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국보'라는 놈을.
서울대 윤 교수님도 원했다.
고모님도 원했다.
할아버지도 원했다.
생각해보면 다 내 탓이다.
'제가 국보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책 없는 멘트를 떠들어 놓고 어찌 감당해야 할지 당황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들.
사과 오지게 박겠습니다.
하지만 100% 제 잘못이 아닙니다.
서울대를 가라는 '미션창' 저놈이 나쁜 놈입니다.
현타 후 깊은 한숨.
어쨌든 약속한 것을 지키려면.
나는 국보급 문화재를 새로 발굴해야 했다.
사실 '새로운 문화재를 발굴하는 것'은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돈 버는 일을 누가 싫어하겠나?
하지만 요즘 비전문가인 내가 발굴하다가 문화재가 상할까 그것이 살짝 걱정되었다.
내가 돈만 밝히는 미친놈은 아니다.
사실 그동안 문화재를 너무 야매(?)로 발굴하지 않았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국보급 문화재를 찾았을 때 전문적으로 어떻게 발굴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모르면 공부해야지.
하지만 사학과 1학년부터 다시 배울 수는 없고.
당장 쓸 수 있게 속성으로 배워야 했다.
그럼 어디서 누구에게 배우나···.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증광사 주요 발굴현장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기초부터 배우면 되었다.
나는 발굴현장에서 유물 발굴하는 법을 빠르게 배우고 있었다.
꼭 필요한 기술이었기에 평소와 다르게 매우 열심히 배웠다.
다른 대학교는 어떻게 발굴 하나도 유심히 관찰했다.
1주일쯤 지났을 때 전체적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고 이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알아먹었다.
모르는 말은 수첩에 적어 두었다가, 이준석 교수님께 물어보았다.
이때 서울대 윤준서 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매우 흥분해 있었다.
- 자네가 준 청동 반가사유상은 진짜다. 그것도 삼국시대 백제 무왕 때 물건이야. 알고 있었나?
그것을 알아봤으면, 제가 교수했지요.
“저도 그 정도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주둥이 또 나불댄다. 당장 멈춰.
- 이것을 발굴한 곳에 갑옷이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뭔가가 있었습니다.”
- 그곳을 발굴하면 확실한 것이 나오겠는가?
“아마도 청동 반가사유상이 왜 그곳에 묻혀 있었는지 이유를 알 가능성이 있겠지요.”
가능성이라고 쓰고.
'나도 몰라'라고 읽는다.
윤준서 교수님은 잠깐 말이 없다가 침을 삼키고 말했다.
- 그곳을 발굴하고 싶네.
나도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물었다.
“가능합니까? 대학원 입학.”
- 요강은 봤나?
“네 토익 750점은 넘겼습니다. 다만 제2외국어 한자는 하나도 모르고, 논문을 등재하거나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도 없습니다.”
윤 교수의 긴 한숨이 나오고 힘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 돈으로 주면 안 될까? 기대 이상으로 줄 수 있네.
“서울대 대학원을 꼭 입학해야 합니다. 반드시.”
- 서울대 학위가 목적인가?
“아닙니다. 입학만 하면 됩니다. 학위를 바라지 않습니다.”
시스템 창에서 미션을 줬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윤 교수를 이해시킬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반드시 입학을, 6개월 안에 해야 합니다.”
-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오려면 논문도 올리고 여러 가지를 준비할 것이 많아. 그래야 뒷말이 없네. 최소 2년 뒤를 생각해야 해.
“무리인 것은 알지만 반드시 6개월 이내에 입학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 이상의 시간이 흐르면 의미가 없습니다.”
- 무슨 상황인지 나를 이해 시킬 수 없겠나?
“복잡한 상황이라 교수님을 이해시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빌어먹을 미션만 아니라면, 서울대 대학원에서 들어오라고 큰절을 해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미션에 실패하여, 능력치가 50%로 감소하는 것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일해라!! 윤 교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해주지.
“전에 동영상으로 보여 드렸던 고려 은입사 금동물병 보고 싶지 않습니까? 약속 잡을까요?”
으흐흐. 땡기지?
