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길고 긴 4시간짜리 전공을 끝낸,
태경이가 학교 식당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왕돈가스를 마구 먹기 시작했다.
우리는 돈가스를 나이프로 쓸어 먹는 태경이를 동물원의 낙타 보듯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태경이가 와락 인상 쓰며 말했다.
“3일 굶은 그지 새끼처럼, 왜 남 먹는 거 구경하고 있어? 한 점 줘?”
태경이가 내 입에 돈가스 한 조각을 넣었다.
나는 억지로 돈가스를 목구멍으로 넘기고 말했다.
“문자 확인했냐?”
“문자? 뭔 문자?”
“확인 안 했으면 말고.”
“뭔데?”
핸드폰 문자를 확인한 태경이는 눈을 부릅떴다.
“4억? 이건 뭔데?”
“강화도 간첩신고 보상금.”
“오 씨발~ 좀 시간 걸린다며?”
“힘 좀 써서 땡겼지.”
태경이는 자신의 계좌에 들어와 있는 금액을 확인하고 환호성을 질렀다.
“와··· 이번 겨울 방학은 휴전선으로 간첩 잡으러 가자!!”
“4학년한테 겨울 방학이 어디 있어. 바보야. 취업해야지.”
“취업? 아 밥맛 떨어지네.”
“취업 안 할래?”
“안 하는 거냐? 못하는 거지.”
이때 갑자기 내 코가 간지럽다가 재채기가 터졌다.
“에취!”
그 순간 내 코에서 작은 금속조각이 떨어졌다.
작은 금속조각이 식당 바닥을 구르자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앗! 황금 씨앗!”
그러자 경복이가 미친 듯이 바닥을 뒤지더니 바로 황금 씨앗을 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영혼을 빼앗긴 얼굴로 영농하게 빛나는 황금 씨앗을 바라보았다.
“이게 네가 말한 그 황금 씨앗이야?”
“그래. 난지도 금을 만든 것이 바로 그놈이다. 이미 금은 봤으니 씨앗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태경이가 경복이 손에 있는 씨앗을 받아서 살피다가 물었다.
“이제 이걸 어디에다 심어? 혹시 미션 나왔어?”
“미션? 아. 그렇지. 확인해 볼까?”
나는 이제서야 미션창을 열었다. 역시나 미션이 나와 있었다.
<< 황금인 되기 위한 명성을 얻으세요 >>
<< 황금 씨앗으로 150kg의 금덩이를 만드세요 >>
<< 성공 시 황금 씨앗을 추가로 얻을 수 있습니다 >>
“황금 씨앗으로 150kg짜리 금을 만드는 미션이야. 장소는 안 정해 줬어.”
경복이가 경악하는 얼굴이 되었다.
“씨발! 뭐 150kg?”
“왜?”
“150kg 면 땅속에서 강호동 만한 금덩이를 뽑아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게 말이 돼?”
나는 150kg의 헤비급 프로 레슬링 선수 한 명을 떠올렸다.
“아! 이제 이해했다. 아··· 이게 가능한 미션인가?”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미션을 줘? 미션 취소하고 다시 받기 없냐?”
“없지···.”
캐시 결제해서, ‘미션 다시 받기’하고 싶다······
지금까지 무과금으로 살아왔는데.
오늘 드디어 과금러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태경이는 다시 한번 씨앗을 태양에 비춰 보다가 물었다.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말고, 어디에 심어야 강호동 만한 금이 나올까를 이야기하자.”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에 심어야 그만한 금이 나오는 거야?”
“금이 진짜 많은 곳에 심어야겠지? 그렇다면 우리나라 어디가 금이 제일 많은 곳이 어디냐?”
다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농담 삼아 한마디 던졌다.
“한국은행···?”
“지금. 장난해?”
농담이잖아. 흥분하지 마.
이때 내 핸드폰이 울렸는데, 번호가 엄청 긴 전화였다.
해외 전화번호 같았다.
보이스 피싱인가? 라는 생각에 끊으려고 했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그냥 받았다.
“여보세요?”
-Hello?
나는 놀란 눈을 크게 뜨고 둘을 바라보았다.
영어?
-Hello?
스피커 모드.
영어로 말하는 한 여자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들려왔다.
-저는 호주 ‘트레저 헌터’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제시카 코웬이라고 합니다.
“호주라고요?”
-네. 골든보이 미스터 김 이십니까?
“네 맞습니다.
-약속도 없이 전화를 드려서 미안합니다. 골든보이 채널 대표 메일로 3번이나 연락을 드렸지만 읽지 않으셔서 학교로 전화하여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리겠습니다.
‘트레저 헌터’의 피디라고?
그게 뭐지?
