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21화 (21/188)

21화

호프만이 들고 있는 사금 그릇에는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사금이 보였다.

손톱 크기의 금조각도 여러 개 눈에 들어왔다.

에밀리는 놀란 눈으로 사금 그릇의 금조각을 들어 확인했다.

지금까지 봤던 것 중 가장 큰 조각을 긴 손가락으로 집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골든보이를 믿으세요. 무조건.”

나는 태경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저놈은 초등학교 6학년부터 동네에 있는 농기계는 물론 중장비까지 몰아 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포크레인 같은 것은 중학교 때 마스터 했다.

“괴산 맥가이버의 실력은 죽지 않았지?”

태경이는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너 세발자전거 탈 때, 이 형님은 트랙터 몰았다.”

태경이는 버나드가 내린 포크레인에 가볍게 올라탔다.

그리고 시동을 켜며 내가 깃발을 꽂아 둔 곳으로 몰았다.

“이것도 두산 거야. 내가 몰았던 것이랑 똑같아.”

태경이가 황당한 표정의 버나드를 보며, 딱딱한 발음의 한국 영어를 했다.

“아이 랜트 유어 걸프랜드. (네 여자친구 빌릴게)”

능숙하게 포크레인을 몰아서 워터링 기계에 흙을 넣었다.

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워터링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몇십 분 뒤에 저번보다 더 많은 금가루와 함께 새끼손톱만 한 금조각이 2개나 보였다.

에밀리가 행복한 표정으로 금조각을 보다가 넋 놓고 있는 팀원들을 질타했다.

“호프만! 워터링 하면 물이 금방 줄어. 급수차 몰고 물 가져와. 그리고 버나드는 워터링 할 때 떨어진 큰 돌을 파쇄기에 다시 돌려. 거기에 남은 금맥을 찾아!”

유혈사태가 벌어질 뻔했으나 금이 나오자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되었다.

현장은 활기차게 돌아갔다.

시키지 않아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물론, 손이 부족한 곳까지 뛰어가 일을 도왔다.

금이 나오면 주급 외로 가져갈 인센티브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었다.

경복이가 포크레인을 모는 태경이를 대신하여 카메라를 들었다.

그리고 금을 확인하고 있는 나를 찍었다.

“골든보이님. 금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곳에 금이 있는 것을 느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주 우승할 수 있겠습니까?”

“꼭 우승할 겁니다. 반드시 이겨야죠.”

“세이건과 내기 한 것 때문인가요?”

“저는 ‘노랭이’라는 말을 듣고도 참을 수 있는 대인배가 아니라서, 그 새끼 얼굴에 주먹을 날려야겠습니다. 우리가 인종차별 발언을 듣고 그냥 넘긴다면, 멍청한 그 자식이 또 다른 인종차별을 할 겁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버릇을 고쳐 놔야겠습니다.”

경복이는 나와의 인터뷰를 빠르게 종료하고,

되지도 않는 영어로 에밀리와 인터뷰를 시작했다.

에밀리와 인터뷰를 하는 동안 경복이는 에밀리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절반도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인데···.

나는 인터뷰가 끝나고 얼빠진 얼굴로 웃고 있는 경복이에게 다가갔다.

“카메라 앵글에서 사심이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에밀리. 진짜 예쁘지 않냐?”

“팬심이 들어가면 구독자들도 다 안다.”

경복이가 콧방귀를 끼며 나를 위아래로 깔아 보았다.

“에밀리는 구독자님들을 위한 ‘서비스’ 같은 것이야. 너 같이 정감 없는 얼굴을 너무 오래 보면 부담스러울 수 있어.”

우리 채널에서 내가 주인공 아니었어?

“골든보이 채널에서 골든보이가 부담스럽다는 것이 말이 되냐?”

“맛있는 삼겹살도 아침, 점심, 저녁 다 먹어봐라. 완전히 물리지. 이럴 때는 상큼한 오렌지 같은 것이 필요한 거야.”

