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시드니 공항에서 중간 미팅 장소인 에드리안 펍까지 자동차로 1시간 거리였다.
가는 길에 해가 졌고,
어둠이 몰려왔다.
시드니는 놀랍게도 저녁 8시가 되자,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아서
마치 한국시각으로 새벽 1시가 넘은 느낌이 되었다.
가로등이 별로 없어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외설적인 비행 승무원의 간판이 있는 술집에 도착했다.
딱 봐도 거친 남자들이 다닐 것 같은 느낌의 바bar였다.
바로 이곳이 오늘의 약속 장소인 에드리안 펍.
에밀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20명이 넘는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검게 탄 얼굴에 거친 표정.
여기 있는 모두가 트레져 헌터에 참여하는 참가자였다.
그들은 카메라 8대가 사방에서 돌아가고 있었으나,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래. 맥주 정도는 음료수지.
안으로 들어가자 한 테이블의 사내들이 굵은 환호성을 터트렸다.
이번 주에 가장 많은 사금을 채굴한 힐칸재규어 팀원들이었다.
1등 팀에게는 이번 주 사금 캐는 비용을 다 뽑을 만큼의 상금을 주었다.
그렇게 되면 팀원들에게 돌아오는 사금의 몫도 거의 2배로 늘어나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막 들어왔을 때 꼴찌 팀이 소개되었고 카메라는 우리를 찍었다.
“아쉽게도 꼴찌는 빅마인 팀입니다.”
에밀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벌써 3주째 꼴찌를 해서 그런지 화도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이때 이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인 제시카 PD가 다가와 나에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골든보이 님.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 제시카 코웬입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에드워드. 아니. ‘에디’라 불러주세요.”
에드워드 = 공식적 혹은 불편한 사이.
에디 = 친한 사이.
“좋습니다. 에디. 한국 리얼 프로그램처럼 카메라 신경 쓰지 않으시고 편하게 방송하시면 됩니다.”
내가 골든보이 콘텐츠 주인공이다.
이제 카메라에 익숙해졌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지요.”
“환영의 의미로 오늘 마시는 술값 정도는 제작비로 감당하겠습니다.”
태경이와 경복이는 영어도 잘 못 하면서, 그 이야기는 귀신같이 알아듣고 바로 바텐더에게 가서 말했다.
“위스키 스트레이트.”
“그럼 나는, 위스키 더블, 노 아이스.”
바텐더가 술잔을 채우자 둘은 단숨에 위스키를 입속에 털어 넣었다.
그것을 보고 다른 채굴 팀원들이 인상을 쓰며 바라보았다.
알코올 중독자들이 그렇게 마시지, 보통 호주 사람들은 얼음을 가득 넣은 언더락으로 술을 즐기며 마셨다.
둘은 빈 잔을 내밀며 말했다.
“원 모어. 플리즈.”
새끼들 발음 굴리는 것 봐라.
이때 전 시즌 우승자이자 이번 주 가장 많은 사금을 캔 힐칸재규어 팀장 세이건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우리 팀장 에밀리에게 건방진 표정을 지었다.
“에밀리. 옆에 있는 노랭이는 누구야?”
“말조심해. 세이건. 내 손님이야.”
“언제까지 손해만 볼 거야. 차라리 그 돈을 나에게 투자해. 돈을 쓰레기통에 처박는 것보다 나을 거야.”
“개소리하지 말고. 꺼져.”
에밀리가 수치스러운 얼굴로 나의 손을 잡고 팀원이 있는 테이블로 갔다.
그리고 테이블 구석에 있는 팀원을 소개했다.
“운전을 담당하고 있는 호프만이에요. 이쪽은 골든보이 에드워드 김이야.”
호프만이 활짝 웃으면서 반갑게 악수를 하였다.
“골든보이 채널 봤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큰 금덩이는 처음 봤습니다.”
아. 난지도 금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하하하 호주에도 구독자가 있을 줄 몰랐군요.”