“트레저 헌터라는 프로그램의 PD라고 말씀하셨습니까?”
-호주와 미국에서 제법 유명한 프로그램입니다. 트레저 헌터 시즌3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에 사금 채취 어드바이저로 모시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연 의향이 있으신가요?
“어드바이저요? 그게 뭐 하는 것입니까?”
-트레저 헌터의 한 팀에 참가하여 사금을 채취하는 작업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잠깐 생각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발견한 금은 누가 소유하게 됩니까?
-사금을 발굴하는 모든 비용을 팀장이 감당하고 있으니 금 소유권에 대한 부분은 협상이 불가합니다. 그 부분은 양해 바랍니다.
“그렇군요.”
-미스터 김에게는 체류비와 출연료를 지급할 생각입니다.
“출연료라···. 얼마나 생각하고 계십니까?”
-항공료 제외하고 2만 달러 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호주 달러입니다.
경복이와 태경이를 데리고 가서 겨우 먹고 살 정도의 약소한 금액이었다.
“충분하지 않군요.”
-그 부분은 조금 더 올려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일단 생각해 보겠습니다. 팀원들과 이야기 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메일로 보내주세요.”
-이미 보낸 메일에 참고하실 내용이 들어 있겠지만 다시 한번 보내겠습니다.
“연락처는 어디로 할까요?”
-메일에 첨부된 문서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 드리지요.”
갑자기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나를 태경이와 경복이가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둘에게 방금 전화 온 내용을 설명했다.
태경이는 마지막 돈가스 조각을 입에 넣고 물었다.
“2만 호주 달러면 얼마야?”
“한 2천만원 정도?”
“큰돈은 아닌데?”
“맞아. 체류비까지 계산하면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경복이가 황금 씨앗을 받아서 살피면서 말했다.
“그곳은 신경 끄고, 황금 씨앗을 다시 난지도에 심는 것은 어때? 한 달쯤 묵혀 두면 되지 않을까?”
“이미 한번 빨아 먹은 곳에서 전보다 더 많이 나올 것 같지 않은데?”
“아...아무래도 그렇겠지?”
태경이가 핸드폰으로 사금에 대한 것을 검색하더니 말했다.
“뉴스 검색을 해 봤더니 우리나라에도 사금이 나오는 곳이 있다고 하네. 그곳에 심으면 되지 않을까?”
“거기가 어딘데? 거기에 심으면 강호동 만한 금덩이, 150kg짜리가 나올까?”
태경이는 나의 질문에 자신 없는 얼굴이 되었다.
“아···. 그것은 장담 못 하겠는데?”
“씨앗은 하나뿐이야. 심을 곳을 신중하게 고를 필요가 있어.”
“그럼 어디에 심지?”
“국내만 생각하지 말고 전 세계적으로도 검색해봐.”
“아프리카 가나.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금이 많이 나온대.”
아프리카는 조금 그렇다.
“아프리카 가나···는 좀 그렇고. 미국 아니면 호주인데.”
“방금 호주에서 연락 왔다고 하지 않았어?”
생각해 보니. 방금 호주 트레저 헌터 프로그램에서 전화가 오지 않았나?
“맞아. 호주”
나는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다가 둘을 바라보았다.
“호주 트레저 헌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호주 어디에서 금이 많이 나는지 알게 되겠지. 그때 황금 씨앗을 심는 것은 어때?”
태경이가 머리를 끄덕였다.
“흠··· 괜찮은데? 나는 찬성이야.”
“강호동 금이 나올 확률이라면 한국보다 호주가 낫겠지.”
“그래 뭐든지 양놈 것들이 다 크더라.”
양놈 것이 크다고?
우리가 동영상으로 본 것은, 다 양놈 것이 컸다.
흐흐흐.
자동차 이야기하는 거야··· 하하하하.
경복이가 유투뷰로 호주 금광을 검색했다.
“호주 빅토리아 지방에서 엄청나게 큰 금이 나왔다는 유투뷰 콘텐츠도 있다.”
태경이는 손까지 들면서 찬성했다.
“게다가 골든보이 다음 콘텐츠를 호주에서 찍을 수 있잖아.”
“흠···. 호주에서 사금 캐는 골든보이라 그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
우리는 노트북으로 에밀리가 보내준 트레져 헌터 PPT 파일을 함께 봤다.
서양권에서는 제법 유명한 프로그램이었다.
시즌2 우승자는 22kg짜리 금덩이를 발견하여 BBC 뉴스에 나온 적도 있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이야기하다가 의견을 하나로 정리했다.
“일단 우리 팀의 독자적인 사금 발굴권과 골든보이 콘텐츠를 찍겠다는 조건으로 이야기해 볼게.”
