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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 땅속 황금이 보여-8화 (8/188)

8화

메리 크리스마스~

허허허.

고생한 어린이들에게 한우가 왔어요~~~

나는 한우를 300만원 어치를 사 들고 강화도 수련원에 도착했다.

불쌍한 새끼들.

삼겹살이 다 떨어져서 김치와 라면을 먹고 있던 후배들은 환호성을 쳤다.

이 자식들 사람을 보고 반가워해야지. 한우만 보냐?

내 얼굴을 한번이라도 보라고~

나는 한우에 밀려 튕겨 나왔다.

이 교수님은 그것을 보더니 비웃었다.

“위대하신 선배님이 한우에 밀리는구나.”

우리는 교수님과 마실 발렌타인 18살짜리 3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얼음도 없이 스트레이트로 마시기 시작했다.

남자는 스트레이트지.

단숨에 촥~~

이런 생각은 금방 바뀌었다.

한 병쯤 비웠을 때 하늘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고.

두 병쯤 마셨을 때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난 살아야 해~

“야~ 어디가~”

개새끼야. 살려줘

인간이 아닌 경복이를 교수님 앞에 전담 마크로 붙여 놓고 밖으로 도망 나왔다.

그래. 괴물끼리 놀아라.

나는 살기 위해 그랜저로 피신했다.

한 방울이라도 더 마시면, 배 속에 있는 양주 한 병을 모두 뿜어낼 것 같았다.

이때 눈앞에 미션창이 떠올랐다.

갑자기?

캠리에서 큰 금을 발견했기에 미션 보상을 받았어야 했는데, 너무 흥분하여 깜빡한 것이었다.

탐지 넓이/깊이/종목 증가 중···.

깊이를 해볼까?

아니야. 아니야.

이번에는 ‘탐지 종목 증가’를 선택했다.

-탐지 종목 증가.

금이 아닌 은이라도 보는 것인가?

금 말고 다른 뭐가 보일까 궁금했다.

나의 눈동자가 순간 푸른색으로 빛났다가 사라졌다.

어? 뭐지?

창문 밖 멀리 어둠 속에, 푸른색 빛이 아른아른 보였다.

보통은 황금색으로 빛이 났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은 분명 푸른색 빛이었다.

차에서 내려 푸른 빛이 보이는 어두운 숲속으로 들어갔다.

술에 취해서 겁나는 것도 없었다.

바로 여기다!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손이 아프고 잘 파지지 않았다.

그래서 트렁크에서 삽과 곡괭이를 가지고 왔다.

만기 제대한 병장으로서, 삽질이 즐겁다고 하면 이상한 표현일까?

조금도 힘이 든 줄 몰랐다.

당첨이 확실한 복권을 긁는 느낌?

당첨금이 얼마나 나올까 행복한 상상을 하였다.

술기운이 계속해서 올라왔고 삽질은 계속되었다.

중간중간에 목이 말라서 맥주를 계속해서 마셨다.

그러다가 필름이 끊겼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이 새끼야. 일어나! 왜 이런 곳에서 자고 있어? 너 때문에 사람들이 얼마나 찾아다닌 줄 알아?”

“어? 여기는 어디야?”

“술을 처먹었으면 숙소에서 잘 것이지 왜 숲속에서 자? 네가 숲속의 잠자는 공주냐?”

나는 아직도 비몽사몽이었다.

태경이가 혀를 차며 말했다.

“쫌만 날씨가 추웠으면 객사할 뻔했어. 이 미친놈아! 정신차려!”

곧 내 품속에 있는 삽이 보였다.

그 순간 번쩍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손바닥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손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그래! 어제 푸른 빛을 보고 삽질을 했었다.

태경이가 뒤를 돌아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여기 있습니다. 교수님!! 미친 새끼 찾았어요!!!”

나는 땅바닥에서 벌떡 일어났다.

“파란빛이 났어. 내가 그것을 팠다고!”

태경이는 내가 한 말을 듣지 못하고 나에게 말했다.

