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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23화 (23/188)

23화

나는 경복이가 누워 있다는 야외 간이침대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한눈에 봐도, 경복이의 얼굴과 오른쪽 다리가 크게 부어 있었다.

왼쪽 눈은 부어서 눈이 감아지지 않을 정도였다.

의학에 대해서 문외한인 나의 눈에도 문제가 심각해 보였다.

경복이가 놀랄까 봐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말했다.

“몸은 어때?”

경복이의 말은 엄살이 아니었다.

“어지럽고 열이 난다. 죽을 것 같아.”

“도대체 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모르겠어. 일단 다리가 제일 아파.”

“다리?”

나는 급하게 대검으로 신발과 바지를 찢었다. 그랬더니 발목에 선명한 이빨 자국이 보였다.

정말 뱀에 물린 것이었다.

“버나드. 독사에게 물린 건가요?”

버나드가 이빨 자국을 자세히 보더니 눈이 커졌다.

이것은 브라운이나 타이거 스네이크의 이빨 자국이었다.

“독사인 것 같아요. 빨리 치료해야 합니다.”

나는 옛날 TV에서 본 것이 기억나서 대검으로 독사에게 물린 곳을 째고 피를 빨아내기 시작했다.

금방 입 주변이 피범벅이 되었으나 계속해서 피를 빨아냈다.

“언제 물린 거야?”

“모르겠어. 새벽에 따끔한 기분이 있었어.”

“미친 새끼야!!! 바로 이야기해야지!!!”

“호주 모기에 물려 아픈지 알았지···.”

경복이는 이제 얼굴색까지 검게 변했다.

금방 에밀리가 도착하였고 경복이가 뱀에 물린 것을 알았다.

에밀리는 내가 뱀독을 빨아내는 것을 보고 어깨를 당겼다.

“에디! 입으로 피를 빨아내면 안 돼요! 함께 중독될 수 있어요.”

“경복···아니. 클라크가 위험해요. 독사에 물렸어요. 에밀리.”

“알았어요. 잠시 비켜봐요.”

뱀 물린 상처를 바라보던 에밀리가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물린 자국을 봐서는 아무래도 타이거 스네이크 일 것 같아요. 빨리 병원에 가야 해요.”

나는 경복이를 업으려고 했다.

“어서 가요. 내가 운전합니다.”

“아니요. 구급 헬기를 부를 겁니다. 그리고 그 전에 먼저 혈청과 해독제를 주사해야겠어요.”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해독제요? 여기에 그런 것이 있나요?”

에밀리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금을 캐다 보면 독사나 전갈 등에 물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호프만이 혈청과 범용 독사 해독제를 가지고 왔다.

에밀리는 익숙한 솜씨로 혈관에 해독제와 혈청을 주사했다.

그리고 진정제와 수액을 달았다. 그랬더니 순간 야전 병상이 만들어졌다.

그 사이에 버나드가 위성 전화로 통화를 몇 번 하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성세바스찬 병원 구급 헬기가 50분 뒤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경복이의 얼굴은 혈청과 해독제가 도는지, 조금은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 죽냐?”

나는 일부러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죽으면 내가 에밀리 꼬실 건데, 죽을 수 있냐?”

“씨발···. 내가 그런 꼴은 죽어도 못 보지.”

“그래. 단단히 마음먹어. 그리고 혈청하고 해독제를 맞았으니까 금방 좋아질 거야.”

경복이는 눈을 감았다.

“···괜찮아지겠지?”

씨발놈아. 눈감지 마!! 무섭잖아.

“병원 헬기가 금방 온다니까 걱정하지 마라.”

“졸립다···.”

나의 눈동자가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잠자도 되나?

그랬더니 에밀리가 머리를 끄덕였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지났을 때, 멀리서 헬기 소리가 들렸다.

에밀리가 경복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클라크! 병원에서 쉬고 있으면 찾아갈게요.”

“You are my angel···”

죽어가면서 깡영어로 작업을 하다니···.

이길 수가 없다.

“What? 클라크!”

