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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이 지구를 선택했다-200화 (200/317)

# 200

약 3일의 시간. 일행의 대부분이 2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도 가장 고민이 깊었던 나서윤과 회로를 조정을 끝냄과 동시에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버린 남은주가 3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 뿐이고 나머지 인원은 대략 2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마저도 대부분의 수련자들보다 훨씬 긴 시간이었고.

그러나 3일은 솔직히 나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처음 3일이 지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조금 당황했을 정도였다.

원인은 간단했다.

‘설마 문신이 흡수될 줄은….’

비약이 문신에까지 반응해버리며 변형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어져 버렸다.

처음 생각한 것들을 따르는 것보다는 당장 일어난 일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었고, 어떻게든 문신들을 수습했을 때는 상당한 심력을 소비한 상태였다.

다행히 스킬의 효과가 사라지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다. 현재 능력치가 전부 100에 가까운 몸 상태를 보았을 때 문신들의 효과가 사라졌다면 확실한 탈력감을 느낄 수 있었을 터였다.

시간이 오래 지남에 따라 지속적인 통증들이 몸을 괴롭혔지만, 그 와중에도 어떻게든 정신을 집중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관조하고 이전의 전투 경험들을 떠올리며 회로를 더 효율적으로 최적화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냈다.

그렇게 시간을 잊고 오랜 시간 몸을 관조한 끝에 나 또한 회로의 변형을 끝마칠 수 있었다. 실제로 체감해 본 결과 이건 변형보다는 재구성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문신을 흡수한 회로에 문제가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회로가 더 커지고 튼튼해졌기에 힘들기는 했지만 만족할 수 있었다.

‘평범한 수련자였다면 사달이 났겠군.’

장시간 통증을 견뎌야 한다는 정신력 문제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문신을 무사히 회로에 흡수시키는 것부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상당한 컨트롤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쓰는 것이 좋은 비약이었으니까.’

효과도 극대화된다. 최소한의 검증은 마친 만큼 충분히 위험을 감수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변수가 있었지만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고. 일행들도 이 정도 일이었다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다만 길드원들에게는 조심하라고 이야기 정도는 해줄 필요가 있었다.

성흔에는 영향이 없었다. 하기야 그랬다면 주하연이 먼저 눈치를 챘을 거다.

무사히 회로의 변형을 끝마치자 몸을 점검했다.

“오빠!”

내가 눈을 뜨기가 무섭게 나서윤이 달려들었다.

“괜찮아요? 몸은 어때요?”

“음… 아, 괜찮아. 변수가 있어서 시간이 걸렸을 뿐, 변형은 무사히 마쳤어.”

“다행, 다행이다. 오빠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마력은 계속 유동 중이었지만… 3일이나 꼼짝 않고 있었으니까….”

말투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당황한 모양이었다.

‘3일?’

솔직히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은 몰라 조금 당황스러웠다.

“문신도 빛나고 천천히 사라지는 거 보니까, 문신이 비약에 반응했던 거 같기는 했는데….”

원인 자체는 나서윤도 알아챈 모양이지만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 발만 동동 굴렀다고.

“…다행이에요, 신후 오빠. 후우… 어떻게 되는 줄 알았다고요….”

“멀쩡하니 걱정하지 마. 그래도 최대한 좋게 해결되었으니까. 뭐, 벽을 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코앞까지는 간 셈이니까.”

확실히 느껴지는 힘이 비약적으로 상승하기는 했다. 막막했던 벽도 이전만큼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았고. 실제로 운용은 해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최상급 마스터는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다만 그랜드 마스터가 되지 못한 것은 확실했다. 아르테인 공작과 싸운다는 상상을 했을 때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오빠 몸에서 느껴지는 힘이 커지기는 했는데….”

능력치를 확인하자 모든 능력치가 100에 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수 능력치에 문신의 힘이 더해져 100을 유지하는 상태. 아쉽게도 문신이 올려줄 수 있는 최대치가 100이기에 당분간은 순수 능력치가 오른다고 해도 체감이 힘들기는 할 거다.

‘그래도 올리기는 해야 하겠지만.’

아무리 100으로 표기된다고 하더라도 분명 상승은 있다. 스스로의 육체가 진화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그간 약간 소홀한 편이었던 만큼 다시 채워야 할 때가 다가왔다.

최소한이라고 생각되는 경지는 달성했으니 나머지 부족분을 채워야 한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에 도전하는 것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쉬고 있어?”

“아, 그게… 실은….”

남은주가 떠듬떠듬 지난 3일간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다.

“무법자들이 다이딘 대공의 성을 습격했다고?”

