다.
기장은 물론이고 호프만도 인상을 쓰며 그쪽을 바라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가 있다는 말이야!”
나는 눈을 부릅뜨고 한번 싸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다.
“사람이 있어요! 확실히! 어서 가요!!!”
그 순간 누군가가 구조를 바라며 권총을 하늘로 계속해서 발사했다.
탕! 탕! 탕!
호프만이 끝내 눈물을 터트리며 말했다.
“권총 소리가 들립니다!”
맥스먼 기장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확인!”
헬기가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이 내려가자 드디어 사람이 보였다.
사람들은 지옥에서 천사를 만난 것처럼 뛰어오르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헬기를 보고 펑펑 우는 사람도 보였다.
에밀리의 팀원들이 서 있는 언덕은, 당장이라도 탁류에 휩쓸릴 것 같이 보였다.
헬기가 더욱 아래로 하강했다.
이제 곧 에밀리도 보이고 태경이의 얼굴도 확인했다.
나의 얼굴이 미세하게 조금 펴졌다.
맥스먼 기장이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랜딩 장소가 물러서 착륙은 안 돼! 사다리를 내려!”
“알겠습니다.”
호프만이 줄 사다리를 내리자 사람들이 힘겹게 사다리를 타고 헬기 안으로 들어왔다. 가장 먼저 버나드가 올라왔다.
“버나드! 에밀리는?”
버나드는 악을 쓰며 말했다.
“팀장님은 마지막에 타신다고 했어요! 말려도 소용없어요!”
버나드는 상처를 입은 듯 머리에 피 묻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줄사다리를 타고 사람들이 계속 올라왔다.
기장은 사람들을 무게 중심에 맞게 반대편으로 옮겨 앉도록 했다.
태경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나와 태경이는 뜨겁게 안았다.
“씨발 새끼!!! 뒤졌으며, 죽여버리려고 했다.”
“웃기지 마! 네 장례식 상주가 나다. 먼저 안 죽어.”
남은 것은 에밀리뿐이었다.
“에밀리!!!
이제 마지막으로 에밀리만 남았으나 그녀는 쉽게 올라오지 못했다.
비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줄사다리를 잡고 올라오는 것은 여자의 힘으로 불가능하게 되었다.
“에밀리! 어서!!”
에밀리는 악을 쓰며 말했다.
“금방 올라가요!”
에밀리의 허벅지를 감고 있는 피 묻은 붕대가 보였다. 혼자 올라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기장을 향해서 소리쳤다.
“맥스먼! 내가 내려가서 에밀리는 데리고 옵니다.”
“서둘러! 시간이 없어!”
나는 전동 크레인 갈고리를 안전 조끼에 걸어서 에밀리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에밀리는 나를 보더니 눈물을 왈칵 쏟았다.
“에디!”
나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아무리 팀장이라도 먼저 타야지! 부상자잖아!”
에밀리는 빗물 속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내가 책임지는 사람들이에요!”
나는 에밀리의 몸을 잡아 사다리로 붙였다.
“알았어요. 내가 잡아 줄 테니 어서 올라갑시다.”
하지만 에밀리의 표정은 엄마를 잃은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미안해요. 에디. 악마의 심장을 이 근처 어디에 묻었는데 모르겠어요.”
금을 묻었는데 지금은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다.
그녀는 출혈 때문에 정신이 점점 아득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에밀리에게 안전 조끼를 입혔다.
그리고 바로 앞, 땅속의 황금빛 확인했다.
나는 미친 듯이 손으로 땅을 팠다.
그랬더니 곧 가방의 손잡이가 보였다.
온 힘을 다해서 손잡이를 들어 올리자 가방이 쑥 튀어나왔다.
나는 달려가 에밀리의 품에 가방을 안겼다.
그러자 에밀리의 표정이 잃어버린 엄마를 다시 찾은 것처럼 밝아졌다.
“사다리를 꽉 잡아요!”
안전갈고리를 에밀리의 조끼의 고리에 걸었다.
그리고 사다리에 올라, 악을 쓰며 소리쳤다.
“맥스먼!! 출발!!”
헬기는 급하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안전고리 때문에 떨어지지 않겠지만 줄사다리에 매달려서 가는 것은 너무도 두려웠다.
그래도 나는 덜덜 떨고 있는 에밀리는 보호하듯 그녀를 꼭 안으며 줄사다리를 잡았다.