나는 경복이를 들것에 들어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죽어가면서도 작업 치는 깡영어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에밀리는 내 거다. 새끼야.”

“병신아. 저승 사자한테 더 살아도 되겠냐고 허락이나 맡고 와라.”

응급 헬기에 경복이를 먼저 태우고 나와 호프만이 탔다.

에밀리도 타고 싶었으나 현장을 관리해야 할 사람이 필요했기에 그녀는 남았고,

경복의 눈동자는 아쉬워했다.

죽어 가는데, 아쉬워해?

죽지는 않을 모양이네···.

응급 헬기를 타고 온 거대한 흑인 의사가 경복이를 살피더니 머리를 끄덕였다.

해독제와 혈청은 물론이고 수액과 진정제까지 달아 놓은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응급 처치가 완벽합니다.”

호프만이 한마디 했다.

“타어거 스네이크 계열입니다.”

“알겠습니다.”

거대한 흑인 의사는 우리가 달아 놓은 수액에 주사를 하나 추가하고

의약 용어를 몇 개 더 이야기하자 간호사가 산소마스크를 입에 씌웠다.

그리고 헬기는 빠른 속력으로 날아서 성세바스찬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응급실 의사에게 물었다.

“이 친구 상태는 어떻습니까?”

응급실 의사는 가벼운 얼굴로 말했다.

“이미 처치가 완벽해서,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죽지 않는다는 말이죠?”

“응급 처치가 완벽한데 병원까지 와서 죽으면 안 되죠.”

호프만이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더니 2인 병실을 잡았다.

한쪽 침대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1인실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곳이었다.

혈청과 해독제를 몇 시간 동안 맞은 경복이는 금방 정상에 가까울 정도로 부기가 빠졌고

말하는 것이나 행동이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것저것 검사를 하자,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다.

병원 안 식당에서 햄버거로 대충 늦은 점심을 때우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전화하셨다.

-여보세요? 아들 별일 없지?

순간 경복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다가

경복이네 식구들이 당장, 이 병원으로 달려올 것 같아서 입을 닫았다.

경복이의 상태가 금방 좋아질 것이라는 말을 의사에게 여러 번 확인했으니,

그놈이 직접 부모님께 연락 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예.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버지.”

-참 다행이구나.

“지금은 점심시간인가요? 오늘은 어디 일정이에요?”

-오늘 뉴질랜드 일정은 모두 취소되어서 호텔로 들어왔다.

“왜 일정이 취소됐어요?”

-무슨 비바람이 그렇게 몰아치는지, 유람선을 타러 갔는데 엄청난 파도가 몰아쳐서 오후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그렇게 날씨가 안 좋아요?”

밖을 보았는데.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생각해 보니 호주와 뉴질랜드는, 한국과 일본만큼 떨어진 먼 곳이었다.

-내일까지는 폭풍이 분다고 해서 호텔에서 쉬기로 했다.

“힘들면 조금 쉬었다가 가는 것도 좋지요. 룸서비스로 드시고 싶은 것 있으면 시켜 드세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있으면 먹겠지만 그런 것 아니면 별로 먹고 싶지 않구나.

“하하하 저도 김치 구경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너도 고생이 많구나.

“가이드에게 말해서 한국 식당 한번 가자고 이야기하세요.”

-그래 알았다.

“스케줄 바뀌면 다시 연락해주세요.

-너도 다치지 않게 일하고 또 통화하자.

태풍 따위는 걱정하지 않는다.

여동생이 사고 칠까 그런 것이 더 무섭다.

나는 남은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입속으로 쓸어 넣고 병실로 가니

경복이가 멍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어디 다녀와?”

“햄버거 하나 주워 먹고 왔다.”

“맛있냐?”

“호주 음식은 왜 다 짜냐?”

이때 TV에서 일기예보를 하고 있었다.

큰 관심 없이 지켜봤는데 남극 쪽에서 뉴질랜드 쪽으로 비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호주와는 별 관계없었다.

경복이가 힘없는 얼굴로 말했다.

“TV에서 뭐라고 떠드는 거야?”

“저기압이 만들어져서, 뉴질랜드 쪽에 비바람이 강하데.”