“소고기 이빠이 넣은 소고기뭇국 먹자. 일단 속부터 풀어야지.”

하지만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디를 팠지?

미친 사람처럼 주변 숲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태경이가 알코올 중독자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뒤를 따르며 물었다.

“또 어딜 가~? 이제 그만하고 가자~ 어서 가서 해장해야지.”

“파란빛. 파란빛이 있었어.”

“파란빛이 그게 뭔데?”

나는 곧 어지럽게 찍혀 있는 내 발자국을 확인하고 급하게 산기슭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내가 삽질해 놓은 것을 보았다.

뚜 둥~

숲 한가운데에 구덩이가 파여 있었는데, 그 가운데는 엄청난 크기의 금속 덩어리가 있었다.

“여기 있다! 이거야!!”

물집이 잡힌 손으로 거대한 금속 덩이를 만졌다.

“어제 이놈이 파란색으로 빛났다.”

태경이도 크게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빛이라고? 그럼 금이야? 이렇게 큰 게?”

“금은 아니다. 색이 달라.”

이때 이준석 교수님이 사학과 학생들을 이끌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욕을 하려고 하다가, 땅속에 있는 거대한 금속을 보더니 눈이 커졌다.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물건이었다.

“도대체 이게 뭐야?”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어젯밤, 제가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네가··· 이것을 발견했다고?”

“아무래도 술 먹고 밤새 혼자 삽질한 것 같습니다. 띄엄띄엄 기억이 나네요.”

교수님은 금속 유물을 한참 동안 살폈다.

금속 벽면에 여러 가지 한자 쓰여 있었는데, 대부분 땅속에 있어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금속의 머리에 고리 같은 것이 있음을 보고 큰 종임을 확신했다.

“보신각 타종할 때 봤던 크기의 종이다.”

“이렇게 큰 대종이 왜 땅속에 있어요?”

이 교수도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왜 그런 것인지 확인하는 것이, 우리 역사학도가 해야 할 일이다.”

교수님은 순간 눈에 불이 들어왔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인디아나 존슨의 꿈을 이룰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에도 말했듯이 유물을 발굴하려면 문화재청장의 허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허가를 신청하면 다른 놈들이 와서 자신이 발견한 것처럼 우리를 막을 수 있어.”

이름 없는 대학교의 서러움이다.

교수님은 어느 때 보다 심각하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것을 다른 놈들에게 빼앗긴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어떻게 하시려고요?”

“유적을 발굴했다고 감옥에 넣겠어?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진다. 우리 애들 다 불러 모아 이 종의 전신은 우리가 처음 본다.”

교수님이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축하한다. 네가 이 유물의 첫 발견자다. 영원히 기록에 남을 거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하지만 일단 잠을 자야겠습니다.”

나는 반 시체처럼 생활관으로 들어가 보일러를 이빠이 올리고 잠을 잤다.

거의 하루 내내 잠을 잤다.

깊은 겨울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강화도 청소년 수련관 뒤쪽 숲속은 발굴 현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학생들은 MT 일정으로 잡혔던 2박 3일 동안 내내 땅을 파고 붓으로 먼지를 털었다.

힘든 일이었으나 책에서 배운 것을 현장에서 쓰자 흥이 난 얼굴이 되었다.

낮에는 발굴 작업을 했고, 저녁때는 발굴된 내용을 열띤 토의 하며 논문을 정리했다.

하지만 나는 구경 및 농땡이.

나는 영문과잖아.

그렇게 주말은 금방 지나갔다.

월요일.

강화도 수련관 관장은 출근하자마자 관리인에게 보고를 받고 놀란 얼굴이 되었다.

“다시 한번 말해 보세요. 생활관 숲에서 뭐가 나왔다고요?”

그리고 바로 숲속의 발굴 현장으로 달려갔다.

거대한 종의 모습을 보고 놀라며 감탄했으나,

공무원답게 법 조항을 살피더니 문화재청의 허가가 필요하다며 발굴을 중지시켰다.

