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화
[상태 창]
―이름 : 유신후
―나이 : 29
―직업 : 성자(준신화), 정원의 수호자(레어)
―LV. 90
―정보 LV. 80
―신체 능력
근력 : 100(+0) 민첩 : 100(+0) 체력 : 100(+0) 마력 : 100(+0)
―자유 능력치 : 4(100미만)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이중 계약(신화), 불사의 육체(전설)
스킬 목록
―탑의 축복(신화)
―웨폰 마스터리(전설)
―하늘 걸음(전설)
―육체 정화(레어)
―앨거차의 문신(전설)(활성화)
―바리치의 문신(전설)(활성화)
―냉정의 문신(슈퍼 레어)(활성화)
―전사의 문신(전설)(활성화)
―성흔(전설)
―성자의 육체(전설)
―성자의 오러(전설)
―직감(레어)
―살해 본능(슈퍼 레어)
모든 스텟 100. 어떤 +요인도 없이 모든 스텟이 100이 되었다.
게다가 그랜드 마스터가 되면서 최초의 그랜드 마스터, 위대한 경지의 달성이라는 두 개나 되는 업적을 달성했다.
보상은 간섭력. 플로어 마스터를 만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되었…나.’
기다리고 기다렸던, 드디어 얻은 경지에 닿았다는 사실을 인식하자 머리끝까지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과거에는 꿈조차 꾸지 못했고 회귀한 이후에도 함부로 기대하지 못했던, 1회차의 랭커들 모두를 뛰어넘는 것에 성공했다.
제국의 그랜드 마스터나 오크의 대전사와는 다르다. 시스템의 보정에 스킬의 보정을 받고 있었고, 아이템 또한 그들보다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적응과 경험이 남았을 뿐이다. 시간만 있으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것에 불과했다.
오크의 감각이 살해 본능이라는 이상한 스킬로 변한 것이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이것 덕분에 벽을 넘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라이칸스로프에게는 조금 고마울 지경. 위기가, 기회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이놈 왜 이러지?’
스스로의 경지를 체감하고 만족감을 느끼기 무섭게 정신이 현실을 인식한다.
눈앞에 보이는 라이칸스로프는 마치 개새끼마냥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너… 뭐냐?”
말을 해 봐야 알아듣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말을 걸어 보았다.
“낑낑…….”
위협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낑낑거려봐야 귀엽지도 않았고. 아까도 그렇지만, 지금은 오히려 내가 훨씬 강하다. 막 그랜드 마스터에 들었다고는 해도 이런 반푼이 하나 압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솔직한 말로 1분 안에 죽일 자신이 있었다.
라이칸스로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 짐승의 눈에 공포가 새겨져 있는 것이 보였다.
“…겁먹었군.”
―주인의 말에 동의.
자기 자신을 두들겨 패고 죽기 직전까지 만들었음에도 공포가 더 큰 모양이었다.
‘이거… 잘만 이용하면…….’
곧 엘프의 숲으로 간다. 내가 그랜드 마스터에 들어감으로써 이제는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전력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게다가…….
‘아이템도 가지고 나갈 수 있는데… 혹시…….’
낮지만 가능성이 있었다.
어차피 간섭력을 사용해야 하니 플로어 마스터와 만나야 한다. 그때 물어보면 된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먹을 것을 꺼내 라이칸스로프에게 던져주었다.
“컹컹!”
‘꼭 개새끼 같군.’
내가 자신을 죽이지 않고 먹을 것을 던져주자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친근함은 전혀 없었다. 어디까지나 살기 위해 보이는 움직임에 가까웠다.
‘마법사들… 때문인가?’
어쩌면 저렇게 살아남았다가 강해진 이후 여기를 모조리 찢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자신이 더 강하다는 생각이 들면 즉시 배신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 바는 아니다. 내가 이제 와서 저놈에게 따라잡힐 일은 없었고. 쓸 수만 있으면 된다.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도구가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에서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곧 갈 엘프의 숲에서는 잘 써먹을 수 있으니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
“오빠……?”
“크르릉…….”
퍽.
내가 라이칸스로프에게 먹을 것을 던져주고 먹는 꼴을 바라보고 있자 나서윤이 다시금 조심스럽게 접근해 온다. 그러자 라이칸스로프가 다시 경계심을 드러냈고, 나는 곧바로 그런 라이칸스로프의 머리를 발로 차 버렸다.
