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8화 (18/188)

18화

금덩이는 대나무밭에 막 올라온 죽순처럼 보였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짜 금이 맞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손은 거칠게 흙을 파내고 있었다.

온몸에서 땀이 쏟아질 정도로, 미친 듯이 팠으나,

아직 금덩이의 머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본 금광석은 돌과 섞인 상태가 대부분인데,

이것은 사진과 다르게 거의 순금으로 보이는 부분이 3/4이 넘었다.

나는 RPM이 최고로 오른 기계처럼 호미질했다.

내꺼야··· 내꺼라고···

앗!!

너무 급한 나머지 손으로 땅을 파다가, 손이 돌에 찔려 미세하게 피나 났다.

그때야 조금 정신이 들었다.

손으로 양 뺨을 강하게 내려쳤다.

정신차려!!!

‘금’ 안에는 악마가 있어서, 사람의 영혼을 집어삼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순간 혼자 다 먹고,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자. 이제 냉정해지자.

무엇보다 먼저 이 금에 대한 방향을 결정해야 했다.

금을 몰래 먹을 것인가?

아니면 공개하고 이 땅의 주인인 국가와 50:50으로 공동 소유할 것인가?

크크크. 멍청한 고민이다.

사실. 금 따위는 또 캐면 된다.

‘찍먹 부먹 고민하는 시간에 하나라도 더 먹자’라는 명언이 있다.

금덩이를 2개 찾으면 1개를 완전히 먹는 것이다.

욕심만 조금 버리면,

인생 살기가 훨씬 편해질 수 있었다.

갑자기 머리가 맑아졌다.

나는 당장 태경이와 경복이에게 전화하여 텐트로 돌아오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경복이의 잔소리가 금방 들려왔다.

“야이~ 실종자 놈아. 도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경복이와 태경이는 나를 보고 뭐라고 하려고 하다가

!!!!!!

텐트 중앙에 있는 금덩이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두 명에게는 이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야 했다.

“이번에 서울대 입학에 성공하고, ‘황금의 씨앗’이라는 것을 보상으로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난지도에 심으라는 미션을 받았지. 그래서 그 씨앗을 텐트 아래 심었고. 그랬더니 이렇게 큰 금덩이가 만들어졌다. 다들 이해했지?”

경복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황금 씨앗?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해봐.”

“손톱보다 작은 금조각을 텐트 아래 심었는데, 3일 뒤에 봤더니 눈앞에 보이는 저 금덩이가 된 것 같아.”

경복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 금이 원래 있던 것이 아니라. 네가 심은 금조각이 커진 것이란 말이야?”

저 눈빛, 또 의심하고 있군···.

“그냥. 믿어.”

“이게 쉽게 믿기냐?”

“너 아는 그분은, 1주일 만에 세상도 만드는데. 3일 안에 금은 왜 못 만드냐?”

“네가 그분이랑 같은 레벨이냐?”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갈비뼈로 여자도 만들잖아. 내 갈비뼈가 12개면···. 오~ 하렘을 만들겠는데?”

사람 갈비뼈가 30개면 좋겠는데···. 하하하

경복이가 그 말을 듣고 인상을 썼다.

“내가 미리 몇 개 뽑아 줘?”

이때 태경이가, 경복이를 옆으로 밀어내고, 웃으면서 금덩이를 만졌다.

“금이 눈앞에 있는데, 귀신이 만들었으면 어때? 금이 있는 것이 중요하지.”

태경이는 발굴 장비를 가지고 땅을 파기 시작했다.

30분쯤 파자 팔꿈치가 땅속으로 들어갈 정도로 팠지만, 아직 금덩어리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와. 얼마나 큰 거야!!”

지친 얼굴이지만, 웃음이 가득한 태경이가 거대한 금덩이를 보면서 말했다.

“이 정도면 신고 안 하고 몰래 먹는 것이겠지?”

“욕심나냐?”

“이것은 문화재도 아니니 몰래 먹어도 되는 것 아닌가? 게다가 여기는 국가 땅이잖아. 걸릴 것도 없다.”

