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청와대 마크가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서진택 청와대 의전 비서관이 내민 명함을 확인했다.
명함에는 청와대 마크, 이름, 전화번호만 있었다.
“청와대 의전 비서관 서진택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성열입니다.”
서진택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찾아와 놀라지 않으셨는지요?”
나는 내 앞에 놓인 명함을 다시 보며 말했다.
“청와대라···. 조금은 놀랐습니다.”
“그저 공무원 중의 하나일 뿐입니다. 조금도 부담 가질 필요 없습니다.”
청와대라고 하면서 부담을 느끼지 말라니요.
온몸에 문신한 깡패가 ‘나 착해요.’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달라?
“정말 저를 만나려고 찾아오신 것입니까?”
“사실. 김 선생님께서 도와주셨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이런 자리를 교수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제가... 청와대 일을요?”
왜? 청와대 안마당에 금이라도 있어?
비서관은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고 가방에서 10장짜리 기획안을 나에게 넘겨줬다.
“아시다시피 저희가 2~30대의 지지율이 낮은 편입니다. 그래서 젊은 인재 30명을 초대하여 그들에게 상을 주고 대통령께서 직접 치하를 하는 행사를 준비 중입니다.”
2~30대에게 인기가 없는 대통령에게 이번 행사로 단 1,2%의 지지율만 올릴 수 있다면 남는 장사라 할 수 있었다.
“대통령께서 김 선생님이 그동안 이룩하신 공을 치하하여, 직접 대한민국 의인(義人)상을 수여하려고 합니다.”
“대통령께서 직접 저에게 상 주신다고요?”
수상하다.
중학교 때 체육 선생님이 상장과 공책 그리고 연필을 왕창 주더니. 배추밭에 끌고 간 적이 있었다.
200평이 그렇게 넓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한동안 배추김치도 먹지 않았다.
비서관의 눈빛이 딱 그때와 같았다.
또 속으면 병신이지.
서 비서관은 나의 매서운 눈빛을 받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20대의 젊은이가 증광사 대종, 백제 옥새, 고려 편경 등등을 발굴하고 국가에 헌납했습니다. 또한 속초 연쇄살인마를 잡고 강화도 북한 잠수정을 최초로 신고한 공도 있습니다. 상을 받기에 공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나는 살짝 영혼 없이 대답했다.
“아···.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니 영광이군요.”
뭐 말하려고 이렇게 앞에서 깔아주지?
더 수상하다.
비서관은 앞에 놓인 아이스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내려놓았다.
“다만 행사를 했으면 확실한 효과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골든보이님의 큰 도움을 얻을까 합니다. 아마도 쉬운 부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니 벌써부터 겁나는데요? 그냥 속 시원하게 말씀해 보세요.”
잠깐 망설이던, 비서관이 나의 눈치를 보았다.
이제 본론이 나오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청와대 행사 때 김 선생님께서 대통령께 직접 청동 반가사유상을 전달하시는 장면을 넣고 싶습니다. 아직 언론을 타지 않은 국보급 문화재가 있다면, 확실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서울대 윤 교수님이 말했다.
“청동 반가사유상이 있다는 말을, 내가 자네 허락 없이 이야기했네. 미안하네.”
“아···. 그렇다면···. 훈장을 줄 테니. 청동 반가사유상을 국가에 헌납하라는 말씀인가요?”
털도 안 뽑고? 반가사유상을 그냥 먹겠다고?
청와대가 도둑놈이네.
비서관은 정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저희가 따로 준비한 것이 있습니다.”
너 진짜 청와대만 아니면 욕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뭔가 준비했다고 하니까. 들어보고는 싶었다.
“무슨 말씀을 하는지, 일단 들어볼까요?”
“이번 행사에 참여하시면, 한 달 내에 증광사 종 발굴 보상금이 지급될 것입니다. 증광사 종의 값어치를 200억으로 계산하여 보상금은 20억으로 책정할 것입니다.”
20억···?
20억!!!
나는 순간 충격을 받아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20억이요?”
“그리고 북한 잠수정 신고 포상금 7억과 간첩신고 5억 총 12억도 지급하겠습니다.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금괴 2억 원어치도 포상금에 포함하겠습니다. 그래서 총 14억을 드리겠습니다.”