“가만히.”
“킁.”
지금 복종한다고 잘 대해줄 필요는 없었다. 죽인 인간만 수천에 지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면 당장 달려들 놈이다. 살갑게 대해줄 생각은 없었다.
그제야 다른 일행들의 접근에 라이칸스로프가 조용해졌다.
“오빠, 이게 뭐 어떻게 된 일이에요? 그, 혹시…….”
내가 가만히 미소짓자 나서윤의 표정이 아연해진다.
“오빠, 설마…….”
“벽, 넘었어.”
나서윤의 입이 천천히 벌어진다.
“역시…….”
내 몸의 상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마, 환골탈태를 하지 않았을까. 3차 전직 당시에 한 것을 포함하면 2차 환골탈태다. 그 드물다는 것을, 짧은 기간에 두 번. 그것도 이번 능력치가 오른 것을 생각하면 평범한 것은 아닐 터다.
카바락이 얻었어야 할, 그런 과정을 거친 것이리라.
그 과정을 보긴 했을 테지만, 그렇다고 한들 그랜드 마스터의 벽이 얼마나 두꺼운 것인지 아는 이상 직접 듣기 전까지는 혹시나 한 듯했다.
“축하드려요. 오빠. 역시, 대단하세요.”
짧게 말하는 나서윤이었지만 그녀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찬탄과 경외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의 수준의 상급 마스터. 천재 중의 천재인 그녀도 그랜드 마스터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는 알 거다. 어쩌면 재능이 그렇게나 뛰어난 만큼 나보다 더더욱 잘 알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런 일을, 탑에 도달하고 고작 5년 만에 그것도 그녀처럼 내가 깔아준 길도 아니고 뒤에 오는 이들을 이끌면서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필요한 것은 알아서 찾아가며 올라온 것으로 보일 거다.
자신을 구해주고 이끌어 온 존재에 대한 애정을 제외하고도 한 명의 수련자로서 내가 이룬 업적은 확실히 찬탄을 자아낼 만했다.
‘솔직히 회귀한 덕분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관리자와 플로어 마스터들의 도움도 컸고.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스스로 다 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일행들은 하나둘 축하를 건네왔다. 일행들 또한 찬탄하고 축하해 하기는 했지만 나서윤과 한바다의 반응은 확실히 특별했다.
다른 일행들보다는 그게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는 만큼 단순하게 축하한다기보다는 얼핏 존경심을 보일 정도였다.
내가 그랜드 마스터에 도달했다는 이야기는 빠르게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일행들과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거기다가 내 옆에서 엎드린 모습의 라이칸스로프를 보면서 주변에 빠르게 경악이 퍼져 나갔다.
분명 며칠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엎어져 있던 라이칸스로프 때문에 주변을 떠나지 못한 듯했다.
“그러고 보니, 중앙 마탑의 마탑주는 안 왔어?”
“그게, 오빠가 토벌 성공했다는 소식이 먼저 들어가 버려가지고… 지금 황실 쪽도 복잡하다고 하던데?”
“라이칸스로프가 부활했다는 소식이 들어가기는 했는데, 지금 저 모양 저 꼴이다 보니까…….”
나서윤과 주하연의 말에 뭔 상황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그래도 오는 것이 좋을 텐데?”
“정말 책임져야 하는 마탑은 부서졌으니까요. 1차 토벌도 완료되었고 지금은 애매하기는 하지만 인간을 적대하는 모습도 안 보이니까…….”
연구에 미친 인간이기는 하지만 대충 해결되었다는 소식에 움직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 일을 해결해 준 가이아 길드에게 감사 표시를 하겠다는 것만 알리고는 또 잠수 탔다고 하네요. 중앙 마탑의 마탑주라는 인간이 뭐 저런…….”
주하연의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반응에 남은주 또한 격하게 동조했다.
하지만 나는 그럴 만 하다고 생각했다. 1회차 시절에도 결국 이 일을 해결한 것은 수련자들이었다. 중앙 마탑의 마탑주는 황실과 모종의 관계가 있어서 말을 들어주기는 하지만 연구에 미친 인간이라 정말 어지간해서는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놈이 살아났다는 소식이면 오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하는 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라이칸스로프가 부활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움직이지 않을 정도인 것을 보면 뭔가 대단한 것을 하고 있기는 한 모양이다.