경복이가 유투뷰로 트레저 헌터를 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영어는 네가 잘하니까. 그쪽이랑 잘 이야기 해봐.”
“알았어.”
“그런데 호주에서 150kg 황금을 얻는 것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태경이가 돈가스를 썰어 먹는 칼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놈 몸 안에 또 씨앗이 있을 거야. 걱정하지마.”
“야! 돈가스 칼 들고 그런 말 하지마.”
태경이가 사악하게 웃었다.
“우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동화책을 읽은 지식인들이야. 설마 배를 가르겠냐?”
“방금 눈빛이 존나 마음에 안 들었어.”
태경이가 핸드폰으로 호주 골드 코스트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호주 간다. 나는 방송과 요리를 담당하지.”
경복이도 호주의 사건 사고에 대해서 검색했다.
“나는 운전과 경호를 맡지. 무서운 야생 동물이 많네.”
태경이의 표정이 확 어두워졌다.
“뭐가 있는데?”
“전갈, 독거미, 독사”
“아 나 벌레 진짜 싫은데.”
“에프킬라하고 모기향 왕창 가지고 가.”
“실종되는 사람도 많다는데?”
“실종?”
“워낙 땅덩어리가 넓어서 실종되면 못 찾는데.”
“금덩이 하나 들고 있으면 된다. 성열이가 찾겠지.”
경복이가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물 넘어간다고 능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나는 해외 가면 더 힘 나는 스타일이야. 아무거나 줘도 3끼 다 먹고, 짐도 내가 다 들었어.”
“좋아. 호주 금을 쓸어 올 자신 있지?”
나는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호주에 있는 황금을 ‘씨’까지 말려 버리겠다!!”
경복이는 호주 여행 블로그를 보다가 어머니 전화를 짧게 받았다. 그리고 한가지 제안을 했다.
“어차피 호주 가는 것. 가족 여행 어때?”
“가족 여행?”
“부모님 모시고 호주 여행을 가는 거지. 우리가 일하고 있는 동안 부모님은 호주, 뉴질랜드 14박 15일짜리 보내 드리자. 한 사람당 500만원 정도 하네.”
“오~좋은데? 오랜만에 자식 노릇 좀 하는 것인가?”
“오랜만에? 처음이겠지.”
“야! 이 형님은 저번에 용돈 드리고 효자라는 이야기 들었다.”
경복이는 어깨를 쭉 펴며 말했다.
“여행 비용은 내가 쏜다. 우리 빼고, 성열이네 가족 3명, 태경이네 가족 3명, 우리 가족 4명이니까 총 10명. 500만원 곱하기 10명 하면 5000만원이다.”
“5000만원?”
경복이가 자신감 있게 말했다.
“통장이 뚱뚱하잖아. 그리고 호주에서 일하면 돈이 더 들어오겠지.”
태경이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나도 제대로 투자하고 싶다. 금 찾으면 몇 프로 주냐?”
“얼마나 받고 싶은데?”
“10%! 나 소박한 남자다.”
나는 호주 여행 검색을 하고 있는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너는?”
“그럼 나도 10%.”
“그럼. 말 나온 김에 주식회사 하나 만들까? 주식을 나눠 가지면 연말에 주식만큼 이익금을 가지고 갈 수 있다. 나 70% 경복이 15% 태경이 15%로 하자.”
태경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럼 땡큐지. 나중에 딴말하지 않기다.”
경복이도 마음에 드는 얼굴이었다.
“오. 주식회사. 뭔가 그럴듯한데?”
“그래. 최소 취직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우리는 창업 담당 이준석 교수님께 부탁하여 ‘㈜엘도라도 리소스’라는 주식회사를 만들었다.
대학교에서는 창업을 지원하여 회사를 만드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 교수님이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섰으며 본인 돈까지 투자했다.
돈 많은 집 아들이라. 고민 없이 1억이나 넣었다.
자본금은 나 9억, 경복 3억, 태경 3억, 교수님 1억
각자 통장에 있는 돈을 모아서 자본금만 16억 정도 되는 회사가 뚝딱 만들어졌다.
내 주식 66%, 경복15% 태경15% 이 교수님4%로 나뉘었다.
회사의 결정권을 나에게 모두 맡긴 주식 배분이었다.
일단 나는 ‘트레저 헌터’ 제시카 코웬 책임 PD와 이야기하며 사금 채취권과 독자 방송 제작 조건을 조율했다.
끝내 노 게런티로 가는 조건으로, 2가지 조건을 관철했다.
그리고 5일 뒤 호주에 가기로 약속이 잡혔다.