진···진짜요?
“일···일처리가 빠르군요.”
당황한 표정 짓지 마.
You need 포커페이스~
서 비서관의 목소리에 조금은 힘이 실렸다.
“청와대에서 신경 쓰니 가능한 일입니다. 또한 넘겨주시는 청동 반가사유상은 물론이고 고려 편경, 백제 옥새도 최고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좋아요. 당장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럴 때는 한번 튕겨 줘야, 하나라도 더 받을 수 있었다.
나는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청동 반가사유상은 100억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처리할 수 있는 루트도 있고요.”
“아. 김 회장님의 손자라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서진택 비서관은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서 고심하다가 다른 방법의 보상을 준비해 봤습니다.”
“다른 방법의 보상이요?”
“우리 윤 교수님께서 생각해낸 보상입니다.”
청와대 비서관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서울대에 특별 입학정원을 만들 예정입니다. 능력은 있지만 학업 능력이 부족하여 학위를 따지 못한 20~30대 인재들을 도와주는 기획입니다. 30대 자동차 명장이나 20대 전기 명인이 서울대에 들어가 공부를 할 기회를 드리는 것이지요.”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눈을 크게 떴다.
“그렇다면 제가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가요?”
“국보급 문화재를 연속으로 발굴하고 있는 골든보이님이 서울대 역사학 대학원 가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오···. 나이스~~~
나는 기쁨에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미션에 성공할 기회가 온 것이었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윤 교수님께 머리를 숙였다.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
교수님은 만족한 얼굴이 되었다.
“공치사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자네를 옆에 두려고 평소 같지 않게 무리한 면이 있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자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네.”
“기대해 부응해 보겠습니다. 교수님.”
윤 교수는 정색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네를 믿네.”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6개월 안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죄송하지만. 입학 스케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다음 주에 청와대 행사가 있고 이번 달 안에 입학 절차를 완료할 생각이라네.”
교수님. 사랑합니다.
딱. 마음에 드네요.
“그런 스케줄이라면 아주 만족합니다. 앞으로 있을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우리 셋은 카페에서 음료를 3번 더 주문할 정도로 오래 이야기를 나눈 후 헤어졌다.
며칠 뒤 집에서 늦잠을 자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비몽사몽 전화를 받았더니,
상대는 문화재청 보상 담당자라고 했다.
“어디라고요?”
“여기는 문화재청입니다. 증광사 대종 보상금 결재가 떨어져서 전화 드렸습니다.”
뭐···뭐라고?
“증광사 보상금이요?”
“김성열 선생님 맞으시죠?”
“맞습니다.”
“이미 이야기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순간 청와대 비서관 서진택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보상금이 나온 것은 문화재청 역사상 처음이고 고생한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아 달라고 하셨습니다.”
이 정도라면 공치사를 백번도 더 들어주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보상금이 얼마나 나왔는지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돈부터 이야기 해줘야지.
심장이 떨리잖아.
“아. 가장 중요한 것을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죄송합니다.”
“천만에요. 괜찮습니다.”
담당자는 살짝 웃는 목소리로 말했다.
“보상금은 20억입니다. 계좌를 직접 확인해 보세요.”
계좌 확인 중
단,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
20억.
모바일로 계좌를 확인했더니 정말 20억이 들어와 있었다.
“확인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라의 큰 보물을 발견해 주셔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전자문서를 보내드릴 테니 꼭 사인해 주세요.”
나는 계좌를 확인하고
바로 태경이와 경복이를 롯데리아로 불렀다.
그리고 가장 비싸다는 한우 버거세트를 3개나 시켜 놓았다.
한우 버거 세트를 보고 경복이가 말했다.
“오~한우 버거? 왜 아침부터 플렉스야?”
“아침은 무슨, 지금이 몇 신줄 알아? 점심시간도 지났다.”
“아···그래? 방금 일어났다.”
태경이도 피곤한 얼굴로 다가왔다.
어젯밤에 금성산성에서 전국의 발굴팀들이 발굴하는 영상을 편집하고 유투뷰에 올렸다.
그래서 ‘과거를 통해서 미래를 보는 사람들’이라는 콘텐츠가 올라갔다.
그렇게 공부하라고 해도 잠만 자던 놈이, 유투뷰에는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면서 열심히 하고 있었다.