“전 세계에 구독자가 있어요. 모두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짧은 시간이 그렇게 많은 보물을 찾은 사람은 에드워드 씨가 유일할 겁니다.”
“에디라고 불러줘요.”
이때 190cm는 넘어 보이는 거구의 힐칸재규어 팀장 세이건이 다시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허락도 받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서,
허리에 있던 돌 깨는 망치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지난 시즌에서도 다른 팀 새로운 팀원들에게 망치로 위협하는 장면이 있었다.
아 새끼. 또 하려고 그러네.
“우리 인사할까? 노랭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들어도, 사람들은 보통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어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막 나가는 괴산 스타일.
나는 갑자기 일어나 테이블 위에 세이건의 돌망치를 집어 들고,
세이건 앞 테이블을 미친 듯이 내리쳤다.
쾅!쾅!쾅!쾅!쾅!쾅!
세이건은 너무도 깜짝 놀라서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갔다.
펍 안에 있는 다른 팀원들도 깜짝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이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세이건을 보면서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네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다 알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망치를 거칠게 내려놓으며 세이건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에 못이 튀어나와 있어 위험했습니다. 세이건 씨를 위해 제가 망치질을 좀 했습니다.”
이 대사는 전 시즌에 세이건이 했던 대사였다.
나는 똑같이 돌려줬다.
그러자 겨우 정신을 차린 세이건은 허리춤에서 정글도 비슷한 칼을 하나 꺼내 들었다.
“이 냄새 나는 노란 원숭이 새끼가 어딜!”
경복이가 그 장면을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전투용 대검을 꺼내 들고 벽에 걸려 있는 다트판에 향해서 강하게 던졌다.
그러자 벽에 걸려 있던 다트판이 깨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경복이의 살기 어린 시선이 칼을 들고 있는 세이건을 향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Your Turn.”
그러자 움찔한 세이건은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들더니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쏟아 내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피디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자극적이고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얼굴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카메라가 경복이를 찍자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소개했다.
“저 친구는 한국 네이비 실에서 5년 동안 작전을 수행하다가, 작년에 제대한 전역 군인입니다. 국가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6개월마다 침투, 사격, 분대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2주 전에 예약된 훈련을 하고 돌아와 행동이 조금 거친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하고 왔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영어로 설명하니 조금 다르게 들릴 뿐.
내 시선이 다시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시고 있는 태경이를 향했다.
“저 친구는 81밀리 박격포 사수입니다. 마음에 안 드는 집, 변기 구멍에 고폭탄을 처넣을 수 있는 놈입니다. 변기 막힌 집이 있으면 이야기하세요.”
81밀리 사수였다가 무릎 부상으로, 일병 때 의가사 제대를 했다.
그래서 우리는 태경이를 공익으로 불렀다.
여기에 있는 호주놈들 중에 군대에 가본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외국 사람의 눈으로 보기에, 한국은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으니, 대부분 믿는 얼굴이었다.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단숨에 마신 태경이가 세이건을 노려보며 침을 바닥에 뱉었다.
“‘엘로우 몽키’라는 단어가 영 듣기 좆같네.”
태경이가 한국말로 욕을 했으나 이곳에 있는 사람은 그가 왜 화를 내는지 다 알아들었다.
‘옐로 몽키’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가 얼마 남지 않은 양주를 병째 쭉 다 마시고 테이블에 내려쳐 깼다.
쨍그랑~
그리고 조폭들이 쓰는 병 칼을 만들었다.
“한국 시골 애들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보여줘? 어디서 텃세질이야.”
그러자 다들 놀라서 움츠리며 우리 눈치를 봤다.
차이나타운 마피아 느낌일까?
태경이는 술에 취하지 않았는데 일부러 그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카메라에 잠깐 시선을 주는 것이 보였다.
이 새끼는 어떻게 해야 분량을 따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이 상황을 찍는 카메라맨의 표정은 살짝 긴장하면서도 즐거워하고 있었다.