비바람이 불어 눈을 뜰 수도 없었다.
죽을 다해 그녀를 품 안고, 사다리를 꽉 쥘 뿐이었다.
“에밀리! 조금만 버텨!”
맥스먼 기장은 5분쯤 공중을 날다가, 물이 잠기지 않은 언덕길 펠리페 로드의 아스팔트 도로를 발견하고 그곳에 조심스럽게 착륙했다.
에밀리는 착륙하자마자 긴장이 풀리며 주저앉았는데,
내가 간신히 부축하여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에밀리 정신차려!”
에밀리는 온몸을 던지듯 안겨 왔다.
“고마워요. 에디!!”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나를 꽉 안으며 깊게 입맞춤을 하였다.
헬기에 타고 있었던 태경이가 그 장면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자연재해로 나라가 어려운데, 어디서 연애질이야?”
“안 죽었냐?”
태경이는 눈이 가늘게 웃고 있었다.
“나 입이 가벼운 것 알지?”
“생명의 은인을 협박하는 거냐?”
“그런가? 그럼 못 본 거로.”
나는 다친 에밀리를 헬기 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온몸이 젖어 입술이 파랗게 변해 있었다.
호프만은 자신의 옷을 벗어서 에밀리에게 감싸주고 외쳤다.
“성세바스찬 병원으로 빨리!”
헬기는 전속력으로 시드니를 향해서 날아갔다.
병원에 도착하자 에밀리는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2시간에 넘는 큰 수술이었으나 성공적으로 끝났고 바로 특실로 들어갔다.
태경이도 종아리에 제법 깊은 자상이 있어서 바늘로 꿰매고,
경복이가 누워 있는 2인실에 들어왔다.
우리는 궁금한 것이 많았으나, 태경이는 뽀송한 침대에 눕자 바로 잠들었다.
나도 행복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밥도 안 먹고 거의 12시간 동안 깊은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태경이의 무용담이 펼쳐졌다.
자신이 유대인을 이끄는 모세처럼 팀원들을 이끌어 모두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구해줘서 겨우 살아남은 주제에 뭐 그렇게 큰소리야?”
“방송 분량으로 보면 내가 주인공이고, 너는 마지막에 잠깐 나온 조연이야.”
“팀원들 말로는 너 어제 완전 정신 놓았다던데?”
태경이는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눈을 크게 떴다.
“이것들이 배은망덕하게 멘트를 치네. 버나드가 그래?”
“나야 모르지.”
태경이의 눈빛에 힘이 들어갔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확 어제 너랑 에밀리랑 말이야. 흡-”
나는 태경이의 입을 막고 경복이 눈치를 봤다.
“아무 일도 아니야.”
그것은 내가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었다고···
저스트 해프닝~ 하하하···
경복이가 와락 인상을 썼다.
“에밀리랑 뭐? 확실하게 말해!”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
“자수하면 정상참작을 해준다.”
태경이가 턱을 추어올리며 웃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어떻게 했다고?”
“전지전능한 수령님의 모습으로 팀원들을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구해 냈지. 내가 다 봤어. 어벤져스 캡틴 아메리카 같았어.”
“역시 제대로 보았군. 카메라로 찍은 것을 나중에 보여주지.”
나는 태경이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했다.
“조연은 배가 고프니 식당에 다녀오겠습니다.”
“빅맥 세트나 사와. 콜라 큰 거로 사 오고.”
나는 각 잡힌 거수경례를 했다.
“예스!! 캡틴!”
밖으로 나가는 길에 호프만과 마주쳤다.
밤새 에밀리를 간호한 호프만의 표정이 밝은 것으로 보아 그녀의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았다.
“에밀리는 깨어났나요?”
“네. 열도 없고 상태가 좋습니다.”
“다행이군요.”
“에디를 만났으면 하는 분들이 에밀리 병실에 있습니다.”
“누구인가요?”
“에밀리의 부모님입니다. 오늘 새벽에 오셨어요.”
“에밀리의 부모님이라면 인사드려야겠군요.”
“그것이 좋을 것 같네요.”
나는 호프만을 따라 에밀리가 있는 병실로 들어갔다.
에밀리가 있는 병실은 침대가 10개는 들어갈 넓이의 특실이었다. 응접실도 있었고 간병인 대기 공간도 따로 있었다.
에밀리가 나를 보고 활짝 웃었다.
