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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22화 (22/188)

22화

라멘다 늪지에서

황금 조각과 사금이 가장 풍부한 곳에 황금 씨앗을 심었으니,

충분히 강호동을 뽑을 것 같았다.

만약에 못 뽑으면···?

태경이가 새로운 황금 씨앗을 찾겠다고,

칼을 들고 덤빌까?

‘황금알을 낳는 거위’ 동화책을 본 지식인이라고 했으니 일단 믿어보자··· 씨발.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금은 아주~ 충분히 있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해. 너무 걱정하지 말고 가자.

해가 빠르게 지고 있었다.

그래서 늪지대 안은 빠르게 어두워 지고 있었다.

나는 경복이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나가자. 숲이 음산해진다.”

늪지대로 들어올 때 경복이가 나무에 노란색 페인트를 뿌려 놓아, 나가는 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빠른 걸음으로 숲 밖으로 향했다.

이때 와일드 보어(멧돼지) 여러 마리가 꿀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점점 선명해졌다.

곧 우리가 들어왔던 길에, 어미 멧돼지와 새끼 10마리가 풀뿌리를 먹으면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이때 순간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어미 와일드 보어가 나와 눈이 딱 마주쳤다.

아 씨발. 가깝다.

돼지야··· 우리는 그냥 지나가려고 하는 거야.

와일드 보어 어미가 갑자기 급흥분하여, 앞다리로 땅을 긁으면서 이쪽으로 달려오려 하고 있었다.

어? 잠깐!!

“씨발 좆 됐다!!”

“야!!! 총! 총! 총!!!!”

나와 경복이는 순간 당황하여 총을 손으로 잡았지만

너무 놀라서 안전장치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이때 늪지대에서 검은색 물체가 순간 튀어나왔다.

!!!!!!

그리고 어미 멧돼지를 물고 늪 안으로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거대한 호주 악어였다.

꿰에에에에엑~

멧돼지가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호주 악어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늪 속으로 멧돼지를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멧돼지가 물속으로 들어가자 더욱 발버둥 쳤지만, 완전히 늪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 수면은 잠잠해졌고 비명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새끼 멧돼지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원래 아무 일도 없었던 곳 같았다.

우리 두 명은 순간 얼어서 숨도 못 쉬고 있었다.

내가 겨우 숨을 내쉬며 말했다.

“봤냐?”

경복이가 떨면서 말했다.

“4D로 괴수 영화를 잠깐 봤다.”

나는 경복이의 등을 밀면서 말했다.

“야! 네가 앞장서서 개울 건너라.”

“내가 왜!!!”

나는 눈을 부릅뜨고 경복이의 얼굴을 보았다.

“UDT는 물속에서 다 이긴다며?”

“악어와 싸우는 내용은 교본에 없었어!!”

“몰라! 몰라! 니 총이 더 크니까 빨리 가!”

경복이는 손에 들고 있는 사냥총을 힘주어 잡았다.

“씨발!”

경복이가 늪지 쪽으로 총을 겨누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다가 빠르게 도망쳤다.

으아아아아아아~

그러자 나도 그 뒤를 바짝 붙어서 함께 도망쳤다.

우리가 숲 밖으로 나오자 호프만이 반갑게 웃었는데,

우리는 귀신을 본 놀란 얼굴로 바로 차에 타서 문을 잠갔다.

호프만이 의아한 눈빛으로 우리를 보며 물었다.

“안에서 뭘 봤기에 표정이 그래요?”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네?”

“빨리. 출발해요. 호프만. 고고고!!”

호프만이 랭글리를 몰고 베이스캠프에 도착했을 때 저녁이 막 준비되고 있었다.

태경이가 호주산 소고기에 후추, 소금, 감자, 양파, 버섯가루, 고춧가루를 왕창 넣은 스튜를 만들었다.

놀란 가슴이라 입맛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입에 넣으니 약간 한국의 맛도 나고 맛이 있었다.

“살짝 부대찌개 맛도 나고. 기가 막히는데?”