“정확히는, 그, 무공을 만드는 수련자들이 머무는 장소를 습격했다고 해요.”

‘뭐 이런….’

무공 때문에 여러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마법사를 대신하는 이들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과 수련자들이 본격적으로 상층으로의 진출을 포기하려 한다거나 귀족들의 수련자 영입에 불이 붙고 거주민들마저 배울 수 있다는 소식에 대공의 세력이 한동안 크게 팽창하는 등 무공의 좋지 않은 점이 대외적으로 밝혀지기 쉴 새 없이 일들이 벌어진다.

그중에는 단기적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일들도 있는 반면에 장기간 영향을 남기는 사건도 있었다. 수련자들의 상층 포기라거나 거주민들이 자신에게 맞는 무공을 배우려 하는 것처럼.

개중 무법자들이 무공을 노리고 대공가를 습격한다는 일은 결단코 없었다고 볼 수 있었다. 2회차의 무법자들 세력이 커진 것이 영향을 받은 듯했다.

“정면으로 싸우면 답이 없을 텐데… 그래서 기습을 한 건가?”

“그런 것 같아요. 많은 무법자들이 죽었지만 일부 무공 개발자들이 끌려갔다고 해요. 대공이 무척 분노했다고….”

당연히 화가 나지. 안 나는 것이 이상한 거다.

“그런데 너는 괜찮아? 이성훈도 거기 있었을 거 아냐?”

나름 신경이 쓰이기는 할 거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주자 남은주가 대답했다.

“저는 신후 오빠의 수호 기사니까요. 자리를 비울 수는 없죠.”

“……그래.”

“그리고 방금 소식 들어왔는데, 멀쩡하다고 해요. 무공을 개발하는 장소는 숨겨진 장소기도 해서 별다른 피해를 받지는 않았다더라구요.”

하기야 무공을 개발하는 이들과 무공을 개발하는 장소가 공개되어 있을 리가 없었다. 무법자들이 용케 정보를 알아낸 모양이었다.

“대공이 무법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어요.”

아마 무법자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거다. 자기들이 핍박받는 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충분히 감수했을 터다.

물론 황제나 애슐란 백작가 뿐만이 아니라 대공까지 나선 이상 피해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들은 무공을 얻었으니까.

‘자충수를 두는군.’

내 길드 소속으로 무공을 배우기 위해 간 사람들이 멀쩡하다는 것을 안 이상 과한 관심은 불필요했다. 아주 눈을 떼지는 않겠지만 내가 무언가를 할 것이 없는 일이다.

그런 것보다는 얻은 것들을 파악해야 한다.

‘상태 창.’

[상태 창]

-이름 : 유신후

-나이 : 28

-직업 : 성자(전설), 정원의 수호자(레어)

-LV. 81

-정보 LV. 80

-신체 능력

근력 : 100(+10) 민첩 : 100(+12) 체력 : 100(+11) 마력 : 100(+9)

-자유 능력치 : 4(100미만)

[스킬 슬롯]

고유 스킬 : 이중 계약(신화), 불사의 육체(전설)

스킬 목록

-탑의 축복(신화)

-웨폰 마스터리(슈퍼 레어)

-하늘 걸음(전설)

-육체 정화(레어)

-앨거차의 문신(전설)(활성화)

-바리치의 문신(전설)(활성화)

-냉정의 문신(슈퍼 레어)(활성화)

-전사의 문신(전설)(활성화)

-성흔(전설)

-성자의 육체(전설)

-성자의 오러(전설)

-직감(레어)

-없음

기본 능력치가 올라가며 추가되었던 능력치들이 영향을 잃었다.

100에서 +가 된 능력치를 제하면 내 순수 능력치라고 볼 수 있었다.

물론 일반적인 100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스킬로 인해 +된 능력치는 전사의 문신이 전설급으로 들어가며 총 +15가 되어야 한다. 그런 만큼 남은 능력치들이 여러모로 보정을 줄 테니 영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전사의 문신이 전설급으로 진화하며 직감 스킬을 얻었다.

등급은 레어고 사실상 등급을 올리기가 어려운 스킬이지만 효용성만큼은 슬롯 하나가 아깝지 않은 스킬이었다.

얻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운 스킬인 만큼 만족스럽다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직접 마력을 운용해보자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운용이 편했다. 변하기 이전에는 익숙하게 썼지만 이미 변해버린 회로를 운용해보자 이제껏 내가 사용했던 방식이 무척이나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이전 카바락이 사용했던 무형 강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진짜에 비하면 부족하기는 할 거다. 마치 이전에 내가 사용했던 불완전한 강기처럼. 그렇지만 그 효용성은 내가 현재까지 사용하던 강기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무엇보다 직접 상대해 봤던 만큼 그 위력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마력을 운용하며 강기의 기운과 형태를 감출 방법을 차근차근 알아나갔다.

