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반투명하게 황금색으로 반짝이는 황금의 씨앗을 보고 있었다.
이 황금 조각을 왜??? 난지도에 심으라고 했을까?
흠···
흠···
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짐작할 수 없었다.
어찌 되었든 난지도에 심어보면 이유를 알 수 있겠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택시를 타고 서울대서 난지도로 이동했다.
난지도라···. 옛날에 쓰레기장이라고 들었는데,
난지도에 도착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난지도는 큰 생태공원으로 바뀌어 있었다.
···여기가 쓰레기장이라고?
전혀 모르겠는데?
그럼 어디에다가 씨앗을 심지?
나는 공원 걸어 다니며 적당한 곳을 찾았다.
공원 중앙쯤에 난지도 캠핑장이 있었다.
그곳에는 화려하고 비싼 텐트들이 즐비하게 널려 있었고, 그 옆에는 대형 SUV 차들이 서 있었다.
오~ 여기 괜찮다.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씨앗을 심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여기로 결정.
나도 이곳에서 캠핑하려면··· 일단 캠핑 장비를 사야겠지?
그리고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 차를 운전하다가 논두렁에 빠트린 기억에 살짝 트라우마가 있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운전해야지. 어쩌겠나.
그래서 내 차를 한 대 구매하기로 했다.
통장도 뚱뚱한데. 좀 괜찮은 차로 한 대 뽑아 볼까?
일단. 내 운전 실력이 좋지 못하니까···. 중고차를 사자.
그래. 새 차는 나중에 뽑아도 되잖아.
차를 어디서 사지?
그래. 의리가 있으니까 단골 가게를 가야지.
나는 일본 카지노 칩이 들어 있는 캠리 샀던 중고차 판매장으로 갔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저번에 고마웠어.
사장님은 단번에 나를 알아보며 아는 척을 했다.
다른 직원은 나를 보며 ‘골든보이, 골든보이’ 이렇게 말했으나 사장님은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는 것 같았다.
중고차 사장님이 나를 보며 활짝 웃으면서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잘 계셨습니까?”
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덕분에 좋은 차 잘 타고 있습니다.”
아. 캠리는 바로 폐차시켰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떻게 오셨을까요?”
“차 하나 소개받으러 왔습니다.”
“아! 그러신가요? 어떤 용도로 쓰실 차인가요?”
“탐사에 쓸 차입니다.”
“탐사요?”
그러자 옆에 직원이 유투뷰 골든보이 채널을 보여주며 가볍게 설명했다. 그러자 사장이 단숨에 상황을 이해했다.
“아, 거칠고 강한 차를 원하시는군요.”
그래! 거칠고 강한, 야성적인 남자가 모는 차!
아! 갑자기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렇습니다. 짐도 많이 들어가고요.”
“그럼 좌석보다는 카고가 큰 것으로 해야겠네요.”
카고? 아 짐칸.
“아무래도 그렇지요.”
“일단 SUV로 방향을 잡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승용보다는 SUV가 적당할 것 같았다.
“마력수가 높고 산길도 거침없이 탈 수 있는 사륜구동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돈 문제만 없다면 출력 좋은 외제차로 가시지요.”
“돈 걱정은 하지 말고 추천해 보세요.”
내가 제시한 조건에 들어오는 차는 5종류였다.
볼보 XC90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
링컨 애비에이터
BMW X6
사장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유투뷰 촬영을 해도 좋냐고 했다.
태경이었다면 분명 차를 사는 것도 다음 콘텐츠 한 꼭지에 쓰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는 직원이 나서서 출연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사장에게 어필했다.
구독자 10만이 되어가는 채널에 출연하는 것은 분명 광고 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장님이 소개해준 차를 꼼꼼히 확인했다.
디자인은 역시 ‘BMW’가 마음에 들었고.
안전은 역시 ‘볼보’였으며
안락함과 넓은 공간감은 ‘캐딜락’이었고
힘은 ‘랜드로버’ 였다.
하지만 이유 없이 그냥 마음에 든 것은 ‘링컨 애비에이터’였다.
미식축구 경기장을 질주하는 거대한 흑인 선수를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전장이 5M지만 450마력의 힘이 있는 차였다.
게다가 뒷좌석을 접으면 엄청난 짐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이놈이 마음에 듭니다. 사장님.”
“힘 좋은 대표적인 미국 차입니다.”
나는 링컨을 현금으로 결제하고 확인 정비에 들어갔다.