하지만 이준석 교수님의 전화를 받은 총장님께서 이미 이곳에 와 계셨다.

서울대 법대 출신답게 ‘문화재 보호를 위한 긴급조치’라는 명분을 만들어 놓았다.

“공기를 만난 금속이 산화되어 문화재가 상하면 당신이 책임질 겁니까?”

긴급조치를 하지 않아서 문화재가 망가지면 책임질 것이냐고 추궁하자 관장은 한발 물러섰다.

공무원에게 무슨 일이든 책임지라고 하면, 다들 한발 물러선다.···.

그리고 다음 스텝은 윗사람에게 보고.

기다림.

윗사람이 뭘 안다고··· 윗사람은 더 윗사람에게 보고···

기다림.

잘 돌아간다~

어느새 경찰도 와 있었지만, 우리를 막을 생각은 없어 보였다.

도굴꾼이 아니라, 사학과 교수님과 대학생들 아닌가?

어쩌라고?

전문가의 손길로 증광사 종 확인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월요일 오후, 거대한 청동종의 위엄 있는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청동종은 아니고. 합금종.

공식 명칭은 증광사 대종.

크기는 성인 남자의 키를 한참 넘어서는 거대한 것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힘이 있었다.

게다가 종 겉면에는 각종 그림과 한자들이 음각되어 있어 아름다웠고 또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교수님이 판독한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고려 무인정권 최우가 몽골군을 부처님의 힘으로 막기 위해서 증광사에 청동종을 바친다고 나와 있었다.

종의 크기와 상태 그리고 역사적 비중을 종합적으로 생각한다면 국보급 문화재가 될 가능성이 컸다.

교수님은 학생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오늘만큼은 역사학도로서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갔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평생 간직하기 바란다.”

“그렇다면 이제 SNS에 올려도 되나요?”

교수님이 엠바고를 걸어 놓았다.

“총장님은 벌써 올리셨던데?”

총장님은 이 교수님의 말 따위는 듣지 않는다.

“벌써요?”

“내 말을 듣는 양반이디?”

SNS를 타고 국보급 문화재 발굴 소식이 퍼졌다.

그랬더니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기자들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처음에는 종을 찍고 다음은 교수님이나 총장님과 인터뷰를 했다.

맨 마지막에는 첫 번째 발견자인 나와도 인터뷰를 했다.

그러다가 한 기자가 나를 알아보고 물었다.

“어? 혹시 강릉 연쇄살인 사건 범인을 검거한 분 아닙니까?”

강릉 아니고!!! 속초!!!

속초 연쇄 살인마!! 확 감자로 때려버릴까 보다.

이제 모든 기자는 나에게 달려왔다.

연쇄 살인마를 잡은 학생이 국보를 발견했다는 뉴스가 훨씬 자극적이기 때문이었다.

클릭은 곧 돈이다.

회사에 돈을 벌어주려면, 좀 더 자극적인 기사를 써야 했다.

그래서 포털 주요 뉴스에 ‘연쇄 살인마를 잡은 의인. 국보급 보물을 발견.’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의인義人 김성열. 다시 보아도 좋군.

해가 지려고 할 때 문화재청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두둥 두둥 둥둥둥~~ (무서운 등장음)

드디어 올 것이 왔군.

하지만 예상 밖의 반응이었다.

왜 허락 없이 발굴했냐고 추궁할 줄 알았지만, 수고했다고 격려하며 발굴된 증광사 종을 확인했다.

지난 10년간 나온 문화재 중 최고의 보물이었기에 그들도 흥분하고 있었다.

이때 서울대 법대 출신 총장님이 문화재청 사람과 종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토지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기에 증광사 종에 대한 소유권은 국가가 가진다.

아니. 원래 문화재는 국가가 소유한다.

하지만 최초 발견을 내가 했기 때문에 국가는 나에게 포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었다.

통상 문화재 값어치의 10%를 책정했다.

지난번 신안 앞바다에서 고려청자를 신고한 어부에게 10억의 포상금을 지급했는데 그렇다면 이 종에 대한 값어치는 얼마일까?

