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11화 (11/188)

11화

지갑에 있는 1억.

인사 값으로 1억이라면

···2번 큰절도 할 수 있었다.

나는 머리를 깊숙이 숙였다.

1억이나 받았는데. 조금 더 숙여 줄까?

“삼겹살 맛있게 먹겠습니다.”

나의 비굴한 인사가 마음에 든 김도영 부회장은 머리를 끄덕였다.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확실하게 챙겨 줄 것이니 그것도 넘겨라.”

문이 열리고 고모가 부회장을 보면서 말했다.

“주식은 나와 먼저 이야기하고 있었다. 새치기는 안 돼!”

큰아버지는 강렬한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얼마를 주겠다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두 배를 주지.”

2배? 좋아.

나는 고모를 바라보았다.

고모는 받고 4배?

고모는 화난 얼굴로 큰아버지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그 얼굴 그대로 나를 바라보았다.

“큰아버지 가신다. 인사드려라!”

고모의 눈빛이 더 무섭다.

옛 썰~

나는 무표정하게 큰아버지에게 인사를 했다.

“아버지께 잘 말씀해 올리겠습니다.”

김도영은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주제만 알면, 삼겹살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장님이 아니면 누구에게 머리를 숙여야 하는지 알 것이다.”

부회장 김도영은 웃음소리를 남기며 멀어졌다.

재수 없는 새끼. 퉤. 퉤. 퉤

그래도 1억은 땡큐~

고모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나는 도망갈 타이밍이 지금이라는 것을 알고 고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VIP 병동에서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태경이와 경복이가 눈을 크게 뜨고 다가왔다.

“야. 진짜 김산 회장님이 할아버지야? 구라 아니야?”

“구라는 너 전문이고.”

“분위기는 진짠데···. 믿기가 힘드네.”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 방금 부회장님인 큰아버지께 인사 값으로 얼마 받았는지 알아?”

“부회장님? 부회장님 인사값이라면... 재벌이니까. 백만원? 삼백?”

나는 지갑에 있는 천만원 짜리 수표 10장을 태경에게 보여 주었다.

“얼마인 것 같아?”

태경이가 수표를 확인하더니 입을 쩍 벌렸다.

“와- 씨발! 1억!”

나는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래. 재벌가는 인사 값으로 이 정도는 주고받아.”

태경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도 가서 인사하면 안 되냐? 백만원에 '그랜절'도 할 수 있다.”

경복이는 두 눈으로 다 보고도 믿기 힘든 얼굴이었다.

“그럼··· 너희 아버지께서, 인화 그룹의 회장님의 아들이라는 말이잖아.”

“그렇지.”

“그런데 왜 소를 키우셔?”

설명하기 참으로 복잡해서, 짧게 말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사정이 있다.”

태경이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오··· 드라마. 좋아. 그럼 너도 곧 실장님이 되는 것인가?”

실장님? 그건 무슨 봉창 두드리는 소린가?

“실장님은 뭐야?”

“왜 드라마 보면, 재벌 3세 실장님이 절세미녀 신입사원하고 눈 맞고 ‘나를 이렇게 대한 것은 너가 처음이야.’ 이런 멘트를 날려야지.”

나는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이 동네에서는 로맨스가 안 나와. 잠자다가 칼 맞거나 도로에서 트럭에 치일 수 있다.”

태경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럼 ‘왕좌의 게임’ 같은 건가? 씨발···. 이럼 완전 나가리 인데···”

“장희빈처럼 서로 독을 먹이고, 저주하는 사극하고 비슷해.”

태경이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김 비서가 왜 이럴까?’ 같이 로맨스는 안돼?”

나는 경복이와 태경이의 양어깨에 손을 올리고 어깨동무를 했다.

“우리 장르는 어드벤처다. 다른 것은 없어.”

경복이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오. 어드벤처 좋지.”

나는 태경이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태경아. 니 얼굴로는 로맨스가 안돼요~ 거울 봐라. 새끼야. 너는 지나가는 행인 3번 얼굴이다.”

“웃기시네. 너는 얼굴 하나로는 코믹물이야. 아니 호러물인가?

우리 셋은 서로를 보며 활짝 웃었다.

그리고 서로를 욕했다.

'존나 못생겨 가지고···.'

하하하

화기애애하고 좋다.