“내 능력이 없어지기 전까지 자주 있을 일이야. 그러니 합법적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태경이가 한숨과 함께 혀를 찼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본주의 사회를 역행하는 멘트가 나오냐?”

“조급해하지 마. 땅속에 금들은 어디 안 가.”

경복이도 땅을 파다가 힘들어서 주저앉으며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태경이를 바라보았다.

“왜 네놈이 왜 욕심을 내냐? 이 존나 큰 금땡이 성열이 꺼야. 네놈이 아쉬워할 것 하나도 없어.”

잠깐 생각하던 태경이가 머리를 끄덕였다. 자신이 한일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너무 큰 금을 봤더니 잠깐 미쳤었다.”

경복이는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금조각이라도 하나 먹으려면, 나처럼 열심히 해라. 난 아까부터 아무 말도 안 하고 금만 캤다.”

나도 금덩이를 손으로 만지며 살폈다.

“야! 너는 유투뷰 찍어야 하지 않냐?”

나의 말에 태경이가 눈을 번쩍 떴다.

“그래 유투뷰!!! 한 푼이라도 건지려면 유투뷰에 올려야지. 이 정도라면 지금까지와 차원이 다른 반응이 있을 거다.”

“그래 금 한 돈이라도 건지려면 잘 찍어.”

잠깐 생각하던 태경이의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이 금은 공개하기로 한 거지?”

“그렇지.”

“그럼 유투뷰 조회수 터지게 기자 부르자. 공중파를 타야 확실히 조회수가 쏟아진다.”

방송해야지 마케팅이 되는 것이었다.

“당장 전화해. 땅에서 캐는 모습부터 찍어야 해.”

태경이가 짧게 동영상을 찍어서 공중파 뉴스 제보하는 곳에 카톡을 보냈다.

그랬더니 다들 5분 만에 당장 출동하겠다는 연락이 쏟아졌다.

나는 순간 우리 교수님이 떠올랐다.

뭔가 공신력이 있는 방송을 만들려면 교수 한 명 정도는 방송을 타야 했다.

이 교수님과 통화가 되었으나 수업 중이어서 당장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친구인 지질학과 교수 한 명을 보내겠다고 했다.

가장 먼저 공중파 SBC PD와 카메라 감독이 도착했다.

반쯤 설마 하면서 왔는데, 눈앞에 있는 금덩이를 보고 놀라며

방송국으로 전화를 걸어 더 많은 사람을 불렀다.

특종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발굴 주체가 요즘 핫한 골든보이였다.

무조건 9시 뉴스, 3번 안쪽 뉴스 각이었다.

곧 다른 방송국의 사람들도 도착했다.

다들 금덩이를 보고, 편집국에 연락하여 지원군을 요청했다.

-개새끼야! 닥치고 이쪽으로 사람 보내라고!

-뭐? 그런 곳에 사람 보내지 말고!

-5번? 장난해? 무조건 3번 안이야.

-오늘 별 것 없으면 1타로 갈 수 있어!”

-지금 내가 장난하는 것으로 보여?

기자들이 나에게 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태경이가 인터뷰는 유투뷰 골든보이 채널에서만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촬영하는 것을 무제한 허가하지만, 텐트 안으로 들어와 발굴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그랬더니 기자들이 합심하여 내 텐트를 철거.

텐트가 금 발굴 장면을 찍는 것을 방해했기 때문이었다.

텐트 없으니까 편하네.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고, 조금씩 금 전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렇게 삽질을 3시간 동안 했다.

“아···. 퍼진다.”

우리는 3시간 동안 계속 땅을 파다 지쳤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금덩이를 찍고 있는 카메라 감독이나 PD들을 바라보았다.

“파고 싶은 분 없나요?”

“금을 파면 가까이에서 찍어도 되나요?”

“땅을 파면 그래도 됩니다.”

그랬더니 방송국 피디와 기자들이 힘든 줄도 모르고 돌아가면서 땅을 팠다.

오 편하다.

일찍 이렇게 할걸.

발굴은 계속되었고, 우리는 쉬면서 방송국 기자나 PD를 발굴 현장에 투입했다.