윤 교수는 순간 기습적으로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 물건도 꼭 보고 싶네.”
- 약속을 잡아 보고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고모에게 연락하여 서울대 윤 교수님이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고려 금동물병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께서는 이미 감정을 받았지만, 윤 교수같이 명망 있는 교수에게도 물건을 감정받고 싶다 하셨다.
그래서 바로 약속을 잡았고 나와 교수님은 오늘 저녁 현산병원 VIP 병동으로 찾아갔다.
고모님은 이미 윤 교수를 알고 있는지 친하게 아는 척을 했다.
“오랜만이네요. 윤 교수님.”
윤 교수는 깍듯하게 고모님께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더 아름다워지신 것 같습니다. 김 대표님.”
“듣기 좋은 빈말도 이제 잘하시네요.”
“저는 느끼는 대로 이야기하는 성품인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대표님.”
어른들의 아무 말 대잔치는 내가 따라갈 수가 없었다.
고모도 윤 교수가 아부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회장님이 깨어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요. 어서 들어갑시다.”
들어가니 할아버지는 고려 금동물병을 보고 있다가 윤 교수에게 잠깐 시선을 주었다.
“어서 오게 윤 교수. 오랜만이군.”
대통령을 만난 것처럼 예의 있게 머리를 숙였다.
“전보다 건강해 뵈니 참으로 좋습니다.”
할아버지는 고려 금동물병을 감상하며 말했다.
“요즘 이 보물을 보는 재미로 살아. 이 물병에 있는 무릉도원을 보면서 죽은 후가 어떨까 생각을 하지.”
윤 교수의 시선도 고려 은입사 금동물병에 박혀 흥분된 얼굴이 되었다.
“정말 놀라운 작품이군요. 잠시 감정을 해봐도 되겠습니까?”
“확인할 것도 없어. 이미 다른 전문가가 진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갔네.”
윤 교수는 그 말에 주춤했다.
“그렇습니까?”
“보물 감정으로 날고 기는 놈들 6명 정도가 국보급 보물이라고 했으니 틀림없겠지.”
윤 교수는 금동물병을 보며 갈증이 나는 듯 침을 삼켰다.
“엄청난 것을 손에 넣으셨군요.”
“우리 손자가 힘내라고 준 선물이야. 자식을 잘 기르면 이런 것을 선물로 받을 수 있어.”
“손자요?”
할아버지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이놈이 내 막내아들의 손자일세. 간첩도 잡고 속초 연쇄살인범도 잡았지.”
나를 보는 윤 교수의 눈빛이 단번에 바뀌었다.
“...그렇군요. 몰랐습니다.”
“능력 있는 놈이야. 학력이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돼.”
“아닙니다. 저도 능력은 인정하는 바입니다.”
손자에 대한 칭찬이 나왔을 때, 바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정중하게 할아버지에게 부탁했다.
“윤 교수님께 은입사 고려 금동물병을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할아버지가 의외라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윤 교수와 무슨 관계이냐?”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해서 진학 상담을 받고 있지요.”
할아버지의 표정이 살짝 찌그러졌다.
“대학원? 둘째가 학벌에 대해서 뭐라 한 것이 마음에 걸렸더냐?”
나는 뭐라 설명할 길이 없어서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서울대 타이틀을 가지고 싶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입니다.”
“하하하”
할아버지는 나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라는 말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눈에 힘을 주며 머리를 끄덕였다.
온몸으로 나의 대답에 공감하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 집안 사람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지. 패배자들이나 룰 따위를 말하는 법이다.”
할아버지는 윤 교수에게 천천히 시선을 이동했다.
“이놈을 연구할 시간을 1주일 주지. 이 보물을 보았던 모든 사람이 이것을 연구하기 원했지만,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네. 하지만 손자가 부탁하니 특별하게 자네에게만 허락하는 것이야.”
윤 교수는 큰절할 것처럼 인사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할아버지의 날카로운 시선이 윤 교수를 찔렀다.
“감사하면 우리 손자 진학 상담을 잘 해봐.”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사람을 쓸 때 확실하게 동기부여를 한다.
