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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257화 (257/317)

257화

마수

나서윤, 아멜리아, 이연솔.

최상급 마법사가 된 이들을 불러들였다.

회의가 끝난 지 그리 오래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레 자신들을 소집하자 셋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빠, 무슨 일이야?”

나는 그런 셋을 향해 사샤의 이야기에 내 의견을 덧붙여 설명해 주었다.

“테이밍?”

“매혹… 확실히 가능하기는 한데…….”

“가능성이… 없지는 않네요. 마수들의 마법 저항이 어땠죠? 여기 주변 마수들 종류가…….”

빠르게 이어지는 말들.

마수들을 통해 실험을 해본 적이 있는 만큼 이쪽 마수의 종류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습격과 거인에 대해 알아보느냐고 마수까지는 자세히 알아보지 못했기에 아는 것은 적었다.

“지역은 아니까 그쪽으로 이동할 겁니다. 차차 알아가야겠죠.”

“…거인만큼 강한 이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연솔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차피 이쪽 지역에서는 빠져나가야 하고, 거인들은 거의 접근하지 않는 데다가 이쪽 전력의 절반이 마법사들인 만큼 그쪽이 상대하기는 더 수월할 겁니다.”

애초에 여기는 버려야 하는 지역이고 감옥 또한 상황을 봐서는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던 만큼 망설임은 없었다. 제단은 아쉽기는 한데…….

‘입구 하나를 이쪽에 만들면 되니까.’

다른 장소에서 발견된다면 좋을 텐데, 조금 아쉽기는 했다. 감옥 또한 연합의 영역 내부에 있었던 만큼 언젠가는 타 거인들이 찾을 가능성이 있었다. 솔직히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들에게는 쥐구멍이나 다름없는 장소고 내가 만들 미궁 조각의 입구 또한 마력을 크게 드러내는 편은 아니니 어지간해서는 걸리지 않을 터다.

마음같아서는 제단 째로 뜯어내 옮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불가능했다.

당장 타 지역을 공격하는 것에 회의적이었던 상황인 만큼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은 마수들의 영역으로 가는 것은 좋은 대안이 되었다.

“그쪽이 낫겠네요. 근데 매혹보다 더 쉬운 정신 마법이 없으려나… 쓸 수 있는 마법사들이 없을 텐데.”

“결함투성이라면 만드는 것이 어렵지는 않겠죠. 마수들에게 시험해 보고, 괜찮은 마법 하나를 하나 만들어 봐요. 합동 마법으로 썼을 때 훨씬 편하게 만들 방법이라면…….”

“확실히 얼마 전 나왔던 이야기네요. 첫 대상이 정신 마법이 될 줄은 몰랐는데…….”

“가능하다는 확신이 먼저 있어야…….”

마법사 셋은 이야기가 나오기 무섭게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거의 아멜리아와 나서윤이 말하고 이연솔은 조금 늦게 따라가는 모양새. 다른 마법사들에 비하면 이연솔 또한 수준이 높기는 하지만 저 둘은 격이 다르다.

특히 이제와서는 나서윤보다 아멜리아가 대화를 주도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나서윤은 마검사인 만큼 마법에만 매진하기가 힘든 편이다 보니 아멜리아가 결국에는 따라잡은 모양이었다.

같은 시기에 최상급 마법사가 되는 기연을 누렸지만, 차이 자체는 있는 모양이었다.

탑에서 지낸 시간이 늘어나고 마법에 빠져들기 시작하자 묘하게 중층의 마법사들을 닮아가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중층의 중앙 마탑주도 대부분 마탑 안에서 연구나 한다고 하던데…….’

황제 정도가 아니라면 부탁을 해도 거의 들어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는 그런 셋을 방치했다.

능력이 있는 만큼 이대로 둔다면 필요한 일들은 알아서 준비할 테니까.

나는 곧바로 주하연을 찾았고, 차후 마수의 영역으로 넘어갈 생각임을 밝혔다.

사샤의 이야기와 마법사들이 긍정적이었다는 말에 주하연 또한 찬성했다.