“일단 나가자. 여기에 있기 싫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려고 하는데 고모가 다가와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

“그 물건 어디서 났어? 막내가 가지고 있었던 물건이야?”

은입사 금동 물병 말인가?

“아···. 오다 주웠어요.”

믿기 힘들지만 사실이다. 고모님 진짜입니다.

“숨기고 싶다면 좋아. 말하지 않아도 돼.”

아···. 주웠다는 말은 진짜인데. 고모는 조금도 믿지 않는 눈빛이었다.

“막내가 이런 보물을 가지고 있고 현금화를 한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물건이 얼마나 더 있어?”

그렇게 먼저 말을 꺼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물건의 현금화는 참으로 문제였다. 내가 먼저 부탁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물건이 없는데···. 하지만 금방 생기겠지.

나는 대책 없는 강한 멘트를 날렸다.

“아직 괜찮은 물건이 남아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물건을 가지고 찾아가겠습니다.”

우리에게 물건 따위는 없다.

하지만 찾으면 있다.

없으면 있게 하라.

군대에서 배운 거잖아.

나를 바라보는 고모의 눈빛이 이제 예사롭지 않았다.

상당량의 금을 확인했고 엔화에, 엄청난 미술품까지 가지고 있었다.

이제 막내가 얼마나 실탄을 가졌는지 예상할 수 없었다.

“알면 알수록 점점 우리 막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는걸? 그동안 소를 길렀던 것은 언더커버였나?”

언더커버요?

무슨 소리입니까? 정말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한우를 길렀는데, 한우를 못 먹었다고요.

분노한 감정과 다르게, 나는 여유 있는 담담한 표정 연기.

아직 고모는 반드시 아군으로 둬야 한다.

“신용이 쌓이다 보면 저희가 가슴 활짝 열고, 고모 품에 안기는 날이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고모가 미세하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였다.

주식이 와서 안기는 상상을 했을까?

“내가 가장 따듯하게 품어 줄 수 있다는 것만 기억해라. 그런 의미에서 막내에게 선물 하나 보냈다.”

“선물이요?”

“부모님에 대한 너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선물이야.”

“뭔가요?”

“막내에게 직접 물어봐라.”

큰아버지가 아버지의 주식에 눈독을 들이며 나에게 접근해오자, 고모의 액션이 빨라지고 있었다.

우리는 병원에서 나와 차에 탔을 때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너 집으로 차 사서 보냈어?

“차요?”

-BMW X5라는 차가 네 이름으로 왔어. 엄청 큰 SUV야.

아 고모가 말한 선물이 이것이겠구나.

교통사고가 났을 때 조금이라도 안전한 차라면 역시 BMW지.

흠··· 뭐라고 하지?

고모가 보냈다고 하면 안 탈 수도 있는데···.

거짓말이 자동으로 튀어 나왔다.

“이번에 간첩 잡아서 부상으로 받은 것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타세요.”

-부상으로 이렇게 좋은 차를 준다고?

“여사님. 아들이 간첩도 잡고, 국보도 발견하고, 연쇄 살인마도 잡았으니까. 나라에서 당연히 이 정도는 줘야지. 일단 인수하고 나중에 사진이나 찍어서 보내줘.”

전화를 끊자 태경이가 내가 통화하는 것을 듣고 물었다.

“집에 뭐가 왔어?”

“어. 고모가 선물 하나 보냈어.”

“소갈비라도 보내셨나?”

“왜 소갈비 먹고 싶어?”

“고모네 집에서 먹은 그 간장게장이나 다시 먹었으면 좋겠다.”

“그 간장게장 가장 빨리 먹을 수 있는 방법 알려줄까?”

“뭔데? 뭐가 필요한데?”

“그때 강화도 해변에 있던 푸른빛을 발굴해서 고모에게 넘기는 거야. 돈도 벌고 게장도 먹고.”

우리 3명의 눈빛이 다 빛나고 있었다.

푸른 빛은, 곧 돈이다.

그 절벽 아래 있던 푸른빛.

우리는 그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좋아.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가자.”

우리는 비싼 캠핑 장비와 각종 공구를 2천만원 어치나 사서 차에다 때려 넣었다.

물론 고기와 술도 왕창 넣었다.

그리고 다시, 푸른빛을 본 강화도 바닷가에 도착했다.