태경이가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렇지? 역시 MSG가 들어가야 한국의 맛이 산다니까.”

“라면 스프 넣었어?”

“매운 라면 스프 넣었지.”

“그래서 고향의 맛이 나는구나.”

우리는 한국의 맛(?)이 들어 있는 스튜를 마구 먹었다.

어느 정도 배가 차자 바로 잠이 왔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강행군했기에 체력이 바닥났고 졸음이 쏟아졌다.

나는 샤워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초저녁 7시에 잠이 들어서 아침 8시에 일어났다.

총 13시간의 깊은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온몸이 가벼웠다.

모든 팀원이 새벽에 일어나 워터링 기계를 조립하고 있었고 호프만은 급수차를 몰고 강가로 막 출발하려고 있었다.

나는 정색한 얼굴로 호프만에게 악어를 조심하라고 했더니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였다.

맑은 정신으로 주변을 바라보니 작은 금조각 들이 많이 보였다. 사금이 모여 있는 곳도 눈에 들어왔다.

컨디션에 따라서 황금을 보는 눈의 능력도 달라지는 모양이었다.

나는 에밀리에게 자동차 키를 흔들면서 말했다.

“오늘 작업할 곳을 확인하고 올게요.”

나는 경복이가 모는 랭글리를 타고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금이 조금씩은 보였으나 땅을 팠을 때 이익이 나올 만한 곳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금이 모여 있는 곳에는 사람 키만 한 노랑 깃발을 세웠다.

베이스캠프에서 차로 30분 거리 안에.

총 15개의 깃발이 세워졌다.

에밀리는 가장 가까운 곳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포크레인이 깃발이 박혀 있는 곳의 흙을 파서 워터링 기계에 넣었다.

워터링 하기 너무 큰 돌은 따로 골라내어 파쇄기에 잘게 부순 후 워터링 기계에 다시 넣었다.

첫 워터링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긴장하였다.

하하하. 내가 있다면 있는 거라니까. 왜들 긴장하고 그래.

편안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나뿐이었다.

워터링이 끝나고 에밀리가 사금 그릇을 돌려서 확인한 금가루는,

무려, 평소의 20배.

팀원들도 금을 확인하고, 아드레날린이 폭발한 얼굴이 되었다.

결과를 확신할 수 있었으므로, 현장은 어느 때 보다 활기차게 돌아갔다.

이 정도로 계속 사금이 나온다면 세이건이 있는 힐칸재규어 팀을 따라잡고 충분히 1등 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오후 3시쯤에 모든 작업이 끝났다.

하루 만에 1.12kg의 금괴가 만들어졌다.

전에는 1주일을 돌려야 만들 수 있는 양이었다.

에밀리의 표정은 하늘로 날아갈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밝은 미소만큼 팀원들의 표정도 밝아졌다.

우리가 오고 나서 일하는 시간도 크게 줄고,

채굴한 금의 양이 크게 늘었다.

나의 새로운 별명

‘골든 샤먼.’

다들 나만 보면, 머리를 숙이는 동양의 예를 보였다.

그래. 내가 너희들을 황금의 땅으로 인도하리라~

골든보이를 숭배하라.

그렇게 며칠 지났다.

이제 서로 농담도 하고 장난도 쳤다.

하루 일정이 끝나고,

태경이가 포커 카드를 섞으며 유혹의 눈길을 보내자 팀원들이 자석처럼 모여들었다.

태경이의 영어는 레벨이 낮았으나 거침없었다.

스피킹은 무조건 자신감이다.

“배팅 4턴, 5턴, 시드 1$, 배팅 리미트 10$, 오케이?”

아는 영어 단어를 막 던지면서 팀원들과 이야기했는데, 놀랍게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결과는 물론 괴산 타짜 태경이가 싹 쓸었지만, 다 따고 절반을 돌려줘 한국의 정을 호주에 널리 알렸다.

태경아~ 손장난하다 걸리면 워터링 기계에 들어간다.

조심해.

다음 날 손님이 찾아왔다. 책임 PD 제시카 코웬과 카메라맨이었다.

