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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255화 (255/317)

255화

길드원들과 함께 포획한 거인을 끌고 오기 무섭게 최상급 마법사가 된 셋 또한 시스템 상점에서 스킬을 구매해 왔다.

책인 형태. 스킬 슬롯에 채운다면 곧바로 사용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서윤이나 아멜리아나 마법 쪽으로는 재능이 넘치는 데다가 자격 요건을 갖춘 존재가 셋이나 되었으니까.

정신 계통 주문은 함부로 사용했다가는 대상이 망가질 우려가 컸지만, 어차피 상대는 마법 저항력도 원체 높은 거인이고 정보만 뽑아낼 수 있다면 목숨은 아무래도 좋았다.

약 3일. 정보를 뽑아내는 것에 걸린 시간이었다.

그 대가로 거인은 완전히 망가져 버렸지만, 상당량의 정보를 뽑아낼 수 있었기에 상관없었다.

상대의 전력은 생각만큼 강하지는 못했다.

연합으로 지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약소한 세력들이 뭉친 것이었고, 지배자인 왕족들 또한 수준이 높지 못했다.

왕족 한 명당 휘하에 전사를 하나 내지는 둘 정도밖에 못 두는 수준에 불과했고, 그런 세력이 네 개가 합쳐져 전사는 고작 아홉에 불과했다.

그나마 연합장이 넷이라도 휘하에 두고 있어서 아홉이라도 되는 것이었다.

수가 적은 만큼 힘을 최대한 집중해 준 것이긴 할 테지만…….

‘집중을 해 줘도 나한테 졌단 말이지…….’

집중을 한다고 한들 버프에는 한계가 있고, 그게 다 왕족의 역량이라고는 한다. 솔직한 말로 도움이 되긴 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확실히 가장 만만한 세력이기는 하다.

게다가 여기서 셋이 죽었으며, 전부 연합장 휘하의 전사라고 들었다.

즉 상대의 남은 전사는 여섯에 불과했으며 덤으로 내가 죽인 전사가 연합 최고 수준의 전사였다는 것 또한 알아낼 수 있었다.

시기상 아직 늦은 것은 아니었다. 아마 저들이 죽었다는 것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비셉을 생각하면 아직 모를 가능성이 높으니까… 되도록이면 공격이 나을 것 같기는 해.”

감옥을 점령하고 거인들을 하나둘 죽여가는 과정에서 길드원들이 크게 성장했다. 확실히 중층과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일까. 고작 죄수들을 상대로 모의 전투를 하고 100조금 넘는 거인을 죽였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레벨업이 가능할 정도였으니까.

장비 또한 반 정도만이 소지하고 있었던 전설급 아이템을 대부분의 길드원이 갖게 될 수 있을 정도로 포인트 벌이도 되었고.

만약 연합을 공격한다면 한 차례 더 길드원들이 성장할 터였다.

이런 방식으로 약소한 세력을 꾸준히 공략해 세력 자체가 더 견고해져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도저히 상층을 공략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저 제테스라는 놈은 수준이 다르니, 저쪽도 알아채지 않았을까요?”

제테스. 내가 쓰러뜨린 2등위 전사의 이름이었다.

“비셉이라는 놈이 죽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모를 가능성이 커. 어디까지나 왕족의 역량이 중요하다고 했잖아.”

수준 높은 왕족은 자신이 축복한 전사가 죽은 것마저 알아챌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저쪽 왕족은 우리가 비셉을 죽인 것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즉, 그만큼 수준이 높지 못하다는 방증이었다.

연합이 그리 뛰어난 세력이 아니라는 여러 증거들 중 하나였다.

“거인 여섯이면 충분해. 다른 거인들이야… 합동 마법이 있으니까.”

이제는 최상급 마법사가 된 셋이다.

넓은 범위로 학살이 가능할 터였다.

셋이 최상급 마법사가 된 덕분에 스킬 또한 추가로 개발했고. 마법진이 필요한 것은 같지만 이제는 그 두 배수가 넘는 인원의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참의 고민. 내심 공격에 마음이 더 쏠렸다.