이전에는 아무리 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던 것을 지금은 마치 본능처럼 해낸다. 회로를 관조하고 변형,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보를 얻은 덕택이었다.

내가 자신의 파악에 시간을 들이고 있자 남은주와 나서윤이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어버렸다.

곧바로 남은주가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일행에게 전했고, 나는 무형 강기를 만들던 작업을 중단한 채 일행들의 손에 이끌려 식사와 휴식부터 취해야만 했다.

“저는 괜찮습니다만….”

“제가 괜찮지 않아요. 신후 씨, 그거 지금 당장 안 하면 사라지는 것 아니잖아요.”

그건 그랬다. 억지를 부리려면 부릴 수도 있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일행의 강한 권유로 한동안 휴식을 취한 나는 일행들과 함께 그간의 성장을 확인했다. 나는 점점 중층에서의 일이 끝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던전이야 차근차근 공략하면 되고 뱀파이어 로드의 등장은 아직 시간이 제법 남았지. 상층을 가기 위한 퀘스트는 년 단위의 시간이 걸릴 테니 그걸 하다 보면 등장할 거고… 그나마 남은 것은 3차 전직인가?’

중층에서 레벨 100을 찍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건 상층으로 가야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일찌감치 단념했다.

‘오크들과의 전쟁에 참가해야 겠군.’

그 외에는 엘프족을 방문해야만 한다.

전쟁의 참가는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엘프 쪽 방문은 상층으로 가기 위해서였다. 엘프 쪽의 방문을 피할 수는 없는 것이 상층으로 가기 위한 퀘스트를 주는 것이 엘프이기 때문이었다.

‘낙오자 잔딜리엔.’

정말 피하고 싶은 빌어먹을 년이다. 일종의 히든 NPC라고 할 수 있었다. NPC답게 시스템의 영향을 받지만 다른 NPC와는 다르게 스스로 그 길을 선택한 데다 태생이 NPC가 아닌 만큼 시스템의 영향도 상당히 덜 받는다. 어떤 의미로 그냥 수련자 같은 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런 주제에 본인은 무지막지하게 강하다. 그의 손에 죽은 랭커가 둘이었으니까. 러시아 쪽의 형제 랭커. 그 둘이 이 잔딜리엔의 손에 사망했다.

‘그러고 보니 아직 러시아 쪽 하층이 안 열렸군. 곧 열리려나?’

1회차에서는 저 랭커 둘을 제외하고는 전멸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나온다.

랭커 둘도 나름 인생 역전한 이들이기는 하나 성질 자체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들었다. 하기야 환경이 그랬으니 정상적이기는 힘들었겠지만.

‘무법자들 밑에서 바닥을 기었다고 했던가?’

그런 만큼 무시당하는 것에 예민하고 성질이 무척 거칠었다고.

그쪽은 신경 쓸 가치가 없었다.

랭커들에게 갈 자원이 사실상 내 일행에게 집중되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랭커의 유입은 비효율적이었다.

나는 일행들과 함께 몇 개의 던전을 추가로 돌며 우리가 얻은 것들을 체감했다.

3개의 던전을 추가로 클리어해 한바다의 방패와 검을 추가로 맞추고 아멜리아에게 줄 전설급 스태프 하나를 구했다. 동시에 얻은 것들을 주로 사용하며 몸에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아 씨, 도대체 왜 합신이 안 되지?”

“…모르겠어. 될 것 같으면서도 안 되네….”

“지금 수준이면 충분한데….”

“그래도 속성 변환 속도도 빨라졌고 두 속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게 되기도 했으니까, 아주 손해는 아닌 것 같아.”

상급 마법을 점점 익숙하게 사용하고 검강을 뽑아내며 한차원 성장한 남은주와는 다르게 나연은 분명 성장했으나 합신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상당한 고민을 하는 모습이었다.

사샤 또한 어째서 되지 않는지 의아해하는 지경이었다.

‘확실히 위력이 보통이 아닌데….’

나 또한 부족하게나마 무형 강기를 사용함으로써 전력을 한차원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제는 카바락과 만나더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전쟁에 참가해도 되겠군.’

아이템을 생각하면 던전이 낫지만 레벨업을 생각하면 전장이다. 확실히 3개나 되는 던전을 탐험했음에도 일행들의 레벨은 거의 변하지 않았으니까. 하유진이 70레벨에 도달한 것이 다였다.