흐흐흐. 전교에서 1등만 하던 놈들을 부려먹으니 기분이 괜찮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와~~~

이게 금덩이라고?

개인용 소파 크기의 금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금부분이 40%였고 돌이 60%정도 되었다.

“포크레인이 왔습니다!!”

그때쯤 우리가 부른 미니 포크레인이 도착했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줄을 묶어서 거대한 금덩이를 단숨에 쑥 뽑아냈다.

그 순간 수백 개의 카메라 플래시가 미친 듯이 터졌다. 마치 서울을 방문한 할리우드 스타를 보는 것 같았다.

한 센스 있는 피디가 가져온 목욕탕 저울로 무게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무려 금 부분만 82kg의 금덩이였다.

한국 역사상 가장 크고 무거운 금덩이였다.

이때 이준석 교수님의 소개로 오신 지질학 교수님이 앞으로 나섰다.

금을 보고 너무 놀라서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였다.

한참을 동안 금을 살피던 교수님은 나의 권유로 기자들과 인터뷰를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발견된 금광석은 용암이 굳은 형태의 것이 많은데, 이것은 마치 전기분해 결정을 띠고 있어서, 순도가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와 같은 모양의 금덩이는 처음 발견된 것으로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고 했다.

한 기자가 물었다.

“교수님. 땅속에서 이런 금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이 있나요? 그것도 쓰레기 매립장 위에서 말이지요.”

“확률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캘리포니아나. 호주 빅토리아 지방에서 이 정도 보다 큰 금이 나오곤 했습니다.”

“묻어 놓았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절반쯤 박혀 있을 때부터 보았는데, 단단하게 바위와 흙이 유착된 것을 보아서는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직접 발굴한 기자님들이 더 잘 알 것 같군요.”

기자들은 모두 끄덕였다.

자신들이 파보았지만 절대 미리 심어 놓은 것은 아니었다.

땅에 삽이나 호미가 쉽게 들어가지 않았다.

성 교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세계 지질학 사에 남을 정도의 큰 금덩이는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상식적으로 이제 이 금은 국가와 50:50으로 나눠야 합니다. 몇십억을 쓰면서 이런 일을 꾸밀 사람이 있을까요?”

이때 다른 기자가 모든 독자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했다.

“이 금광석의 정확한 값어치는 얼마나 할까요?”

“시금석으로 순도를 체크 했는데 96%였습니다. 순금이라는 가정 아래, 돌까지 금으로 보고 계산하면 금의 가격은 대략 35억~40억 사이가 될 것 같습니다.”

와~~ 엄청나다.

다 알고 있었다는 건방진 표정을 지으려고 했으나

이미 입이 벌어져 있었다.

이때 증광사 터에서 보았던 문화재청 서기관이 도착했다.

내가 이 금덩이를 보관할 수 없으니,

가장 안전하게 보관해 줄 사람에게 연락한 것이었다.

‘국내 최대 금원석’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문화재가 될 수 있었고,

절반은 국가의 것이니 문화재청에서 관리하는 것이 맞았다.

금덩이는 문화재청 차량에 실려 사라졌다.

잘 가~ 우리 또 보자.

우리도 타이밍에 맞춰서 대충 장비를 정리하고 캠핑장에서 탈출했다.

아! 미션!!

나는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미션창을 열었다.

당연히 미션은 성공!!

보상으로 다른 황금 씨앗을 준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 재채기를 해야지 나오지.

에취!! 에취!!

억지로 재채기도 하고 기침도 해 보았지만, 아무것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이때 미션창 구석에서 황금씨앗 상세 설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금 씨앗을 땅에 심으면 땅속에 있는 황금 입자들이 황금 씨앗에 달라붙어 큰 금덩어리가 된다는 설명이었다.

50년 넘게 버린 난지도 쓰레기에 있는 금입자가 모여서 우리가 발견한 거대한 금덩이가 된 것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각종 가전제품을 분리수거 없이 난지도에 막 묻었다.

가전제품에는 소량의 금성분이 있었는데 이것이 황금 씨앗에 이끌려 거대한 금덩이가 된 것이다.