태경이가 제시카에게 어제 사금이 쏟아지는 동영상을 보여주자 ‘엑셀런트’ ‘그레이트’를 연발하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제시카는 나를 도발하듯 바라보았다.

“이제 세이건과 비슷하겠는데요?”

아니 이 양반이 나를 도발할 줄 아네.

“세이건과 비슷할 리가 없지요. 우리가 압도적입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요. 세이건은 쌓아 둔 것이 많아요.”

나는 자신감 있는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사실. 나는 아슬아슬한 것은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그녀는 나의 눈빛에서 뭔가를 눈치채고 다급하게 말했다.

“뭔가 있나요?”

나는 제시카 피디의 눈을 뒤집어 놓을 생각에,

어제 확인했던 곳으로 이동했다.

도착한 곳은 관광지인 소버린 힐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황무지였다.

관광버스가 돌아다니는 것이 보일 정도였다.

우리는 이곳에 멈춰 서서 제시카 PD에게 말했다.

“여기입니다.”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그 흔한 선인장 하나 없었다.

“여기에 뭐가 있습니까?”

“냄새도 나고, 뭔가 느낌도 있어요.”

“골든보이의 육감 같은 것인가요?”

“그것이 가장 좋은 설명 같습니다.”

에밀리가 명령하자 버나드가 트럭에 싣고 온 미니 포크레인이 땅을 파기 시작했다.

사람 키보다 3배쯤 깊은 구덩이를 파기 시작하자,

관광객들이 구경하기 시작했다.

딱 봐도 거창한 뭔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계속 파세요~ 버나드!!

버나드가 가끔씩 이쪽의 신호를 기다렸으나 나는 지켜볼 뿐이었다.

미니 포크레인은 계속 땅을 팠다.

이때 땅속에서 확실한 빛이 보였다.

내가 강하게 외쳤다.

“Stop! Wait!”

나의 시선이 강하게 제시카 PD를 향했다.

“이제부터 한순간도 놓치지 마세요.”

“뭐가 있습니까?”

“당신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버나드가 포크레인을 멈추자,

나는 에밀리를 땅속 가장 깊은 곳으로 밀어 넣었다.

“이번 시즌 주인공은, 바로 에밀리 당신입니다. 즐기세요.”

“확실하죠?”

“100%”

그녀는 야전삽과 곡괭이를 이용하여 땅 팠다.

와 삽질하는 것도 예쁘다···.

10분쯤 땅을 파자 검은색 돌덩이가 보였다.

나는 검은 돌을 보며 활짝 웃었다.

“우리가 찾던 것이 바로 이것이에요.”

에밀리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냥 검은 돌인데요? 에디.”

“고무망치로 때려 봐요.”

다른 돌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였는데 에밀리가 고무망치로 겉면을 몇 번 내려치자 돌 안의 속살이 드러나며 금덩이가 보였다.

그것을 보더니 제시카 PD와 카메라맨은 놀라며 더욱 가까이 와서 금 캐는 모습을 찍었다.

거대한 금광석 + 미녀의 망치질과 땀 + 화의에 찬 미소

그러자 카메라 앵글이 단숨에 살았다.

에밀리는 드래곤의 알을 발견한 것처럼 조심스럽게 금광석을 캐냈다.

아주 묵직한 덩어리의 금이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다.

제시카 PD가 차에서 저울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금광석을 저울 위에 올려놓았다.

전자저울에 나타난 숫자는 놀랍게도 21.34kg이었다. 게다가 87.8% 순도를 가지고 있었다.

무려 10억이 넘는 엄청난 금덩이로 최근 10년간 호주에서 나온 금광석 중 가장 큰 것이었다.

관광객들이 그것을 보고 놀라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었다.

제시카 PD가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와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당신···. 정말 대단하군요.”

나도 제시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저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제시카.”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도 믿기가 어렵습니다.”

“하하하. 땅속에 묻어 놓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가 금 채굴만 10년 했어요. 중간에 사암층과 편마암층도 있었습니다. 절대 묻어 놓은 것이 아니지요.”

