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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313화 (313/317)

313화

나는 아히드에게 싸우며 느꼈던 점들 몇 가지를 알려주었고, 그의 약점이나 허점 등에 대해 느낀 대로 알려 주었다.

애초에 내가 기본적으로 여러 무기를 다룰 수 있는 만큼 그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언 몇 가지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굳이 대검을 쓰는 이유가 있나? 네 덩치에 지금 쓰는 대검은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던데.”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 그러나 내가 상대하는 이들이 대부분 대형 몬스터다 보니… 게다가 검 자체의 성능도 무척이나 좋고 말이야.”

“그게 네 선택이라면.”

대검을 선택한 나름의 이유가 있는 듯해 그에 맞춰 적당히 조언해 주었다.

몬스터들과 싸우다 보니 너무 생각 없이 달려드는 습관이라던가, 너무 한 번의 공격에 많은 힘을 싣는다던가 하는, 이제껏 경지로 인해 높은 신체 능력과 강기로 찍어 눌러 왔던 부분을 지적했다.

동급에 해당하는 존재라면 힘들기는 해도 막을 가능성이 높았고, 그러면 역습에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기본적으로 느꼈던 단점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회피, 방어, 관찰을 게을리하지 말 것, 인간들과도 많이 싸워 볼 것 등.

아히드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말들을 모두 들었다. 적용은 그의 문제.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고맙네.”

아히드의 발에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애초에 내게 대련을 신청한 것부터가 어느 정도는 자신의 좋지 못한 습관들을 인지해서라고 생각한다. 몬스터가 아닌 인간과 싸워보고 경험을 얻기 위해서.

오랜 시간 싸워가며 터득했어야 할 정보들을 나를 통해 대부분을 얻어버린 것이니 그의 입장에서는 행운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내게 조언을 받은 아히드는 가는 내내 혼자서 허공에 검을 휘두르고는 했다.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과거 탑에서 수련하던 나와 내 길드원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 우리는 무신 세력의 습격을 받았다.

* * *

쿠쿵!

“습격이다아!”

국경이 무너지고 밀려난 왕국군의 본거지. 그곳을 향해 이동하던 우리는 뜬금없는 적의 습격을 받았다.

“어떻게 된 거야! 벌써 여기까지 밀렸다면 왜 연락이 없어!”

“모, 모르겠습니다! 아직 전령이……!”

‘망했네, 이거.’

아무래도 전방의 본거지마저 완전히 무너진 모양이다. 심지어 소식조차 제대로 전할 수 없는 상황인 듯했다.

왕국 자체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와중이었던 것.

확실히 침략자 혼자서 자신만만하게 덤벼들 만했다. 나름 강국에 속하는 하브반드 왕국이 이렇게 무너질 수준이면 다른 곳 또한 비슷하다는 것.

‘잘도 혼자서 날뛸 수 있는 차원을 찾았군.’

애초에 타 차원의 좌표를 얻는 것부터가 어려운데, 잘도 이런 곳을 찾아냈다 싶었다.

저 멀리서 강대한 기운이 느껴진다. 침략자. 그의 힘으로 추정되었다.

“…제법 세네.”

나서윤이 중얼거린다.

확실히 그렇다. 직접 싸워 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느껴지는 기운만 봐서는 어지간한 3등위 거인 정도는 되어 보인다.

“으아아악!”

콰드드득.

대규모 범위가 단숨에 파괴되고, 지원군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도망치지 마라! 뭉쳐라! 뭉쳐서 대항해! 용병들은 뭘 하고 있는 거야!”

한 지휘관의 외침. 그러나 그 때문에 표적이 되었는지 그를 향해 몇몇 인간들이 달려들었다.

‘무신의 제자들인가?’

그 수준이 제법 괜찮았다. 못해도 최상급 엑스퍼트에 대부분은 마스터 수준의 무위를 갖고 있었다.

“확실히 수준 차이 많이 나네. 이쪽 차원의 상급 전력은 몽땅 저 아래로 간 건가?”

사샤의 중얼거림. 하기야 이쪽은 S급 용병에 기사들을 다 합쳐도 마스터가 10명 남짓인데 저쪽은 그 배수가 훌쩍 넘는다.