“엄마가 어제 뉴질랜드에 계시다고 했는데···”

“그래서 모두 호텔에서 쉬고 있다고 하네.”

경복이의 눈이 순간 커졌다.

“···혹시 나 뱀 물렸다고 하지 않았지?”

“말하면 너희 어머니께서 가만히 계시겠냐? 수영해서라도 이곳에 오려 하시겠지.”

“그래. 그러니까. 절대 비밀이다.”

“다 나으면 네가 직접 말씀드려라.”

이때 호프만이 밝은 얼굴로 돌아와 검사표를 나에게 넘겼다.

“의사 선생님이 피검사를 했는데 이틀 이내에 퇴원할 수 있다고 하네요.”

“좋은 소식이네요. 수고했어요. 호프만.”

“우리 팀장님이 꼼꼼히 살피라고 엄명을 내렸으니 당연히 그래야죠.”

나는 호프만에게 시선을 잠깐 주고 웃었다.

“로맨틱 영어 공부하게 금발의 미녀 간병인으로 하나 붙여주세요.”

“로맨틱이요?”

“클라크가 호주에서 자꾸 로맨스를 꿈꾸네요.”

호프만이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젊은 사람의 특권이죠.”

나는 머리를 끄덕이고 조금 걱정되는 얼굴로 호프만을 바라보았다.

“제가 없는데 현장은 어떻게 돌아가지요? 작업할 곳에 깃발도 못 꽂고 왔는데.”

“에디가 없으니까 스코어가 바닥이라고 연락 왔어요.”

“역시 그렇군요.”

“지금은 작업 중지하고 이동 준비하고 있어요. 내일 에디가 오면 그때 다시 작업을 시작한다고 하더군요.”

“차를 구해서 가면 내일도 작업은 못 하겠네요.”

“내일 아침에 헬기를 예약해 놓았습니다. 헬기로 가면 금방입니다.”

오 헬기~ 호주는 역시 스케일이 다르네.

“차 타기 싫었는데, 정말 좋은 소식이네요.”

나는 냉장고에서 콜라를 꺼내 시원하게 마셨다.

아 전 세계 공통적인 코카콜라의 맛.

배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경복이가 손을 내밀었지만 환자의 손을 치며 말했다.

“문명의 독약은 환자에게 좋지 않아.”

“콜라. 한 모금만···.”

“뱀독에는 콜라가 안 좋데.”

“지랄 말고, 한 모금만 줘.”

우리는 호프만이 나가서 사 온 테이크아웃 스테이크로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잘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빵빵 터지는 와이파이를 느끼며 핸드폰으로 이것저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피곤했는지 금방 잠이 쏟아졌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졌다.

오랜만에 지붕 아래서 잤더니 너무도 평온하다.

이것은 빗소리?

그랬더니 더 잠을 자고 싶다.

응? 비?

휘이이이이이이잉~~ 솨아~~

강한 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에 벌떡 잠에서 깼다.

창밖을 보니 엄청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병원 밖은 홍수가 난 것처럼 도로가 물에 반쯤 잠겨 있었다.

이거 꿈은 아니지?

나는 내 얼굴을 가볍게 때렸는데 아팠다.

그리고 순간 멍했다.

이때 호프만이 뛰어와 큰소리로 말했다.

“에디! 팀장님과 전화 통화가 되지 않습니다! 새벽에 통화할 때 비가 심각하게 내려 철수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그 뒤로 연락이 안 돼요.”

“에밀리가 철수한다고 했다고요?”

호프만의 얼굴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 정도로 비바람이 심하게 치고 있었다.

“다시 한번 확인하려고 몇 번이나 통화를 시도해 봤는데 이제 전화를 받지 않아요.”

“에밀리가 있는 곳도 이렇게 비가 오나요?”

“예 호주 남동부 전 지역에 폭우가 내리고 있어요. 폭풍 경보예요.”

“언제 일기예보 봤는데, 그런 내용은 없었어요.”

“갑작스러운 남극기류가 몰려와 그렇다고 합니다.”