다시 카메라가 에밀리를 향했다.

“야! ‘서비스’는 그만 찍고 현장이나 찍어.”

경복이는 거수경례하며 말했다.

“예스. 마이 로드.”

정신없이 돌아가는 현장의 분위기는 매우 밝았다.

노력 대비 결과가 눈에 보이면 힘이 나는 것이 당연했다.

워터링 기계에서 3㎝의 금조각이 나오자 모두 모여 환호성을 질렀다.

태경이가 모는 포크레인은 내가 깃발을 꽂아 놓은 곳만 팠다.

평소 하는 양에 비하면 1/3도 흙을 넣지 않았는데 금은 무려 890g이나 쏟아졌다.

평소보다 10배도 넘게 쏟아진 것이었다.

오전 작업한 사금을 전기로 녹여서 손가락만 한 금괴(?)를 만들 수 있었다.

팀원들은 점심은 맛있게 먹고 오후에도 온몸을 불사르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내가 이동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더 이상 금이 보이지 않으니 철수하는 것이 당연.

하지만 다들 금이 터졌는데 갑자기 떠난다고 하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은행강도가 은행을 털었는데, 경찰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돈을 다 못 싣고 떠날 때의 표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에밀리를 설득하여 오후에 파서 나오는 금은 그대로 팀원들이 다 가지라고 했다.

그랬더니 모든 팀원이 환호성을 지르며 진짜냐고 물었다.

이 병신들 어쩌면 좋아.

아주 신났구만.

에밀리는 쓴웃음을 지었으나 머리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도 더 파면 금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에밀리에게 다가가 단언하며 말했다.

“에밀리. 더 이상 금이 없으니까. 현장에 갈 생각도 하지 말아요.”

“믿···어요..”

우리는 맥주를 마시며 쓸데없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보고 있었다.

남들이 일할 때 놀면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다.

단 1시간 만에 팀원의 표정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3시간이 지났을 때 다들 넋 나간 얼굴이 되었다.

갑자기 금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낮잠을 자는 우리에게 시선을 줬으나,

나보고 어쩌라고?

내가 없다고 했으나 지들이 우겨서 진행한 작업이었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해가 질 때까지 워터링을 했으나 사금은 새끼손톱만큼도 나오지 않았다.

에밀리는 지친 팀원들에게 시원한 맥주를 하나씩 나눠 주고 이동 준비를 명령했다.

힘든 표정이었으나 불만이 있을 수 없었다.

하하하하.

이 자식들아. 내가 골든 샤먼이다.

그냥 내 말을 들을 것이지, 왜 쓸데없이 고생하고 그래.

쓸데없이 움직이면 배 꺼져. 이놈들아.

나는 오늘까지 찍은 동영상과 바디캠 파일을 책임 PD 제시카 코웬에게 보내줬다.

그러자 밤쯤에 제시카 PD에게 다급하게 연락이 왔다.

-진짜. 이만큼 금이 터졌다고요?

“이제 3위쯤 하나요? 곧 압도적인 1위가 될 겁니다.”

-다크호스가 뛰니까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지겠어요.

“곧 주인공이 바뀔 겁니다. 대비하세요.”

-그것도 재미있겠네요.

피디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나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PD님 저는 제 돈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약속한 땅을 받는다는 조건이죠.”

-물론입니다. 그래서 일단 3곳을 승인받아 놓았습니다. 그중에 1곳을 선택할 수 있게 해드리지요. 위치는 메일로 GPS 정보를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니 차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내일 확인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곧 우리 PD와 카메라맨을 보내겠습니다.

“확실히 좋은 장면을 담을 수 있을 겁니다.”

-자신감 있는 목소리가 마음에 드네요. 기대하겠습니다.

캠프에는 위성 케이블이 있었으므로 메일로 지도와 GPS 정보가 들어왔다.

노트북을 열어 지도에 위치를 표시했다. 그리고 에밀리를 불렀다.