“그런 방법이… 확실히 거인마저 무너뜨릴 정도면…….”

길드원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다는 말에 반색한다.

확실히 그간 길드를 관리해온 것은 그녀인 만큼 어떤 의미로는 나보다 더 길드원들을 아끼는 듯한 모습이다.

방침은 곧바로 길드원들에게 전달되었고, 우리는 우리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최대한 도시를 망가뜨린다.

신종 마수의 짓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타 도시의 거인들이 이곳을 발견한다고 한들 우리가 점령을 한 것도 아니고 모조리 때려 부수기만 했으니까.

‘애초에 인간을 한없이 얕보는 곳이고.’

실제로 얕볼 만하기는 했다. 태생적인 차이가, 심각했으니까. 마수들을 경계한다고는 하나 명백하게 이곳 대부분은 거인의 영역이었다. 자신들끼리 싸우지만 않았다면 저 마수들 또한 모조리 토벌되었으리라.

괜히 여기가 거인의 층인 것이 아니었다.

흔적을 지우고 도시를 망가뜨린 직후 우리는 잠시 감옥에 들렀다.

새롭게 3차 전직이 가능한 이들이 차례로 전직을 마쳤다. 간부들 이상은 전원이 3차전직을 마쳤고, 정예 길드원들 중 최상위권 극소수만이 3차 전직을 끝마쳤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스터가 되지 못한 이들은 아직 전직을 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마스터에 이미 도달했던 이들은 중층에서부터 더 효율적인 사냥을 해 왔고, 그런만큼 레벨 차이가 나는 상황이었으니까.

제단 근처 장소에 최상급 마정석을 이용, 미궁으로 통하는 추가 입구를 뚫은 뒤 우리는 감옥에서 빠져나왔다.

“정 반대쪽이라고 했던가요?”

주하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만약 감옥을 발견하지 못하고 정 반대 방향으로 갔다면 마수부터 만났을 겁니다.”

마수들과 거인들의 경계선. 우리가 처음 도착했던 장소는 그 경계선 지역이었다.

이동 자체는 빠르게 하지 않았다.

우리는 최대한 안전하게 이동했고, 며칠이 지나서야 마수들의 영역에 돌입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발견한 마수는 마치 커다란 늑대와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평범한 늑대와는 명백하게 달랐는데, 검은빛 털에는 기묘한 광택이 흘렀고 덩치는 3m에 달했으며 마치 마족이나 지닐 법한 마기가 몸 전체서 느껴졌다.

심지어 저들은 무리를 이루고 있었다.

“…마수는 언제 봐도 불쾌하네요.”

“맞아요. 하필 상극이라…….”

주하연의 중얼거림에 남은주 또한 동감을 표했다.

신성력과 마기는 서로 배척하는 기운이다.

그런만큼 주하연과 남은주는 자연스럽게 마기를 꺼리게 되었고, 이제 와서는 보기만 해도 얼굴을 찌푸리는 수준에 달해 있었다.

나야 간접적으로 신성력을 사용하는 만큼 약간의 공감이 될 뿐 주하연과 남은주 수준으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마기 자체가 인간과는 상성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둘을 제외한 인원들 또한 조금은 거북할 터였다.

“비슷한 마수가 중층에 있기는 했는데… 조금 다르네요. 중층에서는 머리가 두 개였던 것 같은데…….”

“덩치는 더 컸죠. 그래도 가진 힘은 비슷한 것 같아요.”

상층으로 가기 위한 조건 중 마수를 사냥하는 것도 있었던 만큼 길드원들은 마수를 상대하는 것을 어색해하지는 않았다.

마수. 때로는 마물이라고도 불리는 이들은 상당수가 짐승 또는 곤충이 변형된 형태였다. 지역에 따라 마기가 강한 대지가 있는데, 그런 지역에서 마기를 흡수하고 태어나는 존재들이었으니까. 대부분은 짐승, 일부만이 곤충의 형태였으며 그 지역에 존재하지 않는 짐승들 또한 뜬금없이 나타나고는 했다.