우리를 향해 한 무리의 사람이 접근해 왔다.
전신의 문신, 특유의 복장. 마고그 족 사람들이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벽을 넘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그들은 나와 대화를 하면서도 라이칸스로프를 힐끗거렸다.
그러면서 은근한 살기를 숨기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이놈은 저들의 원수다. 내게도 꼭 쓰러뜨려달라고 부탁했었고.
“크르르…….”
그들의 살기에 라이칸스로프가 서서히 이빨을 드러냈다.
마고그 족의 전사들은 하나같이 두려워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런데 유신후 님, 저놈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을 한 이후 입을 열었다.
“일단은 데리고 갈 생각이다.”
“살려두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한 전사가 발작적으로 대답했다.
“…일단, 내게 겁을 먹고 이러고 있으니까.”
이들에게는 안타깝지만, 기껏 들어온 도구를 버릴 생각은 없었다. 사용해 보고 영 쓸모가 없다면 모를까 지금 보이는 모습만 본다면 충분히 쓸 수 있는 도구다.
“하지만, 그놈은 저희 형제를 수천이나 죽여버린 놈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이놈을 만들어 낸 마법사들이지만 이놈도 수천에 달하는 전사를 찢어 죽인 원수 중 하나다. 전사가 분노하는 것은 인정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을 통해 마고그 족과 사이가 나빠질 가능성이 높았지만, 반푼이라고는 해도 휘하에 말 잘 듣는 그랜드 마스터 하나를 집어넣을 기회다. 그걸 버릴 생각은 없었다.
충분한 무력과 명성을 손에 넣었다. 마고그 족과 사이가 틀어지더라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대족장과…….”
자리를 피하려는 생각을 한 순간이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달한 감각이 작은 기척을 잡아냈다.
순식간에 내 표정이 굳어버렸고 빠르게 고개를 돌린다.
전사들이 움찔하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확실히 태도 자체는 강경하다.
허나 나는 그곳에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느껴진 기척.
그 기척은 내가 감각을 확장하기 무섭게 빠르게 사라졌다.
착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랜드 마스터에 달한 내 감각을 속인다? 하유진도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직감이 경종을 울린다. 이건 착각이 아니었다.
“…설마…….”
순간적으로 기척이 느껴졌던 장소를 바라보자, 완전한 폐허가 눈에 들어왔다.
나와 라이칸스로프의 전투를 통해 완전히 망가져 버린 대지.
하지만 기억은 난다. 저곳은… 마탑이 있던 장소다.
느껴진 기척은 지하.
“미친 마법사 새끼들이…….”
이 기척이 착각이 아니라면, 지하에 숨은 놈은 그랜드 마스터인 내 감각을 속일 수 있는 놈이라는 이야기다.
그런 놈이, 마탑의 지하에 있다?
연구의 결과 중 하나가 내 옆에 있었다. 반푼이라고는 하나 그랜드 마스터의 육신을 가진 놈이다. 저런 놈 하나가 더 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크르르르릉…….”
라이칸스로프가 나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었다. 확실히, 무언가가 있다. 의심이 확신으로 변한다.
생각해보면, 랭커 후보 세 명과 그 길드원들이 준비를 갖출 때까지 라이칸스로프가 있던 장소가 바로 마탑의 폐허였었다.
그가 출현한 장소이기 때문에 거기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이칸스로프가 인간이 포위를 완성하기까지 기다리고 영역을 침입해도 되도록이면 움직이지 않았던 이유가 있던 것이라면…….
스릉.
검을 다시금 꺼낸다.
“…이건, 무슨 뜻……!”
마고그 족 전사의 말을 무시한 채 마탑의 폐허로 발걸음을 옮긴다. 라이칸스로프가 그런 내 뒤를 따라왔다.
“오빠, 갑자기 왜…….”
“하연 씨, 일단 일행들 데리고 뒤로 물러…….”
나서윤의 말을 자르고 주하연에게 지시를 하는 도중이었다.
화아아악!
갑작스레 어마어마한 기척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들켰다는 사실을, 인정한 듯했다.
그 어마어마한 존재감에 주변이 침묵으로 물들었다.
바리치의 문신이 미친 듯이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다.
(다음 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