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에밀리가 들고 있는 둥근 모양의 금을 바라보았다.

“이번 시즌 우승은 당연하겠지요?”

“방금 금을 캐는 장면이, 이번 시즌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겁니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너무 빠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제시카는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더 놀라게 해줄 것이 남아 있습니까?”

나는 은근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글쎄요.”

아직 황금 씨앗이 남아 있어요. 제시카.

제시카는 작은 카메라를 들고 에밀리에게 소리쳤다.

“월드컵 우승 트로피처럼 포즈를 잡아 봐요.”

나와 에밀리는 금덩이를 잡고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 사진을 찍었다.

호주까지 와서 고생한 것이 이 순간 모두 사라졌다.

우리는 금을 가지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금덩이를 본 팀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너무도 기뻐했다.

이 정도의 금이라면 우승은 떼 놓은 당상이었다.

우승하면 엄청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으니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간 꼴찌를 했던 서러움도 단번에 날아갔다.

다들 캐 온 금덩이를 만져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랫동안 사금을 캔 팀원도 이렇게 큰 금광석은 처음 본다고 하였다.

작업은 바로 중지되었고 파티가 벌어졌다.

바로 냉장실에 있던 고기와 술이 방출되었다.

음식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술과 고기와 웃음이 있으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에밀리도 크게 취해, 나에게 다가와 마구 키스를 하려고 할 정도였다.

에밀리. 나는 너무 좋은데···.

우리 스티브와 클라크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하고 있어.

참아줘.

비서이자 운전사인 호프만이 에밀리를 끌고 가 캠핑카에 넣자,

그녀는 금방 조용히 잠들었다.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그 마음을 발렌타인 18살로 달랬다.

술이 들어가자, 개뻥 대잔치가 시작되었다.

C 구역 라멘다 늪지 무용담이 그 하이라이트였다.

집채만 한 멧돼지와 10마리의 부하 괴수.

자동차를 집어삼키는 거대 악어.

샷건과 콜트로 쓰러지는 거대 괴수.

입으로 영화 한 편을 찍고 있었다.

이때 위성 전화가 왔다.

반가운 전화번호였다.

바로 우리 엄마 전화번호.

“엄마! 여행 잘하고 계세요?”

-아들. 목소리가 힘찬 것이 좋네.

“일이 잘 풀리고 있어서 아주 좋아.”

-나도 우리 아들 덕분에 호강하고 있어.

“우리 사모님 에스코트를 당연히 아들이 해야 하는데 너무 아쉽네. 다음 여행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엄마는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것보다 네 동생이 미쳐서 30만원짜리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괜찮지? 돈 자랑하는 다른 가족이 있어서 네 동생이 질러 버렸다.

“손이 큰, 아름다운 내 동생님 좀 바꿔주세요.”

곧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렸다. 살짝 걱정되는 목소리였다.

-여보세요? 오라비?

“어떤 놈들이 내 동상의 심기를 거슬리게 했나?”

-돈 많다고 깝죽거리는 무리가 있어서 매우 심기가 불편해.

“그래서 30만원짜리 와인을 시켰어?”

-30만원은··· 좀 그렇지···?

나는 버럭 화를 냈다.

“무슨 소리! 우리 가족. 기 안 죽게 300만원 짜리 와인 시켜!!”

-300만원? 미쳤어?

“내가 오늘 뭘 발견한 지 알았다면 그런 말 못 한다.”

-뭘 찾았는데?

“악마의 심장.”

에밀리가 오늘 발견한 금덩이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 금을 발견한 순간 악마가 속삭인 것처럼 혼자 독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동생의 짜증 내는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하는 거야? 악마가 뭐라고?

“동생아! 괴산의 가오가 있지. 강하게 나가라. 뒷일은 내가 책임진다.

-오케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접수. 나 이제 봉인 해제다.

“갑자기 내가 실수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미 늦었어. 브라더.

여동생이 전화를 끊었다.