다행히 절벽에서 아직도 푸른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씨발- 낮에 보니까 더 무서워.

일단 후퇴.

그래서 캠핑을 하는 것처럼 꾸미고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너무 잠수정이 좌초한 곳과 가까워 군인들이 가까이 다가왔다.

내가 누구냐?

이번 강화도 잠수함 승조원 사살 작전의 1등 공신 아닌가?

군인 따위는 조금도 걱정하지 마라. 내가 커버한다.

그들은 나를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그래서 나는 막 구운 한우 소고기를 군인들의 입에 가득 넣어 주었다.

막 녹아내리지? 와서 한점 더 먹어. 양주도 한 잔 줄까?

원래 입에 무엇을 넣어줘야 조용해지는 것이었다.

혹시 잠수정이 다시 오면 내가 신고해 준다고 가서 푹 쉬라고 하자 군인들은 웃으면서 돌아갔다.

밤이 되었고 시간이 없는 관계로, 내가 직접 산악용 장비를 차고 절벽 밑으로 내려갔다.

미쳤지.

세상에서 돈이 제일 무섭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절벽에 매달리다니···.

잠깐 바닥을 보았다.

오 주님~

갑자기 마음이 신실해진다.

하느님. 부처님. 살려주세요.

나중에 헌금할게요.

“야! 정신 차리고 빛이 나오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찍어!”

경복이의 낮지만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저 돈에 진심인 목소리. 죽일까?

나는 야간 투시경까지 구매하여 랜턴도 켜지 않고 조용히 절벽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푸른 빛이 나는 곳에 딱 멈춰 섰다.

주변을 한번 살핀 후, 절벽을 파기 시작했다.

절벽에 매달려서 땅을 파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흥분감에 정신없이 벽을 팠다.

차라리 밤이라 바닥이 잘 안 보이니까, 덜 무섭다.

우리 세 명은 절벽에 매달려 돌아가면서 땅을 팠고 새벽이 될 무렵 드디어 물건을 확인했다.

“보인다!!”

끝내 오른팔 크기의 청동 부처상이 나왔다.

국사책에 나오는 미륵반가사유상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야. 장비 다 챙겨. 튀자!”

준비한 상자에 완충재를 가득 넣고 청동 미륵반가사유상을 넣었다.

그리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빠르게 차에 올라탔다.

몸이 엄청 피곤했으나 흥분된 마음에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밤새 작업을 했기 때문에 피로가 몰려왔다.

그래서 해변 주차장에 차를 대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3시간쯤 잠을 자고 눈을 떴는데 아직 둘은 잠을 자고 있었다.

순간 미션창이 떠올라 확인했더니 다음 미션이 바로 떴다.

<<황금인이 되기 위한 기본 자질을 검증받아야 합니다.>>

<<6개월 안에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 하시오.>>

<<실패 시 능력치가 50% 감소합니다.>>

응? 내 눈이 잘 못 된 것인가?

서울대 대학원을 가라고?

.......진짜? 정말로?

그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고 주는 거냐?

갑자기 헬 난이도의 미션을 주면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냐?

“씨발!!”

갑자기 큰소리로 욕을 했더니 태경이와 경복이가 눈을 뜨며 일어났다.

“왜 아침부터 욕하고 지랄이야?”

나는 입에 거품을 물 정도로 흥분하며 경복이에게 말했다.

“너 서울대 대학원 갈 수 있겠냐?”

“서울대 대학원? 아침부터 웬 개소리야? 서울대가 무슨 PC방이냐? 아무나 가게?”

“그렇지? 말이 안 되지?”

태경이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도대체 왜 아침부터 서울대 타령이야.”

나는 화가 나면서 급격하게 배가 고팠다.

“짜증 나는데 국밥이나 때리자.”

무너지는 멘탈을 잡으며, 근처 식당에서 국밥을 2그릇이나 먹었고 든든한 배를 만졌다.

국밥집의 달달구리한 밀크커피를 뽑아 마시고 빈 종이컵을 확 꾸겼다.

그리고 아직 국밥을 먹고 있는 둘을 향해서, 당당하게 선언하였다.

“나 서울대 대학원 가기로 했다.”

태경이는 순간 젓가락으로 집었던 깍두기를 떨어트렸다.

“뭐라고?”