그동안 최고급 초밥으로 서울맛(?)을 봤고
직원에게 부탁해서 캠핑 장비를 판매하는 곳을 검색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파주에 있는 초대형 캠핑 장비 가게를 소개받았다.
링컨은 악셀을 살짝 만 밟아도 앞으로 튀어 나갔다.
물론 기름은 많이 먹지만···
거친 엔진소리와 함께 자유로를 거침없이 달렸고 곧 파주 캠핑그라운드 몰에 멈췄다.
나는 어깨에 힘을 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
그리고 걸음걸이도 갑자기 팔자로 바뀌었다.
왜 이렇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손님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쇼핑몰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비싼 텐트를 찾았다.
“여기서 가장 비싼 텐트가 어디 있습니까?”
직원은 별생각 없이 보여준 것은 10명이 들어갈 수 있는 엄청난 크기의 텐트였다.
이것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공략할 때 쓰는 전문가용 장비인 폴블리저드 텐트였다.
불에도 강하고 완벽한 방수가 되며 칼로도 잘 찢어지지 않았지만, 무려 1천만원이었다.
“이거 주세요.”
“네?”
하지만 나는 바로 구매했다. 시간이 없었다.
“네? 사신다고요?”
“바로 주세요.”
그랬더니 캠핑 전문가 사장님이 달려와서 다른 장비를 소개했다.
나는 사장님에게 시간이 없으니 기본적으로 필요한 장비를 모두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랬더니 의자부터 실내 랜턴까지 각종 장비를 몽땅 꺼내왔다.
“더 필요 없나요?”
사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
“이 정도면 완벽합니다.”
쌓여 있는 장비 위에, 쇼핑몰 구석에 있는 야전삽과 땅을 파는 장비 세트를 추가하였다.
그랬더니 캠핑 장비가 무려 2000만원이 넘었다.
지금 2000만원이 대수냐?
지금 황금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황금으로 만든 제크와 콩나물이 튀어나온다고 생각해봐.
2000만원은 껌값이야.
네고 없이 단숨에 결제하고 바로 난지도로 향했다.
난지도 공원의 캠핑장 S-11 구역을 무려 일주일이나 예약했다.
미션은 3일이면 충분했으나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더 길게 예약을 잡아 놓았다.
일단 차에서 엄청난 크기의 텐트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폴블리저드 텐트 치는 방법이 나와 있는 유투뷰를 틀어 놓고 따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번을 되감기 해서 따라 해도 텐트를 칠 수 없었다.
최소 2명은 있어야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경복, 윤태경.
괴산에 일이 있어서 집에 내려가 있었다.
하여튼 필요하면 꼭 없어.
이때 옆 텐트에 놀러 온 대학생 4명은 벌써 텐트를 다 치고 캐치볼을 하고 있었다.
나는 뚱뚱한 지갑 들고 그들에게 다가가 각각 5만원권 2장씩을 나눠주었다.
“미안한데 텐트 치는 것 좀 도와줘요.”
10만 원씩 받아 든 대학생들은 바로 움직였다.
“네 사장님! 앉아 계십시오. 저희가 다 해결하겠습니다.”
돈은 무서웠다.
인간의 힘으로 칠 수 없을 것 같았던 텐트가 금방 뼈대가 세워지고 살이 붙었다.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있었으나 유투뷰를 보면서 몇 번 상의하더니 금방 해결책을 찾았다.
인서울 대학생은 정말 똑똑하다.
겨우 30분도 되지 않아서 그늘막까지 완벽하게 만들어진 텐트가 완성되었다.
와~ 내가 산 것이 이런 것이구나. 멋지다.
이때 코팡에서 주문한 음식과 술이 도착했다.
3일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좀 많이 주문한 것 같았다.
각종 먹을 것이 산처럼 쌓였다.
그래서 조금 머쓱하여, 맥주 한박스를 텐트를 쳐준 대학생들에게 나눠 주었다.
따라따라딴~~~따라라라라~~~.
러브~ 텐트를 소개합니다.
10명은 들어갈 수 있는 공간.
거실과 침실로 분리.
하늘을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제 점수는요···.
아~ 이럴 때가 아니지.
황금씨앗!
황금씨앗!
넌 황금 씨앗을 심으러 왔다고!
나는 텐트 안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그리고 텐트의 모든 창문을 받았다.
벙커 IN.
나는 저그를 감시하는 마린처럼 주변을 살폈다.