희생이 없지는 않겠지만, 이대로 후퇴해 마수나 잡았다가는 10년이 걸려도 상층을 클리어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대로 연합이 약해진 사실이 알려진다면 타 세력이 연합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았고, 그러면 우리는 좋은 기회를 그대로 허공에 날리는 것과 다름없었다.

주변 세력도 바보는 아닐 테니까.

나는 간부, 그것도 고위간부인 내 직속 파티원들을 소집했고, 참고할 의견을 모았다.

중층에서처럼 내가 확실한 정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중층에서야 회귀한 덕분에 다량의 정보가 있었지만 상층은 아니었으니까. 나 또한 여기서부터는 처음이었다.

“오빠가 의견을 묻는 것은 처음 아니야?”

“이런 날이 오기도 하네요.”

“…이제부터는 정말 삐끗하면 감당이 되지 않으니까요. 중층에서야 실수가 조금 있더라도 감당할 수 있었지만요.”

내 말에 파티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회의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격에 찬성해요. 솔직한 말로 더 안전하게 가고 싶지만…….”

“리스크 없이 클리어할 수 있을 만큼 상층이 만만하지는 않으니까요.”

주하연과 한바다의 말에 다른 일행들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거인들을 잡으면서 더 강해졌으니까요. 이번 기회를 날리면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것 같아요.”

하유진이 냉정하게 현실을 말한다.

결국 의견은 공격을 하자는 쪽으로 모였고, 우리는 더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은 채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하유진의 힘을 이용해 감시탑을 점령하고 제테스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현재 가장 약한 세력이 되어버린 연합장의 도시를 공격한다.

거인들의 기준인 거리이다 보니 상상 이상으로 거리가 멀었다.

우리가 연합장의 도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챈 연합장이 지원을 준비하는 과정이었고, 정말 아슬아슬하게 기습을 성공했다. 아마 조금만 결단이 늦었더라면 제대로 준비가 된 도시를 상대로 공격을 하는 꼴이 되어버렸을 터다.

제테스의 죽음을 알아챈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생각보다 귀환이 조금 늦어지자 습관적으로 방비를 한 듯했다.

전쟁이 잦은 상층의 특성상 대비는 늘 당연한 일인 모양이었다.

거대한 도시. 정말 거인들의 도시라는 말이 어울렸다. 건물 자체가 수십 층 높이의 건물인 것은 아니다. 대부분이 1층 수준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도시보다도 높은 건물들이 있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 도시를 우리는 전부 불태워 버렸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거인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한차례 마법이 작렬해 시민과 노예들이 큰 피해를 입은, 혼란에 빠진 상황을 만들어냈다.

거인의 도시에는 다수의 노예들이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그것을 신경 쓸 만큼 강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상층에서 명백하게 약자였고, 약자의 동정은 사치에 불과했다.

마법이라는, 자신들의 종족적 특성 때문에 당할 일이 없다시피 한 공격을 당한 거인들의 대응은 엉망이었고, 길드원들은 혼란에 빠진 거인들을 학살해 버렸다.

뒤늦게 나타난 1등위 전사 거인을 상대로 내 직속 파티원들은 능숙한 움직임을 보이며 가볍게 상대를 제압해 내었다.

그러나 우리 쪽 피해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사망자 32명에 부상자는 백을 넘습니다.”

이윤형의 보고에 나는 침묵했다.

“…….”

압도적으로 유리한 공격이었다.

도시 내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노예들을 포함해도 3천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이 비무장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쪽 피해가 이 정도로 나와버렸다.

‘종족적… 차이인가…….’

대부분은 마스터에 들지 못한 이들이 사망했다. 마법사는 합동 마법에 동원된 만큼 사망한 이들은 모두 근접 계통인원이었다.

전사 직군과 도적 직군 일부.

궁수나 사제들은 전원 생존했다.

상층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마스터라는 경지가 필수였다.

일반 시민 계급인 거인들만 해도 마스터가 아니라면 쉽게 이길 수가 없었다.

“…미리 지구에 가 있을 겁니다. 상층에서는… 죽지 않는다고 했으니까요.”