이번 일로 생각하지 못했던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내가 금을 캔, 난지도 캠핑장 근처의 땅을 파면 크고 작은 금조각이 나오는 것이었다.

아마도 난지도 쓰레기 깊은 곳에서 나와 황금의 씨앗과 합해지지 않은 금 조각으로 보였다.

그래서 난데없는 난지도에 골드러쉬가 일어났고

수백 명의 사람이 삽을 들고 돌아다니며 공원을 뒤집어 놓았다.

난지도 금덩이 뉴스가 공중파는 물론 케이블에서 쏟아졌다.

태경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밤새 편집을 하여 ‘난지도에서 아시아 최대 금광석 발견’이라는 타이틀로 콘텐츠를 올렸다.

‘아시아 최대’, ‘한국 최고기록’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성격에 딱 맞는 제목이었다.

유투뷰에서도 콘텐츠의 화제성을 인정하여 메인 페이지 배치했고

단숨에 500만 뷰의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또한 35만 명의 구독자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댓글에는 한글보다 영어가 더 많았고 중국어나 일본어는 물론,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어 댓글도 많이 달렸다.

골든보이 공식 메일 주소로 난지도 금광석을 구매하고 싶다는 메일이 쏟아졌으나

판매를 진행할 능력이 되지 않아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래서 문화재청으로 메일로 보내라는 공지를 띄웠다.

문화재청도 국내외에서 금을 사고 싶다는 엄청난 오퍼를 받았다고 했다.

그중 가장 비싼 부른 것은 중국과 미국 두 회사가 제시한 금액이었다.

국내에서 부자로 손꼽히는 유명인이 그와 비슷한 가격에 구매하겠다고 대리인을 보낸 일도 있었다고 했다.

그 외에 특이한 것은 금을 사겠다는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것이었다.

지방자치 단체의 축제 중 가장 성공적이라는 함평 나비 축제.

함평 나비 축제의 가장 메인 볼거리는 황금으로 만든 황금박쥐였다.

지방자치 단체는 그것을 벤치 마킹하여,

‘한국에서 가장 큰 금광석’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려는 계획이었다.

그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고 적극적인 곳이 바로 서울시였다.

올해가 서울 시장 임기의 마지막 해였기 때문에 많은 업적을 남겨야 했다.

그래야 다가올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임기 동안 서울 시립 박물관을 대대적으로 증축할 생각이었는데

그 핵심을 ‘난지도 금’으로 보았다.

그래서 각종 루트로 금덩이를 사려고 노력했다.

우리에게는 몇십억이 큰돈이지만 서울시 예산으로 따지면 큰돈이 아니었기에 거침없이 가격을 올렸다.

서울시 행정과장이 수업 중인 나를 찾아왔다.

서울시가 난지도 금을 사려고 하는데, 발굴자의 동의를 얻으러 온 것이었다.

나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난지도 금을 서울시에 판매하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물었다.

과장님은 공들여 준비한 내용을 나에게 자신 있게 쏟아냈다.

서울시 공무원 특채···.

공무원을 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금 캐야지. 무슨 공무원이야?

서울시 특별 공급 주택 청약 가산점···.

청약을 언제 기다리냐?

그냥 바로 사.

서울시 장학금, 서울시 자매결연 도시 유학···.

이미 서울대 대학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였다.

조건은 참으로 별 볼일 없었다.

하지만 나는 조건과 관계없이 50대 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참으로 열심히 살고 계신다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아무런 조건 없이 금을 넘긴다는 동의서를 섰다.

내가 발견한 금을 서울 시민들이 구경하고,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금을 보기 위해 서울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돈을 더 준다는 미국이나 중국으로 보내는 것보다 훨씬 보람될 것으로 생각했다.

며칠 뒤 서울 시장이 직접 전화하여 고맙다는 인사까지 했다.

그 과장님 보약이나 해주세요. 땀을 얼마나 흘리던지···.

이제 미션도 없고.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그동안 너무 달렸어.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은 졸업.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쌓아야 했다.

수업을 몰아서 듣고

점심이 되어 학식을 먹고 있었다.