흠···.
아무리 이쪽저쪽 살펴도 누구도 이쪽에 관심을 주지 않았다.
누가 나에게 따듯한 관심을···.
아니지. 아니지.
딱 좋아.
이제 황금 씨앗을 심어볼까?
재봉 가위를 꺼내 들고 텐트 바닥에 직경 30cm의 구멍을 만들었다.
천만원짜리 텐트에 구멍을 내니, 내 마음이 찢어지는 기분이었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이런 것으로 아까워하지 마라.
황금 나무가 coming soon 아닌가?
야전삽과 호미를 이용하여 땅을 파기 시작했다.
흙은 냄비에 남아서 쌓아 놓았다.
그렇게 계속 한 시간 정도를 파내자 어깨까지 들어갈 깊이의 구덩이가 생겼다.
품속에서 황금의 씨앗을 꺼내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아 예쁘다···.
나는 황금 씨앗을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구덩이 속에 넣었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흙을 덮었다.
끝~.
씨앗이니 물을 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신아. 황금 씨앗에 무슨 물이냐?
금 조각이니 물을 줄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500M 생수를 몽땅 부었다.
하하하 혹시 아냐? 정말 물을 부어야 할지?
화초용 비료액까지 손에 들었으나 이것은 아닌 것 같아서 구석으로 던졌다.
진짜 여기까지-
대충 마무리된 것 같아서 캠핑 의자에 앉아 캔맥주를 땄다.
땅을 파는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지금은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난 밤 10시였다.
늦은 저녁을 챙겨 먹으려고 했더니,
휴대용 가스버너는 있으나 가스가 없었다.
아 가스가 없어.
씨발! 가스~~~
삼겹살은 있으나 불이 없어서 못 먹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삼겹살을 육회로 먹어도 되나?
······
혼자 있으니까 배도 별로 안 고프고, 술도 땡기지 않았다.
그냥 자자.
텐트 안에서 자려고 했지만, 이불도 베개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캠핑그라운드 사장 개새끼. 완벽하다며?
그래도 일단 누웠다.
뒹굴뒹굴··· 잠이 안 온다.
갑자기 배가 고프고 잠자리가 더 불편했다.
차에서 잘까? 좌석이 편하던데.
하지만 차 안에서 잘 수 없었다.
황금의 씨앗을 누군가 보면 내 능력이 사라질 수 있었으니,
절대 텐트 안을 벗어 날 수 없었다.
그래도 너무 배고파.
텐트 밖으로 나오니,
대학생이 텐트를 철거하고 있었다.
“남은 장작 나 써도 돼요?”
인서울 대학생들은 인성도 좋아.
나는 남은 장작을 얻어서 불을 붙였다.
장작불을 피우고 통 삼겹살을 구웠다.
소금을 가지고 오지 않아서 잠깐 짜증이 났지만, 라면을 하나 터서 스프를 뿌렸다.
익숙한 그 맛은 삼겹살에도 잘 어울렸다.
음~ 딜리셔스~
포크, 칼, 접시가 없어서 좀비처럼 삼겹살을 입으로 뜯으며 허기를 달래고 있을 때
옆 텐트에서 젊은 여자 하나가 자주 이쪽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야만인을 바라보는 눈길이라 생각했다.
어머~ 재는 뭐야? 이상해~
이때 그 여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 골든보이님 아니세요?”
순간 한강 둔치에서 꽃뱀에게 싹 털렸던 기억이 났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망설이고 있을 때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혼자 캠핑 오셨어요?”
나는 아무것도 못 느끼는 돌이다.
나는 돌이다···.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럼. 저희랑 맥주 함께 마실래요?”
내 입에서 ‘네’라는 단어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겨우 목구멍 안으로 집어넣고 말했다.
“혼자서 생각할 것이 많아서···. 죄송합니다.”
“아 그러시구나. 알겠습니다. 쉬세요.”
한강 둔치의 꽃뱀도 똑같은 멘트를 날렸었다.
또 속을 수는 없지.
게다가 혼자 있어서 방심하기에 너무도 취약한 상태였다.
여기는 눈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서울이다. 정신차려!
나는 눈을 비비며 최대한 버티다가 텐트로 들어가 사발면 상자를 베고 바로 잠이 들었다.
너무도 피곤하여 완전히 깊게 잠을 잤다.
새벽이었다.
무슨 소리가 들렸고 땅이 살짝 흔들렸다.