일부이기는 하나 몬스터가 마수화 되는 경우도 있었고, 마기가 없음에도 정립이 덜 되었거나 예외가 있어서 마수로 불리는 이들 또한 없는 것은 아니라 상당히 폭넓게 사용되는 말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마기를 가진, 동시에 이성이 없는 존재들을 마수라 부르곤 한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흉포한 성질을 갖고 있었다.

이번에 우리가 만난 마수들은 그리 강한 마수는 아니었던 만큼 전투는 일방적으로 끝나버렸다.

부상자마저 없을 지경.

“확실히 힘이 조금 약하기는 하네요. 거인을 상대하다가 와서 그런가?”

자신들의 영역 개념이 강한 편이었는지 마수들은 우리가 더 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러날 기색이 보이지 않았고, 끝끝내 전멸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채 덤벼들었다.

“중층보다 사나워요. 사로잡기가 쉽지는 않네요.”

주하연의 말에 동감을 표했다. 명백하게 약한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죽는 순간까지 사나웠다고 말할 수 있었다. 중층에서는 때때로 도주를 택하거나 위축되는 이들이 있었는데, 이놈들은 달랐다. 왜 거인들이 이들을 길들이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있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워낙 힘의 차이가 큰 만큼 몇 마리는 붙잡았지만.

실제로 테이밍을 할 수 있을지 시도를 해 볼 재료였다.

“근데 너무 약해요. 이래서야 도움은 안 될 것 같은데요?”

“일단 초입인 만큼 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이 식량이라고 하기도 했고, 실제로 중층에서도 마수들의 힘은 천차만별…….”

흠칫.

곧바로 느껴지는 기운에 고개를 돌린다.

막 마수들의 영역에 진입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존재를 만날 줄은 몰랐다.

몬스터가 마수화 된 존재.

중층에서는 드문 편이었던 이들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곧바로 만나버리고 말았다.

“…오우거.”

평범한 존재도 아니다.

오우거. 일반적으로 오우거의 덩치는 5m 가까이 된다. 즉, 애초부터 대형 몬스터다. 그런 존재가, 마수화가 되어있었다.

* * *

마수화가 된 몬스터는 더 강해진다.

오우거는 그 덩치부터가 남달랐다.

“형. 저거 한 7m는 되겠는데요?”

“느껴지는 힘도 보통이 아닙니다.”

“상층은 상층이네요…….”

라이칸스로프에 근접하는 기운이다.

즉, 그랜드마스터 초입이라는 뜻. 시작부터 전사 계급이 아니라면 상대하기 힘들다는 마수를 만나버렸다.

“이성은 없는 것 같죠?”

“네. 확실히… 그렇네요.”

이쪽을 보고 목을 긁는 소리를 내는 모습이나 곧바로 달려들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을 봐서는 딱 봐도 이성이 없어 보였다.

보통 마기를 갖고 이성마저 갖고 있다면 마수라 부르지 않는다. 그런 존재는 보통… 마족이라고 부르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는 한다.

강대한 힘을 가진 만큼 직접 상대할 요량으로 앞으로 나서자 곧바로 한바다가 입을 열었다.

“저희가 싸우겠습니다. 초입부터 이 정도면… 혹시 주변에서 또 덤벼들지도 모르니까요.”

나는 슬쩍 상대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생포 또한 노려야 한다.

거인과 다르게 이성도 없고, 마법 저항이 끔찍한 수준도 아니다. 저 정도라면 충분히 상대할 만했다.

아니, 오히려 지금 수준이면 여유롭다고보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내가 끼어들지 않고도 생포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이성의 유무는, 그만큼 중요했다.

나는 뒤로 물러섰고, 곧바로 일행이 전투 진형을 잡는다. 일부 길드원들은 나와 같이 뒤로 빠지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내가 경계한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마음을 놓는 것은 안 될 말이다. 이곳은 적진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합동 마법은 쓸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건 위력이 너무 강하다.

벌써부터 그렇게 마력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한 번 사용하면 최상급 마법사들은 정신력의 대부분이, 하급 마법사들은 마력이 바닥나 버리니까.

“수호!”

남은주와 한바다의 외침을 시작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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