문화재청 담당자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신안 어부보다는 훨씬 더 많이 받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렇다면 15억? 20억? 30억?

총장은 나에게 다가와 이번 발굴의 보상을 자신이 책임지고 받아주겠다고 장담하였다.

그래서 그 일을 바로 총장님께 맡겼다.

문화재의 값어치가 매겨지고, 보상이 나오기까지 매우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것에 신경 쓸 시간에 금을 하나라도 더 채굴하는 것이 낫다.

문화재청은 이곳을 ‘중요 유물 발굴지’로 결정하고 계속 발굴을 하기로 하였다.

강력하게 주장하여 우리 이 교수님을 이번 발굴의 책임교수 중 하나로 임명했다.

우리 괴산 대학교의 첫 번째 유물 발굴단 조직.

역사적 순간이었다.

엄마가 늦게 포탈 메인 뉴스에 나온 내 얼굴을 보고 전화를 했다.

믿기지 않는 듯 몇 번이나 물었고 내가 증광사 종에 대한 보상금 이야기를 하자 비명까지 질렀다.

이때 태경이와 경복이가 다가와 나를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일제 순사처럼 나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설마 종 안에 금이 들어 있어서 보였냐?”

나는 나도 모르게 살짝 더듬거렸다.

“파란색으로 빛났다고 이야기했잖아. 금은 아니고···. 이제 청동, 황동 같은 구리도 보이는 것 같다. 미션에 성공해서 보이는 종목을 추가했어.”

“보이는 종목을 추가해서 동이 보인다고?”

“그래 금은 노란색, 동은 파란색.”

“노란색은 금이고 파란색은 보물이라 이거지?”

내 말을 듣는 거야, 마는 거야?

“귓구멍이 막혔냐? 보물이 아니고 동이 보인다고. 구리! 동메달 할 때 동!!”.

“그러니까 증광사 종 같은 것은 파란색으로 빛난다는 것 아니야.”

“뭐···그렇지.”

태경이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웃었다.

“그럼 강화도 온 김에, 증광사 종 하나만 더 찾자.”

아. 이런 멍청한 놈들···.

“증광사 종이 무슨 도전 골든벨이냐? 동네마다 하나씩 나오는 줄 알아?”

“또 보일 줄 누가 알아? 일단 돌아다녀 보자.”

“오늘은 좀 쉬고, 내일 가자.”

경복이가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나를 체포했다.

“네 능력이 내일 없어지면 어쩔래? 프로야구 선수 전성기도 1~2년이라고 하더라. 그러니 부지런히 찾으러 다녀야지.”

이 씨봉 새끼들. 증광사 대종 보상금이 30억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렇다.

짜식들아. 이건 그냥 소문이야. 소문.

내 통장에 입금된 것이 아니라고.

돈 들어오면 이 엉아가 알아서 뽀찌 챙겨 줄게.

“당신을 연행합니다.”

나는 강제로 차에 태워졌다.

살려줘~

경복이와 태경이가 나를 반쯤 납치하여 차에 태우고 강화도를 돌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역시나 더 이상 푸른 빛은 볼 수 없었다.

온종일 돌아다녔지만 완벽하게 허탕을 치자,

종을 발견할 때 술을 마시고 봤다며 나에게 술을 먹이기 시작했다.

운전해야 하는 경복이만 빼고 나와 태경이는 강화 인삼 막걸리에 광어회를 먹고 진탕 취했다.

그리고 다시 어두운 강화도 주변 길을 돌았다.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시골길이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내일 하면 안 되냐? 피곤하다.”

“‘오늘이 능력의 마지막 날이다’라는 정신으로 집중해!”

나는 혀를 차며 운전하고 있는 경복이에게 와락 짜증을 냈다.

“씨발 새끼야! 진짜 열심히 산다~ 그러다 있는 돈도 못 쓰고 뒤져.”

“한 5억은 모아야지. 마음이 불안하지 않을 것 같아.”