덜그럭- 덜그럭 우두둑-
이것이 서울 사람만 듣는다는 지하철 소리인가?
하지만 지하철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가까웠고 날카로운 소리였다.
곧 직감적으로 황금씨앗에서 나는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한번 땅이 떨리고 땅속에 뭔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무섭다.
도망칠까?
아니다. 버텨~~
나는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하고 음악을 들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될 무렵 겨우 다시 잠들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우 점심쯤 눈을 떴다.
시체처럼 밖으로 나왔을 때 옆 텐트의 젊은 여인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여자가 밝게 인사했다.
“골든보이님 잘 주무셨어요.”
“네 안녕하세요.”
“어제 이상한 소리 안 들렸나요? 무서워서 혼났어요.”
옆 텐트도 그 소리를 들었나?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 깊게 잠을 자서 아무것도 못 들었습니다.”
“그러시구나.”
미안합니다. 구독자님.
그들의 캠핑을 방해한 것 같아 도망치듯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황금 씨앗을 묻은 곳에 귀를 가져갔지만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띠릭-띠릭-
보조 배터리까지 챙겼지만, 음악을 틀어 놓고 잠이 들어서 핸드폰 배터리가 방전될 위기였다.
곧 도착할 경복이 태경이의 전화를 받아야 했는데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서 옆 텐트 여인에게 보조 배터리가 있는지 물었지만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차를 보더니 되물었다.
“저 정도 큰 차 안에는 핸드폰 급속 충전기 정도는 들어 있지 않아요?”
“핸드폰 충전 장치요?”
그런 것이 있나?
링컨 차 문을 열고 자세히 살피자 운전석 옆에 올려놓기만 해도 충전이 되는 곳이 있었다.
오 진짜네.
이때 경복이에게 전화가 왔다.
“난지도 왔다. 어디냐?”
“S-11 데크다. 숫자 보고 들어와.”
나는 곧 지나가는 경복이의 그랜저를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이놈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인사도 없이 텐트와 자동차를 구경하였다.
“이 탱크 같은 차는 뭐고, 이 아랍 족장님 쓰는 이 텐트는 뭐야?”
“어제 샀어.”
경복이는 링컨을 손으로 만지며 말했다.
“차 위에 포탑만 달면 탱크가 되겠는데? 이 차 이름 뭐야?”
“링컨.”
“얼만데?”
“큰 거 한 장.”
“미쳤구나?”
“투자야. 투자.”
텐트 안으로 들어가 또 놀라며 말했다.
“텐트도 폴블리자드 건데? 에베레스트 등정 가냐? 왜 이렇게 오바했어?”
“이것도 투자야. 장비는 무조건 좋은 것으로 사야지.”
“어디 산에 금이 있는데?”
“산은 아니고. 지금 미션 중이다.”
태경이가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미션? 어디에 금이 있어?”
이놈들에게 금 이야기를 하면 몰래 파 볼 놈들이다.
그냥 말을 안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난지도에서 사흘 버티는 미션이야. 이제 이틀 남았다.”
“쉽네. 내일까지 있으면 되는 것이잖아.”
“그렇지.”
나는 애들을 보내서 캠핑용 침낭, 속옷, 물티슈 등등 꼭 필요했던 것을 시켰다.
야! 치약 칫솔!!!
이를 못 닦아서 미칠 것 같다.
필요한 것이 하나둘씩 확보되자 훨씬 여유가 흘러넘쳤다.
사 놓고 먹지도 못한 고기를 태경이가 손재주를 부리며 요리를 만들었다.
먹방을 준비했던 사람답게 화려한 요리가 계속해서 만들어져 나왔다.
당장 먹으려고 덤볐더니 한 대 맞고 카메라 촬영이 끝난 후에 겨우 먹을 수 있었다.
화려한 음식 냄새에 옆 텐트 여인들 다시 한번 다가왔다.
“골든보이 채널. 윤 PD님도 오셨네요?”
태경이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혹시 우리 구독자분들이신가요?”
“네 맞아요.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이것도 인연인데 함께 음식을 나누어 드실까요? 많이 있어요.”
“진짜 그래도 되나요?”
“그럼요. 소고기는 사랑이죠. 의자만 가지고 오세요.”
나는 태경이의 팔을 잡고 웃는 얼굴로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너 붕어냐? 전에 한강에서 꽃뱀에게 당한 거 기억 안 나?”