나는 농담으로 받아들일까 봐 정색하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원에 가기로 했다고.”

경복이가 머리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런 술집도 있냐?”

나는 인상을 쓰며 남은 콜라를 단숨에 원샷 때렸다.

꺼억~~~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줄 알아? 서울대 대학원에 가라는 미션이 떴어!”

경복이는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다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서울대 대학원 가라는 미션이 나왔다고?”

“어처구니없지만 그래. 그리고 미션에 실패하면 능력치 50%가 깎여.”

“뭐? 50%? 미션창, 그거 고장 난 것 아니냐? 갑자기 서울대라니 너무 하잖아.”

“그것도 6개월 안에 가야 한다.”

경복이의 표정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이번 미션은··· 불가능해.”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단호하게 말했다.

“포기는 없다. 무조건 간다.”

서울대 사학과 교수님을 증광사 종 발굴 현장에서 뵌 것이 떠올랐다.

“증광사 절터에 서울대 교수님께서 계셨던 것 봤어. 일단 그 교수님을 만나서 쇼부를 봐 볼까?”

“쇼부? 서울대 대학원을?”

“응.”

태경이는 자신의 이마를 치고 머리를 흔들었다.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가는 것이 쇼부가 붙냐? 이 미친놈아.”

청동 미륵반가사유상이 들어 있는 상자를 손으로 탕탕 치며 말했다.

“이것으로 일단 부딪쳐 보자.”

“이빨도 안 들어갈 것 같은데···.”

나는 정색하고 눈을 크게 떴다.

“내 능력치가 50%로 줄면 금이랑 보물은 어떻게 찾을래? 이렇게 남 이야기하듯 할 거야?”

태경이는 돈 이야기가 나오자 이제야 급격하게 심각해졌다.

“그건 곤란하지. 아주 곤란해. 50%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일단 쇼부를 보고, 다음을 생각하자.”

경복이가 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처구니없는 미소를 지었다.

“서울대 대학원을 청동 불상으로 쇼부 본다고?”

“귓구멍에 전봇대 박혔냐?”

“아···. 이 밑도 끝도 없는 개깡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나는 정색하며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닥치고 이 선지자님을 무조건 믿어라. 곧 젖과 꿀이 흐르는 서울 땅으로 인도해주마.”

태경이와 경복이는 나를 미친놈 바라보듯 보았지만.

차는 증광사 종 발굴 현장으로 갔다.

크크크. 지들이 어쩔꺼야. 내 능력이 50%나 까인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저놈들 머릿속에서 '대안'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그냥 따라와 병신들아~

우리는 발굴 현장에 도착하여 서울대 교수님을 찾았다.

앗! 저기 계시다.

역시 서울대 아우라가 뿜뿜 나오고 있었다.

메인 타깃은. 서울대 윤준서 교수.

일단 목표를 정해졌으니 밑밥부터 뿌려야 한다.

우리는 엄청난 맥주와 소주 그리고 빵빵한 출장뷔페를 불렀다.

이번에 간첩 잡은 기념으로 쏘는 자리라, 밑밥이 아주 자연스럽게 깔렸다.

사실 발굴 작업은 엄청난 노가다였다.

땀을 쏟은 후, 차가운 맥주와 소주 그리고 맛있는 음식은 거부할 수 없었다.

발굴 관계자들이 모두 모여서 술과 음식을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제가 쏘는 것이니까. 마음껏 드세요.

우리 서울대 교수님은 양주로 드릴까?

우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서울대 교수님만 노려보고 있었다.

사냥감을 노리고 있는 하이에나처럼.

드디어 때가 왔다.

서울대 교수님이 화장실로 들어갔다가 나왔을 때 우리는 교수님을 포위했다.

돈 내놔!!!

아. 이건 아니고···.

첫인상이 중요하다.

우리는 머리를 깊게 숙이며 인사했다.

“존경하는 윤준서 교수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놀랍게도 윤준서 교수가 나를 알아보았다.

“오···자네가 증광사 종도 발견하고 북한 잠수함도 봤다는 그 학생이구만.”

겸손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능력을 어필해야 한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뭔가를 보는 재주가 있는 편입니다.”

윤준서 교수는 기분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이번 증광사 종을 찾은 것은 대단한 일이었네. 최근 10년간 최고의 발견이야.”