학식의 대표 메뉴인 제육볶음.

미슐랭의 별은 이것에 줘야 한다.

한 5만 개쯤.

그래서 정신없이 퍼먹고 있을 때 전화가 왔다.

“국방부 대령 허미옥입니다. 김성열 선생님 되십니까?”

국방부? 예비군은 빠지지 않고 다 나갔는데···

“예. 그런데요.”

청와대의 약속대로, 신속하게 국방부에서 간첩신고 포상금이 나왔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북한 잠수정 신고 포상금 7억과 간첩신고 5억, 총 12억에다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금괴 2억 원어치도 포함해서 총 14억의 돈이 통장으로 입금되었다.

나는 계좌로 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바로 태경이와 경복이에게 각 4억씩 입금했다.

같이 밥 먹다가 입금문자를 확인한 경복이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경복이가 정색하고 말했다.

“···이게 뭐야?”

“간첩 포상금.”

“진짜 주는 거냐?”

“같이 있다가 북한군 총알도 맞을 뻔했잖아. 당연히 받아야지.”

“간첩도 네가 발견했다. 그 잠수함은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어.”

나는 경복이의 눈을 보면서 말했다.

“너 지갑에 얼마 있어?”

“8만원.”

“그거 나 줄 수 있어?”

“8만원? 당연히 주지. 지금 80만원이 문제냐?”

“문화재가 있는 곳을 돌아다니면 몇억 정도는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니까 학식 먹다가 이 정도는 쉽게 이체할 수 있는 거야.”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다.

황금인이 된 후 가장 많이 바뀐 것이 돈에 대한 태도였다.

경복이는 어처구니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몇억 정도는 아쉽지 않은 남자가 되었다는 말인가?”

이 표현 마음에 드는걸?

“맞아. 정확한 표현이야. 능력을 얻고 나서 뭔가 돈을 보는 마인드가 달라졌어. 돈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어디 영화 대사처럼 달달하니 좋은데, 뭔가 현실성이 없네.”

“너도 나중에 땅속에 있는 금이 보이면, 나 같이 대책 없는 자신감이 생길 거야.”

“돈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지?”

나는 정색하고 말했다.

“그렇게 느껴진다. 아니 그렇게 확신한다.”

“혹시 나 사랑하냐?”

나의 얼굴에 미소가 하나 가득 걸렸다.

“그래. 사랑한다 개새끼야.”

우리 둘은 마구 웃었다.

“야 제육볶음 식는다. 먹자.”

“몇억이 통장에 꼽혔는데 학식이 들어가냐?”

“미슐랭 제육볶음인데 왜 안 들어가냐?”

나는 남은 고기를 상추에 넣고 야무지게 쌈을 싸서 맛있게 먹었다.

입이 터질 것 같았지만 꼭꼭 씹어서 목구멍으로 넘겼다.

이때 후배 20명이 채플에 끌려갔다가

학식을 먹으러 학교 식당에 단체로 왔다.

그들은 우리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골든보이 선배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후배들이 밥 사줄 사람은 기가 막히게 찾는다.

나는 후배들을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오늘 학식은!!! 돈이 많은 잠수 아저씨가 쏘기로 했으니 마음껏 먹도록.”

경복이는 근엄한 목소리로 후배들에게 말했다.

“오늘만 보고! 나와 인연을 끊는다는 생각으로, 비싼 반찬 위주로 넉넉히 담도록 한다. 실시!!”

후배들은 머리를 숙여 인사하며 반찬들을 마구 담았다.

통장이 뚱뚱하니 경복이가 돌아다니면서 반찬을 몇 개 더 집어 후배들의 식판에 올렸다.

경복이는 멋진 선배가 되는 비용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경복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이런 기분인가?”

“돈을 썼지만 쓴 것 같지 않은 기분이지.”

“뭔가 그런 느낌이다.”

“돈을 제대로 쓰면 뭔가 마음이 가득 차는 기분이 든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돈을 제대로 썼다는 기분이 제일 중요해. 돈을 또 벌면 된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돈을 맛깔나게 쓰면서 살아보자.”

“좋지~”

식당에서 큰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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