“에밀리. 제시카 PD가 허가받은 땅 3곳을 보내 줬어요.”

“어디에 허가를 받았나요?”

“지도에 표시했으니까. 직접 확인해 보세요.”

에밀리가 지도를 보고 있을 때 나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지도에 표시된 곳 중 한 곳을 제 몫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처음부터 들었습니다. 에디는 어디를 선택할 건가요?”

“흠···. 아무래도 탐사를 해봐야 알 것 같네요.”

에밀리는 조심스럽게 시선을 움직여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쉽게 입을 열지 못하다가,

내가 말해도 좋다는 미소를 보내자 겨우 입을 열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저도 이번에 허가받은 3곳 중 하나를 받기로 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나 서로 결정한 위치가 겹칠까 우려가 되는군요.”

나는 걱정스러운 에밀리의 표정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

“하하하 걱정할 필요 없어요. 에밀리. 먼저 선택할 기회를 드리지요.”

“혹시···. 이번에는 금이 있는 땅인지 아닌지 확인해 주지 않을 생각인가요?”

“저는 분명 에밀리가 이번 시즌 우승자가 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믿지 않았나요?”

에밀리는 내 눈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금발의 미녀가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눈을 피하면 거짓말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어 끝까지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서양문화는 상대의 눈을 바라봐야 한다.

그런데 좀 많이 부담스럽다.

에밀리. 나 눈 빠질 것 같아. 아무 말이나 해봐.

그녀가 드디어 머리를 끄덕였다.

“난 당신을 믿어요. 에디.”

“나중에 결과로 확인하세요.”

에밀리는 나와 맥주로 가볍게 건배를 하고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팀원들은 기계를 분리하고 이동 준비를 했다.

한나절 정도 걸렸으니 그동안 지도에 있는 3 지역을 돌아보기로 했다.

A 구역은 라멘다 늪지였다.

메디슨 강 지류의 한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에밀리는 인상부터 굳어졌다.

사금을 캘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맹그로브 나무가 광범위하게 자라 있었다.

이 정도라면 금을 캐는 비용이 평소보다 5배는 더 들어갈 것이 확실했다.

에밀리와 함께 라멘다 늪지로 들어갔다.

건기라 늪이 많이 줄어 있었지만 그래도 걷기에 매우 불편했다.

함께 온 태경이는 주변을 카메라로 찍으면서 인상을 썼다.

모기가 많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에프킬라와 모기 기피제를 사방에 뿌렸다. 금방 한 통을 다 쓸 기세였다.

에밀리가 이곳에 붉은등 독거미(레드백)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하자 태경이는 자신의 몸에 모기 기피제를 마구 뿌렸다.

그녀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뭔가를 가리켰는데 큰 뱀이 이쪽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호주의 대표적인 독사인 킹 브라운 스네이크였다.

그것을 본 태경이는 주변에 뱀이 싫어한다는 백반을 마구 뿌렸다.

나는 주변을 살피다가 날카로운 곡괭이로 땅을 조금 팠고 작은 돌조각을 꺼내 들었다.

금과 돌이 반쯤 섞여 있는 금맥이었다

“금이 풍부해 보입니다. 에밀리.”

에밀리는 심각한 얼굴로 머리를 저었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기 전에 나무뿌리를 자르고 나무를 뽑는 기계를 투입해야 해요. 그러면 채굴비용은 평소보다 5배는 더 들어갑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요.”

“그래서 이곳은 버릴 건가요?”

에밀리는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돈이 되지 않은 곳은 관심 없어요.”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이고, 주변을 조금 더 살피다가 라멘다 늪지대를 떠났다.

뭐. 싫으면 어쩔 수 없지.

B 구역은 레드힐 지역이었다.

붉은 모래의 지층이 노출된 곳으로 지질학자들이 화석을 캐러 많이 찾아오는 곳이었다.

운전하는 동안 느낀 것은 정말 토끼가 많다는 것이었다. 차에 치어 죽는 토끼가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멀리 캥거루도 있었는데 우리를 보자마자 전력으로 도망쳤다.