“내 지갑에 전 재산 10만원 있는데 미리 주고 시작할까?”
차를 주차하고 돌아온 경복이를 향해서 말했다.
“야 태경이 좀 말려봐. 또 꽃뱀에게 당하려고 하고 있어.”
경복이는 옆 텐트의 여자들을 보더니 웃은 얼굴로 말했다.
“골든보이 팀에서 잠수 아저씨로 나오는 사람입니다.”
경복이 씨발 새끼.
유투뷰 잘 안 본다고 해 놓고 게시글에 자신을 뭐라고 부르는지 다 알고 있었다.
나는 성배를 지키는 마지막 십자군의 심정으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옆 텐트에서 여인 2명이 넘어왔다.
“골든보이님은 안 드세요?”
태경이가 그들이 가지고 온 술과 안주를 받으며 말했다.
“골든보이님의 신통력 보셨나요?”
“생각할수록 신기해요. 이 근처에는 보물이 없나요?”
“골든보이님이 신통력을 쓰기 전에 술과 여인을 멀리하고 땅의 기운을 받습니다. 그래서 참석하지 않는 것이지요.”
뭐 술과 여인을 멀리해?
죽일까?
여인들은 그것을 믿었다.
“진짜요?”
“그럼요.”
“그래도 같이 마시자고 물어는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정 탄다고 화낼 수도 있어서 안 됩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요.”
나는 배신자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텐트에 있었다.
태경이가 만든 요리가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2:2 딱 맞으니까 숨도 쉬지 말고 있어.”
웃음소리가 들리고 짜증이 났지만, 요리는 속도 없이 맛있었다.
당장이라도 뛰어나가고 싶었으나 황금 씨앗이 내 발을 잡는 것 같았다.
밤이 점점 깊어졌고 웃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새벽이 되어서야 두 배신자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금방 코를 골며 잠이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땅이 울리며 이상한 소리가 났다.
어제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우르르-
경복이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 난리에도 태경이는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야! 지진이야! 피해야 해!”
경복이가 태경이를 끌고 그랜저 안으로 들어갔다.
애들아. 이거 지진 아니야~~~
나는 왜 이런 소란이 일어나는지 알고 있었으나
황금 씨앗 때문에 그렇다고 말하면 당장 보자고 할 것 같아도 모르는 척했다.
다시 한번 땅이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리자
경복이는 차에서 내려 태경이를 끌고 내려 캠핑장 밖으로 도망쳤다.
나도 도망치는 듯하다가 링컨으로 들어가서 숨었다.
사람들이 대피하는 것을 지켜보며 버텼다.
난지도 아래서 가스가 터졌다는 말도 안 되는 고함이 들렸다.
아 나도 모르겠다.
곧 경찰차와 공원 관계자가 와서 사람들을 급하게 대피시켰다.
맙소사. 이 정도 난리가 나다니···
나는 침낭을 덮으며 몸을 숨겼다.
경복이가 어디 있냐며 나를 찾았지만, 핸드폰 전원을 껐다.
나도 대피할까 생각했지만, 가끔씩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텐트 아래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당장 텐트 안으로 뛰어 들어가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싶었으나 반나절만 시간을 보내면 사흘이었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보기로 했다.
보이스 비 페이션트.
소년이여. 짱 박혀라.
차 안에는 물도 있고 먹을 것도 있었지만 화장실을 가야 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서 물만 조금씩 마시면서 버텼다.
잠깐 핸드폰을 켜자 경복이와 태경이가 나에게 전화했다.
이곳으로 찾아오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다가 내가 연락하면 텐트 쪽으로 오라고 했다.
그냥 가만히 있어.
물 대신 어제 사 온 위스키를 조금씩 마셨다.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정도만 마시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마셨고 10잔이 넘어가자 금방 대취하여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깨며 화들짝 놀랐다. 시계를 보았는데 이미 씨앗을 심은 지 사흘의 시간이 지나있었다.
자동차 창문으로 주변을 살폈다. 사람들이 캠핑장 안으로 들어와서 텐트를 걷고 있었다.
나도 급하게 나와서 대궐 같은 텐트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황금 씨앗을 심어 놓은 곳으로 다가갔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다스리며 황금의 씨앗을 심어 놓은 곳을 호미로 파기 시작했다.
땅-
맑은 금속음이 들렸다.
그리고 날카로운 단면의 황금 일부가 보였다.
“어? 진짜 금···. 금이다.”
엄···엄청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