경복이는 괴산대 선배님이 운영하는 여행사와 이야기 하여 호주, 뉴질랜드 여행 스케줄과 서류를 준비했다.
3가족 다 시골 사람들이라 여권도 없었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험과 예방접종까지 하느냐고 시간이 아슬아슬했다.
태경이도 정신없이 바빴다.
호주로 들어갈 때 챙겨야 할 방송 장비와 대본 등을 준비했다.
어느덧 호주로 향하는 날짜가 되었고
우리는 촌놈처럼 인천공항의 압도적인 크기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시아 제1관문이라 이야기는 들어 봤는데,
들은 것과 실제 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다른 비행기보다 2배나 큰 보잉 여객기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탔다.
그리고 막 이륙했을 때의 그 이상한 기분에 비명을 질렀고 모두 입을 막고 창피해했다.
어렸을 때 이미 유럽을 가 봤다는 아버지만 가볍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기내식을 2번쯤 먹었을 때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가족들을 데리고 갈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가족들에게 호주 방송에 나가게 되었다고 이미 100번쯤 이야기했는데도 헤어질 때 또 아쉬워했다.
나는 유일하게 조금도 안 아쉬워하는 여동생에게 아메리카 익스프레스 카드를 넘겼다.
“비상시에 쓰라고 주는 거야.”
여동생의 눈빛이 무섭게 빛이 났다.
“비상상황에 대한 정의는··· 내가 결정할 거야.”
“감당할 수 없는 숫자가 나오면 아마도 크게 후회할걸?”
“그냥 기분 좋게 쓰면 안 돼?”
“너의 눈빛이 이미 반쯤 풀려 있어. 위험해. 제정신이 아니야.”
“인생 한번 살지. 두 번 살아?”
여동생은 무서운 멘트를 날리고 인사도 없이 먼저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가 이제 버스에 타라고 재촉할 때까지 이산가족 상봉을 연출하다가 겨우 버스가 출발했다.
우리는 떠나는 버스를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을 때,
공항건물 안에서 금발의 젊은 여인이 다가왔다.
“골든보이 미스터 김인가요?”
영국 발음으로 인사하는 젊은 여인에게 시선이 옮겨졌다.
우리와 한팀이 될 빅마인의 팀장 에밀리아 블런트였다.
이미 사진으로 본 얼굴이었지만 실제가 훨씬 미인이었다.
그녀는 코웬 PD가 연결해준 사금 채취 팀장이었다.
“에밀리아 블런트?”
그녀가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네. 빅마인팀 팀장. 에밀리아 블런트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채널 골든보이의 김성열입니다. 제시카 책임 PD에게 유능한 팀장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제 이름은 부르기 어려우니 ‘에디’라 부르세요. 이쪽 이름은 경복인데 ‘클라크’라 부르시고, 이쪽은 태경인데 ‘스티브’로 불러주세요.”
김성열 = 에디.
이경복 = 클라크.
윤태경 = 스티브.
나중에 꼭 보면 이름 헷갈리더라.
유심히 봐둬.
“그럼 저는 ‘에밀리’라고 부르세요.”
살짝 웃어 주는 에밀리는 파란 눈에 전형적인 이탈리아 미녀 느낌이 났다.
“에밀리. 잠깐 커피라도 마시며 인사라도 할까요?”
에밀리는 살짝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지만. 모든 팀이 모이는 중간 미팅 시간이 되어서 당장 차를 타고 가야 해요.”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지금 출발할까요?”
그녀는 조금 걱정되는 눈빛으로 말했다.
“중간 미팅에 가서 흥분하시면 안 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은 말이 원래 거친 사람들이니까요. 그리고 처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신고식이라는 것을 하지요.”
호주 놈들이··· 괴산 스타일을 감당할까 몰라.
“알아서 잘하겠습니다.”
우리는 에밀리가 몰고 온 픽업트럭을 타고 출발했다.
생각보다 큰 트럭이라 4명이 타기 충분했다.
에밀리가 차를 몰면서 어렵게 물었다.
“트레저 헌터 방송은 보셨나요?”
“네 시즌 3편까지 다 봤습니다.”
“방송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힘든 곳입니다. 노 게런티로 올 곳은 정말 아닙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수동기어를 자연스럽게 넣고 있는 에밀리를 바라보았다.
“제 골든보이 채널을 보았나요?”
“봤어요. 전부다.”
“저를 믿으셨나요?”
에밀리는 나를 믿고 있는 눈빛은 아니었다.
“정말. 다 발굴하셨나요?”
나는 공항 면세점에서 산, 선글라스를 점퍼 주머니에서 꺼내 끼면서 웃었다.
“신을 믿으시나요?”
“그럼요.”
“이번 시즌 우승하게 만들어 드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