아쉬운 마음에 한참을 동안 그곳을 바라보자,

캥거루가 지금 사냥 시즌인 것을 알고 있어서 도망친다고 했다.

사냥 시즌이 아닐 때는 차가 와도 비키지 않는 일도 있다고 했다.

야생 동물이 사냥 시즌을 안다고? 그것이 가능한가?

생각해 보면, 아무리 동물이라도 안 죽으려면 그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다.

갑자기 태경이가 에밀리에게 물었다.

“캥거루 고기 먹어 봤어요?”

“먹어 봤지만, 냄새가 심하고 질긴 편이라 인기가 많지 않아요. 원한다면 구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절반쯤 알아들었는데, 맛없다는 부분은 확실히 캐치했다.

“호주는 소고기죠. I love Australia beef”

나는 웃으면서 한마디 던졌다.

“곡물로 자란 미국산 소고기가 최고라며? 호주산은 풀 냄새 난다고 했던 것 같은데.”

태경이가 웃으면서 에밀리의 눈치를 보고 나에게 욕을 했다.

“닥치고 조용히 있어···. 새끼야.”

B 구역 레드힐은 제법 금이 보였지만 너무 골고루 퍼져 있어서 인력 투입 대비 금이 별로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길도 좋지 않고 강도 없어서 워터링 하기에도 좋지 않았다.

“여기는 그다지 좋지 않군요.”

에밀리는 조금 당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시험 발굴도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단언하여 이야기할 수 있나요?”

“원한다면··· 시험 발굴을 해도 됩니다.”

에밀리는 나 자신 있는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아니요. 에디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래요. 쓸데없이 시간과 자금을 낭비할 필요가 있나요?”

“그렇다며 바로 3번째 지역으로 갈까요?”

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모르니 잠시만 더 돌아보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30분 정도 더 돌아보고 B 구역은 완전히 포기했다.

레드힐은 탈락!!!

C 구역은 과거 금광 지역에서 관광지로 바꾼 소버린 힐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장소인 로보톤이었다.

100년 전부터 사람들이 사금을 채굴해 왔던 곳이었다.

아마도 수만 명이 황금 채굴에 도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땅이 넓어 아직 채굴하지 않은 장소도 많은 편이었다.

나는 3시간이나 들여 주변을 돌아다니고 확신하며 말했다.

“이곳을 선택하세요. 금이 많습니다.”

“금이 느껴지나요?”

“Absolutely sure(물론입니다)”

“좋습니다. 팀원들을 이곳으로 부르겠습니다.”

현장 책임자이자 사금 캐는 위치를 결정하던 저스틴이 나에게 엎어 치기를 당한 후 사라졌고

그 공백을 줄이기 위해서 에밀리가 더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명령은 거침이 없었고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로보톤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하고 워터링할 기계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수차를 페트리크 지류로 보내 물을 채우게 하였다.

일단 베이스캠프가 먼저 정리가 되자 나는 쉬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에밀리에게 말했다.

“에밀리가 C 구역 로보톤을 선택했으니 저는 A 구역 라멘다 늪지를 선택하겠습니다.”

에밀리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진짜 라멘다 늪지를 선택하신다고요?”

“그렇습니다. 저는 라멘다 늪지가 마음 듭니다.”

에밀리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금 캐는 단가가 높아서 채산성이 없어요. 그런데도 라멘다 늪지를 선택한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이유가··· 있겠지요?”

품속에 황금씨앗이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없다.

자세히 설명하는 순간 미친놈이 되는 것이다.

“···네. 설명은 안 하겠습니다.”

에밀리는 나에게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 자세히 묻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입을 닫았다.

나는 그것을 보며 라멘다 늪지 지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해가 지기 전에 라멘다 늪지를 다녀오겠습니다.”

그러자 에밀리가 금고가 있는 트레일러 깊은 곳에 있던 사냥용 라이플을 꺼내서 나에게 넘겼다.