“에디! 어서 와요.”
나는 따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에밀리 몸은 어때요?”
“아주 좋아졌어요.”
“이 정도로 마무리된 것이 정말 다행이네요.”
에밀리는 아직도 감동이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어제 정말 영화였어요. 헬기에서 서치 라이트가 우리를 딱 비추니까 사람들이 환호성을 치고 난리였어요.”
에밀리 옆에 딱 봐도 돈이 많아 보이는 노년의 부부가 보였다.
“아. 내 정신 좀 봐. 우리 부모님이세요.”
나는 서양인처럼 에밀리의 부모님과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에드워드 김입니다.”
어머니가 먼저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으며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야기를 다 들었습니다. 우리 에밀리를 구해줘서 너무도 고맙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목숨을 걸고 날아간 것을 알아요. 큰 용기를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에밀리를 무사히 구할 수 있어서, 신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어머님.”
“제가 어떻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에밀리의 아버지가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악수하는 손은 컸고 힘이 넘쳤다.
“에밀리를 구해줘서 너무도 고맙네. 이 아이는 우리 부부가 어렵게 얻은 보물일세. 아이를 잃을 뻔했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가슴이 뛰고 있어.”
나는 에밀리 아버지의 따듯한 손을 꽉 잡으며 말했다.
“모든 부모님에게 자식은 보물이지요.”
“에밀리는 빛나는 보석이야.”
에밀리는 보석이라 불릴 만큼 빛나는 여인이었다.
“네. 스스로 빛나는 여인입니다.”
아버님은 품속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서 나에게 주었다.
‘레이븐힐 컴페니’라는 회사의 명함이었다.
‘레이븐힐’이라면 얼마 전 뉴스에서 포스코와 철광석 공급 계약을 한 호주의 거대 광산회사였다.
명함의 뒷면에는 전화번호와 CEO ‘리처드 밀’이라는 글자만 쓰여 있었다.
나는 한국 뉴스로 가볍게 입을 열었다.
“한국 포스코와 레이븐 사가 대규모 철광 공급 계약을 맺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중국놈들이 계약으로 우리를 흔들려고 해서, 한국과 계약을 했네. 포스코는 믿을 수 있는 파트너지.”
포스코를 칭찬했는데 한국 사람이라 그런지 내가 칭찬받은 느낌이었다.
“좋은 선택을 하셨군요.”
“파트너를 선택할 때는, 신용이 가장 중요하네. 정치 때문에 상거래가 흔들려서는 안 돼.”
“저도 신용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리처드가 머리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핸드폰의 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물었다.
“미안하지만··· 이 능력은 진짜인가?”
리처드가 보여준 동영상은 골든보이 채널이었다.
아마도 에밀리가 나를 소개하면서 알려준 것으로 짐작했다.
에밀리의 아버지는 내 콘텐츠를 보았지만 믿기 힘들어하는 표정이었다.
“리처드는 제 능력을 믿습니까?”
“아직 무엇이라 판단하기 어렵군.”
“저는 상대에게 믿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신용을 쌓아 나가는 것이지요.”
“나는 딸아이가 상처받을까 걱정될 따름일세.”
내가 리처드에게 숙이고 갈 이유가 없었다.
“저는 제 비즈니스를 할 뿐입니다. 에밀리에게 무엇도 강요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자네 비즈니스는 무엇인가?”
“이제 방향이 잡히고 있습니다. 그 이상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리처드는 순간 멈칫했다가,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군. 초면에 사업 방향을 물어보다니 결례했네. 미안하군.”
“아닙니다. 아직 사업 방향이 선명하지 못한 것이니 이해해 주세요.”
어머니가 리처드의 앞을 막으면서 난처한 얼굴로 다가왔다.
남편의 표정이나 말투가 조금 공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시나 내 마음이 상했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남편이 결례를 범했어요. 미안해요. 에드워드”
나는 어머니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아버지는 딸 주변의 모든 남자를 의심하는 법이지요.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너그럽게 말씀해 주시니 너무도 고맙습니다. 언제 우리집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괜찮은가요?”
“일단. 호주의 급한 스케줄을 마무리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황금 씨앗!!!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것은 다 부차적이었다.
“그래요. 편할 때 꼭 연락해 주세요. 식사를 대접하고 싶습니다.”
리처드도 머리를 끄덕이고 말했다.