“자네 앞으로 큰 것 5장 보내지. 연구비로 부족함이 없을 것이야.”
윤 교수의 눈이 엄청나게 커졌다.
“큰 것으로 5장을 말입니까?”
“부족한가?”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밖으로 나온 윤 교수는 힘 있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자료. 연구비 5억.
무왕 청동 미륵반가사유상.
고려 은입사 금동물병.
국보급 보물을 2점이나 연구할 기회를 준 인물.
게다가 인화 그룹 김산 회장의 손자.
“회장님의 손자인지 몰랐구나.”
나는 건방진 모습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 머리를 더 숙였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서울대 윤 교수의 눈에는 열의가 넘치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놈을 어떻게든 서울대 대학원에 넣어야 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말에 힘이 실려 있었다.
“토익 점수 750점으로 부족하다. 더 성적을 높여야 한다.”
“가능합니다.”
“한자는 내가 보내준 200자를 완전히 외워야 한다. 당연히 쓸 수 있어야 해.”
“외우는 것은 자신 있습니다.”
“내가 메일로 보내준 논문을 외워라. 그것으로 면접을 볼 것이야. 툭 치면 녹음테이프를 틀어 놓는 수준으로 말이 나와야 해.”
윤 교수는 혼자 다급했다.
6개월 안에 어떻게 잡소리 없이 서울대 대학원에 넣을 수 있을지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지금부터 괴산대 이 교수와 이야기해서 지금 쓰고 있는 논문을 공동 저자로 올려. 그리고 내가 보내준 논문을 등록해라. 할 수 있겠지?”
“이 교수님과 이야기 하겠습니다.”
나는 바로 고난의 길로 들어섰다.
가장 유명한 토익 1타 강사가 있는 강남으로 왔다.
괴산대의 금발의 미녀 강사를 꼬셔 보겠다고 미친 듯이 영어공부를 하여 토익 750점을 만들었다.
지금도 그 정도로 절실했다.
900점도 금방이다!! 가자!!
강남에 스리룸을 얻어서 오전에는 토익 시험 준비를 하고
오후에는 한자 공부를 했으며
밤에는 논문을 공부했다.
하지만 경복이 태경이 이놈들이 도와주지 않는다.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에 어찌어찌 해 나가고 있었지만, 나머지 둘은 틈나면 PC방으로 당구장으로 사라졌다.
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야 서울대 안 갈 거야?”
“응. 안 갈 거야. 내가 거길 왜 가?”
“같이 가자. 씨발놈들아.”
“미션은 네가 받았지 우리가 받았냐? 왜 우리까지 괴롭혀?”
“나는 가고 싶어서 가냐?”
태경이가 정색하고 말했다.
“너는 가야지! 능력치 절반이나 까인다고 하잖아.”
“나도 공부하기 싫어!”
“웃기지 말고 공부해! 서울대가 장난이야?”
이놈들은 나를 두고 PC방으로 사라졌고
부글부글···.
나도 놀고 싶다.
하지만 서울대에 들어가겠다고 주변에 말을 했다.
엄마는 길게 한숨을 쉬었고.
여동생 가율이는 내가 서울대 붙으면 성전환하여 남동생이 된다며 깔깔깔 웃었다.
씨발년.
씨발놈으로 바꿔주지.
분노에 휩싸이며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를 악물며 동영상 강의를 들었다.
나는 한다면 하는 놈이야.
하지만 내가 공부하자.
하늘이 노하셨다. 그리고 하느님이 내 귀에다가 정확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야! 공부 때려치워!!'
뭐요?
미친 듯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청천벽력 같은 뉴스가 들려왔다.
지방 사립대 대학원 입시 비리 사건이 터진 것이었다.
서울대 윤 교수님에게 전화가 왔다.
교육부에서 전국 모든 대학 입시 감사가 나와서 당분간 일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다.
공부와 나는 만날 수 없는 운명인가?
너 같은 시골 놈이 우리 서울대 양을 만나?
김치 싸대기!!!
신분의 벽은 높고도 높았다.
제길!!! 어쩌라는 말이냐?
6개월 안에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갈 수 없다면 공부하는 의미가 없었다.