이틀 전, 태경이는 구독자가 늘어 5만 명이 넘어가자
자동차 선루프를 열고 ‘5만! 5만! 구독자 5만!’이라고 미친놈처럼 외치고 다녔다.
우리는 괴산의 평화를 위해서 그놈의 등짝을 안 때릴 수가 없었다.
창피해!! 조용히 있어!
나는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고 인터넷 뱅킹으로 두 명의 계좌에 각각 6억을 쏘았다.
“문자 확인해라.”
좀비처럼 햄버거를 먹던 태경이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문자를 확인하더니
마치 심청이를 본, 심 봉사처럼 눈을 번쩍 떴다.
“이게 뭐야? 단,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 6억?”
태경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이 돈은 뭐야?”
“아 증광사 대종 보상금 20억 들어왔어. 6억씩 나누어 가지고 2억은 공금이다.”
“진짜 나 주는 거냐?”
“뺄까?”
“절대···. 절대 안 돼···. 줬다가 뺏는 게 제일 나빠···.”
“그럴꺼 왜 물어봐?”
“그리고 이렇게 거금을, 무슨 롯데리아에서 줘.”
“그럼 버거킹에서 줘야 하냐?”
경복이도 온라인 계좌를 확인하고 햄버거를 떨어트렸다.
“8억···.”
“2억은 공금이니까 그렇게 알아.”
경복이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주니까 좋기는 한데, 증광사 종은 너 혼자 발견한 것이잖아. 아무리 친구지만 이렇게 큰돈을 받을 이유가 있냐?”
나는 롯데리아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둘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정신병으로 힘들어할 때, 엄마가 나에게 신경 쓸 수 없으셔서 점심도 못 싸 왔지. 태경이가 도시락 반을 나눠 줬다. 그리고 정신이 없어서 애들에게 괴롭힘당할 때 경복이가 함께 싸워줬다. 나는 그때 무너지기 직전이었어. 그래서 지금 사람 구실 하고 있다고 생각해.”
둘은 나의 말에 어색해했다.
“새끼···. 왜 옛날이야기는 하고 그래.”
“우리 아버지가 옛날에 3천만원 꾸고 못 갚았는데 경복이 아버님은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10년이나 기다려 주셨다. 그 이자라고 생각해라.”
경복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까먹으셨나?”
“말씀은 안 하셨어도, 마음고생이 많으셨을 거다. 정말 큰돈이었지.”
“우리 아버지가 화끈한 부산 사나이 아니냐!!!”
나도 가볍게 말했다.
“내가 입금하는 것도 당연한 거야. 그때랑 다르지 않아. 나도 6억을 나눠 줄 수 있어서 기분 좋아.”
“그래도 사이즈가 너무 큰데···.”
“6억을 주는 이유가 있어.”
“뭔데?”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쭉 마시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보다 얼마 전에 청와대 사람이 나를 찾아왔다.”
“청와대가 너를 왜 찾아와?”
“청동 반가사유상을 국가에 상납하면 상장을 주고 지금까지 발굴한 보물에 대한 보상금을 빨리 지급하겠다고 했어.”
“사기꾼 아니야?”
나는 애들에게 청와대 비서관 명함을 보여주었다.
“청와대 의전 비서관 서진택이라는 사람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얼굴도 확인했다. 그리고 서울대 윤 교수님께서 소개하셨어.”
태경이가 청와대 홈페이지를 확인하고 말했다.
“와 씨발. 진짜 청와대네.”
“그럼 이 형님이 거짓말하겠냐?”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명함을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청와대에서 달라고 하면 당연히 줘야지. 버텼다가 안기부에 끌려가서 전기 고문당할 수 있다.”
내가 낮게 웃었다.
“지금이 무슨 5공이냐? 안기부 가게.”
“권력은 무서운 거야. 사단장만 떠도 산이 사라지고 없던 강이 생기는데 청와대면 말해 뭐해? 청동 반가사유상을 못 주겠다고 버티면 그놈들이 가만히 있었을까? 보상금을 아마 10년 뒤쯤 받았을 거다.”