벌어들일 돈을 생각하면 동생이 쓰는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 존나. 그냥 질러~ 뒤는 이 오라비가 커버해 줄게.

생각해 보면 호주에서 확보한 돈이 꽤 많다.

첫 번째로 에밀리가 이번에 발견한 금 중 많은 비율을 나에게 주기로 했다.

대충 계산해 봐도 최소 1억은 넘을 것으로 보였다.

두 번째로 라멘다 늪지대에 심어 놓은 ‘황금씨앗’이었다.

목표만큼의 금이 나온다면 지금까지 번 돈과 차원이 다른 금액이 쏟아질 것이 확실했다.

태경이가 나의 표정을 보면서 말했다.

“왜 그렇게 행복한 얼굴이야?”

“호주에서의 황금빛 미래를 그려봤다.”

“어때? 그린 라이트야?”

“완전 아우토반이다.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

태경이가 순간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이곳에 금이 많으니, 호주 사업은 계속 진행하겠지?”

“당연히 그래야지. 그런데 왜 표정이 안 좋아?”

“이제 와서 영어 공부 좀 더 해 놓을 것, 같은 후회가 몰려온다.”

나는 웃으면서 태경이와 어깨동무했다.

“너 정도 자신감이면 영어 금방 한다. 이곳에서 깡영어로 1년이면, 장담하건대 한국에서 10년 공부한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거다.”

“그럴까?”

“우리 회사 ㈜엘도라도 실장님이라면 영어는 기본이겠지.”

“실장이라···.”

“그래 씨발. 파이팅이다!”

태경이는 손을 꽉 쥐었다.

“좋아. 미친 듯이 공부해서 에밀리를 꼬셔야 겠다.”

응? 왜 이야기가 그쪽으로 가?

그러자 경복이가 고기를 대검으로 썰어서 태경이의 그릇에 올려놓으며 목소리를 깔았다.

“어디서 감히 형수님을 넘봐. 뒤질려고.”

태경이는 눈을 크게 뜨고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어라? 네 놈이 우리 사랑을 방해하는 악역 1이냐?”

“주인공이 나고. 너는 마지막에 여주인공을 인질로 잡고 있다가 주인공의 총알에 맞고 죽는 악당이야.”

“웃기시네? 악당처럼 생긴 것은 너지. 나 같이 선량한 얼굴은 악역으로 못 써요.”

아무 말 대잔치는 한동안 계속되었다.

둘 다 호주에 오자마자, 언어의 장벽을 느끼며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필요함을 느끼고 공부를 해서 그런지 며칠 사이에도 말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졌다.

알고 있는 단어를 100% 쓰는 느낌.

이 정도라면 1년 안에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2년 안에 충분히 비즈니스 영어를 마스터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나는 맥주와 위스키를 섞어서 폭탄을 만들어 돌렸다.

“내가 보기에 둘 다 에밀리 꼬시기 어려울 것 같다. 깡영어로는 로맨스가 안돼.”

경복이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씨발. 에밀리에게 한국말을 가리킬까? 한국으로 초대해서 어학당에 넣는 거지. 어때? 내가 어학당 수업료 내주고 말이야.”

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엄마한테 그렇게 해드렸으면 효자비 세웠다 이놈아.”

“웃기지 마. 난 사랑에 빠진 효자도 할 수 있다.”

“엄마 때문에 첫사랑 실패한 것 기억 안 나?”

“아니야. 난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

우리는 옛날이야기를 꺼내며 웃었고, 옛 추억은 다시 웃음을 만들었다.

그렇게 양주 2병을 비웠을 때 정신을 잃고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었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숙취가 몰려왔다.

시원한 냉수와 함께 탄산음료를 마시니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

이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그리고 버나드가 달려 들어왔다.

“에디! 클라크(경복)가 아파!”

“뭐 클라크가 아파? 어디가?”

“얼굴하고 다리가 크게 부었어. 심각해!”

“무슨 일인데?”

“아무래도···. 뱀에···.”

나는 심각한 얼굴로 경복이에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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