“늪에는 악어도 있고 와일드 보어(멧돼지)도 있으니까 챙겨 가세요.”

나는 총을 받아서 이렇게 저렇게 살피다가 옆에 서 있는 경복이에게 넘겼다.

현역 때 K2는 쏴 보았으나 사냥용 라이플은 총알을 어떻게 넣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경복이는 사냥용 총을 만져 봤는지 자연스럽게 총을 꺾어서 산탄총알 2개를 넣고 안전장치를 걸었다.

“명이네 할아범이 쓰는 사냥총이랑 똑같네.”

나는 사냥총을 보고 아쉬운 얼굴이 되어 에밀리를 다시 바라보았다.

“다른 것은 없나요?”

에밀리는 SUV에서 오래된 콜트권총을 꺼내 탄창을 분리하여 나에게 넘겼다.

“전쟁하러 갈 것도 아닌데. 총이 더 필요한가요?”

“하나 보다는 둘이 더 든든하죠.”

“권총은 익숙한가요?”

“군대에 있을 때 전차병이었지요. 기갑병 모두에게 권총이 지급되어 익숙합니다.”

GOP에 있다가 차출(?)되어 전차대대로 발령 났다.

변태 중대장 때문에 GOP가 박살 난 것은 비밀.

“전차요? 한국에서 전쟁이 날 수 있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군요.”

“대한민국 남자들은 늘 전쟁을 준비하죠.”

에밀리가 자동차 키를 넘기며 말했다.

“호프만이 운전해 줄 거에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호프만이 운전하는 지프 랭글러 루비콘을 타고 라멘다 습지를 향해서 이동했다.

길이 없으나 200마력이 넘는 루비콘은 거침없이 오프로드를 달렸다.

1시간 만에 라멘다 습지로 들어갔다.

해가 떨어질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에 호프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시간을 오래 드릴 수 없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베이스캠프로 다시 돌아가야 해요.”

“보안 문제가 있으니, 호프만은 차에 있어요. 일단 우리만 들어가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늪지 안은 좀 위험할 수 있어요.”

“총이 2자루나 있습니다. 전직 레인저도 있고요.”

호프만은 그래도 걱정되는지 무전기 2개를 나눠 주었다.

“문제가 있으면 무전을 날리세요. 절대 길을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문제가 있으면 하늘로 공포탄을 쏘겠습니다.”

나는 땅속에 있는 금 조각과 사금을 보면서 점점 안으로 들어왔다.

땅속에 금을 찾느냐고 주변에 뭐가 있는지 몰랐지만

경복이는 자주 눈에 보이는 벌레와 뱀 같은 것 때문에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물소리가 들리고 지류가 흐르는 곳까지 왔다.

나는 갑자기 걸음을 멈춰 서며 웃었다.

황금씨앗을 심기 적당한 장소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여기다. 이곳 근처에 가장 금이 많다.”

“여기에 심을 거야?”

주변에 작게 빛나는 금조각이 자주 눈에 들어왔고, 희미하게 빛나는 사금도 많이 보였다.

“응 여기가 가장 적당해 보여.”

“빨리 심어. 여기는 완전히 곤충&파충류 관이다.”

나는 품속에서 황금 씨앗을 꺼내 들어 확인한 다음 전투용 삽으로 땅을 깊게 판 후에 바로 씨앗을 심었다.

그리고 흙을 덮었다.

그러자 경복이는 GPS장치에 위치 정보를 입력하고 주변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었다.

금이 커지면 멀리서도 빛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경복이가 나와 눈을 맞추며 웃었다.

“이미 우승은 떼 놓은 당상인가?”

“우승이 문제가 아니지. 미션이 정해 준 기준보다 더 무거운 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곳이라면 충분히 강호동을 뽑아낼 수 있겠지?”

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살폈다.

눈에 힘을 주자 사금의 양도 더 풍부해졌고, 눈에 보이는 금조각도 많아졌다.

“Absolutely sur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