“무엇이든 좋으니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연락하게. 에밀리의 은인이라면 나에게도 은인이라 할 수 있지.”
“감사합니다. 리처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나는 가볍게 에밀리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왔다.
부모님이 계시는데 오래 있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때 먼저 인사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제시카 PD였다.
그도 현장에 함께 있다가 헬기로 겨우 빠져나온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너무 정신이 없어서 헬기에 탈 때 제대로 눈인사도 못 했다.
“에디! 여기 있었군요. 고맙다는 인사를 하려고 찾았어요.”
“제시카 PD님은 다치지 않았나요?”
“급류에 휩쓸려 죽을 뻔해서 그런지, 어제 악몽을 꿨습니다. 아주 끔찍했어요.”
“금방 잊을 겁니다.”
“9팀 중에서 7팀에 큰 피해가 있었고 그중 2팀은 아직 행방불명이네요. 불행하게도 세이건도 찾지 못했습니다. 베이스캠프가 급류에 휩쓸렸다고 합니다.”
나의 표정이 급속하게 어두워졌다.
알던 사람이 행방불명 되었다는 이야기는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아···.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빌겠습니다.”
제시카는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털고 한 발 더 다가왔다.
“
“그렇군요.”
“악마의 심장을 발견한 것도 좋았지만 홍수가 현장을 덮치고 헬기로 탈출하는 것은 정말 영화 같았어요. 편집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는 오랜만입니다.”
나는 표정을 가볍게 바꾸며 말했다.
“우승은 우리 팀이겠죠?”
“악마의 심장을 발견한 순간 정해졌죠.”
제시카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상적인 상대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눈빛이었다.
“에디는 다음 시즌에서도 나오겠죠?”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독자 팀을 꾸려보세요. 확실하게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고민해 보겠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인터뷰라도 할까요? 방송에 길게 내보내 줄게요.”
황금 씨앗!
그곳을 먼저 가야 했다.
분명 그곳도 홍수에 쓸렸을 것이었다.
금덩이도 같이 쓸려 내려갔으면 어떻게 하지?
“미안하지만··· 일단 사금 허가를 받아 놓은 늪지대로 가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제시카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받은 땅이 얼마나 엉망인지 아는 모양이었다.
“아. 라멘다 늪지를 선택했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은 저희가 잘 확인도 안 해보고 허가받은 땅이에요. 제 판단으로는 사금 캐기에는 부적합한 땅이니 시간을 주시면 무료로 새로운 땅을 알아보지요.”
“괜찮습니다. 라멘다 늪지는 이미 답사하고 왔습니다.”
“답사했는데 그곳을 선택했다고요?”
“네. 혹시 같이 가시겠습니까? 아마 재미있을 겁니다.”
제시카 PD의 눈빛이 빛났다.
“흠···. 뭔가 다른 것을 본 것인가요?”
“···가보면 알겠지요.”
나는 태경이와 호프만 그리고 제시카와 카메라맨을 데리고 관광 헬기 회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폭풍 속을 함께 날았던 맥스먼 기장을 만났다.
“맥스먼 기장님! 다시 보니 반갑습니다.”
“오~ 골든보이. 유투뷰 채널을 봤어. 자네 엄청난 사람이었더군.”
“기장님 덕에 저희 팀이 살았습니다.”
맥스먼은 활짝 웃었다.
“그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터프한 날이었네.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거야.”
나는 품속에서 3만 달러의 두툼한 봉투를 넘겼다.
“1만 달러를 더 넣었습니다. 돈이 조금도 아깝지 않군요.”
“전에 받은 돈을 와이프에게 줬더니 대접이 좋아. 아침도 차려주고.”
“오늘도 돈을 버실 생각이 있습니까?”
“날씨도 좋은데 거절할 이유가 있나?”
우리는 헬기를 타고 1시간 넘게 날아가 라멘다 늪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늪지는 완전히 강물에 휩쓸려 모든 나무가 쓰러져 있었다.
전에 숲이 있었다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 씨발 좆 됐다.
정말. 황금 씨앗이 쓸려 내려갔으면 어떻게 하지?
“맥스먼 기장님. 조금만 낮게 날아 주세요.”
“오케이. 확인!”
헬기가 늪지대 위를 낮게 날았다.
!!!!!!!!
그리고 곧 강렬한 금빛이 내 눈을 스쳐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오고 웃음이 터졌다.
씨발 있다!! 있어!!!
우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