우리 셋은 모여서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이야기했다.
결론을 생각보다 간단했다.
능력치가 50%가 줄어들기 전까지 최대한 황금이나 보물을 발견하기로 했다.
그리고 능력치가 줄어들더라도 다시 천천히 올려 나가자고 이야기했다.
다시 전국 해수욕장 투어라나?
그러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씨발! 서울대 대학원 좆까라 그래!
우리는 강남에서 가성비 좋기로 유명한 룸 소주방에 가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공부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니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야! 소주에 꿀 탔냐? 달다. 달아.
한참을 기분 좋게 마시고 있는데 태경이가 갑자기 동영상을 보여 주었다.
바로 우리가 강화도 절벽에 매달려 청동 반가사유상을 발굴하는 장면이었다.
아주 흐릿한 녹색 조명 아래, 가슴에 붙어 있는 바디캠으로 찍어서 마치 직접 캐는 듯한 화면이었다.
절벽 앞, 베이스캠프에서 맛있게 소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도 나왔고,
어떻게 간첩을 발견했는지 설명하는 모습도 동영상에 있었다.
태경이가 웃음 띤 얼굴로 말했다.
“이 동영상 재미있지 않냐?”
나는 만족스럽게 감상하고 말했다.
“꽤 웃기는데? 네가 편집했어?”
“할 일이 별로 없어서 편집해 봤다.”
“내 위주로 다시 한번 편집해 줘. 내 분량이 너무 적어.”
이때 태경이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유투뷰 하는 것 어때?”
“유투뷰?”
“우리가 금을 캐거나 보물을 발굴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었다가 방금 본 것처럼 편집해서 올리는 거야. 보물을 발굴하는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유일할 거다. 그것도 한 달에 한 개 정도 발견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국보급으로?”
경복이가 살짝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러면···. 우리가 보물을 발굴하는 것을 다 알게 되잖아.”
“문화재를 발굴하여 몰래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야. 하지만 발굴해서 나라에 보상금만 받고 넘기면 어때? 합법이지. 그러면 국보급 문화재가 나왔다고 각종 포탈에 올라올 거야. 저번에 증광사 종 나왔을 때 정말 핫 했잖아. 우리가 국보급 문화재를 발견했다는 뉴스를 보고 유투뷰로 사람들이 넘어오는 거지.”
이 이야기는 뭔가 그럴듯하다.
“뷰 수가 엄청나겠는데?”
“100만은 기본이고 전 세계적으로 구독 1000만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럼 일 년에 30억까지 갈 수 있다.”
태경이의 입에서 너무 거액이 튀어나와 살짝 놀랐다.
“30억? 오바 아냐?”
“재미있게 게임하는 영상으로 1000억 이상 버는 사람도 있어.”
“1000억? 진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보물을 찾는 콘텐츠를 만들면 우리도 도전해 볼 수 있다.”
나는 태경이의 얼굴을 감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와···. 이 새끼···. 천잰데? 너 윤태경이 맞아?”
“먹방 콘텐츠 만들 때, 사 놓은 장비를 보다가 이 생각이 났지.”
“그래 무슨 서울대냐! 유투뷰나 해보자.”
우리는 건배하고 단숨에 소주잔을 비웠다.
태경이가 다시 잔을 채우며 말했다.
“우리 타이틀은 ‘골든보이’이다. 운이 좋고 돈 많은 젊은 남자를 상징하는 단어다.”
“골든보이? 흠 괜찮은데?”
경복이도 마음에 들어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쉽게 나를 보며 멘트를 날렸다.
“이제 네가 보물만 찾으면 되겠네. 간단하게 고려청자 뭐 그런 것부터 시작해 볼까?”
나는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고려청자가 어디 있는데?”
“내가 그것을 어찌 알아? 네가 찾아야지.”
“야 보물이 뒷산에서 도라지 캐는 것처럼 나오냐?”
경복이는 살짝 답답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어디서 보물을 찾지?”
“보물이라···. 신안 앞바다에 보물이 있다는 뉴스를 봤던 것 같은데. 거기나 가볼까?”