골든보이라는 유투뷰 셀럽이 조금은 식상해진 프로그램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마음에 들어?
그렇다면 확실하게 시청률을 올려줘야지.
나는 세이건이 테이블로 거침없이 걸어갔다.
뒤로 태경이와 경복이가 붙었다.
그러자 세이건 뒤에 있던 동료가 긴장하며 허리춤에 있는 총을 보여줬다.
살짝 떨렸으나 이제 와 뒤로 물러설 수 없었다.
이미 ‘가오’가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지금 내 몸이 바로 ‘가오’가이거다.
나는 총을 보여준 사내에게 말했다.
“너. 사람 쏴 봤냐?”
“···뭐라고 하는 거야?”
“쏠 것도 아닌데 총은 왜 보여줘? 자랑하려고?”
나는 옆 테이블의 남은 의자에 끌어와 앉아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았다.
완전한 도발이었으나 기세는 우리 것이었다.
“더 많은 사금을 캔 사람이 펀치 한 대 날리는 것은 어때? 세이건. 지금까지 캔 것도 인정 해주지.”
세이건이 코웃음 치며 자신 있는 얼굴이 되었다.
“네 턱을 부숴 버리고 싶었는데 잘 되었군.”
“나중에 다른 소리 하지 않겠지?”
“너희 팀이 캐 놓은 금을 얼마나 되는지 알고 그런 약속을 하는 것인가? 노랭이는 산수를 못 하나?”
나는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너 미적분은 할 줄 아나?”
“미적분?”
물론 내가 할 줄 안다는 것은 아니다···.
“털 많은 놈은 멍청하다고 하는데 알 리가 없지.”
“이 새끼가.”
“한국 사람 중 절반은 수리2를 배워 이 멍청한 놈들아. 구구단을 외우냐? 8X7에?”
“···”
나는 당황하고 있는 세이건을 보며 웃었다.
“턱수염이나 깨끗하게 밀어둬라.”
“이 노랭이 새끼가 진짜!”
세이건이 살기를 품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뒤에 있는 놈들도 같이 일어났을 때,
제시카 피디가 심각한 얼굴로 강하게 외쳤다.
“금쟁이가 금으로 싸워야지. 왜 주먹질이야?”
“이 노랭이 새끼가 먼저 덤볐다고.”
“인종차별 발언은 조심해. 전 세계에 방송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방금 장면을 다 편집해야 하잖아!!”
세이건이 혼자 화를 내며 씩씩거렸다.
“방송 다 좆 까라고 해!”
이때 에밀리가 내 손을 잡더니 밖으로 끌었다.
“에디. 나가요.”
에밀리가 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자,
나는 세이건을 보면서 턱수염을 미는 퍼포먼스를 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펍 안에서는 테이블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자 책임 PD 제시카 코웬이 달려 나왔다.
오늘은 건질 것이 많아서 그런지 얼굴에 웃음이 걸려 있었다.
“오늘 좋았어요. 시청률 좀 나오겠어요.”
“저희가 악당인가요?”
제시카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
“결과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우승자가 늘 영웅이니까.”
나는 활짝 웃었다.
“열심히 해야겠군요.”
제시카가 심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한 대 맞기 내기한 것 편집해요? 말아요?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세이건이 캔 금이 빅마인보다 10배는 많아요.”
나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걸려 있었다.
“그대로 방송 내보내고 싶죠?”
“하이라이트인데 당연하죠.”
“그럼 당연히 그대로 방송해야죠. 그리고 세이건이 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요. 내가 금을 쓸어 담을 테니까.”
제시카는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좋아. 후회하기 없기예요.”
에밀리가 길게 한숨을 내쉬고 나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일 줄 몰랐네요.”
“거친 유년 시절을 보내서 그런 것 같네요.”
“서울은 어디를 가도 와이파이가 뜨는 최첨단 도시였죠. 거친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어요.”