일기예보 하는 곳은 한국이나 호주나 똑같이 세금이 아깝다.

나는 태경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제는 위성 전화를 뽑아 들고 다시 에밀리에게 전화했다.

수십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에밀리가 전화를 받았다.

!!!!

“에밀리?”

-에디? 에디는 지금 어디예요?

“병원에 있어요. 에밀리는 지금 어디예요?”

-철수하고 있었는데! 길이 물에 잠겨서 우회로를 찾는 중이에요.”

“지금 위치가 어디예요?”

-펠리페 22번 길인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딘지 모르겠어요.

“GPS 정보를 알려줘요.”

-전자 기기가 오늘 새벽에 낙뢰에 맞아서 작동하지 않아요.

“다친 사람은 없고요?”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요.

이때 태경이가 에밀리의 전화를 뺐더니 강하게 말했다.

-철수준비 하다가 에밀리가 장비에 찔려서 출혈이 있어. 어서 병원에 가야 해. 얼굴이 창백해.

나는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뭐라고? 출혈이 심각해?”

-일단 다리를 단단하게 묶어 놨지만 더러운 장비에 찔려서 감염이 되었을 수 있어.

“철수할 우회로는 찾았어?

-앞뒤로 길이 물에 잠겨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

갑자기 전화기에서 띠띠띠-소리가 나더니 전화가 끊겼다.

심각한 표정으로 지금의 상황을 호프만에게 말하자 그는 공황 상태가 되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나는 순간 어제 예약한 헬기가 떠올랐다.

“호프만!!! 어제 예약한 헬기를 타고, 펠리페 로드 22번 길을 뒤져 봅시다.”

“이미 전화를 해봤는데 오늘은 운항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안 된다고 손 놓고 기다릴 겁니까!!! 당장 가봅시다.”

안되면 되게 하라!! 몰라!

호주 새끼들도 다 군대에 보내야 해!

경복이가 눈을 부릅뜨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드시 태경이 데리고 와라. 태경이가 다쳤다고 어머니께서 말씀 못 드리니까.”

나는 눈을 부릅뜨고 경복이의 손을 꽉 잡았다.

“아무 걱정 하지 마라. 내가 죽어도 반드시 데리고 온다.”

나와 호프만은 어렵게 잡은 택시를 타고 헬기 관광 회사에 도착했다.

직원은 안내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

여직원은 우리가 무슨 말을 해도, 듣는 척도 안 했다.

호프만에 이곳저곳에 전화하더니 개인 관광 헬기를 조종하는 사람과 간신히 통화했고

곧 회사에서 만날 수 있었다.

나이든 헬기 기장은 호프만을 보자마자 화부터 냈다.

“오늘 같은 날은 운항이 안 된다니까!!!”

“맥스먼!!! 꼭 헬기를 써야 합니다. 에밀리가 펠리페 로드에 갇혔어요.”

“이 비바람을 뚫고 나보고 운행하라고?”

나는 이미 시드니 은행에서 돈을 찾아왔다. 그리고 기장을 보자마자 봉투를 내밀었다.

“5천 달러입니다. 당장 갑시다.”

헬기를 한번 이용할 때 500$에서 1000$를 냈으니 5천 달러는 거액이었다.

기장은 돈을 보고 잠깐 입맛을 다셨으나 이 비바람을 뚫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운행하기에 아주 위험한 날씨였다.

목숨을 걸어야 했다.

“돈도 좋지만.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소?”

“돈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나는 품속에서 5천 달러를 더 내밀었다. 그러자 기장의 눈빛이 흔들렸다.

돈이 더 있으면 맥스먼의 입속에, 다 처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필요합니까?”

“아 위험한데···.”

나는 절실한 표정으로 맥스먼을 바라보았다.

“내 동료들을 태워서 돌아오면 성공 보수로 2만 달러를 더 주겠습니다.”

“2만 달러를 더 준다는 말이오?”

“펠리페 로드까지 30분이면 갑니다.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맥스먼 기장은 이를 꽉 깨물고, 내가 내민 2개의 5천 달러 봉투를 잡으며 말했다.