그사이 나서윤이 숨겨 놓았던 힘을 개방한다.

후웅.

주변의 공기가 떨리고 주변의 싸움이 잠시 멈춘다.

순간적인 소름에 전원 움찔한 것.

대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일부 수준이 되는 이들은 하나같이 경악과 공포가 섞인 얼굴로 나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 무신 쪽 인물들의 표정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지원군을 학살하던 파괴가 잠시 멈춘다.

무신의 신경이 이쪽으로 향한 것. 안 그래도 높았던 그의 힘이 증폭되는 것을 느낀다.

“오빠.”

“응?”

나연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싸워봐도 돼?”

나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안 될 것은 없지?”

내가 상대할 생각이었지만, 나서윤이 해도 상관은 없었다. 일단 처리만 하면 되니까. 둘을 비교했을 때 나서윤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직접 나서면 더 수월하겠지만.

‘지켜보다가, 정 위험하면 개입하면 되고.’

내 허락에 나서윤이 밝은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 오빠. 꼭 이기고 올게.”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사이 나서윤의 기운에 반응한 무신이 빠르게 이쪽으로 접근해 왔다.

겉모습은 40대 정도의 남성으로, 겉모습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이곳에 이런 자가 숨어 있었다니. 어쩐지 너무 쉽다 했지.”

역시 세상에 만만한 것은 없다는 듯이 무신이 중얼거린다.

“너, 이름은?”

“나서윤.”

나서윤은 대답과 함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흐음… 어린 여아가 무척이나 호전적이군. 마음에 들어.”

장검을 꺼내 들며 무신이 중얼거린다.

“실제로 어린 모양이군. 게다가 실력도 아주 좋아. 그 나이에 나와 견줄 정도라…….”

무신은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말했다.

“옆의 정령사도 우수해 보이고. 좋아. 아주 좋아. 즐거운 싸움이 되겠어.

그는 내 힘은 제대로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둘을 상대로 승리를 자신하는 것을 보니, 광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놓고 말해서 나서윤이 홀로 나서는 것이 아닌, 나연과 연합해 나선다면 저놈의 승률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네 피는 무슨 맛이 날지, 무척이나 궁금하군.”

무신의 검에 강대한 기운이 어렸고, 동시에 나서윤의 마법이 그를 향했다.

“흠!”

스피어 계열 마법의 난사에 그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진다.

“마법? 마법을 쓴다고?”

그의 얼굴에 약간의 당황이 어린다.

그가 마법을 막아내는 사이 접근한 나서윤이 그를 향해 검을 베갈타를 휘둘렀다.

쿠웅!

서로 무형 강기를 두른 검이 허공에서 충돌한다.

그랜드 마스터. 그중에서도 그 끝에 다다른 이들의 싸움이다. 서로에게는 제대로 된 피해가 없었음에도 주변에는 강한 영향을 미쳤다.

“사샤.”

“에휴. 그래.”

그 영향을 나연이 틀어막는다.

빠져나가는 충격파를 틀어막고, 주변의 뒤집어지는 대지를 진정시킨다.

그러자 서로 싸우던 지원군과 무신의 세력이 빠르게 물러서기 시작했다.

저들 근처에만 있어도 죽는다. 그 사실을 눈치채고 빠르게 도망치는 모습이다.

“미친…….”

누군가의 중얼거림. 인간임에도 도저히 같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둘의 싸움이다.

근접해 검을 휘두르면서도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자잘한 속성의 마법이 계속해서 상대를 공격한다.

대지에서, 사방에서, 심지어는 하늘에서도 계속해서 쉬지 않고 마법이 쏟아진다. 거기에 나서윤의 연속적인 검격까지.

무신은 이런 상황이 될 줄은 몰랐는지 급하게 방어만을 하고 있었다.

상대가 거인이어도 마법이 통하게 만드는 나서윤이다. 종족 특성상 마법 저항이 극도로 약한 인간이라면 저런 마법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었다.

경지가 경지인 이상 고작 한 번에 쓰러지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분명 피해는 누적된다.

그래도 무신이라는 이름이 장난은 아니었는지 그는 나서윤의 모든 공격을 검 한 자루에 의지해 상처 하나 없이 막아내고 있었다.