“그곳은 이미 인양할 만큼 인양해서 박물관까지 세웠다.”
이때 태경이가 지도를 피며 말했다.
“내가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 최근 발굴한 가장 큰 보물은 백제금동대향로다. 주차장 공사하다가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
“그래 포털에서 뉴스로 봤지. 진짜 국보 같이 생겼더라.”
“원래 산삼이 나오면 그 근처에 산삼이 더 있는 법이다. 강화도 보다는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서 보물이 나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경복이가 핸드폰으로 부여 지도를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그래. 뭐 가보자! 이 정도 싸이즈면 1주일 안에 다 확인할 수 있다.”
목표는 쉽게 정해졌다.
“부여 좋아. 당장 가자.”
태경이가 구상한 유투뷰 콘텐츠에 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가 잠수정 발견한 곳으로 가서 어떻게 잠수정을 발견했는지 동영상 하나 따고 또 증광사 종 발견한 곳으로 가서 어떻게 발견했는지 동영상 하나 따자. 앞부분에 그걸 넣어야지 재미있을 것 같아.”
그래. 바로 땅 파는 것이 나오면 이상하지.
나는 백 년 만에 태경이 칭찬을 했다.
“우리 윤 피디가 그러고 싶다면 그래야지. 참으로 똑똑한 친구고만.”
태경이는 내가 말한 'PD' 단어가 마음에 쏙 들었다.
“윤 피디? 윤 피디 좋네.”
“나는 보물 찾고. 경복이는 발굴하고, 너는 카메라 및 동영상 편집하고. 오케이?”
태경이는 다시 소주잔을 들었다.
“그래. 우리도 유투뷰로 돈 한번 벌어보자.”
다음 날.
우리는 일단 북한잠수정을 발견한 바닷가로 가서 간단하게 인트로를 따기로 했다.
그날 있었던 일을 태경이가 써 놓은 대본을 기본으로 가볍게 설명하였다.
그러다가 눈에 작은 황금빛이 들어왔다.
빛의 크기를 봐서는 금귀걸이 정도?
나는 설명하다 말고 갑자기 살짝 모래를 파고 금귀걸이 하나를 꺼내 들었다.
“구독자분 중에, 이 금귀걸이 주인 있으면 강화도 경찰서에 맡길 테니 찾아가세요.”
윤 피디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했다.
“우리 골든보이님은 눈썰미가 좋은 것 같네요. 금반지가 보였나요?”
“느낀다는 표현이 가장 좋을 것 같네요. 금이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 전처럼 말이죠.”
“믿기 어려운데요?”
나는 웃는 얼굴이 되어 주변을 살피다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뒤적뒤적하다가 자동차 키가 달려 황소 모양의 황금 키홀더를 잡아 올렸다.
그것을 보더니 태경이가 진짜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어? 그것은 무엇인가요?”
황소 모양, 자동차 황금 키홀더는 묵직했다.
“주인이 상당히 부자인 것 같네요. 금으로 키홀더를 만들었습니다. 갑자기 형님으로 모시고 싶어지네요.”
태경이가 짓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 숨겨 놓은 것 아닙니까? 골든 보이님? 주작 아닌가요?”
이 동영상을 보고 있는 사람 중 80%는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순순히 머리를 끄덕였다.
“그렇죠? 사기일 수 있으니까 여러분도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 주세요. 요즘은 세상이 험해서 함부로 사람 믿고 그러면 안 됩니다.”
“주작이라고 인정하시는 것입니까?”
“주작인지 아닌지 지켜봐야지요. 그리고 이것도 경찰서에 맡길 테니까 찾아가세요.”
태경이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멀리 보이는 좌초된 북한 잠수함을 바라보았다.
“주작이라면···. 저기 보이는 잠수정도 혹시 북한에서 빌려 오신 건가요?”
나는 크게 웃고 나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럼요. 평양 가서 빌려 오는데 1000만원이나 들었습니다.”
“하하하 대단하십니다.”
둘은 웃으면서 인트로를 마무리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때 제법 강렬한 빛이 하나 더 보였다.
“흠. 또 느껴지네요. 좀 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