내 말에 이윤형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들이 돌아갔는데 지구의 시간이 흐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고작 서른이 돌아갔다고 지구의 시간이 흐르지는 않을 겁니다. 그랬다가는 몰살이니까요. 지구의 신이, 그것도 모를 만큼 바보는 아니니까요.”

내가 돌아가지 않는 한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길드원들은 그러한 사실을 모른다.

지구의 신이 시간을 멈춰놓았다는 사실은 이미 중층에서부터 유명한 이야기였고, 내 말이 납득할만하다고 생각했는지 이윤형은 반론하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서 우리가 지구에 관여할 방법이 없기도 했으니까.

“중층과 다르게 상층에서 수련자가 사망하면 시체가 빛의 입자가 된 채 사라집니다. 그가 가진 장비들까지요.”

장비는 가지고 갈 수 있었다.

탑에서 벗어나면 상태 창은 사라지지만 이미 얻은 스킬과 능력치 보정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육체 자체가 보정을 받은 상태나 다름없게 되어 밖으로 나갈 뿐.

승리를 했지만 사기는 크게 오르지 않았다. 생각보다 다수의 동료가 죽어버렸으니까.

그러나 습격을 멈출 수는 없었다. 공격해야 할 도시가 셋이나 남았으니까.

우리는 연합장인 왕족을 생포해 타 연합의 현 상황에 대해 들은 것이 없는지 확인했다.

“제테스… 제테스마저 소인에게 당해버렸다는 말인가…….”

왕족이라고 해도 겉으로는 다를 바가 없었다. 마력이 특이하기는 했지만, 딱 그정도였고, 본신의 무력이 강하지 못해 제압이 어렵지는 않았다.

연합장으로부터 파발을 보낸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상대들 또한 아직 준비가 덜 되었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우리는 거인들의 시체를 네비오스에게 팔아 장비를 한차례 구입하고는 약간의 휴식만을 취한 채 곧바로 다음 도시로 향했고, 차례차례 도시들을 불태웠다.

연합을 완전히 무너뜨렸을 때 사망한 길드원은 총 60을 넘겨버렸다.

타 도시들은 연합장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도시를 갖고 있었고, 장비가 더 좋아지고 더 익숙하게 도시를 공격했음에도 생각보다 사망자가 너무 많았다.

그 대가 또한 있었다.

마스터가 다수 탄생했고 10명 이상의 인원이 90레벨에 도달했다.

사망자 대부분이 아직 마스터에 도달하지 못했던 인원임을 생각하면 전력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장비의 수준까지 올라갔으니까.

하지만 이건 당장의 기준이었다. 나중을 생각한다면 그래서는 안 되었다.

“마법사들의 성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층에서 완전히 멈췄던 이들도 어떻게든 더 높은 수준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고, 특히 마력량의 발전이 큽니다. 합동 마법의 영향이지 않을까…….”

여러 보고들을 듣고 정보를 취합한다.

당장의 전력은… 오히려 강해졌다.

“길드원들의 사기가 좋지 못해요. 벌써 60명이나 사망해버려서…….”

주하연의 말에 절로 침음이 흘러나온다.

확실히 승리했지만 기가 꺾일만했다. 막상 전사 계급에게 당한 이는 없었다. 대부분이 한낱 시민 계급인 거인들에게 당한 이들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상층에 첫발을 디딘 것이나 다름없었다.

“연합의 영역을 일단 벗어납니다. 감옥 쪽으로 돌아가죠. 3차전직도 해야 하는 인원이 생겼으니까요. 아마 이쪽 연합이 무너졌다는 사실은 금세 알려질 겁니다. 저희 흔적은, 확실히 지우도록 하세요.”

“노예들은…….”

“…일단은 미궁에 넣어서 데리고 갈 생각입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전후 처리를 위한 회의를 일단락하고 가만히 생각에 잠긴다.

다음 목표 자체는 있었다. 연합을 구성하던 왕족들은 모조리 사로잡았고, 덕분에 주변 정보는 상당히 정확하게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계속해서 습격을 할 수는 없었다. 전력 손실이 생각보다…….

똑똑.

“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상념이 깨진다.

사샤의 기척이었다.

(다음 화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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