청와대가 미리 당겨서 보상금을 줄 수 있다면, 미뤄두었다 주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반가사유상을 넘기기로 청와대와 약속해서, 3년 뒤에나 나올 증광사 대종 보상금을 이렇게 빨리 받은 거로 생각하고 있다.”
“잘했다. 그것이 현명한 방법이야.”
나는 정색한 표정으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사실 내가 반가사유상을 청와대에 상납하고, 나만 받을 수 있는 대가를 받았다.”
“뭔데? 청와대에 한자리 준 데?”
“서울대 입학 제안을 받았어.”
“서울대 대학원? 그때 미션 받은 거기!”
“그래. 윤 교수님과 청와대가 힘을 써서 서울대에 특별전형을 만들었다.”
태경이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활짝 웃었다.
“그럼 미션은 통과네. 능력치가 절반으로 깎기는, 그 빌어먹을 사태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그렇다고 봐야겠지.”
“존나 잘됐네. 나는 네 능력이 없어질까 존나 걱정했다.”
“나 혼자 서울대 대학교에 가게 되어서 섭섭하지 않냐?”
태경이가 다시 한번 모바일로 계좌를 확인하며 말했다.
“통장에 6억이나 찍혔는데 서울대가 대수냐? 그리고 공부하기는 정말 싫다.”
하하하 맘대로 청동 반가사유상을 쓴 불만이 없으라고 6억씩 나눠 준 거야.
니들도 그거 캐느냐고 절벽에 매달려 고생했잖아.
아! 맞다 하나 더 있다.
“아 그리고 곧 간첩신고 포상금 14억이 들어올 예정이야.”
“14억?”
“잠수정 7억, 간첩 5억, 그놈들이 가지고 있었던 금괴 2억. 총 14억. 저번에 이야기했잖아. 그것도 4억씩 나누고 2억은 공금으로 쓴다. 이의 없지.”
그때 총 맞고 다 뒤질 뻔했지···
태경이는 4억이 더 들어온다는 이야기에 가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씨발! 키스해도 되냐?”
“개새끼야. 안돼! 꺼져.”
우리는 롯데리아에 있는 사람들이 인상을 쓸 정도로 웃었다.
지금 인상 써?
확 골든벨 울려?
얼마 후 나는 청와대 행사에 참석하여, 대한민국을 빛낼 젊은 인재들 사이에서 대한민국 의인상을 받았다.
괴산대 학벌로 대한민국 의인상과 젊은 인재상을 받은 것은 국민이 보기에 신선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새로운 국보급 문화재인 청동 반가사유상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모습을 모든 언론사에서 앞다투어 취재했다.
이 행사로 2~30대 젊은 층의 지지율이 소폭 올라 청와대는 투자 대비 성공적이라 평가했다.
9시 뉴스에 골든보이가 나오자 태경이는 다음 콘텐츠를 급하게 준비했다.
“물 들어왔으니, 노 젓자.”
강화도에서 한밤에 청동 반가사유상을 절벽에서 발굴하는 장면을 처음으로
청동 반가사유상에 대한 서울대 윤 교수님과 괴산대 이 교수님의 설명을 넣고
내가 알려준 청동 반가사유상을 캔 곳에서 윤 교수님이 갑옷과 유물을 캐고 있는 모습을 넣었다.
콘텐츠 제목은 ‘청동 반가사유상의 탄생과 비밀.’
청동 반가사유상을 만든 혜천 스님의 이야기가 교수님의 설명으로 나왔다.
천축으로 떠나는 혜천 스님의 죽간 소개장이 발견되어
청동 반가사유상을 여선산에 심으려고 했다는 것이 나왔다.
천축으로 떠나는 자신과 일행의 무사함을 빌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내가 대통령에게 상을 받는 모습과 대통령님의 당부 말씀(?)을 넣어 콘텐츠를 만들었다.
대통령의 말씀이 들어가서 반응이 폭발적일 것이라 계산했다.
예상대로 콘텐츠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이 많아서 곤혹스러웠다.
그래서 급하게 다시 편집하여 대통령님이 말씀하는 내용을 최대한 줄여 다시 올렸다.
형이 잘 못 했어.
다시는 안 할게.
정치는 역시 피곤하다.
얼마 후. 입학 작업이 완료되었다는 윤 교수님의 전화를 받았다.