괜히 70레벨이 첫 번째 벽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아직 10개 이상의 던전을 더 클리어해야 하기는 하지만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았다.

차근차근 던전을 클리어하며 장비를 갖추고 일행과의 대련을 통해 익숙해지는 과정을 가졌다.

“항복. 오빠, 그거 진짜 너무 사기 같아. 이제는 강기 뿐만이 아니라 오빠의 기운 자체가 거의 안 느껴져. 유령 같아.”

“…맞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예측이 안 되는군요. 카바락이 최상급 마스터일 때 홀로 그를 물리치셨다고 들었는데… 믿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신후 오빠 진짜 괴물이네. 이런 것을 쓰는 상대를 정면으로 붙어서 이겼다고? 팔 하나를 가져왔고? 그 카바락이라는 오크가 신후 오빠 찬양할 만한데.”

“…그거 진짜 갖고 싶다. 형, 그거 어떻게 얻을 방법 없어요? 아이템이라든가… 나한테 딱 맞는 기술인 것 같은데….”

그런 게 있을 리가. 단순히 마력을 감추는 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강기쯤 되는 힘을 감추는 것은 전설급 아이템으로도 불가능하다.

“그 전에 마스터의 벽 부터 넘어. 곧이지?”

“네, 형.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아마 하유진은 벽을 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거다. 재능도 재능이고 회로도 이미 변형한 상태인 데다 전투 경험이나 도적 길드에서 배운 암살자로 성장하는 정석적인 방법까지 배운 상태.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후우, 확실히 위력을 짐작할 수가 없으니 가호 걸기도 까다롭더라. 미안, 은주야. 고생 많았어.”

일행들이 하나같이 무형 강기는 너무 사기라며 한껏 불평을 내뱉었다.

“카바락을 만나면 직접 상대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전쟁에 참가할 거라는 말씀을 드렸을 텐데요.”

내 말에 일행은 침묵했다.

그나마 나는 양반이다. 만약 뜬금없이 대전사가 등장이라도 했다간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다.

현재의 전장은 그렇게까지 격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규모 전투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었고, 이전 처음 카바락을 만났을 때처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것을 알기에 일행들도 끊임없이 나와 대련을 하는 것이었고.

“그래도 요령은 생기는데….”

“뭐, 완전하지 못한 거라고는 하니까. 솔직히 나는 어느 정도 알 것 같기도 했고.

나연의 말에 사샤가 대답한다. 사샤는 인간이 아닌 정령이기 때문인지 일행들보다는 확실히 예민했다.

내가 마력을 조금 더 강하게 집중했다 싶으면 귀신같이 알아차리고는 했으니까.

다만 직접 정면에서 버텨야 하는 것은 남은주와 한바다, 거기에 나서윤이 자주 포함되는 상황이었기에 사샤가 알더라도 이미 늦은 경우가 다반사였지만.

“오늘 훈련을 끝입니다. 내일은….”

새로운 던전에 갈 것을 일행에게 전달하려는 찰나였다.

“길드장 님!”

익숙한 얼굴이다. 내 휘하의 길드원 중 하나였다. 정확히는 무법자들의 동태를 확인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길드원 중 하나였다.

“…오찬은 씨? 무슨 일이시죠?”

“그게, 무법자들이 일을 저질렀습니다!”

“…또요?”

얼마 전에 대공가를 습격한 것으로도 모자란 모양이었다.

“이번엔 무슨 일이랍니까?”

“무법자들이 수인(獸人)과 연합했습니다!”

수인과 무법자의 연합.

나는 침착한 얼굴로 되물었다.

“…설마 수인들이 오크들과도 연합했습니까?”

내 말에 당황한 표정을 지은 오찬은이 대답했다.

“어, 어떻게 그걸….”

그거야 당연히 알 수밖에 없었다. 1회차에서도 있었던 일이었으니까.

‘당겨졌군.’

타이밍이 참 공교로웠다.

오크와 수인의 연합 전선. 그곳에 무법자가 포함된다.

나는 오찬은을 향해 말했다.

“…황실에 연락을 좀 했으면 합니다.”

대대적인 전투. 피할 수는 없을 거다. 황제는 내가 무법자들과 싸우는 전선에 참가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오크 전선에 참가한다.’

가장 위험하지만, 동시에 가장 경험치가 좋은 구간이다. 전투의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레벨을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나는 오찬은이 황실에 연락을 하러 가기 무섭게 제국 전역에 흩어진 길드원들에게 황도로 집결하라는 명령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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