나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비행기를 오래 탔더니 좀 피곤하네요. 숙소로 가시지요.”
에밀리는 조금 긴장이 풀리며 어깨를 내렸다.
“그러죠.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할 테니 좀 쉬세요.”
우리는 제작진이 잡아 둔 가까운 숙소로 들어갔다.
새벽에는 가까운 곳에서 총기 강도 사건이 나서 꽤 시끄러웠으나
나는 한 번도 깨지 않고 죽은 듯 잠을 잤다.
해가 뜨기 무섭게 에밀리가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우리는 운전사 호프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바로 빅토리아주 벨렛이라는 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도요다 SUV가 거침없이 달려 오후쯤 벨렛에 도착하였고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2시간을 달려 거의 물이 마른 허치슨 강 상류에 도착했다.
그때야 에밀리의 채굴팀이 사금 캐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에밀리가 도착하자 40대의 부팀장 저스틴이 다가와 심각한 표정으로 에밀리에게 말했다.
그녀도 심각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곧 현장 책임자인 저스틴을 소개했다.
저스틴은 나와 악수를 했지만, 우리가 도착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찌 보면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니, 당연히 기분 나쁘겠지.
하지만 꼴찌라며?
네 능력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저스틴은 나를 보며 마지막으로 인상을 썼다.
하지만 사금이 터지지 않고 있어서,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현장으로 내려갔다.
에밀리가 우리에게 말했다.
“현장을 돌아보시죠.”
중장비 및 포크레인 담당 버나드가 사금이 나올 곳의 흙을 팠다.
그리고 그 흙을 2층짜리 건물 크기의 워터링 기계에 넣는다.
그러면 자갈과 진흙이 걸러지면서 맨 끝에는 사금과 모래가 뒤섞인 진흙이 떨어졌다.
그것을 에밀리가 사금 그릇에 돌려서 모래와 사금을 분리했고
최종적으로 극소량의 사금만 남았다.
사금 그릇을 계속해서 돌린 에밀리의 표정이 크게 어두웠다.
눈에 보이는 사금의 양이 너무도 적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달도 크게 손해날 것이 확실해 보였다.
나는 에밀리 등 뒤에서 사금 그릇에 들어 있는 사금을 보며 말했다.
“금양이 너무 적은 것 아닌가요?”
우리는 지금까지 금덩이만 찾았다.
사금은 취급도 안 했어.
에밀리는 담담한 척 말했다.
“사금 캐는 것이 원래 그래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죠.”
원래 금맥을 잡을 때도 있고, 못 잡을 때도 있지만, 요즘처럼 금이 마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사금 캐는 위치 선정과 현장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저스틴을 아직 신뢰하고 있지만
계속 손해를 보고 있어서 그 믿음이 점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사금 캐는 곳 주변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금조각이 거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계속 작업을 할 것인가요?”
“일단 이번 주는 여기서 승부를 보기로 했어요.”
“좋은 생각 같지는 않은데요. 여기는 금이 거의 없어요.”
“어떻게 그것을 알지요?”
나는 자신 있는 표정으로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저를 믿나요?”
“믿으면요?”
“아무리 최악이라도 지금보다는 결과가 좋을 것 같네요.”
에밀리는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농담인지 아닌지를 살폈다.
살짝 웃음기가 있지만, 자신감이 가득한 눈이었다.
그녀는 내가 유투뷰 골든보이 채널에서 보여준 능력이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디의 능력을 지금 보여 줄 수 있나요?”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Danger’이라 쓰여 있는 푯말 깃발 10개쯤을 손에 집어 들었다.
그리고 현장으로 내려가서 주변을 한참 동안 살폈다.
금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도 그나마 사금이 보이는 곳을 찾고 있었다.
사금이라 그런지 기존에 보물을 찾았던 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빛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그래도 정신을 집중하자 그래도 밝은 곳과 덜 밝은 곳을 구분할 수 있었다.