나는 만사를 제치고 서울대 원무과로 달려가 등록금을 내러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미 장학금 처리되었다네?
아마도 윤 교수님이 손 썼을 것으로 생각했다.
전화로 땡큐~ 하려고 했더니, 전화를 안 받으셨다.
제가 ‘돈지랄 하는 식당’으로 한번 모시겠습니다. 교수님.
원무과 직원에게 재학증을 발급 부탁했고 단 3분 만에 증명서가 손에 들어왔다.
드디어 서울대 대학원 입학이다!!!
나는 서울대를 쭉 바라보았다.
여기가 나의 모교라는 말인가?
당장 동네 입구에 크게 걸어둘 플래카드를 준비하기로 했다.
괴산의 아들!!! 서울대 대학원 입학!!!
엄마!! 제가 바로 가문의 영광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미션 성공!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들고 서울대 대운동장으로 갔다.
주변에 사람이 거의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미션창을 불렀다.
<< 황금인에 어울리는 학업을 성취하세요. >>
<< 서울대 대학원 입학 미션에 성공하셨습니다.>>
<< 보상을 선택하세요.>>
<<황금 씨앗 / 황금 나침반>>
응? 뭐지?
평소와 다르게 탐지 범위 확대나 탐지 종류 증가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형태의 보상이었다.
‘황금의 씨앗’과 ‘황금 나침반’이라···.
보상을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해 주는 것은 없었다.
왜 이렇게 불친절해?
그렇다면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황금의 씨앗’이라면 흥부 놀부에서 나오는 박씨 처럼 땅에 심으면 보물이 가득 차 있는 박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오. 괜찮다.
‘황금 나침반’은 아무래도 황금이나 보물이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것 아닐까?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내 상상을 기준으로 선택한다면···.
지금 있는 ‘황금을 보는 눈’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뭔가 발견할 수 있으니
‘황금 나침반’ 보다는 ‘황금 씨앗’이 탐났다.
‘황금 씨앗’은 고생하지 않고 심으면 끝나는 것이니,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황금 씨앗’을 선택했다.
그 순간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빛났다.
자~~~ 이제 황금 씨앗 주세요.
황금의 씨앗을 선택했지만, 어디에도 금 조각 하나 보이지 않았다.
응? 황금의 씨앗은 어디 있지?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 것인가?
나는 호주머니를 뒤져보고 신발 깔창까지 뒤집어 보았다.
한참 동안 몸을 숙이며 주변을 살폈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하늘에 날아다니는 닭둘기(?)까지 바라보았다.
혹시 비둘기가 씨앗을 떨어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였다.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 황금 씨앗 내놔! 이 나쁜 놈들아!! 이 사기꾼 새끼야!”
미친놈처럼 고함을 지르자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대학생들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순간 얼굴이 화끈하여, 아무 일도 없는 듯 핸드폰을 보며 자리에 앉았다.
이때 바람에 먼지가 날아왔고 코가 간지러웠다.
그리고 재채기가 났다.
에취~~~!
땡그랑~
기침 소리와 함께 내 입에서 새끼손톱보다 작은 금조각 하나가 운동장 관중석에 떨어졌다.
그것을 보고 미친 듯이 달려가 금조각을 손에 쥐었다.
이것이 그 ‘황금 씨앗’인가?
씨앗 모양의 금조각을 쥐고 이리저리 살폈으나 특별한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혹시나 황금 씨앗과 관련된 미션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미션창을 불렀다.
정말 미션창이 떴다.
<< 황금 씨앗 사용 방법에 관해 연구하세요. >>
<< 미션 : ‘황금 씨앗’을 난지도에 심고 3일 동안 기다리세요.>>
<< 주의 : 3일 안에 황금 씨앗을 누군가가 보면 모든 능력이 사라집니다.>>
황금 씨앗을 난지도에 심으라고?
그리고 누가 보면 능력이 사라져?
나는 다시 한번 황금 씨앗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제크와 콩나물에서 나오는 거대한 황금 나무가 자랄 것이라 확신했다.
어떻게 아냐고?
내 직감이다.
물론 수능 때 한 줄로 찍은 것 보다, 점수가 안 나온 직감이지만···
이번에는 진짜 나 한번 믿어봐.
진짜 대박일 거야!
황금 씨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