“이 일을 알면, 마누라가 나를 죽이려 할 것이오.”

“보너스를 챙겨 온 것을 알면 기뻐할 것입니다.”

“흐흐흐. 그럴 여자지.”

“오늘의 은혜를 잊지 않을 겁니다.”

“비상 상황이니 이곳에 있는 헬기 중에 가장 튼튼한 놈으로 갑시다.”

기장은 졸고 있는 회사 아가씨에게서 키를 빼앗아 전투용인 UH-60 블랙호크의 민수 버전인 S-70 헬기로 갔다.

보통 관광 헬기와 달리 12명까지 태울 정도로 큰 크기였다.

S-70 헬기의 엔진은 강렬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안내 데스크의 아가씨가 맥스먼에게 뭐라고 화를 냈지만. 맥스먼은 아주 멋지게 말했다.

“fuck you”

욕을 하는 것에, 이렇게 감동할 수 있을까?

마음이 울컥했다.

땡큐. 맥스먼.

헬기가 묵직하고 힘있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펠리페 로드를 향해서 전속력으로 날아갔다.

그사이 나는 계속해서 에밀리에게 위성 전화를 걸었다.

20분쯤 계속 연락했을 때 에밀리가 덜컥 전화를 받았다.

받았다! 받았어!

나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에밀리 어디에요?”

-에디?!

“그래 납니다! 지금 어디야 있습니까? 헬기를 타고 가고 있어!”

-헬기요? 헬기라고 말했어요?

“20분 안에 펠리페 로드에 도착합니다.”

에밀리는 잘 안 들리는 듯 악을 쓰며 소리쳤다.

-도로에 물이 차올라서 차를 버리고 길가 한 언덕으로 올라왔어요! 빨리 와야 해요! 이곳도 물이 차오르고 있어요!

“금방 갑니다. 그러니 기다리세요.”

다시 전화가 끊겼다.

S-70 헬기는 군용 베이스라서 폭풍우를 뚫고 거침없이 펠리페 로드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황스럽게도 펠리페 로드가 모두 물에 잠겨 어디가 도로이고 어디가 숲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을 본 맥스먼 기장이 악을 쓰며 소리쳤다.

“이런 곳에서 사람을 어떻게 찾아!!!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나는 악을 쓰며 말했다.

“펠리페 로드에 있다고 했습니다!!”

“펠리페 로드만 50Km야. GPS 정보가 있어도 찾기 쉽지 않아! 그리고 연료가 많지 않아. 앞으로 15분 정도 있으면 무조건 돌아가야 해!”

나는 눈을 부릅떴다.

“15분이요?”

맥스먼은 비행시간만큼은 조금도 양보할 마음이 없었다.

“그래 15분!! 무조건 15분이야!”

“너무 시간이 부족합니다!!”

“다 같이 동반 자살할래!!”

나는 비바람 치는 펠리페 로드의 숲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때 위성 전화에 에밀리의 전화번호가 떴다. 그녀가 악쓰는 소리가 들렸다.

“어디에요? 에디?”

“펠리페 로드에 왔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모두 핸드폰 라이트를 켰어요!”

핸드폰 라이트. 멀리서 보면 반딧불보다 작은 빛으로 보인다.

“그 정도로는 보이지도 않아!”

나는 번쩍 강한 생각이 떠올랐다.

“에밀리! 골든보이를 믿어요?”

“뭐라고요?”

“골든보이를 믿냐고요?”

에밀리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에디를 믿어요!”

나는 단호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악마의 심장하고, 지금까지 발굴한 황금을 땅에 묻어요! 그럼 내가 금이 어디 있는지 느끼고 그곳으로 갈 수 있을 겁니다!!”

“금을 땅에 묻으라고요?”

“그래요!”

“저는!!! 골든보이를 믿어요!!!”

에밀리는 이를 악물며 눈물을 참고 손으로 땅을 팠다.

손에서 피가 나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믿을 사람이 에디밖에 없어요! 제발 이쪽으로 와줘요!”

나는 눈을 부릅뜨고 엄청난 비바람이 몰아치는 펠리페 로드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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