“언제부터 그렇게 쉽게 5억을 입에 담았냐? 통장에 있는 돈 1억이면 하늘에 감사해야지.”

“얼마 전까지 3천만 원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했는데 차도 있고 1억도 넘게 모으니까 더 욕심난다.”

“너 욕심 난다고, 이 귀한 몸을 막 굴려도 되냐?”

경복이의 얼굴에는 돈귀신이 붙어 있었다.

“채찍질은 내가 해줄 테니까, 너는 보물만 물어와.”

나는 더욱 와락 소리를 질렀다.

“내가 개냐? 물어오게? 군바리 새끼야.”

“그러니까 닥치고 물어와.”

반강제로 강화도를 다시 돌기 시작했다.

살려줘요~~ 여기 사람이 납치당했어요.

그러다가 강화도와 다리로 연결된 석모도라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더 오지 산골 같은 깜깜한 시골길을 돌았다.

아 배고프고. 피곤하다.

우리는 석모도 해수욕장 근처에 가면 식당이나 모텔 같은 것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그곳에서 쉬기로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모든 가게가 밤 10시면 다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지금은 12시.

눈앞에 편의점이 보였으나 안은 깜깜했다.

씨발! 통장에 5억이나 있는데 라면을 못 사다니.

편의점이면 24시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배고파.

트렁크를 뒤지다가 라면이 2개가 나왔다.

그것이라도 감지덕지하며 휴대용 버너에 끓여 먹었는데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부족했다.

장정이 3명인데, 라면이 2개면 누구 코에 붙이란 말이냐?

아침에 GSS25 열면 싹- 쓸어 먹겠다고 다짐하며 차로 들어가 잠이 청했다.

경복이는 너무 피곤해서 어디 갈 엄두를 못 냈고.

우리는 아직도 인삼주에 취해 있었다.

좀 자자~ 히터 틀어봐라.

하지만 차에서 자는 것은 너무도 불편했다.

차 안에서 불편하게 잤더니 허리가 끊어지는 것 같았다.

새벽 3시에 눈이 떠졌다.

그리고 핸드폰을 보며 부스럭대자 경복이와 태경이도 일어났다.

나는 그것을 보며 혀를 차고 말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강화도 시내 모텔 가서 샤워 한판 하고 자자.”

태경이도 자동차 시트를 세우고 벌떡 일어났다.

“그래 삭신이 쑤신다. 보물 찾다가 관뚜껑 박히는 소리 듣겠다.”

경복이도 허리를 쭉 늘리며 말했다.

“샤워. 침대. 아름다운 단어야. 당장 가자.”

우리는 당장 자동차 시동을 걸고 캄캄한 해안도로를 달렸다.

가자~ 내 몸과 영혼을 누일 수 있는 곳으로~

목적지는 강화도 파라다이스 호텔.

야! 밟아~

해안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멀리 희미하게 바다가 보였지만 사방은 칠흑같이 깜깜했다.

경복이는 운전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나는 매너가 있는 남자.

말도 걸어주며 운전자가 잠이 들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내가 잠이 쏟아졌다.

자면 안 돼~~

아~~~ 땅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리고 깜빡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순간 화들짝 놀라서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경복이를 바라보았다.

이 새끼가!!

운전자 놈이 눈을 감을랑 말랑하고 있었다.

“야이 새끼야. 정신차려!!”

경복이가 확 눈을 부릅떴다.

“안 잤어. 안 잤다고!”

“뭐가 안자! 바다로 뛰어들 뻔했는데!”

“진짜 안 잤어!”

“통장에 있는 돈을 쓰고 죽어야 할 거 아니야!!”

“첫사랑과의 추억을 잠깐 생각했을 뿐이야.”

“좆 까! 당장 길가에 차 세워. 잠 좀 깨고 가자.”

해변도로 어딘가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서 잠을 깨려고 했다.

이때 바닷가 쪽 숲속에서 푸른색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차로 지나갔다면 절대 발견 못 할 것이었다.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확인했으나 확실히 빛이 보였다.

“푸른빛! 푸른빛! 빛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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