1시간쯤 주변을 살피다가 작은 빛이라도 있거나 희미한 빛이 흘러나오는 곳에 푯말을 꽂기 시작했다.
금방 10개가 박혔다.
팀장인 에밀리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이 깃발을 뭐에요?”
“그나마 금이 있는 곳입니다. 다른 곳을 파는 것은 돈 낭비 같군요.”
“깃발 아래 금이 있다고요?”
“100%”
나의 자신감 있는 눈빛에 부팀장 저스틴을 찾아 상의하려고 했는데,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에밀리가 포크레인 기사 버나드를 보더니 말했다.
“버나드 저기 깃발 아래를 파서 워터링 해봐.”
버나드는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현장 책임자 저스틴을 찾았다.
“저스틴이 화낼 텐데요.”
“내가 팀장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버나드. 내 명령에 따라요.”
“알겠습니다. 캡틴. 명령대로 하지요.”
버나드가 깃발이 있는 곳의 흙을 퍼서 워터링 하는 기계에 넣었다. 그러자 시끄러운 돌 깨지는 소리와 함께 물이 쏟아져 들어갔다.
포크레인이 3번쯤 흙을 퍼서 워터링 기계에 집어넣었을 때
저스틴이 살짝 붉은 얼굴로 다가와 소리를 질렀다.
입에서 살짝 위스키 냄새가 흘러나왔다.
“뭐 하는 거야? 누구 명령으로 거기 땅을 파는 거야?”
저스틴이 소리 지르자 포크레인 기사 버나드가 시동을 끄고 주눅 든 얼굴이 되었다.
“팀장님께서 지시하셨습니다. 저스틴.”
“내려 새끼야. 현장 책임자는 나야!”
저스틴이 소리 지르자 버나드가 다급하게 포크레인에서 내렸다.
그리고 저스틴이 화가 난 얼굴로 에밀리에게 따지며 말했다.
“이렇게 내 허락도 없이 작업 위치를 바꾸는 것이 어디 있어!”
에밀리가 난처한 표정으로 나서려고 할 때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엉뚱한 곳을 파니까 작업 위치를 바꾸는 것 아닙니까?”
“넌 뭐야?”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다시 소개하지요. 새로운 팀원. 에드워드입니다.”
“네놈이 사금에 대해서 뭘 안다고 작업 위치를 바꿔!”
“본인 돈이 안 들어간다고 그렇게 아무 데나 파도 됩니까?”
술기운이 갑자기 치솟은 저스틴이 사금판에서 구른 억센 손으로 내 멱살을 잡았다.
“다시 말해봐!”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정한 곳에는 금이 없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금을 보는 능력이 없다는 말이지요.”
“뭐···. 뭐라고?”
“게다가 작업 시간에 술까지 먹은 것을 봐서는 성실하지도 않은 것은 같군요. 금이 나오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저스틴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먹을 날리려고 하자 나는 몸을 숙이며 그 힘을 이용하여 업어 매치기를 하였다.
저스틴은 개구리처럼 바닥에 쓰러져 기절했다.
중학교 때 2년 동안 유도 선수로 있었다.
전국대회에 나갈 정도였으나 선배들의 폭력 때문에 운동을 그만할 수밖에 없었다.
그 생각만 하면 아직도 피가 거꾸로 솟는다.
새로운 동양인 때문에 현장 책임자인 저스틴이 다치자,
현장 팀원들은 분노했고 곧 손에 공구를 집어 들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때 뒤로 경복이와 태경이가 서며 말했다.
“호주 콘텐츠는 액션인가?”
“자신 있어?”
“언제는 자신 있어서 싸웠냐?”
이때 워터링 기계를 확인하고 있었던 운전사 호프만이 갑자기 악을 쓰며 소리쳤다.
“금이다! 금이야!”
“뭐라고?”
“금이 터졌다!!!”
사람들은 워터링 기계 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