“저렇게… 강했다는 말인가?”

어느새 다가왔는지 아히드가 작게 중얼거렸다.

“…설마 저 정도 수준일 줄은…….”

가만히 생각하던 아히드가 나를 향해 물었다.

“자네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뭐, 쟤가 강하기는 하지만… 우리의 리더 님아에게는 안 되지. 쟤가 셋은 있어야 싸워볼 만할걸?”

“…셋?”

아히드가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솔직히 사샤의 말에는 허세가 조금 섞였다고 볼 수 있었다. 나는 나서윤과 목숨을 걸고 싸워본 적이 없었고, 어디까지나 대련만을 해 왔을 뿐이다. 목숨을 걸고 싸운다면 내가 이길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셋은 어렵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나연은 사샤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뭐, 신후가 더 센 것은 사실이지.”

아히드의 표정에 언뜻 두려운 감정이 깃드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동경하는 듯한 눈빛인 것이, 조금 꺼림칙한 느낌이었다.

“흡!”

나서윤의 기함에 빠르게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무신이 나서윤을 향해 반격을 가하고 있었다.

“네 실력이 높은 것은 인정하마. 설마 마검사 주제에 이만한 무를 완성했을 줄이야…. 하지만 그뿐이다!”

한 순간, 무신의 모습이 빠르게 흐려졌다.

‘…뭐?’

그리고는 나서윤의 주변에 나타난다.

나는 상대가 무엇을 했는지 빠르게 알아챌 수 있었다.

“블링크… 아니, 아냐. 설마 그게 된다고?”

공간을 다루는 기술을 저리 세밀하게 사용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공간을 뒤틀고, 흐름을 만들어 그것을 타고 이동한다. 탑에서 공간을 이어 넘어다니는 것은 봤어도, 저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 거인들조차 저런 짓은 하지 못했으니까.

“미친…….”

무척이나 위험한 기술이다. 완성한다면 과거 제소시아의 마왕이 썼던 이동기보다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동기가 생기는 거지만, 연습하던 과정에서 죽을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았다. 공간 계통 기술은 까다롭고 위험하다. 어지간한 자신감이 없으면 시도조차 힘든 기술이다. 저런 생각을 하고 그걸 현실에 만들어 냈다는 것이 어처구니없을 따름이었다.

‘안정화시켜도 저 정도 뒤틀림이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렵기는 하겠지만, 못 쓸 것 같지는 않았다.

무척이나 탐나는 기술이다.

콰앙!

주도권이 나서윤에게서 서서히 무신으로 넘어가는 와중, 갑작스럽게 허공이 폭발한다.

“크윽!”

“걸렸네.”

나서윤이 작게 미소 짓는다.

‘…예측했군.’

“이딴 기술도 있다는 말이냐.”

“새로 개발한 거야.”

거인을 몰아낸 이후에도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고, 당연하게도 우리는 언제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내가 지금 저 기술을 탐내는 것처럼, 나서윤 또한 꾸준히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중 일부였다.

허공에 미세한 마력의 덩어리들이 느껴진다. 나조차 거의 감지가 되지 않을 정도.

마법 트랩. 그것을 허공에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 오래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위력 또한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었고. 다만 그 위치를 도무지 짐작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였다.

닿으면 폭발한다. 불의의 일격은 그 위력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치명적이었다.

무신의 움직임이 멈춘다.

그러자 곧이어 나서윤의 마법이 쏟아져 나왔다.

스피어 계열의 마법은 기본에 템페스트, 아이스 코어 등의 상급 마법들이 빠르게 쏟아져 나온다.

다시금 전황이 뒤집히자 무신이 사샤의 눈치를 보더니 결심했다는 듯이 전신을 호신강기로 감싸버렸다.

저러면 장기전은 어려워도 마법 트랩 정도는 막아낼 수 있었다.

전신을 호신강기로 감싸는 사이, 나서윤의 마력이 주변을 잠식해 들어갔다.

무신이 다시금 모습을 감춘다. 곧이어 나서윤이 허공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대 격노.”

동시에 공간 일부가 일그러진다. 그곳에서 무신이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나타났고, 그의 몸 위로 나서윤의 공격이 그대로 작렬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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