나는 교수님께 은밀하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교수님께서 봐주실 물건이 하나 있는데 확인해 주시겠습니까?”

내가 목소리를 낮추자 윤 교수의 표정이 바뀌었다.

“무슨 물건인데?”

“저기 주차장에 있습니다. “

우리는 윤준서 교수님을 모시고 차로 가서, 절벽에서 발굴해온 청동 반가사유상을 보여 주었다.

“이럴 수가···.”

그러자 교수님은 눈이 번쩍 커지더니 청동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이제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다.

“어디서 난 것인가?”

“멀지 않은 곳에서 발굴했지요.”

“설마 강화도에서 또 찾았다는 말인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는 말은 그냥 한 말이 아닙니다. 땅속에 숨은 북한 간첩도 찾았습니다. 그래서 이 청동불상도 찾아낼 수 있었지요. 게다가 이것을 발굴했을 때 옆에 뼈가 나왔습니다. 갑옷도 있었지요. 그것을 조사하면 이 보물들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을 겁니다.”

서울대 교수 윤준서는 은은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설마 아직 공개하지 않은 것인가?”

“그렇습니다. 교수님께서 이 청동상과 땅속에 있는 보물들을 발견한 첫 번째 사람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이런 엄청난 보물을 발견한 영광을 넘긴다니···.

윤준서 교수는 바보가 아니었다.

“나에게 원하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군.”

나는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서울대 대학원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윤준서 교수님은 욕심나는 표정이었으나 난감한 얼굴로 바뀌었다.

“괴산대 학생을... 서울대 대학원으로 올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 반드시 뒷말이 나와.”

“당연히 그렇겠지요.”

할아버지께 드린 은입사 금동 물병 동영상을 교수님에게 보여 주었다.

“이 은입사 금동 물병은 어떻습니까? 고려 때 물건으로 추정됩니다.”

윤 교수는 충격에 잠시 어지러웠다.

은입사 금동 물병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물건이었다.

“이건 또 뭐야? 정말 엄청나군.”

“이것도 최근 제가 발견한 것입니다. 이미 선물을 했지만 제가 부탁하면 연구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수님은 금동 물병을 보고 흥분해서 말했다.

“이것은 국보급이군. 진짜 국보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지 않습니까?”

교수의 눈에서 엄청난 욕심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동시에 실망감도 흘러나왔다.

“자네가 인서울 대학교만 되어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드디어 ‘쇼부’를 봐야 할 순간이었다.

“이 청동 반가사유상을 교수님께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울대에 들어간다면 이 보물의 소유권을 드리겠습니다. 물론 발굴지가 어디인지도 알려 드리고 말입니다.”

윤 교수는 순간 몸이 굳었다.

“이 보물을 나에게 준다는 말인가?”

“어려운 일을 부탁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보상을 해야지요.”

서울대 윤 교수는 눈을 번들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참으로 난감하군.”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내 목을 걸어야 하는 일이야.”

나는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국보급 유물을 하나 더 찾으면 어떻겠습니까?”

“하나 더 있어?”

“곧 손에 들어올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없지만 일단 있다고 말했다.

경복이와 태경이는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이 미친새끼 뭐라고 하는 거야?

윤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정말 국보급 물건이라면···. 총장 목을 꺾어서라도 안전한 방법을 만들어야지.”

물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신다고 알겠습니다.”

우리는 청동 불상을 교수님의 차로 옮겼다.

그리고 대리운전을 따불로 불렀다. 그랬더니 총알처럼 대리 기사가 왔다.

나는 50만원을 쥐여주고 교수님을 서울대까지 보냈다.

나는 경복이와 태경이를 보며 말했다.

“우리 3명 모두 서울대 대학원 간다. 그 사이 국보급 문화재를 무조건 찾는다.”

경복이가 뻥찐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서울대에 간다고?”

“무조건 간다.”

태경이가 시큰둥 말했다.

“난 공부하기 싫은데.”

나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서울대가 장난이야? 마을 잔치해야 할 일이라고! 그리고 그 얼빵한 얼굴로 서울 여자 만나려면 학벌이라도 괜찮아야지!”

태경이의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이 여유로웠다.

“내 미모를 질투하는군.”

아 이 미친새끼. 집에 거울 없나?

그리고. 서울대라니···.

이 소설은 어디로 가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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